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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불청객’ 미세먼지 공습에 공기청정기 마케팅 ‘박차’

봄철 불청객 미세먼지·황사가 기승을 부리면서 가전업계가 공기청정기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수요가 많은 시기에 결혼 시즌까지 겹치자 신제품을 쏟아내는 동시에 차별화된 경쟁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1월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AI+ 360˚ 공기청정기'를 출시하며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강화했다는 점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다. 신제품은 오염원을 감지하는 'AI 공기질 센서'를 처음 탑재했다. 이 센서는 새집증후군 유발물질인 포름알데히드와 반려동물 배변 냄새의 원인인 암모니아를 비롯해 요리할 때 발생하는 유증기 등 오염원을 감지할 수 있다. LG전자는 제품 하단 중앙부에 'UVC LED 램프'를 탑재했다. 이는 토출하는 공기를 자외선으로 살균해준다. '펫케어' 등 신기능을 추가했다는 점은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는다. 퓨리케어 오브제컬렉션 AI+ 360˚ 공기청정기에는 반려동물 냄새를 제거하는 '펫 특화필터'를 장착할 수 있다. 쿠쿠홈시스는 최근 '쿠쿠 인스퓨어 헤리티지 공기청정기'를 내놨다. 마케팅 포인트는 '디자인 경쟁력'으로 잡았다. 쿠쿠홈시스는 신제품 개발 단계부터 '공간의 일부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디자인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절제된 네모 형태와 이상적인 비율을 조합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가전에 사용하는 메탈이 아닌 회벽 느낌으로 제품을 구성했다. 흙, 나무 등 자연에서 착안한 컬러 4가지를 제공한다. 성능도 향상시켰다. 토탈케어 청정 필터 시스템은 한국공기청정협회 CA인증을 받았다. 봄철 극초미세먼지(0.01µm) 99.999%를 제거한다. 스마트 듀얼 청정 센서로 극초미세먼지뿐 아니라 새집 증후군까지 감지·분석할 수 있다. 코웨이는 '노블 공기청정기2'를 지난달 선보였다. 이 회사는 공기청정기가 관리할 수 있는 면적이 133㎡로 넓어졌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기존 제품 청정면적이 100㎡라는 점을 감안하면 성능 자체가 33% 개선된 셈이다. 크기는 반대로 27% 가량 줄였다. 코웨이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블 공기청정기만의 청정 기술인 '상하 4D 입체 청정 시스템'을 탑재했다고 소개했다. 노블 공기청정기2는 공간 환경에 따라 공기의 방향을 조절하는 에어팝업모션과 실내 오염도를 감지해 알아서 작동하는 자동모드 같은 기능도 제공한다. 교원 웰스의 경우 지난달 공기청정기 신제품 '에어가든 Lite' 2종을 내놓으며 가격 경쟁력을 앞세웠다. 강력한 공기청정 성능에 저소음까지 실현한 에어가든의 장점을 계승하면서 가격 부담은 낮췄다고 홍보하고 있다. 실제 월 대여료가 기존 제품 대비 약 15% 저렴해졌다. 교원 웰스는 공기질 뿐 아니라 호흡기 질환이 유행하는 상황도 눈여겨봤다. 위생에 대한 고객들의 높아진 관심을 반영해 신제품에 자사 모델 최초로 '항균더블케어필터'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세스코 역시 지난달 공기청정기 '트루살균 판테온'과 '트루에어 판테온'을 내놨다. 트루살균 판테온은 공기청정과 공기살균 엔진이 함께 탑재돼 있다. 트루에어 판테온에는 공기 청정기능만을 넣어 고객 선택의 폭을 넓혔다. 판테온은 한국공기청정협회와 한국오존자외선협회 인증을 받았다. 가전 기업들은 미세먼지 소식이 들려오면서 결혼 성수기까지 다가왔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22만2000건으로 2019년(23만9000건) 이후 가장 많았다. 선제적으로 제품을 구매하거나 대여했던 경우 교체 주기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공기청정기 시장이 포화 상태지만 성능이 강화된 제품은 수요가 더 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써보니] 네이버 야심작 ‘플러스 스토어’ 섬세한 취향 저격 vs 알고리즘 고도화 숙제

네이버가 자체 쇼핑 애플리케이션(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를 출시하며 이(e)커머스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인공지능(AI)으로 이용자의 취향과 관심사를 저격해 맞춤형 쇼핑 경험을 선사한다는 포부다. 사실상 쿠팡 독점으로 굳어진 시장 구조를 2강 체제로 재편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이틀 동안 플러스스토어 앱을 이용해 봤다. 홈 화면에 들어가자마자 야구 관련 밈(meme)을 활용한 스티커와 운동화, 무선 이어폰 케이스가 추천 상품으로 분류됐다. 기존에 검색했거나 둘러본 적이 있는 상품, 구매 내역 등을 토대로 관심있어할 만한 상품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이었다. 현재 구매량이나 관심도가 높은 상품을 추천하는 '트렌드 추천'도 지인의 선물을 급하게 구매할 때 유용해 보였다. 스크롤을 내릴수록 이전에 구매했던 상품가보다 더 저렴한 상품이 제공될뿐 아니라 추천 범위 또한 넓어져 흥미로웠다. 특정 상품을 클릭해 화면을 이탈한 후 다시 홈 화면으로 돌아와도 추천 상품이 무한 생성돼 지루할 틈이 없었다. 이는 사용자의 행동을 기반으로 추천 알고리즘이 업데이트되는 구조여서 가능한 것으로 분석된다. 쏟아지는 상품들 속에서 어떤 상품을 구매할지 고민하다 보니 30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쇼핑 몰입도를 한층 높였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추천 알고리즘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으려면 '마이쇼핑' 탭에 있는 '맞춤 정보'를 활용하면 된다. △성별 △신체 사이즈 △피부 타입 △헤어 △리빙 △거주 환경 등 항목으로 구성됐다. 눈에 띄는 점은 △발볼 너비 △발 고민 △피부톤 △수면자세 △평소 불편 부위 △침대·베개 쿠션감 취향 △육아 특성 등으로 세분화됐다는 것이다. 탈모·여드름 등 피부질환과 식이·건강 관심사, 자녀의 알러지 여부까지 선택할 수 있었다. 키와 몸무게, 신발 사이즈만 입력하던 기존 이커머스 앱과 차별화되는 지점이었다. 지금까지 출시된 앱 중 이 정도로 세심하게 사용자의 취향을 물어본 앱은 없었다. 사용자의 신체조건뿐 아니라 성향 및 콤플렉스, 주변 환경까지 맞추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또 한 가지 눈길을 끌었던 건 이번에 새로 선보인 'N배송'이었다. △오늘배송 △내일배송 △일요배송 △희망일배송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특히 오전 0시(자정)부터 11시까지 주문하면 당일 도착하는 시스템인 '오늘배송'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영양제 한 상자를 지난 14일 구매해 봤다. 통상 금요일에 주문할 경우, 주말을 거슬러 월~화요일 사이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이날로 택했다. 결론적으로 택배는 정확히 반나절 만에 배송지에 무사히 도착했다. 오전 7시30분쯤 출근길에 상품을 구매한 뒤 3시간 뒤인 오전 10시30분 카카오톡 메시지로 배송 시작 알림을 받았다. 이어 오후 4시30분쯤 도착 예정 시각을 수신했고, 오후 8시17분 상품을 수령할 수 있었다. 네이버는 여기에 더해 주문 후 1시간 이내 상품을 배송하는 지금배송 서비스와 주 7일 배송 시스템 도입도 고려 중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현재는 서울·경기 등 일부 지역에 한해 제공 중이지만, 향후 서비스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앱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먼저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 측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구성원 형태를 '싱글 형태의 1인 가구'로 설정했음에도 스크롤을 내릴수록 여아 봄 신상 원피스, 아기 콧물 흡입기, 자녀 생일 답례품, 유아용 기저귀 등 육아 관련 상품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면서다. 자녀가 없는 입장에선 다소 당혹스러운 부분이었다. 알고리즘이 연령대에도 기반하고 있어 비슷한 나이의 사용자들이 구매한 상품도 함께 추천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선 '쓰면 쓸수록 고도화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오늘배송의 경우, 일부 상품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대체로 부피가 적게 나가거나 무게가 가볍고, 크기가 작은 상품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대다수는 하루 뒤 도착하는 '내일배송'이 적용돼 있었다. 이는 앱 출시 이전에도 이뤄졌단 점에서 차별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다만 판매자가 배송일별로 품목을 자율적으로 설정하는 시스템으로, 상품 재고 및 기상상황과 같은 변수에 따라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배송 품목을 요일별로 세분화해 상품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한 데 의의를 뒀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앞으로 물류 데이터 플랫폼 등 기술력을 고도화해 직접적인 인프라 투자 없이도 사용자에게 빠른 배송을 가능케 하는 게 목표"라며 “배송 및 추천과 같은 측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앱 이용자가 증가할 것이고, 판매자 스토어도 성장하면서 윈윈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쏘카, 경영권 전쟁 격화…이재웅 ‘공개매수’ 승부수

쏘카를 둘러싼 경영권 다툼이 '전면전' 국면에 접어들었다. 창업주 이재웅 전 대표가 '공개매수' 방식으로 쏘카의 지분을 확보하고 나선 것이다. 최근 빠르게 지분을 늘려온 롯데렌탈을 견제하고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돌직구'다. 지금까지는 양 측은 시장에서 지분을 먼저 확보한 뒤 지분공시를 통해 그 소식을 알려왔지만, 이제는 지분 경쟁이 본격적인 충돌 단계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에스오큐알아이(SOQRI)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4월 2일까지 쏘카 주식 17만1429주(0.52%)를 공개매수한다. 주당 매수가격은 1만7500원으로, 이는 지난 13일 종가(1만4210원) 대비 23.15%의 프리미엄이 붙은 금액이다. 이번 공개매수가 완료되면 SOQRI의 지분율은 기존 19.20%에서 19.72%로 소폭 상승하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미미한 증가지만, 이는 경영권을 유지하려는 이 전 대표 측의 방어 전략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SOQRI는 공개매수 목적을 “현 경영진의 책임 경영을 지원하고, 쏘카의 기업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번 공개매수를 롯데렌탈과의 지분 경쟁이 탐색전에서 전면전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쏘카의 지분 경쟁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초반에는 이재웅 전 대표 측이 1대 주주로서 경영권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롯데렌탈이 지속적으로 지분을 늘리면서 힘의 균형이 변화했다. 특히 롯데렌탈이 지난 2023년 8월 SK㈜가 보유한 쏘카 주식을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 결정적이다. 해당 지분 취득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시장에서는 랜탈업계의 독점이 우려되는 사안으로 공정위의 승인이 나지 않을 것을 예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정위는 “신고한 주식을 취득하더라도 쏘카에 대한 지배관계가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롯데렌탈의 지분 취득을 승인했다. 그 덕분에 지난해 감사보고서 기준 롯데렌탈 측은 쏘카의 지분을 34.68%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이재웅 전 대표는 개인 지분과 SOQRI, 그리고 우호세력인 에스오피오오엔지(SOOPOONG)의 지분을 합쳐 총 34.36%를 보유하고 있다. 두 진영의 지분율 차이는 근소한 수준이지만, 이미 롯데렌탈이 최대 주주 자리를 차지한 상태다. 결국 이번 SOQRI의 공개매수는 경영권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대응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 공개매수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주주들의 선택이다. 이재웅 전 대표 측이 공개매수를 통해 실제로 얼마나 많은 주식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경영권 싸움의 향방을 결정할 핵심 요소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복잡한 셈법이 작용한다. SOQRI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1만7500원)은 시장 가격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주주들이 이 가격을 매력적으로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쏘카의 최근 실적 개선과 함께 향후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주주들이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한다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롯데렌탈과의 지분 싸움으로 인해 불확실성이 커진다고 판단하면, 안정적인 차익 실현을 위해 공개매수에 참여할 수도 있다. 쏘카의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도 관건이다. 기관들은 단기 차익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와 경영 안정성을 고려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SOQRI가 향후 경영 지속성을 강조하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신뢰를 얻는다면, 추가적인 지분 확보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롯데렌탈이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내세우며 적극적인 경영 참여 의지를 보인다면, 기관투자자들이 롯데 측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일 수도 있다. 롯데렌탈이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롯데렌탈이 과반 지분을 목표로 추가적인 매입을 시도할 경우, 이 전 대표 측의 공개매수 효과가 희석될 수도 있다. 만약 롯데렌탈이 주주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맞불을 놓는다면, 쏘카의 지분 경쟁은 단순한 전면전에서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이 이에 맞서 추가적인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지분경쟁이 본격화된 만큼 롯데렌탈이 과반 지분을 확보를 시도하면서 주총 등을 통해 경영진 교체 등 주요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려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미래 기술 선점’ 삼성·LG전자 ‘6G 개발 시계’ 빨리 돌아간다

삼성·LG전자가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개발에 매진하면서 글로벌 표준 정립을 주도하고 있다. 글로벌 이동통신 기술 표준 단체 '3GPP' 의장·부의장을 각각 배출하는가 하면 글로벌 기관과 협약을 맺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3GPP 의장을 배출했다. 김윤선 삼성전자(삼성리서치) 마스터가 '무선접속망 기술표준그룹'(TSG RAN)을 이끌게 됐다. 1998년에 설립된 3GPP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애플, 에릭슨, 화웨이, 노키아, 퀄컴 등 글로벌 이동통신 기업과 관련 단체들이 참여해 세계 이동통신 기술 표준 정립을 주도하고 있다. 회원사는 800여개에 이른다. 3GPP에는 '무선접속망'(RAN), '서비스 및 시스템'(SA), '핵심망 및 단말'(CT) 등 3개의 기술표준그룹(TSG)이 있다. 기술표준그룹 산하에 각 4~6개, 총 15개의 기술분과(WG)가 들어간다. 삼성전자는 3GPP 의장 배출을 통해 앞으로도 더욱 확대된 역할로 6G 표준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마스터가 의장으로 선출된 무선접속망 기술표준그룹은 물리계층, 무선 프로토콜, 주파수 활용 등 무선 기술 전 분야의 표준화를 총괄한다. 삼성전자는 현재 3GPP에서 의장 2석(RAN WG1, SA WG2)과 부의장 4석(RAN WG2, SA WG4, SA WG6, CT WG3)을 보유해 회원사 중 가장 많은 의장석을 보유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같은 단체에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김래영 책임연구원이 3GPP 'SA 총회' 부의장으로 선임된 것이다. SA 총회는 5G 및 6G 이동통신의 시스템 아키텍처 표준화를 주도하고 다양한 서비스 시나리오와 요구사항, 보안 메커니즘 등을 정의하는 역할을 맡는다. LG전자는 미국통신산업협회(ATIS) 주도 6G 기술단체 '넥스트 G 얼라이언스'에서도 어플리케이션(Applications) 분과 워킹그룹 의장사를 연임하고 있다. 삼성·LG전자는 일찍부터 6G 시장 개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기본기를 다져왔다. 3GPP 참여 외에도 독자 또는 다른 기업·기관과 협업을 이어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2월 일본 이동통신 사업자 KDDI 산하 'KDDI 리서치'와 차세대 통신 기술 연구 협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KDDI리서치는 MIMO(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시스템에 인공지능(AI)을 적용해 차세대 통신 네트워크 성능을 높이는 기술을 공동 연구할 계획이다. 단일 셀(Cell) 기반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다수의 셀을 활용하는 분산형 MIMO(Distributed-MIMO, D-MIMO) 시스템에 있어서 시스템의 설계와 운영에 AI를 적용해 최적의 성능을 구현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는 통신 기술에 AI를 내재화하기 위한 연구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AI-RAN 얼라이언스(AI-RAN Alliance), 넥스트 G 얼라이언스등 업계 협의체를 통해 AI 기반의 6G 연구를 강화하는 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AI-RAN 연구와 업계 협력을 위해 '실리콘밸리 미래 통신 서밋'을 개최했다. 삼성전자는 '6G 백서'도 두 차례 발간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는 '새로운 차원의 초연결 경험'을, 이번에는 통신 사업자·사용자의 주요 요구사항과 AI 기술의 부상 등 내용을 주로 다뤘다. LG전자는 6G 통신 선행 연구개발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19년 국내 최초 6G 산학협력 연구센터인 'LG전자-KAIST 6G 연구센터'를 설립했다. 통신 기술 강점을 가진 우수 대학들을 포함해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등과 6G 핵심기술 연구개발(R&D) 협력 벨트를 구축해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022년부터는 '6G 그랜드 서밋'을 개최하며 국내외 전문가들과 6G 분야 연구개발 현황과 미래 방향성 논의도 주도 중이다. 글로벌 기업들도 6G 기술 리더십 경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화웨이는 지난해 5G와 6G의 중간 단계인 '5.5G' 통신망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차이나모바일은 지난 2월 세계 최초로 6G 서비스 테스트를 위한 인공위성을 발사했다. 일본 NTT는 6G 먀 기반 기지국 무선 송수신 기술을 개발했다. NTT의 경우 SK텔레콤과도 협력 관계를 구축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전세계 6G 시장 규모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327억달러(약 47조6000억원) 가량 커질 전망이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네이버, 이해진 복귀 앞두고 경영진 변화…김희철 신임 CFO 내정

네이버가 최고재무책임자(CFO) 교체 카드를 꺼내들었다. 다음달 조직개편을 앞두고 기존 경영 리더들의 역할에 변화를 준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선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의 복귀가 유력하다는 점에서 사업 전략 변화에 따른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14일 네이버 및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신임 최고재무책임자(CFO)로 김희철 경영관리(CV)센터장(사진)을 내정했다. 이달 26일 정기 주주총회쯤 신임 CFO를 발표한 후, 다음달 1일 조직개편을 통해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1976년생인 김희철 CFO 내정자는 네이버를 비롯한 정보기술(IT)업계에 대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이 높은 재무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네이버 CV센터 리더·자회사 스노우 감사 등 회계·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사 효율적 자원 배분, 손익 관리, 회계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측면에서 높은 성과를 보였다는 평가다. 기존 김남선 CFO는 이달 임기 만료 후 전략투자대표로 자리를 옮긴다. 주요 전략 투자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기업 벤처 투자 확대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북미 소재 중고거래 플랫폼 '포시마크'의 이사회 집행 의장도 겸한다. 경영 일선에서 포시마크에 대한 경영 강화와 네이버와의 시너지 확대에 주력한다는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김남선 CFO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넓은 시야와 투자에 대한 전문성과 성공 경험을 기반으로 네이버의 전략투자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김 전 CFO가 과거 북미 웹소설 기업 '왓패드'와 포시마크 인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점이 주효했던 걸로 풀이된다. 포시마크는 2022년 네이버가 인수한 후 2023년 흑자전환에 성공, 커머스 매출 증가에 기여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 검색 엔진과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해 전환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확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글로벌 전략 사업을 집중 추진하기 위해 '전략사업부문'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부문장은 사우디 시장을 개척한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맡게 된다. 채 대표는 네이버아라비아 법인장으로서의 역할도 함께 수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CFO 교체는 이해진 GIO의 복귀와 연관이 깊을 것이란 시각이 높다. 네이버는 다가오는 정기 주총에서 최수연 대표 연임과 이 GIO의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결정한다. 그는 글로벌 투자에 집중하기 위해 경영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기점으로 AI 사업과 중동 진출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이로 미뤄 신사업 강화에 힘을 실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이에 따라 향후 경영 청사진을 일부 개편하면서 사업전략 및 투자 방향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기존 이 GIO가 집중해 오던 글로벌 투자 역할의 상당 부분은 김남선 CFO가 주도하고, 중동 진출은 채 부문장이 지휘봉을 잡은 모습이다. 앞으로 AI를 비롯한 미래기술 투자에 가속페달을 밟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올 초 딥시크 출현 이후 AI 사업 성과 및 시장 선점에 대한 고심이 깊어진 것으로 안다"며 “그동안 이 GIO가 보여온 행보와 지난해 라인야후 사태 등을 고려하면, 북미·중동 진출 속도를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카카오, 포털 ‘다음’ 분사키로…통합 계정 후속조치는 어떻게?

카카오가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을 별도 법인으로 분사한다. 지난 2014년 다음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합병한 지 11년 만이다. 사실상 매각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한 가운데 통합 계정 및 콘텐츠 데이터에 대한 후속조치에 관심이 쏠린다. 14일 플랫폼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을 통해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을 공개했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독립한 바 있다. 다음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에게는 카카오 본사 잔류 또는 이동에 대한 선택권을 부여키로 했다. 본사 잔류 의향을 밝히면 본사 내 관련 직무로 자리를 옮겨 카카오 소속으로 근무하는 방식이다. 이는 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군살빼기 작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이 회사는 신성장동력을 인공지능(AI)과 카카오톡으로 지목하고, 비핵심 사업 정리와 함께 시장 진출 기반 마련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포털·콘텐츠 시장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CIC 체제로는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 관계자는 “콘텐츠CIC의 재도약을 위해 분사를 준비 중이며, 완전한 별도 법인 독립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갖춰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에선 매각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015년 사명을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 변경하며 다음을 본진에서 떼어낸 데 이어 사실상 완전히 분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카카오 입장에서 다음은 '계륵'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포털 및 검색 서비스 운영 비용은 크지만, 수익은 지속 감소세인 탓이다. 다음 매출이 포함된 '포털비즈'의 매출 추이를 살펴보면 2022년 4240억원에서 2023년 3440억원, 2024년 3320억원으로 3년새 21.7% 줄었다. 카카오는 수익성 회복을 위해 외부 광고 파트너사와의 협업을 늘리는 한편, 지난해 조직명을 다음CIC에서 콘텐츠CIC로 변경한 바 있다. 콘텐츠 다각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의지를 담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관련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빅테크가 인공지능(AI) 검색 시장 공략에 나서며 신규 이용자 확보에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뉴스 서비스 운영 방식을 놓고 정치권 및 언론사와의 갈등도 적잖다. 카카오가 최종적으로 다음을 매각할지에 대해선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한 관계자는 “최근에도 '좌표찍기(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집단이 기사에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아 여론전을 펼치는 행위)' 대응 관련으로 뉴스 담당자들이 국회에 소환되는 등 정치적 부담이 커진 것으로 안다"며 “사업 무게중심이 두 축으로 더 기울어진 점을 감안하면, 향후 2~3년 안에 정리하는 수순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귀띔했다. 이용자들 사이에선 통합 계정을 비롯, 인수합병을 통해 확보한 뉴스·카페·블로그·웹툰 등 다양한 콘텐츠 데이터와 고객정보를 향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2022년 10월 다음 계정 서비스를 폐지하고, 다음 아이디와 카카오 계정을 통합했다. 하나의 계정으로 양사의 서비스를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다음 아이디를 여러 개 보유하고 있던 이용자들이 혼선을 빚고 오류가 발생하는 등 불편을 겪은 바 있다. 실제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엔 “기껏 어렵게 통합한 후에도 일부 불편을 감수하고 이용해 왔는데, 앞으로 서비스 이용 절차가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어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정확한 분사 시점을 비롯해 세부안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다. 카카오 측은 “현재는 콘텐츠CIC 소속 직원들에게 분사 계획에 대해서만 공유된 단계로, 이후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어 시점을 확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후속 조치 방안은 지속 논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이상일, “ ‘3차원 디지털트윈 데이터 셋’ 구축...꼭 필요한 행정서비스 제공할 것”

용인=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용인특례시가 14일 지난해 기흥구와 수지구의 경부·영동 고속도로 일원에 시범 사업으로 구축한 '3차원 디지털트윈 데이터 셋'을 최근 시 전역(591.5㎢)으로 확대 구축했다고 밝혔다. 시 전역에 대해 3차원 디지털트윈 데이터 셋을 구축한 곳으로는 서울시를 제외한 기초지방자치단체로선 용인시가 처음이다. 시에 따르면 시는 2023년 국토교통부의 '디지털트윈 국토 시범 사업' 공모에 선정돼 기흥구와 수지구에 있는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 일원 약 37.4㎢에 디지털트윈을 기반으로 한 3차원 데이터 셋을 구축했다. 디지털트윈은 현실 세계의 공간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 미래를 예측하거나 대응하도록 돕는 기술로 국토 정보 부문에선 도시의 현재 모습을 가상으로 구현해 도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모니터링과 진단, 예측, 해결 방안 등을 도출하는데 이용할 수 있다. 이미 미국과 싱가포르, 영국 등에서는 미래 환경을 예측하고 도시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이 기술을 도입해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는 3차원 디지털트윈 데이터 셋을 통해 △다방향 항공 경사 카메라와 항공 레이저 센서 촬영 데이터 △3차원 건물 모델 제작 △수치표고모델 제작 △실감 정사 영상 제작 등 대규모 공간 데이터를 구축했다. 시는 구축한 데이터의 객관적인 신뢰성 검증을 위해 공간정보품질관리원의 공공측량 성과 심사에서 지난해 12월 적합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부터는 용인 행정 디지털트윈 플랫폼에 적용해 국공유지, 육교, 교량 등의 시설을 관리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시는 앞으로 도시계획 등의 심의 업무를 지원할 수 있도록 가시권·조망권 분석과 입체 조감도 기능 구현과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에 대비하도록 침수 상황 예측 모델 개발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이상일 용인특례시장은 “지난해 '2024 디지털트윈 소사이어티 컨퍼런스'에서 이미 용인특례시가 디지털트윈을 활용한 행정 역량이 그 어떤 지자체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인정받았다"며 “시 전역에 3차원 디지털트윈 데이터 셋이 구축된 만큼 이를 잘 활용해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sih31@ekn.kr

‘관세전쟁’ 격랑속으로… 韓 가전업계 ‘공장 이전’ 고민 깊어진다

미국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관세전쟁' 격랑이 우리나라 산업계를 덮치기 시작한 가운데 가전업계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삼성·LG전자가 세계 최대 소비 시장 미국에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공장은 대부분 멕시코·베트남 등에 있어서다. 월풀이나 제너럴일렉트릭(GE) 등 경쟁사들은 현지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는 터라 미국 정부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NICE신용평가가 시장 자료를 취합해 분석한 '미국의 관세부과가 한국 가전산업에 미칠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가전제품 소비 규모는 전세계에서 약 20%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점유율을 살펴보면 냉장고 29.5%, TV 21.1%, 세탁기 18.6%, 스마트폰 10.3% 등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삼성·LG전자의 2023년 합산 점유율은 냉장고 40%, TV 55.2%, 세탁기 40% 등이다.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전자(23%)가 애플(53%)에 이어 2위를 기록 중이다. 비결은 상품성이다. 현지 매체나 소비자단체가 진행하는 주요 평가에서 삼성·LG전자는 매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컨슈머리포트 최근 조사를 보면 삼성전자는 교반식(봉돌이) 세탁기·건조기 세트 부문에서, LG전자는 드럼 세탁기·건조기 세트, 통돌이 세탁기·건조기 세트 등 2개 부문에서 1위를 각각 차지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S25 울트라는 최신 스마트폰 성능 평가에서 2년 연속 왕좌를 지켰다.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세탁기를 제외한 대부분 가전 제품을 국내 또는 멕시코·베트남에서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특정 품목에 관세 부과를 예고할 경우 삼성·LG전자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삼성·LG전자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제품을 생산하지만 미국 기업 월풀과 중국에 인수된 GE는 미국 내에 공장을 갖추고 있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물량 대부분이 베트남에서 공급되지만 애플의 중국 수입 비중도 90% 이상이다. TV 경쟁 상대인 하이센스, TCL 등은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서 주로 제품을 만든다. 우리 기업들은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하고 있지만 적극적으로는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 관세 정책 방향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 현지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말 멕시코에서 만들던 냉장고 물량 일부를 국내로 돌렸다. LG전자는 멕시코에서 만드는 제품을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는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알려졌다. 업계는 트럼프 1기 당시 세탁기에 '긴급수입 제한조치'(세이프가드)를 발동했던 사례를 복기하고 있다. 당시 최대 50% 고율관세 부과가 예고되자 삼성·LG전자는 발빠르게 미국 내에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현지생산 전인 2015년과 후인 2023년 점유율을 비교해보면 삼성전자(15→19%)와 LG전자(15.5→21%) 모두 개선됐다. 관세전쟁이라는 악재가 오히려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특정 제품에 관세를 부과한다면 미국 기업이 버티고 있는 냉장고가 우선 사정권에 들어올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TV는 경쟁사들 행보를 지켜보며 우리 기업들이 선제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를 12일(현지시간) 시작하며 관세 전쟁 신호탄을 쐈다. 면세쿼터가 폐지되며 우리나라도 본격적으로 전쟁에 휘말리게 됐다. 미국은 다음달 2일 상호관세 발표도 예고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관세 관련 오락가락 행보를 보여 무역 시장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미국에 공장을 짓는 방안 등을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관세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자 “일관성이 없는 게 아니라 유연성"이라며 “(다음달 2일) 관세 시작 전까지 유연성을 유지하겠다"고 언급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TV, 냉장고 등을 미국에서 만들기로 결정한다 해도 라인을 조성하거나 공장을 만들어야 해 시간이 꽤 걸린다"며 “실제 관세가 부과된다면 소비자들이 제품 사재기에 나서는 현상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CA협의체 의장직 사임…“건강상 이유”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겸 CA협의체 공동의장이 건강 문제를 이유로 공동의장에서 물러난다. 이에 따라 협의체는 정신아 카카오 대표 단독체제로 전환된다. 13일 카카오에 따르면 김 창업자는 건강상 문제로 CA협의체 공동의장직을 사임했다. 협의체는 그룹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다. 사실상 경영 전반에서 손을 떼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김 창업자가 위원장으로 역임해 오던 경영쇄신위원회 활동도 마무리한다. 해당 기구는 그룹 계열사의 준법·윤리경영을 지원해 오던 곳으로 △준법과신뢰위원회 신설 △인적 쇄신 △거버넌스 개편 등을 이끌어 왔다. 다만 김 창업자는 그룹의 미래 전략을 수립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수행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김 창업자는 최근 방광암 초기 진단을 받아 당분간 수술·입원 등 치료에 집중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미 정 대표가 그룹 전체의 현안을 주도하고 있는 만큼 경영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주주 권익 보호” vs “경영 위축”…민주당 강행에 득실 논란

수 많은 논란 끝에 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상법 개정안은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확대하고, 주주총회 전자투표를 의무화하는 등 기업 지배구조 개혁을 주요 골자로 한다. 국민의힘과 경제단체들은 강하게 반대했으나, 과반 의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입법 강행으로 법안 처리가 진행됐다. 개정안 통과는 주주 권익 보호와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한 조치로 평가되지만, 재계는 소송 증가와 기업 경영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의 가장 큰 변화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를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기존에는 이사들이 회사의 이익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의 이익도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된다. 이에 따라, 경영진이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정을 내릴 경우 법적 책임을 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주주대표소송의 요건이 완화되면서, 기업 이사회가 보다 신중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대규모 합병, 유상증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투명한 거래 등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LG에너지솔루션 분사 등 대주주의 이익이 소수주주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법적 장치가 강화된 셈이다. 개정안은 또한 상장회사에 전자 주주총회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를 보다 쉽게 만들어 주주 참여율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의 주주총회는 물리적 공간에서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개인 투자자, 해외 주주 등은 의결권을 행사하기 어려웠고, 결국 기관 투자자나 대주주들의 영향력이 절대적으로 작용하는 구조였다. 전자 주주총회가 활성화되면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보다 원활해질 것으로 보인다. 장점이 많은 법안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기업들은 경영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시스템 구축 비용 부담과 주총 운영상의 혼란을 우려된다는 얘기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제인협회 등 경제단체들은 개정안이 “기업의 적극적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불필요한 경영 불확실성을 초래할 것"이라고 반발하는 상황이다. 특히, 재계는 주주대표소송의 증가를 주요 우려 사항으로 꼽고 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주들은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고 판단할 경우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경제단체들은 이러한 소송 리스크가 경영 판단을 위축시키고,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경영진이 소송을 피하기 위해 방어적 의사결정을 하게 될 가능성이 커서 결국 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게 경제 단체의 논리다. 그러나 소송이 무분별하게 증가할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많다.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려면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이사회가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사회에서 주주의 이익을 더욱 면밀히 고려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법적 책임이 강화된 만큼, 대주주 중심의 독단적인 경영 판단이 줄어들고, 투명한 경영 관행이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해외 주요 선진국에서도 유사한 법안이 시행되고 있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는 이미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충실의무 조항이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으며,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주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의 도입까지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이 행사 여부가 남아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정부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세부적인 운영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기업들도 향후 이사회의 책임 강화에 대비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주주총회 운영 방식도 변화가 예상된다. 전자 주주총회 도입으로 소액주주의 의결권 행사 비율이 증가하면, 기업 경영진과 기존 대주주들은 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제단체들은 개정안의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라도 기업들의 우려를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기업들이 불필요한 소송 리스크에 노출되지 않도록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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