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은 인터넷·모바일 등 정보통신망의 안전한 운영과 이용자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 대표 정보통신기술(ICT) 법률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 사건사고의 빈번한 발생 등으로 법 개정 역시 잦은 편이다. 이번 '2026 인터넷산업 규제백서'에서 평가대상이 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총 55건으로, 전자상거래법과 온라인플랫폼법안에 이어 세 번째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백서는 특히 오는 7월 시행을 앞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에 대한 평가 내용을 심도 있게 다뤘다.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은 언론사·유튜버 등이 불법·허위조작정보를 고의로 유통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은 '증명이 어려운 손해'에 대해서도 5000만원까지 배상액 부과가 가능하도록 했다. 또 판결로 확정된 불법·허위조작정보를 인터넷에 반복 유통해도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게 된다. 허위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이와 관련해 취득한 재물을 몰수·추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은 이 법이 '입틀막법'이라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했지만, 결국 법안은 여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번 백서에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들은 이번 정보통신망 개정안에 '체계성 및 정당성'과 '헌법 원칙 준수성', '비례성(과잉금지)' 부문에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를 줬다. 협회 측은 “개정안이 표현의 자유, 개인정보 보호, 사자(死者) 정보 접근권 등 기본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규제 대상과 범위를 명확히 특정하지 못한 점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평가에 참여한 위원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명예훼손죄의 형량 상향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사자의 정보 접근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포괄 위임하는 것은 헌법상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위원은 “특정정보의 조회수·추천수 조작 행위를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는 것은 불명확하고 과도한 규제"라고 비판했다. 서종희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허위·조작정보의 개념과 판단 기준이 아직 충분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플랫폼 입장에서는 신고를 접수하면 보수적인 입장에서 애매한 정보까지 선제적으로 삭제·차단하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사적 검열이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특히 허위 신고에 의해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삭제한 경우에는 향후 플랫폼의 법적 책임까지 문제 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개정안들은 '형사처벌 도입' '행정권한 확대' '기술적 의무 부과' 등 서로 다른 규제 수단을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평가 위원들은 이와 관련해서도 “충분한 단계화 없이 규제 수단을 결합하면서 기본권 제한의 강도와 범위가 불명확해졌다"고도 지적했다. 평가위원들은 그밖의 개정안들이 산업현실을 따라가지 못한다고도 지적했다. AI와 클라우드, 디지털유산 등 신산업 분야를 규율 대상으로 삼고 있으면서도, 해당 기술과 서비스의 특성, 발전 단계, 산업 구조를 충분히 반영한 규제 설계로까지는 나아가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평가위원은 “AI기본법이 시행되기 전, 동일한 규제 내용을 중복 입법하는 것은 시기 상 부적절하며 기술적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딥페이크 정보 표시의무 조항'은 기술적 한계와 산업 부담을 고려하지 않은 비현실적 규제"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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