[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준수 현황 하락이 두드러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9일 LG그룹 9개 상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린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를 종합한 결과 모두 전년 대비 지배구조핵심지표의 준수 항목 수가 감소했다. 지배구조핵심지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활동, 감사기구, 관계사 위험 등 4개 영역에 걸쳐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기업은 이 항목들에 대해 준수 여부를 'O'(준수) 또는 'X'(미준수)로 표시하여 보고한다. 이번 평가에서 LG그룹 산하 상장사 중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13개 항목을 준수했다가 이번에는 10개로 총 3개 항목이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LG헬로비전은 12개에서 10개로 2개 항목이 감소했으며, 나머지 7개 계열사(LG,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는 모두 1개 항목씩 감소했다. 2023년 기준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항목을 준수한 곳은 LG이노텍(13개)이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LG헬로비전이 각 10개 항목만을 준수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점수 하락은 이유가 있다. 먼저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항목이 2023년 평가에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항목으로,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이 새로운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상 LG그룹 계열사들이 배당 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22년 평가에 포함되었던 '내부감사기구 연 1회 이상 교육' 항목은 2023년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LG그룹 상장사는 모두 이 항목을 준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 항목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내부감사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는 지적이 있었다. 단순한 교육 횟수보다는 내부감사기구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 수행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가로 고질적으로 LG그룹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LG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항목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2022년에는 준수했으나 2023년에 준수하지 않았다. 대상 기업 중 이 두 항목을 모두 지키지 못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주총에 참석하기 용이하게 하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가 퇴행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평가 항목에 대한 대응과 기존에 준수하던 항목들의 지속적인 이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LG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점수 하락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며 “특히 새로운 평가 항목에 대한 준비 부족과 기존 항목의 후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