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번엔 스팀”…로보락 신모델 12일 출시, 사전예약 혜택은

로보락이 플래그십 로봇청소기 'S10 맥스V 울트라 스팀(S10 MaxV Ultra Steam)'을 오는 12일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한다. 정식 출시에 앞서 11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다. 2일 로보락에 따르면, 이번 신제품은 기획 단계부터 한국 시장에 맞춰 개발됐다. 청소와 위생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높은 기대 수준과 문턱이 많은 국내 주거 구조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까다롭기로 소문난 한국 소비자에게 먼저 검증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핵심 기능은 스팀이다. 고온 스팀으로 물걸레질을 해 살균과 위생 관리 기능을 강화했다. 주행 기술도 끌어올려 최대 8.8㎝ 높이의 이중 문턱을 넘을 수 있다. 300종이 넘는 사물을 인식해 피해 가는 기능도 넣었다. 세부 사양은 12일 출시와 함께 공개된다. 로보락이 자신감을 보이는 근거는 국내 소비자 평가다. 로보락은 이날 '2026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로봇청소기 부문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 부문이 지난해 처음 생긴 이후 두 해 연속 1위다. KCSI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이 1992년 만든 고객만족도 조사로, 올해 35회째다. 전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제품·서비스 만족도와 재구매 의향, 브랜드 신뢰도 등을 종합 평가한다. 로보락은 전반적 만족도 93.7점, 평가 요소 종합만족도 87.9점, 재구입 의향 90.2점을 받았다. 흡입력과 청소 구역 자유도, 사용 편의성, 저소음, 유지관리 편의성 항목에서 경쟁사보다 높은 점수를 받았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인증식에는 김청송 로보락코리아 지사장이 직접 참석했다. 로보락은 높은 평가의 배경으로 기술과 사후관리를 꼽는다. AI 기반 내비게이션과 센서로 모서리와 장애물 주변까지 꼼꼼하게 청소하도록 했다. 본체 세척과 필터 교환 같은 유지관리 과정도 자동화했다. 올해는 공식 AS센터 운영 시간을 늘리고, 직배수 스테이션 일부 모델에는 출장 AS를 새로 도입했다. 김 지사장은 앞으로 제품 경쟁력은 물론 구매 이후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사전예약 혜택도 눈길을 끈다. 추첨으로 1명을 뽑아 신제품을 100원에 살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나의 ( ) 순간' 사연 공모 이벤트도 연다. '청소는 맡기고, 여유는 켜세요'라는 메시지를 내걸고 △여유 △새출발 △육아 △반려동물 △효도 5개 테마로 사연을 받는다. 테마별 1명씩 모두 5명에게 약 20만원 상당의 네이버페이 포인트를 준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면 혜택이 더 붙는다. 사전예약 뒤 론칭 프로모션 기간에 제품을 사면 국내 조명 브랜드 일광전구와 협업한 한정판 '일광전구 X 로보락 에디션'을 받는다. 일광전구의 대표 조명 '스노우맨'을 로보락의 상징색인 빨간색으로 만든 제품이다. 방문 설치, 펫 배변 흡입 안심보장, 이사 시 직배수 재설치 등을 묶은 '로보락 케어 서비스'도 제공한다. 일룸 로봇청소기장 10% 할인 쿠폰을 주고, 추첨으로 5명에게는 일룸 '베노' 로봇청소기장을 증정한다. 변수는 가격이다. 로보락은 아직 출고가를 공개하지 않았다. 가격과 사전예약 혜택의 세부 적용 조건은 12일 정식 출시 때 함께 발표된다. 출시 직전까지 가격을 밝히지 않고 이벤트로 관심부터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로보락코리아 관계자는 “100원 구매 기회와 한정판 굿즈까지 준비한 만큼 많은 관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손가락 4개 뿐인 아틀라스…“산업 현장서 충분”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일(현지시간) 아틀라스에 탑재되는 차세대 로봇 핸드를 공개했다. 차세대 로봇 핸드에는 엄지를 포함한 4개 손가락에 총 13자유도를 적용하고 손끝과 손바닥에는 촉각 센서가 배치됐다. 사람 손처럼 다섯 손가락을 구현하는 대신 산업 현장에 필요한 기능과 비용 효율에 초점을 맞춘 네 손가락 구조를 선택했다. 공개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드릴 비트를 집어 공구에 끼운 뒤 버튼을 눌러 나무에 구멍을 뚫었다. 손끝으로 작은 너트를 잡아 돌려 체결하는 작업도 수행했다.이 밖에 얇고 긴 드럼 스틱을 손가락으로 회전시키거나 매끄러운 골프공 두 개를 한 손 안에서 움직이는 동작도 선보였다. 물체의 형태와 재질, 마찰 특성이 달라도 손가락별 힘과 움직임을 조절하면서 물체를 다루는 방식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설계 복잡도와 전력 소모, 비용, 내구성, 수리 편의성 등을 비교해 아틀라스의 네 손가락 구조를 선택했다. 아틀라스 행동 조작 기술 개발을 총괄하는 알베르토 로드리게즈는 엄지손가락 개수와 새끼손가락의 필요성 등을 놓고 다양한 설계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실험과 시뮬레이션, 3D 프린팅 목업 등을 거친 뒤 개발자들이 새끼손가락을 고정한 채 업무를 수행해보는 방식으로 설계를 검증했다는 설명이다. 새 손에는 촉각 센싱 기술도 적용됐다. 손끝과 손바닥에 압력 기반 센서를 배치해 물체와 접촉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힘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단순히 물체를 잡는 데서 나아가 손 안에서 위치와 방향을 바꾸는 조작이 가능하도록 설계했다. AI 학습 방식도 실제 제조 환경을 염두에 뒀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개발 초기부터 가상환경에서 로봇을 학습시킨 뒤 실제 로봇에 적용하는 '심투리얼(Sim-to-Real)' 방식을 적용했다. 가상환경에서 모터 토크와 마찰, 물체 형태, 작업 중 발생하는 외란 등을 바꿔가며 강화학습을 진행하고 실제 환경에서 발생할 수 있는 조건에 대응하도록 했다. 하드웨어 역시 실제 산업 현장을 고려했다. 사람 손과 비슷한 크기를 유지해 기존 작업공간과 공구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구조를 단순화하고 주요 부품을 모듈화했다. 내구성과 정비 편의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대규모 양산 가능성까지 고려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최근 문을 연 로보틱스 메타플랜트 응용 센터(RMAC)도 새 핸드의 현장 적용과 연결된다. RMAC은 현대차그룹 제조 환경을 모사한 실증 공간으로, 아틀라스가 실제 제조 작업 데이터를 수집하고 학습·검증하는 거점으로 활용된다. 수집한 데이터를 다시 학습과 현장 적용에 반영하는 데이터 순환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박서현 기자 shine@ekn.kr

[기획] 800조 반도체가 바꿀 광주·전남…공장 넘어 ‘산업·생활지도’ 다시 그린다④

팹 4기 들어서면 소부장·R&D·물류까지 연관 산업 재편 가능성 상시인력 2만3000명 전망…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 수요도 변화 대기업 투자 넘어 지역기업 공급망 참여·청년 정착까지 이어져야 전남광주=에너지경제신문 문남석기자 800조원 규모로 제시된 서남권 반도체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광주·전남의 산업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광주·전남 산업은 자동차와 가전, 철강, 석유화학 등 기존 주력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지만, 여기에 반도체라는 대규모 첨단산업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산업 구조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반도체 생산공장이 들어서는 데 그치지 않고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해 연구개발과 물류, 인력양성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파급효과가 이어질 수 있어서다. 정부와 기업이 제시한 구상에서 핵심 입지로 거론되는 곳은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다. 약 250만평 규모의 부지를 활용해 반도체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인근 지역까지 관련 산업이 연결되는 광역 산업권으로 확장하는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메모리 반도체 팹 2기씩, 모두 4기를 구축하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서남권 반도체 산업도 단순한 '유치 구상'을 넘어 실제 산업단지 조성과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확보를 논의하는 단계로 접어드는 모습이다. 그러나 반도체 공장 하나가 들어선다고 지역경제가 곧바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생산라인이 안정적으로 가동되려면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는 물론 산업용 가스와 초순수, 대규모 전력 공급망, 폐수처리시설, 설비 유지보수 등 다양한 기반산업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결국 대규모 팹 투자의 성패는 생산시설 자체에만 달린 것이 아니라 주변에 얼마나 촘촘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내느냐에 달려 있는 셈이다. 반도체 산업을 대표적인 '생태계 산업'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생산공장 주변에 형성될 새로운 산업지도 서남권에서 가장 먼저 주목할 부분은 반도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형성될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의 움직임이다. 대규모 팹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생산에 필요한 장비와 부품,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장비 유지보수와 공정 지원은 물론 산업용 가스, 폐수처리 등 생산시설 가동을 뒷받침하는 기반 서비스 분야도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광주에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경우 주변 산업단지 역시 변화가 불가피하다. 반도체 관련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전력과 용수, 물류 등 생산활동을 뒷받침할 기반시설을 갖추는 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지역 기업이 반도체 공급망에 얼마나 참여할 수 있느냐다. 대기업 생산시설만 지역에 들어서고 핵심 소재·부품·장비는 다른 지역 기업이 공급하는 구조라면 투자 규모에 비해 지역경제로 이어지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반면 지역 기업들이 소부장과 장비, 유지보수, 물류 등의 분야에서 공급망에 참여할 경우 반도체 투자가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기업을 끌어들이는 계기로 이어질 여지가 커진다. 이런 점에서 광주를 중심으로 나주와 무안 등 인접 지역의 기능을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나주는 에너지와 연구개발 기반을 활용할 수 있고, 무안은 국가산업단지 후보지와 공항 등 교통·물류 인프라를 바탕으로 배후 산업공간의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광주에 생산 기능을 두고 주변 지역이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등을 나눠 맡는 방식으로 산업 기능을 연결하는 구상이다. 물류 역시 빼놓기 어려운 분야다.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는 각종 장비와 소재가 지속적으로 오가고, 생산된 제품 역시 국내외 시장으로 신속하게 이동해야 한다. 광주 생산거점과 인접 산업단지, 공항·항만을 연결하는 물류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반도체는 생산 과정에서 공급망의 작은 차질도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산업인 만큼 안정적인 물류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산업단지의 경쟁력과도 맞물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의 공간을 광주 군공항 이전부지 하나로만 볼 수는 없다. 광주에서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고, 인접 지역에서 소재와 장비, 에너지, 연구개발, 물류 기능을 나눠 맡는 연결 구조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하나의 산업벨트가 모습을 갖출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산업단지의 역할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관련 기업의 신규 입주와 함께 기존 기업이 업종을 전환하거나 사업 영역을 넓히면서 산업단지의 기능 자체가 재편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따라 주거·교육·의료도 움직인다 산업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이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반도체 팹이 실제 가동에 들어가면 생산인력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설비, 품질관리, 안전, 전기·가스, 시설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인력이 필요해진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반도체 팹 4기 운영에 필요한 상시 인력을 약 2만3천명 수준으로 보고 있어, 이 같은 인력 수요가 현실화할 경우 지역 고용시장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문제는 이 인력을 어디에서 확보하느냐다. 외부 인력을 데려오는 방식에만 의존하면 지역에 남는 경제적 효과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지역 대학과 특성화고, 직업교육기관이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인력을 길러내고, 지역에서 교육받은 청년이 지역 기업에 취업해 정착하는 연결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반도체 산업이 지역 대학의 교육과정까지 바꿀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정과 장비, 소재, 설계 등 현장에서 요구하는 분야에 맞춰 교육과정을 조정하고 기업과 대학이 공동교육과 현장실습, 연구개발을 확대하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청년 인력이 지역에 머물 수 있는 새로운 통로도 열릴 수 있다. 사람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주거 문제가 따라온다. 산업단지 근로자뿐 아니라 가족 단위의 정착까지 이어질 경우 아파트와 임대주택 등 주거 수요가 커지고, 어린 자녀를 위한 학교와 돌봄시설, 의료기관, 생활편의시설을 찾는 수요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반도체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공장과 도로, 기반시설만 갖추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실제 근로자와 가족이 생활할 수 있는 하나의 생활권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광주와 나주, 장성 등 인접 지역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비롯해 주거·교육·의료·문화시설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도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살펴봐야 할 과제로 떠오른다. 특히 대규모 산업시설이 들어서는 지역에서는 기존 주민과 새롭게 유입되는 인구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도시계획이 중요하다. 산업단지 주변에 주거지가 충분하지 않으면 출퇴근 차량이 늘어나고 인접 도시의 주택 수요와 교통 여건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의료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문인력이 대거 유입되고 가족 단위 정착이 늘어나면 병원과 약국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부터 응급의료, 소아·청소년 진료 등 생활권 단위의 의료 수요까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결국 반도체 투자는 산업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생기면 사람이 움직이고, 사람이 움직이면 집과 학교, 병원, 교통망과 상권까지 함께 움직이게 된다. 광주에 생산시설이 자리 잡고 나주와 무안 등 주변 지역에 연관 산업과 물류 기능이 연결될 경우 지금까지 행정구역을 중심으로 나뉘어 있던 광주·전남의 산업권과 생활권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투자계획만으로 지역경제의 변화를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현재 공식적으로 제시된 핵심 투자계획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 팹 4기다. 관련 기업의 구체적인 입주 규모와 투자 시기, 산업단지 조성 일정 등은 앞으로 후속 절차를 거치며 구체화될 부분이 많다. 800조원이라는 투자 규모가 지역경제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대기업 생산시설만 들어서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지역 소부장 기업과 협력업체가 공급망에 참여하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일자리를 얻은 뒤 지역에 정착하는 구조까지 연결돼야 한다. 광주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주변 지역에서 소재·부품·장비와 연구개발, 에너지와 물류를 뒷받침하면서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광주·전남에 거주하고 교육과 의료, 소비활동을 이어가는 구조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대규모 투자가 지역경제의 변화로 연결될 수 있다. 서남권 반도체 사업을 둘러싼 관심이 투자액에서 산업 생태계로, 다시 사람과 생활의 문제로 확대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800조원이라는 숫자 자체가 아니다. 실제 현장에 어떤 기업이 들어오고 어떤 일자리가 만들어지는지, 지역 인재가 얼마나 산업 현장에 참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지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지금 제시된 거대한 투자 구상이 실제 산업 현장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생산시설을 지을 부지는 제대로 마련되고 있는지, 막대한 전력과 용수는 제때 공급할 수 있는지, 관련 기업과 인력은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무엇보다 계획으로 제시된 투자가 실제 착공과 가동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하나씩 따져볼 필요가 있다. 800조원의 약속이 지역의 현실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조건은 무엇인지, 마지막 5편에서 그 구체적인 조건과 과제를 짚어본다. 문남석 기자 ans7200@ekn.kr

LG전자 ‘배터리턴’, 폐배터리 모아 희유금속 회수…청소기는 나눔으로

“폐배터리 1500개면 전기차 한 대분 리튬." LG전자가 무선청소기 폐배터리를 모으는 자원순환 캠페인 '배터리턴(Battery Turn)'의 올해 두 번째 회차에 들어갔다. 다 쓴 청소기 배터리 1500개를 재활용하면 중형 전기차 한 대의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만큼의 리튬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2022년 시작해 5년째를 맞은 이 캠페인은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후원하고 한국환경공단, E-순환거버넌스가 함께 운영한다. 고객이 직접 참여하는 순환 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분해해 금속 회수…수익은 지역사회로 2일 LG전자에 따르면 이번 캠페인은 전날부터 다음달 30일까지 두 달간 진행된다. 어느 회사 제품이든 쓰던 무선청소기 배터리를 전국 LG전자 서비스센터에 가져다주면 된다. 방문이 어려우면 온라인 브랜드샵(LGE.COM)에서 비대면으로 신청할 수 있다. 반납 고객에게는 LG 코드제로 A9·A9S·A7용 새 배터리를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는 혜택도 준다. 다시 쓰기 어려운 배터리는 분해 과정을 거친다. 여기서 니켈, 리튬, 코발트, 망간 같은 희유금속을 뽑아낸다. 무게 450g 안팎의 코드제로 A9S 배터리 1개에서는 니켈 31.91g, 리튬 6.06g, 코발트 4.21g, 망간 2.04g이 나온다. 이렇게 지금까지 되찾은 희유금속은 13t을 넘는다. 수거량과 참여자도 해마다 늘고 있다. 첫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인 폐배터리는 약 156t, 개수로는 34만 개 이상이다. 누적 참여자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2022년 약 1만2000명이던 참여자는 지난해 5만 명을 넘겨 4배 이상으로 불었다. 올해 상반기 1차 캠페인에서만 3만여 명이 약 29t, 6만4000개를 내놨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t가량 많은 양이다. 금속을 회수·재활용해 거둔 수익은 지역사회 나눔에 쓰인다. LG전자는 1일 캠페인 기금으로 아동복지시설 파인트리홈에 'LG 코드제로 AI 오브제컬렉션 A9' 무선청소기 15대를 전달했다. 이날 기증식에는 윤형태 LG전자 청소기사업실장, 문갑생 한국환경공단 이사, 이상진 E-순환거버넌스 이사장, 김주리 파인트리홈 원장 등이 자리했다. 앞서 회사는 지적장애인 거주시설, 미혼모 복지시설, 취약계층에 무료 급식을 제공하는 종합사회복지관 등에도 같은 기금으로 청소기를 기증했다. ◇ 폐가전 회수·사업장 재활용으로 보폭 확대 배터리턴은 LG전자가 벌이는 폐가전 회수 활동 중 하나다. 회사가 지난해 세계 56개국 91개 지역에서 거둬들인 폐전자제품은 64만t에 이른다. 2006년 이후 누적 회수량은 565만t이다. 바깥에서 회수한 제품뿐 아니라 사업장 안에서 나오는 폐기물도 재활용을 넓히고 있다. 해외 사업장의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국내외 사업장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97.3%로, 2030년 목표치(95%)를 앞당겨 넘어섰다. 회사는 고객 참여형 회수 활동을 중심으로 자원순환 범위를 계속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손창우 LG전자 리빙솔루션사업부장은 “고객이 손쉽게 동참할 수 있는 자원순환 활동을 확대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LS일렉트릭, 美 AI 데이터센터에 1800억원 규모 초고압 변압기 공급

LS일렉트릭이 북미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약 1800억원 규모의 초고압 변압기를 공급한다. AI 데이터센터 건설 확대로 북미 전력 인프라 투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배전기기에서 초고압 전력기기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LS일렉트릭은 북미 하이퍼스케일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총 1억3341만달러(약 1812억원) 규모의 345kV급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공시했다. 이번 사업은 북미 복수 지역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와 이에 필요한 발전·송변전 인프라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LS일렉트릭은 이번 계약에 따라 북미 지역 9개 변전소에 345kV급 초고압 변압기를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성능 컴퓨팅 장비를 가동하면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한다. 최근 북미에서 GW(기가와트)급 대형 AI 데이터센터 건설이 확대되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차단기 등 송·배전 설비 수요도 함께 늘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초고압 변압기부터 고압·저압 배전 시스템까지 송·배전 전 영역의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관련 수주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S일렉트릭 관계자는 "이번 수주는 북미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서 초고압 변압기 기술력과 공급 역량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345kV급 초고압 변압기 공급 실적을 기반으로 북미 AI 데이터센터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추가 수주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삼성 갤럭시탭 S12 출격…포토샵·AI 앞세워 아이패드 추격

삼성전자가 1일 프리미엄 태블릿 '갤럭시 탭 S12 시리즈'를 공개했다. 같은 날 갤럭시 최초의 클립형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 온'과 위치 추적 기기 '갤럭시 스마트태그3'도 함께 선보였다. 태블릿과 이어폰, 태그로 이어지는 주변기기 라인업을 한꺼번에 새로 단장해 갤럭시 생태계를 넓히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안드로이드 태블릿 최초로 '어도비 포토샵'을 기본 탑재했다는 점이다. 태블릿 화면과 S펜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로 드로잉과 이미지 편집을 지원한다. 영상 시청 같은 콘텐츠 소비에 쓰이던 태블릿을 창작·업무 도구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포토샵 모바일 프리미엄 4개월 무료 체험을 포함해 약 80만원 상당의 서드파티 앱 무료 이용·할인 혜택도 제공한다. 김정현 삼성전자 MX사업부 CX실장(부사장)은 “강력한 하드웨어에 최신 갤럭시 AI를 결합해 사용자가 최상의 생산성을 경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 탭 S12 울트라'는 전작과 같은 5.1㎜ 두께에 14.6형(369.9㎜) 대화면을 탑재했다. 최신 프로세서를 적용해 전작보다 NPU(신경망처리장치) 성능은 약 61%, CPU는 약 19%, GPU는 약 17% 높아졌다. 새로 설계한 3D 베이퍼 챔버는 고사양 작업에서 생기는 열을 분산해 성능을 오래 유지하도록 돕는다. '갤럭시 탭 S12+'는 전작 탭 S10+(12.4형)보다 커진 12.6형(320.4㎜) 화면에 베젤을 줄였다. 배터리는 동영상 재생 기준 울트라가 최대 23시간, 플러스가 최대 21시간 간다. 두 모델 모두 45W 초고속 충전을 지원해 약 95분이면 완충할 수 있다. AI 기능은 대화면 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안드로이드 17 기반 One UI 9를 탑재했고, 멀티 윈도우로 화면을 최대 3개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강의 영상을 보면서 삼성 노트에 필기하고 AI 어시스턴트에 질문하는 작업을 한 화면에서 동시에 할 수 있다. 필기한 내용은 '노트 어시스트'로 바로 요약된다. 구매 고객에게는 '구글 AI 프로' 6개월 무료 구독권도 준다. 또 다른 관심사는 '갤럭시 버즈 온'이다. 귀에 가볍게 걸쳐 쓰는 클립형으로, 귀를 막지 않아 산책이나 운동 중에도 주변 상황을 살필 수 있다. 몰입이 필요할 때는 커널형 버즈를, 야외 러닝을 할 때는 버즈 온을 쓰는 식으로 용도에 따라 고를 수 있게 한 것이다. 개방형 구조의 약점인 음향은 저음역대를 보완하는 트윈부스트 스피커로 채웠다. 소리가 밖으로 새지 않게 막는 누음 저감 기술도 처음 적용했다. 통화 품질을 높이려고 마이크 3개와 골전도 기반 진동 센서도 넣었다. 1회 충전으로 음악을 최대 9.5시간 연속 재생할 수 있다. “헤이 구글"로 제미나이 라이브를 부르거나, 고개를 끄덕이고 가로젓는 '헤드 제스처'로 전화를 받거나 끊는 핸즈프리 기능도 지원한다. '갤럭시 스마트태그3'는 전작보다 부피를 약 35%, 무게를 약 33% 줄였다. 스마트태그 시리즈 최초로 iOS 기기와도 호환돼 아이폰에서도 태그 위치를 확인하고 공유할 수 있다. 블루투스 6.0의 '채널 사운딩' 기술을 새로 적용해, 최대 60m 거리에서도 '컴퍼스 뷰'로 태그의 방향과 거리를 알려준다. 전작보다 약 3배 먼 거리다. 다만 이 기능은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폴드8, S26 울트라·플러스에서만 지원된다. 20m 안으로 가까워지면 UWB(초광대역) 기술로 정확한 위치를 찾는다. 전 세계 9억 대 이상의 갤럭시 기기가 연결된 '갤럭시 파인드 네트워크'도 활용한다. 배터리는 교체 없이 일반 모드에서 최대 550일, 절전 모드에서 최대 790일 쓸 수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부품 원가 부담이 커진 가운데 탭 S12 울트라 최상위 모델은 300만원을 넘어섰다. 사양에 따라 울트라는 189만9700~301만8400원, 플러스는 154만9900~206만9100원이다. 버즈 온은 29만9000원, 스마트태그3는 4만4000원이다. 삼성전자는 최대 7회 OS 업그레이드를 지원해 장기 사용 가치를 강조하는 한편 할인 혜택도 내놨다. 스마트태그3 4개 묶음은 15% 할인한 14만9600원에 판다. 이달 31일까지 갤럭시 Z 폴드8 시리즈·S26 시리즈·탭 S12 시리즈 구매 고객에게는 스마트태그3를 30% 할인해 준다. 탭 S12 시리즈와 스마트태그3는 7일 국내에 출시된다. 탭은 같은 날 미국·영국·독일·인도·일본 등에도 나온다. 버즈 온은 27일 블랙 단일 모델로 국내에 가장 먼저 나온 뒤 글로벌 시장에 순차 출시된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AI 시대 ‘냉각’이 돈 된다…LG전자, 한미 생산라인 확 키우는 이유

LG전자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고 시장 공략을 가속하기 위해 미국에 공장을 신설하고, 국내 생산라인을 늘리는 등 글로벌 칠러(Chiller) 생산능력을 확대한다. 더불어 액체냉각 기술력과 제품군도 지속 강화해 '칩 투 칠러(Chip to Chiller)'를 아우르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토털 솔루션 기업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1일 LG전자에 따르면, 내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Windsor)에 칠러 생산공장을 구축한다. 연면적 3만2000㎡, 부지면적 17만㎡ 규모로 AI 데이터센터에 주로 공급하는 공랭식 칠러 생산을 담당한다. 칠러는 차가운 물을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냉각기로 대형 건물, 상업 시설, 공장,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냉난방공조(HVAC)에 활용된다. 칠러에서 만들어진 냉각수가 데이터센터의 공기 냉각부터 액체 냉각까지 두루 쓰이는 만큼, 칠러는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의 핵심 설비로 꼽힌다. LG전자는 신규 미국 칠러 공장을 통해 빠르게 늘어나는 북미 지역 데이터센터용 칠러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북미는 글로벌 AI 데이터센터의 절반 이상이 몰리는 핵심 시장으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용량은 올해 226기가와트(GW)에서 2030년 420기가와트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며 이 중 60%가 북미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밸리'로 불릴 정도로 빅테크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주에서 칠러를 현지 생산해 안정적이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체계를 갖추는 동시에, 북미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교두보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LG전자는 평택·창원 공장에도 공랭식 칠러 생산라인을 신규 구축하고 생산설비를 고도화한다. 첫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하나의 컨베이어에서 진행하는 흐름라인 생산설비를 새롭게 적용해 생산성을 높여 늘어난 수요에 대응하며, 올해 말까지 두 공장 내에 흐름라인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여러 라인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춘다. 미국 공장 신설과 국내 라인 증설을 합친 투자 규모는 총 1500억원 수준이다. LG전자는 앞으로도 글로벌 생산거점의 라인 확충과 설비 고도화로 생산능력을 계속 늘려 나간다는 방침이다. ◇ 칠러부터 액체냉각까지 '칩 투 칠러' 통합 솔루션 LG전자는 칠러부터 냉각수분배장치(CDU), 칩의 열을 직접 흡수하는 콜드 플레이트까지 AI 데이터센터 열관리의 핵심 구성요소인 '칩 투 칠러' 솔루션을 모두 갖추고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고성능 연산을 위해 다수의 고밀도 CPU·GPU를 집적한 AI 데이터센터가 핵심 인프라로 떠오르면서, 안정적인 성능을 내기 위한 발열량 관리가 필수 과제로 떠오른 데 따른 것이다. LG전자는 냉각 솔루션 외에도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소프트웨어(SW) 및 전력 인프라 솔루션을 강화하고 있다. 전력 소모가 많은 AI 데이터센터 특성상 에너지 효율을 높이면 전력 소모를 줄이면서도 데이터 처리량은 늘릴 수 있어, 냉각과 에너지 효율 솔루션을 더한 토털 솔루션을 갖췄다는 설명이다. LG전자는 북미 시장에서 차별화된 냉각 솔루션 경쟁력에 초대형 데이터센터 사업자·빅테크 기업과의 네트워크를 더해 프로젝트 수주를 빠르게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아시아 지역에서도 '원(One) LG' 기반의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수행 경험과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대기업 시나르마스 그룹이 자카르타에 구축 중인 초거대 AI 데이터센터에 원 LG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LG전자의 냉난방공조 기술력에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솔루션, LG CNS의 데이터센터 설계·구축·운영(DBO) 역량을 함께 제안하며 사업 기회를 확대해가고 있다. LG전자 ES사업본부장 이재성 사장은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인 냉각 솔루션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지속 강화해 급증하는 시장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EE칼럼] “한전 전력망 25조 선납, 깔세인가?”

얼마전 한국전력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앞으로 5년 치 전기요금 총 25조원을 미리 받아 전력망을 건설하려 했던 사안을 다시 되짚어보자. 사실 본 사안의 핵심은 사실 돈의 규모나 업황의 문제이기 전에 '권리'의 문제다. 돈은 대라면서 망에 대한 권리 (재산권)는 주지 않기에, 애초에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부채에 허덕이는 (주)한국전력 입장에선 전력망을 제때 깔아보려고 짜낸 고육지책이란건 안다. 하지만, 전력망의 소유권과 운영권은 전혀 포기 않으면서, 수십조원의 자금조달 위험과 건설 부담은 통째로 민간에 넘기겠다는 시도이다. '민영화'라는 말이 나올 틈은 원천 봉쇄해 두고 돈만 끌어오겠다는 건데, 경제학적으로 당연히 유인 불합치(incentive incompatibility)가 발생하게 된다. 왜 선납은 기형적인가. 정상적인 인프라 투자를 떠올려 보자. 투자자가 돈을 대면 그 대가로 무언가가 남아야 한다. 재무제표에 자산(asset)이 잡히고, 감가상각이 되고, 장기 운영권이나 배당·리스료 같은 수익 흐름이 따라온다. 반면 선납은 어떤가. 25조원을 넣어도 장부에는 '선급금'이라는 채권 한 줄이 남을 뿐이다. 송전탑 한 기, 변전소 한 곳도 내 것이 아니다. 자본은 잔뜩 묶이는데 생산적 자산은 커녕 경비처리 하나도 못하는 구조다. 부동산 거래에서 속칭 '깔세'라고 월세를 한꺼번에 내는 선례가 있긴 하다. 하지만 이걸 투자라 부르긴 어렵다. 깔세 세입자는 흔히 계약 상 매우 열등한 위치인 경우가 많으며, 여튼 뭔가가 아쉬워서 담보 없이 집주인에 목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이자를 쳐주지 않았느냐고? 국고채 2년물보다 조금 높은 금리를 얹어 반기마다 요금에서 깎아 주겠다는 조건이 붙긴 했다. 하지만 그 이자로 무엇을 담보받는가. 지자체 인허가가 막히고 주민 반발로 공기가 밀려도, 전력이 제때 들어온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권리는 제로에 가깝고 위험은 사실상 무한대인 비대칭 계약이다. 반도체 경기의 사이클과 글로벌 설비투자 경쟁을 감안하면, 이런 계약에 도장을 찍는 경영진은 주주 앞에서 배임 시비를 각오해야 한다. 그렇다면 한전과 정부는 왜 BTO(수익형)나 BTL(임대형) 같은 정통 민자 방식을 놔두고 이런 우회로를 찾았을까. 답은 뻔하다. '전력망 민영화'라는 프레임이 무섭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노조가 이 네 글자를 꺼내는 순간 논의는 산으로 간다. 그래서 망 소유권은 성역으로 남겨두고 돈만 끌어올 궁리를 한 것이다. 지난 8월 국회를 통과한 전력망 특별법 개정안도 같은 뿌리다. 민간이 송전망을 짓되 준공과 동시에 소유권을 한전에 넘기고, 투자 원금과 약정 수익을 나중에 정산받는 BT(Build-Transfer) 방식이다. 정부 스스로 “민간은 정산만 받을 뿐 운영권은 없다"고 못 박았다. 건설 위험은 지고, 자산은 못 갖고, 돈은 나중에 받는다. 과연 연기금이든 인프라펀드든 대형 외국계 자본이든, 소유도 운영도 없는 사업에 대규모 자본을 장기간 묶어둘까 싶다. 해법은 어렵지 않다. 자본이 흐르게 하려면 정당한 반대급부, 곧 재산권(property rights)을 제도로 인정하면 된다. 첫째, BTL 방식의 도입이다. 민간이 망을 짓고 소유하되, 한전이나 정부가 이를 장기 임차해 확정된 시설임대료를 지급하는 구조다. 운영과 급전은 지금처럼 한전이 맡는다. 민간에는 예측 가능한 현금흐름이 생기고, 그 현금흐름이 자산으로 잡히니 금융투자자(FI)가 붙게 된다. 학교와 군 관사, 하수관거를 이미 이 방식으로 지어 왔다. 유독 전선만 안 될 이유가 없다. 둘째, 대형 첨단 산단에 한해 발전소와 공장을 잇는 전용 사설 송전망의 민간 소유와 직접 급전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이다. 전국 계통을 쪼개자는 게 아니다. 수용가가 제 돈으로 짓고 제 책임으로 관리하는 “전용선"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반도체 단지 하나 때문에 나라 전력망 전체가흔들릴 일은 없다. bienns@ekn.kr

삼성전자, AI 에이전트 1만명 시대…남은 과제는

“삼성은 보안 체계를 먼저 갖추고 나서 사용 규모를 키웠다"(데이비드 그린 아마존웹서비스(AWS) 아시아태평양·일본 AI 기술 리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에이전틱 시프트: 지능에서 임팩트로(The Agentic Shift: From Intelligence to Impact)'를 주제로 열린 '삼성 AI 포럼 2026'에서는 삼성전자의 AI 에이전트 활용 현황과 과제가 공개됐다. 삼성전자 DS(반도체)부문에서는 1만 명 이상의 개발자가 AWS의 AI 모델 서비스 '아마존 베드록'으로 앤트로픽의 코딩 에이전트 '클로드 코드'를 쓰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오픈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딩 에이전트 '코덱스'를 국내 전 임직원과 해외 DX부문 임직원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글로벌 AI 기업의 에이전트 도구를 전사 업무에 동시에 들이며 'AI 전환(AX)'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연사들은 도구를 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성과로 바꾸려면 과제가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결과를 검증하는 체계와 에이전트 외곽의 통제 장치, 사람의 판단 역량, 업무 프로세스 재설계가 함께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10회째인 이번 포럼에는 국내 AI 대학원 교수·연구원 100명과 삼성전자 AI 분야 임직원 300명 등 400명이 참석했다. 전영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환영사에서 “알파고가 인간과의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AI의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AI는 일상의 혁신을 이끄는 핵심 동력인 동시에 보안, 신뢰, 비즈니스 환경과의 조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린 리더는 삼성DS와 AWS코리아가 함께 만든 에이전트 통제 관문 '어썸 게이트웨이(Awesome Gateway)'를 소개했다. 코딩 에이전트 앞단에서 누가, 어떤 도구로, 얼마를 쓰는지 관리하는 장치로, 깃허브에 오픈소스로 공개됐다. 개발자는 클라우드 자격증명을 직접 쥐지 않는다. 사내 계정으로 로그인해 단기 키를 받는 구조다. 팀별로 예산·호출 한도·사용 가능 모델이 정해져 있고, 예산이 한도에 가까워지면 소형 모델로 자동 전환된다. 호출 비용은 사실상 실시간으로 기록돼 비용과 성과를 즉시 파악할 수 있다. 그는 “삼성이 베드록을 택한 이유는 관측 가능성과 보안"이라며 “누가 무엇을 쓰는지 알고, 삼성이 정한 기준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그린 리더는 이 같은 방식이 에이전트 보안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제 장치는 에이전트 안이 아니라 바깥에 둬야 한다"고 짚었다. 프롬프트에 적은 규칙은 오해되거나 조작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권한 범위 안에서만 움직이고, 고위험 작업은 사람이 최종 승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입 방법론으로는 '배우고(Learn), 버리고(Unlearn), 도구를 다시 짜라(Retool)'는 3단계 모델을 제시했다. 개발자 30명이 12~18개월 걸릴 것으로 봤던 아마존 추론 레이어 재구축을 엔지니어 6명이 76일 만에 끝낸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그린 리더는 삼성DS의 다음 단계로 “사내 챗봇과 에이전트를 같은 플랫폼으로 옮기는 것"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삼성 개발자들이 만드는 부품이 전 세계 고객이 쓰는 기기에 들어가는 만큼, 통제와 측정이 확장의 전제"라고 말했다. 오프닝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호 오픈AI 하드웨어담당 부사장도 삼성전자의 전사 도입을 언급했다. 호 부사장은 “삼성 임직원들이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코덱스를 쓰게 됐다"며 “이제 과제는 접근권을 각 업무 환경에서 쓸모 있는 성과로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업무 영역을 잘 아는 전문성이 실질적 경쟁력이 된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설계에 에이전트를 쓴 사례도 공개했다. 오픈AI의 첫 자체 추론 칩 '할라피뇨'는 RTL(회로 설계 코드) 작성부터 테이프아웃(설계 완료 후 생산 이관)까지 약 9개월이 걸렸다. AI가 제안한 설계 변경안을 표준 EDA(전자설계자동화) 도구로 검증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그 결과 사람이 최적화한 기준 대비 행렬 연산 유닛 면적은 10%, SIMD(단일 명령 다중 데이터) 연산 유닛 면적은 8% 줄었다. 칩이 나온 뒤에는 에이전트로 소프트웨어 커널을 최적화해 성능을 초기 대비 약 287배 끌어올렸다. 호 부사장은 칩 구조를 설명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나와 이 자리의 많은 분들에게 각별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핵심 설계 판단은 사람이 쥐어야 한다는 게 호 부사장의 진단이다. 그는 할라피뇨 개발에서 연산·메모리 대역폭·네트워킹 간 자원 배분은 끝까지 엔지니어가 결정했다며 “제품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전략은 여전히 사람 손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이전트를 도입해도 성과는 따로 측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지컬 AI 분야 석학인 란제이 크리슈나 워싱턴대 교수는 로봇 두뇌에 거대 모델보다 소형 모델이 적합하다는 전략을 내놨다. 크리슈나 교수는 “거대 시각·언어모델은 클라우드 연산이 필수라 실시간 반응이 중요한 로봇 제어에는 부적합하다"고 말했다. 이어 “추론 과정을 학습 데이터로 바꿔 소형 모델에 증류하면 훨씬 적은 파라미터로도 고성능 로보틱스 AI를 구현할 수 있다"고 했다. 김윤형 삼성리서치 상무(MIT 교수 겸임)는 에이전트의 역량과 적용 범위를 넓히기 위한 차세대 '에이전틱 인텔리전스' 아키텍처 혁신 방안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후 세션을 DX·DS 2개 트랙으로 나눠 자체 연구 성과와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DX부문 'AI 테크놀로지' 트랙에서는 온디바이스 AI 최적화와 월드 모델·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연구 성과가 발표됐다. 출시 후 실사용 경험을 분석해 스스로 성능을 개선하는 '자가 진화 AI' 기술도 소개됐다. DS부문 'AX 이노베이션' 트랙에서는 DS부문 AX/PI센터가 반도체 설계·제조 전반에 AI를 적용한 사례를 공개했다. 델 테크놀로지스와 앤트로픽 등 파트너사는 AI 에이전트 업무 적용 방식을 발표했다. 전 부회장은 “에이전틱 AI는 단순한 기술 혁신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글로벌 AI 리더들과 함께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고 실질적인 AI 기술 혁신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하나 기자 uno@ekn.kr

[김병헌의 체인지] 보여주기라면 기업총수를 국회에 세우지 말자

10월 6일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에 익숙한 이름들이 다시 등장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와 관련해 야당이 증인 채택을 요구했다. 1차 명단에서는 빠졌지만 추가 협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감철이면 되풀이되는 '기업인 줄소환' 풍경이다. 기업은 성역이 아니다. 불공정거래나 소비자 피해, 산업재해처럼 최고경영자의 판단과 책임을 직접 확인해야 한다면 총수도 국회에 나와야 한다. 1994년 미국 의회가 7개 담배회사 CEO를 증인석에 세운 것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니코틴이 중독성이 없다고 믿는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이후 소송 등을 통해 공개된 내부자료는 이런 주장과 배치됐다. 의회의 강력한 소환권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다. 문제는 '누구를 부르느냐'보다 '왜 부르느냐'다.우리 국회는 기업 총수를 부르는 데 지나치게 익숙해졌다. 2025년 국감에서는 기업인 증인이 190명을 넘어 당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전년도 159명보다도 많았다. 출석하고도 질문 한 번 받지 못하고 돌아간 사례까지 있었다. 여기서 국회가 스스로에게도 질문할 필요가 있다. 기업에는 혁신을 요구하면서 정치는 얼마나 혁신했는가. 글로벌 기업은 정치가 호통치지 않아도 혁신한다. 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사라지기 때문이다. 기술을 놓치면 경쟁사가 고객을 가져가고 투자 판단을 잘못하면 수십조원의 손실을 떠안는다. 기업에는 선거가 없는 대신 시장이라는 심판이 매일 열린다. 정치도 선거라는 심판을 받는다. 다만 몇 년에 한 번이다. 바로 그 시간차 때문에 정치에는 더 강한 자기절제가 필요하다. 지역 발전을 이유로 기업 총수를 국회로 부르기 전에 정치인도 돌아볼 일이다. 기업이 투자할 인재를 길렀는가. 전력과 용수, 교통과 주거를 준비했는가. 불필요한 규제를 걷어냈는가. 청년이 머물 산업 생태계를 만들었는가. 기업에 자강을 요구한다면 지역구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정치 자신은 무엇을 바꿨는지도 답해야 한다. 특히 반도체 투자를 여전히 개발연대의 '정경유착'이라는 안경으로만 바라봐서는 곤란하다. 오늘의 반도체 공장은 전력·용수·인재·세제·공급망은 물론 미·중 기술패권과 AI 시장의 미래까지 계산해야 하는 초장기 투자다. 물론 정부가 부당하게 기업 투자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 그것이 국회의 책무다. 그러나 의혹을 제기하는 것과 의혹을 사실로 전제하는 것은 다르다. 외압 여부는 유명한 총수를 증인석에 앉히는 장면이 아니라 자료와 증언, 증거로 밝혀야 한다. 정권은 5년이지만 반도체 공장은 수십 년을 간다. 정치인은 다음 선거에서 구호를 바꿀 수 있지만 기업은 잘못 지은 공장을 들고 다음 선거를 기다릴 수 없다. 이재용과 최태원도 과거의 '재벌총수'라는 한 단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경영자들이다. 오너 경영인이면서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기술·투자·공급망을 결정하는 최고 의사결정자다. 잘못에는 엄격하게 책임을 묻되 국민에게 국회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상징물처럼 증인석에 세우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 총수 소환에도 최소한 세 가지 기준이 필요하다. 직접성, 대체불가능성, 공익성이다. 해당 사안에 직접 관여했는가. 실무책임자가 아니라 반드시 총수가 답해야 하는가. 그리고 국민적 공익을 위해 그 답변이 꼭 필요한가. 이 기준을 충족한다면 당당하게 부르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할 사람을 부르는 것이 국감의 효율에도 맞다. 증인을 채택했다가 철회한다면 이유도 기록해야 한다. 몇 시간씩 기다리게 하고 몇 분 질문하거나 질문조차 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공개하자. 증인 요구권이 강한 만큼 요구한 의원의 책임도 무거워야 한다.국감장은 기업인을 혼내 국회의 힘을 보여주는 무대가 아니다. 잘못을 찾아내고 책임을 묻고 국가의 더 나은 길을 찾는 자리다. 기업 총수를 증인석에 앉히기 전에 국회의원도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볼 일이다.국회의 권위는 높은 사람을 불러 세우는 힘에서 나오지 않는다. 꼭 필요한 사람을 불러 꼭 필요한 질문을 하고, 국민이 궁금해하는 진실을 밝혀낼 때 비로소 생긴다.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