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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 中에 잠식···지원 확대 시급”

국내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빠르게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에너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태양광 모듈 보급량 현황'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태양광 보급시장에서 국산 모듈 비중은 2019년 78.4%에서 지난해 41.6%로 급감했다. 중국산 점유율은 같은 기간 21.6%에서 58.4%까지 증가했다. 국내 태양광 기술 수준은 세계 최고 수준의 약 90%에 달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 태양전지, 모듈, 인버터 등에서 일정 수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산화율이 하락하고 있어 기술력과 시장을 동시에 지켜낼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 의원은 “재생에너지 확대는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한 핵심 전략"이라며 “국내 산업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해외 의존도가 심화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 정책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산 태양광 모듈 보급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과 연구개발(R&D)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기후테크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탄소중립과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D, 국내 전 사업장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최고 등급 획득

LG디스플레이는 파주·구미 사업장을 대상으로, 응용 안전 과학(Applied Safety Science) 분야의 국제 공인 기관인 'UL솔루션즈'로부터 '폐기물 매립 제로(ZWTL)' 인증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고 22일 밝혔다.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은 기업의 자원 순환 노력을 평가하는 국제 표준이다. UL솔루션즈가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을 소각·매립하지 않고 재활용한 비율을 검증해 실버(90~94%), 골드(95∼99%), 플래티넘(100%) 등급을 부여한다. 파주 사업장은 지난해 처음으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 데 이어 올해 갱신에 성공했고, 구미 사업장 역시 폐기물 재활용률을 크게 끌어올렸다. 이로써 LG디스플레이 국내 전 사업장이 플래티넘 등급을 갖추게 됐다. LG디스플레이는 소각·매립되던 폐기물이 재활용될 수 있도록 제품 설계, 제조부터 처리 단계에 이르기까지 전사 차원의 자원 순환 과제를 발굴해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유리와 폐합성수지는 협력사와 함께 처리 공정을 개선해 플라스틱과 비닐 등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공동 특허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매립량 제로화(0%)에 성공했다. 또, 폐기물 발생부터 처리까지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자체적으로 개발해 운영한다. 나아가, LG디스플레이는 폐기물 발생을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품 개발, 공정 개선 등의 노력을 이어가며 눈에 띄는 성과도 거두고 있다. 2024년 LG디스플레이 국내 전 사업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약 9만6000톤으로, 2022년(약 12만8000톤) 대비 25% 이상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해외 모든 생산 법인에 대해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을 취득하고, 2030년까지 국내외 전 사업장에서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LG디스플레이는 폐합성수지류에 대해 '순환자원 품질인증'도 추가로 획득하며 자원 순환 실천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순환자원 품질인증'은 환경부 산하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유해물질과 이물질이 포함되지 않는 폐기물에 부여하는 인증이다. 이 인증을 받은 물질은 폐기물이 아닌 자원으로 인정된다. LG디스플레이는 이를 통해 연간 약 600톤의 폐기물을 감축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며 자원과 에너지가 선순환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군인·경찰·소방·교정 공무원 대상 ‘최대 50% 할인’ 행사

삼성전자가 군인·경찰·소방·교정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제 2회 'K-히어로 페스타(K-Hero Festa)' 프로모션을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한다고 22일 밝혔다. 지난해 처음으로 실시된 K-히어로 페스타는 국군의 날(10월 1일), 경찰의 날(10월 21일), 교정의 날(10월 28일), 소방의 날(11월 9일) 등을 앞두고 국가 안보와 국민 안전을 위해 헌신하는 공무원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한 행사다. 특히, 올해는 보다 많은 공무원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육군·공군·해군의 일반 병사까지 혜택의 범위를 확대했다. 11월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TV △냉장고 △세탁건조기 △식기세척기 △인덕션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다양한 최신 제품을 출고가 대비 최대 50% 할인된 가격으로 만날 수 있다. '98형 QLED 4K TV'는 기준가 대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만날 수 있고, '비스포크 AI 냉장고 4도어' 구매시에는 약 4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올해 출시한 '갤럭시 S25 시리즈'와 '갤럭시 Z 폴드 7·Z 플립7'을 비롯해 '갤럭시 북5 프로', '갤럭시 탭 S10 시리즈', '갤럭시 워치8 시리즈' 등 모바일 제품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선보인다. 이와 함께 행사 제품 구매 대상자에게는 추가 7% 할인 쿠폰이 제공되며, 카드 청구할인 혜택도 새롭게 도입해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도 낮췄다. 행사 대상자는 삼성전자가 기업 간 거래(B2B) 고객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삼성전자 패밀리몰'에 접속 후 별도 마련된 이벤트 메뉴를 통해 다양한 혜택으로 삼성전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김성욱 삼성전자 부사장은 “이번 'K-히어로 페스타'는 고객 여러분이 지난해 보내주신 성원에 보답하고자 일반 병사까지 대상을 넓히며 혜택을 한층 강화했다"며 “나라와 국민을 위해 애쓰시는 많은 분들이 삼성전자의 다양한 제품을 특별한 혜택과 함께 경험하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SDS, 아시아 최대 보험 콘퍼런스서 AI 동시통역 서비스 제공

삼성SDS가 오는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에서 개최되는 태평양 보험 콘퍼런스(이하 PIC)에서 인공지능(AI)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22일 밝혔다. PIC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보험 산업 콘퍼런스로, 이번 행사는 '변화의 리더십: 보험산업의 새로운 도약'을 주제로 진행된다. 80개 관련 기업 및 기관의 최고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삼성SDS는 생성형 AI 기반 협업 솔루션 '브리티 코파일럿(Brity Copilot)'을 활용해 영어·일본어·중국어·한국어 4개 언어의 AI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한다. 콘퍼런스 참가자들은 무선 리시버를 이용해 본인이 원하는 언어 채널을 직접 선택하고, 브리티 코파일럿이 제공하는 AI 동시통역을 실시간으로 청취할 수 있다. 브리티 코파일럿은 메일, 메신저, 영상회의, 문서관리 등 기업의 공통 업무에 생성형 AI를 접목한 협업 솔루션이다. 현재 사용자가 설정한 업무 목표를 기초로 스스로 판단해 업무를 수행하는 '퍼스널 에이전트(Personal Agent)'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행사는 삼성SDS가 준비 중인 '퍼스널 에이전트'의 '인터프리팅 에이전트' 기능을 대규모 국제 행사에 적용한 첫 번째 사례다. 인터프리팅 에이전트는 현재(독일어, 베트남어, 스페인어,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등) 7개 언어의 실시간 통역을 지원하며, 11월까지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17개 언어로 확대될 예정이다. 삼성SDS는 이번에 선보인 인터프리팅 에이전트 외에 업무 상황에 따라 활용이 가능한 '브리핑, 앤서링, 큐레이팅, 보이스 에이전트'도 연말까지 출시할 계획이다. 송해구 삼성SDS 솔루션사업부장(부사장)은 “삼성SDS의 동시통역 서비스는 국제 행사에서 활용될 만큼 품질을 입증 받았으며, 향후 기업들의 해외 파트너와의 협업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순차적으로 출시될 퍼스널 에이전트를 통해 기업의 업무 혁신을 지원하고 관련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파나소닉·히타치 등 ‘각양각색’ 마케팅···자리 못잡는 K-가전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세탁기 업체들은 사회공헌활동을 비롯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한 노력을 다양하게 기울이고 있었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 대응 차원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잡았다. 삼성·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아직까지 일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최근 일본에서 '순환경제'에 초점을 맞춘 홍보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가전제품을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며 자신들이 '가전제품 명가'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파나소닉은 순환 경제 지향 제조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난해부터 세탁기 등 가전 제품을 대상으로 '파나소닉 팩토리 리프레시' 캠페인을 시작했다. 반품된 가전을 '인증 중고품' 형태로 판매하는 게 골자지만 공장 직원들의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등 회사는 이 과정을 홍보 활동의 일환으로 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늘리려는 움직임도 엿보인다. 파나소닉 세탁기 및 건조기 'ALPHA 세트'가 최근 '2025년 레드닷 어워드' 제품 디자인 부문에서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Best of the Best)를 수상했다는 사실을 대대적으로 알리며 드럼세탁기 마케팅을 전개 중이다. 일본 도쿄 내 요도바시카메라(Yodobashi Camera), 빅카메라(Bic Camera) 등 대형 전자제품 매장에서도 파나소닉의 프리미엄 드럼 세탁기 라인업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히타치 역시 제품보다 기업 이미지 차원의 활동을 주로 펼치고 있다. 고객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라이프 솔루션 기업'이 되겠다는 기치 아래 각종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사 모두 세탁기 기업이라고 하기엔 사업 포트폴리오가 워낙 다양하다보니 꼼꼼한 내수 방어 전략을 펼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 세탁기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B2B 역량 강화를 위해 조직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공통점도 있다. 김현재 코트라(KOTRA) 도쿄무역관은 보고서를 통해 “최근 일본 가전업체들은 중국 기업의 시장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고기능 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일본 가전 시장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럼에도 '중국 세탁기 굴기'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가전업체들은 신규 진입 단계에서 저가 제품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쌓은 후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이센스와 하이얼은 드럼형 세탁·건조기를 일본에 투입하되 가격 인상폭은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인터넷 접속 기능이 탑재된 에어컨 등 첨단 제품에서도 중국산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 기업들은 일본 프로야구팀을 후원하는 등 현지 시장 침투력을 강화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김 무역관은 “일본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중국 브랜드 성장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은 지난 30년간 저물가·저금리 기조가 유지됐으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한 물가 상승이 발생하면서 소비자들의 절약 의식이 강해졌다"며 “이에 따라 저렴한 가격의 중국 제품이 인기를 끌었고 이는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설 자리가 점점 줄어든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가전 시장에서 철수했고 LG전자는 올해 초 12년만에 세탁기 분야 재진출을 선언한 상태다. 인공지능(AI) 기능을 넣는 등 '프리미엄 전략'을 짜고 있지만 이는 파나소닉, 히타치 등 현지 업체들과 겹치는 부분이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시장으로 알려졌다. 가전제품 뿐 아니라 자동차 등 다른 분야에서도 외국 대기업 제품 진입이 쉽지 않다. 시장조사기관 Spherical Insights에 따르면 일본은 소형 아파트와 주택 비중이 높아 공간 절약형 세탁기가 주로 소비되며, 전체 판매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가정 내 세탁기 보급률은 95% 이상으로 매우 높으며 세탁기의 사이클 역시 짧고 사용이 간편한 모델을 선호하는 편이다. 업계에서는 일본 TV 시장을 중국 업체들이 점령했던 과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일본 매체들은 TV 시장을 중국이 장악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세탁기 분야와 마찬가지로 저가 제품을 출시하는 동시에 현지 업체를 인수합병(M&A)하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점이 눈길을 잡는다. 아사히신문은 최근 “하이얼 일본 법인은 올해를 '제3의 창업' 시기로 규정해 판매 체제를 강화하고 있고 하이센스는 TV 인지도를 바탕으로 생활 가전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려 하는 등 중국 업체가 일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분석업체 BCN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TV 시장 업체별 점유율은 중국 하이센스 41.1%, TCL 9.7%로 조사됐다. 대만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 점유율도 20.6%에 달했다. 4대 중 3개는 중국·대만 제품이 팔리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 업체인 소니와 파나소닉 점유율은 각각 9.6%, 8.8%에 불과했다. 하이센스 점유율을 브랜드별로 보면 도시바로부터 인수한 레그자가 25.4%, 자체 브랜드는 15.7%였다. 하이얼, 메이디 등이 일본 가전 회사를 적극 인수하고 있는 만큼 세탁기 시장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예측이 가능해 보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K-가전 존재감 제로…‘갈라파고스’ 日 파고드는 차이나 머니

하이얼·메이디·하이센스·TCL 등 중국 가전 기업들이 전세계 세탁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아직 삼성전자와 LG전자 상품성을 따라오지는 못했지만 물량과 자본을 앞세운 공세가 꽤나 매섭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일본 도시바 가전사업부를 흡수하는 등 인수합병(M&A)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중국 세탁기의 글로벌화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기획 기사를 연재한다. 한국 가전기업의 '캐시카우'인 세탁기 분야에서 중국산의 약진 배경을 찾고 대응 방법을 찾는 차원이다. 주요 시장인 미국·일본에서 한·중 세탁기 진출상과 현지기업들의 방어 움직임도 소개한다. [도쿄(일본)=여헌우 기자] “12kg 세탁이 가능하고 6kg 건조도 되는 최신형 제품입니다. 파나소닉과 히타치 제품이 성능이 제일 좋은 편입니다." 9일(현지시각) 일본 도쿄에 있는 전자제품 매장 요도바시카메라(Yodobashi Camera)에서 “제일 좋은 제품이 뭐냐"고 묻자 직원이 한 말이다. 한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품보다 용량은 절반이고 성능도 떨어져 보였지만 가격은 40만엔(약 376만원) 안팎으로 매우 비쌌다. 그래서인지 좀처럼 고객들의 눈길을 받지 못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세탁기 코너에 유독 사람이 몰린 곳이 있었다. 중국 하이얼 등이 2만~3만엔(약 18만8000원~28만2000원)대 제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많은 고객들이 4~5kg 안팎 세탁이 가능한 소형 통돌이 제품들을 둘러보느라 바빴다. 통신 서비스를 이용하면 포인트를 준다고 외치는 통신사 영업사원들까지 몰려 가뜩이나 좁은 매장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같은날 방문한 빅카메라(Bic Camera) 매장에서도 '중국 세탁기 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이얼 제품이 곳곳에 자리 잡아 고객들을 유혹했다. 가격은 대부분 10만엔(약 94만원) 이하다. 아쿠아(AQUA) 브랜드는 모델 얼굴이 새겨진 전단지를 나눠주며 마케팅 활동을 전개 중이었다. 아쿠아는 일본 산요(Sanyo) 내 세탁기 브랜드였지만 2011년 중국 하이얼에 인수됐다. 다음날까지 도쿄 시내 전자제품 판매점들을 여럿 둘러보자 일본 세탁기 시장이 '갈라파고스화' 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마다전기 매장의 경우 '12kg급' 세탁기를 따로 모아 전시하고 있었다. 이보다 큰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드럼보다 통돌이가 더 많았는데 대부분 5kg 안팎 세탁 기능을 제공한다. 2~3kg 짜리 더 작은 제품도 많았다. 일본, 특히 도쿄는 주거 공간이 협소한 경우가 많아 세탁기 설치 공간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야마다전기 내 한 영업사원은 드럼세탁기 문을 양쪽으로 열어 보이며 “공간 활용도가 높다"고 소개했다. 한국인이나 미국인들은 반대쪽으로 세탁기 문이 열려야 할 이유를 모를 수도 있다. 30대 여성 A씨는 “도쿄에 있는 원룸 중에는 세탁기를 들여놓기 힘들 정도로 좁은 집도 상당히 많다"고 설명했다. 요도바시카메라, 빅카메라, 야마다전기, 에디온(Edion) 등 대부분 대형 매장에는 '일본인 1일 평균 세탁 용량' 등을 홍보한 문구가 적혀있다. 하루 한 차례 빨래를 한다면 큰 용량 세탁기가 필요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업체 별 경쟁은 엄청나게 치열했다. 크기, 종류, 브랜드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이다. 10만원대부터 400만원대까지 선택지도 너무 많다. 경쟁 상품들은 디자인과 모양이 거의 똑같아 브랜드 로고만 다른 경우가 대부분이다. LABI 이케부쿠로 본점이나 규모가 큰 빅카메라·요도바시카메라 매장에는 각 업체별 영업사원이 나와 있는 경우도 많다. '샤프'나 '도시바' 옷을 입은 직원이 소비자들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전자제품 매장을 6곳 이상 방문했는데 가장 친절하게 응대해줬던 이는 소프트뱅크 인터넷 영업사원이었다. 약정 계약을 하면 세탁기를 싸게 살 수 있다 언급하면서 각 제품에 대해서 설명해줬다. 상품성에 대한 판단은 쉽지 않아 보였다. 생김새와 용량이 똑같다보니 기업들은 '스테인리스 수조라 청결하다'거나 '플라즈마 클러스터 제균 탈취가 된다'는 식의 홍보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고가 제품만 자동 청소, 히터 센서 등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와중에 중국 기업들은 '자본 공세'를 펼치고 있었다. 대부분 가격이 저렴해 눈길을 끄는 제품은 하이얼이나 유통사 자체브랜드(PB) 제품이었다. RORO, 요도바시오리지널 등 통돌이는 10만~50만원 가량 가격에 판매 중이다. 요도바시카메라 이케하부로점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집이 좁아) 큰 세탁기가 필요 없다"며 “품질이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하면 충분하지 브랜드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전기공업회(JEMA)에 따르면 일본에서 팔리는 세탁기의 평균 단가는 10년 전 대비 50% 이상 높아졌지만 아직 9만5000엔(약 89만원)에 머물러 있다. 일본 세탁기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숙한 분야로 평가받는다. 보급률이 워낙 높고 소비자들 역시 고가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는 않아서다. 시장조사기관 Morder Intelligence에 따르면 일본 세탁기 시장 규모는 올해 22억4000만달러(약 3조1200억원) 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2030년에는 24억8000만달러(약 3조4600억원)로 커질 전망이지만 연평균 성장률은 2% 수준에 불과하다. 브랜드별 점유율 순위를 보면 파나소닉과 히타치가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샤프와 도시바가 뒤를 바짝 쫓고 있지만 이들은 각각 대만 폭스콘과 중국 메이디에 인수된 곳들이다. 현지 언론들은 최근 하이얼의 현지 공략이 거세다고 보도하고 있어 중국 기업·자본이 일본 세탁기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세탁기 굴기'는 수입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Global Trade Atlas 자료를 보면 지난해 일본의 세탁기 수입액은 1552억6900만엔(약 1조4600억원)에 달하는데 이 중 중국(1368억9400만엔) 비중은 88.2%에 달한다. 갈라파고스화된 일본에서 한국 기업들은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세탁기를 포함한 가전 시장에서 공식 철수했다. LG전자는 올해 초부터 고가 라인업을 들여보내며 다시 시장 재진입을 시도하고 있는 단계다. 일각에서는 일본 히타치가 가전 부문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인수 후보로 언급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이얼, 메이디 등 중국 업체들은 미국·일본 가전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사들이며 현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삼성·LG전자도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 진입 기회 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현대차, 전기차에서 럭셔리·고성능차로 ‘기어 변경’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숫자 목표'를 삭제하고, 고성능 브랜드 현대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에 무게를 실었다. 국내외 경기침체,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정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공제 종료, 보호무역 강화 등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위협하는 구조적인 복합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현대차의 결단이다. 더욱이 이같은 전략 선회는 단순한 목표 조정이 아니라 수익성 방어와 브랜드 가치 강화를 동시에 겨냥한 '리밸런싱'으로 해석된다. 2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뉴욕에서 열린 '2025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제네시스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오는 2030년까지 연간 35만대, 고성능 브랜드 N의 판매 목표를 10만대로 제시했다. 올해 목표와 비교해 제네시스는 55%, 현대N은 3배 이상 늘린 규모다. 눈에 띄는 점은 전기차 판매 목표가 아예 빠졌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2030년 전기차 200만대 판매'라는 장기 목표를 내세웠지만,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에 친환경차 전체 판매 목표를 2030년 330만대로 제시하며, 그 범위를 전기차(EV)에서 하이브리드, EREV(주행거리 연장형 EV)를 포함한 '친환경 포트폴리오'로 확장했다. 이는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더딘 캐즘 국면을 사실상 인정한 조치다. 업계는 이를 '수익방어 전략'으로 평가한다. 경기침체, IRA 세액공제 종료, 미국 관세 리스크 등 복합 위기 속에서 전기차 사업만으로는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현대차의 현실적 판단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에 제네시스와 N은 높은 마진율을 기대할 수 있는 시장이다. 현대차는 제네시스에 고성능 서브브랜드 '마그마'를 신설하고, 올해 첫 모델인 GV60 마그마를 출시해 전동화 럭셔리 시장에서 차별화를 노린다. 현대차는 올해 출범 10주년을 맞은 고성능 브랜드 'N'과 럭셔리 브랜드 '제네시스'의 성장을 미래 전략의 핵심축으로 삼았다. 현대 N은 모터스포츠 경험과 롤링랩(이동식 연구소) 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축적해 왔으며, 현재 5개 차종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2030년까지 7종 이상으로 넓힌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2만3000여대 판매에 그쳤던 실적을 10만대로 끌어올리며 글로벌 주요 시장을 넘어 호주·캐나다 등 신흥시장까지 외연을 확장한다. 고성능 하이브리드 모델 개발도 병행한다. N 브랜드의 고성능 퍼포먼스 파츠 비즈니스 역시 수익성을 강화하는 요소다. 단순 차량 판매에 그치지 않고 애프터마켓에서 추가 가치를 창출하면서 현대차 전반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창출한다는 구상이다. 제네시스는 8년 만에 누적 100만대 판매를 달성하며 프리미엄 시장의 톱10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판매를 2030년까지 35만대로 늘리고, '마그마'라는 고성능 트림을 추가해 브랜드 가치를 높일 계획이다. 올해는 'GV60 마그마'를 출시하고, 내년에는 세계 내구 레이스 최상위 클래스인 '르망 24시'에 도전하며 고성능 영역 확장을 시도한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글로벌 판매량 확대 및 생산 거점 확보,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현지화된 운영체계, 그룹사 시너지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자동차그룹 톱 3라는 위치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어 “불확실성의 시기를 다시 마주했으나, 이전의 경험처럼 또 한 번 위기를 극복하고, 변화를 주도하는 미래 모빌리티 회사로 거듭 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韓中 세탁기 전쟁] 中 ‘TV 굴기’ 무섭다···美 전시장 명당 휩쓴 TCL·하이센스

[로스앤젤레스(미국)=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중국 가전 브랜드들의 미국 내 존재감은 세탁기 뿐 아니라 TV 시장에서도 돋보였다. 삼성·LG전자 제품들이 '최고 성능'을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 저가형 부문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의 '물량공세'가 상당한 상황이다. 현지 오프라인 유통 채널에서 중국 기업들이 '명당'을 차지하는 사례가 확인되기도 했다. 지난 7월 방문한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시내 한 베스트바이(Best Buy) 매장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잡은 TV 브랜드는 TCL과 하이센스였다. 내부로 들어서 TV가 전시돼 있는 코너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단독 전시공간을 지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명당'을 차지한 제품은 베스트바이 자체브랜드(PB)인 인시그니아(INSIGNIA) 정도였다. INSIGNIA TV는 대부분 중국 또는 베트남에서 주문자제작생산(OEM)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TCL·하이센스 TV는 자체적인 독립 공간을 두기보다는 이동 동선 곳곳에 배치돼 있었다. 주로 저가 제품을 판매하는 만큼 소비자들을 유혹할 '미끼 상품' 역할을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자사 제품을 모두 모아 안쪽 벽면을 채우고 있는 브랜드는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정도다. 면적을 단순 비교하면 45:45:10 수준이다. 베스트바이 내에는 이밖에 ROKU, FIRE TV 등 제품들도 꽤 많이 전시됐다. ROKU는 미국 디지털 기업 'ROKU'가 만든 TV 브랜드다. 다만 하드웨어 자체는 TCL이나 하이센스가 만들고, 내부에 들어가는 운영체제(OS)만 미국산이 들어가는 방식이다. FIRE TV 역시 아마존이 만든 스트리밍 기기 브랜드인데 TCL, 인시그니아 등과 파트너십을 통해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된다. 공급망과 자본 출처 등을 감안하면 '한국산 TV'보다 '중국산 TV' 선택지가 훨씬 많은 셈이다. 중국 TV 브랜드들은 전자제품 뿐 아니라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타깃' 등에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었다. 전자제품 코너가 소규모로 마련되긴 했지만 삼성전자나 LG전자 못지않게 많은 제품을 납품하는 중이다. '소비대국' 미국은 한국과 중국이 벌이고 있는 '글로벌 TV 전쟁' 현황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현장에서는 삼성·LG전자의 브랜드 파워가 여전했지만 저가 제품을 위주로 중국산 TV가 '물량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유통업체나 대기업이 만드는 PB 상품 부문에서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 힘이 더 강력하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글로벌 TV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006년 이후 19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다만 중국 업체들이 공세를 본격화한 2020년대 들어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2020년 21.9%이던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21년 19.8%, 2022년 19.6%, 2023년 18.6%, 지난해 17.6%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LG전자의 경우 2020년 11.5%로 2위였지만 지난해(10.8%)에는 순위가 4위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TCL은 10.7%에서 13.9%로, 하이센스는 8.1%에서 12.3%로 점유율을 각각 높였다. 작년 출하량 기준 중국 TV 브랜드인 TCL·하이센스·샤오미의 합산 점유율은 31.3%다. 삼성·LG전자(28.4%)를 앞지른 상태다. 중국 정부가 막대한 지원을 해주는데다 내수에서 패널과 핵심 부품을 수급하며 절감한 원가로 신흥국 위주로 저가 공세를 펼친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도 노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QLED 기술을 적용하지 않은 제품을 QLED라고 마케팅해 소송에 휘말리는 등 상당히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TCL·하이센스 등이 대형 및 프리미엄 TV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75인치 이상 초대형 TV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8.7%, LG전자가 15.1%를 기록했다. 양사 점유율이 서서히 낮아지는 동안 TCL·하이센스는 2020년 각각 5.1%, 4.2%였던 성적을 작년 15%, 14.6%로 올렸다. 우리 기업들의 '최종 방어선' 프리미엄 제품이다. 지난해 2500달러 이상 고가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을 보면 삼성전자가 49.6%, LG전자가 30.2%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TCL과 하이센스는 각각 1.6%, 0.9%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디스플레이·세트 산업 경쟁력이 세탁기와 비슷하게 계속 낮아지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의 자금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 높은 근로 시간 등에 힘입어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TV 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내년이 되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경고했다. 이 대표는 “중국은 정부의 직접 지원, 큰 내수 시장, 저렴한 인건비, 긴 근로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라며 “한국은 내수 시장은 작고 인건비는 높고 근로 시간은 짧아 경쟁력이 없다"고 짚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됐습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상승세’ 넷마블, ‘절치부심’ 엔씨…하반기 MMO 정면승부

넷마블과 엔씨소프트(엔씨)가 올 하반기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인다. 넷마블은 지난달 선보인 신작 '뱀피르'로 기선을 제압했고, 엔씨는 '아이온2'를 앞세워 반격에 나선다. 업계는 이번 맞대결을 단순한 신작 경쟁을 넘어 두 회사의 실적 회복과 자존심이 걸린 승부로 보고 있다. 2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뱀피르는 지난달 26일 출시 직후 8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했고, 출시 9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위에 올랐다. MMORPG는 이용자 충성도가 높은 만큼 '선점 효과'가 특히 중요한 장르로 꼽히는데, 넷마블이 신작을 기다리던 게이머들의 마음을 빠르게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뱀피르가 초기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출시 직후 하루 매출은 30억원대, 현재는 20억원대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뱀피르는 국내 모바일 MMORPG의 시초로 불리는 '리니지2 레볼루션' 핵심 개발진이 참여한 프로젝트다. 뱀파이어 콘셉트와 다크 판타지풍 중세 세계관을 내세워 차별화를 꾀했으며, 모바일과 PC 플랫폼에서 동시 서비스되고 있다. 이에 맞서 엔씨는 '아이온2'로 반격에 나선다. 사전예약은 지난 11일 시작됐고, 오는 11월 16일부터 사전 다운로드가 가능하다. 정식 출시는 11월 19일 한국과 대만에서 동시 진행된다. 아이온2는 엔씨의 대표 지식재산권(IP)인 '아이온'을 정식 계승한 작품이다. 게임 구조는 플레이어 대 환경(PVE) 콘텐츠 중심으로 설계돼 필드, 던전, 레이드 등 협력과 도전을 강조했다. 비즈니스 모델(BM)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을 과감히 배제했다. 거래소를 무료로 개방하고, '날개(탈 것)' 같은 주요 장비는 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올해는 양사 모두에 중요한 변곡점이다. 넷마블과 엔씨는 과거 '3N(넥슨·넷마블·엔씨)·2K(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체제의 주역이었지만, 최근 몇 년 간 넥슨과 크래프톤에 밀리며 존재감이 약화됐다. 자존심 회복이 절실한 이유다. 넷마블은 2024년을 기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대형 신작 부재로 2022~2023년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과 핵심 IP 기반 라인업 강화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도 상반기 'RF온라인 넥스트'와 '세븐나이츠 리버스' 흥행에 힘입어 안정적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1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31.2% 늘었다. 여기에 뱀피르가 장기 흥행을 이어간다면 연간 성적표는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반면 엔씨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해 상장 이후 첫 연간 영업적자(–1092억원)를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도 부진을 겪었다. 2분기 들어 반등했지만, 예전 '리니지 왕국' 시절의 위상을 회복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업계는 아이온2 흥행 성패가 엔씨 실적 정상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본다. 아이온2는 원작의 흥행 경험 덕분에 시장 기대감이 크다. 2008년 출시된 아이온은 당시 160주 연속 PC방 점유율 1위를 기록했고, 이 성과가 반영된 2009년 엔씨는 매출 6347억원, 순이익 1854억원을 올리며 창사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증권가 반응도 우호적이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온2의 공개 플레이 영상은 현존 모바일 게임 중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보여줬다"며 “BM 역시 멤버십 패스와 외형 꾸미기 아이템, 패키지, 소모품 판매 등으로 가볍게 구성돼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뱀피르와 아이온2의 맞대결이 단순한 신작 경쟁을 넘어 '차기 MMORPG 왕좌'를 가리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뱀피르는 수년간 국내 모바일 MMORPG 매출 상위권을 독점해온 엔씨 '리니지 시리즈'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상태다. 엔씨로선 아이온2 흥행으로 반전을 이끌어내야만 한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출시되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여전히 MMORPG 비중이 크다"며 “양사의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2027년 ‘지속가능항공유’ 의무화…8년간 최대 10%까지 늘린다

정부가 국제항공 부문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2027년부터 지속가능항공유(SAF)를 항공유에 1% 혼합해 사용하고, 2035년에는 최대 1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19일 국제항공 탄소중립 선도와 신산업 육성을 위한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 의무화제도 로드맵을 공동 발표, 'SAF 얼라이언스'를 공식 출범했다고 밝혔다. SAF는 폐식용유, 옥수수 곡물, 농업 잔류물, 폐기물 등 친환경 원료로 만든 대체 연료를 뜻한다. 두 부처는 2027년부터 SAF 혼합의무비율을 1%로 정해 시행할 계획이다. 이어 2030년에는 3~5%, 2035년에는 7~10% 범위에서 국내 생산능력, 해외 의무 수준, 글로벌 시장 상황 등을 종합 고려해 최종 비율을 확정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산업부는 SAF 혼합의무비율 적용 대상은 항공유 공급자인 석유정제업자와 석유수출입업자로 정했다. 이들의 의무 이행 여부는 연간 국내 공항의 국제선 항공유 공급량 대비 SAF 공급량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 유연성 제도를 도입해 전체 이행량의 20%까지 최대 3년간 이월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국토부는 2028년부터 국내 공항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이 연간 급유량의 90% 이상을 해당 공항에서 급유하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SAF 생산 과정에서 함께 발생하는 바이오 연산품(납사·디젤 등)이 가격 손실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다원화된 지속가능성 인증기준(EU, CORSIA 등)이 상호 호환될 수 있게끔 오는 9월 23일부터 열리는 ICAO 제42차 총회에서 제도 개선도 요청할 예정이다. SAF 활용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도 강화한다. SAF 혼합의무비율을 초과해 급유·운항하는 국적 항공사에는 국제항공 운수권 배분 시 가점을 기존 1점에서 3.5점으로 확대 적용한다. SAF 혼합급유를 활용 및 국내 출발하는 국제선 항공편에 제공하는 공항시설 사용료 감면을 2027년부터 항공사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 형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산업부는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바이오 기반 SAF 관련해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세액공제(최대 25%)를 지속 지원한다. 재생합성 SAF 등 차세대 생산기술에 대한 추가 인센티브 제공도 검토한다. SAF 주요 원료는 경제안보품목으로 지정해 시설투자와 원료 구매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공급망 안정화도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석유관리원 내에 석유대체연료센터를 설치해 전담 조직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국토부는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의무에 따른 추가 비용은 정부, 항공업계가 분담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SAF 혼합의무 비율 1%를 기준으로 전체 국적사 부담액은 920억원으로 추산된다. 국토부는 현재 SAF로 인한 항공요금 인상 계획이 없으나, 오는 2030년 전후로 업계 경영 여건, 사회적 공감대, 국제 동향 등을 종합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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