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단독] 대한항공, RR 엔진 정비 라이센스 확보…아태 MRO 허브 도약 노린다

대한항공이 영국 중공업 회사 롤스로이스(RR plc)의 항공기 엔진 정비 권한을 따내 직접 정비에 나선다. 인천 영종도에 세우는 새로운 엔진 정비 공장에서는 연간 정비 가능 물량을 대폭 늘리고, 타 항공사들로부터도 본격 수주해 아시아·태평양 항공 정비의 메카로 떠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정비본부 정비훈련원은 지난 22일 항공·엔진 정비 기술 훈련생 모집 온라인 설명회를 개최했다. 현장 관계자는 “프랫 앤 휘트니(PW)·제너럴 일렉트릭(GE)에 이어 RR plc 트렌트 엔진까지 정비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올해 3월 대한항공은 항공기 엔진 정비 역량을 확충하고 항공 정비·수리·분해 조립(MRO, Maintenance·Repair·Overhaul) 사업을 확장하고자 인천 중구 운북동(영종도) 부지에 신 엔진 정비 공장 건립 계획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당시 대한항공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A350-900의 RR plc 트렌트(Trent) 엑스트라 와이드 바디(XWB) 엔진 등에 대한 타당성 검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이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내놓은 셈이다. 통상 RR plc는 자사 엔진을 직접 또는 라이센스를 받은 지역 거점의 파트너사의 지정 공장에서만 정비가 가능하도록 하는 '토탈 케어' 정책을 고수하기로 유명하다. 현재 전세계 트렌트 엔진의 약 90%가 토탈 케어 계약 대상이고, 이를 보유한 항공사들은 엔진 비행 시간당 일정 금액을 RR plc나 파트너사에 지불하는 방식으로 엔진을 관리하고 있다. 한편 경우에 따라서는 RR plc과의 협상을 거쳐 에어프랑스-KLM 그룹처럼 엔진에 대한 정비 권한을 획득할 수도 있다. RR plc는 고객사가 직접 엔진 MRO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파운데이션 서비스'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는 RR plc 엔진 보유 항공사가 직접 제반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 옵션으로, 토탈 케어나 '셀렉트 케어'보다도 더 많은 자율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자체 MRO 역량을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한 요구 사항에 맞춰 엔진을 직접 관리하고자 하는 항공사나 운영자에게 적합하다. 올해 5월 기준 대한항공은 정비본부 산하에 3121명의 인력과 △운항 점검 정비 공장(인천·김포) △김해 중정비 공장(부산) △엔진 정비 공장(부천) △전자 보기 정비 공장(부산) 등 자체 정비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를 종합하면 대한항공은 RR plc로부터 엔진 취급 인가를 받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또한 대한항공이 올해 3월 에어버스에 33대를 주문한 A350 계열 항공기들은 모두 RR 엔진만 탑재할 수 있도록 계약이 돼있다. 이 점을 감안하면 이사회가 엔진 제작사와 사전 협상을 마쳤을 것이라는 항공 엔진 전문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종래까지 대한항공은 프랫 앤 휘트니(PW)의 PW4000 시리즈와 GTF 엔진, 제너럴 일렉트릭(GE)와 스네크마의 합작사인 CFM 인터내셔널(CFMI)의 CFM56, GE의 GE90-115B 엔진 등 총 4개사 6종에 대한 오버홀 정비를 수행할 수 있었다. RR plc까지 추가됨에 따라 이로써 대한항공은 '글로벌 빅 3' 엔진 메이커 제품을 다 다뤄볼 수 있게 돼 종합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역량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대한항공은 앞으로 GE의 GEnx 시리즈와 CFMI의 LEAP-1B를 포함, 정비 가능한 엔진 모델을 총 9종으로 늘릴 방침이다. 또한 연간 엔진 정비 능력을 100대에서 360대로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2004년부터 자회사 진에어를 포함한 국내 항공사 일부와 델타항공·중국남방항공 등 해외 항공사의 엔진 수주 이력도 있는 만큼 향후 10년 간 성장률이 22.5%에 달할 아시아·태평양 항공 엔진 MRO 시장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국내 항공사들이 해외에 엔진 정비를 맡기면 조건에 따라 50억~300억원 가량 지불해야 한다. 이와 같은 수요를 끌어들이면 연간 1조2000억원에 달하는 국부 해외 유출 방지 방지·일자리 창출·부품 국산화 등 규모의 경제 논리에 따라 부가 가치 창출도 도모할 수 있어 경제적 파급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항공 자회사 'SIA EC'·델타항공 테크 옵스·루프트한자 테크닉스 등 유수의 정비 실력자들에 필적하는 수준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있어 대한항공 MRO 사업의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HD현대, 그룹 임원인사 단행…74명 승진·선임

HD현대가 25일 2024년도 임원인사를 실시했다. 지난 14일 발표한 사장단 인사에 이은 후속 임원인사로 모두 74명이 승진·선임됐다. 이날 인사에서 HD현대일렉트릭 이창호 전무 등 5명이 부사장으로, HD현대중공업 윤훈희 상무 등 24명이 전무로 각각 승진했으며, HD현대사이트솔루션 김동목 수석 등 45명이 상무로 신규 선임되었다. HD현대 관계자는 “급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조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사업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유능한 인재들을 발탁, 중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HD현대는 임원인사에 이어 다음 달 중순 이틀간에 걸쳐 전 계열사 사장단이 참여하는 '2025년 경영계획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내년도 사업계획과 구체적인 실행 로드맵을 확정해 그룹의 미래전략을 가속화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김승연 회장의 승부수 한화오션 10년 만에 공모 성공… ‘조선업 2위 ’순항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수로 평가받는 한화오션이 내년부터 확실한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피인수 인후 10년 만에 공모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이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내년부터 미국 해운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을 확대해 국내 조선업계 2위 탈환에 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24일 조선 및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피인수 이후 첫 공모 회사채 발행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한화오션은 지난 19일 500억원 회사채 발행을 위해 수요 예측을 진행한 결과 목표액을 크게 웃도는 수요를 확보했다. 18개월물 200억원에는 1470억원이, 24개월물 300억원에는 273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기였던 2015년 3500억원을 조달할 것을 마지막으로 공모시장을 찾지 않았다. 그동안 산업은행 등 채권단 산하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사실상 산업은행의 지원 이외에 자금 조달 통로가 마땅치 않았다. 이에 지난 2022년 9월 한화그룹이 인수할 때만하더라도 한화오션의 이른 반등을 예상하는 전문가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이연법인세 등 일회성 요인의 덕에 12분기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는 일회성 요인 없이도 흑자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두 차례 진행된 유상증자를 통해 3조5000억원 가량을 투자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승부수가 예상보다 훨씬 신속하게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들은 특히 내년부터 한화오션의 급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과거부터 국내에서 MRO 사업에서 1위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중국과의 해양패권 경쟁이 갈수록 격화하는 상황에서 미군의 해군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취임 이후 해운 함정 노후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산업 1위인 한국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글로벌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약 78조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미 해군 MRO 시장 규모만 20조원이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 해군이 현재 운용 중인 함정의 80% 정도가 2010년 이전 진수됐다. 이에 MRO 수요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지만 미국은 MRO를 진행할 만한 조선소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해외에서 파트너를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글로벌 조선산업을 양분하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으로 꼽힌다. 경쟁자인 중국에 해운 함정을 맡길 수 없다보니 한국 조선사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트럼프는 미 대선 결과가 알려진 직후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 해군 함정 MRO 사업을 강조하며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화오션은 그룹 차원에서 함정 MRO 사업에 대한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올해 6월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필리조선소를 약 1380억원에 인수해 미국 상선 및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지난 8월에는 통상 1년이 소요되는 미 해군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SRA)을 7개월로 단축하며 기술력도 입증했다. 한화오션은 이미 트럼프 취임 전부터 연이어 수주 소식을 알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 8월 국내 조선소 최초로 4만t(톤) 규모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쉬라호의 MRO 사업을 따낸 데 이어 이달 미 해군 급유함인 유콘함의 MRO 사업까지 수주했다. 반면 국내 조선업계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중공업은 '트럼프 특수'에서는 한발 비껴나 있다. 아직 MRO 사업에 뛰어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조선업계 일각에선 트럼프 임기 동안 한화오션이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업계 2위를 탈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MRO 사업 이외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 등에서도 한화오션이 삼성중공업에 앞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한화오션이 트럼프 특수 상황에서 한화그룹의 지원까지 톡톡히 받고 있어 삼성중공업을 따라잡을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법원, APU 제기 ‘아시아나항공 화물 매각 중지’ 가처분 각하…M&A 박차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국적 대형 항공사 간 기업 결합 승인의 전제 조건인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며 제기한 가처분을 재판부가 수용하지 않았다. 이로써 국내에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장애물은 모두 치워져 대한항공 주도의 통합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김우현 서울남부지방법원 민사 합의 51부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APU가 아시아나항공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을 각하했다. '각하'는 '기각'과는 달리 소송의 형식적인 요건 조차 갖추지 못해 청구 자체에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배척하는 처분이다. 이는 부적절한 소송을 걸러내 법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불필요한 소송 진행을 방지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APU는 지난달 28일 서울남부지법에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을 승인한 이사회의 결의가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해 11월 2일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윤창번 김앤장 법률 사무소 고문은 이사회에서 화물본부 매각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이 점을 APU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인데, 이유는 김앤장이 종래까지 대한항공에 기업 결합 관련 법률 자문을 제공해와서다. 이를 근거로 APU는 윤 고문이 대한항공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윤 고문이 상법 해석과 대법원 판례에 입각하면 의결권 행사에 제한이 있는 '특별 이해 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아울러 APU의 주장에 따라 이사회 결의 효력이 정지된다 한들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에 기업 결합 최종 승인을 얻고자 경쟁 제한성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시정 조치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은 번복되지 않아 가처분 실익 또는 다툼이 있는 권리 관계가 없다고 부연했다. 양측의 의견을 살펴본 김 판사는 APU의 가처분 청구 내용이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본안을 심리하지 않은 채 재판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 사측은 “법원 결정을 환영한다"며 “기업 결합이 원활히 끝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앞서 리아 주버 EC 경쟁 부문 대변인은 지난 21일 “티웨이항공이 티웨이항공이 인천-바르셀로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 4개 노선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운항편을 띄워야 한다는 조건을 채웠고, 향후 두 시즌이나 2025년 10월까지 해당 노선에서 서비스를 위한 항공권을 판매해야 하는 요건도 만족했다“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에 명시됐던 여객 부문 시정 조치를 충족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다른 시정 조치 사안이라고 언급한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에 관해서는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품게 될 에어인천에 대한 현장 실사 등 매수인 평가를 하고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이 끝났다는 게 중론이다. 미국 연방 법무부(DOJ)는 반 독점법(셔먼법)을 근거로 소송을 위한 증거 수집 절차에 착수조차 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승부수는 만 4년 여 만에 성공적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원태의 아시아나 인수 선언 4년… 화색 도는 대한항공 우기홍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티웨이항공의 역내 노선 운항에 대한 안정성 평가를 마친 가운데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에 대한 최종 승인이 한발 앞으로 다가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런 만큼 정식 승인을 받게 되면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아시아나항공 근로자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리아 주버 EC 경쟁 부문 대변인은 “유럽연합(EU)은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에 명시됐던 여객 부문 시정 조치를 충족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또 “티웨이항공이 인천-바르셀로나·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 4개 노선에서 일정 기간 동안 일정 운항편을 띄워야 한다는 조건을 채웠다"며 “향후 두 시즌이나 2025년 10월까지 해당 노선에서 서비스를 위한 항공권을 판매해야 하는 요건도 만족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EC는 올해 2월 13일 인천발 유럽 4개 항공 노선 여객 운송 시장에서의 경쟁 제한성을 우려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기업 결합을 조건부 승인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같은 과제를 남긴 EC 과제를 해결하고자 대한항공은 티웨이항공에 기재와 운수권을 넘기는 등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이로써 티웨이항공의 운항 안정성 평가와 경쟁 체제 구축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해결된 셈이다. 이로써 남은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매각 요건인데, 이것만 맞추면 기업 결합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되는 셈이다. 한편 EC는 또 다른 시정 조치 사안이라고 언급한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에 관해는 요건 충족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을 품을 에어인천에 대한 현장 실사 등 매수인 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어인천은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인수 절차를 마치고 내년 7월 1일 첫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주버 EC 경쟁 부문 대변인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계약에 대해 최종 승인을 아직 보류하고 있다"며 “시기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최근까지도 사실상 기업 결합이 끝났다는 게 중론이었는데 EC가 티웨이항공의 역량을 확인한 만큼 최종 승인이 임박했다고 보고 있다. 화물 부문 역시 큰 무리 없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존재한다. 또한 미국 연방 법무부(DOJ) 역시 반 독점법(셔먼법)을 근거로 소송을 위한 증거 수집 절차에 착수조차 하지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써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 선언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베팅은 지난한 과정들을 거쳤지만 만 4년 여 만에 성료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최근 사석에서 “올해 10월 초까지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사장)는 성사 부담감을 내려놓고 양사 구성원들도 피로감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 시점에서는 대한항공의 한 식구가 될 아시아나항공 근로자 문제에 개입할 수는 없지만 유럽 경쟁 당국으로부터 정식 승인을 받고 지분 63.9%를 인수하고 2년 간 자회사로 운영하게 되면 이들의 불안감 해소가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2020년 말 8698명이던 아시아나항공 소속 근로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7751명으로 10.89%나 감소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과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OZ Union)은 고용 유지 등 근로 조건의 개악을 우려해 올해 7월 공동 기자 회견을 열고 “어떤 조건에도 합병에 반대한다"며 집단 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앞서 조 회장은 2020년 11월 16일 “깊은 고민 끝에 한진칼과 대한항공은 대한민국 항공 산업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고 공적 자금 투입 최소화로 국민 부담을 덜기 위해 이사회를 열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다"고 승부수를 띄운 바 있다. 또한 “임직원 고용을 최우선 가치로 삼겠다"고 부연했던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조선 빅3, 가스운반선 앞세워 조단위 영업익 본격화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등으로 국내 산업계가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실적 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가스운반선을 비롯한 선종의 건조계약 규모가 커지는 등 마진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조4000억원을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시현할 전망이다. 이는 전년 대비 400% 가까이 높은 수치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1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선다는 것이다. 내년에는 2조원 돌파도 가능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2026년 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 시현이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상선부문의 선종 믹스 개선이 실적 향상을 이끄는 것으로 보인다. 위경재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체 선종 수주잔고에서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운반선 비중이 11.9%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국내 조선소들이 내년 인도할 예정인 LNG운반선 74척 중 대부분은 2022년 수주한 물량이다. 척당 신조선가는 2억2000만~2억5000만달러(약 3200억원)로 전년 대비 4000만달러 가량 상승했다. 국내에서 17만4000㎥급 대형 LNG운반선은 이들 '빅3'가 사실상 전량 건조한다. LNG운반선의 선가는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2억6500만달러까지 높아졌다가 최근에는 2억6000만달러대 초반으로 형성되고 있다. 이후에 인도될 170척에 달하는 물량은 내년분 보다 단가가 더 높다는 의미다. 원가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후판값 협상에서도 조선사들이 철강사를 상대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판은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 건조 원가의 20% 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원자재로, 조선-철강업계는 올 상반기 t당 90만원대 초반에서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하반기에는 인하 또는 동결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철강사들의 최근 실적이 부진하고,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및 과거 철강사들의 '대승적 양보'도 고려하고 있으나 외부 상황이 조선사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이유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철광석값은 t당 99.88달러로 집계됐다. 1월5일 142.58달러에서 9월20일 91.18달러로 36% 떨어졌다가 잠시 반등했으나, 또다시 100달러 미만으로 낮아졌다. 중국산 철강재의 국내 유입이 이어지는 것도 협상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1~10월 중국산 수입 철강재는 753만5000t로 전년 동기 대비 2%, 후판은 115만7800t로 7.35% 가량 불어났다. 후판만 보면 2022년 1~10월 대비 각각 37.3%, 80.5% 급증했다.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 소비 부진을 비롯한 이유로 '밀어내기'를 지속하는 상황에서 국산 보다 t당 20만원 가까이 저렴한 중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당선이 국내 조선소에게 수혜로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LNG 수출 확대로 물동량이 많아지고, 대중국 견제도 강화할 것이라는 논리다. 트럼프 대통령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귀환을 제안한 것도 언급된다. 그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대중국 관세 로드맵을 그린 인사로 불린다. 한승한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수락시) 중국 조선업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결과 도출이 빨라질 수 있고, 미국 항만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수수료를 부과하는 등 제재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글로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기 힘든 기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항공업계, 계절적 성수기에 3분기 웃었다…티웨이만 빼고

국내 항공사들이 전통적인 성수기인 3분기를 맞아 여객·화물 사업에서 고루 호실적을 기록했고 매출은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지만 사업 모델(BM) 전환을 시도 중인 티웨이항공만 유일하게 적자를 기록해 재무 관리 노력이 요구된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올해 3분기 매출 4조2408억원, 영업이익은 618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 19% 증가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매출은 역대 전 분기 최대치를 갱신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호실적이 가능했던 이유는 하계 휴가·추석 연휴 등 성수기에 여객 선호 노선 좌석 공급을 늘렸고, 상위 등급 승객을 적극 유치를 통해 전 노선 수익 호조세를 이뤄내서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매출이 1조8796억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했고 영업이익은 128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여객 매출은 1조2702억원으로, 일본(16%↑)·중국(13%↑) 등 중단거리 노선과 미주(6%↑) 노선의 수요 강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5.0% 확대됐다. 통상 3분기는 전통적인 항공 화물 비수기다. 그럼에도 두 회사 모두 중국발 전자상거래 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대한항공은 유럽행 배터리·철강 소재를 선점해 하계 수요 변동성에 대응함과 동시에 반도체·자동차 부품 유치에 성공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당분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전망은 밝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양국 간 직항 노선 공급에 제한이 따를 것으로 보여 인천국제공항 등에서의 환승 수혜 지속과 국제 유가 하락으로 인한 연료비 부담 경감이 기대돼서다. 또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서 압승을 거둬 글로벌 친환경 전환 정책 기조 둔화에 따른 지속 가능한 항공유(SAF) 사용 의무화 지연 가능성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각국 항만·철도 파업 가능성과 중동 지역 분쟁 심화에 따른 글로벌 물류 공급망 불안 지속도 화물 사업 실적 추가 개선의 요인으로 꼽힌다. 저비용 항공사(LCC)들도 환호성을 지르기는 마찬가지다. 제주항공 매출액은 4602억원, 영업이익은 395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4% 늘고 영업이익은 11.0% 빠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환차손과 고물가 탓에 영업이익이 줄긴 했지만 중단거리 노선에서 견고한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성수기 여행 수요를 흡수해 수익성 개선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올해 3분기 수송객 수는 332만4143명, 점유율은 14.2%로 국적 LCC 중 1위를 차지했다. 제주항공은 50개 도시 73개 노선을 활용해 다양한 노선을 조합하고 환승객을 유치해 지속 성장세를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8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 진에어도 역대 3분기 중 최대 매출을 이뤄냈다. 매출은 3646억원, 영업이익은 40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1%, 23.1% 증가했다. 통합 LCC의 중심에 서게 될 진에어는 에어서울이 취항 중이지만 기재 부족 탓에 수송력이 달린다는 점을 파악, 인천-다카마쓰 노선에 신규 취항했고 인천-홍콩 노선 복항 등 수요처를 찾아내 매출처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에어부산도 올해 3분기 매출액 2502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영업이익은 37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 늘었다. 이는 대만·중국을 비롯한 중화 노선 공급을 대폭 확대한 가운데, 일본 노선에도 주력한 결과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김해국제공항으로 입국한 전체 일본인 관광객 중 약 47%, 중국인 관광객의 약 35%, 대만인 관광객 약 36%가 우리 여객편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LCC 관계자들은 “중국 정부가 한국인 대상 무비자 정책을 실시함에 따라 지방발 국제선 확대 등 실적 개선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티웨이항공은 상장 국내 항공사들 중 유일하게 적자를 봤다. 티웨이항공은 3분기 별도 재무제표 기준 매출 3950억원, 영업손실 71억5279만원을 기록했다. 연결 기준으로 봐도 59억5675만원 영업손실을 냈다. 경쟁사들이 계절적인 요인에 따라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는 티웨이항공이 단거리 위주의 BM에서 탈피해 '제2의 아시아나항공'을 꿈꾸며 유럽 등 장거리 사업에 나선 데에 기인한다. A330 리스료는 월 5억원에 달하고 777도 운용할 계획도 있어 대형기 운용 비용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광고·선전비와 판매 촉진비 등 마케팅 비용은 23억5470만원으로 244.2%, 판매비와 관리비는 385억1756만원으로 32.6% 늘어 재무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대한해운, 단기차입금 사상최대치…호황기에 선박 팔아서 빚 갚는다

대한해운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단기차입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박 매각으로 자산 유동화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선박 부족으로 글로벌 해운 경기가 크게 개선되는 가운데 대한해운의 실적 개선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대한해운은 18만 DWT(적재할 수 있는 화물 최대 중량) 선박 두 척을 530만 달러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환율이 1395원 가량임을 감안하면 74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앞서 대한해운은 지난 5월에도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4척의 매각을 밝혔다. 내년 5월 해당 계약이 마무리되면 대한해운은 6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 같은 두 차례 매각으로 대한해운의 유형자산은 7511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대한해운의 자산총액 4조7278억원의 15.89%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대한해운은 신조선을 매입할 계획을 아직 세우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대한해운 관계자는 “이번에 확보한 자금을 향후 어떻게 쓸지를 두고 결정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한해운은 당분간 축소된 선박 규모를 운영할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해운업계에서는 대한해운이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난 단기 차입금을 해결하기 위해 선박을 매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해운의 개별 기준 단기차입금은 올해 6월 말 기준 2427억원으로 지난 2019년 말 2237억원을 뛰어넘었다. 지난 2022년 말 단기차입금 규모를 627억원으로 줄였던 것을 감안하면 18개월 만에 3.8배 이상 늘어난 수준이다. 이는 대한해운이 단기차입금을 외부에 공개한 1984년 이후 40여년 만에 최대 규모다. 1984년 이전 해운사가 빌릴 수 있었던 차입금 한계가 현재보다 매우 적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사실상 올해 6월 말 수치가 사상 최대치로 분석된다. 대한해운은 지난 2013년 SM그룹에 피인수된 이후 차입금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대한해운이 그룹 계열사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있는 탓으로 보인다. 특히 대한해운은 지난 2020년 7월 LNG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새롭게 설립한 대한해운LNG를 물심양면으로 육성하고 있다. 문제는 최근 글로벌 선복 부족 현상으로 해운 경기가 매우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오가는 선박들을 무분별하게 공격함에 따라 '홍해 사태'가 발발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해상교통 중요 통로인 수에즈 운하가 막히면서 선복량 부족 현상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글로벌 해운 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도 홍해 사태 이전에는 1000선 안팎에 불과했으나 올해 초부터 급격히 오르기 시작해 지난 7월 초에는 3733.8로 전고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도 1000선 안팎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올해 3분기는 운임이 3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11월에도 2300선 이상을 기록하고 있어 지난해 11월 2.3배 이상의 운임이 유지되는 상태다. 이에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신조선을 도입해 선복량을 늘려 실적 개선을 극대화하고 있다. 실제 국내 1위 해운사인 HMM 올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4614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19배 이상 올랐다고 밝혔다. 반면 대한해운은 선박을 매각한 탓에 선대가 줄어들면서 이 같은 실적 개선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올해 3~4분기 해상운임이 크게 올라 호실적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대한해운은 선박을 매각한 탓에 실적 개선 폭이 다른 회사만큼 드라마틱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해상운임, 등락폭 커져…종합적 시황 분석 필요”

해운산업의 수요탄력성이 과거보다 높아지면서 보다 면밀한 시황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컨테이너 운임 등락폭이 확대됐다는 것이다. 한국해운협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해운빌딩에서 '기자 대상 해운 알리기 4차 행사'를 개최했다고 14일 밝혔다. 김경태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해양정보1팀 과장은 '글로벌 해운시황 현황 및 전망'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김 과장은 “코로나19 이전까지 기업들이 해상운임을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00포인트를 기준으로 큰 변화가 없었지만, 2022년 1월7일 5109.6포인트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는 팬데믹에 직면한 기업들이 경기 침체를 예상하고 선대를 축소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과장은 지난해 들어 예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가 올 여름 3000포인트를 넘고 지난 8일 2331.58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평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기관들이 '올해 운임 상승은 없을 것'이라고 점쳤으나, 홍해사태와 중국의 물동량 밀어내기 및 견조한 미국 수요에 힘입어 구조적 변화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향후 운임에 대한 질문에는 “올 하반기의 경우 상반기 보다 낮을 것"이라면서도 “내년에도 재작년 (이전) 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1만t이상급 대형 컨테이너선을 필두로 114만TEU에 달하는 선복량이 더해졌음에도 5월10일 기준 3대 주요 얼라이언스 선사의 25개 아시아-유럽 노선에 투입되는 선박이 36척 부족했던 점을 들어 선복량 중심의 운임 예상에서 벗어나 다양한 요소를 아우르는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미국 수요가 향후에도 컨테이너 운임을 뒷받침하는 중으로, 희망봉 우회 등 공급과잉을 상쇄할 수 있는 요소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선박이 수에즈운하를 지나지 않고 남아프리카를 돌아가면 기존 항로 보다 왕복 기준 2주 가량 추가적인 시간이 소요된다. 김 과장은 탄소배출 저감을 위해 선박들이 속도를 낮춘 것도 공급과잉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컨테이너 박스와 장비 등 컨테이너선 운항에 필요한 다른 요소의 수급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선사들이 컨테이너 박스를 감가상각이 적용되는 자산이라는 점에 (지나치게) 집중해 발주에 인색했던 것도 선박들의 운항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진단했다. 구리값과 해상운임이 연동되는 경향이 짙어졌다는 점도 언급했다. 구리는 경기에 선행하거나 동행하는 원자재로 전기전자 제품과 건설 뿐 아니라 2차전지 분야에도 쓰이는 특성상 산업수요를 보여준다는 이유다. 김 과장은 최근 업계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선 등을 들어 내년부터 업황 부진을 점치고 있으나,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발언도 했다. 보편관세와 상응관세 및 미국 리쇼어링 강화로 물동량·운항거리가 감소할 수 있지만, 베트남·인도를 비롯한 국가의 수출 증가 및 새로운 교역루트 개척으로 항로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부산항과 인천항이 환적항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미국 항만의 자동화는 정치적 문제 등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운 친환경 전환과 관련한 질문에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친환경 기술 도입을 늦출 수 있다"며 “암모니아추진선의 경우 선사들이 직접 벙커링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메탄올과 암모니아의 독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