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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로봇·ICT 기반 돌봄·교육 서비스 확대...연말까지 589대 스마트기기 설치

성남=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성남시는 21일 어르신과 아동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로봇과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맞춤형 돌봄·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 3단계에 본격 착수한다고 밝혔다. 시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시청 산성누리에서 '로봇활용 주민생활시설 돌봄 및 교육 서비스 확산 사업 3단계 착수보고회'를 열고 그 동안의 사업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운영 활성화 및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시에 따르면 '스마트빌리지 보급 및 확산 사업'은 복지관과 경로당 등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생활시설에 스마트기기를 보급해 누구나 쉽게 디지털 기술을 체험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는 올해 연말까지 복지관 및 경로당 96개소에 인지훈련 로봇, 화상회의 시스템 등 589대의 스마트기기를 추가 설치할 예정이다. 이와함께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900회 운영할 계획이다. 주요 제공 서비스로는 △ICT를 활용한 어르신 여가·복지서비스 △로봇을 활용한 인지훈련 △스마트 경로당 및 복지관 운영 △자율주행 방역관리 서비스 △로봇을 활용한 아동 교육 및 돌봄서비스 등이 있다. 특히 인지훈련 로봇은 어르신의 건강 상태를 비대면으로 측정하고 두뇌 활동을 돕는 콘텐츠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며 이외에도 가상체험 스포츠, 스마트테이블 등을 활용한 건강 증진 프로그램과, 아동 대상 코딩로봇 교실, 가상 스포츠 체험 등도 함께 운영된다. 복지관에서는 어르신을 위한 대면 교육 프로그램이, 경로당에서는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한 비대면 교육이 제공되어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다양한 여가·복지 교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이번 사업은 노인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구성된 'IT 시니어 프렌즈 사업단'이 경로당을 직접 방문해 1:1 로봇 사용법 등 스마트기기 활용 교육을 실시함으로써 디지털 역량 강화와 함께 일자리 창출이라는 이중 효과도 기대된다. 성남시 관계자는 “이번 보고회를 통해 수렴된 다양한 의견을 적극 반영해 교육 서비스의 질과 만족도를 높이고, 앞으로도 ICT 기술을 활용한 돌봄 및 교육 서비스를 확대해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스마트 복지 도시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2022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로봇을 활용한 주민 생활시설 돌봄 및 교육 서비스 확산'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돼 2025년까지 사업을 추진 중이며 지난해에는 157개소에 801대의 스마트기기를 설치하고 330회의 온·오프라인 여가·복지 교육 서비스를 운영한 바 있다. sih31@ekn.kr

대선 공약 키워드 급부상한 AI…세부 계획은 ‘안갯속’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후보별 공약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이 정책 키워드로 급부상하고 있다. 올 초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파동 이후 국가 차원의 기술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다만 공약 이행 로드맵과 투자 방식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내실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1일 정치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차기 대선에 출마한 여야 예비후보들이 '1호 공약'으로 AI를 전면에 내세웠다. 공통적으로 100조~200조원대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AI 인재 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힘을 싣는 게 골자다. 다만 접근 방식은 정부 주도와 민간 자율이라는 측면에서 차이를 보인다.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방향성은 전반적으로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통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하는 게 특징이다. △국가 AI 데이터 집적 클러스터 조성 △AI 단과대학 설립 및 병역 특례 △한국형 챗GPT 개발·무상 공급 △5대 첨단기술 분야를 위한 국가전략기술기금 조성 등으로 요약된다. 반면 국민의힘은 규제 완화를 통한 민간 주도 육성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AI 인프라 구축에 5년간 150조 원 투자 △AI 응용 분야에 대한 전략적 투자 △미래전략부 신설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확대 △규제 제로화 △정부의 사전 승인 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한 신산업 게이트 프리 제도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업계는 이들의 정책 방향성과 산업 육성 의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경쟁 양상이 과열됨에 따라 일각에선 포퓰리즘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너도나도 대규모 투자 공약을 던지고 있지만, 세부적인 투자 내용과 자금 마련 방안 등은 제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인재·스타트업 육성책 역시 투자 규모만 밝혀져 있을 뿐 어떤 방식으로 우수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구상이 없어 아쉽다는 평가다. 투자 방향이 생태계 조성인지, 인력 양성인지, 사업자 지원인지 모호하다는 것이다. AI 스타트업 관계자는 “AI가 국가 차원 의제로 떠오르면서 중요도가 높아진 모습인데, 향후 차기 정권의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라면서도 “천문학적 비용 투자를 강조했는데 재정 기반에 대한 논의는 없는 듯해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후보들이 공약으로 내세운 국가 펀드 조성의 경우 완료 시점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방식이 민·관 공동인지, 민간 자본을 펀드화하는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불명확하다는 점도 꼽힌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펀드 조성 후 투자 목표를 달성해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주요 국가에 뒤처진 상황을 고려하면 즉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데 펀드 조성까지 기다릴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공약 내용이 전반적으로 특별히 차별화되는 지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가운데 후보별로 △AI 인프라 구축 △인재 양성 △펀드 조성 △데이터 개방 중 한 곳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가 차원 산업으로 키우기 위해선 다차원적 전략과 지원이 필수적인데, 투자 규모를 뜯어보면 인프라 또는 인재·스타트업에 집중돼 균형 잡힌 생태계 형성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내세운 공약이 실질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체계적인 접근과 촘촘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낸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국내 AI 원천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은 병행돼야 하는 개념인데, 어느 한쪽을 우선순위로 잡고 비대칭적으로 추진되다 보면 이도 저도 안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두 가지 정책 방향성을 선두에 내세우면서 원천기술을 응용 서비스로 확산하는 방식으로의 정책 방향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LG전자, 텀블러 세척기 ‘마이컵’ 출시…B2B 영역 넓힌다

LG전자가 22일 '지구의 날'에 기업 간 거래(B2B) 신사업으로 육성 중인 텀블러 세척기 '마이컵(MyCup)'을 출시하며 B2B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마이컵은 카페, 사무실 등에서 일회용 컵 대신 간편하고 깨끗하게 텀블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세척해주는 제품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일회용 컵의 국내 사용량은 종이컵 172억개, 플라스틱 컵 59억개 등 총 231억 개에 달하며 약 1조원의 처리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마이컵에 디오스 식기세척기의 차별화된 세척·건조 성능과 다방향 세척 등 기술 노하우를 집약했다. 고객은 상황에 맞춰 3가지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30초 이내의 빠른 세척이 필요한 경우 '쾌속 코스'를, 커피나 유제품 등을 마신 후 보다 꼼꼼한 세척과 건조가 필요한 경우 '표준 코스(4분)' 혹은 '건조 코스(9분 50초)'를 선택하면 된다. 마이컵은 360°로 회전하는 세척날개와 65℃ 고압수로 텀블러 내·외부 및 뚜껑을 동시에 세척할 수 있다. 글로벌 인증기관인 'TUV 라인란드' 실험결과, 표준 코스 진행 후 대장균, 리스테리아, 살모넬라균 등 유해균 3종이 99.999% 제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의 폭은 23cm로 좁은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어 공간효율성이 뛰어나고, 제품 상단에 탑재된 12형 터치 화면에서는 맞춤형 광고를 재생해 활용도도 다양하다. 또 제품 외관 캐비닛과 투입구 커버, 터치화면 주변부 등 곳곳에 친환경 소재인 재생 플라스틱을 적용해 의미를 더했다. LG전자는 전문적인 제품 관리 및 점검에 대한 부담을 해결하는 B2B 구독 서비스와 전용 관리 앱도 함께 선보였다. 구독을 이용하는 고객은 3개월마다 전문 케어 매니저를 통해 △직접 관리하기 어려운 도어 하단 그릴, 세제와 린스 투입부 스팀 세척 △화면 터치부 동작 확인 및 외관 파손 점검 △세척조 내부 거름망 및 급수부 여과필터 교체 등 전문적인 관리 및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관리자는 전용 앱을 통해 기기 등록 및 이용 현황, 세제·린스 사용량 등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매장 방문 고객은 앱으로 주변에 제품이 설치된 매장 위치, 매장 내 현재 기기를 사용 중인 인원 현황 등도 확인 가능하다. 마이컵의 3년 구독 계약 기준 월 구독료는 9만1900원이다. LG전자는 스타벅스코리아와 손잡고 연내 전국 2000여개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 마이컵을 순차 설치할 예정이다. 양사는 다회용컵 사용 확산을 위한 협업의 일환으로 2022년 말부터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검증해 왔다. 이향은 LG전자 HS CX담당은 “식기세척기로 쌓아온 세척·건조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고객경험을 제공하는 마이컵으로 텀블러 사용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며 “새로운 B2B 신사업을 통해 구독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한컴-한시련, 시각장애인 웹 접근성 강화 맞손

한글과컴퓨터는 사단법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와 손잡고 웹 접근성 개선 협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21일 밝혔다. 양 기관은 시각장애인 사용자들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을 운영, 회사 클라우드 기반 오피스 서비스 '한컴독스'의 웹 접근성을 직접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실제 사용 환경에서 발생하는 불편사항·보완점을 도출하고, 단계적 기능 향상을 위한 개선 로드맵을 수립해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한컴은 그동안 시각장애인들의 한컴오피스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점자 변환 기술 개발, 스크린 리더 업체와의 협업, 음성인식 기반 문서 작성 기능 도입 등을 통해 시각장애인을 포함한 정보소외계층의 디지털 문서 접근성 개선을 추진했다. 한컴 관계자는 “기존 한컴오피스의 접근성 향상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이번 협력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의 웹 접근성까지도 크게 개선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글로벌 접근성 표준을 선제적으로 충족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협업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etm@ekn.kr

국제중재 다 이겨도…中 법 앞에선 무용지물

“국제중재도, 한국 법원 판결도 이겼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국산 게임 지식재산권(IP)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미르의 전설2'를 둘러싼 위메이드의 중국 내 로열티 분쟁이 1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위메이드는 싱가포르 국제중재소(ICC)와 대한상사중재원(KCAB)에서 모든 주요 분쟁 사건에서 승소했지만, 정작 중국 법원에서는 중재 판정의 집행이 지연되거나 무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위메이드는 지난 21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성취게임즈, 절강환유, 지우링 등 중국 게임사들과의 '미르의 전설2' 관련 국제 중재 판결 내용과 그간의 법적 대응 과정을 상세히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위메이드는 “수조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 판결을 확보했지만, 중국에서는 지금도 제대로 된 로열티 수령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위메이드는 2001년부터 중국 게임사들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미르의 전설2' IP를 제공해왔다. 대표적인 중국 파트너는 성취게임즈(구 상다게임즈)다. 그러나 중국에서의 폭발적인 흥행 이후, 로열티 미지급 문제가 발생했고 위메이드는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국제 중재 절차에 돌입했다. 이후 싱가포르 국제상공회의소(ICC)는 2023년 6월, 위메이드가 성취게임즈와 그 자회사인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제기한 중재 사건에서 위메이드의 손을 들어줬다. 판정부는 성취게임즈에 약 15억 위안(한화 약 3000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고, 액토즈에게도 이 중 절반인 7억 위안(약 1500억원)을 연대 책임으로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보다 앞서 2019년에는 절강환유를 상대로 한 또 다른 ICC 중재에서 약 960억원의 배상 판정이 내려졌고, 2020년에는 지우링을 상대로 KCAB에서 약 34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판정도 확보했다. 위메이드 측은 이들 금액을 모두 합치면 “총 3조 원이 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집행이다. 중재 승소 이후 위메이드는 중국 법원에 강제집행을 신청했지만, 대부분의 사건에서 집행이 이뤄지지 않거나 수년간 지연되고 있다. 특히 성취게임즈 사건의 경우, 위메이드는 2020년 ICC 판정 이후 중국 법원에 집행을 신청했지만 손해배상액 산정 지연을 이유로 신청을 철회했다가, 2025년 2월 다시 재신청한 상태다. 절강환유 사건은 더 직접적이다. 위메이드는 2019년 7월 중국 법원에서 강제집행 허가 결정을 받았지만, 킹넷(절강환유 모회사)이 해당 자회사의 수익을 모두 외부로 유출해 실집행이 불가능한 상태가 됐다. 이에 따라 위메이드는 2020년, 킹넷을 상대로 법인격 부인 소송을 제기했고, 2022년 상하이 고등인민법원에서 이례적으로 위메이드의 청구가 인용됐다. 그럼에도 2023년 8월 발급된 강제집행 결정 이후에도 집행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위메이드 측은 기자회견에서 “150억원 상당의 가압류 자금조차 중국 법원이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이는 국제중재제도의 실효성을 부정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위메이드가 지적한 또 다른 문제는 중국 게임사들의 유사한 계약 파기 및 책임 회피 패턴이다. 이들은 대부분 계약 체결 이후 초기 로열티 일부를 지급한 뒤, 게임 매출이 급증하자 로열티를 중단하고 매출을 외부로 유출시키는 방식으로 자산을 은닉했다. 위메이드가 상대로 삼은 절강환유, 지우링 등의 회사는 모두 중국 상장 게임사인 킹넷 네트워크 또는 그 자회사이며, 실질적인 IP 수익을 얻은 뒤 책임을 피하기 위한 법인 분리와 지분 변경 등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 법무실 관계자는 “킹넷 측은 지우링의 자산을 판정 전 매각해버리고, 자회사의 매출을 모두 회수한 뒤 책임만 회피했다"며 “이러한 계약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위메이드 측이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분명히 밝혔다. 위메이드는 문화체육관광부, 산업통상자원부, 게임산업협회 등과 접촉했으나 실질적인 조력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 위메이드 관계자는 “중국 게임사들이 한국 게임의 IP를 이용해 수익을 얻고도 계약을 지키지 않는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며 “정부가 최소한 중국 정부의 사법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를 요구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위메이드는 액토즈소프트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강제집행 승소를 받았으며, 중국 내에서 진행 중인 집행 절차에도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가압류된 자금조차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회수가 언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태민·강현창 기자 etm@ekn.kr

中 OLED 굴기에 韓 수성 ‘비상’…점유율 격차 매년 줄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강국' 한국이 위기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글로벌 OLED 시장에서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패널로 분류되는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OLED와 자동차용 OLED 등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지며 국내 업체들의 수성 전략도 시험대에 올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이 주도해온 OLED 시장의 지형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글로벌 OLED 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한국 81.3%, 중국 17.9%였지만, 2024년에는 한국 67.2%, 중국 33.3%로 격차가 크게 좁혀졌다. 2년 새 양국 간 점유율 차이는 63.4%p에서 33.9%p로 30%p 가까이 축소됐다. 특히 스마트폰 OLED 시장에서 중국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2022년 한국은 75.3%의 점유율로 중국(24.4%)을 크게 앞섰지만, 2024년에는 한국 54.4%, 중국 45.5%로 격차가 8.9%p까지 좁혀졌다. 스마트폰 OLED는 전체 OLED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년 기준 스마트폰 OLED 매출은 418억1000만달러(약 59조3953억원)로, TV·IT·자동차용 OLED 매출(94억7300만 달러·약 13조4573억원)을 압도했다. 이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다면, OLED 전체 시장에서도 우위를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업체의 점유율 하락에는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약진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작년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순위에서 1위 애플, 2위 삼성에 이어 3~7위는 모두 중국 기업이 차지했으며, 이들은 자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와 함께 중국산 OLED 패널 채택 비중도 늘리고 있다. 더 큰 위협은 국내 기업이 사실상 독점해왔던 프리미엄 OLED 시장까지 중국이 침투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LTPO OLED다. 이 기술은 고해상도, 저전력 특성으로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주로 적용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2022년 LTPO 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98.5%에 달했지만, 지난해 중국은 25.6%까지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본격적인 위협 요인으로 부상했다. BOE 등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는 내수 시장을 발판 삼아 OLED 기술력 강화와 대량 양산 체계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해는 BOE가 아이폰용 LTPO OLED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현재까지 BOE는 애플에 LTPO 대비 사양이 낮은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만을 공급해왔지만, 공격적인 단가 전략을 앞세워 중저가 라인업 공급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BOE가 기술력 측면에서 여전히 일부 한계가 있지만, 애플의 패널 공급처 다변화 정책과 맞물릴 경우 LTPO OLED 공급망 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의 독점 구도는 더욱 흔들릴 수 있다. 차세대 성장 시장인 자동차용 OLED에서도 중국의 존재감은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2024년 자동차 OLED 시장은 전년 대비 47.9% 성장해 전체 OLED 품목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정부는 노후차 교체를 유도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을 통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지리, 상하이자동차, 니오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내수 수요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자동차 OLED 채택도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는 “중국 기업의 시장 진입 확대로, 지난해 한국 기업의 자동차 OLED 점유율은 전년 대비 5.5%p 하락한 76.1%를 기록했다"며 “올해도 중국의 추격은 한층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기술력이 여전히 한국에 비해 열위라는 평가도 있지만, 격차는 점점 좁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OLED 시장 내에서 스마트폰, 프리미엄, 자동차까지 중국의 전방위적인 추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기술 고도화와 생산 효율화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기술 격차가 존재하지만, 중국의 추격 속도가 빠른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압도적인 기술력으로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기술 초격차 확보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문서 스캐너 시장 성장세···日기업, 韓 공략 속도낸다

엡손, 캐논, 브라더 등 일본 기업들이 우리나라 문서 스캐너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사양산업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디지털전환 등 수요가 생기며 규모가 커지고 있어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엡손은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을 통해 한국에 문서 스캐너 신제품을 계속 선보이고 있다. 평판, 휴대용, 급지평판형, 급지형 등 4개 카테고리를 갖추고 B2B 영업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엡손은 대표 제품 'ES-580W' 등을 통해 B2C 영역에서도 존재감을 발산하고 있다. 북스캐너 ES-580W는 책, 문서 등을 편리하게 디지털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수험생·학습자에게 한층 편리한 환경을 제공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무거운 전공 서적을 e북으로 만들어 휴대성을 높일 수 있다. 제품에 4.3인치 터치 스크린이 탑재돼 PC 연결 없이도 작업이 가능하다. 시장조사기관 IDC 보고서를 보면 엡손은 지난해 국내 문서 스캐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출하량 기준 45.8%로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캐논의 추격도 거세다. 캐논은 지난 2월 사무용 문서 스캐너 신제품 'DR-S350NW'를 국내 시장에 출시했다. 기업, 공공기관, 교육기관 등 다양한 사무 환경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단면 기준 분당 50매, 양면 100매의 초고속 스캔이 가능하다. 일 권장 사용량이 최대 9000매에 달해 강한 내구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 고객 니즈에 맞게 다양한 편의 사양을 적용한 것도 눈에 띈다. 캐논은 신제품에 스캔 시 백지 용지를 자동 감지해 저장하지 않는 기능, 자동 흑백·컬러 검지 기능, 원고 기울어짐 보정 기능 등을 장착했다. 브라더는 지난해 휴대용 무선 스캐너 2종을 한국에 선보였다. 최소 1.37kg의 가벼운 무게로 휴대성을 강조한 제품이다. 스캔 속도를 A4용지 기준 최대 30ppm/60ipm으로 높여 편의성을 극대화했다고 업체 측은 설명했다. 스마트폰과 와이파이 연결을 지원해 외부에서도 스캔 및 저장·공유 작업이 가능하다. 문서 스캐너 시장은 제품군이 워낙 다양하고 세부적인 특성이 달라 그 규모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지만, 성장세는 분명 뚜렷하다는 특징이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는 지난해 전 세계 문서 스캐너 시장이 60억1900만 달러(약 8조5500억 원) 규모라고 추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7.2% 성장해 107억6000만 달러(약 15조30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2023년 기준 매출액이 33억 달러(약 4조7000억 원)라고 계산했다. 2032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4.7%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 규모 등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시장 크기는 수천억 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결은 '디지털전환'이다. 페이퍼리스(paperless, 종이가 없는) 시대를 맞아 프린터 수요는 줄지만, 반대로 스캐너를 찾는 경우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교육, 금융 등 다양한 산업에서 디지털전환 업무가 가속화되며 시장 성장세가 유지되는 모습이다. 각종 자료를 클라우드로 연동하는 경우에도 스캐너 활용 사례가 늘고 있다. 성장이 예고된 곳이지만 앞으로도 과실은 일본 기업들이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7년 프린터 사업부를 HP에 매각한 이후 시장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복합기, 프린터 등으로 유명한 신도리코를 제외하고는 중소·중견기업 중에서도 자체 기술을 갖춘 경우가 드물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캐너 시장은 성장성이 보인다 해도 이미 경쟁하는 업체들이 많아 새로운 사업자에게는 진입장벽이 높게 느껴질 것"이라며 “다양한 제품군을 이미 확보해둔 (일본) 업체들이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한미반도체는 어떻게 ‘슈퍼 을’이 됐나

한미반도체는 2017년 세계 최초로 고대역폭메모리(HBM) 공정용 장비인 TC본더(Thermal Compression Bonder)를 상용화한 이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구축해왔다. 특히 SK하이닉스와 긴밀한 협업 구조를 통해, 공급사임에도 고객사의 후공정 생산공정에 깊이 관여하는 '슈퍼 을'로 불려왔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러한 구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SK하이닉스가 한화세미텍과 신규 TC본더 계약을 체결하며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자, 한미반도체가 대응 차원에서 가격 인상과 엔지니어 철수를 통보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급히 한미반도체 달래기에 나섰다고 전해지지만 산업 구조의 변화는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많다. 한미반도체가 '슈퍼 을'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단순한 기술력 이상의 구조적 요인이 작용했다. 특히 SK하이닉스와의 거래 구조는 일반적인 벤더-클라이언트 관계와 크게 달랐다. SK하이닉스가 주요하게 생산하는 HBM은 고성능 AI 연산용 반도체다. 열과 전기적 연결을 모두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난이도 공정이 요구된다. 여기에 쓰이는 TC본더는 기존의 와이어 본딩(Wire Bonding) 방식과는 달리, 다이(die)와 인터포저(interposer)를 고온·고압 조건에서 정밀하게 정렬 압착하는 장비다. 이 때문에 초기부터 장비 개발과 공정 세팅, 양산 품질 확보까지 고객사와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와 2016~2017년 사이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HBM용 TC본더를 시장에 처음 도입했으며, 이후 2년 이상 SK하이닉스 후공정 Fab 내에 엔지니어를 상주시켜 실시간 공정 지원과 품질 개선 작업을 이어왔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고객사의 사양 변경 요구를 수시로 반영하고, 장비 성능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조정하는 등 일반적인 공급사 범위를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한미반도체가 개발한 TC본더는 경쟁사 제품에 비해 공정 정밀도가 높고, 라미네이션 오차가 ±3μm 이내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고층 구조의 HBM에서 발생할 수 있는 누적 오차를 줄여 수율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가 2021년 HBM2E 양산을 세계 최초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한미반도체의 TC본더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2022년부터 HBM3, HBM3E로 생산 라인을 확장하면서도 TC본더는 계속 한미반도체 제품 중심으로 운용해 왔다. 현재도 SK하이닉스는 HBM 공정에서 대부분 한미 TC본더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공정 연속성 차원에서 즉시 대체 가능한 기술적 대안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수치로도 이 구조는 드러난다. 한미반도체의 2024년 TC본더 관련 매출은 전체 매출 5589억원 중 약 85%를 차지했으며, SK하이닉스향 공급 비중은 약 60%에 달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영업이익은 2554억 원으로 전년 대비 6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5.7%에 달했다. 한미반도체는 고객사 전용의 맞춤형 장비 개발과 품질 안정화 작업을 수년간 단독으로 수행하면서 기술적 진입장벽을 세우는 동시에, 고객사의 공정운영에까지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구조를 형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사가 Fab 운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며 “이는 전형적인 '슈퍼 을' 구조"라고 평가했다. 반면, 다른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특정 장비사에 대한 의존을 지양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마이크론은 HBM3E 라인 구축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를 포함해 ASMPT(싱가포르), K&S(미국) 등 최소 3개 업체와 동시 검증을 진행 중이다. 이는 특정 벤더에 기술 조건을 좌우당하지 않고, 라인별·세대별로 최적 장비를 선택하려는 전략이다. TSMC는 BESI, ASMPT, K&S 등 복수 장비사와 협업해 패키징 공정 장비를 다원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SoIC(3D 패키징) 공정에서는 장비 개발 단계부터 복수 업체에 기술을 공유하고, 병렬 테스트 후 성능이 가장 우수한 장비를 도입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 역시 자회사 세메스를 비롯해 일본 신카와, 토레이 등과 거래하며 멀티 벤더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기술 독립성과 가격 협상력 확보를 위해 독점 구조보다는 다원화된 공급망 전략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SK하이닉스는 2024년 말부터 ASMPT, 한화세미텍 등 복수 벤더로부터 TC본더 공급 가능성을 타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한화세미텍은 2025년 초 SK하이닉스로부터 약 420억원 규모의 TC본더 수주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에 대해 한미반도체는 공급 조건 조정을 요구하며, 기존 장비 단가를 인상하고 공정에 상주하던 엔지니어를 철수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SK하이닉스는 고위급 임원이 직접 한미반도체 측을 만나협의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는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가 멀티 벤더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한미반도체도 고객다변화에 나서고 있는 만큰 고객사의 공급다변화를 비판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한미반도체의 차세대 모델은 2025년 중으로 마이크론 등 해외 업체에 공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한미반도체는 여전히 TC본더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HBM4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서도 강점을 유지 중"이라며 “단일 고객 기반의 '슈퍼 을' 지위를 지속하기는 산업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힘들다는 점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분야의 최고 '갑' 엔비디아도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으로 공급을 다변화하고 삼성전자도 이에 도전하고 있다"며 “기술 경쟁력은 인정받되, 공급 구조는 보다 유연하게 대응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사기는 살인”…10년 넘게 금융범죄 추적한 변호사의 ‘일갈’

“사기는 살인이다. 사기 피해자들은 가정이 파탄나고, 자살한다." 이민석 변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는 지금도 수만, 수십만 명의 피해자가 고통받고 있는 대규모 금융사기 사건들 사이에서, 피해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모아 사회에 외치는 '대변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그가 활동하는 “금융피해자연대"는 피해자만 1만 명 이상, 피해액이 1조원을 넘는 사건들만 모아 구성한 단체다. 피해자들의 연대는 단순한 소송단을 넘어 “사회적 연대체"의 성격을 띠고 대규모 금융범죄에 맞서 활동 중이다. 이 변호사는 20일 에너지경제와 만나 인터뷰를 통해 “키코, MBI, KOK, IDS홀딩스, 밸류인베스트코리아, ICC-FVP 등 수많은 사기 사건 피해자들이 금융피해자연대에 속해 투쟁 중"이라며 “이들 사건은 피해 규모만 30조원을 넘는다"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기 사건들에서 단순한 개인의 탐욕이 아닌 “구조적 배경"을 지적한다. “천문학적인 피해를 낳는 금융사기에는 반드시 비호세력이 존재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이런 규모의 피해가 반복될 수 있었겠나?"라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이어져온 수사와 재판, 제도의 빈틈을 지적하는 발언이다. 실제로 그는 IDS홀딩스 사건을 예로 들며 정치권과 사법기관, 수사기관이 얽힌 구조를 비판했다. IDS홀딩스는 FX마진거래 고수익·원금 보장을 내세워 약 1만2000명에게서 1조1000억원 가량을 편취한 대규모 폰지 사기다. 그는 “IDS홀딩스 창립 행사에 변웅전 전 자유민주연합 대표, 경대수 전 새누리당 의원이 동영상 축사를 했고, 이우현 의원은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유죄가 확정됐다"며 “서울경찰청 소속 경찰이 IDS홀딩스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징역 5년을 선고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 정관계의 그림자와 연결된 복합 범죄라는 것이다. 이민석 변호사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건도 지적했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무인가 상태로 크라우드펀딩 방식 벤처 투자를 빙자해 약 3만 명에게 7000억원 이상을 불법 유치했다. 그는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사무실에서 유시민, 도종환, 이재정, 변양균 등이 강연을 했고, 김창호 전 국정홍보처장은 대표 이철에게서 6억원대 불법정치자금을 받아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고 밝혔다. MBI의 경우엔 인천경찰청 경감의 부인이 근처 사무실을 차려 다단계 모집을 했다. MBI는 말레이시아 기반 국제 금융 다단계 사기로, 가짜 광고권과 GRC 토큰 투자를 미끼로 국내에서만 약 10만명에게 5조원대 피해를 입혔다. KOK도 비호세력의 의혹이 짙다. KOK는 K-콘텐츠 플랫폼 투자를 빙자한 암호화폐(KOK 토큰) 다단계 폰지 사기로, 전 세계 180만명 이상(추산)에게 약 4조원의 피해를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변호사는 KOK 행사에 국회 상임위원장 자격으로 노웅래 전 의원이 축사를 한 사실도 언급했다. 그는 “이러한 비호세력은 수사의 외압이 되기도 하고, 그 자체로 사법시스템을 부패하게 만든다"고 경고했다. 그의 주장은 통계로도 뒷받침된다.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한 해에만 사기 범죄는 34만7901건 발생했고 피해액은 30조원에 달했다. 그는 “정부에 범죄 척결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일갈했다. 사기 수법은 해마다 진화해왔다. 그는 조희팔의 상품 다단계 사기에서 시작해, IDS홀딩스와 VIK의 금융 다단계, 라임 옵티머스의 사모펀드형, 그리고 KOK나 시더스그룹 같은 코인형 사기에 이르기까지 그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 변호사는 “최근에는 코인이나 토큰을 이용한 금융 다단계 사기가 폭증하고 있다"며 “KOK는 실체 없는 K-콘텐츠 사업을 빙자해 KOK 토큰을 배포하며 사기를 쳤고, 시더스그룹은 해피캐시, 쇼핑캐시를 이용한 유사한 수법을 썼다"고 설명했다. 그는 MBI의 구체적인 사기 방식을 언급하며, “엠페이스 광고권을 1구좌당 650만원에 구매하면 1년에 두 번 1.5배씩 증액된다며, 허구의 광고권과 GRC라는 토큰을 연계해 사기를 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사기 방식은 이름만 바꾸어 계속 반복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범죄를 가능케 한 법과 제도의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무기력한 수사 시스템'과 '솜방망이 처벌'을 동시에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도 검찰은 '증거를 가져오라'는 식이고, 고소장이 접수되기 전엔 수사조차 안 한다"며 “수사는커녕 범죄예방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구체적인 예도 제시됐다. 그는 “90만 명 피해, 4조원대 사기 사건인 KOK 사건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울산지검으로 갑작스럽게 이송된 것 자체가 축소수사 의도"라고 주장했다. 또 “IDS홀딩스 김성훈 대표가 1조원대 사기로 재판을 받던 중에도 공범과 검사실에서 27억원의 범죄수익 은닉을 공모했음에도 검찰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며 “법원과 검찰이 사기의 공범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그의 해법은 명확하다. 첫째, 전국 단위의 검경합동 통합수사본부 설치. 둘째, 범죄단체조직죄를 적극 적용해 조직 전체를 처벌할 수 있는 기반 마련. 셋째, 범죄수익 환수 제도의 강화다. 그는 “범죄수익금이 공범이나 정관계 비호세력에게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소된 자의 재산은 모두 몰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단체조직죄에 대해 “사기조직을 범죄단체로 보아야 상층부터 말단까지 일괄 처벌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직원 중 일부만 기소되면, 나머지는 여전히 다단계 사기업체 이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간다"고 지적했다. 양형기준 개혁도 절실하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피해자 50명에게 50억원을 사기쳐도, 한 사람에게 50억원을 사기친 사람보다 낮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미국처럼 총 피해액 기준으로 형량을 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병과주의'와 '가중주의'의 차이를 설명하며 “권도형이 한국행을 희망한 건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그는 “IDS홀딩스 김성훈은 1조원을 사기치고 징역 15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이철은 징역 14년 6월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의 메이도프는 징역 150년을 선고받았다"고 했다. 이 변호사는 법원, 정치권, 언론을 향해서도 비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사법부는 사기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기를 당하면 가정은 파탄나고 심지어는 자살까지 이른다. 사기는 살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법원에서는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판결이 나온다"며 “IDS홀딩스 사건으로 50여명이 넘는 자살자가 나온 것을 법원은 알고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언론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는 “언론은 피해자들이 보고 안심하고 투자하게 만들 정도로 사기를 홍보해줬다"며 IDS홀딩스나 KOK 사례를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공영방송에서 문제를 지적한 지 한 달 만에 다른 언론은 품질대상 상패를 안겨주기도 했다"고 말해 언론의 무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사기업체를 홍보하는 언론보도 때문에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하다가 피해를 입었다"며 “기자 개인이 쓴 기사가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사회가 많이 썩었다고 하더라도 굴러가는 이유가 있다. 소수지만 신념을 가지고 투쟁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작은 물결이 큰 물결이 되고, 결국 사회를 바꾸는 건 국민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경콘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참여기업 모집

경기=에너지경제신문 송인호 기자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경콘진)은 21일 도내 문화기술 기업의 콘텐츠 유통 활성화를 위해 '2025년 문화기술 콘텐츠 유통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내달 21일까지 참여 기업을 모집한다고 밝혔다. 경콘진에 딸르면 이 사업은 제작이 완료된 문화기술 콘텐츠의 유통을 지원해 도내 기업의 국내외 시장 진출 및 판로 개척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총 5개사를 선정해 각 3000만원씩, 총 1억 5000만원 규모의 유통 자금과 함께 유통 전략 수립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선정 기업에게는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과 연계한 하반기 성과 전시 및 시연 기회도 함께 제공된다. 올해도 총 5개사를 선정하여 오는 7월부터 10월까지 본격적인 유통 활동을 지원하며 기업별 유통 계획에 따라 맞춤형 컨설팅, 후속 유통 파트너 매칭, 경기 콘텐츠 페스티벌 내 전시 및 홍보 기회 등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이 사업을 통해 추진한 대표 사례로는 △Dome screen VR 콘텐츠 '우주고양이 키츠'의 글로벌 홍보(크리에이티브섬) △IP 기반 콘텐츠와 롯데백화점 굿즈 기업이 연계한 팝업스토어 운영(샵팬픽) △AR 앱 '듀윙'을 활용한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 교육 행사(이한크리에이티브) △제스처 기반 반응형 영상 기술을 활용한 인터랙티브 전시 콘텐츠(온즈) △XR 시어터 기반 이머시브 연극 (파란오이) 등이 있다. 이와함께 경콘진은 가상융합·신기술 분야 유망기업에 육성 프로그램 및 투자유치를 지원하는 '2025년 엔알피(NRP. Next Reality Partners) 기업육성' 참여기업을 내달 15일까지 모집한다. 이번 '엔알피(NRP) 기업육성' 사업은 총 16개사를 선발해 최대 3천만 원씩 총 4억원의 사업화 자금과 함께 전문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가 운영하는 성장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 중 투자유망 기업들에는 엑셀러레이터의 연내 합산 3억원 이상 직접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성장지원 프로그램은 지원기업의 투자유치 확대를 위해 기업 맞춤형 진단, 투자사 멘토링,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컨설팅, 투자라운드 등으로 구성했다. 특히 올해는 투자유치 단계별 특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 '시드(Seed)'단계, '프리A(Pre-A)'단계로 구분해 운영한다. 시드단계 프로그램은 ㈜리벤처스, 프리A 단계는 ㈜더넥스트랩이 각각 운영한다. 지원기업은 참가신청 시 투자단계를 고려해 희망하는 엑셀러레이터를 선택해 신청하면 된다. 사업 참여 자격은 메타버스, 가상‧증강‧확장현실(VR/AR/XR), 인공지능(AI) 등 가상융합 및 신기술 분야 중소기업으로, 경기도내 주소지(본사, 지사)를 두고 있거나 이전 예정인 기업이다. 엔알피 사업은 도내 콘텐츠 기업의 투자유치 활성화를 위해 경콘진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연계 운영된다. 이번 지원기업 모집 또한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과 통합해 진행된다. 경기 레벨업 프로그램은 콘텐츠 유망기업에 투자 의향을 가진 투자파트너사들과 업무협약을 통해 단계별 성장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신청은 내달 15일까지 전자우편을 통해 접수 가능하다. 배영상 경기도 디지털혁신과장은 “엔알피 기업육성 사업은 도내 미래콘텐츠 분야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올해도 많은 기업의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sih3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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