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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뉴저지 북미사옥 ‘민간기술 외교무대’로 우뚝

LG전자 북미 사옥이 지역 사회의 '민간 기술 외교'의 장으로 주목 받고 있다. 사옥 소재지역 학생들에게 과학교육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과학관 역할부터 미국 현지 대학생에게 인공지능(AI) 홈, 로봇 등 미래기술을 선보이는 쇼룸, 주요 거래선 및 정부 관계자들을 초청해 LG전자의 혁신기술 로드맵을 선보이는 역할 등 단순 사옥을 넘어 기술외교의 장 역할을 하는 지역사회 대표공간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일 LG전자에 따르면, 미국 뉴저지주(州) 잉글우드 클리프에 위치한 LG전자 북미법인은 사옥 안에 과학체험관 'LG 인스퍼레이션 랩(Inspiration Lab)'을 운영하고 있다. 440㎡(약 133평) 규모로 조성된 LG Inspiration Lab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로봇, 전기차 구동 시뮬레이터 등을 전시하고, 현지 학생들이 과학, 기술, 공학, 예술,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체험할 수 있는 과학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 프로그램도 북미사옥 인근 지역 초·중·고생 등 과학 꿈나무들이 LG제품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며 과학에 흥미를 키울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다. 55인치 OLED 플렉서블 사이니지 32개로 만들어진 '올레드 수족관'에서는 실제 바닷속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하고, '로봇 화가'가 그려주는 초상화를 선물 받고, 로봇 청소기로 축구게임을 할 수 있다. 현지 교민들로부터는 모국의 민간기업 1호 과학관 'LG사이언스홀'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듣고 있다. LG사이언스홀은 LG그룹이 과학 교육 시설이 흔하지 않던 1987년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여의도 LG트위타워에 만든 교육시설로, 첨단 과학기술을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체험형 교육 중심으로 구성해 수학여행 단골 코스로 활용 되는 등 국내 대표 청소년 과학교육 현장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서울 마곡지구와 부산에 'LG사이언스홀'의 명맥을 이은 국내 최초 체험형 AI 교육기관 'LG디스커버리랩'을 운영하며 로봇지능, 시각지능, 언어지능 등 청소년들이 쉽게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LG Inspiration Lab은 신나게 놀면서 자연스럽게 기술과 과학을 체험할 수 있다는 호평이 이어지며 신청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방문객은 약 4000명으로 과학관이 문을 연 지난 2023년 연간 1000여명과 비교해 1년 만에 4배가량 급증했다. 더욱이 미국 현지 대학생들도 LG전자 북미사옥을 찾고 있어 눈길을 끈다. LG전자 미국법인은 2023년부터 인근 대학에서 한국어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을 초청해 LG전자의 사업과 기술력을 소개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는 행사 'LG 칼리지 데이(College Day)'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에 프린스턴대, 예일대, 펜실베니아대, 브라운대, 뉴욕대, 웨슬리언대 등 재학생들이 찾았다. LG전자는 사옥을 찾은 대학생들에게 세계 최초 무선·투명 OLED TV인 LG 시그니처 OLED T, 이동형 무선 스크린 LG 스탠바이미 등에 담긴 혁신 기술과 AI홈, 로봇 등 미래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아울러 브랜드 슬로건인 '라이프스굿(Life's Good)'을 앞세운 LG전자만의 기업문화는 물론, 글로벌 기업 시민으로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다양한 노력들도 알렸다. 이밖에 LG전자 북미 사옥은 '외교의 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1월 LG전자는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과 협업해 캐나다, 핀란드, 조지아, 일본, 파키스탄, 폴란드, 스위스, 태국, 필리핀, 튀르키예 등 10개국 총영사를 북미 사옥으로 초청해 LG 혁신기술 로드맵을 선보이고 국가간 파트너십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제공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현대차, 中전기차 ‘저가 공세 자충수’ 노린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심각한 과잉생산과 극단적인 가격 경쟁에 빠지면서 휘청이고 있다. 위기를 느낀 중국 정부가 기업들을 모아 “과도한 할인 행위를 자제하라"고 권고를 내릴 정도다. BYD 등 중국 업체들의 위기가 심화되는 가운데 현대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 업계는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다양한 라인업을 통해 중국 전기차의 공백을 메울 방침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시장은 생산량이 판매량을 2배 넘게 웃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올해 중국 친환경차(전기-하이브리드차) 예상 판매량은 1600만~1700만대인데 생산량 예상치는 약 3600만대다. 이미 중국 전기차 공장의 가동률은 50%까지 떨어졌고 BYD 등 1, 2위 업체를 제외하면 전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 후발 주자임에도 파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시장을 장악해왔다.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탑재된 전기차를 주축으로 급속도로 보급을 확대했다. 특히 중국 시내에서는 내연기관차를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전기차 보급 속도가 빨랐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BYD는 2년 연속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 1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전략은 오래가지 못했다. 초반에 급증했던 전기차 수요만 믿고 과도하게 생산량을 늘렸지만, 수요가 정체되면서 재고가 부메랑이 돼 출혈로 돌아오고 있다. 이에 중국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며 내수 시장 잡기에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제살 깎기'에 그치고 있다. BYD는 일부 모델을 34%까지 할인 판매했고 체리자동차는 자사 모델 전기차를 최대 47% 저렴하게 팔았다. 자동차 업계 평균 이익률이 10%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생산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을 받고 자동차를 판매한 셈이다. 과잉생산과 치열한 경쟁의 여파로 이미 체력이 약한 전기차 스타트업들은 문을 닫고 있다. 지난해에만 16개 신에너지차 브랜드가 시장에서 퇴출됐고, 업계에서는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의 대항마로 불렸던 지웨자동차는 2023년 11월부터 생산과 매장 운영을 중단했다. 그나마 BYD는 높은 판매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최근 BYD가 협력사에 지급하지 않은 어음이 40조 원을 넘는다는 보도가 잇따르며, 대금 결제 기일을 맞추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BYD는 협력업체에 대한 대금 결제 기한을 60일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중국 정부는 주요 전기차 업체 경영진을 베이징으로 소환해 과도한 할인 경쟁을 자제하라고 경고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BYD가 저가 공세를 지속하면 시장 점유율은 늘릴 수 있지만, 수익성은 떨어진다"며 “만약 시장 점유율이 더 이상 늘지 않고, 재고가 계속 쌓이면 자금난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과잉 생산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한국 등 수출에 더욱 집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국 시장은 국가 간 무역 전쟁으로 사실상 닫혔고, 가장 가까운 일본과 한국도 여전히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부정적 인식이 존재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정부에서 과도한 할인에 대한 제재를 걸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 더 이상의 극단적인 저가 공세는 어려워 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과잉 생산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미국 시장은 사실상 닫혔고, 일본·한국 등도 진입 장벽이 높아 탈출구가 마땅치 않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BYD의 할인 공세가 해외로 확산되면, 한국과 유럽 등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오를 수 있지만 미국·유럽은 관세 장벽이 있어 가격 인하 효과가 제한적이고,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중국차를 꺼리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대봤다. 급변하는 전기차 시장서 현대차그룹은 또 다른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탄탄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통해 전기차 시장의 침체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급증하며, 현대차의 친환경차 판매는 2025년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8.4%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차의 경쟁력이 오히려 현대차그룹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 경쟁력이 무너진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오면, 기능과 품질에서 우위를 가진 현대차그룹엔 호재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호근 교수는 “전기차 시장의 전동화 전환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내연기관을 병행하며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며 “BYD처럼 전기차에만 집중한 기업은 경영난에 처할 수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전동화가 늦어질수록 오히려 유리한 입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삼성·LG, 게임용 OLED 호조에 ‘함박웃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니터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며 국내 디스플레이 및 전자업계가 수익성 제고의 기회를 맞고 있다. 특히 게이밍을 중심으로 한 고성능 디스플레이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면서, OLED 패널의 고부가가치 특성이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25년 OLED 모니터 패널 출하량은 340만대로 전망된다. 이는 당초 예상치(280만대)보다 60만대 증가한 수치이며, 전년 대비 70%에 달하는 높은 성장률이다. 10만대 수준에 불과했던 2022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출하량이 20배 이상 확대되는 셈이다. 트렌드포스는 “게임 마니아를 중심으로 OLED 모니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라고 진단했다. OLED 모니터는 선명한 화질, 넓은 시야각, 높은 주사율, 빠른 응답속도 등의 특장점을 갖춰, 1인칭 슈팅게임(FPS),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고속 프레임 전환이 필요한 게임 장르에서 특히 호응이 높다. OLED 패널은 액정표시장치(LCD) 대비 단가가 높아 제조사 입장에서 제품당 수익률이 우수한 편이다. 이에 따라 OLED 모니터 시장의 확대는 패널 공급사들에게 실질적인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는 패널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글로벌 OLED 모니터 패널 시장은 사실상 양사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량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가 76.5%로 1위, LG디스플레이가 23.1%로 2위를 차지했다. 양사 합산 점유율은 99.6%에 달한다. 최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OLED 시장 추격이 빨라지는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고성장이 기대되는 OLED 모니터 분야를 '수익 방어선'으로 삼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글로벌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금액 기준)은 81.3%로 중국(17.9%)을 크게 앞섰지만, 지난해에는 한국 67.2%, 중국 33.3%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불과 2년 만에 점유율 차이가 63.4%포인트에서 33.9%포인트로 축소된 것이다. OLED 강국으로 불렸던 한국이 기술 우위를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트렌드포스는 양사가 OLED 모니터 중심으로 전략을 집중하며 출하량을 확대해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모니터를 전략적 사업 축으로 삼고, A5(퀀텀닷-OLED) 생산라인의 출하 확대와 가동률 제고, 수익성 유지를 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전략 조정에 나섰다. 트렌드포스는 “초기엔 삼성디스플레이와의 가격 경쟁에 소극적이었던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출하 목표를 70만대 미만으로 잡았으나, 급증하는 고객사 수요와 제한된 패널 공급 상황을 반영해 이를 80만대로 상향 조정했다"며 “향후 100만대까지 목표를 다시 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양사는 올해 들어 OLED 모니터 신제품 출시를 잇따라 추진하며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초 27형 UHD OLED 패널을 출시한 데 이어, 연내 27형 QHD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고해상도와 초고주사율을 앞세운 제품군은 게이밍에 최적화됐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도 27인치부터 31.5·34·39·45인치에 이르는 게이밍 OLED 패널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세계 최고 해상도의 OLED 모니터 패널 양산에 돌입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고해상도·초고주사율 프리미엄 모니터뿐 아니라 메인스트림 시장까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B2C와 B2B 시장 모두에서 OLED로 기술 전환을 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도 “OLED 모니터 사업의 차별화와 확대를 통해 수익 구조를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안정적 성과를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OLED 모니터 시장 확대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완제품 제조사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양사는 OLED 모니터를 주력 게이밍 모델로 내세우는 '집중 전략'을 통해 수익성 강화에 힘쓰고 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QD)-OLED 기술을 적용한 '오디세이' 시리즈(G6·G8·G9) 라인업을 강화 중이며, 최근에는 500㎐ 초고주사율을 지원하는 오디세이 OLED G6(27형)를 선보였다. 이와 함께 브랜드 체험 마케팅도 병행 중이다. 최근 영국 런던에 위치한 체험관 '삼성 킹스크로스'에서 개최한 '오디세이 언베일드 2025'에는 IT·게임 분야 스트리머, 크리에이터 등 100여명의 팬이 참석해 신제품을 직접 체험했다. LG전자도 울트라기어 시리즈를 중심으로 OLED 게이밍 모니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CES 2025에서는 45형 울트라기어 OLED 모니터 2종을 공개했으며, 해당 제품은 기존 4K를 넘어선 5K2K 해상도(5120x2160)를 지원하는 최초의 OLED 게이밍 모니터다. 회사 관계자는 “울트라기어 등을 앞세워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몰입감 높은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E칼럼] 학습하는 기계, 변화하는 교실: AI 교육의 빛과 그림자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2년 11월말에 ChatGPT가 공개된 순간부터 전 세계 교육 현장은 큰 변화를 겪었다. 불과 5일 만에 100만 명이 가입했고, 2개월 만에 월 활성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했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더 충격적인 것은 교육 현장의 반응이었다. ChatGPT는 하루아침에 등장했지만 교육시스템은 수십 년간 축적된 관성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국에서는 뉴욕시 공립학교가 ChatGPT 사용을 전면 금지했다가 6개월 후 허용으로 전환했다. 프랑스 파리 정치대학은 모든 과제에 AI 사용 여부 명시를 의무화하였고 이후 부분 허용에 이어 과제별 차별화로 전환했다. 일본은 2023년 7월 '학교에서의 생성AI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후 여러 차례수정을 거듭했다. 각 국 교육당국이 금지에서 조건부 허용까지 정책을 번복하면서 일관성을 잃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었다. ChatGPT 공개 직후 한국 교육당국의 첫 반응은 “일단 지켜보자"는 소극적 관망이었다(1단계). 2023년 3월 교육부는 'ChatGPT 등 AI활용 대응 방안'을 발표했지만 내용 자체가 모순적이었다(2단계). “AI 활용을 적극 권장한다"하고 하면서 동시에 “학습자 주도성 훼손 우려"를 표명했고, “디지털 역량 강화 필수"라면서도 “무분별한 사용 경계"를 당부했다. 그리고 6개월 만에 교육부가 180도 다른 정책을 발표했다. 같은 해 9월에 '2027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방안'과 함께 AI 디지털 교과서(AIDT, AI Digital Textbook) 도입을 공식화한 것이다(3단계). 하지만 ChatGPT 등장 이후 우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진 변화는 혁신이라기보다는 혼란에 가까웠다. 학생들의 과제 작성 패턴에 큰 변화가 일어났고, 교육 현장에서는 상당수 학생들이 AI를 활용하여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의 과제 생태계는 붕괴되었고, 교사들의 평가 방식은 무력화되었으며, 기술 격차는 새로운 교육 불평등을 낳았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계가 “AI를 교육에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질문에만 몰두했다는 점이다. 정작 중요한 “AI시대에 교육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교육의 본질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인간 성장이다. AI가 이 본질을 강화할 것인지, 훼손할 것인지가 지금 우리가 마주한 핵심 딜레마다. 정부가 내놓은 대규모 AIDT 프로젝트는 준비되지 않은 채 새로운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장에서는 AI 교육에 대한 체계적 연수를 받은 교사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또한 AIDT의 “맞춤형 학습"이라는 것이 실제로는 단순한 난이도 조절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런 혼란에도 AI교육 분야의 연구성과는 명확한 진단을 내리고 있다. MIT를 비롯한 주요 AI 연구기관들은 AI 교육 시스템이 진정으로 성공하기 위한 3가지 필수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학습자를 정확히 이해하는 능력이다. 현재 AIDT 시스템은 단순 정답률 분석에만 의존한다. 학습자의 학습 스타일, 인지 패턴, 동기 구조까지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사고 과정과 실수 패턴을 다층적으로 모델링해야 의미 있는 적응이 가능하다. 둘째, 즉각적인 반응 능력이다. 현재 교육용 AI는 사후 분석에 머물러 학습 과정의 인지 부하나 이해 어려움을 실시간 감지하지 못한다. 해외 연구는 “학습의 마이크로 모멘트를 놓치면 전체 학습 효과가 급감한다"고 경고한다. 셋째, 교사와의 협업 방식이다. AI가 교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성을 증폭시켜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시스템은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며, 둘이 함께 교육적 판단을 내리는"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이 세 조건을 한국의 AIDT 현실과 비교하면, 현장 혼란의 원인이 명확해진다. 우리는 기술 도입에만 집중하고 핵심 조건들을 간과했다. ChatGPT 등장 후 2년 반 기간의 시행착오와 AI 연구계의 통찰을 종합하면, 교육 현장 혼란을 해결할 명확한 방향이 보인다. 첫쨰, AI 교육 안전성 검증 시스템 우선 구축; 전국 일괄 확산을 즉시 중단하고, 권역별 10개 파일럿 스쿨에서 6개월간 집중 실험을 진행해야 한다. ChatGPT 경험 교사들과 AI 연구진이 공동 참여하여 진정한 AI-인간 협력 교육모델을 개발해야 한다. 둘째, 과학적 기준에 부합되는 적응형 학습시스템 구축: 앞서 제시한 세 가지 핵심 조건을 만족하는 시스템으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학습자 인지패턴의 다층적 분석, 실시간 모니터링, 교사-AI 협력 인터페이스를 핵심으로 하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필요하다. 셋쨰, AI 시대 교육학 기반 교사역량 혁신: 기기 조작 중심 연수를 폐기하고, 'ChatGPT 시대 교육 철학' 중심의 체계적 연수를 설계해야 한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가 아니라 “AI 시대에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넷쨰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AI 교육 평등 보장: 농어촌과 저소득층을 위한 'AI 교육 바우처' 제도와 지역별 'AI 학습 멘토링 센터' 설치가 시급하다. AI 교육이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도구가 아니라 해소하는 도구가 되도록 적극적 개입이 필요하다. 다섯쨰, 학습자 AI 리터러시와 데이터 주권 확립: 초등학교부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AI에게 효과적으로 질문하는 기법)과 'AI 비판적 사고'를 교육과정에 포함시켜야 한다. 학생들이 AI 답변을 검증하고 평가하는 능력을 기르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학습자 데이터 권리장전' 제정으로 학습 데이터의 투명한 관리를 보장해야 한다. AI는 교육을 구원할 수도 있고, 파괴할 수도 있다. 현재 방향으로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 AI 교육의 시행착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근본적 재설계에 나선다면, 한국 AI 교육은 여전히 세계 최고의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다. 핵심은 “기술에 맞춰 교육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에 맞춰 기술을 설계하는 것"이다. 파일럿 프로그램의 조속한 시작과 체계적 재설계를 통해 새로운 AI 교육 표준을 하루빨리 확립해야 한다. 김한성

삼성전자 초격차 AI·XR, ‘반도체 성공 DNA’ 잇는다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확장현실(XR) 등 최첨단 기술을 장착한 혁신제품을 앞세워 반도체 신화를 이을 차세대시장 선점에 나선다. 가전·스마트폰 등 성장이 정체된 시장이 경쟁까지 치열해진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분야에서 미래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퉈 개발과 출시를 서두르는 가운데 AI·XR 신제품의 이익구조가 구축된다면 연구개발(R&D) 투자로 연결해 삼성이 가진 '기술 초격차'를 무기로 지속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간다는 사업 비전으로 주목받는다. 17일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AI를 기반으로 만든 로봇가전 '볼리(Ballie)'를 이르면 7월 출시할 예정이다. 제품 개발이 사실상 끝난 가운데 마케팅 방향과 가격 책정 등을 두고 막바지 담금질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에는 삼성전자가 개발한 운영체제(OS) 타이젠을,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나란히 탑재한 게 특징이다. 용석우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사장)은 지난 4월 TV 신제품 출시 행사장에서 “(볼리의) 하드웨어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돼 이용자 서비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며 “곧 좋은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불어넣었다. 볼리는 고객과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창의적인 볼거리·즐길거리를 찾아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에 없던 '로봇 집사'가 생기는 셈이다. 블루투스 스피커, 빔프로젝터 등 다양한 가전의 대체제 또는 보완재 역할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볼리에 '홈 AI 컴패니언(Companion:동반자)'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있다. '로봇개', '반려로봇', 'AI집사' 등 별명이 붙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의 야심작 '프로젝트 무한'도 조만간 베일을 벗을 전망이다. 오는 7월 초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갤럭시 언팩' 현장에서 데뷔 무대를 밟은 전망이다. 프로젝트 무한은 삼성전자가 구글과 협업해 내놓는 XR 헤드셋이다. XR(eXtended Reality)은 가상세계를 체험하는 가상현실(VR), 실제 세상에 디지털 요소를 더하는 증강현실(AR), 현실과 가상 세계가 융합돼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R)을 아우르는 개념이다. 구글·젠틀몬스터와 협업해 만드는 '스마트안경'도 연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기존에 없던 AI·XR 기반의 '혁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는 배경에는 첨단기술의 고도화와 대중화에 따른 신시장 영역이 확대되면서 신기술을 접목한 혁신제품으로 미래 수익을 창출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주요국 소비자들이 냉장고·세탁기·TV 등은 이미 보유해 범용화 수준에 이르렀지만 AI로봇이나 XR 헤드셋의 수요 비중은 매우 낮다는 판단에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Mordor Intelligence도 글로벌 가정용로봇 시장 규모를 올해 10억 달러(약 1조 3600억원)에서 5년 뒤 2030년 24억달러(약 3조 2680억원)로 2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전망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또한, 포춘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상호연결 서비스 등을 포함한 전세계 XR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최대 1840억 달러(약 250조원)에 이른다. 앞으로는 연평균 30% 이상 성장해 오는 2032년 1조 6250억 달러(약 2213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메가마켓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혁신제품과 시너지를 염두에 둔 삼성전자의 사업 확대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 5세대 HBM3E 개선제품 샘플을 고객사들에게 공급했다. 차세대(6세대) 제품 HBM4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2025년 1분기 메모리 보고서'를 보면 경쟁 상대인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 중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은 54% 책임진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는 이같은 삼성전자의 차세대 혁신제품 행보를 현재 직면한 다양한 대내외 악재에서 찾고 있다. 미국발 관세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최근 이스라엘-이란 충돌 등 끊이지 않는 국제 정세 불안이 주요 소비국의 판매 중단, 글로벌 경기침체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일류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에 밀린 상태이고, 스마트폰과 가전 분야도 중국기업의 '저가 공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수익을 많이 내면 연구개발(R&D) 역량도 올라간다는 기업 특성을 눈여겨보는 분위기다. 출시를 앞둔 AI로봇 볼리, 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 등이 흥행할 경우 또다른 혁신 제품이 탄생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고, 반도체와 시너지도 배가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삼성전자의 R&D 투자액은 지난해 1분기 7조 8201억원에서 올해 1~3월 9조348억원으로 15.5% 늘었다. 매출액에서 R&D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10.9%에서 11.4%로 올라갔다. 이는 같은 기간 매출액(71조9200억원→79조1400억원)과 영업이익(6조6100억원→6조7000억원)이 상승한 순효과라는 점에서 업계는 혁신제품의 성공 여부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고려아연, 加 자원개발사 지분투자 ‘광물 공급망’ 확보

고려아연은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 전략광물 탐사개발 전문 캐나다 기업에 지분 투자해 국내외 핵심 산업소재 공급망 확보에 기여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캐나다 광물자원 개발업체 TMC(The Metals Company)의 지분 약 5%를 인수한다고 17일 밝혔다. 이번 투자금액은 약 8500만 달러(약 1157억 1900만원) 규모로, 향후 TMC의 시장 가치와 성장 가능성이 확인될 경우 일정가격에 추가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권리도 계약에 포함돼 있다. 최근 미국 트럼프 정부가 탈중국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를 위한 해저 광물 탐사·개발을 촉진하는 행정명령을 내린 가운데 TMC는 연내에 심해자원 채광 허가를 취득해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TMC는 심해에서 니켈·코발트·구리·망간 등이 포함된 망간단괴 채광을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투자로 전기자동차·재생에너지·첨단산업에 필요한 핵심소재를 확보해 안정적으로 공급체계를 구축한다는 목표이다. 또한, TMC가 채취한 자원을 국내외에서 제련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협력 범위도 넓혀갈 계획이다. 특히, 고려아연의 이번 지분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 정부의 해외우려기업(FEOC) 규정에 저촉되지 않는 원료를 확보함으로써 세제 혜택 배제 등 통상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이차전지 핵심소재 공급망의 자립도도 높일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현재 고려아연은 2차전지 자회사 켐코를 통해 오는 2027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올인원 니켈제련소를 건설 중이고, TMC가 생산하는 자원은 향후 니켈제련소에서 가공될 예정이다. 아울러, 미국 내 니켈제련소 건설 등 추가 협력도 논의 중이다. TMC도 비중국 자본과 기술을 보유한 고려아연과 협력을 중요하게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측은 “지난해부터 TMC와 협업을 검토하며 사업성과 경제적 타당성을 확인했다"며 “이번 파트너십은 미국 내 독립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니켈 공급망을 구축하는 데 의미가 있고, 미국 내 입지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SKT 영업 재개 초읽기…점유율 40% 방어 ‘관전 포인트’

대규모 유심(USIM·가입자식별모듈)정보 해킹 사고 이후 SK텔레콤의 가입자 감소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2분기 이후 통신시장 점유율이 30%대로 내려앉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유심 교체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신규영업 재개 시점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통계에 따르면, 4월 SKT 가입자 수는 전월(2310만4423명)보다 18만163명 감소한 2292만4260명으로 집계됐다. 5월 SKT에서 다른 통신사로 옮긴 가입자 수를 합치면 2251만8730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SKT의 가입자 규모가 2300만명대를 하회한 건 2023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이다.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유심정보 해킹 사고 영향으로 풀이된다. SKT 가입자 수는 1~2월 감소세를 보이다가 3분기 소폭 반등했다. 그러나 사고 발생 이후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기간 SKT의 시장 점유율은 1월 40.54% 4월 40.08%으로 넉 달 새 0.46%포인트(p)가량 떨어졌다. 업계 안팎에선 지난달 5일부터 과기정통부 행정조치로 SKT의 신규영업이 중단됨에 따라 점유율이 30%대로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5월 이동전화 번호이동 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달 SKT 가입자 순감 규모는 40만5530명이다. 같은 기간 KT는 18만5892명, LGU+는 14만8638명이 순유입했다. 총 가입자 수 증감에 따라 수치는 소폭 달라질 수 있으나, 이를 합치면 통신 3사의 5월 점유율은 각각 39.36%, 23.77%, 19.47%다. 전날인 지난 16일부터 이심(eSIM)을 통한 신규영업이 부분 재개됐지만, 수요가 높지 않아 가입자 회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SKT에 따르면 어제 하루 동안 이심을 통해 유입된 신규 가입자 수는 750명으로, 전체의 약 20% 수준이다. 이심은 단말기에 내장된 칩 형태로, 물리적인 칩이 필요한 유심과 달리 별도 장착 없이 개통할 수 있다. 다만 구형 단말에서는 이같은 방식이 지원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 익숙치 않은 이용자들의 유심 선호가 높아 활성화가 더딘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SKT의 신규영업 재개 시점에 업계 이목이 쏠린다. 회사는 오는 19일까지 잔여 예약자에 대한 유심 교체를 마무리한 후, 20일부터 방문 예약 시스템도 도입할 계획이다. 업계 안팎에선 이르면 오는 21일부터 신규영업이 가능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봉호 이동통신(MNO) 사업부장은 17일 해킹 사고 관련 데일리 브리핑에서 “신규 영업을 재개하기 위한 환경은 마련됐다고 본다"며 “유통망과 함께 영업 재개 이후 단말 물량 확보를 비롯한 마케팅 활성화 방안을 다각도로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신규영업 재개 이후 본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가입자 이탈 방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킹 사고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신뢰도 회복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날 인터브랜드의 '2025 베스트 코리아 브랜드'에 따르면 SKT의 브랜드 가치는 3조4216억3800만원으로 전년 대비 5.4% 감소했다. 같은 기간 KT는 2조193억7500만원, LG유플러스는 6215억3400만원으로 각각 2.7%, 0.8% 증가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마지막 조사 결과가 이달 말로 예정된 가운데 일각에서 사고로 인해 통화세부기록(CDR)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후폭풍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SKT는 “자체조사 결과 CDR은 외부 유출되지 않았으며, 자료가 저장된 서버 또한 암호화돼 있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 또한 “주요 정보 유출 여부와 악성코드 감염 시점 검증 등 정밀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스타항공 600억 유상증자 ‘자본잠식 탈출’ 승부수 될까

이스타항공이 신조기 도입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 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 최근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본 잠식 등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일 이스타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600억원 수준의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 목적은 △신조 여객기 도입 △통합 정비 센터 신설 △승무원 훈련 시스템 개선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하반기까지 차세대 친환경기인 보잉 737-8 5대를 추가로 도입해 연료비·정비비 감소 효과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등 출범에 따라 이관이 예상되는 노선들을 확보해 수익성 강화도 노린다. 이처럼 회사가 자금의 용처를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유상 증자 방식과 600억원을 어떤 항목에 얼마나 배분할 지 등 세부사항은 빠져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VIG 파트너스가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이고,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600억원으로 안전 투자 외 재무구조 개선까지 마무리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항공기 도입과 시스템 개선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이스타항공이 유상증자 계획과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거론한 이유는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해서다. 앞서 조중석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중에 적자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뤄내지는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2024년 실적은 매출 4611억8204만원·영업손실 373억8862만원·당기순손실 253억9222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대비 매출은 214.37% 늘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5.18%, 52.73% 줄어들어 긍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착한 부채'로 통하는 선수금 역시 364억6661만원에서 813억6323만원으로 123.12% 늘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상 운항을 전제로 고객과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부채 계정으로 잡히는 선수금은 매출을 선취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선수금이 늘었다는 것은 곧 영업 성과가 좋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조 대표는 분명 외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자본 측면에서는 부실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885억901만원이던 누적 결손금은 6139억123만원으로 4.31% 증가했고, 98억1007만원이었던 자본 총계는 –149억1703만원으로 기록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본 총계가 음수라는 점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라는 뜻으로,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를 모두 갚고 나면 남는 자본이 아예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감사 보고서 작성이 완료된 시점부터 3개월에서 1년 새 도래하는 금융 부채는 18억4120만원, 1년 이상 만기가 남은 경우는 34억3980만원 등 총 93억4195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배 늘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내로 유상 증자를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자금 조달의 적시성 확보를 위해 금융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대응시키면서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KG모빌리티, 수출·친환경차 앞세워 ‘실적 반등’ 시동

KG모빌리티(KGM)가 경영 정상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KGM은 유럽 수출 강화와 하이브리드, EREV 등 친환경차 적극 확대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브랜드로 거듭날 방침이다. 17일 KGM은 경기 평택시 본사에서 곽재선 회장, 황기영 대표이사, 노동조합 노철 위원장을 비롯한 임직원과 기자, 애널리스트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KGM FORWARD'를 열었다. 행사는 KGM이 지난해 8월 신규 슬로건 'Enjoy with Confidence'와 브랜드 전략 '실용적 창의성'을 공개한 데 이어, 중장기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곽재선 회장은 “2년 10개월간 회사의 아픔과 어려움을 진단했고, 이제는 치료를 시작할 때"라며 “구성원·고객·이해관계자 모두가 만족하는 경영을 실천하겠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KGM은 지난해 적자 탈피에 이어 올해는 본격 성장모드에 돌입한다. KGM은 쌍용차 시절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매년 기록해왔다. 그러다 2022년 KG그룹 편입 이후 토레스의 흥행으로 간신히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황기영 KGM 대표는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기록했으나, 2022년 KG그룹 편입 이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며 “2023년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고, 올해는 완성차 12만7000대, 매출 30% 성장, 영업이익 1729억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KGM은 수출 비중도 6:4에서 7:3으로 확대하며,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KGM은 올해 해외시장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 토레스 EVX와 하이브리드를 앞세워 튀르키에, 이집트, 이스라엘 등 주요 핵심시장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두바이, 리비아, 시리아, UAE, 필리핀, 에콰도르 등 신흥시장도 개척해 총 73개국의 수출 네트워크를 구축할 방침이다. 더불어 페루, 인도네시아, 알제리, 베트남 등에서는 현지 파트너사와 협업해 맞춤형 차량 공급 및 KD 산업, 국민차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중국 기업과의 협력이 돋보인다. KGM은 지난해 체리자동차와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중·대형 SUV 개발과 첨단 기술 협력도 본격화했다. 이전엔 전기차 글로벌 1위 BYD와 협력해 하이브리드 기술을 만들기도 했다. 수출과 더불어 KGM이 강조한 것은 '친환경차'다. 비단 하이브리드, 전기차뿐만 아니라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인 EREV까지의 확장을 강조했다. KGM은 충전의 번거로움 없이도 전기차 수준의 성능과 효율을 구현한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를 콘셉트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KGM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국내 최초 1-P3 구조의 듀얼모터 변속기(eDHT) 183kWh급 대용량 배터리 A15가지 최신 연비 기술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으로 구성돼 도심에 최적화된 고효율 주행 성능을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eDHT(e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는 EV, 직/병렬 HEV, 엔진 구동 모드 등 9가지의 운전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고효율 구동 시스템으로, 정숙하고 부드러운 도심 주행 및 즉각적인 토크 반응, 우수한 연비 실현이 가능하다. 권용일 기술연구소장은 “최대 출력 듀얼코어, 최대 용량 하이브리드 배터리, 최고 효율의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등으로 EV 주행을 극대화하고 있다"며 “이 기술을 EREV, PHEV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KGM은 신차 계획도 공유했다. 우선 올해 하반기에는 '액티언 하이브리드' 출시를 예고했다. 액티언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의 도심 연비(15.8km/ℓ, 20인치 타이어 기준)와 3,700만 원대의 합리적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 또 중국 체리사와의 첫 공동 프로젝트인 'SE10' 출시도 언급했다. SE10은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콘셉트카 'F100'에 'T2X 플랫폼'을 적용해 내년 개발 완료를 목표로 진행중이다. 또도 무쏘 브랜드를 중심으로 파워트레인 별 풀 라인업을 완성하여 픽업 시장 내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다목적 차량(MPV)' 등 신규 세그먼트에 진입함으로써 시장 니즈에 적극 대응한다. KGM은 신차 7종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선보이며, 시장 트렌드와 고객 기대에 부합하는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곽정현 사업전략 부문장은 “올해 하반기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내년 1분기 무쏘 스포츠/칸 2.0 터보 가솔린 모델, 하이브리드 MPV 모델 등 다양한 신차를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찬우 기자 lcw@ekn.kr

인천시, 세계 최대 반도체 국제회의 ‘ISCAS 2029’ 유치

인천=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인천시는 17일 국제전기전자공학회 산하 회로 및 시스템 학회로부터 '2029 전기전자공학자협회 회로 및 시스템 국제 심포지엄(IEEE International Symposium on Circuits and Systems 2029, 이하 ISCAS 2029)'의 최종 개최지로 인천이 공식 선정됐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분야 국제학술대회인 'ISCAS 2029'는 회로·시스템·인공지능·반도체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자랑하는 학술대회로 전 세계 1500여명의 산업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외 학계와 산업계의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시는 ISCAS 2029 유치를 위해 2023년부터 학회와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인하대학교 이한호 교수와 협력해 지난 3월,공식 지지서한을 담은 1차 유치의향서를 학회에 제출했고 이어 'ISCAS 한국 유치단'을 구성해 전략적인 유치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러한 민관 협력과 체계적인 대응이 경쟁 도시들과의 접전 속에서 성공적인 유치로 이어졌다. 최종 유치전은 지난달 2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ISCAS 2025' 현장에서 펼쳐졌다. 이 자리에서 이한호 교수는 유정복 인천시장의 유치 지지영상과 함께 인천 송도의 우수한 마이스 인프라, 국제적 접근성, 풍부한 관광자원을 소개하며 인천의 경쟁력을 발표했다. 김영신 인천시 국제협력국장은 “인천시는 그동안 쌓아온 국제행사 개최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국제회의 유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이번 행사가 세계 산학연 간 활발한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도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국제회의를 지속적으로 유치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시는 지난 16일 송도 갯벌타워에서 '2025 인공지능(AI) 기술 트렌드 세미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시에 따르면 '인공지능(AI)이 바꾸는 일상, 혁신하는 산업 – 함께 여는 미래의 길'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기업 관계자, 연구기관, 학계, 유관기관은 물론 일반 시민 등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급변하는 인공지능 기술 환경 속에서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민과 함께 미래 사회에 대한 통찰과 공감을 나누기 위한 특별한 장으로 마련됐다. 세미나는 산업 현장에서 실제 적용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 사례와 미래 사회의 흐름을 다룬 전문가 강연 세션과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4대 성인의 특별한 토론회로 구성됐으며 현장 참가자들의 큰 관심과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전문가 강연 세션에서는 국내외 산업을 선도하는 인공지능 전문가들이 연사로 나서 각자의 현장에서 체감한 기술 변화와 전략을 공유했다. 첫 번째 연사로 나선 포스코DX 김필호 고문은 'POSCO의 인공지능 자율 제조를 위한 준비'를 주제로,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구현과 디지털 전환 여정, 제조 현장에서 적용된 피지컬(Pysical) 인공지능 기술 사례를 소개하며 전통 산업의 혁신 가능성을 실증적으로 제시했다. 피지컬 인공지능(AI)은 데이터 기반의 인공지능(AI) 기술이 물리적인 공간과 기계 환경에 융합돼, 실질적인 공정 판단과 자동화를 수행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 이건복 상무는 '인공지능 에이전트와 함께 일하는 시대'를 주제로 초거대 언어모델 기반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술이 실제 업무 현장에서 어떻게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있는지를 국내외 사례 중심으로 설명하며, 기업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 방향을 제시했다. 세 번째 연사인 솔트룩스 이경일 대표는 '인공지능이 바꾸는 일상, 혁신하는 산업'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이 초래한 산업 패러다임의 전환과 인간-기계 간 새로운 관계 형성, 그리고 그 속에서 등장하는 사회적 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공유했다. 특히 이 대표의 강연에 이어 진행된 '인공지능 4대 성인 토론회'는 이날 세미나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혔다. 인공지능 기술로 구현된 예수, 부처, 공자, 소크라테스가 가상 패널로 등장해 '인간의 삶과 행복'이라는 주제로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이색적인 형식의 세션으로 첨단 기술과 인문학이 공존하는 새로운 시도로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는 보다 많은 시민이 이번 세미나의 핵심 콘텐츠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4대 성인 대화 서비스'를 내달 15일까지 제공한다. 이 서비스는 스마트폰용 '미미콘' 앱을 통해 이용할 수 있으며 앱 내에서 대화하고 싶은 성인을 선택해 사용하면 된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번 세미나는 인공지능이라는 거대한 기술 전환의 흐름 속에서 우리가 함께 미래를 준비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 뜻깊은 자리였다"며 “인천시는 인공지능을 미래 경쟁력의 핵심 동력으로 삼아 변화의 중심에서 끊임없이 진화하며 시민과 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인공지능 융합 중심 도시로 지속적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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