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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안 나는 빅테크 규제…새해에도 불거지는 역차별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구글·애플 등 자국 빅테크 보호 기조를 내세우면서 국내 규제책 입법 동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칫 국내 사업자에 규제가 집중되는 역차별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 부처 및 국내외 공조 체계 구축을 통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구글·애플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인앱결제 과징금 부과 결정 및 집행이 미뤄지고 있다. 앞서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빅테크의 인앱결제 강제 행위에 대해 구글·애플에 과징금 총 680억원을 부과하는 시정조치안을 발표했다. 추가 의견 청취 후 의결만을 남겨두고 있으나, 지난해 8월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 이후 논의가 진척되지 않고 있다. 당초 방통위는 내부 체제가 정상화되면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이 위원장 복귀 후열린 제2차 위원회 회의 심의·의결 사안에 오르진 못했다. 방통위는 상임위원 5인 체제로 운영되는 합의제 기구이지만, 법적으로 2인 체제에서도 회의 개최와 안건 의결이 가능하다. 상임위원 구성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처분이 늦어지는 건 아니라는 뜻이다. 업계에선 대미 통상 마찰 가능성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구글·애플 등 자국 빅테크에 불리한 규제 정책을 적용한 국가를 상대로 보복 관세를 가하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기술 기업에 디지털세를 부과하는 외국 정부의 관행을 조사하고,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디지털세는 일정 매출 기준을 초과한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각국에서 벌어들인 디지털 서비스 수익에 부과되는 세금을 뜻한다. 이에 대해 백악관은 “외국 정부가 미국 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역외 권한을 행사해 이들 기업의 성공을 방해하고, 자국 복지를 위해 미국 기업의 이익을 도용하고 있다"며 “관세를 부과하고 기타 필요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조치에 현재 시행 중인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의 실효성을 높일 논의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지난 2022년 8월 시행됐지만, 국내 업체들이 구글·애플 등 해외 앱 마켓에 최대 30% 수수료를 내고 있어 법·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잖다.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추진 중인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해당 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기업을 지정해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동시에 다수 플랫폼을 이용하는 행위)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 4대 불공정 행위를 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해 구글·애플·메타 등 미국 기업도 규제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이처럼 빅테크 규제 정책에 대한 셈법이 복잡해짐에 따라 업계 안팎에선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 문제가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빅테크의 경우 본사가 해외에 있어 규제 집행 가능성이 떨어질 수 있고, 국내 기업에만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방통위와 공정위 간 협력 체계를 구축해 촘촘한 규제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빅테크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규제 권한을 방통위에서 공정위로 이양하거나, 이행강제금 및 과징금 상향을 고려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시중지명령제도를 도입해 시정명령을 3회 이상 이행하지 않을 경우 앱 마켓을 일시 차단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규정의 경우 시행령상 금지행위의 유형 및 기준 중 일부를 모법으로 옮겨와 금지행위로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럽 등 빅테크 위법 행위에 강력 대응하는 해외 국가들과 공조·협력체계를 구축해 대응책을 마련하는 방안도 모색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애플 인텔리전스 한국어 지원·나의 찾기 도입’…애플 ‘韓 홀대’ 꼬리표 뗀다

애플이 '한국 시장 홀대' 논란에서 점차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이며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지원 시기를 앞당기고, 애플 기기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나의 찾기' 기능을 국내에 도입하는 등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의 입지가 약화하는 상황에서 한국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인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그동안 '한국 시장 차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매년 9~10월 출시되는 신형 아이폰이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되면서, 한국 소비자들은 제품 출시 후 한 달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특히, 2023년 출시된 '아이폰15' 시리즈가 3차 출시국으로 밀려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극대화됐다. 그러나 애플은 최근 이러한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해 '아이폰16' 시리즈의 한국 1차 출시를 확정했으며,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16e'도 한국에서 1차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애플 인텔리전스의 한국어 지원도 예상보다 앞당겨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한국어 지원이 올해 하반기 또는 내년쯤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도입 시기는 그보다 빠른 오는 4월로 결정됐다. 오랫동안 도입이 미뤄졌던 '나의 찾기' 기능도 마침내 한국에서 제공된다. 이 기능을 활용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맥, 애플 워치에서 기기와 소지품의 위치를 확인하고 길 안내를 받을 수 있어 사용자 편의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애플의 이러한 변화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는 점유율이 감소하고 있으며, 인도와 동남아 등 신흥 시장에서도 기대만큼 입지를 확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지난해 애플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5.4%포인트 하락한 15.6%를 기록했다. 중국은 애플 전체 매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지만,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애국 소비'가 확산되며 점유율이 감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인도 및 동남아 시장에서도 지난해 출하량 기준 상위 5위권에 들지 못하면서 애플의 영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한국 시장에서만큼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전략적인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비자들의 교체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변화를 시도하며, 홀대나 차별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샤오미가 프리미엄부터 중저가 모델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워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애플도 이에 맞춰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한국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이 양대 축을 이루고 있지만, 샤오미가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며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애플도 대응 전략을 조정하는 것으로 보이며, 앞으로 시장 점유율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삼성 ‘지키고’ LG ‘협업하고’ 양자 컴퓨팅 기술 개발 삼매경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양자 컴퓨팅 관련 역량을 다방면에서 쌓고 있다. 해당 기술 활용 가능성과 수익 창출 방법이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래 산업구조 재편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양자 컴퓨팅은 양자역학적 현상을 활용해 자료를 처리하는 계산 방식이다. 기존 컴퓨터와 다른 접근법을 이용해 훨씬 빠르게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슈퍼컴퓨터가 1만년간 계산할 문제를 양자 컴퓨터는 3분여만에 해결 가능하다고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양자 컴퓨팅이 상용화되면 보안 위협이 동반될 것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삼성 브랜드로 판매 중인 각종 디지털기기 상품성 제고 노력의 일환으로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5 시리즈를 출시하며 '양자 내성 암호'(PQC) 기능을 최초로 탑재했다. 양자 컴퓨팅이 현존하는 암호화 방식을 위협할 가능성에 대비해 사용자 데이터를 한층 더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기술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권고에 따라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을 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ML-KEM 알고리즘이다. ML-KEM은 '격자 기반 수학'(lattice-based mathematics)을 활용, 다차원 구조의 복잡성을 통해 양자 컴퓨터로도 암호화를 풀기 어렵게 만든다. 기존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던 보안 기술도 강화한다. 삼성전자의 '향상된 데이터 보호'(EDP) 기능은 사용자가 기기에 저장된 개인 정보를 클라우드를 통해 백업·복원 또는 동기화하는 과정을 종단간 암호화로 보호한다. 앞으로 선보일 '녹스 매트릭스'는 여기에 PQC 기술을 통합함으로써 보안성을 한층 강화한 게 특징이다. 회사는 앞으로 판매할 스마트폰, TV 등 디지털 기기 전반에 해당 설루션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LG전자는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양자 컴퓨팅 실력을 키우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5' 현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향후 산업의 메가트렌드가 될 수 있는 양자 컴퓨팅, 우주산업 등 미래분야 도전적 연구개발(R&D)을 보다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21년 네덜란드 양자 컴퓨팅 개발업체 큐앤코와 협업하며 관련 기술 개발을 본격화했다. 빅데이터, 커넥티드 카, 디지털 전환,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술을 적용하고 활용할 방안을 연구했다. 2022년에는 미국 IBM과 손을 잡았다. IBM이 기업, 연구소, 학술기관 등 170여개 회원사들과 함께 양자 컴퓨팅 발전을 위해 결성한 협력체 'IBM 퀀텀 네트워크'에 합류한 것이다. LG전자는 해당 협력을 통해 양자 컴퓨팅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보안 분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2021년 이스라엘 자동차 사이버보안 업체 사이벨럼(Cybellum)을 인수했다. 이듬해에는 LG유플러스, 크립토랩과 함께 양자내성암호 기술 분야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향후 차량 내 결제서비스, 차량과 모든 개체 간 통신, 무선업데이트 등 다양한 전장 사업에 관련 기술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팅 기술 상용화가 조만간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와 수십년을 걸릴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공존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정도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양자 컴퓨팅 칩을 공개한 수준이다. IBM은 2029년까지 오류 수정이 가능한 양자 컴퓨터 개발을 목표로 삼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양자 컴퓨터가 상용화되기까지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자 컴퓨팅은 현대 기술에서 가장 혁신적인 분야 중 하나"라며 “공급망 최적화, 교통 시스템 개선 등 실질적 문제 해결뿐 아니라 의학·물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획기적인 발전을 이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같은 날 주총 치르는 네카오…네이버 ‘AI 굳히기’ 카카오 ‘준법경영’

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가 다음달 말 나란히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양사 모두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해 이사진 구성에 변화를 주는 가운데 네이버는 '인공지능(AI)'·카카오는 '준법경영'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다음달 26일 오전 10시 정기 주주총회를 연다. 네이버는 경기 성남시 그린팩토리에서, 카카오는 제주 제주시 스페이스닷원에서 각각 진행한다. 앞서 양사가 이번 주총 안건으로 상정한 내용 중 이사회 구성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네이버는 AI 사업, 카카오는 준법경영 강화로 압축된다. 먼저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신규 선임과 최수연 대표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가 화두다. 안건이 통과될 경우 최 대표는 2년 연임을 확정짓고, 이 GIO는 2018년 이후 약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하게 된다. 지난해 연매출 10조원 돌파를 이끈 최 대표의 경우 연임이 확실시된 모습이다. 수익모델(BM)의 무게중심을 AI를 비롯한 신사업으로 옮기는 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다. 다만 오픈AI·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와 정면승부를 펼치기 위해선 장기적인 기술 경쟁력과 사업 안정성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네이버 이사회가 이 GIO 신규 선임을 결정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기존 이사회 구성을 살펴보면, 의장을 맡고 있는 변대규 휴맥스홀딩스 회장을 제외하곤 법률·투자·회계 전문가로 구성됐다. IT나 AI 관련 전문지식을 갖고 있는 인물이 사실상 없다는 의미다. 유일하게 IT 이력을 지닌 변 의장 또한 AI보다도 하드웨어 장비 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임을 감안하면, 이 GIO가 변 의장의 잔여임기를 메꾸는 형식으로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사회는 이 GIO의 사내이사 추천 사유에 대해 “회사 전반과 글로벌 IT 시장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갖고 있다"며 “다수의 패러다임 변화에도 성과를 이끌었던 경험과 연륜을 토대로 중장기 성장 방향성을 제시하고, 경영 전반에 안정성을 부여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김선욱 법무법인 세승 대표변호사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다.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윤석 이사회 의장(숙명여대 경영학부 겸임교수)의 공백을 메꾸는 모양새인데, 윤 의장이 금융·재무전문가로 꼽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법률 리스크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카카오의 이사회 구성은 정신아 대표와 권대열 CA협의체 ESG위원장을 제외하면 기술·경영 전문가라는 점이 특징이다. 재선임 명단에 오른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 산업공학과 조교수, 차경진 한양대 경영정보시스템전공 교수는 기술 고도화와 ESG 경영에 집중해 왔다. 함춘승 전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대표는 재무통으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이 중 차기 이사회 의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함 대표다. 김 변호사 추천 사유로 내건 핵심 키워드도 '준법경영 강화'다. 이사회는 “다양한 의료·공공기관, 기업을 대상으로 법률자문을 수행해 온 법률 전문가"라며 “상법·정보학 관련 전문성과 20년 이상의 경영 경험을 바탕으로 회사의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경영 리스크를 사전 예방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계열사 축소를 통한 몸집 줄이기와 체질 개선으로 지난해 실적은 선방했지만, 김범수 창업자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서 촉발된 사법리스크는 현재진행형이다. 외부 감사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를 통해 준법경영 체계를 확립한다면, 김 변호사 선임을 통해 추가적인 사법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방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는 이미 자체적인 외부 감시기구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네이버는 별도의 감시기구가 없어 이사회 구성 방식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본다"며 “카카오는 대부분 이사들의 임기가 남아 있는 상태고, 네이버는 올해~내년 사이 임기 만료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도 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는 주총 소집 장소 선택지에 경기 성남시를 추가하는 정관 근거도 상정했다. 이는 회사의 주총 소집 방식이 주주들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접근성 측면의 한계가 뚜렷해 주주들의 불만이 적잖은 가운데 온라인 생중계 시스템도 도입하지 않은 탓이다. 소집지 변경 안건이 통과될 경우, 내년부터 경기 성남시 카카오 아지트 사옥에서 주총을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는 “주총 참여 환경 개선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본점과 그 인접지로 한정된 주총 소집지를 지점(사옥)이 위치한 경기 성남시와 그 인접지로 확대코자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삼성전자 ‘전삼노 파업’ 위기 넘겼지만…인도 사업장은 ‘폭풍전야’

삼성전자가 국내 대표 교섭단체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극적으로 화해하며 '파업 위기'를 넘긴 가운데 이번에는 해외 사업장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만드는 인도 타밀나두주 공장을 중심으로 '반(反)삼성' 감정이 고조되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노사 갈등 관련 국내에서 '큰 고비'를 넘겼지만 주요 생산 거점이 위치한 인도에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삼성전자와 전삼노는 18일부터 23일까지 집중교섭을 가지고 2023·2024·2025년도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만들어냈다. 전삼노 집행부는 이날 대의원 회의를 통해 이를 최종 확정하고 다음달 5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열기로 했다. 주요 내용은 평균 임금인상률 5.1%(성과 2.1% 포함), 자사주 30주 및 패밀리넷몰 200만 포인트 지급, 조합원 활동 시간 8시간 보장 등이다. 전반적으로 양측이 조금씩 양보하되 주요 쟁점 논의는 뒤로 미뤘다는 평가다. 임금인상률은 사측(4.5%)과 노조(6.4%) 안의 중간 지점에서 결정됐다. 임금피크제 폐지 등 다소 무리했던 노조 측 요구안은 빠졌다. 양측은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해 공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할 방침이다. 전삼노는 작년 7월 회사 창립 이래 최초로 파업을 진행했다. 이 때문에 이번 교섭에서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쟁의행위를 준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져왔다. 전삼노 조합원 수는 전체 직원의 30%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번 협상 타결을 노사 화합의 계기로 삼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한숨 돌린 셈이지만 더 큰 고민거리가 해외에 있다. 인도 매체 타임즈나우(Times Now) 등에 따르면 타밀나두 주 노동 단체들이 최근 삼성전자를 타깃으로 한 활동을 연이어 벌이고 있다. 현지 상급 노동 단체인 인도노동조합센터(CITU)는 다음달 8일 삼성전자 직원들이 파업을 벌이는 동시에 칸티푸람 지역 '삼성 쇼룸' 앞에서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직된 직원들을 복직시키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타밀나주 스리페룸부두르·첸나이에서 생산 시설을 운영 중이다. TV, 냉장고, 냉장고 컴프레서, 세탁기 등을 만들어 내수 수요를 충족하고 해외로 수출도 한다. 스리페룸부두르 공장 삼성인도노동조합(SIWU) 구성원들은 작년 하반기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한달여간 파업을 벌였다. 당시 전체 직원 1800여명 중 1000명 이상이 쟁의 행위에 가담해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CITU의 단체 행동 결정은 당시 사태의 연장선상에 있다. SIWU는 이미 이달 초부터 제조공장 내에서 크고 작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현지 매체들은 인도 내 노동자들의 요구 수준이 높아지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사실상 첫 번째 타깃이 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타밀나두주에는 전세계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제조 시설을 두고 있다. CITU가 '삼성 쇼룸' 앞에서 불매운동 성격 집회를 예고했다는 점은 삼성전자에게 큰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자료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는 매출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내 점유율 22.8%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소득수준이 올라가며 가전 제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사태 해결을 위해 주정부에 개입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삼성전기, 15년 만에 중국 쿤산법인 청산 완료

삼성전기가 중국 쿤산법인의 청산을 최종 완료했다. 지난 2019년 이사회에서 결정된 지 약 5년 만이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2009년 설립한 쿤산법인을 15년 만에 정리하게 됐다. 24일 삼성전기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쿤산법인(Kunshan Samsung Electro-Mechanics Co., Ltd.)은 지난 해 청산이 완료됐다. 당초 쿤산법인은 삼성전기가 중국 시장 대응력을 높이고 거래선을 다각화하기 위해 2009년 설립한 곳이다. 2010년 6월부터 스마트폰용 고밀도 회로기판(HDI) 생산을 본격화했다. 초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중국 내 주요 생산 거점 역할을 수행했다.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이 확대되면서 수익 규모가 커지던 곳이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중국과 대만의 저가 경쟁업체들의 공세로 인한 가격 하락 압박이 주된 원인이었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1%대로 떨어지면서 쿤산법인의 실적 악화는 가속화됐다. 결국 쿤산법인은 2014년을 마지막으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에는 매출 2086억원, 순손실 3015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나면서 그해 2019년 12월에 열린 삼성전기 이사회에서 쿤산법인 청산을 결정했다. 당시 회사는 HDI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잔여 자산을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청산 결정 이후 삼성전기는 쿤산법인의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처분 작업을 진행했다. 또한 청산에 필요한 비용 마련을 위해 383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실시했다. 그러나 청산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자산 매각에 시간이 걸렸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도 청산 지연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또 중국 현지 법규에 따른 복잡한 절차와 행정적 지연도 청산 과정을 늦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삼성전기는 2019년 말 쿤산법인 관련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지만, 상당기간 이 상태를 유지해야 했다. 결국 삼성전기는 청산을 결정한 지 5년여 만인 2024년에야 쿤산법인 정리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삼성전기는 15년간 지속된 HDI 사업 구조조정의 마지막 퍼즐을 맞추게 됐다. 한편 쿤산법인 청산은 삼성전기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기는 최근 몇 년 동안 비주력 사업과 생산 거점을 정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중국 동관법인의 청산을 결정하고 지난 2023년 완료한 바 있다. 동관법인은 2015년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모터 사업 정리 이후 MLCC 테이핑 업무를 맡았다. 삼성전기는 중국 내 MLCC 생산 시설을 통합해 비용 효율화를 꾀하기 위해 동관법인의 자산을 중국 천진법인으로 이관했다. 또한 2022년에는 태국 생산법인인 삼성일렉트로메카닉스(Samsung Electro-Mechanics Thailand)의 청산을 진행하고 일부는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이는 와이파이 통신모듈 사업 철수에 따른 조치였다. 2021년에는 베트남 생산법인 내 경연성회로기판(RFPCB) 사업도 정리했다. 일련의 해외법인 구조조정은 삼성전기가 주력 사업을 MLCC와 반도체 패키지기판 위주로 재편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기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특히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카메라모듈, 반도체 패키지기판 등에 집중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의 쿤산법인 청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변화에 대응한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열흘 앞 MWC, 통신·전자업계 집결…“AI 혁신 무대”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5' 개막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3일부터 6일까지(현지시간) 나흘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다. 올해 MWC에서도 CES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AI)'이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통신·전자업계는 바르셀로나에 집결해 AI 혁신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주최로 열리는 MWC는 매년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 2000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고, 9만여 명이 방문하는 무선통신 산업 전시회다. 글로벌 모바일 산업의 트렌드와 신기술을 소개해온 MWC는 이제 AI, 증강·가상현실(AR·VR),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콘텐츠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건 단연 AI다. 앞서 PwC컨설팅은 'MWC 2025 사전보고서'에서 “이번 행사는 AI를 활용한 산업 간 연결과 신기술 발전을 강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고려하면 MWC 2025에서는 AI 기반 최첨단 기술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MWC 2025가 AI 혁신의 무대가 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꿈꾸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일제히 바르셀로나로 향한다. 3사는 첨단 AI 솔루션을 글로벌 무대에서 소개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출시를 앞둔 글로벌향 개인 AI 에이전트 '에스터'를 현지에서 선보이며 해외 기업들과의 제휴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다. 에스터는 현대인의 '일상 관리'라는 핵심 가치를 중심으로 콘텐츠 추천, 커뮤니케이션, 음성 비서 기능 등을 제공한다. 또한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DC)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분산된 전력원으로부터 수급하고 AI 모델을 활용해 최적으로 제어하는 기술, 데이터센터의 발열을 낮추기 위한 다양한 액체 냉각 방식,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액체로 절연해 안정성을 높여주는 기술을 전시한다. 전시에는 가상화 기술 기반 그래픽 처리장치(GPU) 자원 관리 솔루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실시간 모니터링 기술 등 복잡한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기술도 포함됐다. KT는 K-컬처와 AI를 결합한 테마 공간을 마련해 해외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첨단 기술과 문화를 알린다. KT 광화문빌딩 WEST 사옥을 모티브로 한 'K-오피스'에서는 K-AI 모델을 활용한 AI 에이전트 솔루션이 업무 효율화를 돕는다. 미래 경기장 콘셉트 공간인 'K-스타디움'에서는 그룹사인 KT DS가 AI 실시간 번역 기술을 적용한 경기장 아나운서를 공개한다. 미래 네트워크 기술을 소개하는 'K-랩' 공간에서는 KT 네트워크의 비전을 제시한다. 방문객들은 미래형 통화 서비스인 '멀티모달 통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멀티모달 통화 서비스'는 AI가 의도를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여 기존 음성, 영상뿐만 아니라 실감형(오감) 통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는 AI 통화 에이전트 서비스 '익시오'를 비롯한 다양한 AI 응용 서비스를 선보이며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행사에서 자동 스케줄링과 검색·예약·구매 기능을 지원하는 익시오를 비롯해 △미디어 에이전트를 활용한 콘텐츠 추천 및 실시간 자막 위치 변경 △기업용 AI 솔루션을 통한 파트너사 문제 해결 사례 △익시가 탑재된 휴머노이드 로봇과 디지털 휴먼 등 LG유플러스의 다양한 AI 서비스를 소개할 예정이다. 아울러, 차별화된 보안 솔루션도 공개한다.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양자내성암호(PQC)'를 통해 안전한 보안 환경을 제공하며, 딥페이크 음성을 판별해 보이스피싱을 방지하는 '안티딥보이스' 기술도 선보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전자업계의 시선도 MWC 2025로 향하고 있다. 통상 MWC는 국내외 통신 업체들이 중심이 되는 행사지만, 최근 전자 기기에서 AI를 적용한 서비스가 확대됨에 따라 데이터센터 구축이 증가하고 있어 전자업체들의 참석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전자(반도체 부문 유럽법인)와 SK하이닉스는 MWC 2025에서 글로벌 고객사를 대상으로 프라이빗 부스를 운영하며, AI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차량 등과 관련된 'AI 반도체'를 소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AI 관련 기술을 집중적으로 공개하고, SK하이닉스는 모바일 기기에서 AI 연산을 처리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 메모리와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서의 경쟁력을 강조할 예정이다. 온디바이스 AI는 서버를 거치지 않고 스마트폰 기기 자체에서 AI 연산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 '갤럭시 S25'를 행사에서 전면에 내세우며, AI 에이전트 기능 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7천억으로 7조원 AI 인프라 확보한다는 정부의 ‘무리수’

정부가 한국형 LLM(대규모 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개발을 목표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지만 현실적인 난관이 예상된다.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업계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계획의 가장 핵심적인 GPU(Graphics Processing Unit) 확보를 위한 예산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숫자라는 지적이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열린 제3차 국가인공지능위원회에서 'AI 컴퓨팅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국가 AI 역량 강화 방안'이 공개됐다. 계획은 3단계로 진행된다. 먼저 AI 커뮤팅을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GPU 1만8000개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AI 연구와 모델 개발에 필요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이렇게 확보한 인프라를 통해 한국에 맞는 차세대 LLM을 개발하는 것이다. 각종 경진대회와 육성책을 통해 AI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독자적인 AI모델 개발을 진행토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개발된 AI를 실제로 적용하는 단계가 다음이다. 교욱과 의료, 문화 ,법률 등의 분야에서 AI를 활용하자는 게 정부의 방안이다. 이 계획은 글로벌 AI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중국의 AI 스타트업 딥시크가 적은 수의 GPU로도 효율적인 AI 모델 개발에 성공하며 주목받은 사례가 한국에도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계획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GPU 확보 계획부터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힌다. 정부는 7700억원의 예산으로 1만8000개의 GPU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GPU 칩인 H100은 한 개당 약 3만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1만8000개를 확보하려면 최소한 약 5억4000만 달러, 즉 한화로 약 7조원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가 책정한 예산을 크게 초과하는 금액이다. 정부의 7700억원으로는 2000개의 H100 확보가 고작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론 머스크가 선보인 LLM인 Grok 3는 GPU 10만개를 활용해 학습한 모델이다. 정부의 계획은 예산적으로도, 목표 구매량으로도 이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해외의 경우 민간 기업을 중심으로 AI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바이두(Baidu), 알리바바(Alibaba), 텐센트(Tencent) 등 중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이 지난해 AI 관련 자본 지출로 총 1000억 위안(약 14조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했다. 미국의 경우 메타(Meta)와 마이크로스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구글(Google)의 4대 기술 기업에서만 연내 AI 인프라에 총 3200억 달러(약 42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공급망 문제도 정부 계획의 실현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H100 GPU의 공급 부족 현상이 2025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공급 대비 수요가 크게 높기 때문이다. H100의 후속 모델인 H200이 지난해 3분기부터 출하돼 인도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H100의 주문도 적체된 상태다.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대형 기술 기업들이 이미 GPU에 대한 대규모 주문을 걸어 둔 상태다보니 한국 정부나 국내 업체의 주문과 실제 인도, 이후 설치와 가동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에는 지정학적 요인도 반도체 수급에 중요한 변수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보호주의 강화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첨단 반도체 기술과 제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는 중이다. 이는 한국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필요한 기술이나 부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GPU를 확보하더라도 기술적 제약도 현실적인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시스템 반도체나 AI 칩 분야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두 기업들과 큰 격차가 있다.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산업의 경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산업 구조적 한계는 한국형 LLM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과 자원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 계획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정부는 AI 관련 인프라를 직접 국내에 구축해 LLM까지 만들기를 원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대신 데이터 센터 관련 기술이나 에너지 저장 시스템, 무정전 전원 공급 장치, 액체 침지 냉각 등 AI 인프라와 관련된 기술 개발에도 투자해 세계로 수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정부가 GPU를 대량으로 확보한다고 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LLM 개발에는 단순히 하드웨어뿐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 알고리즘 설계 능력, 그리고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 등이 필수적인데 현재 국내 환경으로는 이러한 요소들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현실적인 계획을 세워 허송세월한다면 AI 경쟁에서 크게 뒤쳐지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신학기 특수 막바지···삼성·LG전자 ‘AI PC 경쟁’ 치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신학기 특수' 막바지를 맞아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서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1분기 노트북·태블릿 등 출하량이 다른 시기 대비 40% 가량 높다는 점을 감안, 인공지능(AI) 기능 체험을 독려하거나 가격 할인 혜택을 선보이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초 '갤럭시 북5 프로(Pro)' 신제품을 출시한 뒤 AI 기술력을 홍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AI 셀렉트'를 넣었다는 점을 알리는 중이다. 궁금한 이미지나 텍스트 등을 클릭만으로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이다. 갤럭시 북 최초로 신제품에 AI 셀렉트를 넣어 '편리한 AI PC'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AI 기능'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2025년형 LG 그램 시리즈를 선보이며 관련 기능을 대폭 강화했다. 온디바이스 AI인 '그램 챗 온디바이스'를 넣어 다양한 연산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작업 중 실수로 지워버린 데이터를 AI가 기억해 보여주거나 클라우드형 '그램 챗 클라우드'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홍보 포인트다. 양사는 고객 접점을 늘리는 데도 적극적이다. 삼성전자는 '삼성 강남' 등 거점에서 갤럭시 북5 프로 등을 전시해 관람객들이 AI 기능을 체험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문 큐레이터가 상주하며 판매 상담은 물론 기능에 대한 설명도 해준다. LG전자는 다음달 30일까지 자사 브랜드 체험 공간 '그라운드220'에서 노트북·태블릿 신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그램 프로 AI 스페이스' 팝업스토어를 운영한다. 가격 할인 프로모션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사용하던 노트북·태블릿 기기를 반납하면 중고 매입가에 추가 보상액을 제공하는 'AI로 바꿔보상' 행사를 다음달 31일까지 연다. 최대 3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해 가격 부담을 낮추는 차원이다. LG전자는 신학기를 준비하는 대학생등을 대상으로 최대 15%까지 할인 혜택을 제공 중이다. 삼성·LG전자가 'PC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 것은 개학을 앞둔 1분기가 최대 성수기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 자료를 보면 작년 3분기 기준 국내 PC 출하량은 110만여대로 집계됐다. 직전 분기도 비슷한 수준이지만 1분기에는 판매량이 160만여대로 40% 이상 많았다. 2023년 분기별 출하량을 봐도 1분기 160만대에 육박했지만 2·3분기는 120만대 미만, 4분기는 100만대 미만으로 급락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신학기 특수'를 잡아야 실적을 낼 수 있다는 뜻이다. 가정용 제품 수요가 탄탄해 고객들과 호흡이 중요한 시장이기도 하다. 작년 3분기 팔린 PC 110만여대 중 절반 가까이는 가정용이었다. 기업용(300만여대), 교육용(200만여대)를 합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공공 분야 판매는 100만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삼성·LG전자는 국내를 넘어 해외 경쟁구도 또한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시간 음성 번역, 자동 문서 요약, 사진·영상 편집 보조 기능 등이 '필수 요소'로 자리잡으며 AI PC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AMD, 퀄컴 등은 AI 전용 연산 유닛을 탑재한 신형 프로세서를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날리스는 글로벌 AI PC 시장 규모가 작년 4400만대에서 올해 1억300만대로 13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유저들이 온디바이스 AI 기능 사용에 익숙해질수록 PC 사용자들의 눈높이는 더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전북중기청, 2025년 예비·초기창업패키지 참여기업 모집… 창업 지원 본격화

전주=에너지경제신문 안진구 기자 전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이 2025년 예비창업패키지와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에 참여할 예비창업자 및 창업기업을 모집한다. 이번 사업은 창업을 희망하는 개인과 창업 초기 기업을 지원해 시장 진입을 돕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다. 선발된 기업에는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이 지원되며, 창업 아이템의 사업화 과정에서 필요한 멘토링과 교육, 네트워킹 기회도 제공된다. 예비창업패키지는 기술 기반 창업을 희망하는 예비창업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78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일반 분야에서 660명을, 여성 창업과 소셜벤처 분야에서 각각 60명을 모집한다. 사업화 자금은 최대 6천만 원까지 지원되며, 1차로 2000만원을 지급한 후 성과 평가를 거쳐 추가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창업 준비 단계에서 필요한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와 멘토링, 네트워킹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된다. 특히 선배 창업자의 멘토링을 확대해 사업 운영 과정에서 실질적인 노하우를 제공할 방침이다. 신청 대상은 공고일 기준으로 사업자등록 또는 법인 설립을 하지 않은 예비창업자로, 2025년 1월 1일 이후 폐업한 이력이 없어야 한다. 이와 함께 대·중견·중소기업 및 공공기관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도 활성화된다. 올해는 30개 내외의 사내벤처팀을 선발하며, 운영기업과 사내벤처팀이 제출해야 하는 서류를 간소화해 참여 편의를 높였다. 초기창업패키지는 창업 후 3년 이내 기업의 시장 안착과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올해 430개 기업을 선발한다. 사업화 자금은 평균 7000만원이 지원되며, 실증, 컨설팅, 초기 투자 유치 등 시장 진입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또한 반기별로 분야별 투자 설명회를 개최해 투자 유치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부터는 평가 방식을 개선해 심층 인터뷰를 통해 창업 아이템의 기술성과 성장 가능성을 검증하고, 시장 진입 가능성과 사업 실현 가능성을 강화할 예정이다. 예비창업패키지는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12일까지, 초기창업패키지는 이달 24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신청을 받는다. 접수는 K-스타트업 누리집에서 가능하며, 서류 평가와 발표 평가를 거쳐 최종 선발된다. 심사는 사업 계획서를 검토하는 서류 평가와 창업 아이템의 기술성과 시장성을 심사하는 발표 평가로 이루어진다. 최종 선발된 기업은 4월부터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며, 사업화 자금도 지급된다. 자세한 사항은 K-스타트업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통합콜센터를 통해서도 문의가 가능하다. 전북중기청 관계자는 성장 단계별 맞춤 지원을 통해 창업기업들이 안정적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며, 지역 내 예비 및 초기 창업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ajk7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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