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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패스트트랙 도입…K-방산 ‘유럽수출 큰 장’ 기대감

K-방산 기업들이 유럽 무기시장으로 '수출 르네상스 2기'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고조된 안보 위기 타개를 위해 방위산업 규제 완화와 허가 패스트트랙 도입 등 대대적인 개혁에 나서자 '신속한 납품'과 '실전 경험'을 갖춘 K-방산 기업들이 '준비된 경쟁력'으로 국산 무기의 유럽 수출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판단과 전망에서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원국와 산업계의 집단안보 역량 및 인프라 확충을 목적으로 △신규 방위산업 허가 패스트 트랙 도입 △유럽방위기금(EDF) 활성화 △방위물자 조달 절차 개선 △인베스트 EU 접근성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방위 분야 규제 완화 패키지'를 제안했다. EU 집행위의 방위 규제완화 패키지에 대해 한국무역협회 브뤼셀 지부 관계자는 “각 회원국의 방위산업 지원을 위한 전용 소통창구를 지정하고, 신규사업 허가 절차 60일 이내 완료와 EDF 지급 규정의 심사절차 간소화·운영 유연성 제고를 통해 우크라이나 기관과 기업의 EDF 참여 촉진을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방산물자 공동구매를 장려하고 계약 한도를 상향하며, 방위 제품 라이선스의 회원국 간 이전절차 간소화를 명시한 것"이라며 “방위산업 투자에 법적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고, 지속가능 금융 프레임워크 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되는 금지 무기에 대한 명확한 분류 기준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이번 EU 방위 분야 규제완화 패키지는 지난 3월 21일 발표된 EU 방위백서에서 제시된 비전을 기반으로 한다. 해당 백서는 규제 간소화와 표준화를 EU의 방위 대비 태세 강화를 위한 핵심 동력으로 제시한 바 있다. EU 의회와 이사회는 입법 절차에 따라 추후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EU 집행위는 2023년 3월 'EU와 우크라이나의 방위기술 및 방위산업 육성을 골자로 한 EU 방위산업 전략(EDIS)에 대한 통신문'을 발표한데 이어 올해 3월 최소 8000억 유로(약 1267조 3570억원)를 투입하는 '유럽 재무장계획(REARM Europe Plan)'을 선언했다. 이같은 움직임은 종전까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개선)를 강조하면서 무기 생산을 사회적으로 백해무익 산업이라며 배척해 온 EU 입장과는 정반대다. 그 여파로 EU 및 글로벌 금융권은 방위산업에 대출과 투자를 기피했다. 실례로 독일 시중은행들은 티센크루프 그룹의 총 매출 중 10% 이상이 방산에서 나올 경우 자금 대여를 해주지 않겠다고 위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30여년 간 EU 회원국 정부와 방산업체 간 신뢰관계를 무너뜨려 라인메탈·헨솔트·레오나르도·탈레스·다쏘·BAE시스템즈 등 방산기업들이 러-우크라 전쟁 이후 각국 정부의 긴박한 발주에 대응하지 못한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뒤늦게 이를 의식한 듯 EU는 금융 기관의 방위 관련 기업 투자 및 대출 거래가 ESG와 택소노미 규정을 위배하지 않음을 명시해 민간 투자자의 우려 해소에 나섰다. 이 같은 EU의 집단안보 강화 및 개별 회원국의 자위권 확대 움직임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넥스원·현대로템 등 K-방산 기업들은 기존 수출 실적에 이어 유럽시장 추가수출의 기회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K-방산 기업들의 준비된 경쟁력으로 북한과 대치 상황에서 국가적 수요에 생산량을 유지하면서 적시 공급이 가능하고, 숱한 국지 도발사태에서 무기 실전 경험도 쌓아왔다는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다. 더욱이 국내 방산기업들은 폴란드·루마니아 등에 현지법인을 속속 설립해 EU 수출의 발판으로 삼고 있다. 더욱이 K-2 흑표전차·K-9 자주곡사포·FA-50 경전투기 등 K-방산 제품에 호평이 이어지고 있어 EU 회원국 간 공동구매·라이선스 이전 간소화로 다국간 대량발주 가능성도 존재한다. 동시에 EU방산기업과 조인트벤처(JV)나 연구·개발(R&D) 컨소시엄을 구축해 넓어진 EU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U가 현재 20%인 역내무기구입 비중을 오는 2035년까지 65%로 대폭 상향하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 정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원준 전북대학교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우방국과 탄약류·미사일·주요 무기체계 공동개발 등 공급망 리스크 대응 시스템을 조기에 구축해야 한다"며 “정부는 수출 절충 교역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경쟁력 저하·中과잉공급…K-조선, 무탄소·자율운항 ‘초격차’가 해답

국내 조선업계의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공론장에서 업계와 연구 기관, 정부 관계자들이 생존을 위한 기술 초격차 확보와 구조적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참석자들은 중국과의 격차 확대, 친환경 연료 전환, 자율 운항 기술 선점 등 조선업의 현안과 과제를 공유하고 민·관·학이 함께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뜻을 함께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안도걸·허성무 의원 공동주최 'K-조선 글로벌 미래 초격차 기술 확보 토론회'는 국가 전략 차원의 조선산업 경쟁력 강화 해법을 공유하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조선업계와 연구기관 전문가들은 “조선업의 국가전략산업 지정은 출발선일 뿐이고, 향후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실질적 지원과 구조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한국 조선업은 1100만 CGT를 수주하며 선별적 수주 전략을 택했지만, 중국은 설비 확충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양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국 우량 조선사는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오는 2028년 물량도 대량 확보했고, 중형 조선사들도 2027년까지 충분한 일감을 따냈다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와 달리,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 빅3'는 오는 2027년까지만 도크가 차게 되고, 이후는 없다는 현실을 우려했다. 이 연구위원은 “중국이 건조 물량을 기반으로 조선 생태계를 강화해나가는 구조적 확장 국면에 진입했다"며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공급과잉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조선 산업 밸류 체인 측면에서 2022년까지 줄곧 1위를 유지했던 한국 조선업계 종합 경쟁력은 2023년 2위로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자재·연구·개발(R&D)·설계·조달 등 기술 부문에선 중국을 앞서 있지만, 생산·수리·수요 부문에서는 이미 열세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는 중국 국영 조선 기업 중국선박그룹(CSSC)은 설계부터 주요 기자재 생산까지 전 과정을 자체 수행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민간 주도로 개별 기술을 확보하고 있어 구조적 불균형이 발생한 데에 기인한다. 차제에 조선업은 신규 수요보다 노후 선박 대체 수요와 환경 규제 대응 중심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에 따라 저탄소·무탄소 연료 투자, 에너지 절감 장치 장착 수요 등이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서다. 이 연구위원은 “단순 기술력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수요·금융·인력까지 아우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조선을 안보 산업으로 격상해 정부 차원의 지원 조직과 제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형택 HD한국조선해양 상무는 조선업 현장의 기술적 도전과제와 전략 방향을 보다 실무적인 시각에서 설명했다. IMO의 친환경 규제 강화와 디지털·스마트 기술 확산으로 기존 노동 기반 전통 제조업이던 조선업계에서는 파괴적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오염 물질 배출 저감과 무탄소 추진선 기술 선점 필요성이 대두됐고, 해상 안전과 선원 부족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지능형 자율 운항 선박 기술 확보 역시 중요해졌다. 김 상무는 “이제는 친환경·자율운항 선박으로의 대전환, 디지털 운영모델 구축, 스마트 야드 구현 등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과제"라며 “연료 전환에 따른 안전 확보와 실증 불가능 환경, 막대한 R&D 비용 등은 민간 기업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조선업은 제품 하나 개발함에 있어 수천억원이 소요되고 실증 시범 선박조차 만들기 어려운 구조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선업이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된 것은 기술 개발 투자 확대와 세제 혜택 확보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그는 “HD현대를 비롯한 국내 조선 3사는 액화 천연 가스(LNG)·암모니아·수소 기반 선박 개발은 물론, 인공 지능(AI)·디지털 기반 자율 운항·안전 관리 시스템까지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이미 중국 조선소가 메탄올·LNG 추진선 수주에 성공하고 있고, 일본도 기자재 협력을 바탕으로 기술력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기술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와 실증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 상무는 끝으로 “K-조선은 수출과 고용, 안보까지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라며 “한미 협력 확대와 통상 전략 연계 차원에서도 조선업 기술 경쟁력은 국가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 좌장인 김명현 대한조선학회장은 “초격차 기술 확보는 지정 이후 액션 플랜이 중요한데, 현재는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냉정한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민·관·학 협력 강화가 절실하다"고 언급했다. 김현수 인하공업전문대학 수송기계공학부 조선기계공학과 교수는 안보적 관점에서 조선업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인력 양성과 기술 고도화는 함께 진행돼야 한다"며 전략 기술 지정 이후 대학의 R&D 참여 기회 확대 요청했다. 김승혁 삼성중공업 기장 설계팀장(상무)은 “국산 LNG 화물창 원천 기술 확보와 실증·상용화가 경쟁력 핵심인데 기술 개발에 실증 리스크가 높다"며 “정부가 리스크를 분담해줘야 기술 혁신 가속을 이뤄낼 수 있다"고 했다. 석욱희 경상남도 주력산업과장은 “자체 조사 결과 조선업의 핵심 과제는 무인·무탄소 기술 부족과 인력 감소, 재래식 공정 구조 등인 것으로 확인됐디"며 “미래 초격차 기술 선점과 스마트 생산 시스템 구축, 전문가 인력 양성이 핵심 전략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중 산업통상자원부 조선해양플랜트과장은 “조선업은 현재 중국과의 경계선에 놓인 산업이고,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은 '늦은 필요 조건'일 뿐, 민관 합동 빠른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설파했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조세제도특례과장은 “조선업은 미래형 운송 수단 분야의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됐다"며 “조선업의 국가 안보·경제 견인 역할을 기대한다"고 표명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기자의 눈] ‘동네북’ 대한항공을 위한 변명

“창업 이념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자 과업이라고 생각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결정했습니다. 대한항공을 비롯한 한진그룹은 이를 성공적으로 완수해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사랑받는 기업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 16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M&A를 전격 선언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까지 대한항공은 숱한 가시밭길을 헤쳐왔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3년 전 대한항공 관계자가 기자에게 “우리는 나름대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자꾸 인심을 잃어가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듯 여론은 속칭 '땅콩 회항' 사태 이래로 악화일로를 걸어왔고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불거진 보잉 777-300ER 기종 좌석 배열 변경 논란은 이의 정점을 보여준다. 기존 3-3-3 배열을 3-4-3으로 변경하면 승객 편의성이 저하될 것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하지만 이는 독과점의 폐해를 차단하고자 한 정부 조치에 대한 낮은 이해도에 기인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결합 승인을 내주며 특정 노선의 연간 공급 좌석 수를 2019년 대비 90% 미만으로 줄이지 못하도록 못 박았다. 요컨대 2019년 특정 노선에 양사가 공급하던 연간 좌석이 1만석이었다면 앞으로는 최소 9000석 이상을 의무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조건에서 정부의 '공급 좌석 수 유지'라는 지상 과제를 이행하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바로 '밀도의 경제(Economy of Density)' 원칙에 입각한 좌석 수 증대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이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했는데, 이제 와서 '닭장 좌석'을 운운하며 힐난하는 것은 경쟁 당국의 지침을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는 선명한 자기 고백에 지나지 않는다. 수송력 확대에 따라 예상되는 '수익성 개선'은 공정위 조치에 따른 결과일 뿐이어서 인과 관계를 착각한 것이다. 또 3-4-3 배열은 이미 캐세이퍼시픽·에어프랑스·에미레이트항공 등 유수의 항공사들이 채택한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은 만큼 더 많은 노선에 안정적으로 취항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경영진이 정부 규제와 시장 논리의 가운데에서 찾아낸 최적점을 '독점의 횡포'로 매도하는 것은 과도하다. 이연 수익(마일리지) 개편안 역시 마찬가지다. 신용 카드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은 1500원, 아시아나항공은 1000원을 결제해야 1마일씩 적립해준다. 때문에 3대 2(1대 0.66) 수준에서 결정하되, 탑승 실적분은 1대 1로 교환해주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 스카이패스팀은 약 6개월에 걸친 연구와 컨설팅을 진행해 지난 12일 오전 중 제출했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마일리지 사용처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하던 것에 비해 부족했고, 통합 비율 등 구체적 설명이 미흡했다"며 당일 오후 수정·보완을 요청해 사실상 반려 처분을 내렸는데 그 짧은 시간 안에 내용 제대로 들여다 봤을 리 만무하다. 대한항공은 공정위 요청에 따라 지속적으로 협의할 예정이라며 “소비자 기대에 부합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경청하는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지만 피감 기업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국민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합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은 경쟁 당국이 정권 교체에 맞춰 발 빠른 정무적 판단을 내린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한 대한항공을 '독점'이라는 프레임에 가두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일삼는 일부 언론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자유로운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근거 없는 비난으로 여론을 호도하는 '무지성 억까'는 지양해야 한다. 지금은 비난의 목소리를 낮추고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위해 곧 출범할 '통합 대한항공'이 순항할 수 있도록 응원해줘야 할 때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이스타항공 600억 유상증자 ‘자본잠식 탈출’ 승부수 될까

이스타항공이 신조기 도입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대규모 유상 증자를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선다. 최근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자본 잠식 등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17일 이스타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회사는 600억원 수준의 유상 증자를 추진한다. 목적은 △신조 여객기 도입 △통합 정비 센터 신설 △승무원 훈련 시스템 개선 등 항공안전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있다는 설명이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하반기까지 차세대 친환경기인 보잉 737-8 5대를 추가로 도입해 연료비·정비비 감소 효과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극대화 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올 하반기 통합 대한항공·진에어 등 출범에 따라 이관이 예상되는 노선들을 확보해 수익성 강화도 노린다. 이처럼 회사가 자금의 용처를 밝혔음에도 구체적인 유상 증자 방식과 600억원을 어떤 항목에 얼마나 배분할 지 등 세부사항은 빠져 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VIG 파트너스가 주체적으로 추진하는 사항이고, 별도로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600억원으로 안전 투자 외 재무구조 개선까지 마무리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는 “항공기 도입과 시스템 개선 등에 활용하고자 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놓았다. 이스타항공이 유상증자 계획과 동시에 재무구조 개선을 거론한 이유는 불안정한 재무 상태를 해소해서다. 앞서 조중석 대표이사 사장은 2024년 중에 적자에서 벗어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이뤄내지는 못한 상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DART)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의 2024년 실적은 매출 4611억8204만원·영업손실 373억8862만원·당기순손실 253억9222만원을 기록한 것으로 확인된다. 2023년 대비 매출은 214.37% 늘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35.18%, 52.73% 줄어들어 긍정적인 추이를 보였다. 같은 기간 '착한 부채'로 통하는 선수금 역시 364억6661만원에서 813억6323만원으로 123.12% 늘었다. 항공업계에서는 정상 운항을 전제로 고객과의 의무를 이행하기 전까지 부채 계정으로 잡히는 선수금은 매출을 선취한 것으로 인식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선수금이 늘었다는 것은 곧 영업 성과가 좋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조 대표는 분명 외적 성장은 이뤄냈지만 자본 측면에서는 부실을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23년 5885억901만원이던 누적 결손금은 6139억123만원으로 4.31% 증가했고, 98억1007만원이었던 자본 총계는 –149억1703만원으로 기록됐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자본 총계가 음수라는 점은 완전 자본 잠식 상태라는 뜻으로,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를 모두 갚고 나면 남는 자본이 아예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편 감사 보고서 작성이 완료된 시점부터 3개월에서 1년 새 도래하는 금융 부채는 18억4120만원, 1년 이상 만기가 남은 경우는 34억3980만원 등 총 93억4195만원으로 전년 대비 1.49배 늘었다. 이스타항공은 이달 내로 유상 증자를 마무리 한다는 입장이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자금 조달의 적시성 확보를 위해 금융 자산과 부채의 만기 구조를 대응시키면서 유동성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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