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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AI 무기화’ 윤리적 기준, 우리도 고민할 때다

전쟁에 인공지능(AI)을 쓰는 시대가 왔다. 최근 미군이 이란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AI가 사실상 두뇌 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이란을 공습하면서 생성형 AI 클로드의 개발사 앤트로픽(Anthropic)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전해진다. 앤트로픽은 AI 사용에 나름의 '윤리적 제한' 규정을 두고 있으나, 미 국방부는 민간기업의 윤리 기준이 국가 안보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트럼프 행정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기업으로 지정하며 제재에 나섰지만, 실제 군사작전에서는 여전히 클로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첨단기술의 침투가 윤리와 정치적 판단을 앞지른 장면이다. 미군은 이번 전쟁에서 타깃을 구분해 선정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 AI를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인간을 돕기' 위해 개발된 AI가 '인간을 살상하는' 도구로 쓰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기술의 비완결성, 오판 가능성 등은 윤리적 기준에 대한 더 명확한 레드라인(red line)을 요구하는 근거다. 이번 사태를 보며 떠오른 책이 있다. 미래학자 후안 엔리케스의 저서 '무엇이 옳은가'이다.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엔리케스는 '인간성'을 절대적 가치나 최후의 안전장치로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강조한 것은 기술의 발전이 윤리적 기준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점이었다. 가령 증기기관 같은 기술은 과거에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노예제에 대한 비판을 불러왔고, 의학 기술의 발전으로 흡연과 폐암의 연관성이 밝혀지면서 공공장소 금연이 표준이 됐다. 또 유전학과 뇌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성적 지향의 생물학적 근거가 생기면서 동성애에 대한 기준도 바꾸고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전쟁에 AI를 활용하는 것에 대한 윤리적 기준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후대에는 어떻게 전쟁을 치르면서 AI에게 정확한 판단을 맡기지 않고 사람이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있냐는 윤리적 비판이 역설적으로 제기될 지도 모를 일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윤리를 바꾸는 시점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다. 후안 엔리케스는 무엇이 옳고 그른 지를 고집하기보다 끊임없이 질문하고 논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I는 이미 전쟁의 한 가운데 들어와 있다. 우리 정부와 국민은 어떤 윤리적 기준을 가져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때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이사·혼인 ‘쑥’…가전업계 ‘반등 타이밍’ 왔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가전업계가 부진에 빠진 가전사업 반등의 '타이밍'을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 혼인 건수와 부동산 거래량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가전 수요의 회복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는 제품·기술·마케팅 전방위 전략을 앞세워 실적 개선에 시동을 거는 모습이다. 2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국내 기업들은 가전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라인업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탁과 건조를 한 번에 해결하는 올인원 세탁건조기를 비롯해 냉장고·에어컨 등 주력 제품군을 강화했고, 3년 만에 에어드레서를 재출시하며 의류관리기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여기에 2년 만에 새로운 라인업을 공개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자사 첫 얼음정수기까지 더해지며 제품 포트폴리오는 한층 다변화되는 모습이다. LG전자도 에어컨 라인업을 강화하는 한편 스팀다리미와 핸디 스티머, 스타일링 보드(다림판)를 하나로 결합한 올인원 의류 관리 솔루션 'LG 시스템 아이어닝'을 선보이며 새로운 형태의 가전 실험에 나섰다. 연내에는 약 2년 만에 신형 올인원 로봇청소기를 선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같은 가전업계의 제품군 확대 움직임은 혼인 및 이사 수요의 의미있는 증가 추세에 대응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결혼·이사 시 여러 가전을 한 번에 구매하려는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올인원·패키지형 제품 비중을 확대해 구매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국내 혼인건수와 부동산 거래량은 증가 흐름을 타고 있다. 국가데이터처가 지난 25일 발표한 인구동향에 따르면, 지난 1월 혼인 건수는 2만 2640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89건(12.4%) 증가했다. 이는 1월 기준 2018년(2만 4370건) 이후 8년 만에 최대 수치다. 1991~1996년 출생한 이른바 '에코붐 세대'가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에 접어들면서 혼인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코로나19로 미뤄졌던 결혼이 이어진 기저효과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서울시 부동산정보 광장 통계에서 지난 1~2월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은 1만 104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712건) 대비 1328건(14%) 늘었다. 이에 따라, 주택 거래 회복과 입주 물량 증가까지 맞물리며 가전제품 신규·교체 수요가 동시에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혼인과 이사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는 시기를 가전업계 최대 성수기로 보고 있는 만큼 이번 흐름이 실적 반등의 핵심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가전업계 한 관계자는 “혼인과 이사 수요가 동시에 살아나는 시기는 가전업계에 있어 가장 강력한 성수기"라며 “이사·혼수 가전 수요 확대를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말했다. 마케팅 전략 역시 '신혼·이사 수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삼성닷컴에 다양한 혼수 가전을 간편하게 조합해볼 수 있는 혼수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 혼수 고객 전용 특별기획전을 운영한다. 전국 삼성스토어 160개 지점은 신혼가전 전문 컨설턴트를 통한 체계적인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며, 혼수 패키지 쇼룸이 마련된 '웨딩 전문 스토어'도 운영할 예정이다. 웨딩 전문 스토어는 웨딩 컨설팅부터 가전 구매 컨설팅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혼수 추천 모델 구매 시 품목별 최대 10만 포인트, 삼성카드 등 금융사와 제휴한 결제 혜택, 최대 500만원 상당의 여행 상품권 추첨 등 다양한 혜택도 제공한다. LG전자도 자사 가전제품 전문 매장 베스트샵에서 웨딩 고객 대상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이사를 앞둔 고객들을 위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선호까지 겹치면서 단순한 판매량 증가를 넘어 고부가 제품 중심의 '업셀링'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다. 삼성·LG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인공지능(AI) 기능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선보인 올인원 세탁건조기 2026년형 '비스포크 AI 콤보'는 옷감의 무게와 종류, 오염도를 감지해 최적의 세탁과 건조를 수행하는 'AI 맞춤+'를 탑재했다. LG전자의 에어컨 '2026년형 LG 휘센 오브제컬렉션'은 온도와 습도를 동시에 제어하는 'AI콜드프리' 기능을 적용했다. AI 가전이 단순한 편의 기능을 넘어 소비자의 생활 방식을 바꾸는 '생활 필수재'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맞춰 삼성·LG는 생활밀착형 AI 기능을 확대 적용하며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수요 확대를 노리고 있다. 가전업계가 이 같은 전략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지난해 부진한 실적이 자리하고 있다. 수요 위축과 경쟁 심화 속에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이번 수요 회복 국면을 놓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에서 TV와 가전 사업 등을 담당하는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사업부는 지난해 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전자의 생활가전(HS) 사업본부도 지난해 4분기 1711억원의 적자를 냈다. 수요, 제품, 기술, 마케팅이라는 네 축이 맞물린 가운데 가전업계가 이번 '혼인·이사 특수'를 발판으로 가전사업 반등의 변곡점을 마련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전자 ‘문화 협업’ 갤럭시 성공 신화 이어간다

삼성전자가 'K-컬쳐의 힘'을 앞세워 갤럭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나선다. 하이브와 손잡고 '갤럭시 S26 울트라'로 촬영한 방탄소년단(BTS) 콘서트 현장을 삼성 소셜 채널에 공유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앞서 '블랙핑크 에디션' 등 성공사례가 많았던 만큼 BTS와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이목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하이브와 글로벌 파트너십을 맺고 BTS 컴백 콘서트인 '아리랑(ARIRANG)'에서 협업을 추진한다. 관객들이 쉽게 촬영하기 어려운 대규모 콘서트 현장의 다양한 순간과 분위기를 스마트폰으로 전하겠다는 게 삼성전자 측 목표다. 하이브가 콘서트 개최 도시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BTS THE CITY'에도 참여한다. 각종 이벤트를 전개하며 갤럭시 브랜드의 소비자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최승은 삼성전자 MX사업부 마케팅센터장 부사장은 “방탄소년단과 팬덤 커뮤니티가 보여준 진정성과 자기표현, 긍정적인 영향력에 공감한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갤럭시는 아티스트와 팬을 잇는 연결의 매개체로서 공연의 순간을 의미 있게 경험하고,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문화 협업'을 통해 갤럭시 가치 제고에 주력해왔다. 2019년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선보인 '블랙핑크 에디션'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당시 갤럭시 A80을 기반으로 한 이 제품은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직구를 통해 구매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020년에는 BTS와 협력해 '갤럭시 S20+ BTS 에디션'과 '갤럭시 버즈+ BTS 에디션'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전용 테마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인 위버스(Weverse)가 탑재됐다. 톰브라운 수트를 입은 '갤럭시 Z 폴드2 톰브라운 에디션'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전자는 또 패션·라이프스타일 브랜드나 예술·로컬 문화와 시너지도 기대하며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여헌우의 산업돋보기] 삼성전자, 냉난방공조 ‘M&A 승부수’ 띄우나

삼성전자가 냉난방공조(HVAC) 분야에서 '대형 인수합병(M&A)'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시장인데다 회사도 HVAC를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공식화해서다. 금고를 두둑하게 채워 행동에 나설 '실탄'도 충분한 상태다. 29일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25조8471억원이다. 회계상 '현금 및 현금성자산'(57조8564억원)에 '단기금융상품'(67조9650억원)과 '단기당기손익-공정가치금융자산'(257억1500만원)까지 더한 수치다. 삼성전자의 현금 금고 잔액은 2023년 92조3828억원, 2024년 112조6518억원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여유가 많이 생겼다. 지난해 말까지 '현금 및 현금성 자산' 12조5816억원, '단기금융상품' 12조3327억원 등을 보유했다. 합산하면 약 24조9144억원으로 전년(11조8418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뛰었다. 반도체 실적 회복 등 영향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2024년 말보다 10조원 이상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 '의미있는 M&A 추진' 선언…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 126조원 전망도 밝다. 인공지능(AI) 열풍 등으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도래하며 수익성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37조~38조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43조 6011억원)에 육박하는 수치다. 2분기에는 40조원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 수요가 견조한데다 범용 반도체 가격도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비용으로 110조원 이상을 집행했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해에는 시설투자 52조 6511억원, R&D 37조 7548억원 등 총 90조 4059억원 가량을 썼다. 실적 예상치 등을 반영하면 앞으로도 현금이 계속 쌓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된다. 대신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이 올해 말 229조원으로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M&A 시장 '큰손' 대우를 받고 있는 배경이다. 이 회사 C레벨 경영진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로 각종 공식석상에서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고 알리기도 했다. 해외 전시회나 기자간담회는 물론 주주총회에서도 이같은 사실을 수차례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 19일 자율공시에서 “미래 성장 분야에 의미 있는 규모의 M&A를 추진할 것"이라고 또 선언했다. 첨단로봇, 의료기술(MedTech), 전장, HVAC 등을 후보군으로 직접 제시했다. 재계에서 삼성전자와 HVAC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이유는 이 분야 성장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Fortune Business Insights에 따르면, 전세계 HVAC 시장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745억 8000만달러(약 263조원)로 추산된다. 연평균 6% 가량 성장해 오는 2032년 2900억 8000만달러(약 437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 HVAC 성장 가능성 무궁무진…존슨컨트롤즈 등 후보군 언급 삼성전자 역시 관련 업계에서 광폭행보를 보이고 있다. 2024년 5월 미국 HVAC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미국 '2025 AHR 엑스포'(2월), 독일 'ISH 2025'(3월), 한국 '아시아 공조 콘퍼런스'(8월) 등 전시회에 적극 참여하며 고객 저변을 확대했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에 '삼성 HVAC 테스트 랩'을 설립하는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북미 최대 규모 공조 전시회 'AHR 엑스포'에 참가해 다양한 공조 제품과 AI 기반 통합 기기 관리 기능을 선보였다. 이달 24~27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최된 'MCE 2026'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독일 플랙트그룹 인수 절차도 마무리했다. 플랙트그룹은 유럽 최대 공조기기 업체다. 글로벌 10여개의 생산거점을 지녀 유럽·미주·중동·아시아까지 폭넓은 판매·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개별공조 중심의 설루션 부문에 강점을 가지고 있었다. 플랙트그룹을 품은 이후에는 각종 산업·대형 건물용 설루션 및 데이터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중앙공조 시장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홈·스마트시티와 연계된 HVAC 서비스의 확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백혜성 삼성전자 DA 사업부 상무는 지난달 'AHR 엑스포' 현장에서 “HVAC 시장 전반에서 삼성전자의 AI 기술과 스마트싱스를 결합해 원격 유지 보수나 에너지 요금 최적화 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플랙트그룹 인수에 이어 추가 M&A에 나설 경우 글로벌 HVAC 시장 점유율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규모의 경제' 달성을 필두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눈독들일 만한 인수 후보군으로 존슨컨트롤즈(Johnson Controls), 레녹스(Lennox International), 노리츠(Noritz), 트레인(Trane Technologies), 캐리어(Carrier Global), 다이킨(Daikin Industries), 림(Rheem Manufacturing) 등을 언급하는 분위기다. 다만 경영 환경이나 지배구조 등을 감안할 때 당장 '적합한' 대상자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정 사업 부문만 사들이거나 지분을 우선 투자하는 등 다른 카드가 거론된다. 로이터 등 외신들은 2024년 삼성전자가 존슨컨트롤즈 일부 사업부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환율 상승 등을 감안한 현재 거래 금액은 10조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 회사는 전세계적인 유통망과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레녹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조 전문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이미 협력하고 있지만 지분 추가 매입 등 가능성도 열려 있는 상황이다. 노리츠는 일본의 가스 온수기 및 공조 전문기업이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도쿄증권거래소 시총 약 1조원) '빅딜'이라는 표현은 쓰기 힘들어 보인다. 트레인은 몸집이 너무 크다는 변수가 있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시가총액이 961억달러(약 144조원)에 달한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하면 계약 성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냉난방, 환기, 냉장 운송 시스템 등을 전문으로 하는 미국의 산업 제조 기업이다. 에너지 효율성과 지속가능한 건축 환경 설루션에 집중한다는 특징이 있다. 캐리어 글로벌의 시총은 495억달러(약 74조 5000억원) 수준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 사장단 주도로 인공지능 전환(AX) ‘속도 낸다’

LG그룹이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의 빠른 실행을 통한 경영 전반의 구조 혁신에 나선다. LG는 지난 25일 서울 중구 남산리더십센터에서 구광모 ㈜LG 대표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사장단 40여명이 참석한 사장단회의를 열고, 구조적 혁신을 위한 AX 추진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이번 사장단회의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전쟁, 그에 따른 국제 원유 가격 및 환율 급등, 국내외 소비심리 위축 등 기업경영 전반의 악재를 신속한 AI 전환을 통한 사업 고도화, 조직 및 업무의 구조적 혁신 창출로 지속가능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 참석한 사장단들은 속도감 있는 AX 추진이 단순한 효율 개선 차원을 넘어 구조적 혁신으로 이어져야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냈다고 LG는 전했다. 특히, 구광모 ㈜LG 대표는 AI가 미치는 국내외 산업 파급력을 전기와 인터넷 도입에 비유하며 기업의 속도감 있는 대응 역량을 주문했다. 구 대표는 AX 추진에서 가장 중요한 게 '속도'라고 규정한 뒤 “완벽한 계획보다 빠른 실행이 필요하고, 임팩트 있는 영역에서 작은 시도라도 빠르게 실행해 성과를 축적·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AX에서 속도와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선 특정조직이 아닌 '최고경영자(CEO)와 사업책임자'가 직접 방향을 잡고 이끌어가야 한다며 경영진의 역할을 강조했다. 참석한 LG 계열사 사장단도 구 대표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하며 경영진 주도로 명확한 목표 설정과 신속한 실행을 이끌어 내고, 설계·생산·마케팅 등 전 과정에 AX를 적용해 구조적 혁신 성과를 도출하기로 했다. LG그룹은 2024년 엔터프라이즈(기업) AI 전문조직인 LG CNS AI센터 출범, LG AI연구원의 초거대 언어모델(LLM) '엑사원(EXAONE)' 개발과 그룹 내 통상업무 및 연구개발(R&D) 적용, LG전자 임직원 대상 생성형 AI 교육프로그램 운영 등 AX 가속화에 주력하고 있다. 해외 성과로는 국내 첫 하이브리드 AI 모델 '엑사원 4.0'이 지난해 미국, 중국, 프랑스 등 대표 오픈 웨이트 모델과 성능 평가 비교에서 여러 항목에 걸쳐 높은 점수를 획득하며 세계최고 수준을 인정받았다. 또한, LG AI연구원이 개발한 신소재 및 신약 개발 지원 '엑사원 디스커버리(EXAONE Discovery)'는 방대한 데이터 분석 및 연구 가설 도출, 실험 설계와 결과 해석 보조 등 뛰어난 기술력으로 특허권을 획득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기자의 눈] 전기차 충전소 늘어도 소비자는 불편…‘보조금 개혁’ 절실

전기차 운전자들 사이에서 충전 이용료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주로 이용하는 완속충전기 요금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이유에서다. 차를 산 지 2년여 만에 유지비가 두 배 이상 늘었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원인으로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이 지목된다. 화재 예방을 목적으로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급을 활성화하고 있는 게 문제다. 보조금을 수령하기 위해 설치된 지 얼마 안 된 정상적인 충전기를 철거하고 새 설비로 교체하는 사례가 빈번해졌다. 이 과정에서 운영 주체가 요금을 크게 인상하고 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전기차 충전기 사용자 경험 개선 토론회'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됐다. 발제자로 나선 조현민 이볼루션 대표는 “사용 가능한 충전기까지 교체해 기존 100원이던 요금이 200~300원 수준으로 상승해 사용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전자청원에는 '전기차 충전기 보조금 정책 재검토 요청에 관한 청원'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스마트 제어 완속 충전기 보급 정책이 잘못됐다는 내용이다. 작성자는 정상 설비까지 바꾸는 관행을 없애고 부실 운영·불량 앱 업체에는 '보조금 회수' 등 강력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당 의견은 지난달 게시 이후 한 달여 만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이로 인해 국회 상임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 공식 회부된 상태다. 공공주택·아파트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 인프라는 특정 사업자가 요금 결정권을 쥐는 형태로 운영된다. 설비가 설치되면 이용자는 사업자를 선택할 수 없다. 경쟁이 작동하지 않는 시장인 셈이다. 요금 체계도 불투명하다. 한국소비자원이 작년 12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같은 완속 충전임에도 회원·비회원 간 요금 차이가 최대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장에서 요금을 안내하지 않는 사례도 빈번했다. 정부는 그동안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얼마나 많이' 설치했는가에 초점을 맞춰왔다. 그 결과 설비는 늘었지만 이용 경험은 오히려 후퇴했다. 보조금은 시장을 키우는 대신 왜곡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단순한 보급 확대가 아니라 가격, 운영, 이용자 경험까지 포함한 관리 기준이 필요하다. 이대로 두면 전기차 확산 정책 자체가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 '보조금 개혁'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된 이유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LG전자, OLED·LCD·웹OS로 ‘TV 적자 탈출’ 시동

LG전자가 중국 제조사의 약진과 국내외 수요 둔화로 침체에 빠진 TV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 '전면전'에 나섰다. 단순 신제품 출시를 넘어 제품 포트폴리오와 플랫폼 전략을 동시에 재편하는 구조적 대응이다. LG전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마이크로 적·녹·청(RGB) △웹 운영체제(OS) 플랫폼으로 이어지는 '삼각 편대'를 구축해 TV 사업 반등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콘텐츠·광고 기반 수익 모델까지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지난 25일 서울 양평동 그라운드220에서 2026년형 TV 신제품을 공개하고 'TV 회생'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까지 글로벌 OLED TV 시장에서 13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한 LG전자는 이번에도 OLED 신제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OLED 에보(G6)'와 월페이퍼 TV 'OLED 에보(W6)'가 대표적이다. 회사 측은 신제품이 역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구현하며 '더 넥스트 OLED'로 진화했다고 강조했다. OLED 에보(G6)는 일반 OLED(B6 모델) 대비 최대 3.9배 밝기를 구현하며, '하이퍼 브라이트 부스터'를 통해 장면별 밝기를 정교하게 제어한다. 또 3세대 알파11 인공지능(AI) 프로세서를 탑재해 색 표현력을 한층 끌어올렸다. 해당 프로세서는 전작 대비 성능이 5배 이상 향상됐으며, 빛 반사도 낮춰 몰입감을 극대화했다. OLED 에보(W6)도 눈길을 끈다. 9mm대 두께에 패널·파워보드·메인보드·스피커 등을 모두 내장한 무선 월페이퍼 TV로, 세계 최초로 4K·165Hz 영상과 오디오를 손실·지연 없이 전송하는 기술이 적용됐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CES 2026에서 다수 해외 매체로부터 최고 제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OLED와 함께 이번 전략의 또 다른 축은 LCD 기반 'LG 마이크로 RGB 에보'다. 이 제품은 백라이트 광원을 초소형화하고 기존 백색 대신 RGB 발광다이오드(LED)를 적용해 색 재현력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이다. OLED에 탑재되는 3세대 알파11 AI 프로세서를 동일하게 적용해 화질 처리 성능도 강화했다. 백선필 LG전자 디스플레이 CX담당(상무)은 “마이크로 RGB는 컬러 측면에서 OLED에 근접한 수준까지 성능을 끌어올린 프리미엄 LCD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프리미엄 OLED 중심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LCD 라인업을 확대해 시장 저변을 넓히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OLED 대비 가격 장벽이 낮은 마이크로 RGB를 통해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대응하겠다는 의도다. 여기에 웹OS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전략도 강화한다. 신제품에 탑재되는 웹OS26은 기존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에 더해 구글 '제미나이(Gemini)'까지 지원하는 멀티 AI 체계를 갖췄다. 이를 통해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탐색과 추천 기능을 한층 고도화했다. 또 독자 보안 시스템 'LG 쉴드(Shield)'를 적용해 제품과 개인정보, 데이터를 보호하는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끌어올렸다. LG전자가 이처럼 제품과 플랫폼을 동시에 강화하는 배경에는 TV 사업의 구조적 부진이 자리하고 있다. LG전자에서 TV 사업을 담당하는 MS사업본부는 지난해 750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가장 큰 원인은 수요 부진이다. TV 시장은 모바일 기기 확산과 교체 주기 장기화로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 중심의 성숙기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을 전년 대비 0.6% 감소한 1억9481만대로 전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역성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 같은 침체 속에서 중국 업체의 물량 공세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TV 출하량 기준 점유율 1위는 중국 TCL이 차지했다. 중국 제조사들은 가성비 전략에 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제품 미니 LED TV를 앞세워 시장 장악력을 높여가고 있다. 단순 하드웨어 경쟁만으로는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진 만큼, 플랫폼을 결합한 사업 구조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LG전자는 기존 OLED 강자로서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가져가며 프리미엄 입지를 높이되, LCD 기반 TV 라인업도 늘리며 주도권 회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OLED TV의 경우 높은 가격대가 대중화의 걸림돌로 지적돼온 만큼 가격 경쟁력을 갖춘 마이크로 RGB 에보 출시를 통해 중국의 공세에 맞설 방침이다. 마이크로 RGB는 OLED 대비 성능은 다소 낮지만 가격적인 측면에선 경쟁력을 갖춘 것이 특징이다. 백선필 상무는 “LG전자가 OLED 중심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LCD 역시 오랜 기간 고민해온 영역"이라며 “마이크로 RGB 에보는 그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연내에는 가격대를 낮춘 OLED TV 출시 관측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OLED 스페셜 에디션(SE) 패널을 적용한 보급형 제품을 선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패널은 기존 대비 20% 이상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OLED 대중화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웹OS 기반으로는 광고와 외부 OS 공급을 통해 수익을 확대한다. 전 세계 2억대 이상의 기기를 연결하는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광고 및 콘텐츠 수익을 창출하고, 하드웨어 의존도를 낮춘 반복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백선필 상무는 “우리만의 장점을 최대한 발휘해 최상의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것"이라며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구광모 LG그룹 회장, 지주사 이사회 의장직 8년만에 내려놔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지주사인 ㈜LG 이사회 의장직을 8년만에 내려놓았다. 빈 자리는 박종수 사외이사가 메운다. 사내이사가 의장직을 겸하는 것을 막아 이사회 운영 투명·독립성을 강화하는 차원이다. ㈜LG 외 그룹 내 11개 주요 상장사들도 모두 '사외이사 의장체제'로 전환했다. 26일 ㈜LG와 재계에 따르면, ㈜LG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박종수 사외이사 의장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박 신임 의장은 지난 2023년 ㈜LG에 합류해 감사위원회, ESG위원회, 내부거래위원회, 보상위원회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기도 하다. 2022년 국내 최대 조세 전문학회인 한국세무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는 등 회계·세무 분야에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구 회장은 이사회 독립성을 높여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6월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 회장으로 임명된 뒤 줄곧 ㈜LG 이사회 의장직을 맡아왔다. 국내 대부분 대기업은 사내이사인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럴 경우 경영진을 견제하는 이사회의 주요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된다. LG그룹은 이사회가 경영진과 분리돼 독립적으로 주요 안건을 심의하는 게 '경영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스탠다드' 역시 이처럼 독립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형성돼 있다. 구광모 회장의 결단으로 LG그룹 상장사들은 이사회 의장을 모두 외부인으로 채우게 됐다. LG이노텍과 LG헬로비전이 2022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뽑았고, 지난달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HS애드도 동참했다. 그룹 주력사인 LG전자는 지난 23일 첫 사외이사 출신 리더로 강수진 의장을 선임했다. LG그룹은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이사회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그동안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1년 ㈜LG, LG전자, LG유플러스에서 첫 여성 사외이사를 배출했고, 거버넌스 강화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같은 해 ESG위원회 및 내부거래위원회도 신설했다. 이어 지난해 ㈜LG, LG전자, LG화학에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경영진 보수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산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번에 구 회장 결단을 포함한 '사회이사 의장 체제'로 전환으로 LG그룹의 지주 및 계열사 이사회의 투명경영 구조가 확립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스마트폰·모니터 ‘OLED 대세’…K-디스플레이 부활 기지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기 시장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채택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이 구조적 반등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넘어 모니터까지 OLED 적용이 확대되며 수요 기반이 넓어지는 가운데, 사업 체질을 OLED 중심으로 전환해온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의 수익 개선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5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스마트폰 OLED 채택률은 지난 2023년 50%를 넘어섰고, 올해는 60%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OLED가 얇고 유연한 구조와 높은 명암비, 전력 효율 등의 장점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제품의 핵심 디스플레이로 자리잡고 있으며, 최근에는 중저가 제품군까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주요 세트 기업들이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OLED 탑재를 기본화하고 있는 점도 채택률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애플은 최대 OLED 패널 구매 기업으로 자리잡은 데 이어, 올해도 적용 범위를 한층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가 최근 발간한 '2026 소형 OLED 디스플레이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2억 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용 OLED 패널을 공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로써 애플은 스마트폰 업계에서 5년 연속 가장 많은 OLED 패널을 구매한 기업이 됐다. 애플은 차기 스마트폰 라인업 '아이폰18' 시리즈는 물론 연내 공개 예정인 '폴더블 아이폰' 등 기기 전반에 OLED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중국 세트업체들의 전략 변화도 OLED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창욱 유비리서치 부사장은 “샤오미,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세트업체들이 스마트폰 OLED 전환을 빠르게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제조사는 프리미엄 모델뿐 아니라 중가 라인업까지 OLED 적용을 늘리며 전체 패널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모니터 시장에서는 OLED가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체 모니터 시장은 수요 둔화로 성장세가 제한적이지만, OLED 모니터 출하량은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유비리서치는 패널 기준으로 지난해 OLED 모니터 출하량이 약 320만대로 2024년(195만대) 대비 64% 증가한 데 이어 올해에도 50% 이상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게이밍과 콘텐츠 제작용 프리미엄 시장을 중심으로 OLED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OLED 성장은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 성장률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 조사에서 지난해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 전체 출하량이 2.8% 증가하는 데 그쳤고, 액정표시장치(LCD) 모니터 출하량은 1.8% 감소한 내용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 구조적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선,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의 OLED 탑재율이 확대되며 관련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 국내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줄 전망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용 중소형 OLED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이 67.6%를 차지했다. 특히, 애플의 OLED 적용 확대는 국내 기업에 직접적인 수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의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에 이어 연내 출시 예정인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에도 초도 물량을 공급하며 스마트폰 패널 시장 입지를 강화할 전망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아이폰18 시리즈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수익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가 일부 모델에서 품질 이슈를 겪으며 차기 아이폰 공급이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점도 LG디스플레이에 유리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OLED 모니터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는 점도 국내 기업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양산 라인을 중심으로 TV용 패널보다 상대적으로 단가와 수익성이 높은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프리미엄 게이밍 모니터와 크리에이터용 제품을 중심으로 QD-OLED 채택이 확산되면서 중대형 OLED 전략에서도 모니터 비중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 역시 WOLED 기반 TV 패널 공급을 유지하는 한편, 모니터용 OLED 패널 출하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3년 약 10만대 수준에서 모니터용 OLED 패널 공급을 시작한 이후 2024년 20만대, 2025년에는 약 40만대까지 출하량을 늘린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도 신규 고객 확보와 라인 활용도 제고를 통해 모니터용 OLED 출하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두 기업이 액정표시장치(LCD) 사업 축소 이후 OLED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온 만큼 수요 확대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불황을 겪던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OLED 비중 확대를 기반으로 지난해부터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하며 4년 만에 연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이는 OLED 비중 확대에 따른 제품 믹스 개선 효과로 풀이된다. 스마트폰에서 시작된 OLED 전환이 모니터를 넘어 태블릿, 노트북 등 IT 기기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OLED 전환에 속도를 낸 국내 기업의 수익성 개선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을 넘어 태블릿, 노트북, 웨어러블 등 OLED의 응용 분야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며 “고품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요 증가와 함께 OLED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아이폰 폴드 출시 지연?…삼성, 폴더블폰 격차 벌리기 ‘찬스’

애플이 준비 중인 '폴더블 아이폰' 출시 일정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에도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당초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는 9월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폴더블 아이폰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에는 연말 출시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 폴더블폰 시장은 당초 예상됐던 '삼성-애플 정면 승부' 대신, 삼성전자가 한발 앞서 시장 주도권을 강화할 수 있는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5일 정보기술(IT) 매체 맥루머스 등에 따르면, 투자은행 바클레이즈의 팀 롱 애널리스트는 최근 공급망 소식통을 확인한 결과 애플의 첫 폴더블폰인 '아이폰 폴드'(가칭)의 출시가 올해 12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 같은 일정 조정은 단순한 출시 지연을 넘어, 애플이 폴더블 시장 첫 진입에서 '완성도'를 최우선으로 두고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초기 시장 선점보다는 제품 완성도를 끌어올려 프리미엄 기준 자체를 재정의하겠다는 접근이다. 다만, 제품 완성도 언급은 애플이 아이폰 폴드의 디스플레이 주름 등 기술적 과제를 완전히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애플은 디스플레이 주름을 최소화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선 디자인뿐 아니라 성능, 사용자 경험 전반에서 '첫 제품에 걸맞은 완성도'를 확보하려는 고민이 애플에 큰 부담감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아이폰 폴드는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처럼 세로로 접히는 북타입 디자인이 적용되고, 화면을 펼치면 약 7.8인치, 외부에는 5.5인치 디스플레이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측면에서는 TSMC 2나노 공정 기반 'A20 프로' 칩이 적용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아이폰 폴드 출시 지연 가능성은 폴더블 시장 1위 삼성전자로서는 호재다. 삼성전자는 통상 7~8월 폴더블 신제품을 공개해 온 만큼, 애플의 일정이 뒤로 밀릴 경우 최소 수개월간 '시간 격차'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에서 점유율 4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 중국 화웨이(30%)와의 격차는 10%포인트에 달한다. 올해 시장 판도는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이 폴더블 시장에 진입할 경우 약 20% 후반대 점유율을 확보하며 삼성전자를 빠르게 추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관측 속에서 애플의 제품 출시가 늦춰질수록 삼성전자가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확률은 더욱 높아지는 셈이다. 변수는 중국 제조사들의 약진이다. 그동안 가성비를 앞세운 추격자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힌지 구조, 두께·무게, 배터리 효율 등 핵심 기술에서 빠르게 격차를 좁히고 있다. 가격 경쟁력에 더해 기술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면서 '기술 경쟁자'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일례로 오포는 최근 출시한 폴더블폰 '파인드 N6'가 세계 최초로 '느껴지지 않는 주름(Zero-Feel Crease)'을 구현했다고 밝혔다. 폴더블폰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던 화면 주름 문제 해결을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 경쟁력을 강조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은 삼성 중심에서 애플·중국 제조사가 가세한 '다극 경쟁 체제'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삼성전자는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1위 수성에 나선다.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폼팩터(기기 외형) 다양화와 핵심 부품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갤럭시 Z 8' 시리즈와 함께 7.6인치 이상의 대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신형 폴더블 모델 '와이드 폴드(가칭)'를 선보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대화면을 기반으로 멀티태스킹과 콘텐츠 소비 경험을 극대화해 기존 폴더블폰의 활용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애플과의 차별화를 노린 '경험 중심 전략'으로도 해석된다. 아울러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하는 등 하드웨어 전반의 완성도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폴더블 특성에 최적화된 인공지능(AI) 기능을 접목해 사용자 경험을 확장하는 시도 역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선보인 신형 폼팩터 두 번 접는 스마트폰 '갤럭시 Z 트라이폴드'가 긍정적 반응을 얻은 점도 이러한 전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관계자는 “삼성은 차세대 Z 폴드·플립 시리즈를 준비 중이며 올 3분기 출시가 예상된다"며 “여기에 더해 더 넓은 화면 비율을 갖춘 폴드 모델을 도입해 애플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시장 진입이 늦춰지는 사이 삼성전자는 시간과 제품 완성도 측면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다. 다만 중국 제조사들의 기술 추격이 가속화되면서 폴더블 시장 주도권 경쟁은 향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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