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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폰에 “싸구려”라던 애플…삼성 패널 쓰고 가격은 100만원 더

삼성전자보다 7년 늦게 폴더블폰 시장에 뛰어든 애플이 경쟁사 초기 제품을 “싸구려 같고 조잡했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애플의 첫 폴더블폰 '아이폰 듀오'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만든 화면이 들어간다. 가격은 삼성전자 제품보다 100만원 이상 비싸고, 양산 수율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19일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에 따르면,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인터뷰에서 다른 업체들이 선보인 초기 폴더블폰에 대해 “싸구려 같고 조잡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터너스 CEO가 삼성전자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사실상 삼성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9년 첫 갤럭시 폴드를 출시한 이후 화면 주름과 내구성 등을 개선하며 폴더블폰 시장을 이끌어 왔다. 초기 제품에서는 화면 파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이후 제품을 거듭 출시하며 기술을 보완했다. 반면 애플은 오는 23일 첫 폴더블폰을 정식 출시한다. 삼성보다 시장 진입이 7년 늦은 셈이다. 애플이 경쟁사 초기 제품의 완성도를 문제 삼았지만, 정작 자사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은 삼성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다. 아이폰 듀오에 탑재되는 접이식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갤럭시 Z 시리즈에도 폴더블 패널을 공급하는 업체다. 다만 아이폰 듀오에 들어가는 패널은 애플의 요구 사양에 맞춰 제작된 것으로, 갤럭시 제품과 동일하지는 않다. 애플은 여기에 자체 설계한 힌지와 화면 표면 기술을 적용해 차별화를 꾀했다. 애플이 내세우는 강점은 화면 주름을 줄인 설계다. 타임에 따르면 애플은 폴더블폰 개발 과정에서 기존 제품과 유사한 소재를 사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자체 폴리머 소재와 나노텍스처 기술을 개발해 적용했다. 화면을 접고 펴는 힌지에는 100개 이상의 초소형 정밀 부품을 사용했다. 애플의 폴더블폰 개발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터너스 CEO를 비롯한 엔지니어 6명이 당시 접이식 전자기기 관련 특허를 출원했다. 관련 기술을 연구한 지 15년 만에 첫 제품을 내놓는 것이다. 그러나 기술 개발에 들인 시간만큼 가격 부담도 커졌다. 아이폰 듀오의 국내 출고가는 256GB 기준 329만원으로, 같은 용량의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8(227만8100원)보다 101만1900원 비싸다. 최상위 2TB 모델은 509만원으로, 애플 스마트폰 가운데 처음으로 500만원을 넘었다. 무게에서도 차이가 난다. 아이폰 듀오는 254g으로 갤럭시 Z 폴드8(201g)보다 53g 무겁다. 폴더블폰의 단점으로 꼽혀 온 무게와 휴대성 측면에서 애플이 삼성보다 유리하다고 보기 어려운 대목이다. 높은 가격에 수리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애플이 공개한 국내 보증 제외 예상 수리비는 내부 디스플레이 파손 시 164만9000원, 기타 손상 시 246만9000원이다. 수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애플케어플러스 가입비도 2년 기준 54만9000원이다. 폴더블폰의 핵심 부품인 내부 화면이 파손되면 적지 않은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한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는 “삼성보다 100만원 이상 비싼 가격을 소비자가 받아들일지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가격적인 매력은 없다"고 말했다. 양산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경제매체 지에몐신문은 폭스콘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달 17일 기준 아이폰 듀오의 최종 조립 수율이 60%를 조금 웃도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수율은 생산한 제품 가운데 품질 기준을 통과한 제품의 비율이다. 이 전문가는 “기술 자체는 우수하지만 생산 수율은 삼성보다 상당히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설계 기술의 완성도와 이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하는 능력은 별개라는 지적이다. 애플이 강조하는 화면 주름 개선 기술에도 한계가 있다. 나노텍스처는 빛의 반사를 조절해 화면이 접히는 부분의 주름을 덜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화면을 반복해서 접고 펼 때 발생하는 물리적인 변형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 이용자를 얼마나 끌어들일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소비자 조사기관 CIRP의 공동창업자 마이클 레빈은 기존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이 아이폰으로 옮겨갈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운영체제에 대한 이용자 충성도가 높아 폴더블폰 출시만으로 삼성 이용자를 대거 흡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고가 논란에도 사전예약 수요는 몰리고 있다. 아이폰 듀오는 지난 16일 예약 판매를 시작한 뒤 일부 국가에서 출시 당일 수령 물량이 동났다. 미국에서는 일부 모델의 배송 예정일이 내년 1월 말까지 밀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아이폰 듀오 출하량을 약 500만대로 예상했다. 다만 애플이 예약 판매량과 초기 공급 물량을 공개하지 않아 배송 지연이 주문 급증 때문인지,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때문인지는 불분명하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2조 ‘실탄’ 푼 SK하이닉스, 소부장 ‘뿌리’ 키운다

SK하이닉스가 정부, 한국무역보험공사(무보), 4대 시중은행과 함께 총 2조원 규모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협력사 금융 지원에 나섰다.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둔화로 자금난을 겪는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에 숨통을 틔워주려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이 개발한 기술을 실제 양산 환경에서 검증할 '트리니티 팹'까지 연계해 K-반도체 생태계의 뿌리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19일 경기도 용인 일반산업단지 내 SK하이닉스 용인 클러스터 홍보관에서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협약식과 1호 보증서 전달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행사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CEO)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무보, KB국민·신한·우리·하나 등 4대 시중은행, 소부장 협력사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곽 사장은 “국가적 차원에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K-반도체'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소부장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출범한 수출공급망 강화보증은 반도체 소부장 중소·중견기업의 자금난을 덜기 위해 마련된 대규모 합동 금융 프로그램이다. SK하이닉스와 시중은행들이 재원을 출연하고 무보가 보증을 지원하는 구조로, 총 2조원 규모의 지원 환경을 만들었다. 대기업과 정책금융기관, 시중은행이 함께 판을 짠 셈이다. 소부장 기업들은 이를 통해 △대출 한도 확대 △금리 우대 △대출 과정의 보증료 부담 절감 등의 혜택을 받는다. 이날 행사에서는 첫 지원 대상 협력사들에 1호 보증서가 전달됐다. 금융 지원과 함께 기술 검증 인프라도 공개됐다. 참석자들은 협약식에 앞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호 팹(Fab) 부지 건설 현장과 '트리니티 팹(Trinity Fab)' 추진 현장을 둘러봤다. 그간 국내 소부장 중소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신기술과 신제품을 실제 반도체 생산 환경에서 테스트해 보기 어려웠고, 이 때문에 상업화에 큰 애로를 겪었다. 트리니티 팹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첨단 반도체 양산연계형 팹(소부장 기업의 기술·제품이 실제 생산에 문제없이 쓰일 수 있는지 미리 성능을 시험·검증하는 시설)이다. 정부와 지자체, SK하이닉스가 총 8700억원을 공동 투입해 용인 1호 팹 안에 구축하고 있다. 소부장 기업의 기술 자립도를 끌어올리고 첨단 기술·제품의 국산화 시기를 크게 앞당기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는다. 이어진 간담회에서 협력사 대표들은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와 기술 자립화를 위한 현장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참석자들은 K-반도체의 글로벌 초격차 유지를 위해 대·중소기업 간 상생 생태계를 더욱 견고히 다지기로 뜻을 모았다. 곽 사장은 “이번 수출공급망 기금 지원과 트리니티 팹을 통한 원스톱 기술 검증 환경 조성을 바탕으로 협력사들과 힘을 모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기술 리더십을 한층 공고히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연일 급락…삼성·SK ‘호남 반도체 속도전’ 변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거나 예고하고 있지만 주가는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와 중국 메모리 업체의 추격 등이 맞물리면서다. 양사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이어 호남 신규 생산시설 구축까지 추진하는 가운데 향후 투자 속도와 자금 집행계획에도 관심이 쏠린다. 19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6일 21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2.62% 반등했지만 지난 2일 종가와 비교하면 21.92% 하락한 수준이다. SK하이닉스도 이날 0.79% 오른 127만2000원에 마감했으나 앞선 7거래일 연속 하락에 따른 낙폭을 만회하지는 못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세도 거셌다. 지난 12~16일 외국인은 SK하이닉스 주식 5조3565억원, 삼성전자 주식 3조5070억원을 순매도했다. 두 기업에서만 약 8조8600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14.46% 하락했다. 주가 흐름은 양사의 실적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실적에서 사상 최대 수준의 영업이익을 발표했고, SK하이닉스 역시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 반면 시장에서는 미국 AI 인프라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과 투자 수익성, 중국 메모리 업체의 공급 확대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6일 미국 증시에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3.83% 하락하면서 국내 반도체주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 최태원 “장기 보유" 강조…호남 투자도 속도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반도체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대한 자신감을 지속적으로 드러내 왔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에서 SK하이닉스 주식과 관련해 단기 매매보다 장기 보유를 강조했다. 같은 달에는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매수하며 기업가치에 대한 자신감을 행동으로 보여줬다. 지난 9일에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예정지인 광주 군공항을 직접 방문해 조기 착공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반도체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용인과 호남 생산시설을 병행 건설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력과 용수 공급이 늦어지더라도 공사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면 먼저 착공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삼성전자 역시 호남 신규 투자 준비에 나선 상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6월 정부의 반도체 지방 투자계획 발표를 앞두고 대통령과 관련 사안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7월 광주 군공항 부지를 방문했으며 김용관 DS부문 경영전략총괄 사장은 8월 호남 투자 준비 시점이 크게 앞당겨질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다만 양사 모두 호남 신규 팹의 구체적인 착공 일정과 단계별 투자 집행계획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용인도 앞당기는데 호남까지…투자 우선순위 주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대규모 생산능력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용인 국가산업단지에 반도체 팹 6기를 구축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완공 목표 시점을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기는 등 투자 일정을 단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호남권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2기씩 총 4기의 메모리 팹을 구축하는 메가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발표된 장기 투자 구상 규모는 총 800조원에 달한다. 용인과 호남의 신규 생산시설을 병행 구축할 경우 기업별 투자 규모와 집행 시기, 장비 도입 일정, 전문인력 확보 등이 주요 과제로 꼽힌다. 특히 기존 생산시설 확충과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자본을 어떻게 배분할지가 관심사다. 반도체업계에서는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가 설비투자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최근 주가 급락의 배경으로 AI 인프라 기업들의 재무 부담과 향후 투자 속도 조절 가능성이 거론되는 만큼 장기 수요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 2030년 첫 양산 목표…착공·전력·용수 일정 관건 정부와 전남광주시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2030년 첫 양산을 목표로 기반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군공항 관련 시설 이전과 부지 정비, 산업단지 조성, 전력·용수 공급망 구축 등 실제 착공과 가동에 앞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팹은 건축공사를 마친 뒤에도 생산장비 반입과 설치, 시운전, 수율 안정화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기업들이 조기에 공사에 착수하더라도 기반시설 공급 일정이 맞지 않으면 실제 양산 시점은 늦어질 수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주 급락이 기업의 직접적인 투자 여력 축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AI 산업의 중장기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이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AI 인프라 투자 우려가 실제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지, 일시적인 금융시장 불안에 그칠지가 반도체 업황 판단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양사의 호남 신규 팹 투자 역시 기존 용인 투자와의 우선순위, 장기 메모리 수요 전망, 정부의 기반시설 공급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공장 대신 연구개발…수원경제자유구역, 반도체 R&D 허브로 승부

수원시, 경제자유구역 차별화 전략 모색…대규모 생산시설 유치 경쟁서 탈피 AI·시스템반도체 설계·실증·인재 양성 집적…경기남부 반도체벨트 연결 구상 기업·대학·연구기관 협력 생태계 구축 관건…경제자유구역 지정 논리 구체화 수원=에너지경제신문 이성재 기자 인공지능(AI)이 반도체 설계와 제조공정을 바꾸고, 첨단 기술의 개발 속도가 산업의 성패를 좌우하면서 연구개발(R&D)과 인재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경기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수원시가 대규모 생산시설 대신 첨단 연구개발과 기술 실증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전략을 모색하는 배경이다. 수원특례시는 지난 17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한국도시설계학회와 공동으로 '수원대전환, 경제자유구역' 특별 세션을 열고 경기경제자유구역 후보지인 수원지구의 차별화 방안을 논의했다. 2026년 한국도시설계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마련된 이번 세션에서는 수원이 보유한 반도체 산업 기반과 대학·연구기관·기업을 연결하는 혁신 생태계 구축이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전문가들이 주목한 것은 수원의 산업적 역할이다. 경기남부에는 반도체 관련 생산·연구 기반이 형성돼 있는 만큼 수원까지 대규모 제조시설 유치 경쟁에 뛰어들기보다는 연구개발과 기술 검증, 인재 양성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유빈 명지대학교 교수는 인공지능 전환(AX)에 따른 글로벌 반도체 산업 변화를 설명하면서 수원이 반도체 R&D와 실증·검증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경기남부 반도체 산업 거점을 연결하는 'R&D 브릿지 허브' 역할을 강조했다. 이는 반도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과 실제 생산에 적용하는 기업 사이의 연결 기능을 강화하자는 구상이다. 기술 개발부터 검증,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 수원이 핵심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의미다. 수원경제자유구역의 구체적인 산업 방향도 제시됐다. 윤정재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차세대 반도체 R&D를 중심으로 AI·시스템반도체 설계 및 실증, 첨단 소재·부품·장비와 패키징 기술지원, 응용 반도체 융합 등을 특화 분야로 제안했다. 산업시설을 단순히 집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들이 공동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할 수 있는 기능 중심의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취지다. 경제자유구역의 역할 변화도 주요 논의 대상이었다. 김민재 인제대학교 교수는 기존 경제자유구역이 제조업과 수출, 외국인 투자 유치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인재, 혁신 생태계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이를 '경제자유구역 3.0'으로 설명하며 수원이 대학과 연구기관, 첨단기업이 긴밀하게 협력하는 지식 네트워크형 혁신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러한 구상이 실질적인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연구개발 기능을 집적할 공간과 기업 유치 전략은 물론 공동 실증시설, 전문인력 공급체계, 창업기업 지원 방안 등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 특히 경제자유구역 지정은 아직 추진 단계인 만큼 수원만의 산업적 차별성과 투자 수요를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존 연구·산업 기반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른 반도체 거점과 어떤 역할을 분담할 것인지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수원시는 이번 특별 세션에서 제시된 전문가 의견을 토대로 경제자유구역 발전전략을 보완하고 첨단 R&D 거점 조성을 위한 실행과제를 정책에 반영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도시 경쟁력은 좋은 기업이 찾아오고 인재가 머물며 연구와 창업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환경을 얼마나 잘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며 “수원지구를 연구개발과 기업, 인재와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혁신 생태계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수원경제자유구역 구상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공장을 유치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경쟁력 있는 기술과 기업을 만들어 내느냐다. 연구개발과 실증, 창업, 인재 양성이 선순환하는 산업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지가 수원형 경제자유구역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이성재 기자 gado444@ekn.kr

[김한성의 AI시대] AI가 사람을 평가할 때, 기준은 누가 정하는가

김한성 ㈜투비유니콘 가치설계자(CPO) 올해 6월 고용노동부는 구직자의 취업 가능성을 분석하고 필요한 역량과 직업훈련을 안내하는 인공지능(AI) 서비스를 공개했다. 구직자가 원하는 직종에서 취업할 확률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막막한 취업 준비에 유용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다만 화면에 나타난 확률이 낮다면 어떨까. 그것은 보완해야 할 점을 알려주는 정보일까, 아니면 내 미래의 한계를 말해주는 숫자일까. 정부의 서비스는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아니지만, 이 작은 질문은 AI가 사람을 평가하는 시대의 더 큰 문제로 이어진다. 그보다 한 달 앞선 5월 교황 레오 14세는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이라는 회칙을 발표했다. 1891년 레오 13세가 산업혁명 속 노동자의 권리를 다룬 '새로운 사태'를 발표한 지 135년 만이다. 기계와 자본 앞에서 노동자의 존엄성을 물었던 역사가 이제 AI와 알고리즘 앞에서 인간의 가치를 다시 묻고 있다. 종교 문서의 언어로 시작된 물음이지만, 그 답은 채용과 교육,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사람의 삶과 맞닿아 있다. 회칙은 AI가 도덕적으로 중립적인 도구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무엇을 측정하고 무시하며 최적화할지 정하는 순간, 설계자의 선택과 가치가 이미 들어가기 때문이다. 가령 채용 시스템이 경력의 연속성을 높게 평가한다면 육아나 가족 돌봄으로 일을 쉬었던 사람이 불리해질 수 있다. 잦은 이직을 감점한다면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온 경험이 약점으로 읽힐지도 모른다. 이는 실제 특정 시스템에서 확인된 차별이 아니라, 무엇을 능력의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위험이다. AI는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일정한 기준을 일관되게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과 정당하게 판단하는 것은 다르다. 과거 채용 기록으로 만든 모델이 기존에 선호하던 경력과 학력을 다시 추천할 수 있다. 모델이 과거 결과를 잘 맞혔다 해도 그 과거의 기준까지 공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더구나 낮은 취업 확률을 이유로 교육이나 면접 기회를 줄인다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는 예측이 오히려 그 가능성을 좁히는 결정으로 바뀐다. 숫자가 무엇을 설명하는지뿐 아니라 그 숫자로 무엇을 할 것인지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조사한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응답한 396곳 가운데 86곳은 채용에 AI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AI 사용 사실을 구직자에게 사전에 알린다는 기업은 그 86곳의 57%였다. 취업 준비생은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열심히 준비하면서도, 자신을 판단하는 과정에 AI가 쓰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결과가 객관적으로 보이는 만큼 그 기준을 묻기는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AI를 쓰지 않는다고 공정한 채용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도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며, 같은 지원자를 서로 다르게 평가한다. AI는 누락된 역량을 발견하고 일관성을 높이며 차별적 표현을 가려내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서비스 중에는 구인공고의 성별·연령 차별과 법 위반 가능성을 점검하는 기능도 있다. 따라서 쟁점은 사람과 AI 가운데 누가 더 공정한가를 가리는 경쟁이 아니다. 어떤 평가 기준이 업무와 관련 있는지, 불이익을 받는 사람은 없는지, 그 결과를 누가 검토하고 고칠 것인지가 중요하다. 여기에서 회칙이 말하는 인간 존엄성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존엄성은 시험 점수가 높거나 생산성이 뛰어나서 얻는 보상이 아니다. 일의 능력을 평가할 필요는 있지만, 그 평가가 사람의 전체 가치를 뜻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돌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실패한 뒤 배우며, 지금의 기록에 담기지 않은 가능성도 지닌다. AI가 인간보다 어떤 일을 더 잘하게 된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기계보다 우월하다는 자부심이 아니라, 성과와 점수로 다 설명되지 않는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다. 한국의 제도도 이런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올해 1월 시행된 인공지능기본법은 국민의 권익과 존엄성 보호를 목적으로 명시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은 개인정보를 처리해 이루어진 완전히 자동화된 결정에 관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에는 법이 정한 조건에서 거부할 권리도 인정한다. 물론 모든 AI 추천이나 평가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법에 적힌 권리가 실제 생활에서 작동하려면, 당사자가 판단의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한 경우 다시 검토받을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AI 평가 항목을 정할 때 효율만큼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공공기관은 알고리즘의 결론을 그대로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이 질문하고 이의를 제기할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빠른 답을 얻는 방법과 함께 그 답이 어떤 기준에서 나왔는지 살피는 힘을 길러야 한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평가받는 사람의 목소리를 듣는 절차 역시 정교해져야 한다. 앞으로 AI는 사람의 능력과 선택을 더 정밀하게 예측할 것이다. 그러나 예측이 정교해질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결과를 무조건 믿는 태도가 아니라, 무엇을 위해 쓰는지 따져 묻는 능력이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AI를 운영하는 사회가 인간을 얼마나 존중하는가다.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은 기술 속에 감춰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묻고 고칠 수 있어야 할 사회적 약속이다. bienns@ekn.kr

[인터뷰] “소버린 AI 성공은 중국뿐…한국, 독파모 올인 위험하다”

“소버린 AI로 성공할 수 있는 나라는 단 하나예요. 중국 하나예요." 정부가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지만, 문형남 한국AI교육협회 회장 겸 숙명여대 한류국제대학 교수의 평가는 냉정했다. 거대한 내수시장과 자체 기술 생태계를 갖춘 중국과 한국은 여건이 다른 만큼 독자 모델 개발에만 집중하기보다 해외 기술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교수는 지난 15일 본지와 만나 “독파모 사업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신중하게 봤다"며 “소버린 AI만 추진하기보다 글로벌 AI와 병행하거나 융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독자 기술 개발의 포기가 아니다. 국산 AI를 개발하되 해외의 앞선 모델도 활용해 실패 위험을 줄이고, 한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에서 실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자체 모델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누가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할 것인지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 “국산 AI 확보가 곧 AI 주권은 아냐" -학계에서는 독파모 사업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나 역시 처음부터 성공 가능성을 신중하게 봤다. 상당한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살펴봐야 한다. 소버린 AI로 성공할 수 있는 나라는 중국 하나라고 본다. 중국은 인구가 많고 시장도 크다. 딥시크 같은 경쟁력 있는 모델도 나왔다. 한국은 중국과 여건이 다르다." 문 교수가 중국을 주목하는 이유는 기술력뿐 아니라 시장 규모 때문이다. 자체 AI 모델을 개발하더라도 이를 사용할 기업과 이용자가 충분해야 지속적인 개선과 사업 확장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 역시 독자 모델 개발 이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방안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독자 AI 개발과 해외 기술 활용을 어떻게 병행해야 하나. “소버린 AI만 하지 말고 두 가지를 다 하거나 융합하자는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하이브리드 AI'를 주장했다. 국산 모델을 개발하면서 글로벌 AI도 함께 쓰자는 얘기다. 한쪽에만 집중하기보다 여러 선택지를 확보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독자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만으로 AI 주권을 확보할 수 있나. “독자 개발은 필요하다. 다만 그 필요성이 모든 투자 방식의 타당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산 모델을 확보하는 것과 AI 주권을 확보하는 것도 구분해서 봐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데이터와 핵심 업무를 통제하고, 필요할 때 기술과 공급자를 선택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다. 해외 모델을 활용하더라도 이런 조건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 “국산 AI 개발이 끝 아니다…돈 낼 고객 있나" -독파모 사업의 성과는 무엇으로 판단해야 하나. “실제 업무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하는지, 사용 비용과 보안 수준은 어떤지 따져야 한다. 개발자들이 얼마나 활용하는지도 중요하다. 기술 개발 자체도 성과지만 실제로 비용을 지불하고 사용하는 고객이 있는지도 봐야 한다. 유료 고객과 수출 실적 등 사업화 성과까지 함께 평가할 필요가 있다." AI 모델 개발에는 대규모 연산 장비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개발을 마친 뒤에도 운영과 성능 개선에 비용이 들어간다. 경쟁 모델과 비교해 성능이나 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고객을 확보하기 어렵다. 기술 개발 성과와 시장에서의 성공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문 교수의 설명이다. -오픈AI와 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에 AI 기술과 자본이 집중되고 있다. 국내 기업에도 기회가 있나. “대규모 자본과 연산 자원이 필요한 분야에서는 소수 기업으로 힘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소수 기업이 AI 시장 전체를 독점한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공개 가중치 모델이나 산업별 전문 서비스처럼 다른 경쟁 경로도 있다. 특히 제조와 금융, 공공 등 전문 데이터와 현장 이해가 중요한 분야에서는 업무 수행 능력과 보안, 비용이 경쟁력을 좌우한다. 한국 기업도 고객의 문제를 얼마나 정확하고 경제적으로 해결하느냐에 따라 경쟁할 수 있다." ◇ “범용 AI 정면승부보다 제조·에너지 공략" -한국이 특히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산업은 어디인가. “범용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자본과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에 주목해야 한다. 제조업과 에너지, 로봇 등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배터리 산업에는 오랫동안 축적한 기술과 데이터가 있다. 이를 AI와 결합하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이 가능한가. “제조 현장에서는 불량률을 낮추고 설비 고장을 예측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전력 수요 예측이나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 효율 개선이 가능하다. 한류 콘텐츠의 제작과 해외 유통에도 기회가 있다. 다만 실제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성능과 경제성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AI 산업에서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사업화 역량이다.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시범사업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현장에 정착하기까지는 어려움이 있다. 고객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이유가 있어야 하고, 기업도 운영 비용을 감당하면서 수익을 낼 수 있어야 한다. 연구 성과를 시장 성과로 연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이 AI 투자에서 우선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독자 기술을 개발하는 일과 이를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국내 기술과 해외 기술을 적절히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을 선택하느냐보다 그 기술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느냐다. 해외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성능과 경제성을 입증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현장] 토마토 알아보는 냉장고, 문자 보내는 차창…삼성·LG의 AI 신기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에 데려다 줘." 머리에 쓴 기기에 말을 걸자 눈앞에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가 나타났다. 엄지와 검지를 맞대고 손을 움직이자 건물이 가까워졌다. 바닥에 표시된 화살표를 누르니 오페라하우스 주변 풍경이 펼쳐졌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XR' 체험 공간에서다. 오후 1시 40분 기준 18팀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안내된 예상 대기 시간만 95분이었다. 16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한국전자전(KES 2026)'에서는 인공지능(AI)이 가전과 자동차, 공장으로 들어온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냉장고는 토마토를 알아보고, 로봇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사람을 찾아냈다. 자동차 창문은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고 메시지를 보내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미래 기술을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했다. 올해로 57회를 맞은 한국전자전에는 국내외 기업과 기관 500여곳이 참가했다. AI 전환(AX)과 로봇, 모빌리티 등 6개 분야에서 신기술을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약 869㎡, LG전자는 902㎡ 규모의 전시관을 마련해 AI 기술이 적용된 제품과 솔루션을 공개했다. ◇ 토마토 넣자 '입고 완료'…냉장고가 재료 기억 삼성전자 전시관에 놓인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 시연 담당자가 모형 토마토 하나를 집어 넣고 문을 닫았다. 잠시 뒤 화면에 토마토 1개가 추가됐다는 안내가 나타났다. 냉장고 문을 다시 열지 않아도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냉장고에는 AI 비전 기술과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가 적용됐다. 내부 카메라가 식재료를 촬영하면 AI가 종류와 수량을 파악해 목록에 등록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0만장 이상의 식재료 사진을 학습해 다양한 식재료를 인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등록된 식재료는 냉장고 화면이나 스마트싱스 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오래 보관한 식재료는 알림도 받을 수 있다. 다만 신선도까지 판단하지는 못한다. 한 관람객이 “식재료의 상태도 알 수 있느냐"고 묻자 관계자는 “상태까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보관 기간은 확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 울트라'는 음성 명령을 알아들었다. “하이 빅스비, 로봇청소기 청소해 줘"라고 말하면 청소를 시작하고, 원하는 시간에 작동하도록 예약할 수도 있다. 전면 카메라와 적외선 LED로 바닥에 놓인 물체와 액체를 구분하는 기능도 소개됐다. 관람객들은 바닥에 놓인 매트를 직접 눌러보며 어린이용 매트도 알아볼 수 있는지 물었다. 삼성전자는 이 밖에도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와 초고화질 마이크로 RGB 디스플레이 등을 전시했다. 갤럭시 헤리티지존에서는 2019년 첫 폴더블폰 출시 이후 7년간 이어진 갤럭시 폴더블 시리즈의 변화를 소개했다. ◇ 안전모 안 쓰니 빨간불…공장 순찰하는 LG 로봇 LG전자는 전시관을 '일상 레이어'와 '산업 레이어'로 나눠 꾸몄다. 일상 레이어에는 AI 가전과 홈 로봇을, 산업 레이어에는 스마트팩토리와 데이터센터 등 기업간거래(B2B) 기술을 배치했다. 전시관 입구에서는 로봇 '클로이드(CLOiD)'가 두 손을 흔들었다.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얼굴 디스플레이에 윙크하는 표정이 나타났다. 하트 모양을 띄우기도 했다. 관람객들이 로봇 앞에서 손을 내밀자 하이파이브 동작으로 호응했다. 일부는 클로이드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전시관 안쪽에서는 산업용 로봇 '모마(MoMa)'가 공장 순찰에 나섰다. 카메라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사람을 포착하자 로봇에 달린 경광등이 빨갛게 켜졌다. 뒤편 대형 화면에는 위험이 감지된 위치가 빨간색 박스로 표시됐다. 연기가 발생한 상황도 감지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운반용 모마는 물건을 옮기면서 불량 여부를 확인했다. 시연 담당자가 조이스틱을 움직이자 로봇이 앞에 놓인 물건을 집어 들었다. 집게에 달린 카메라가 제품 라벨을 촬영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불량 여부를 구분했다. 30분마다 진행된 시연에는 약 15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로봇이 움직이는 동안 휴대전화로 영상을 찍거나 관계자에게 작동 원리를 묻는 모습이 이어졌다. 한 관람객은 “모마가 귀여워서 보러 왔다"고 말했다. ◇ 차창에 하트 그리자 메시지 전송…수어도 문자로 LG전자의 차량용 AI 솔루션 체험 공간에서는 자동차 뒷좌석 창문이 터치스크린으로 바뀌었다. 창문에 표시된 노래 목록에서 한 곡을 손가락으로 누른 채 앞좌석 방향으로 밀었다. 그러자 차량 내부 상단 화면에서 음악이 재생됐다. 이번에는 창문에 하트를 그렸다. 전송 버튼을 누르자 할아버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연출됐다. 곧이어 할아버지의 영상 답장도 화면에 나타났다. 창문은 수어를 문자로 바꾸는 화면으로도 쓰였다. 가상의 레스토랑에 도착하자 청각장애인 직원이 수어로 말을 건네는 상황이 펼쳐졌다. AI가 직원의 손동작을 인식하자 창문에 문자 메시지가 나타났다. 탑승자가 보내는 인사도 화면을 통해 전달됐다. LG전자 관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문에 화면을 띄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운전석에서도 화면을 직접 조작하지 않고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다. 운전자가 고개를 좌우로 움직이자 시선 위치가 앞유리 디스플레이에 표시됐다. 고개 움직임으로 음악을 바꾸는 기능도 선보였다. 앞유리에는 배터리 잔량과 목적지까지의 경로, 신호등의 남은 시간 등이 표시됐다. 관람객들은 신기술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할지 따져봤다. 회사원 이재상(46)씨는 삼성전자 '비스포크 AI 콤보'의 옷감 인식 기능을 가장 인상적인 기술로 꼽았다. 그는 “옷감에 맞춰 옷이 상하지 않도록 세탁해 준다면 아무 고민 없이 세탁물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에 대해서는 “이게 정말 필요한 기능인가는 잘 모르겠다"며 “요리를 제안하거나 먼저 넣은 식재료부터 소비하도록 알려주면 더 유용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에 이어 전시장을 찾은 한 대학생(21)은 LG전자의 차량용 AI 기술에 관심을 보였다. 그는 “창문이 디스플레이가 돼 외부 사람과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인상 깊었다"면서도 “상용화되더라도 가격 때문에 새 차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그냥 검색만 할게요”…네이버·카카오에 AI 끄는 법 물었더니

네이버에서 검색하려니 돋보기 대신 'AI' 버튼이 눈에 띈다. 카카오톡에는 두 손가락만 움직이면 나타나는 AI 비서 '라이언'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검색부터 메시지 전송, 일정 관리까지 인공지능(AI)이 도와준다지만, 익숙한 방식으로 검색하고 카톡만 쓰고 싶은 사람도 있다. AI를 원하지 않는다면 끌 수 있을까. 네이버와 카카오에 직접 물어보니 답은 달랐다. 14일 본지 취재 결과, 네이버는 통합검색에 적용된 AI 브리핑을 이용자가 직접 끌 수 없지만 카카오는 새 AI 비서를 별도 동의를 거쳐 제공할 계획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 검색과 메신저 서비스를 계속 이용할 수 있으나, AI 기능을 비활성화하거나 화면에서 숨길 수 있는 범위에는 차이가 있었다. ◇ 돋보기 밀어낸 AI…네이버, 예전처럼 쓰려면 네이버는 지난 6월부터 PC와 모바일 검색창에 AI탭 업데이트를 순차 적용했다. 초록색 검색 버튼 '그린닷'이 있던 자리에는 파란색 'AI' 버튼이 들어섰다. 대화형 검색 서비스 'AI탭'을 전체 이용자로 확대하면서 검색창도 개편한 것이다. 검색어를 입력한 뒤 AI 버튼을 누르면 기존 통합검색 대신 AI와 대화하는 별도 화면으로 이동한다. 일반 검색 결과를 보려면 검색어를 입력하고 엔터키를 눌러야 한다. AI탭은 이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답변을 생성하고, 추가 질문에도 응답하는 서비스다. 여러 검색 결과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다만 기존 검색 방식에 익숙한 이용자라면 달라진 버튼이 낯설 수 있다. 검색창에서 AI 기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해당 버튼을 숨길 수는 없다. 네이버 관계자는 AI탭 자체를 비활성화하거나 화면에서 숨기는 기능은 제공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검색 결과 상단에 나타나는 'AI 브리핑'도 마찬가지다. AI 브리핑은 이용자가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종합해 답변을 보여주는 기능이다.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지 않아도 핵심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답변에 활용된 출처도 함께 제공한다. 그렇다면 AI가 정리한 답변 대신 기존 검색 결과만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네이버 측에 확인한 결과, 통합검색에서 AI 브리핑만 따로 끄는 기능은 없다. AI 브리핑이 제공되는 검색어라면 이용자가 별도 설정으로 노출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브리핑을 보지 않으려면 뉴스나 블로그 등 개별 검색 탭을 이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통합검색에서 AI 브리핑을 끄는 대신 원하는 검색 영역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AI탭에서는 일부 설정을 바꿀 수 있다. 개인 맞춤 기능과 대화 활용 관련 설정은 각각 변경 가능하다. 개인 맞춤 기능을 끄면 이용자에게 맞춘 답변 대신 일반적인 답변을 제공한다. 다만 이러한 설정을 변경하더라도 검색창의 AI 버튼이나 AI탭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 대개편 홍역 치른 카톡…AI 비서는 선택일까 카카오톡에도 새로운 AI 비서가 들어온다. 카카오는 지난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이프카카오26'에서 카카오톡 내 AI 비서 서비스인 '카나나 스페이스'를 공개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카카오톡 화면에 두 손가락을 대고 쓸면 라이언 캐릭터가 나타난다. 이용자가 원하는 일을 말하거나 입력하면 AI가 관련 작업을 수행한다. 메시지 전송이나 일정 관리 등을 AI에게 맡길 수 있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앞으로 AI 비서가 처리할 수 있는 업무를 주문과 예약, 송금 등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여러 메뉴를 찾아 들어가는 대신 AI에게 원하는 일을 요청하면 관련 기능을 실행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모든 이용자가 카카오톡에 더 많은 기능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해 9월 카카오톡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았다. 기존 친구 목록을 인스타그램처럼 사진과 게시물이 나열되는 화면으로 바꾸자 이용자들의 항의가 빗발쳤고, 결국 기존 목록형 화면을 되살리기로 했다. 이처럼 익숙한 사용 방식에 대한 거부감이 컸던 만큼, 이번 AI 비서도 앱 업데이트만으로 자동 적용되는지가 관심사다. 카카오 측에 확인한 결과, 카나나 스페이스는 이용자가 별도로 동의해야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톡을 업데이트했다고 AI 비서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용자가 별도로 동의해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으며, 원하면 언제든 기능을 켜거나 끌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언을 호출하는 기능도 이용자가 직접 켜고 끌 수 있다. 카카오톡 화면에서 두 손가락으로 제스처를 취해 AI 비서를 부르는 방식 역시 서비스 이용 동의를 전제로 한다. 카나나 스페이스는 오는 12월 일부 신청자를 대상으로 비공개 베타서비스로 먼저 공개될 예정이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가 사용 여부를 선택하도록 하는 기본 방침은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앱에서 동의 절차와 비활성화 설정이 어떤 형태로 제공될지는 출시 이후 확인할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이수진 인턴기자

이재용, 홍라희에게 삼성전자 1116만주 증여받는다…지분율 1.75%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모친인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2조6000억원 상당의 삼성전자 주식을 증여받는다. 지난달 홍 관장으로부터 1조9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58%에서 1.75%로 높아진다. 삼성전자는 홍 관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1115만8000주(지분율 0.17%)를 이 회장에게 증여한다고 13일 공시했다. 이날 종가인 23만2000원을 기준으로 약 2조5887억원 규모다. 증여 예정일은 다음 달 12일이다. 이번 증여가 완료되면 이 회장의 삼성전자 보유 주식은 기존 1억521만9053주에서 1억1637만7053주로 늘어난다. 지분율은 0.17%포인트 상승한 1.75%가 된다. 반면 홍 관장의 지분율은 0.99%에서 0.82%로 낮아진다. 앞서 홍 관장은 지난 9월 삼성전자 지분 0.11%를 약 1조9000억원에 이 회장에게 매도했다. 당시 거래는 홍 관장이 상속세 납부를 위해 금융기관에서 빌린 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됐다. 홍 관장은 올해 1월에도 보유 중이던 삼성물산 주식 180만8577주(지분율 1.06%) 전량을 이 회장에게 증여했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9.93%에서 20.99%로 높아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증여가 오너 일가 내부의 지분 이전인 만큼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현장] “지난주 아내가 뭐랬지?”…카카오, 대화 기억하고 일하는 AI 공개

“스페이스, 지난주에 아내가 말한 게 뭐였지?" 13일 경기 용인시 카카오 AI 캠퍼스에서 열린 기술 콘퍼런스 'if(kakao)26'. 김대년 카카오 디자인 총괄 성과리더가 묻자 인공지능(AI)은 딸의 여섯 번째 생일이라며 “퇴근길에 잊지 말고 케이크를 꼭 사 오라고 했어요"라고 답했다. 지난 대화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아 알려준 것이다. 앞선 시연에서는 읽지 않은 업무 메시지를 정리하고, 특정 채팅방에 답장을 보내는 모습도 보여줬다. 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 어디서나 불러 쓰는 AI 비서 '카나나 스페이스(Kanana Space)'와 PC에서 나만의 AI 에이전트를 만드는 '칸바스(Kanvas)'를 공개했다. 이용자의 대화와 선호를 이해하고 메시지 전송부터 주문과 예약까지 이어가는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것이다. 카카오가 만든 AI뿐 아니라 이용자와 외부 개발자가 만든 에이전트도 카카오톡에 연결할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그동안 카카오가 만들어온 '연결'을 이제 새로운 '차원'으로 확장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사람끼리 대화를 주고받는 카카오톡을 AI에 일을 맡기고 결과를 받는 '통합 에이전틱 AI 인터페이스'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에이전틱 AI는 이용자의 목표를 이해해 작업 순서를 짜고, 필요한 도구를 사용해 일을 수행하는 AI를 뜻한다. ◇ 말로 간편하게 요청…최종 승인은 이용자가 카나나 스페이스는 카카오톡 화면을 두 손가락으로 쓸어 불러낸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이언'이 나타나면 음성이나 글로 필요한 일을 요청할 수 있다. 메시지 보내기, 일정 관리, 웹 검색, 카카오톡 설정 변경 등을 지원하도록 준비하고 있다. 이날 시연에서는 하루 일정에 가족 채팅방에서 부탁받은 딸의 하원까지 반영했다. AI는 오후 6시쯤 도착하려면 5시 25분에 출발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업무 메시지를 정리할 때는 단순히 대화를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최종 파일을 확인한 뒤 오전 11시까지 회신해야 한다는 할 일을 알려줬다. 주문과 선물, 예약, 송금으로 기능을 넓히는 계획도 제시했다. 집에 생수가 떨어졌다는 대화 중 “생수 주문해줘"라고 요청하면 이전에 주문한 상품을 찾고 사용 가능한 쿠폰을 적용해 결제까지 준비하는 방식이다. 다만 메시지 전송과 결제처럼 중요한 행동은 이용자가 직접 확인하고 최종 승인하도록 설계한다. 카카오는 13일부터 사전 신청을 받고, 12월부터 일부 신청자를 선정해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를 진행한다. 라이언을 시작으로 이용자의 선호에 맞는 다양한 캐릭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 내 PC에 'AI 팀' 만든다…외부 에이전트도 연결 칸바스는 이용자가 필요한 역할을 설명하면 도구와 작업 기능을 연결해 에이전트를 구성하는 PC용 서비스다. 이용자가 허용한 범위 안에서 반복 업무나 예약된 작업을 수행하고, 카카오톡으로 일을 맡기거나 결과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 정 대표는 세금 신고와 연말정산을 예로 들었다. 에이전트가 흩어진 자료를 모아 관련 사이트에 입력하고, 이용자의 확인을 거쳐 신고와 납부까지 진행하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이용자가 직접 만든 에이전트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기능도 준비 중이다. 작업 환경은 에이전트별로 분리한다. 평소 이용하는 웹 서비스와 에이전트의 접근 정보가 섞이지 않도록 별도 브라우저를 두고, 허용된 영역에서만 작업하는 샌드박스 환경으로 PC의 다른 부분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한다. 카카오는 내년 상반기 카카오톡에 나를 위한 에이전트 팀을 연결하는 새로운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칸바스뿐 아니라 다른 개발 도구로 만든 에이전트도 연결 대상으로 삼는다. 파트너 서비스와 직접 연동하거나, 분리된 클라우드 브라우저에서 작업하는 등 실행 방식도 다양화한다. ◇ 쉬운 일은 폰에서…기억 활용도 동의 하에 이를 뒷받침할 자체 AI 모델 '카나나'의 개발 방향도 공개했다. 간단한 요청은 스마트폰 안의 온디바이스 모델에서 처리하고, 복잡한 추론이나 외부 서비스 연결이 필요한 작업은 서버의 대형 모델에 맡긴다. 'AI 컨덕터'가 요청에 맞는 모델과 도구, 실행 순서를 조율하는 구조다. 노병석 카카오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총괄 성과리더는 “모든 요청에 최고의 결과를 제공하되 모든 요청에 가장 큰 모델을 사용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대규모 이용자에게 빠르게 응답하면서 연산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텍스트와 이미지, 음성을 함께 이해하고 음성으로 답하는 'Kanana-o'도 소개했다. 카카오는 이를 구성하는 인코더와 디코더를 자체 개발했으며 오픈소스로 공개할 예정이다. 상대의 말을 듣는 동시에 말하는 'Kanana Live' 기술을 활용한 실시간 통역 시연도 진행했다. 이용자의 기억과 경험을 필요한 맥락으로 연결하는 '프로젝트 모자이크'도 추진한다. 각 에이전트에 필요한 정보만 이용자가 동의한 범위 안에서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다. 송재하 카카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기억은 판단의 근거가 될 수도 있지만 행동의 권한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지와 주문 등 행동을 실행해도 되는지를 각각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는 AI의 답변뿐 아니라 행동 계획과 도구 호출, 실행 과정까지 검증하는 안전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올해 8회를 맞은 이프 카카오는 14일까지 이틀간 열린다. AI 모델과 에이전트, 신뢰와 안전, 인프라 등을 다루는 55개 세션과 발표자에게 질문하는 애프터 세션, 참가자 간 네트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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