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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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MBK, 적대적 M&A 위해 공개매수가 75만원 인상”

영풍과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가격을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높였다. 고려아연 주가가 높아진데 따른 것이다. 이를 두고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지속하기 위한 행보라고 지적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는 8개월짜리 단기차입금 1조4905억원을 조달한 데 이어 최근 3000억원의 빚을 추가했다. 고려아연은 “영풍은 대표 2명이 구속돼 사내이사가 없는 상황에서 전문성 없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이사회가 핵심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에 내주기로 한 데 이어 3000억원의 대출을 받아 이를 MBK에 빌려주는 결정을 내렸다"며 “경영권을 뺏겠다는 투기자본 MBK와 실패한 경영인 장형진 영풍 고문의 야욕이 입증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과 장 고문 일가 등은 MBK와 주주간 계약을 체결해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하고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며 “그러나 다른 영풍 주주들에게 콜옵션 가격을 세부조건을 공개하지 않으면서 주주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자를 내고 있는 영풍이 고려아연 여유자금을 활용한 자금 운용을 공격한 것에 대해서도 반론을 폈다.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 뿐 아니라 △지역사회 △소액주주 △협력사가 이번 인수에 반대 목소리를 내는 점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국가기간산업 비철금속 분야 핵심기술과 트로이카 드라이브 첨병을 맡은 고려아연의 국내·외 자회사와 계열사는 매력적인 판매상품"이라며 “50년간 축적한 유·무형의 자산을 나눠팔면 '묻지마빚투'에 쓰인 이자와 원금을 갚고도 남는다는 계산이 선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팔지 않겠다고 하지만 아무런 강제성이 없고, 핵심기술을 넘기거나 공유하는 것만으로 국가적 손실은 지대하다"며 “공개매수가 인상은 결국 국가기간산업을 지키겠다는 의도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발언했다. 특히 M&A 성공시 고려아연의 핵심기술진 이탈, 인력감축과 노조 파업, 이로인한 각종 금속의 생산 차질 등의 후폭풍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유럽·북미 방식 대비 우위…인프라 등 지원 절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따라 글로벌 철강업계가 저탄소 제품 생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해외 방식 보다 효율성이 높은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으나, 재생에너지·그린수소 인프라 확보 등 경제성 향상을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광석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프로그램 디렉터(PD)는 26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탄소중립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R&D 현황 및 과제'를 주제로 열린 국회철강포럼 정책세미나에서 “유동환원로 방식은 분철광을 쓸 수 있어 펠렛 제조 공정이 필요없고 저품위 원료도 사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반응기 안에 철광석 원료를 쌓아놓고 환원하는 샤프트 방식은 천연가스(CH4)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가루 상태의 철광석(분철광석)을 직접 사용할 수 없는 탓에 고품질의 펠렛을 필요로 한다. 원료 수급이 어렵고 펠렛 생산과정에서도 탄소가 배출되는 것도 단점이다. 수소환원제철은 코크스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것으로, 크게 유럽과 북미 철강사의 샤프트 방식과 우리나라의 유동환원로 방식으로 나뉜다. 신명균 포스코 저탄소제철연구소장은 2030년까지 수소환원제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 기술을 완성하고 2030년대 중반까지 250만t 규모의 상용화 설비를 건설하는 전략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 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우선 정부차원의 지원사격이 외국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2조7000억엔(약 24조3000억원)에 달하는 기금을 조성하고 고로 수소환원, 직접 수소환원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이 기금을 활용해 지난 4월 파일럿 샤프트로 설비계약을 체결했다. 유럽에서는 룩셈부르크 아르셀로미탈·스웨덴 사브·독일 잘츠기터와 티센크루프를 비롯한 기업들이 그린스틸 전환에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고 있다. 미국은 4억달러(약 5314억원) 규모를 청정수소 생산을 위한 '111'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중으로, 탄소포집(CCS) 프로젝트에 대한 세제혜택도 30% 가까이 높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철강산업 탄소저감 관련 정부 연구개발(R&D)에 10년간 660억원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의 투자가 이뤄졌다. 수소환원제철 전용 사업도 부재한 상태다. 어기구 국회철강포럼 공동대표는 “수소환원제철은 역점을 두고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지 않은것 같다"며 “우리도 다른나라 정도의 투자는 이뤄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높은 단가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조달이 쉽지 않고 그린수소를 확보하기 어려운 점도 경제성에 의문을 자아내게 만드는 요소다. 이 PD는 “현재로서는 수소환원제철 공정이 고로 기반 공정 대비 경제적 우위에 있다고 보기 힘들다"며 “이를 통해 나올 제품이 공공 또는 민간에서 쓰이기 위한 기반이 조성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KIET) 소재·환경산업실장도 수소환원제강이 비중 있는 규모로 생산되기 위해서는 △개발된 기술의 검증 △적합한 규모의 설비 구축 및 비용 확보 △청정수소·전력 공급 가능성 및 비용문제 △단가 인상을 흡수할만한 시장에서의 충분한 수요 등이 충족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실장은 “혁신공정 기술의 제약 요인을 완화하기 위한 민·관의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며 “그린 철강재의 충분한 수요기반 창출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도 수소환원제철의 성공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쩐의 전쟁 2라운드] MBK·영풍, 고려아연 매수가 1년 평균가보다 52.9% 올려···“공격이자 방어”

75년간 동업해 온 영풍과 고려아연 간 경영권 분쟁이 한창인 가운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쩐의 전쟁 2라운드'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양측은 최근까지 지속해왔던 여론전보다는 본격적인 지분 싸움에 돌입하게 됐다. MBK·영풍 측은 이번 공개매수 가격 상향 조정으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도 방어하겠다는 심산이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를 정정하면서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올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 매수가도 기존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앞서 지난 25일 영풍은 한국기업투자홀딩스에게 3000억원을 대여하면서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 대여'라고 밝혔다. 시장 관계자들은 MBK·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하고 본격적으로 공개매수에 돌입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고에 따르면 MBK파트너사의 투자목적회사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고려아연 지분 14.56%(301만4881주)를 공개매수할 계획이다. 공개매수에 투입하는 예상 금액은 최대 2조2686억원으로, 국내 공개매수 역사상 최대 규모다. MBK·영풍 안팎에서는 이번 공개 매수가 '공격이자 방어'라는 진단이 나온다. 우선 지난 25일 종가 70만4000원, 2만2750원으로 기존 공개매수 가격 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을 원하는 만큼 매입하기 위해서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는 것이 우선 필요한 공격법이었다는 시각이다. 기존에는 주가가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MBK에 주식을 매도하도록 만들 요인이 부족했다. 그러나 이번에 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면서 이들이 공개 매수에 쉽게 응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를 통해 고려아연·영풍정밀 주식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이번 공개매수 기간 이후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최 회장 측의 반격을 어렵게 한다는 의미에서 방어법이기도 하다는 시각이다. 실제 최 회장은 최근 MBK의 공개매수에 맞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16~18일 일본·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해외 출장에 나서면서 북미 지역 기관을 포함해 국내외 기관들과 대항 공개매수 등 다양한 방법을 두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최 회장이 MBK·영풍에 맞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발빠르게 대항 공개매수를 시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해 MBK파트너스가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 한국앤컴퍼니 사례를 보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공개매수 시작 열흘 안에 백기사를 구하면서 신속하게 반격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통상 공개매수 종료 직전에 주식 매입이 활발하기 때문에 피인수 기업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유리하다는 것이다. 다만 대항 공개매수가 진행된다면 최 회장의 우군들이 너무 높아진 주가와 MBK 측의 공개매수 가격을 허들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최 회장과 우군들이 대항 공개매수에 성공하려면 기존 공개매수 가격인 75만원보다 더 높은 가격에서 더 많은 물량을 인수해야 한다. 이 경우 우군들이 고려아연 주식 고가 매입에 따른 배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 공개매수가 공개되기 전 최근 1년 동안(2023년 9월부터 올해 8월 말까지) 고려아연의 평균 주가는 49만543원에 불과했다. 이를 감안하면 MBK는 두 차례 고려아연의 주식매수 가격을 결정하면서 평균 주가의 34.54%(66만원)와 52.89%(75만원)를 책정한 셈이다. 결국 최 회장의 우군들이 대항 공개매수에 참여하게 된다면 평소보다 52.89% 이상 비싼 가격으로 고려아연 주식을 대규모로 인수해야 한다. 그리고 향후 해당 주식을 매입가 이상 더 비싼 가격이 매도해야 배임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면 다시 주가가 떨어지는 경우가 대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달성하기 쉽지 않은 과제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사모펀드나 국내 대기업들은 대규모 자금을 집행하기까지 까다로운 규정이 있기에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면 배임 논란이 크게 발생할 수 있다"며 “대항 공개매수도 최대 2조원 이상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데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정확히 측정해 베팅하기는 물리적으로 남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MBK·영풍, 고려아연 공개매수가 75만원으로 상향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을 75만원으로 상향했다. MBK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와 영풍은 26일 '고려아연 주식회사 보통주 공개매수 공고(정정)'를 내고 공개매수가를 기존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 관계사인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도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전날 고려아연과 영풍정밀은 각각 70만4000원, 2만2750원에 마감했다. 앞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영풍으로부터 3000억원을 대여했다. 이에 대해 영풍 측은 “대여 상대의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 대여"라고 설명해 시장에서는 MBK·영풍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기 위해 자금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영풍, MBK에 최대 3000억 ‘실탄’ 지원…고려아연 공개매수 박차

영풍이 함께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나선 MBK파트너스에 최대 3000억원의 자금을 제공한다. 이는 지난해 자기자본의 7.0% 수준이다. 영풍은 금융기관과 이같은 차입한도를 설정했다고 25일 공시했다. 이에 따라 영풍의 금융기관 차입은 1717억원 수준에서 4717억원 규모로 불어난다. 자금은 MBK파트너스의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가 대여하는 방식이다. 한국기업투자홀딩스는 지난달 28일 설립됐다. 영풍 관계자는 “대여대상의 공개매수 결제자금 조달 및 기타 투자활동을 위한 자금대여"라며 “구체적인 대여 실행액은 대여 상대의 인출요청에 따라 정해진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고려아연, 차입금 사상 최대치…최윤범 회장과 영풍·MBK ‘재무 리스크’ 부문 견해차

최윤범 회장과 영풍,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을 놓고 지분 경쟁을 벌이는 원인은 급격히 악화된 '재무 리스크'에 대한 견해차가 적지 않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 회장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추진한 대규모 투자가 영풍그룹 시선에는 매우 위험한 행보로 비쳐졌다는 진단이다. 특히 올해 고려아연 차입금 규모가 사실상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데 일조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영풍·MBK 두 집단 사이에서 고려아연 경영 성과에 대한 문제를 놓고 여론전이 지속되고 있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최근 며칠 동안 최 회장의 경영을 실패라고 지적하며 재무 리스크를 거듭 지적했다. 최 회장은 지난 2022년 고려아연 대표로 취임한 이후 신재생에너지, 이차전지 소재, 리사이클링(자원 순환) 사업을 중심으로 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에 1974년 설립된 이후 50년 동안 제련 사업 외길에 집중해왔던 회사의 체질 개선이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단행됐다. 실제 최 회장 취임 전인 2021년 말 27개에 불과했던 고려아연 종속기업 수는 올해 6월 말 79개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기간 신재생에너지 기업 에퓨런, 리사이클링 분야 전자폐기물 업체 이그니오 등을 인수한 결과다.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재무 리스크를 확대한 것도 사실이다. 실제 지난 6월 말 기준 고려아연 총차입금 규모(연결 기준)는 1조4107억원으로 최 회장이 취임하기 직전인 2021년 말 4460억원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는 고려아연이 관련 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가장 큰 규모다. 1993년 이전 국내에서 1조원 이상 차입금을 조달하기가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역대 최대치로 분석된다. 차입금 규모가 급증하면서 회사의 금융비용(이자)이 늘어나 수익성을 다소 압박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고려아연 금융비용은 318억원으로 지난 2021년 연간 금융비용인 42억원의 7배 이상 늘었다. 문제는 이 같은 재무 리스크가 고려아연을 최중요 계열사로 보고 있는 영풍그룹 입장에서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고려아연은 영풍그룹의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매김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무리한 체질 개선을 하다가 실적이 크게 악화된다면 그룹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실제 영풍 측을 대표해 고려아연 이사회에 참여하고 있는 장형진 기타비상무이사는 지난해 대규모 투자 안건을 결정하는 고려아연 이사회에 두어 차례 아예 참석을 하지 않는 등 간접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이에 최 회장은 반대하는 영풍 측에 맞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유지하기 위해 현대차, LG, 한화 등 우호 세력을 포섭해 지배력을 강화했으며, 영풍 측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손잡으면서 최근 상황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사내 안팎에서는 최 회장을 지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고려아연의 장기적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과도하지 않은 수준의 리스크를 감수해야한다는 의견이다. 아울러 아직 영풍·MBK 측이 주장하는 만큼 재무 리스크가 과도하지 않다는 진단이 적지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은 36.5%로 최근 크게 악화되기는 했으나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다른 기업을 감안하면 아직도 부채비율이 높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금융비용 역시 증가세 자체는 크지만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4532억원과 순이익 2879억원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흔들만한 타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50년 제련업에 집중했던 고려아연의 미래 비전과 재무 리스크에 대한 견해가 뚜렷하게 다르다는 점이 양 측의 갈등의 씨앗 중 하나"라며 “지난 75년 동안 동업했던 두 가문이 치열한 여론전에 돌입한 상황을 보면 두 가문이 경영권을 공유하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고려아연, 투기자본 돈벌이 수단 아냐… 영풍이 폐기물 떠넘기려 했다”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겠다. 앞으로도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산업의 핵심 기업으로서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고려아연은 투기자본의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회사의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이 부회장이 마련한 것으로, 핵심기술인력 20명도 참석했다. 최근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에 나선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한 것에 대응하는 성격도 지닌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소재와 에너지를 가장 안전하고, 가장 친환경적이며, 가장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사명 달성을 위해서는 고도의 기술력과 전문성 및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며 “핵심기술인력을 포함한 모든 임직원은 현 경영진과 함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고려아연이 글로벌 비철금속 1위 기업으로서 2000년 이후 98분기 연속 흑자를 지속했고, '트로이카 드라이브' 비전을 통해 새로운 50년을 준비하고 있는 것도 강조했다. 반면 영풍은 적자가 이어지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 2명이 구속된 가운데 인력 감축도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이 고려아연의 경영 정상화를 언급한 것에 반박한 셈이다. 이 부회장은 “영풍은 경영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매년 고려아연으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고려아연 주식 매입에 집중하고, 영풍 석포제련소 정상화를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장형진 영풍 고문은 그간 석포제련소 폐기물 보관장에 있는 카드뮴 등 유해 폐기물을 고려아연에 떠넘기는 등 영풍의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려고 했다"며 “이 모든 책임은 영풍을 실질적으로 경영한 장 고문에게 있다는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MBK파트너스를 향한 화살도 날렸다. '기업 사냥꾼'이 고려아연을 차지하면 핵심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고 국내 산업경쟁력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아연이 추진 중인 2차전지 소재사업과 자원순환 사업이 물거품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앞서 △한국앤컴퍼니 △휴스틸 △한국금거래소 등 80곳에 달하는 고객사가 '고려아연 품질 유지 요청서'를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사모펀드가 투자 수익 확보를 위해 독단적인 경영을 펼치고 투자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자금 확보를 위해 NH투자증권으로부터 1조4905억원을 빌렸다. 연 이자율은 5.7% 수준으로, 이자비용만 6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고려아연이 MBK 측의 배당 확대 요구를 인수 자금 회수로 보는 까닭이다. 이 부회장은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의 분쟁에 대한 질문에 “기술자로서 최윤범 회장 때문에 관계가 틀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영풍의 폐기물을 고려아연이 처리하는 것을 최 회장이 막으면서 장 고문과 사이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양사의 실적 차이에 대해서는 사람 관리를 포함한 경영능력과 기술 능력을 원인으로 꼽았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도 사건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나, 최 회장 주도로 안전인센티브 등을 도입한 결과 3년간 중대재해가 없었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에 대해 MBK파트너스는 “이번 기자간담회가 기술 유출 등 근거 없는 마타도어와 악의적 구호들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며 “회사의 핵심인력들을 논란의 중심에 몰아넣고 최윤범 회장의 방패막이로 삼지 말라"고 반론을 폈다. 또한 △해외 경쟁사 대비 고려아연 영업이익이 떨어지는 이유 △원아시아파트너스펀드에 대한 출자의 이사회 검토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자료 작성 근거 △자사주 소각 여부 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지분 0.8%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이 '백기사'로 언급되는 것이 맞냐는 의문도 제기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

영풍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사유화·전횡 막겠다···동업정신 먼저 훼손”

“최윤범 회장이 고작 2.2%의 본인 지분으로 고려아연을 사유화하기 위해 전횡을 일삼고 있다. 영풍은 최대 주주로서 75년간 이어온 동업과 자율경영 정신을 훼손하는 최 회장을 견제하고 경영을 정상화하기 위해 나섰다." 영풍은 2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문에서 “최윤범 회장은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주주의 이익을 앞세우기보다 고려아연을 사적으로 이용하고 장악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 운용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 의무 위반 △이사회 결의 없는 지급보증 관련 상법 위반 △일감 몰아주기 등 최윤범 회장에 대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언급했다. 아울러 영풍 측은 “최 회장이 동업 정신 파기를 넘어 '영풍 죽이기'에 혈안이 돼 있다"고 주장했다. 최 회장이 먼저 75년 동안 이어온 동업 정신을 훼손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고려아연이 앞서 수십 년간 유지해 온 영풍과의 공동 원료 구매와 영업, 황산취급 대행 계약 등 공동 비즈니스 중단을 꼬집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간 '동업의 상징'이었던 서린상사 경영에서도 영풍을 일방적으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이번 경영권 분쟁에 왜 MBK파트너스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설명했다. 영풍은 “최 회장의 전횡을 막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스스로 팔을 자르고 살을 내어주는 심정으로 MBK파트너스에 1대주주 지위까지 양보하면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며 “아시아 최대 토종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을 더 발전시킬 역량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영풍과 최 회장은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등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약탈 vs 방만 여론전 치열하지만, 고려아연 결국엔 ‘쩐의 전쟁’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은 MBK파트너스와 최고경영자(CEO)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이의 여론전이 주말에도 치열하게 벌어졌다. 양측은 서로 상대방을 약탈적 M&A와 방만 경영이라며 공격의 수위를 높였다. 다만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으로 꼽혔던 해외 자본의 고려아연 지배 문제가 흐지부지되는 흐름이다. 이에 다음달 4일까지 공개매수 마무리 기간 동안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22일 산업권에 따르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는 양측은 추석 연휴 이후 서로의 잘못을 꼬집으며 치열한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하루만 보더라도 우선 고려아연 이사회 사외이사 일동이 영풍과 MBK의 약탈적 M&A에 반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MBK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 회장의 방만 경영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그 기능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후 다시 고려아연 사외이사 일동이 MBK가 손을 잡은 영풍이야말로 지배구조와 이사회 운영 등에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며 반박했다. 주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여론전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여론전의 가장 큰 쟁점이었던 해외자본의 고려아연 인수 문제가 오히려 물밑으로 가라앉는 모양새다. 최 회장 측은 추석 연휴 이전 MBK에 중국계 자본이 투입됐으며, MBK가 고려아연의 지분을 매입한다면 향후 해외 기업에 이를 매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MBK가 지난 19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국내 금융당국의 감독을 받는 토종 펀드라고 정면 반박했으며, 고려아연 지분을 해외 기업에 매각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아울러 최 회장 측에서도 해외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어 더 이상 해외자본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 기간 일본 도쿄에 방문해 고려아연과 오랜 거래 관계가 있는 일본 종합상사와 일본에 지역본부를 둔 글로벌 기업을 방문했다. 이는 그동안 고려아연과 협업해 온 해외 기업들 사이에서 우군을 찾으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 일가인 최내현 켐코 회장과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 등도 호주 등에서 우군 마련을 위해 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MBK의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기한 마감이 성큼 다가오고 있어 지금의 분위기라면 여론전보다는 자본력으로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과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최대 2조1332억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개매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MBK의 공개매수 기간(지난 13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은 추석 연휴과 한글날 등 공휴일이 다수 포함됐다. 마감 기한이 남은 영업일 기준으로 열흘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단기간에 최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서는 우군을 확보해 직접 지원을 받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IB(투자은행) 업계의 중론이다.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우군을 확보한다면 MBK의 공개매수에 역공을 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19일 최대주주인 영풍과 특수관계를 해소한 만큼 MBK가 제시한 66만원보다 더욱 가격을 높여 공개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대기업 중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7.75%)·현대차그룹(5.05%)·LG화학(1.89%)·한국투자증권(0.77%) 한국타이어(0.75%), 모건스탠리(0.48%) 등이 최 회장의 우호 세력으로 거론된다. 이들이 최 회장의 경영권 유지를 위해 추가로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 아울러 일본 등 해외에서 백기사가 나타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직접 추석 연휴에 일본을 방문한 만큼 그에 따르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이후인 지난 19일 임직원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온 힘을 다해 MBK의 공개매수를 저지할 것"이라며 “고마운 분들 덕분에 이기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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