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사장단 정기 인사를 통해 대표이사는 부회장급 2인으로 늘린 가운데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에서는 시니어급 사장들이 등장해 인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7일 삼성전자는 총 9명 규모의 2025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의 특징은 작금의 위기 상황을 반영해 직급의 무게에 따라 직책을 추가로 부여하고, 핵심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 역량이 입증된 베테랑 사장들에게 신사업 발굴 과제를 부여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디바이스 익스피리언스(DX) 부문장·디지털 어플라이언스(DA) 사업부장을 겸하던 한종희 부회장은 전사 차원의 품질 역량 강화 목적에서 '품질혁신위원장'을 추가로 맡게 됐다. 기존 이정배 메모리 사업부장·경계현 삼성종합기술원(SAIC)장은 용퇴했고, 이 자리는 모두 DS 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겸직하게 됐다. 또한 전 부회장은 한 부회장과 삼성전자 대표이사직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는 위기 의식을 느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의중이 대폭 반영된 결과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지난 25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우리가 맞은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치 않다"며 “지금의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 발 더 나아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사장급 인사에서는 1960년 중반생들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였다. 고전을 면치 못하던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사장급 2인이 부임했다. 파운드리 사업부장을 맡게 된 한진만 신임 사장은 1966년생(만 58세)이고, 서울대학교 전기공학과 출신이다.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메모리 사업부 D램·플래시 개발실 플래시 설계팀·솔루션 개발실 솔루션 SSD 개발팀장·메모리 사업부 전략 마케팅실장 등을 거쳤다. 2022년부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마케팅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DSA 총괄로 근무하며 미국 최전선에서 반도체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DS 부문 핵심 부서들에서 각종 역량을 쌓아오며 기술 전문성과 비즈니스 감각을 익힌 만큼 글로벌 고객 대응 경험이 풍부하다는 게 선임 배경으로 꼽힌다. 아울러 공정 기술 혁신과 더불어 핵심 고객사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현재의 파운드리 비즈니스 경쟁력을 한 단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찬가지로 1966년생인 최고 기술 책임자(CTO)인 남석우 사장은 연세대학교에서 세라믹 공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전자는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 공정을 도입해 2나노급 제품 생산을 하고 있지만 수율이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남 사장을 파운드리 사업부 CTO로 발탁한 것은 메모리·파운드리 제조기술센터장과 DS 부문 제조&기술 담당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선단 공정 기술 확보와 제조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남 사장은 반도체 공정 전문성과 풍부한 제조 경험 등 다년간 축적한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기술력 제고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1963년생인 김용관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전략담당(사장)은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미국 썬더버드 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김 사장은 반도체 기획·재무 업무를 거친 이력이 풍부해 미래전략실 전략팀과 경영진단팀 등을 경험한 전략·기획통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의료기기사업부장 겸 삼성메디슨 대표이사에 보임돼 비즈니스를 안정화 시킨 공로를 인정받아 올해 5월 사업 지원 T/F로 이동해 반도체 지원 담당으로 활동해왔다. 이처럼 풍부한 사업 운영 경험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 비춰 DS 부문의 새로운 도약과 반도체 경쟁력 조기 회복에 앞장 설 것으로 기대된다. 미래사업기획단장으로 복귀한 고한승 사장은 2008년 그룹 신사업팀·바이오 사업팀에서 현재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키워 13년 간 대표이사로 재직해온 창립 멤버다. 작년에는 창립 12년 만에 연 매출 1조원을 돌파해 바이오 시밀러 분야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키워내는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 사장은 그룹 신수종 사업을 일궈낸 경험과 그간 축적된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삼성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7명의 사장을 신사업 발굴·역량 강화 차원에서 업무를 변경한 것은 조직의 분위기 등을 전환해 새로운 변화를 주겠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유추해보면 향후 뒤따를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의 폭은 예상보다 다소 커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소장은 “물러나는 임원도 많아지고, 신규 발탁·보직 변경되는 임원도 다수 생길 것"이라며 “이번에 일부 올드맨이 전면에 나선 것은 삼성전자 내 최상급 인재풀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부연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