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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1월 CES 새 로봇청소기…中 독주에 태클, 승기 잡을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유독 국내 안방시장에서 기를 못 펴는 가전 품목이 로봇청소기다. 현재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점유율에서 로보락·드리미·에코백스 등 중국 브랜드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삼성·LG의 합산 점유율은 30%에 미치는 못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삼성과 LG 두 회사가 압도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내 가전 시장에서 로봇청소기는 유일하게 '중국 아성'으로 남아 있는 분야이다. 이같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의 중국 패권에 균열을 내기 위해 삼성과 LG가 내년 1월 초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26에서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대반격에 나선다. 두 회사는 스팀 기능과 보안성을 강화해 중국산 로봇청소기의 국내 독주체제에 제동을 건다는 전략이다. 다만, 중국 업체들도 이미 보안·기술·사후관리(AS)·라인업을 전방위로 보완해 방어막을 단단히 치고 있는 만큼 중국 로봇청소기의 국내 시장 장악력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않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내년 1월 6∼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6'에서 로봇청소기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양사는 성능 강화와 보안 확보를 핵심 과제로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준비 중인 '비스포크 AI 스팀' 신제품은 섭씨 100도 수준의 고온 스팀 기능과 100W(와트) 흡입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구석이나 벽면을 감지하면 브러시와 물걸레가 자동으로 튀어나오는 '팝 아웃 콤보' 기능을 적용해 사각지대 없는 청소를 지원한다. LG전자는 빌트인형 '히든 스테이션'과 프리스탠딩형 '오브제 스테이션' 2종을 공개한다. 두 모델 모두 본체와 스테이션에 스팀 기능을 세계 최초로 적용해 청소 성능과 위생 관리 편의성을 끌어올렸다. 양사는 소프트웨어 최적화 등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며, 출시는 내년 1분기로 점쳐진다. 삼성·LG는 보안 기능 또한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운다. 삼성전자는 자체 보안 솔루션인 '삼성 녹스'를, LG전자는 'LG 쉴드'를 적용해 데이터 안전성을 강조할 계획이다. 국내 기업이 로봇청소기 신제품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중국 브랜드의 거센 공세가 자리한다. 특히 삼성·LG는 보안을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중국산 일부 기기에 카메라·LiDAR 센서 데이터의 해외 전송 의혹이 제기된 바 있어, 국내 업체들은 데이터 암호화 수준 등을 부각하며 “국내 제품은 더 안전하다"는 인식 확립에 주력할 전망이다. 생활가전 전반의 브랜드 신뢰도와 스마트홈 연동성 역시 국내 기업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실사용 체감 성능에서 확실한 우위를 보일 경우 반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시장을 주도하는 중국 업체들이 이미 약점으로 지적되던 요소들을 빠르게 보완하고 있어 삼성·LG의 반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로보락·드리미 등 주요 브랜드는 지난해부터 글로벌 인증기관의 최고 등급 보안 인증을 잇달아 획득하며 신뢰도 제고에 나서고 있다. 보안이 더 이상 중국 업체의 결정적 취약점으로만 남아 있지 않다는 평가다. 기술력 측면에서도 중국 브랜드의 기세는 계속되고 있다. 삼성 신제품이 약 4cm 높이 장애물 등반 기술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드리미는 지난 9월 최대 8cm 문턱을 넘는 '아쿠아 10 울트라 롤러'를 출시했다.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세계 최초로 5축 로봇 팔을 탑재한 '사로스 Z70'을 선보이며 기술 리더십을 과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성능 평가에서 이미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 우위가 유지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라인업 다양성도 중국 업체가 크게 앞선다. 로보락·에코백스·드리미는 올해만 해도 잇따라 신제품을 내놓으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했지만, 삼성·LG는 내년에야 신형 라인업을 본격적으로 공개한다. AS 체계 역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중국 브랜드들은 국내 AS센터 확대와 전담 상담 인력 운영 등을 통해 '외산 제품은 AS가 약하다'는 기존 인식을 줄이고 있다. 체험형 플래그십·팝업스토어 운영을 강화해 소비자 접점도 넓히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국내 업체가 보안·성능 차별화를 실제 사용자 경험에서 확실히 체감시키지 못할 경우, 중국 업체 중심의 시장 구도는 당분간 그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내년 CES에서 공개될 삼성·LG 신제품이 중국 브랜드의 '견고한 방패'를 흔들 수 있을지가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워너브라더스 삼킨 넷플릭스…국내 OTT·극장 ‘후폭풍’ 몰아치나

전세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넷플릭스가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미디어 공룡'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발표하면서 국내 미디어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 내 '넷플릭스 독주' 현상이 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상회복을 못하고 위축 상태에 빠진 극장산업에도 악재성 충격을 줄 것으로 보또 한 번 충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8일 업계와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720억달러(약 106조원)를 들여 워너브라더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각) 밝혔다. 워너브라더스의 영화·TV 스튜디오와 스트리밍 서비스 'HBO 맥스' 등 사업 부문을 넷플릭스가 흡수하는 식이다. CNN 등은 제외됐다. 이를 위해 워너브라더스는 내년 3분기까지 CNN, TNT, 디스커버리 등 케이블 TV 채널이 포함된 방송사업 부문을 분할해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미국 정부 반독점심사 등 허들을 넘을 경우 양사 합병은 이르면 내년 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계약이 최종 성사될 경우 전세계 미디어 업계에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워너브라더스가 보유한 방대한 영화·TV 콘텐츠, HBO 및 HBO 맥스 콘텐츠가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에 합류된다는 점이 우선 주목된다. 넷플릭스의 시가총액은 전날 종가 기준 4259억달러(약 626조원)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720억달러를 들여 콘텐츠를 강화하는 만큼 구독자들의 충성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할리우드에서 존재감을 키우며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능력을 더욱 끌어올릴 것으로 예측된다. 국내 OTT 업계 입장에서는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와이즈앱·리테일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의 OTT 서비스 앱 합산 월간활성사용자(MAU)는 2089만명으로 집계됐다. 2022년 6월(1728만명)과 비교해 21% 증가한 수치다. 서비스별로는 넷플릭스가 점유율 40%로 질주하는 모양새다. 쿠팡플레이(21%), 티빙(17%), 웨이브(7%), 디즈니플러스(6%)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OTT 사용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데 넷플릭스 콘텐츠가 크게 강화되면 국내 기업들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토종 OTT들은 다양한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콘텐츠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는 2023년 합병을 공식화하고 후속 작업을 진행 중이다. CJ·롯데 등이 힘겨워하고 있는 영화 산업에도 큰 파장이 예고됐다. 넷플릭스는 극장 대신 자신들의 서비스를 통해 대형 신작을 공개해왔다. 이번에 인수하는 워너브라더스의 경우 글로벌 극장 배급 등에 강점을 지닌 회사다. 업계에서는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의 기존 장점을 살리기보다는 '슈퍼맨', '배트맨', '해리포터' 시리즈 등 대형 콘텐츠 운영 방식을 자신들의 스타일로 변경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럴 경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이 급감한 극장가에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자본 먹튀' 논란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넷플릭스 점유율이 더욱 확장되고 영향력이 커지면 법인세 납부액 등이 공론화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매출액 8996억6538만원을 올렸다. 전년(8233억4278만원) 대비 9.3% 늘어난 수치다. 매출액의 99.8%(8982억7932만원)가 구독 멤버십 재판매 수익에서 나왔다. 다만, 영업이익은 173억8075만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률 1.9% 수준이다. 매출원가가 7673억9220만원에 달해 매출원가율이 85%를 넘긴 영향이다. 본사(Netflix, Inc.)에 '구독 멤버십 구매 대가' 명목으로 7323억8194만원을 보낸 결과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 납부한 법인세는 39억3087만원에 불과했다. 미국 본사 영업이익률이 30%에 육박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에서만 세금 회피 목적으로 매출원가를 지나치게 높게 책정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아직 변수는 있다. 넷플릭스가 워너브라더스를 완전히 품기 위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승인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넷플릭스가 정부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워너브라더스에 물어줘야 할 돈은 58억달러(약 8조5000억원)에 이른다. 넷플릭스와 워너브라더스의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맥스를 합치면 미국 구독형 스트리밍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현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넷플릭스의 워너브라더스 인수전 승리가) 정말 대단한 성과"라며 “시장 점유율이 너무 커서 어떻게 될지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벤츠 동맹 ‘2조원 잿팟’…LG엔솔, 이차전지 공급

LG그룹과 메르세데스-벤츠의 동맹이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계열사 LG에너지솔루션은 벤츠와 2조600억원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고 8일 공시했다. 이번 거래금액은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 전체 매출(25조6196억원)의 8%에 해당하는 규모다. 배터리 공급 지역은 북미와 유럽이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8년 3월1일부터 2035년 6월30일까지다. 회사는 벤츠와 협의에 따라 추가 내용을 공개할 수 없으며, 계약 금액 및 기간 등 조건은 추후 양측 협의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제공하는 이차전지가 벤츠의 중저가형 모델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이번 전기차 배터리의 대규모 계약이 지난달 중순 방한한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의 LG 경영진과 회동 이후 한 달여만에 성사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방한 당시 “LG와 함께 혁신, 품질, 그리고 지속가능한 기반으로 한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양사의 강점을 결합해 세계 자동차 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세워갈 차량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언급했다. 벤츠는 오는 2027년까지 글로벌 시장에 40종 이상 신차를 출시하겠다는 전동화 전략을 지난 9월 발표했다. 프리미엄급부터 엔트리급 모델까지 다양한 차급에 전기차 라인업을 추가하겠다는 선언이다. 이같은 벤처 전략에 맞춰 두 회사는 최근 2년간 4차례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으며 '전기차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북미 및 기타지역 내 총 50.5GWh, 올해 9월에는 미국과 유럽 지역 내 각각 75GWh, 32GWh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급을 체결했다.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3건 모두 고성능 전기차에 들어갈 최고급 이차전지일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이날 공시한 2조원대 '잭팟' 수주가 중소형 모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하이엔드 고성능 모델에 원통형 46시리즈, 표준형과 중저가형 모델에 고전압 중니켈(Mid-Ni) 파우치형 배터리 및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외에도 LG그룹과 벤츠의 협업은 다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6년형 메르세데스-벤츠 GLC EV(전기차)에 40인치 초대형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츠 GLC EV는 내년 상반기 북미·유럽 시장에 출시된다. LG디스플레이가 벤츠에 공급하는 제품은 '옥사이드 박막 트랜지스터(TFT)' 기반 액정표시장치(LCD) 40인치 디스플레이일 것으로 추정된다. 옥사이드 TFT는 디스플레이 기술에서 고해상도, 대형화, 저전력 소비 등을 충족하는 차세대 기술 중 하나다. 벤츠 차량에 해당 제품이 적용될 경우 이를 기반으로 한 차량용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사례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004년부터 벤츠에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디스플레이, 업계 최초 ‘차량 사이버보안’ 인증 획득

LG디스플레이가 디스플레이 업계 최초로 차량용 디스플레이의 사이버 보안 인증을 획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신제품에 대해 글로벌 안전과학 검증기업 UL솔루션즈(UL Solutions)로부터 '자동차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링 국제 표준(ISO/SAE 21434)'을 획득했다고 8일 밝혔다. 자동차 사이버보안 엔지니어링 국제 표준 인증은 자동차의 개발·생산·공급·폐기 등 전 생애주기에 대해 사이버 공격 위험을 관리하고 대응하기 위한 프로세스를 갖췄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LG디스플레이는 완성차 및 모빌리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사이버 보안 인증을 선제적으로 획득했다. 디스플레이 개발 단계에서 해킹이 어렵도록 설계하고, 생산 단계에서 회로에 보안 강화 장치를 마련해 인증받았다. 자동차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으로 전환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완성차 업체를 대상으로 자동차 보안 인증을 의무화하고, 부품 업계까지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차량용 디스플레이는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운전자를 연결해주는 핵심 부품이라는 점에서 보안 인증에 대한 중요성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번 인증으로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제품·기술 경쟁력은 물론, 안정적인 공급 능력과 사용자 안전을 위한 사이버 보안 역량을 인정받은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사이버 보안 인증을 충족하는 차량용 OLED 신제품 개발 및 생산 체계를 선제적으로 활용해 자동차 시장에서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창출하며 글로벌 제품 수주 경쟁력을 한층 높여 나갈 계획이다. 권극상 LG디스플레이 Auto사업그룹장은 “고객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며 차별화된 고객가치 창출을 위한 차원"이라며 “이를 통해 차량용 프리미엄 디스플레이 시장 내 선두 위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컴, 내년부터 전사 모든 직무에 AI 에이전트 활용 의무화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2026년을 전사적 인공지능(AI) 내재화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기업 체질을 뿌리부터 바꾸는 고강도 혁신에 나선다. 한컴은 내년부터 개발 직군은 물론 기획, 마케팅, 인사(HR), 재무 등 비개발 직군을 포함한 전사 모든 직무에 AI 에이전트(Agent)의 상시 활용을 의무화하고, 실제 업무 프로세스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한다고 8일 밝혔다. 이번 전략은 단순히 업무 편의를 돕는 도구 도입 차원을 넘어선다. 고객에게 AI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임직원부터가 가장 까다롭고 능숙한 AI 사용자가 돼야 한다는 김연수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로 국내 많은 정보기술(IT) 기업이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지만, 특정 개발 부서나 일부 시범 조직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한컴처럼 일반 지원 부서까지 포함해 각 직무별로 최적화된 버티컬(Vertical) AI 툴을 발굴하고, 이를 전사 시스템에 이식해 AI 체질화를 시도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다. 한컴은 이를 위해 지난 수개월간 각 현업 부서와 별도의 전담 조직이 협력해 실제 업무 적용 시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직무별 최적의 AI 솔루션 선정을 마치고 본격적인 운영 단계에 돌입했다. △재무·회계 부서는 복잡한 세법 검토와 자금 흐름 예측에 AI를 활용하고, △기획·마케팅은 시장 조사와 콘텐츠 생성에 생성형 AI를 투입한다. △인사(HR) 부서 또한 AI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조직 문화를 진단하는 등 회사의 모든 밸류체인이 AI와 결합해 돌아가게 된다. 한컴은 스스로를 거대한 AI 테스트베드로 삼아 내부에서 철저히 검증된 활용 노하우와 데이터만을 토대로 고객에게 실패 없는 실전형 AI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데이터 처리 계약(DPA) 검증 등 보호가 전제된 혁신 가이드라인도 완비했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우리가 하려는 것은 단순한 도구 설치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을 송두리째 바꾸는 AX(AI 전환) 실증 실험"이라며 “AI가 업무 전반에 스며들어 단순 반복 업무를 대체하게 되면, 이에 맞춰 기업 문화 역시 임직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본질적인 가치 창출에 몰입할 수 있는 형태로 유연하게 진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컴 구성원 모두가 AI를 공기처럼 활용하는 경험을 축적하고 이를 자산화해, 2026년 AI 시장을 공략하는 핵심 경쟁력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대기업 41% “내년 투자”…올해보다 증가

통상 리스크와 고환율 등 대내외 경영환경의 어려움 속에서도 내년도 투자 계획을 수립한 국내 주요기업 비중이 올해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7일 공개한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 '2026년도 투자계획'(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 응답기업 110개)에 따르면, 내년도 투자계획 수립 비중은 40.9%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경협의 '2025년도 투자계획(응답기업 122개)'에서 계획수립 32.0%보다 8.9%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이번 2026년도 투자계획 조사 결과에서 '투자계획 미정'은 43.6%, '투자계획 없다'는 15.5%로, 응답기업 10곳 중 6곳(59.1%)이 내년 투자계획이 없거나 아직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인 2025년도 투자계획 조사 결과의 '투자계획 미정' 56.6%, '투자계획 없다' 11.4%과 비교해 투자계획을 못 세운 기업 비중이 13.0%p 줄어들었다. 반면에, 투자계획 없는 기업 비중은 4.1%p 더 늘어났다. 특히, 2025년도 투자계획에서 전년도(2024년)과 비교해 투자계획 미정 기업 비중이 6.9%p(49.7→56.6%), 투자계획 없는 기업 비중이 6.1%p(5.3→11.4%) 나란히 상승한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한경협 조사에서 2026년도 투자계획 수립 기업 가운데 내년 투자 규모를 올해와 비슷하게 유지(53.4%)하거나 확대(13.3%) 응답 기업이 66.7%를 차지했다. 이와 달리, 올해보다 투자 규모 축소 응답은 33.3%였다. 내년도 투자 확대 기업들은 △미래산업 기회 선점·경쟁력 확보(38.9%) △노후화된 기존 설비 교체․개선(22.2%)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반면에 2026년도 투자계획 미정 기업들이 계획을 수립하지 못한 이유로는 △조직 개편 및 인사 이동(37.5%) △대내외 리스크 영향 파악 우선(25.0%) △내년 국내외 경제전망 불투명(18.8%) 등이었다. 또한, 투자 규모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이 없는 기업들은 그 이유로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 부정적(26.9%) △고환율과 원자재가 상승 리스크(19.4%) △내수시장 위축(17.2%) 등을 지목했다. 기업들은 2026년 투자 3대 리스크로 △관세 등 보호무역 확산 및 공급망 불안 심화(23.7%)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22.5%) △고환율(15.2%)을 선정했다. 또한, 국내 투자 시 최대 애로점으로 △세금 및 각종 부담금 부담(21.7%) △노동시장 규제 및 경직성(17.1%) △입지, 인·허가 등 투자 관련 규제(14.4%) 순으로 응답했다. 한경협은 올들어 법인세 부담 증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노란봉투법) 정년연장 논의 등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들이 여전히 투자 결정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했다. 이밖에 국내 주요기업들은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과제로 △세제지원·보조금 확대(27.3%) △내수경기 활성화(23.9%) △환율 안정(11.2%) 등을 제시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공급망 불안, 외환 변동성, 각종 규제 등이 투자를 위축시키는 요인"이라며, “환율 안정 노력과 함께 첨단산업에 대한 세제 지원주, 규제 개선 등 투자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으로 국내 투자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내년 투자계획 조사에는 인공지능(AI) 투자 계획 항목이 포함돼 눈길을 끌었다. 응답기업 10곳 중 약 4곳에 해당하는 36.4%가 'AI 투자계획을 수립'(12.7%)했거나 '검토 중'(23.7%)이라고 말한 반면, AI 투자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절반을 넘어선 63.6%를 차지했다. 이진우 기자 jinulee6464@ekn.kr

SK하이닉스, 반도체 최고권위 ‘GSA 어워즈’ 2관왕

SK하이닉스가 세계반도체연맹(GSA)이 주최한 'GSA 어워즈 2025'에서 2개 부문을 석권했다. 7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GSA 어워즈는 GSA가 1996년부터 매년 개최해온 반도체 산업 최고 권위의 시상식이다. 리더십, 재무 성과, 업계 존경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기업과 개인을 시상한다. SK하이닉스는 '연 매출 10억달러 초과 부문 최우수 재무관리 반도체 기업상'과 '우수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기업상'의 영예를 안았다. 최우수 재무관리 부문은 2017년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며, 아시아태평양 반도체 기업 부문에서는 첫 수상이다. 이번 수상은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에서 획기적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설루션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며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한 기술 리더십과 고객 중심 경영을 인정받은 결과로 풀이된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은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과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풀 스택 AI 메모리 크리에이터'로서 고객과 함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AI 시장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클린룸 가동에 들어간 청주 M15X 팹에 장비 반입을 빠르게 진행해 내년 상반기 내 HBM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어 지난 2월 본격 착공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도 당초 계획보다 조기 준공한다는 목표이다. 연합뉴스

[김한성의 AI시대] AI 활용 국가, 한국이 만들어야 할 제3의 길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2025년, 글로벌 기술 생태계를 가장 크게 뒤흔든 변화는 단순히 성능이 향상된 AI가 아니었다.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고 목표를 재구성하며 상황에 따라 절차를 스스로 설계하는 새로운 유형의 '에이전트형 AI(Agentic AI)'가 등장한 것이다. 이는 AI가 더 이상 우리가 묻고 이에 대한 응답을 수행하는 도구가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고 판단하는 협력적 존재로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술의 위상이 바뀌면, 인간이 AI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국가가 AI를 사회에 통합하는 전략 역시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한다. 각국은 저마다의 여건에 맞춘 AI 패러다임을 구축하는 중이다. 미국은 초거대 모델 경쟁을 기반으로 명령형(Command-Based) AI 전략을 강화한다. 우수한 모델을 만들고,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AI가 수행하는 구조다. 한편 중국은 방대한 데이터와 통합적 국가 시스템을 기반으로 관리형(Manager-Based) AI를 구축시킨다. 도시 운영, 사회관리, 산업 정책까지 AI가 집단적 효율성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방식이다. 두 모델 모두 강력하지만, 공통점으로 인간과 AI가 함께 사고를 확장하는 구조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한국은 이 두 모델과 다른 길을 선택해야만 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미국처럼 막대한 원천기술 투자를 지속하기 어렵고, 중국처럼 국가 단위로 데이터를 일원화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AI 기술이 고도화된 지금, 경쟁의 중심은 “누가 더 큰 기술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기술을 사회와 결합시키는가"로 이동하고 있다. 즉, 서열 경쟁이 아니라 문명적 선택의 경쟁, 다시 말해 새로운 형태인 제3의 길이 열리고 있다. 한국이 선택할 전략적 방향은 협력형(Cooperative) AI 패러다임이다. 한국 사회는 높은 문해력, 빠른 적응력, 촘촘한 소통 구조 등 협업 중심의 문제 해결 방식에 익숙하다. 이는 인간과 AI가 판단을 나누고 서로를 보완하는 Agentic AI의 작동 원리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또한 디지털 행정, 의료보험, 교육 인프라 등 한국의 전 국민적 표준화 경험은 AI 협업 체계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된다. 즉, 한국은 초거대 모델 경쟁보다 기술을 사회운영 방식과 결합해 구조를 재설계하는 데 강점을 가진 몇 안 되는 나라다. 이 협력형 패러다임을 국가 전략으로 실체화하려면 개인 → 조직 → 데이터 → 신뢰로 이어지는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 정책과제는 전 국민 AI 협업역량 표준(K-AI Collaboration Standard)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코딩 교육의 확장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AI와 어떻게 대화하고 판단하며 공동 작업을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국가적 기준이다. 예컨대 공공기관은 문서작성 과정에 AI 협업 절차를 도입하고, 교육 현장은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채택할 수 있다. 이는 AI 리터러시를 단순한 교육 과제가 아니라 국가 인적자본 전략의 중심 축으로 재정의하는 일이다. 이러한 협업 역량의 기반이 마련되어야 비로소, 산업·행정·의료·교육 등 각 분야의 업무 구조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다음 단계가 가능해진다. 둘째 정책과제는 산업·행정·의료·교육 등 주요 영역의 업무 구조를 AI 협업 프로세스 중심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기존 업무에 AI를 단순히 덧붙이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자체를 근본적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는 의미다. 각 부문마다 역할·책임·안전장치를 함께 설계하는 일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으며, 이를 조정할 상시적·전문적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현재 존재하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가 국가 AI의 비전과 원칙을 정하는 전략·심의 기능을 담당한다면, 실제 행정·산업 현장에서 AI 협업 프로세스를 구현·조정할 풀타임 전담 실행조직—'AI 활용 전략본부(가칭)'—이 별도로 필요하다. 부처 단위의 분절된 정책 체계만으로는 협력형 AI 패러다임의 구조적 확장을 감당하기 어렵다. 셋째 정책과제는 데이터 신뢰 프레임워크(K-Data Trust Framework)를 구축해야 한다. 이는 국가가 데이터를 일원적으로 통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개인·기관·기업이 데이터를 안전하게 공유하고 교환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의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협력형 AI는 정답형 데이터보다 맥락형 데이터를 필요로 하고, 이 데이터가 안전하고 투명하게 흐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수다. 넷째 정책과제는 AI 자율성 증가에 대응하는 책임성·투명성 체계(Algorithm Accountability System)를 구축해야 한다. 알고리즘 감사, 설명 가능한 AI 기준, 시민 참여형 평가 시스템 등은 한국형 협력 패러다임을 국제적 신뢰 기준으로 발전시키는 핵심 토대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정책들이 결합되면 한국은 원천기술 경쟁에서 1·2위를 다투지 않더라도, AI 활용의 질과 사회적 수용성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즉, 기술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기술을 가장 잘 '활용하는' 나라라는 새로운 국가 모델을 정립할 수 있게 된다. AI는 이제 자율적 존재로 진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가가 해야 할 일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인간과 기술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사회적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다. 한국은 그 구조를 실현할 사회적 기반과 정책적 의지를 모두 갖춘 드문 나라다. 제3의 길은 선택지가 아니라, 한국이 갖춘 조건을 현실로 전환하는 전략적 방향이다. AI 시대의 경쟁은 서열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이며, 한국은 그 설계를 통해 미래 문명의 새로운 기준을 세울 수 있다. 김한성

한화비전·세미텍-한국환경공단, 폐 가전 920kg 수거…온실 가스 감축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이 한국환경공단과 협력해 폐전기·전자제품의 자원 순환 체계 구축에 나선다. 한화비전과 한화세미텍은 지난 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R&D센터에서 한국환경공단과 '폐전기·전자제품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폐가전의 올바른 배출 문화를 정착시키고, 온실가스 감축 등 실질적인 환경 개선에 기여하기 위해 마련됐다. 양사는 협약에 따라 △올바른 폐전기·전자 제품 배출 문화 확산 △일회용품 사용 최소화 △종이 없는 업무 환경 조성 등 친환경 조직 문화 구축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협약의 첫걸음으로 양사는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사흘간 판교 R&D센터 입주 임직원을 대상으로 '폐전기·전자제품 수거 캠페인'을 진행했다. 캠페인 결과 총 920kg에 달하는 폐가전이 수거됐으며, 이를 통해 약 2.53톤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수거된 물품은 비영리 공익법인 'E-순환 거버넌스'로 인계되어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재활용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캠페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동참한 임직원들에게 사내 카페 이용 쿠폰을 지급하기도 했다. 한화비전 관계자는 “이번 캠페인이 임직원들에게 자원 순환의 중요성을 알리고 올바른 배출 습관을 기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ESG 경영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AI 서버·아이폰17 호조에 삼성전기·LG이노텍 ‘따뜻한 연말’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등 국내 전자부품사들이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을 이어갈 전망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및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애플 '아이폰17' 효과가 겹치며 실적 개선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216억원, 3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 34% 증가가 예상된다. 두 회사 모두 3분기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영업이익 성장을 기록하며 이미 반등 흐름을 확인했다. 삼성전기는 AI 서버 생태계의 핵심 부품 공급사로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고성능 AI 서버 투자가 이어지면서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와 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영향이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한 순간 일정하게 공급하는 일종의 '댐'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전자산업의 기본 소재로 꼽힌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고밀도 패키지 기판으로, AI 시대 데이터 전송 속도 향상에 필수적인 요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츠앤마켓츠는 MLCC 시장 규모가 올해 150억달러(약 22조원)에서 2030년 219억3000만달러(약 32조원)로 성장하며 연평균 7.9% 확대될 것으로 내다본다. 현재 글로벌 MLCC 시장은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약 40% 점유율로 1위, 삼성전기가 20%대로 2위를 유지하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패키지 기판 부문에서도 FC-BGA는 AI 서버 수요 확대와 함께 성장세가 가파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기 내 FC-BGA 매출 비중이 올해 40% 중반에서 2026년 50% 수준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아이폰17 시리즈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카메라 모듈과 모바일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성장에 직결되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RF 모듈 등에 들어가는 고부가 기판 공급이 확대됐고, 기술 장벽이 높은 RF-SIP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호실적을 견인했다. 기판소재사업부 역시 고성능 기판 수요가 증가하며 개선 속도가 빠르다. 실제로 3분기 영업이익은 80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65% 성장했다. LG이노텍이 2022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FC-BGA는 올해부터 인텔 등 글로벌 빅테크를 대상으로 PC·서버용 제품 공급이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4분기부터 관련 매출 기여가 본격 반영되면서 기판소재사업부 실적이 더 뚜렷하게 개선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17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AI 인프라 투자도 확대되면서 고부가 기판·MLCC·모듈 업체들의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특히 AI 서버 수요는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부품업계 분위기가 당분간 긍정적으로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호실적을 발판으로 두 회사 모두 신성장동력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유리기판 시장 선점에 나섰다. 최근 일본 스미토모화학그룹과 손잡고 유리기판 핵심 소재인 '글라스 코어' 제조를 위한 합작법인(JV)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글라스 코어는 기존 유기기판보다 평탄도가 높고 열팽창률이 낮아, AI 서버와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에 적합한 차세대 소재로 평가된다. 삼성전기는 세종사업장에 파일럿 라인을 가동하며 2027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MLCC와 함께 차세대 성장 축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LG이노텍은 광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기판과 모빌리티 부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확대하고 있다. 차량용 라이다(LiDAR)·레이더와 로봇용 비전센서 등 차세대 센싱 부품 중심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진출도 본격화했다. 미국 아에바와 초장거리 라이다 모듈을 공동 개발하고, 국내 4D 이미징 레이더 전문기업 스마트레이더시스템에 투자해 핵심 기술 경쟁력 확보에 나선 점도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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