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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콜] 누적 영업익 4조 넘기고도 못 웃는 LG전자…“패널값 상승 압력 더 커진다”

메모리·패널 등 부품값과 해상 운임이 함께 오르는 가운데 LG전자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원을 넘기며 선방했다. 다만 4분기부터 원가 부담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보여,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냉각·로봇 등 신사업이 수익성 방어에 얼마나 힘을 보탤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LG전자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241억원, 영업이익 7819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13.5% 늘어난 수치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71조3778억원, 누적 영업이익은 4조347억원으로, 영업이익이 1년 새 55.9% 뛰었다. 생활가전과 전장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가운데 TV 사업이 살아나며 실적을 받쳤다. 생활가전(HS)본부가 매출 7조444억원, 영업이익 2592억원으로 가장 많이 벌었고 TV(MS)본부가 매출 5조215억원, 영업이익 146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TV는 올레드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면서 전년보다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전장(VS)본부는 매출 2조8261억원, 영업이익 1903억원으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냈다. 공조(ES)본부는 매출 2조1736억원, 영업이익 872억원을 기록했다. 신사업 가운데 성과가 가장 두드러진 건 AIDC 냉각솔루션이다. 3분기 누적 수주액이 3조원을 넘기면서 상반기 6000억원 수준에서 석 달 만에 다섯 배로 불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는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단발성 프로젝트가 아니라 수년간 안정적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장기 공급 계약이라는 측면에서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엔비디아로부터 냉각수 분배장치(CDU) 600킬로와트(㎾)·1메가와트(㎿)·2.6㎿ 제품 승인도 받았다. 3분기 실적은 선방했지만 LG전자가 마주한 4분기 여건은 녹록지 못하다.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원가 관련 질문이 잇따르자 LG전자 측은 “LCD 패널 가격은 4분기 강보합세를 유지하고 내년 1분기부터는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가격 경쟁이 심한 중저가 제품군은 원가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워 수익성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부품값·운임 뛰고 환율 흔들리는데, 4분기 괜찮나 LG전자는 원가 부담이 4분기 실적에 일부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메모리·패널 등 주요 부품값이 오르는 데다 고유가·고금리로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면서 4분기 TV 수요는 전년 동기보다 줄고, 가전 수요 회복도 더딜 것이란 게 회사 측 판단이다. 물류비 부담도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LG전자 측은 “중동 전쟁 심화와 선복 수급 불균형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추가 비용까지 발생하고 있어 물류비 안정화 시점이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11월 이후 성수기 수요가 꺾이면 운임 상승 압력도 누그러질 것으로 봤다. 환율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한때 달러당 1500원대이던 원·달러 환율이 크게 떨어지면서 해외 매출을 원화로 환산한 금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서다. LG전자 측은 “중국·베트남 등 생산지 원가에는 개선 요인이 되는 등 상당 부분 자연 헤지(위험 회피)가 되는 구조"라면서도 “전사 관점에서 보면 헤지 효과는 기존보다 다소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중국 가전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해외 공략을 강화하는 것도 부담이다. LG전자 측은 “상반기 해외 점유율은 중국 업체 대비 유의미하게 개선됐지만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은 숫자로도 드러난다.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1조5791억원)보다 50.5% 줄었다. 계절적 비수기 영향이 크다고는 하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상반기 분기 평균(약 1조6264억원)의 절반에 못 미친다. 3분기 말 현금 역시 8조2593억원으로 전분기보다 1조8102억원 줄었다.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로 9869억원이 빠져나간 데다 환율 변동으로 9722억원이 깎인 결과다. 신사업에 돈을 더 써야 하는 LG전자로서는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애널리스트들이 이날 신사업의 수익화 시점과 매출 비중을 집중적으로 물은 것도 이 때문이다. LG전자 측은 “통합 냉각 솔루션으로 사업 범위를 넓히면 기존 에어컨 사업과 비교해도 수익성이 상당히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하면서도, 구체적인 중장기 매출 목표와 제품별 비중은 공개하지 않았다. LG전자는 4분기 B2B·구독·온라인 중심의 성장 전략을 이어가는 한편 공급망을 다변화해 대외 변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AIDC 사업에서는 내년 중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미국 버지니아주에 연면적 3만2000㎡(약 9700평) 규모의 생산거점을 세우고, 평택·창원에도 신규 라인을 까는 등 약 2200억원을 투입한다. 로봇 사업에서는 부분 가동에 들어간 서울 우면동 'LG 데이터 팩토리'를 4분기 중 본격 가동해 내년까지 누적 50만 시간 분량의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예정이다. LG전자 측은 “학계·공공·제조 시장에 먼저 집중한 뒤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2030년께 가정용으로 사업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올해 사들인 자사주 73만주는 4분기 안에 전량 소각하고, 내년에는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에 나설 방침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엔비디아도 투자하는 ‘네이버 AI 팩토리’…GPU 임대와 뭐가 다르길래

네이버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를 활용해 글로벌 기업에 GPU(그래픽처리장치)와 운영 서비스를 함께 판매한다. 브룩필드가 자금을 대고 엔비디아가 반도체와 기술을 제공하면 네이버가 GPU 자원 배분과 인프라 운영을 총괄하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여기에 자체 소프트웨어를 더해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28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전날 글로벌 투자사 브룩필드와 최대 9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계약을 체결했다. 엔비디아도 10억달러 규모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상반기 55메가와트(MW) 규모의 AI 팩토리를 가동하고, 2028년까지 200MW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브룩필드가 특수목적법인(SPV)을 통해 GPU와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를 확보하면 네이버클라우드가 컴퓨팅 자원을 공급받아 기업 고객에게 서비스하는 구조다. 네이버는 GPU 임대 서비스인 GPUaaS(서비스형 GPU)에 운영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수익을 낼 방침이다. GPUaaS는 기업이 고가의 GPU를 직접 구매하지 않고 빌려 쓰는 서비스다. AI 모델을 개발하는 기업은 GPU를 이용해 대규모 학습을 진행하거나 개발한 모델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GPU를 많이 확보한다고 곧바로 AI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GPU를 연결해 작업을 나누고, 고객별로 연산 자원을 배분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장비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복구하는 체계도 갖춰야 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AI 팩토리는 GPU와 자본만 있다고 되는 사업은 아니다"라며 “GPU를 어떻게 배열하고 자원을 논리적으로 나눠 배분할지, 분산 기술을 어떻게 적용할지 등 운영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이러한 인프라 운영을 총괄한다는 설명이다. 고객이 구매하는 것도 GPU 사용 시간만은 아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글로벌 고객은 GPU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 노하우와 안정적인 대응 체계, 재난 대응까지 포함한 서비스를 구독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네이버는 GPU 인프라를 활용한 자체 소프트웨어 상품도 개발할 계획이다. 기업이 AI 모델을 개발하거나 서비스에 적용할 때 필요한 기능을 고객별 요구에 맞춰 제공한다는 것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GPU를 기반으로 네이버클라우드가 자체 개발하는 새로운 상품들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상품명과 기능, 출시 시점은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네이버가 내세우는 강점은 자체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운영한 경험이다. 네이버는 2013년 강원 춘천에 첫 데이터센터인 '각 춘천'을 세웠고, 2023년 세종시에 두 번째 데이터센터인 '각 세종'을 열었다. 자체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개발하면서 대규모 GPU를 연결하고 관리하는 경험도 쌓았다. 네이버는 자체 데이터센터와 AI 모델을 운영하면서 GPU 클러스터 구축과 관리,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기술을 축적해 왔다. 이번에는 이러한 경험을 글로벌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인프라 사업에 활용할 계획이다. 다만 GPU 임대에 운영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결합하는 사업이 네이버만의 독자적인 방식은 아니다.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클라우드 업체들도 GPU와 AI 개발 플랫폼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네이버 역시 기존에 GPUaaS 사업을 운영해 왔다. 네이버는 고객 수요에 따라 GPU 공급 규모를 늘릴 계획이다. 계약상 최대 물량을 한꺼번에 들여오는 대신 고객을 확보한 만큼 단계적으로 공급받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AI 팩토리 규모를 1기가와트(GW)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다. 대규모 인프라 확보에 따른 재무 부담도 변수다. 네이버는 이번 계약과 관련해 네이버클라우드의 인프라 사용료 지급 의무를 최대 8년간 보증하기로 했다. 공시된 지급보증 규모는 최대 18조7400억원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고객 수요와 매출에 맞춰 GPU를 공급받고 사용료를 지급하는 방식"이라며 “지급보증 금액은 명목상 금액으로, 전액 지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실제 사용료 부담과 지급보증에 따른 위험은 향후 고객 확보 규모와 계약 이행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컨콜] AI칩당 필요한 MLCC 용량 매년 2배…삼성전기 “증설해도 부족”

AI 데이터센터발 부품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삼성전기가 6조8000억원 규모의 기판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채우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패키지 기판 모두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만큼, 추가 증설의 시점과 규모를 어떻게 정할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삼성전기는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7633억원, 영업이익 691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0%, 165% 증가한 수치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9%, 영업이익은 57% 늘었다. 3분기 누적 매출은 10조4296억원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사업부별 매출은 컴포넌트 1조8830억원, 광학솔루션 9413억원, 패키지솔루션 9390억원 순이다. 특히 패키지솔루션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 서버 CPU·AI 가속기·네트워크용 등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공급이 늘어나면서다. MLCC가 주력인 컴포넌트도 서버·네트워크·파워 등 AI 데이터센터용을 중심으로 전 응용처 매출이 늘며 36% 성장했다. 이날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환율이 우호적이지 않았는데도 실적이 좋았던 배경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삼성전기는 “AI 데이터센터 부품 수요의 고성장세와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관련 수요 성장세가 지속되면서 MLCC·FCBGA 고부가 제품 판매가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적은 역대 최대를 기록했지만, 삼성전기가 마주한 현실은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다. 삼성전기는 지난 9월 세종·베트남 등에 6조8000억원 규모의 패키지 기판 증설 투자를 공시했다. 이날 증설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삼성전기는 “이번 대규모 증설로도 고객사 수요를 모두 충족하기 어려워 추가 물량 확대 요청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상황과 수급 현황을 면밀히 분석해 대응 시점과 규모를 신중히 판단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 만들수록 모자란 AI 부품, 품귀 언제까지 가나 삼성전기는 AI 부품 공급 부족이 4분기에 더 심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I 서버용 GPU가 고성능화하면서 MLCC의 고용량화·초소형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GPU·ASIC 한 개에 필요한 MLCC 정전용량이 매년 2배씩 늘어나는 현상을 'AI MLCC 법칙'이라고 부른다. 수요가 몰리면서 3분기 MLCC 출하량은 늘고 전체 재고는 줄었다. 평균판매가격(ASP)도 초고용량 제품 중심으로 제품 구성이 개선되며 전 분기보다 올랐다. 고객사들은 물량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현재까지 약 50곳의 고객사와 고용량·고압 MLCC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체결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 MLCC 매출의 과반이 장기공급계약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패키지 기판 역시 주요 빅테크 고객사들로부터 대규모 투자비를 지원받고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상태다. 삼성전기는 “고객 관점에서도 패키지 기판을 단순 부품이 아니라 반드시 공급망을 구축해야 하는 전략 부품으로 간주하는 흐름"이라고 짚었다.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풀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AI 서버용 최첨단 제품은 높은 기술력과 안정적인 공급 역량이 요구돼 공급 가능 업체가 제한적이고, 캐파(생산능력) 증설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타이트한 수급 상황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동 부품을 기판 안에 내장하는 임베딩 기판에 대해서는 “수동 부품과 이를 임베딩한 FCBGA 기판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글로벌 유일 업체"라고 강조했다. 실적 구조도 AI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다. 단순 계산으로도 전년 동기 대비 늘어난 매출 8743억원 가운데 약 97%(8476억원)가 컴포넌트와 패키지솔루션에서 나왔다. 1년 전 3214억원이던 패키지솔루션과 광학솔루션의 매출 격차는 이번 분기 23억원까지 좁혀졌다. 광학솔루션 매출은 전 분기 대비 9% 감소했다. 다만 삼성전기는 3분기부터 북미 거래선에 휴머노이드용 카메라 모듈 공급을 시작하고 북미 거점의 공급 능력을 확대하는 등 새 수요처 발굴에 나섰다. 투자 규모도 커지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국내외 부지·인프라 확보를 위한 선행 투자까지 감안하면 올해 투자 규모가 당초 전망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기는 4분기에도 MLCC와 FCBGA의 제품 구성 강화와 판가 상승 효과에 힘입어 통상적인 수준을 훌쩍 넘어 전 분기 대비 큰 폭의 성장을 예상했다. 필리핀에 건설 중인 신공장은 내년부터 최첨단 고부가 MLCC 양산을 시작한다. 지난 9월 공시한 기판 증설분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양산에 들어가 2028년부터 매출에 본격 기여할 예정이다. 임베딩 기판 공급량도 2027년 이후 본격 확대된다. 삼성전기는 내년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애플, AI 성능 25% 높인 맥북 프로 공개…가격은 329만원부터

애플이 인공지능(AI) 처리 성능을 최대 25% 높인 신형 맥북 프로를 공개했다. 차세대 반도체인 'M6' 칩을 탑재해 인터넷 연결 없이 기기 자체에서 AI를 구동하는 성능을 강화했다. 함께 선보인 일체형 데스크톱 아이맥은 전작보다 AI 처리 속도가 최대 5배 빨라졌다. 애플은 27일(현지시간) M6 칩을 탑재한 14인치 맥북 프로와 24인치 아이맥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28일부터 사전 주문을 받고 다음 달 6일 정식 출시된다. 국내 출고가는 맥북 프로 329만원, 아이맥 249만원부터다. 이번 신제품의 핵심은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으로 제작한 M6 칩이다. 맥북 프로에 탑재된 M6는 12코어 중앙처리장치(CPU)와 12코어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갖췄다. 전작인 M5와 비교해 그래픽 성능은 최대 30%, AI 작업 처리 속도는 최대 25% 향상됐다. 특히 GPU에 AI 연산을 돕는 뉴럴 가속기를 적용하고, 16코어 뉴럴 엔진 2개를 탑재했다. 이를 통해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기에서 직접 실행하거나 이미지 생성, 사진 편집 등 AI 작업을 처리하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에 따르면 뉴럴 엔진 성능은 M5 대비 최대 1.9배 빨라졌다. 배터리 사용 시간도 늘렸다. 신형 맥북 프로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24시간 사용할 수 있다. 이는 역대 맥 가운데 가장 긴 사용 시간이다. 화면 반사를 줄이는 나노 텍스처 디스플레이를 선택할 수 있으며, 와이파이7과 블루투스6도 지원한다. 색상은 스페이스 블랙과 실버 두 가지다. 함께 공개된 신형 아이맥에도 M6 칩이 적용됐다. 2024년 출시된 M4 탑재 모델과 비교하면 온디바이스 AI 처리 성능은 최대 5배, 그래픽 성능은 최대 2배 향상됐다. 화면 크기는 24인치로 유지했으며 파란색, 녹색, 분홍색,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은색 등 7가지 색상으로 출시된다. 본체 색상에 맞춘 키보드와 마우스도 제공한다. 두 제품 모두 외관보다는 내부 반도체와 연결 기능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신형 아이맥은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무선 연결 성능을 높였고, 맥북 프로 역시 기존 형태를 유지한 채 AI 처리 능력과 배터리 효율을 개선했다. 가격은 기존 모델과 같은 수준으로 책정했다. 미국 기준 맥북 프로는 1999달러, 아이맥은 1499달러부터 시작한다. 국내 가격은 각각 329만원과 249만원이다. 애플은 28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추가 신제품 공개 행사도 연다. 블룸버그통신은 이 행사에서 애플 최초의 터치스크린 맥북 프로가 공개될 것으로 전망했다. 새 제품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과 터치 조작 기능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공개될 경우 애플이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도입하는 첫 사례가 된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컨콜] 매출 100조 찍고도 ‘과잉투자’ 질문 받은 SK하이닉스…“2029년까지 사실상 솔드아웃”

AI 투자 속도 조절론이 고개를 드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사상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조원을 넘어섰다. 회사가 “2030년까지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며 시장의 '고점 논란'에 정면으로 반박한 만큼, 이 같은 자신감이 내년 실적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28일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매출 104조6155억원, 영업이익 83조3338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28%, 632% 증가한 수치로,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32%, 영업이익은 38% 늘었다. 영업이익률은 80%에 달해 1000원어치를 팔아 800원을 남긴 셈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또다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실적을 이끈 건 D램이었다. HBM4 출하가 본격화된 데다 서버용 DDR5 판매가 크게 늘었고, 낸드에서도 321단 TLC 기반 기업용 SSD(eSSD) 판매가 확대되면서 데이터센터향 고부가 제품 전반이 고르게 성장했다. 재무구조도 한층 탄탄해졌다. 3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14조5000억원으로 전분기보다 26조5000억원 늘어난 반면, 차입금은 15조8000억원으로 줄면서 순현금은 98조7000억원까지 불어났다. 곳간이 넉넉해지자 주주환원 규모도 키웠다. SK하이닉스는 2026 회계연도 기준으로 현금배당 30조원 이상, 지난 8월 발표한 40조원을 포함한 자사주 매입·소각 60조원 이상 등 약 100조원을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했다. 회사 측은 배당과 자사주의 배분 기준을 묻는 질문에 “현재 주가는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돼 있다"며 “자사주 매입·소각이 주당 가치를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실적발표에서는 곽노정 대표이사 사장(CEO)이 직접 나서 솔리다임 기업공개(IPO) 검토를 접은 배경도 밝혔다. 곽 CEO는 “IPO는 외부 자본을 활용해 솔리다임의 생산시설 확충 재원을 마련하고, 당사의 투자 부담을 덜어 주주환원 여력도 넓히기 위한 방안이었다"며 “다만 최근 금융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효과를 충분히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검토를 중단했다"고 말했다. 외부 자금 조달 카드를 내려놓은 대신 곽 CEO는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주주와 나누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투자가 결실을 맺으면 그 대부분을 주주들과 나누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 왔다"며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워,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배당금을 주당 2만원으로 정하면서 실적 개선분 1만원에 키옥시아 투자 수익을 나누는 특별배당 1만원을 더한 것도 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곽 CEO는 “앞으로도 이 원칙을 변함없이 지켜 주주들이 전략적 투자의 성과를 직접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적은 역대급이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의 관심은 '이 호황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에 쏠렸다. 첫 질문부터 AI 인프라 투자 규모에 비해 수익화 속도가 더디다는 시장 일각의 우려를 짚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고객들이 개별 프로젝트의 실행 가능성과 수익성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투자 시점과 속도를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하이퍼스케일러의 클라우드 매출이 전년 대비 30~80% 성장하고 수주잔고도 2~5배 늘어난 만큼 AI 투자가 실제 사업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투자 주체가 소수 빅테크에서 일반 기업과 소버린 AI, 온프레미스 수요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며 “특정 주체가 투자 속도를 조절하더라도 다른 분야의 수요 확대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 '솔드아웃' 하이닉스, 과잉투자 괜찮나 SK하이닉스가 내세운 버팀목은 장기공급계약(LTA)이다. 회사는 현재 글로벌 대형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를 포함한 14개 고객과 LTA를 맺었으며, 통상 5년인 계약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도 일부 고객과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가격은 고객과 합의한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구조로 정했고, 고객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과 출하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이행 장치도 계약에 담았다. 이렇게 확보한 물량은 2027~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를 웃돈다. 회사 측은 “이미 확보한 LTA 물량과 현재 협의 중인 수요를 종합하면 2029년까지 향후 3년간 D램과 HBM 물량은 사실상 모두 솔드아웃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시장이 경계를 늦추지 않는 건 과거 메모리 사이클의 기억 때문이다. 호황기에 앞다퉈 늘린 생산능력이 수요 둔화와 맞물리면서 업황 급락을 부른 전례가 있어서다. 이날도 용인 클러스터와 M17 등 신규 팹 투자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요가 예상보다 적게 나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회사 측은 “투자 규모나 신규 팹 숫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그에 비례해 공급이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HBM 등 고성능 제품 비중이 커지고 공정이 복잡해지면서 같은 양을 생산하는 데 더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 만큼, 지금의 투자는 단순한 증설이 아니라 기술 전환을 위한 기반 확보 성격이 짙다는 설명이다. 투자 집행 방식도 단계적이다. 건물 골조에 해당하는 셸 공사는 앞당기되 클린룸은 단계별로 나눠 열고, 실제 공급 증가로 이어지는 장비 반입과 양산 확대는 수요에 맞춰 조절하겠다는 것이다. 회사 측은 “고객이 제시하는 설비투자나 수요 전망만 보는 게 아니라 고객의 재무 건전성과 자금 조달 여력까지 함께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HBM 수요에 대해서는 더욱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일부 고객이 HBM 적층 단수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 회사 측은 “한정된 물량으로 더 많은 AI 가속기를 만들려는 전략일 뿐"이라며 “수요가 공급을 압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라고 해석했다. 이어 “고객의 요청 물량은 당사가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의 2배를 넘는다"고 말했다. 단순 계산으로도 SK하이닉스는 3분기 92일 동안 하루 평균 9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둔 셈이다. 올해 약속한 주주환원 100조원이 3분기 영업이익보다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을 동시에 감당하려면 지금의 수익 구조가 유지돼야 한다. 결국 호황이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내년 실제 수요에 달려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는 연말까지 M15X의 생산능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HBM4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4분기에는 HBM4가 출하량과 매출 모두에서 HBM3E를 앞지르며 주력 제품으로 올라설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는 4분기 중 321단 공정 비중을 국내 생산능력의 절반 이상으로 높일 예정이다. 내년에는 용인 1기 팹이 본격 가동에 들어가는 등 국내외 인프라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매입을 마친 자사주 40조원은 조만간 소각하고, 키옥시아 특별배당 가운데 나머지는 올해 결산 배당에 포함해 지급할 전망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기자의눈] 삼성 겨눈 공정위의 이상한 뒷북 칼춤

조선시대 형장의 망나니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춤부터 췄다. 입에 머금은 술을 칼날에 뿜고, 칼을 돌리며 형장을 몇 바퀴 돈다. 형 집행에는 필요 없는 몸짓이다. 그 칼춤은 죄인이 아니라 구경하는 이들을 향했다. 그래도 망나니의 칼춤에는 순서가 있었다. 죄인이 형장에 끌려 나와 있을 때 춤을 췄다. 형이 끝나고 죄인이 풀려나 형장이 텅 빈 뒤에 홀로 칼을 돌리는 망나니는 없었다. 그런데 주병기의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일을 했다. 공정위는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광고가 소비자를 속였다며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매겼다. '고사양 게임도 거뜬하다'고 광고하면서, 게임만 켜면 성능이 묶인다는 사실은 숨겼다는 이유다. 하지만 이 광고가 마지막으로 나간 건 2022년 3월이다. 삼성은 그달 업데이트로 성능 제한을 풀었고,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그날을 위법 행위가 끝난 날로 적었다. 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은 올해 법원 조정을 받아들이고 공정위 신고마저 거둬들였다. 국내외 소송 8건도 지난달로 모두 끝났다. 죄인이 끌려 나왔던 형장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공정위는 그 빈 형장에 4년 반 만에 들어와 201억원짜리 칼을 돌렸다. 이번에 칼을 든 근거도 묘하다. 공정위는 일부 게임 성능이 최대치의 30%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하지만 이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았고, 조건도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초 대신 장터에 떠도는 소문을 받아 적어 판결을 내린 꼴이다. 법원에서 이미 다툼이 정리된 사안에 다른 결론을 내리려면, 그보다 무거운 증거가 있어야 한다. 4년 반을 들여 내놓은 근거가 그 정도라면 궁색하다. 죄의 무게도 달아보자. 발열·배터리·성능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최적화는 세계 모든 제조사의 숙제다. 그 사실을 광고에서 뺀 건 잘못이지만, 죄목의 실체는 기술을 속인 게 아니라 설명을 빠뜨린 것이고, 그마저 2주 만에 스스로 바로잡았다. 이미 고친 잘못에 뒤늦게 201억원의 칼이 내려온다면, 어느 기업이 새 기능을 선뜻 내놓겠나. 기준이 보이지 않는 시장에서 기업은 새 기능 앞에서 머뭇거리게 되고, 그 부담은 결국 새 기능을 기다리던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그럼 칼춤을 출 만큼 죄가 컸는가. 표시광고법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과징금을 매기도록 한다. 그런데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에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로 추정된다. 명백한 거짓·과장 광고도 자진 종료를 감안해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 곤장 몇 대로 끝날 일에 칼을 뽑아 든 격이다. 국민이 공정위에 칼을 맡긴 건 그 칼이 시장의 진짜 죄를 베어주길 바라서다. 담합을 끊고, 진입장벽을 허물고, 속은 소비자를 구제하는 칼이다. 지금의 GOS 처분은 이상한 뒷북 칼춤 공연처럼 보인다. 한 야당 의원의 지적처럼 '경제를 살리는 칼'이 아니라 '기업을 잡는 칼'로 비치는 것도 그래서다. “한번 찍히면 4년 뒤에도 형장에 다시 선다"는 수군거림 말고는 남는 게 없다. 이럴 바엔 칼끝을 거두고 판관석부터 돌아보길 권한다. 빈 형장의 칼춤은 집행이 아니다. 뒷북이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법원은 “단정 어렵다”는데 공정위는 “기만광고”…재계 “피해자 없는 과징금”

공정거래위원회가 27일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의 게임 최적화 서비스(GOS) 광고를 기만광고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201억1400만원(잠정)을 부과하자 재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고법이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사안을 공정위가 정반대로 결론 내렸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을 냈던 소비자 1690명 전원이 GOS를 '필요한 조치'로 받아들이고 소송과 신고를 모두 거둬들인 상황에서, 피해자도 분쟁도 없는 사안에 과징금까지 부과한 것은 무리한 처분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이날 “고사양 게임앱 실행 즉시 기기의 최대 성능이 일률적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게임 실행 성능에 대해 잘못 알게 하여 소비자의 합리적 구매 선택을 방해했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문제 삼은 것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진행된 갤럭시 S21·S22와 갤럭시탭 S8 시리즈 광고다. 삼성전자는 이 기간 '고사양 게임할 때 하드캐리', '모바일 게임 경험의 끝판왕' 등의 문구로 게임 성능을 강조했다. GOS는 게임 실행 시 AP 클럭과 발열, 배터리, 초당 프레임(FPS)의 균형을 맞추는 최적화 소프트웨어로, 일부 고사양 게임이 오래 안정적으로 돌아가도록 클럭 상한을 뒀다. 공정위는 이 상한이 기기 온도와 무관하게 게임 실행 즉시 걸렸고, 일부 게임에서는 최대 성능의 30% 수준까지 내려갔다고 봤다. 공정위는 지난 14일 전원회의에서 같은 유형의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관련 매출액의 0.5%를 과징금으로 산정했다. ◇ 출시 2주 만에 시정했는데…4년 뒤 201억원 과징금 그러나 재계는 사법 절차에서 이미 결론이 난 사안을 4년 만에 다시 문제 삼았다고 우려한다. 사법부와 규제당국의 판단이 엇갈리면 기업이 기준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법원 판단이 나온 사안에 규제당국이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라며 “규제의 예측 가능성 측면에서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공정위가 근거로 든 소비자 불만도 이미 해소됐다는 게 재계 설명이다. 지난 2022년 'GOS가 성능을 일괄적으로 떨어뜨린다'는 주장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소송과 신고에 나섰지만, 국내 1심 재판부는 2025년 6월 소비자 손해가 없다며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이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월 12일 강제조정 결정에서 원고들의 불만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해소됐고, 원고들도 소송 과정에서 이를 이해하게 됐다고 봤다. GOS 역시 발열 억제와 배터리 성능 유지, 안정적인 FPS 확보를 위한 필요한 조치로 판단했다. 성능은 클럭뿐 아니라 발열·배터리·FPS를 종합해 따져야 하는 만큼 GOS로 성능 자체가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원고와 조정참가인 1690명은 전원 이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결정이 확정된 3월 18일에는 신고인들이 공정위 신고와 민원까지 모두 취하했다. 국내외 어느 법원도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서울고법은 같은 결정에서 광고 자체도 표시광고법상 기만광고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국·미국·이스라엘에서 진행된 소송 8건은 지난 9월 모두 끝났다. 미국에서 있었던 소송 4건은 원고 자진 취하 3건과 대표 원고 변호사 비용 수준의 소액 합의 1건으로, 이스라엘 소송은 9월 9일 심리를 앞둔 원고의 취하로 마무리됐다. 논란 자체도 삼성전자가 2022년 3월 업데이트로 CPU·GPU 최대 동작 속도 제한을 풀고 사용자에게 성능 선택권을 주면서 출시 2주 만에 해소됐다. 공정위 심사보고서도 이 날짜를 위법 행위가 끝난 시점으로 봤다. 삼성전자는 “국내외 소송이 모두 종결되고 소송 참여자들이 제기한 공정위 신고도 취하된 상황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법적 절차를 통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GOS 같은 최적화 기능은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쓰는 방식이고, 해외 경쟁당국이 이를 제재하거나 과장 광고로 본 사례도 없다는 입장이다. ◇ 법조계 “소비자 기만 입증 부족" 법조계에서도 처분의 전제부터 성립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공정위 사건을 대리한 법무법인 지평은 “발열 관리와 성능의 지속성은 모든 스마트기기 제조사가 안고 있는 공통의 과제"라며 “최적의 사용자 경험을 위해 기기 작동을 조율하는 기능을 두고 구체적인 작동 방식을 광고에 담지 않았다는 이유로 기만 광고로 판단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문제를 제기했던 소비자들이 GOS의 필요성과 효과를 스스로 인정하고 더 이상 다투지 않기로 한 이상 '소비자가 성능 저하를 모른 채 속았다'는 전제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공정위의 입증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공정위가 성능 저하를 자체 실험으로 검증하지 않은 채, 실험 조건이 통제되지 않은 일부 유튜버의 테스트 영상을 사실상 근거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과징금 부과 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논란이다. 표시광고법상 과징금은 경쟁 질서를 크게 해치거나, 소비자 영향이 크거나, 부당이득이 생긴 경우에 부과된다. 하지만 GOS 부가설정이 적용된 게임을 설치하고 한 번이라도 다시 접속한 S22 사용자는 1.47%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법조계 관계자는 “심사보고서가 소비자 영향이 크다는 근거로 든 다수 소비자의 공동소송이 원고 전원 취하로 사라졌다"며 “과징금 부과 근거 자체가 소멸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명시적인 거짓·과장 광고도 광고 기간과 자진 종료를 따져 경고로 끝낸 선례가 적지 않다"며 “피해자도 분쟁도 남지 않은 사안"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CXMT 4F² 해부 ③] 규제가 떠민 CXMT의 4F²…K메모리 해법은 ‘수율·원가’

수출 규제가 강요한 선택이 중국 메모리의 독자 노선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장의 기술 격차는 뚜렷하다. 하지만 막대한 이익과 국가 지원을 등에 업은 CXMT를 상대로 한국이 내세울 것은 첫 출시가 아니라 양산 수율과 원가라는 지적이 나온다. ◇ EUV 쥔 한국, 출발선부터 다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여러 세대 D램의 핵심 공정에 극자외선(EUV) 장비를 쓰고 있다. DUV 멀티 패터닝 대신 EUV를 쓰면 핵심 레이어 층에서 공정 단계가 약 50~60% 줄어든다. 반대로 EUV 없이 같은 물량을 생산하려면 웨이퍼를 30%가량 더 투입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4F²가 중국만의 길은 아니다. 업계와 기술 전문 매체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10㎚급 공정으로 만든 16Gb 4F² 시제품의 읽기·쓰기 동작을 공개했고, 2028년 전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4F²와 웨이퍼 본딩을 차세대 플랫폼으로 공식화했다. 다만 출발선이 다르다. 한국에 4F²는 값비싼 EUV 사용을 줄이는 선택지지만, CXMT에는 EUV 없이 버티기 위한 사실상 유일한 경로다. 기존 6F² 미세화에서도 격차는 여전하다. CXMT는 지난달에야 1a 공정 양산에 들어갔지만, 삼성전자는 2021년에 이미 이 단계를 지났다. EUV를 들여올 수 없는 CXMT로서는 선폭 경쟁에서 갈수록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선폭을 줄이지 않고 셀 모양을 바꿔 밀도를 높이는 4F²로 노광 해상도 싸움을 구조 싸움으로 바꾼 배경이다. SAQP·수직 트랜지스터·웨이퍼 본딩을 묶어 내세운 것도 같은 맥락으로, 전략 자체는 합리적이라는 평가다. ◇ 자금·규모 앞세운 CXMT…'공급 과잉' 나비효과 그렇다고 가볍게 볼 상대는 아니다. CXMT는 확보한 기술부터 단계적으로 조합해 제품을 만들고, 중국 내수 시장을 시험대 삼아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EUV 없이 1a급 D램을 양산 궤도에 올렸고, 4F² 관련 특허도 300건 넘게 쌓았다. 자금은 더 큰 변수다. 메모리 호황으로 CXMT의 올해 매출은 몇 배로 늘고, 매출총이익률은 80%를 웃돌 전망이다. 이 이익과 국가 지원은 수율이 낮은 초기 구간을 버티게 하는 완충판 역할을 한다. 중국산 DUV 장비 생산도 시작됐다. 높은 메모리 가격은 CXMT의 원가 열세를 가려주고 있다.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CXMT가 기술적 난관을 넘어 4F²-SAQP전환에 안착했을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AI 분야의 수급에 따라 메모리 시장 전반이 공급 과잉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CXMT의 웨이퍼 생산능력은 연말 월 30만 장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증설이 더해지면 월 60만 장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실제 생산량은 수율에 달렸지만, 수율이 안정 궤도에 오르면 물량에 원가 경쟁력까지 함께 갖출 수도 있게 된다.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중국 완제품 업체들이 자국산 메모리에 한해 도입 기준을 완화하면, 그동안 한국산 칩을 써 온 현지 고객사가 CXMT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시점도 겹친다. 메모리 업체들의 증설 물량이 본격적으로 풀리는 2028년은 업계 전반의 4F² 전환 시기와 맞물린다. 공급이 한꺼번에 늘면 가격 하락 압력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진종문 경남대 반도체부트캠프사업단 교수는 “진짜 위협은 중국이 이미 앞질렀다는 발표가 아니라 수출 규제가 벌어준 시간이 빠르게 줄고 있다는 데 있다"며 “강요된 선택이라도 쌓이면 독자적인 기술 경로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쟁의 본질은 누가 먼저 발표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수율과 원가를 맞추느냐"라며 “한국은 첫 출시 경쟁에 휘말릴 필요 없이 서버 고객 인증을 통과한 양산 수율, EUV·4F²·웨이퍼 본딩을 결합한 원가 우위를 숫자로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4F² 다음 전장인 3D D램 준비도 과제다. 시장조사기관과 기술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수직 트랜지스터 단계를 건너뛰고, 낸드플래시처럼 셀을 층층이 쌓는 3D 구조로 직행하고 있다. 진 교수는 “3D D램 준비도 늦춰선 안 된다"며 “연말에 나올 제품의 사양과 수율, 서버 고객의 실제 채택 여부가 첫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앞으로 2년이 더 위험하다”…PHP 추가 결함에 北 해킹 의혹까지

전 세계 웹사이트의 약 70%가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 PHP에서 치명적인 보안 결함이 발견된 데 이어 새로운 취약점까지 확인됐다. 긴급 보안 패치를 적용한 서버에서도 특정 조건에선 해킹 위험이 남아 있는 것이다. 북한 해킹조직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세력이 한국 정부기관과 금융권을 공격 대상으로 검토한 정황도 포착됐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PHP 개발팀은 지난 23일 기존 보안 패치로 해결되지 않는 추가 취약점(CVE-2026-115560)을 공개했다. 지난 21일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을 수정한 새 버전을 배포한 지 이틀 만이다. 새 취약점은 PHP의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과 관련돼 있다. 특정 서버 설정과 프로그램 코드가 결합하면 외부 공격자가 악성 코드를 실행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배포된 최신 보안 패치를 설치한 서버도 해당 조건에선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PHP 서버가 새 취약점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이 실행되는 도중 세션 데이터 처리 방식을 변경하는 등 일부 조건이 충족돼야 공격이 가능하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정식 수정판이 나올 때까지 파일 업로드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기능을 비활성화하도록 권고했다. 설정을 변경한 뒤에는 PHP 작업 프로세스를 재시작해야 한다. PHP 개발팀은 해당 문제를 다음 정기 업데이트에서 수정할 예정이다. ◇2년 전부터 결함 징후…늑장 대응 도마 이번 사태는 지난 21일 PHP에서 치명적인 취약점 2건이 공개되면서 시작됐다. 해커가 이를 악용하면 관리자 비밀번호 없이도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하거나 정보를 빼낼 수 있다. PHP 개발팀은 보안 수정판을 긴급 배포했지만, 사전에 취약점 관련 정보가 유출되면서 공격 시도가 잇따랐다. 글로벌 인터넷 보안업체 클라우드플레어에 따르면 취약점 공개 이후 이를 악용하려는 공격 시도가 급증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공식 발표 나흘 전인 지난 17일부터 관련 공격 시도를 포착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 시도가 실제 서버 침투나 정보 유출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보안업계에선 이번 사태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매슈 프린스 클라우드플레어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악의 시기는 아직 지나가지 않았다"며 “앞으로 2년간 거의 매주 중대한 버그가 발견되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과거에는 찾아내기 어려웠던 취약점까지 확인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PHP 개발팀의 대응이 늦어진 사실도 드러났다. PHP 재단에 따르면 이번 취약점의 원인이 된 문제는 2024년 외부 보안 감사에서 처음 지적됐다. 그러나 당시 구체적인 공격 가능성이 입증되지 않았고, 수정 방법을 둘러싼 이견도 이어지면서 조치가 지연됐다. 올해 8월 외부 보안 연구진이 해당 결함을 이용해 서버에서 악성 코드를 실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야 수정 작업이 본격화됐다. PHP 재단은 보안팀의 의사 결정 과정과 인력 부족 등이 대응 지연에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문제는 PHP가 전 세계 웹사이트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는 점이다. 기업 홈페이지와 온라인 쇼핑몰, 정부기관 웹사이트 등에서 로그인과 검색, 결제 기능을 처리하는 데 쓰인다. 자체 보안 인력이 부족하거나 오래된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관은 업데이트에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北 해커 연계 의혹…한국도 공격 대상 PHP 취약점을 이용해 한국을 공격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싱가포르 보안업체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보고서를 통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커들이 익명 네트워크에서 PHP 취약점을 활용한 공격 계획을 논의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공격 대상으로 거론한 곳에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정부기관과 은행, 금융회사 등이 포함됐다. 제조업체와 물류회사, 항공 관련 시설 등도 공격 대상으로 검토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퍼마는 해당 세력이 북한 해킹조직 라자루스와 연계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라자루스와의 연관성에 대해서는 중간 수준의 확신을 보였다. 공격을 준비한 정황과 실제 공격 성공 여부도 구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이퍼마는 지난 23일 8시간 동안 관련 공격 행위가 의심되는 인터넷주소(IP) 17개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IP가 모두 북한 해킹조직에 속한다거나 실제 침투에 성공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국내에서도 보안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2일 민간 분야 사이버 위기 경보를 '관심'에서 '주의'로 격상하고 주요 기업과 기관에 보안 점검을 요청했다. 보안업계에서는 기존 패치를 적용했더라도 추가 취약점과 관련된 서버 설정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보안 지원이 끝난 구형 PHP를 사용하는 기관은 최신 버전으로 교체하고, 침입 시도가 있었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AI의 옳고 그름 누가 정하나”…빅테크, 종교계까지 손 뻗었다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이 챗봇에 옳고 그름을 가르치기 위해 종교계에 자문을 구하고 있다. AI가 어떤 질문에 답하고 어떤 요청을 거부할지 기준을 정하는 데 종교 지도자와 철학자들의 의견을 듣고 있는 것이다. 다만 종교마다 도덕적 판단 기준이 달라 이를 AI 모델에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26일 AP통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지난 5월 15개 이상의 종교 및 문화권 집단에 속한 학자와 성직자, 철학자, 윤리학자 등을 만나 AI의 윤리적 판단에 관한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의 교리를 AI에 적용하기보다는 종교와 정치, 세속적 가치관을 폭넓게 검토하겠다는 취지다. 앤트로픽 공동창업자인 크리스 올라 연구원은 지난 5월 바티칸에서 열린 교황 레오 14세의 첫 회칙 발표 행사에 참석해 종교계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AI가 직면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연구실에서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여러분과 같은 전통이 수천 년 동안 다뤄온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 앤트로픽의 자문 회의에서는 인간에게 영혼이 있는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교육용 챗봇 사용을 허용해야 하는지 등의 문제가 논의됐다. 회의에 참석한 메건 설리번 미국 노터데임대 교수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먼저 종교계 인사들에게 AI 모델의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이후 참석자들이 기술의 활용과 윤리적 문제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설리번 교수는 앤트로픽이 다른 기술 기업들보다 종교적 문제를 진지하게 다뤘다고 평가했다. 오픈AI도 AI 모델에 다양한 도덕적 관점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챗GPT가 인류의 도덕적 견해를 폭넓게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메타와 구글, 아마존 관계자들도 바티칸 측과 만났으며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종교계와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 AI에 종교 윤리 가르친다지만…학계는 우려 AI 기업들은 모델이 위험한 요청을 거부하고 차별적인 답변을 피하도록 별도의 학습과 평가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어떤 답변을 유해하다고 판단할지, 어느 경우에 답변을 제한할지 등의 기준을 정한다. 종교계 자문을 둘러싼 쟁점은 종교와 문화권마다 도덕적 판단이 다르다는 점이다. 안락사나 낙태처럼 종교별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에서는 어떤 관점을 AI 모델에 반영할지를 놓고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 앤트로픽이 종교계로부터 수렴한 의견을 실제 AI 모델의 답변 정책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종교 지도자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할 경우 어떤 기준을 채택할지에 대한 문제도 남아 있다. 학계에서는 종교를 일정한 윤리 규칙의 집합으로 보고 AI에 적용하는 방식에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웹 킨 미국 미시간대 인류학 교수는 종교가 교리뿐 아니라 의례와 문화, 신앙인들의 실제 생활과도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마다 고유한 도덕 규칙이 존재하고 이를 추출해 AI에 적용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일부 종교의 관점이 지나치게 강조되거나 다른 전통이 왜곡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교를 여러 개의 독립된 체계로 구분하는 방식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다. 도모코 마스자와 미국 미시간대 종교학자는 세계의 종교를 서로 비교할 수 있는 개별 체계로 분류하는 관점이 근대 서구 학문을 통해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불교와 힌두교 등을 독립된 종교 범주로 구분하는 방식이 각 지역의 신앙 전통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메타의 독립 감독위원회 위원인 파올로 카로차도 여러 종교의 가르침을 하나로 결합할 경우 각 전통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로 다른 종교의 관점을 하나의 기준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각 종교의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국내 AI 업계 “종교계 자문 사례 드물어" 국내 AI 개발 현장에서는 종교적 교리보다 사회적 규범을 바탕으로 모델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다. 한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모델을 공개하기 전에 별도의 안전 검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특정 교리나 원칙에 기반하기보다는 사회 규범에 비춰 답변의 유해성, 편향성, 사실 오류 등을 평가하는 일반적인 AI 정렬(alignment) 기준을 적용한다"고 말했다. AI 정렬은 모델이 개발자가 의도한 목표와 인간의 가치, 안전 기준에 부합하도록 작동하게 하는 기술적 과정을 뜻한다. 유해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특정 집단에 편향된 답변을 내놓지 않도록 모델을 학습시키고 검증하는 작업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 같은 안전성 검증과 종교계 자문은 서로 배타적인 방식은 아니다. 안전성 검증이 모델의 답변을 평가하는 절차라면 종교계 자문은 그 평가에 활용할 가치관과 판단 기준을 검토하는 과정에 가깝다. 다만 어느 기준을 채택할지에 관한 문제는 두 방식 모두에서 남는다. 국내 업계에서는 해외 빅테크의 종교계 자문이 문화적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선 업계 관계자는 “서구권은 한국과 종교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를 종교계에 묻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익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우리 회사도 종교계 자문을 진행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 국내에서도 관련 사례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안다"며 “해외와 국내에서 종교가 차지하는 위치나 인식이 다르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나현 기자 kn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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