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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부진은 현대차의 기회…자율주행·EV 확대 나선다

테슬라가 최근 판매 감소, 가격 인하 압박, 자율주행 기술 한계 등 악재를 겪으며 글로벌 전기차 시장서 지위를 잃고 있다. 반면 현대자동차그룹은 다양한 라인업을 통한 판매 증진,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개발, 자율 주행 협력 등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를 맞고 있다. 이에 업계에선 미래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와 자율주행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테슬라의 자리를 현대차그룹이 일부 대체할 가능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SNE리서치 '1월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는 주력 모델인 모델 3와 모델 Y의 판매량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15% 줄어든 9만1000대 판매에 그쳤다. 특히 유럽에서는 45.9%, 북미에서는 2.1% 감소하는 등 주요 시장에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테슬라의 주가도 급락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는 하루 만에 15% 넘게 폭락하면서 약 4년 6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보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더불어 관세 전쟁이 격화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반감이 심화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최근 미국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정치 활동에 반대하는 시위와 함께 테슬라 차량, 매장, 충전소 등을 겨냥한 방화·총격 사건이 잇따르고 있어 기업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같은 테슬라의 위기는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현대차그룹에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현대차는 자율주행, SDV 개발에 진심을 보였다. SDV(Software-defined Vehicle) 차량은 '기능이 소프트웨어에 의해 제어되거나 결정되는 차량'으로 스마트폰이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하면서 기존 문제를 고치는 방식을 차량에 적용한 것이다. 특히 SDV 전환은 자율주행차 상용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꼽히는 등 '미래 먹거리'로 불리고 있다. 이 분야에선 테슬라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현대차그룹도 이에 뒤처지지 않게 꾸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해 SDV 전환을 선도할 글로벌 소프트웨어센터의 구심점 역할을 맡겼고 관련 인력 채용도 확대하고 있다. 이어 올해 SDV 개발 등에 11.5조원 투자도 계획했다. 특히 그룹은 최근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에도 본격 나서고 있다. 자율주행차 파운드리 사업이란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필요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현대차가 설계 및 제조해 공급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지난 5일 미국 자율주행 기술기업 AV라이드와 기술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자율주행 시장에서의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협약에 따라 현대차는 중형 전기 SUV 모델인 아이오닉 5 기반의 자율주행 차량을 AV라이드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이미 구글 웨이모에도 아이오닉 5 기반 자율주행 차량을 제공했으며, 웨이모는 이 차량을 활용해 로보택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이어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시장서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월 약 3만70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며 전년 동기 대비 6.6% 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테슬라가 감소세를 기록한 것과 대비되는 흐름이다. 업계선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5와 EV6의 2025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판매량 회복을 견인하고 있으며, 기아의 EV3와 EV9의 글로벌 판매 확대가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는 올해 '가성비 전기차' 시장 선점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테슬라보다 먼저 이 시장을 차지해 호조를 이어갈 전략이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최근 저가형 전기차 기아 EV4를 출시했다. 최근 스페인에서 개최된 기아 EV데이에선 도심 활용에 최적화된 전략형 SUV 'EV2 콘셉트카'도 공개했다. EV2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소형 전기 SUV로 2026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되고 있다. 이는 유럽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기아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장은 “자율주행 차량 판매 파운드리 사업을 통해 글로벌 자율주행 기업들에게 SAE 기준 레벨 4 이상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이 가능한 차량을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IPA, 인천 내항·북항 활성화 위해 신규 벌크화물 유치 확대 착수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천항만공사(IPA)는 12일 벌크화물의 컨테이너화, 수도권 제조기업의 지방 이전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벌크화물 물동량 창출 및 내항·북항 활성화를 위해 부두 운영사들과 협업을 강화해 나간다고 밝혔다. IPA에 따르면 인천항 내항과 북항의 벌크화물은 최근 4년간 연평균 4.3% 감소했으며 북항의 경우 지난해 549만톤의 벌크화물을 하역했는데 이는 2023년 대비 15.5% 감소한 수치다. 내항은 제주 삼다수와 글로벌 환적 자동차 유치 등에 힘입어 지난해 1422만 톤을 처리했으나 2023년 대비 물동량이 3.1% 감소했다. IPA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항과 북항 각 하역사 현장을 직접 방문해 야적장 확충, 부두 내 군 초소 이전 등 신규화물 창출을 위해 다양한 지원방안을 실시했으며 올해부터 하역사들과 협력해 신규화물 유치를 위한 본격적인 합동 마케팅에 나서기로 했다. IPA는 우선 인천항 내항 활성화를 위해 내항 운영사와 협업해 수출용 환적 자동차를 12만대 이상 유치하기로 했다. 내항은 지난해 환적 자동차 약 10만대를 유치하는 등 자동차 수출입 항만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왔으며 IPA는 이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국내·외 자동차 운반 선사 대상 마케팅을 확대한다. 아울러 자동차 화물 유치에 필수적인 야적장 확보를 위해 내항 내 유휴부지(약 39000㎡)를 자동차 야적공간으로 추가 조성하고 인천항 북항 활성화를 위해 철강원자재 등 특수화물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IPA는 올해 초 북항 부두 내 일부 시설(약 3000㎡)을 야적장으로 전환하는 등 화물 유치에 필요한 야적장을 단계적으로 확충하고 하역장비 현대화 사업 등을 활용해 하역능력을 제고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IPA는 벌크화물 하역사들이 건의한 신규화물 유치 인센티브 방안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중 지원방안을 마련해 업계와 논의할 계획이다. 김상기 IPA 운영부문 부사장은 “인천항 벌크화물의 지속적인 물동량 감소와 세계 경제 환경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IPA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부두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운영사와의 소통을 강화해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하고, 벌크 물동량 창출을 이끌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EE칼럼] 지금은 NDC보다 AI가 먼저다

문명의 발달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과정이다. 증기기관, 내연기관, 전기와 같은 획기적인 기술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화석에너지에 의해 탄생한 산업혁명은 각종 기계의 발명을 통해 인간의 육체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인류는 또다시 새로운 혁명의 문 앞에 서게 됐다. 바로 인공지능(AI) 혁명이다. 이번에는 인간의 또 다른 한계인 지적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과정이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계산을 넘어 패턴을 학습하고, 창의적인 문제 해결을 돕는다. 인간의 분석 능력 범위를 넘는 방대한 데이터를 가뿐히 처리하며, 의료·과학·예술 등 지금까지 고유한 지적 영역으로 인식되던 분야까지 인간을 대체할 태세다. 산업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AI 혁명에도 에너지 소비의 폭발적 증가가 예상된다. 인간의 몸에서 사용되는 에너지 중 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5% 정도다. 이는 몸 전체 근육이 사용하는 에너지의 양과 거의 맘먹는 수준이다. 조금은 생뚱맞게 들리겠지만, 인간의 뇌 활동을 대체하는 기술혁명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AI 혁명에는 엄청난 전기 에너지가 필요하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부 산하 버클리 국립연구소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2028년까지 최대 132GW에 이를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작년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전력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신청 건수가 732개이고 여기에 필요한 전력은 49.4GW에 이른다. 여기에 AI 혁명을 뒷받침할 반도체를 생산할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서 필요한 전력 10GW는 별도다. 작년 최대전력수요 93.2GW와 비교하면 엄청난 크기다. AI 혁명에 성공하려면, 새로운 차원의 전력 공급 체계를 갖춰야 한다. 지금까지 추세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AI 혁명 전과 후의 경제체제는 완전히 다른 구조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경로 파괴적 사고의 전환이 요구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너지 비상사태 선언이 상징적 사건이다. 에너지가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미국이 에너지 부족으로 AI 혁명에서 낙오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우리나라는 더욱 절박하다. AI 관련 산업 비중이 높은 가운데 국가 경제의 해외 의존도도 높아, AI 혁명에 실패하여 경쟁력을 상실하면 바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미국보다도 비상한 자세로 에너지 확보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하지만, 한가롭기 그지없다. 최상위 에너지계획으로 볼 수 있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 1년 8개월이나 지연된 지난달 21일에 늦장 확정될 정도로 긴장감이 없다. 내용도 현실과 딴판이다. 2038년까지 데이터센터에 의한 추가 수요 전망이 4.4GW이다. 앞서 소개한 입법조사처 2029년 전망치 49.4GW와 비교해 10배 이상 낮다. 물론, 부지 선점을 노린 데이터센터 신청에 근거한 입법조사처 전망에는 허수가 많다지만. 10배 이상 차이는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여기에 올해 유엔에 제출할 2차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정하고 있는 탄녹위는 한술 더 뜬다. 발전 부문에서만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65% 감축을 목표로 검토하고 있다. 현재 계획된 신규 원전이 고작 2기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재생에너지 올인을 의미한다. 2030년까지 44% 감축하는 1차 NDC도 재생에너지 비중을 21.6%로 올려야 달성된다. 그러나 2023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9.6%에 지나지 않으므로, 매년 거의 7GW씩 늘려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불가능해 보인다. 더욱이 고작 이용률이 20% 내외일 정도로 간헐성이 극심한 태양광, 풍력으로 24시간 중단 없이 가동되어야 하는 데이터센터, 반도체 클러스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배터리 등 보완 설비가 꼭 필요하지만 이에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현재와 같은 에너지계획을 고집하면, AI 혁명에서 필패한다. NDC도 중요하지만, AI 경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AI 경쟁에서 중국을 이기기 위해서는 에너지를 가려가며 사용할 여유가 없다고 선언한 이유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잠시 시간을 벌었다. NDC를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조정하고, 재생에너지 올인 정책에서 벗어나 AI 혁명에 필요한 충분한 전력 공급에 나서야 한다. 어쩌면 AI가 기후변화의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다. AI의 도움으로 꿈의 에너지 기술인 핵융합이나 초전도체 개발을 앞당겨 기후변화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에는 NDC보다 AI가 먼저로 보인다. 박주헌

41년 만의 대한항공 새 얼굴…조원태, ‘미니멀리즘’ 녹여냈다

“새로운 기업 이미지(CI)에는 많은 소망을 담았습니다. 대한항공이 오랜 시간 지켜온 안전과 고객 감동을 담을 수 있기를, 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항공사로서 미래를 향한 기대와 역동성이 더해지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하나로 되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1일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공항동 본사 5층 강당에서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CI를 선보였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의 더 큰 목표와 비전을 담은 새로운 CI에 많은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장성현 대한항공 마케팅·IT 부문 부사장은 “지난 3년 간 많은 노력과 실패를 거쳐 CI를 만들었기 때문에 자랑스럽고 또 떨리는 마음에서 공개한다"며 “대한항공은 태극 심벌의 교체가 아닌 변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현재적 이미지와 역동성을 부여해 최근 주요 브랜드의 트렌드로 추구하는 모더니즘과 미니멀리즘을 반영하고, 대한항공의 고유의 유산(헤리티지)을 유지하면서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프리미엄 글로벌 항공사라는 이미지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설명이다. 장 부사장은 또 “국적기로서의 프리미엄을 유지함과 동시에 모던한 특성을 살린 로고 타입을 제작했다"며 “격식과 대상 간의 균형을 갖춘 디자인 형태로 부드러운 형태의 연결점, 한글의 유명한 붓터치로 마무리 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번 로고 타입은 한국을 외국에 현대적 방식으로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라는 점에 착안했다는 점도 부연했다. 장 부사장은 “2D·3D 모티프만 보고도 대한항공임을 알 수 있도록 특별한 디자인을 요소로 꼽았다"며 “3D 모티프는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서, 2D 모티프는 디지털 환경이 점점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홈페이지·모바일·스카이패스 광고 등 제반 영역에 활용할 예정"이라고 첨언했다. 프리미엄 항공사로의 도약을 위해 기내 기물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리뉴얼했다. 우선 해외 유수 브랜드와 협업해 최고급 기내식에 어울리는 식기를 엄선했다. 일등석 고객은 세계적인 프랑스 명품 브랜드 베르나르도 차이나 웨어와 크리스토플 커트러리, 독일 리델 와인잔을 사용하게 되고 프레스티지석 승객은 아르마니 까사 식기와 와인잔 서비스를 받게 된다. 편안한 여행을 위해 상위 클래스 베딩은 이탈리아 럭셔리 침구 브랜드 프레떼 제품을 도입한다. 특히 일등석에는 기능성 신소재를 적용한 매트리스와 프레떼 편의복을 서비스해 더욱 쾌적한 경험을 선사한다. 기내 편의용품을 담은 상위 클래스 어메니티와 파우치는 영국 하이엔드 브랜드 '그라프'와 협업했다. 어메니티 파우치는 네이비·그린·블랙 3종 색상을 8개월마다 바꿔 제공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의 ESG 경영 방침에 따라 어메니티 구성품의 비닐 포장을 최소화하고, 칫솔 손잡이·안대·이어 플러그 케이스 등에 친환경 소재를 활용했다. 리뉴얼 된 기내 서비스는 오는 12일 미국 뉴욕·프랑스 파리·영국 런던 등 장거리 주요 10개 노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부터 장거리 전 노선, 올해 9월부터는 중·단거리 모든 노선에서 신규 서비스를 차례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한편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조 회장이 직접 나섰다. 올해 하반기에는 한진그룹 창립 80주년을 맞는다. 이와 관련한 특별한 행사나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조 회장은 “CI 행사가 끝나고 나면 바로 80년 기념 행사 준비에 착수한다"며 “조중훈 창업주 회장과 조양호 선대 회장이 이끌어 온 발자취를 밟으며 흥미로운 자리를 만들고자 준비 중"이라고 답변했다. 아시아나항공 통합 이후가 아닌 현 시점에 CI와 기업 가치 체계를 바꾼 이유에 대해서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한데, 양사 직원들이 상당히 들떠있기도 하고 자신감도 넘치는 시기"라며 “미리 다져두고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으로 가기 위함"이라고 화답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외주 정비 비중이 높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조 회장은 “통합이 된 이후에도 정비에 대해 투자를 계속 지속적으로 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2027년 경 완전 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승무원 유니폼에 관해 장 부사장은 “추후 별도의 기자 간담회 시간을 갖고 출입 기자들에게 가장 먼저 선보이겠다"고도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항공, 최신예 787-10부터 새옷 입혔다

“그동안 사용한 기업 이미지(CI)는 40여년 전 제작돼 전 세계 어디서나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심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여행을 생각하면 대한항공의 태극 마크를 함께 떠올릴 정도로 오랜 시간 사랑해 주셨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여 앞으로의 50년을 이끌어갈 새로운 비전과 미션이 요구돼 이와 함께 CI도 리뉴얼할 필요가 있었으며, 새로운 CI는 기존 태극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간결하고 현대적인 형태로 변화를 추구한 결과입니다."(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12일 대한항공은 전날 신규 CI 공개 행사의 세 번째 세션인 'KE 라이징 나이트' 시간에 새 CI를 입힌 항공기 도장(리버리)도 공개했다. 행사에는 조원태 회장·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주요 내빈, 취재진 등 1800여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격납고 뒷편을 가리고 있던 천막이 걷히며 보잉 787-10(HL8515) 여객기가 등장했다. 이는 지난해 7월 19일 도입된 대한항공의 최신예 기재로, 김해 테크 센터에서 도장 작업을 거쳤다. 조원태 회장은 하늘색 상단부가 회사의 유산의 일부이고, 이를 유지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파란색과 전체 도색 항공기 디자인을 유지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느낌을 주기로 했고, 항공기용 특수 페인트를 맞춤형으로 개발해냈다. 그 결과, 메탈릭한 특성을 부여하고 현대적이며 대담하고 고급스러운 방식으로 파란색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에 더해 조명 덕분에 더욱 빛이 났고,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본 것보다 훨씬 예쁜 자태를 자아냈다. 새로운 태극 마크의 디자인 특징을 항공기 도장에도 적용해 부드러운 곡선이 동체를 가로지르게 했다. 종래까지는 동체와 엔진, 수직 미익 등 기체 외부에 태극 무늬의 프로펠러를 형상화 한 기업 이미지(CI)와 굵은 글씨체로 'KOREAN AIR'라고 쓰여있었고, 대부분을 덮고 있던 하늘색 부분 아래에는 일직선으로 뻗은 회색 부분이 있었다. 이번에는 치트 라인 없이 하늘색에서 백색으로 바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의 새로운 항공기 도장은 대한민국 대표 항공사로서의 자신감을 나타내기 위해 로고 타입 'KOREAN'을 굵게 표현했다. 이 같은 방식은 주요 글로벌 항공사들도 사용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예로는 아메리칸항공(American)·스위스항공(Swiss)·오스트리아항공(Austrian)·타이항공(Thai)' 등이 있다. 장성현 대한항공 마케팅·IT 담당 부사장은 “매우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입찰과 평가 과정을 진행했다"며 “항공업계에서 쌓아온 뛰어난 전문성이 돋보였고, 디자인 철학 역시 잘 맞다고 판단해 가장 긴밀하게 일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던 리핀코트와 손잡았다"고 말했다. 리핀코트는 대한항공과 조인트 벤처(JV)를 체결한 미국 델타항공 브랜드 디자인 작업을 수행한 회사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리핀코트에 브랜드 현대화 과제를 부여했고, 이는 재창조가 아닌 중요한 변화가 있음을 알리는 작업이었다. 새로운 CI와 로고는 현대화를 대표하며, 단순화를 강조하고 변화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기존의 출발점을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태극을 바탕으로 독창성을 더하고 세련된 형태로 나타내기 위한 방법은 '덜어내기'였다는 게 리핀코트 측 설명이다. 리핀코트 디자이너들은 “태극의 내외부에서 아름다운 움직임을 포착했고, 한국의 전통적인 민속놀이인 상모놀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상모꾼 의상 중 길게 늘어진 띠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우아함과 에너지를 가져와 태극 무늬를 만들어보자는 발상에서다. 이 같은 고민의 결과, 수백개의 디자인 중 살아남은 건 여러 요소들을 걷어내고 복잡해보이는 부분을 없애고 핵심적인 움직임만 남긴 도안이었다는 전언이다. 대한항공은 시각적 전달 효과를 높이기 위해 △심벌과 로고 타입 'KOREAN AIR'를 모두 표기한 방식 △심벌과 로고 타입을 'KOREAN'으로 간결하게 표현한 방식 △심벌만 사용한 방식 등 3가지 단계로 구분해 사용할 계획이다. 폰트 디자인과 관련해서는 태극과 태극 디자인의 디테일이 반영되도록 했고, 달튼 마그와의 협업을 통해 글자의 조합이 복잡한 한글 서예 스타일의 균형을 적절히 반영하는 것에 집중했다고도 했다. 장성현 부사장은 “우리의 CI 변경은 겉으로 보이는 변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이번 여정에 함께한 임직원들의 내적 변화까지 표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기홍 부회장은 “새로운 CI는 통합 대한항공의 출발점이고, (아시아나항공과 자회사를 포함한) 새로운 가족을 맞이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며 “모든 임직원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더 안전하고 편안한 여행이라는 하나된 꿈을 마음에 새기게 됐다"고 설파했다. 조원태 회장은 “새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항공사가 되는 것은 대한항공이 꼭 가야 할 길"이라며 “그간의 성원과 신뢰를 보내준 모두와 함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하늘길을 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르포] 대한항공 신규 기내식… 3만5000피트 상공서 파인다이닝 즐긴다

“좀 더 교감 있는 서비스를 해야겠다 싶어 객실 승무원들이 손님들과 직접 대화를 하며 요리를 제공하는 등 파인 다이닝에서 느껴볼 수 있는 요소를 극대화 하는 데에 주안점을 뒀습니다."(김세경 세스타 오너 셰프) 12일 대한항공은 그랜드 하얏트 인천에서 기내식 신 메뉴를 전날 공개했다. 신규 기업 이미지(CI) 론칭을 계기로 보다 고급화한 기내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페이시 기내 서비스·라운지 부문 부사장은 “메뉴에 관한 당사의 철학은 '진정성'이고, 고전적인 레시피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음식이 진정 빛날 수 있도록 깔끔하고 우아한 프레젠테이션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의 요리가 아닌 전체적 '경험'에 집중했고, 김세경 셰프와 협력해 메뉴를 만들었다"며 “3만5000피트 상공에서도 최고 품질의 요리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대한항공 측은 사전에 신규 기내식 소개 행사에 오는 출입 기자들을 대상으로 2종의 시식 메뉴를 제공한다고 밝히며 양자택일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어를 넣어 지은 영양밥을 중심으로 하는 한식 정찬과 모로칸 스타일로 구워낸 양갈비 스테이크가 메인 디쉬로 구성된 양식 중 기자는 후자를 선택했다. 대체로 저비용 항공사(LCC)를 선택해왔고, 풀 서비스 캐리어(FSC)는 비즈니스석은 커녕 이코노미석만 타봤던 만큼 머리털 나고 처음 경험해보는 일등석 서비스였다. 신 메뉴 개발을 고급 파이닝 셰프에게 맡겨서일까, 과연 다양한 조리법이 적용된 제철 식재료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나온 '어뮤즈 부쉬'인 게살 레몬 바이트는 해조류를 여러 장 겹쳐놔 두께가 느껴졌다. 그 위에는 게살과 레몬 크림이 어우러져 있었고, 사이에는 투명한 젤리와 비슷한 분리막이 있어 재료 간 섞임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해줘 파인 다이닝의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새우 완두콩 무스 타르트는 해산물의 식감을 크리스피한 장식으로 보강한 듯 했다. 전복 계란찜은 웬만한 카페에서 파는 푸딩보다 더 부드러웠다. 얇게 저민 전복살에서 배어나온 수분이 바다의 맛을 더해줬다. 전복살은 연한 식감을 보였고, 아래에 깔린 은행 세 알은 이스터에그 같았다. 전채였던 조개 관자 카르파치오는 확실히 레몬 맛과 알싸한 고추의 캡사이신 맛이 뒤섞였고 강했다. 얇게 썬 조개관자는 살짝 얼얼함을 뿜어냈다. 연어알로 데코레이션, 훌륭했다. 높은 하늘을 하는 기내에서의 맛이 궁금해졌다. 주 요리인 모로코식 양고기는 지방질이 적당히 섞여 부드러운 갈비살이었다. 레어와 미디엄 웰던 사이의 굽기로 나왔고, 쌀밥 대신 브로콜리를 갈아둬 탑승객의 건강까지 챙기는 듯 했다. 쇼비뇽 와인까지 곁들였고, 한입 크기의 디저트 덕분에 깔끔하게 식사를 끝낼 수 있었다. 한편 대한항공은 2022년 10월 마크 알머트 보르 오 락 수석 소믈리에를 초빙해 기내 와인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을 진행한 바 있다. 통상 기내는 지상 대비 건조하고 기압이 더 낮으며, 엔진 구동음 등 비교적 큰 소음에 노출된 환경이다. 전반적으로 음식의 간은 평소 먹는 음식보다 센 느낌이 들었다. 이와 관련, 본지는 신 메뉴 개발에 있어 습도·기압 등 기내 환경에 대한 고려 여부와 기내 와인들과 페어링이 잘 되도록 한 것인지, 반영된 기본 철학 등에 대해 질의했다. 김 셰프는 “파인 다이닝에 대한 경험치를 좀 더 높여보자는 취지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대한항공 씨앤디(KCND)와 고민을 많이 했다"며 “메뉴 개발 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이하 임원들과 비행기를 타보며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고 답변했다. 또한 “일등석과 비즈니석에서 제공하기 시작한 김치는 특정 지역의 맛이 강하지 않게 호불호가 갈리지 않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대한항공 신규 기내식 서비스는 오는 12일 미국 뉴욕·프랑스 파리·영국 런던 등 장거리 주요 10개 노선에서 만나볼 수 있다. 대한항공은 올해 6월부터 장거리 전 노선, 올해 9월부터는 중·단거리 모든 노선에서 신규 서비스를 차례로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경콘진, 용인대와 업무협약 체결...인재 양성 및 협력 강화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최근 용인대학교 총장 접견실에서 용인대학교(총장 한진수)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2잏 밝혔다. 경콘진에 따르면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산업 및 학계 교류 활성화, △콘텐츠·문화예술 및 AI·SW 분야 전문 인력 양성, △AI 기반 콘텐츠 및 문화예술 분야 공동 사업 추진, △대학의 콘텐츠·문화예술 및 디자인, 인공지능 교육 역량 강화,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협력, △지역 특화 콘텐츠 인재 양성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바탕으로 콘텐츠 산업과 학계의 협력을 확대하고 콘텐츠와 문화예술, AI 및 SW 분야에서 전문 인재를 양성하며 AI 기반 콘텐츠 및 문화예술 분야에서 공동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대학의 콘텐츠, 문화예술, 디자인, 인공지능 교육 역량을 강화하고 지역 특화 콘텐츠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하는 데 협력할 예정이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교육과 산업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지속적인 협력을 이어가며 경기도 콘텐츠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창의적인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탁용석 경콘진 원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경기콘텐츠진흥원과 용인대학교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문화 예술과 AI 기술이 융합된 환경에서 창의적인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정치권 “사법·금융당국서 MBK 사기 의혹 수사해야”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법정관리(기업회생) 신청에 따른 논란이 커지면서 정치권에서도 MBK 책임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피해가 예상보다 크다는 우려가 이어지면서 여야가 한목소리로 최대주주 MBK의 사기 의혹에 대해 사법·금융당국의 신속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김병주 MBK 회장은 국회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시에 MBK가 강행하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가기간산업이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을 투기 자본 MBK에 넘어가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11일 재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이번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킨 MBK파트너스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여당에서는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MBK파트너스가 대주주인 홈플러스가 기업채권 사기발행 의혹에 휩싸였다"며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홈플러스의 사기성 채권 발행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수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MBK가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 직전인 지난달 25일, CP와 전자단기사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은 사기에 가깝다는 금융계의 지적이 많다"며 “MBK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지만 이미 부채비율이 1400%에 달하고 상거래 채권 상환까지 지연되는 상황에서 이를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MBK가 고려아연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고 있는데, 부도덕한 투자자본에 국가기간산업이 넘어가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오늘 개회되는 정무위원회의 증인 출석 요구에 응하고, 국민 앞에 나와 답할 것을 촉구한다"며 “책임 있는 경영을 주장한 MBK가 이번 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철저히 따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의원은 “홈플러스 사태는 단순한 경영 실패가 아니라 사모펀드의 먹튀 자본 폐해"라며 “민주당은 한국경제가 사모펀드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방관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앞서 민주당은 홈플러스 기업회생 신청 사태와 관련해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당 차원의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CP 투자자의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인데 동양증권 사태처럼 사기성이 될 수도 있다"며 “법정관리 일주일 전에 CP 일반투자자에게 말도 하지 않고 파는 것이 이상하다. 피해자들의 고발 등 형사고발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는 다음 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최대 주주인 MBK를 대상으로 긴급 현안 질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소환할 방침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장·노년층 디지털 소외 심화…“기업 디지털 포용 기술 적용 확대해야”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가운데 노년층을 비롯한 정보취약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산업계는 이들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지만, 노년층 특화 기술은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계의 움직임을 뒷받침할 정부 정책의 한계도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1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의 '2023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노년층의 디지털정보화 역량이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컴퓨터·모바일 이용 능력을 의미한다. 평균 수치를 100으로 환산했을 때, 60대는 61%·70대 이상은 30%로 집계됐다. 20·30대가 130%를 돌파한 것과 대조적이다. 접근성 문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지만, 활용·역량 측면에서 심각한 격차를 보였다. 코로나19 이후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디지털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해 통과된 '디지털 포용법' 또한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디지털 포용은 모든 사람이 기술·시스템을 동등하게 누리고, 충분한 활용 능력을 갖추도록 보장하는 것을 뜻한다. 법안은 이를 토대로 제조·운영사에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기준을 준수한 제품 개발 의무를 부여한다. 특히 '이용자 조작에 따라 서류 발급, 정보 제공, 상품 주문, 결제 등의 사항을 처리하는' 키오스크로 규정한 게 특징이다. 위반 시 시정명령과 함께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이에 정보기술(IT) 업계를 중심으로 정보취약계층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계층별 특성을 고려한 기술 개발을 중점 추진하는 모습이다. 이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감각에 맞춘 서비스를 만들어 선택권을 넓히고, 시·공간적 제약 없이 제품을 이용하는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설명이다. KT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 10일 노년층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114 번호로 카카오 택시를 호출하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고객이 114에 택시 호출을 요청하면, 전문 상담사가 이를 진행한 후 배차 성공 여부와 예상 도착 시간, 차량번호 등을 안내하는 시스템이다. 네이버는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대화 가이드를 토대로 자폐 아동과 부모의 의사소통을 돕는 액세스 토크(AACessTalk)를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대화의 내용과 맥락을 분석해 개인화된 어휘·가이드를 양측에 제공, 의사소통에 대한 부모의 부담을 완화시킨다는 설명이다. 게임업계 또한 색약 보정 기능 등 배리어 프리(Barrier-free, 물리·심리적 장애물을 없애 사회적 약자의 편의성을 높이는 것) 적용 범위를 넓혀 게임 접근성을 개선하고 있다. 디지털 포용법 시행을 1년가량 앞둔 만큼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로썬 노년층 특성을 고려한 기술 및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들의 경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보단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숙련도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활용 역량을 일부 개선할 순 있으나,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포용법의 정책적 한계 보완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견·중소기업의 경우 의무대상 등 기준이 모호해 대응 방안 모색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특히 과기정통부 산하 정보통신전략위원회가 법안 심의를 주도하도록 명시돼 다른 정부부처 및 산·학·연과의 협력 방안이 구체화돼 있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서비스 확산 과정에서 체계 공백이나 새로운 규제가 발생할 수 있다. 송민호 한국디지털포용협회장(경기대 교수)은 “초고령 사회 진입 단계임을 감안하면, 장·노년층을 위한 디지털 포용 기술을 개발하는 게 급선무로 보인다"며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단순화하거나 음성 지원 기능 등 보조 기술을 추가하는 방식의 기술 설계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송 협회장은 이어 “포용법의 경우 정부 주도의 톱다운 방식이 주가 돼 민간·산업계와의 협력 방안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의 궁극 목표 달성을 위해선 민관산학 협력 거버넌스를 체계적으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냉장고 시장 2배 커진다는데···‘수출 코리아’ 계산 복잡해진다

전세계 냉장고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관련 기술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고민에 빠졌다.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점은 알지만 무게·관세 등에 따른 장벽이 워낙 많아 맞춤 전략을 짜기 쉽지 않아서다. 삼성·LG전자는 일반 냉장고보다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스마트 제품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다양한 시장 환경을 살피며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1일 시장조사업체 GMI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글로벌 냉장고 시장 규모는 1230억달러(약 180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가정용이 70%, 상업용이 30% 가량을 차지했다. 2034년에는 이보다 2배 이상 뛴 2850억달러(약 416조원) 크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이 9%에 이르는 셈이다. GMI는 냉장고 수요가 늘어나는 원인으로 소비자의 건강 의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과 제품 기술에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상황을 꼽았다. 개방도상국부터 선진국까지 대부분 나라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삼성·LG전자는 해당 시장에서 최상위권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확한 통계가 나오는 북미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20.9%로 1위, LG전자가 18.8%로 2위를 차지했다. 월풀, 제너럴일렉트릭(GE), 일렉트로룩스, 히타치, 파나소닉, 하이얼 등이 주요 경쟁 업체로 꼽힌다. 문제는 각 국가별 선호 제품군이 워낙 다양한데다 무게·관세 장벽까지 있어 정형화된 수출이 힘들다는 점이다. 대형 냉장고의 경우 부가가치에 비해 물류비가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수요처에서 현지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냉장고 부품에 대한 관세 장벽을 세워둔 경우가 많다. 이밖에 소득 수준에 따라 단순 냉장 기능이 들어간 제품만 원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습도 제어 같은 고급 식품 보존 기술이 필요한 곳도 있다. 선진 시장에서는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 기술을 넣은 스마트냉장고가 각광받고 있다. 작년 전세계 스마트냉장고 시장 규모는 34억달러(약 5조원)로 전체의 2.8% 가량에 불과하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11.9%로 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발간한 해외 시장 동향 보고서를 봐도 각 나라별 '맞춤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2023년 시장 규모 16억4000만달러)은 더운 날씨에 국민소득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며 냉장고 판매가 늘어나는 곳이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체결로 관세 장벽은 없지만 베트남 현지 생산(61%)과 중국산 점유율(24%)이 한국산(5%)을 압도하고 있다. 전기 요금이 높고 일부 지역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해진다. 인구 1억7000만명이 넘는 방글라데시에서는 41.3%만이 냉장고를 보유하고 있다. 밸류체인을 분석해보면 냉장고 생산 부품·원료의 90% 이상이 수입되고 있어 현지 생산 방식을 검토할 수 있겠다는 분석이다. 인도네시아(2024년 시장 규모 9억7000만달러) 역시 연평균 12.5% 가량 냉장고 수요가 뛸 것으로 관측된다.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62%), 태국(27%) 업체들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삼성·LG전자 등 대기업은 일단 '고급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신제품에 보안 솔루션 '녹스', 기기 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스마트싱스', AI 음성비서 '빅스비' 등을 적용했다. LG전자의 경우 AI 기술을 고도화하는 한편 빌트인 스타일 등 디자인 경쟁력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소형 프리미엄 제품을 포함한 다양한 제품의 해외 수출 또는 생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김치냉장고 명가'로 유명한 위니아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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