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써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효과에 힘입어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반도체 겨울론'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5세대 HBM인 HBM3E 12단 제품 공급도 차질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향후 실적 전망도 밝은 상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기록했다고 24일 밝혔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성적표다. 이번 최대 실적으로 SK하이닉스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반도체 겨울 우려를 잠재웠다. 최근 소비자용 PC·모바일 수요 약화로 메모리 산업이 불황 초입에 들어섰다는 반도체 겨울론이 투자업계에 퍼지고 있는데, SK하이닉스가 역대급 실적으로 이 같은 우려를 해소한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회사는 HBM, 기업용 SSD(eSSD) 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확대하며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같은 호실적에는 글로벌 HBM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시장 지배력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는 24일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하며 실적 성장세를 이끌었다"며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3분기 30%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린 고부가·고성능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시대 개화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이 AI 메모리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고용량 데이터 처리에 최적화된 AI 메모리 HBM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HBM의 판매 단가는 기존 D램보다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요가 늘수록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 SK하이닉스는 지난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1세대(HBM)부터 5세대(HBM3E)에 이르는 동안 선두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에 HBM3E 8단 제품을 납품하는 유일한 업체로 글로벌 빅테크에 독점적인 공급 업체 입지도 구축했다. 고부가 제품인 eSSD도 3분기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실적에 기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60테라바이트(TB) 제품을 업계에서 유일하게 공급 중이며 122TB 제품도 내년 상반기 공급을 목표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오는 4분기부터 HBM3E 12단 제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될 것으로 보여 향후 전망도 밝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지난달 최대 용량인 36기가바이트(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4분기에는 예정대로 HBM3E 12단 제품의 출하를 시작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D램 내 HBM 매출 비중이 4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HBM3E 12단은 엔비디아 B300 등 제품에 탑재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을 견인할 거란 분석이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AI 중심의 고부가 수요가 증가하며 평균판매단가(ASP)가 견인하는 업사이클임이 매 분기 확인되고 있다"며 “HBM3E 12단 제품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되며 경쟁력이 재차 부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HBM 등 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성장세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 증가는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내년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HBM 수요는 AI 칩 수요 증가와 고객의 AI 투자 확대 의지가 확인되고 있어 예상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당사 평균 HBM 가격은 전년보다 상승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HBM 사업 강화로 안정적 매출을 확보하면서도 수익성은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