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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핵추진 잠수함, ‘특별법 제정·인력 양성’이 성패 가른다

정부가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를 목표로 하는 '장보고 N 사업(KSS-N)'을 공식화하며 한국형 핵추진 잠수함(SSN) 개발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격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잠수함 건조 자체에 앞서 정치적 연속성을 보장할 특별법 제정과 실전 역량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1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5월 발표한 '대한민국 핵추진 잠수함 개발 기본 계획'을 통해 해당 사업을 '장보고 N 사업'으로 명명했다. 기본 계획에는 △저농축 우라늄 사용 장주기 원자로 개발 △국내 개발·건조 △민간 원자력·조선 기술 활용 △설계→운용→정비→해체 등 총 수명주기 관리 △2030년대 중반 1번함 진수 등의 원칙이 담겼다. 핵추진 잠수함을 국가 안보·원자력·조선 산업·국제 협력을 결합한 장기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핵추진 잠수함 사업은 현행 방위사업법이나 원자력안전법, 국가계약법 등 개별 법률만으로 온전히 다루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핵추진 잠수함은 군사 무기인 동시에 원자로와 핵연료를 사용하는 복합 체계이다. 이에 따라 핵 연료 조달·방사선 안전·군사 기밀·장기 재정·주민 수용성까지 성격이 다른 사안을 동시에 다뤄야 한다. 관련 권한과 책임이 여러 부처와 기관에 분산될 경우 사업 일정 지연되고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핵추진 잠수함 사업이 국가 전략 사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정책 방향·특별법·세부 시행 계획 등 상호 정합성을 갖춘 하나의 추진 체계로 가야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사업 추진·안전 규제·재정 지원·주민 수용성을 하나의 법적 틀로 묶는 '종합 실행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별법의 또 다른 목적은 사업의 정치적 연속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연구·개발(R&D)·건조·운용·정비·퇴역·해체까지 수십 년에 걸쳐 추진된다. 정권 교체나 단기 재정 상황에 따라 사업 방향이 달라지면 이미 투입된 R&D 비용과 산업 투자가 매몰될 수 있다. 이에 대통령 또는 국무총리 산하에 범정부 상설 추진 조직을 설치하고 국방부·해군, 방위사업청·원자력 규제 기관·산업 관련 부처·지방 자치 단체가 하나의 체계 아래 움직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상설 조직에 일정·예산·인허가를 조정할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책임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아울러 사업 추진 주체인 국방부·방위사업청과는 철저히 분리돼 객관적으로 원자력 안전을 통제할 '독립적인 안전 규제 기구'의 신설도 특별법에 담겨야 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와 함께 고난도 기술 개발에 나서는 방산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성실 수행 면책 제도를 비롯해 잠수함 건조 및 정비 기지가 들어설 지역 사회의 주민 수용성을 확보할 법적 지원 체계도 촘촘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태호 해양전략연구소장은 핵잠수함 사업에서 기술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사람'을 꼽았다. 핵추진 잠수함은 좁은 밀폐 공간에 소형 원자력 발전소를 탑재하고 심해를 누비는 복합 무기 체계다. 승조원은 원자로 운용·방사선 관리·비상 대응 능력을 모두 갖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년 이상의 교육과 실전 경험이 필요하다. 단 한 번의 판단 지연이나 안전 수칙 미준수가 대형 참사로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1961년 구소련 K-19에서는 원자로 냉각수 유출 사고와 미흡한 비상 대응으로 승조원들이 치명적인 방사선에 노출됐다. 1963년 미국의 스레셔호는 심해 잠항 시험 중 침몰해 탑승자 129명이 숨졌다. 미국은 이후 잠수함 설계·자재·용접·정비·시험·문서 관리 전반을 엄격하게 통제하는 'SUBSAFE' 체계를 도입하기도 했다. 원 소장은 “당장 내일 핵잠수함을 진수시킬 수 있다 하더라도 이를 안전하게 몰고 갈 승조원과 정비 시스템이 없다면 그것은 바다 밑의 '시한폭탄'일 뿐"이라며 철저한 사전 교육훈련과 원자력 안전 문화 정착을 강조했다. 호주의 오커스(AUKUS) '최적의 경로'는 한국이 참고할 대표적인 사례다. 호주는 자체 핵잠수함을 인수하기 약 20년 전부터 장교와 부사관을 미 해군 원자력 학교와 원자력 훈련 부대에 보내고,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에 실제 배치해 승조 경험을 쌓게 하고 있다. 세종연구소는 한국이 8000톤급 잠수함 3척 이상을 복수 승조원제로 운용한다고 가정할 경우 초기에는 수백 명, 교관·정비·안전 규제 인력을 포함하면 장기적으로 1000명 안팎의 인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에 핵잠수함 승조원이 실제 원자로를 운전하며 훈련할 수 있는 해군용 가동 원자로 실습 시설이 없다는 점이다. 1번함을 안전하게 시운전하려면 그 이전에 자격을 갖춘 승조원단이 완성돼 있어야 하는 만큼 국내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동안 해외 교육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이에 따라 '한미 핵추진 잠수함 인력 양성 특별 협정'을 조속히 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국도 교육 인원·비용 분담·정보 보호·미 핵잠수함 승함 실습의 근거를 담은 정부 간 협정과 미국 의회의 법적 수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만 미국 교육 체계에만 의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장보고 N 사업에서 채택한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 원자로와 달리, 미국의 원자로는 수명 주기 동안 연료 교체가 필요 없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세종연구소는 원자력 안전 문화와 승조원 자격 관리는 최고 수준인 미국에서 배우되, 저농축 우라늄 원자로 특유의 재장전 및 정비 교리는 우리와 유사한 환경인 프랑스와의 협력을 통해 습득하는 이원화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인력 양성을 방산 협력과 연계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미국·영국·호주가 겪는 핵잠수함 정비 적체를 한국의 조선·정비 역량으로 해소하는 '한·미·호 공동 MRO' 구상을 제안했다. 호주 스털링 기지 일대에 한·미·호 공동 핵잠수함 MRO 거점을 구축하고 한국이 참여한다면 미국과 호주는 정비 적체를 줄이고 한국은 실제 원자력 함정의 정비 기술과 품질 관리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후 한국 인력이 관련 교육과 자격을 취득하면 참여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축적한 경험을 장보고 N 함정의 국내 정비창 설계와 인력 양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핵잠수함 원자로 구역과 관련 장비는 엄격한 기술·수출 통제 대상이어서 별도의 한미 또는 한·미·호 정부 간 협정과 미국 국내법상 허가가 필요하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한화그룹 3형제 분업 上] 왕관을 쓰려는 김동관, 그 무게를 견뎌라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한화그룹이 74년 역사상 가장 극적인 지배 구조의 변곡점을 맞이했다. 지난 15일, 그룹의 지주 회사격인 ㈜한화의 인적 분할 안건이 99.95%의 찬성률로 주총 문턱을 넘으며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이 각자의 영역을 나눠 지배하는 '3형제 분업형 독자 경영'이 마침내 본궤도에 올랐다. 겉보기엔 평화로운 영토 분할 같지만 총 부채의 99.7%를 맏형 김동관 부회장이 독박을 쓰고, 막내 김동선 부사장은 부채 비율 0.3% 이하의 '무차입 클린 컴퍼니'를 쥐고 링에 오르는 극단적인 비대칭 구조를 이룬다. 본지는 이 화려한 축포 뒤에 숨겨진 한화그룹 3세들의 생존 고차 방정식과 자본시장의 평가를 2회에 걸친 심층 기획으로 파헤친다. ◇자산은 7대 3, 부채는 99대 1…비대칭 분할 딛고 1분기 별도 실적 '호조' 오는 8월 1일을 기점으로 ㈜한화는 방산·조선·해양·에너지·금융 등 주력 사업을 남긴 '존속법인 ㈜한화'와 기계·로봇·유통·서비스 부문을 떼어낸 '신설 법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로 분리된다. 이번 인적 분할은 장남 김동관 부회장·차남 김동원 사장 중심의 중후장대·금융 사업과 3남 김동선 부사장 중심의 테크·라이프 사업을 나누는 3세 분업 체제의 공식적인 출발을 의미한다. 표면적인 회사 분할 이면에는 재무 비대칭성이 자리한다. 인적 분할 설계에 따라 순자산은 존속법인과 신설법인이 약 76.3 대 23.7 비율로 나뉘지만, 분할 전 ㈜한화 총부채의 99.7%는 존속 법인에 귀속된다. 신설 법인으로 이관되는 부채는 전체의 0.3%(249억 원) 수준에 불과하다. 결과적으로 3남에게 사실상 무차입에 가까운 회사를 떼어주는 대신 맏형인 김 부회장이 그룹의 부채를 홀로 떠안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에 따라 존속 법인 ㈜한화의 별도 기준 부채 비율은 분할 전 230.7%에서 분할 직후 305.7%로 급등한다. 고금리 환경에서 매년 막대한 이자 비용을 통제해야 하는 단기적 재무 압박이 김 부회장에게 집중된 셈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한화의 연결 부채 총계는 244조 원을 넘어섰고, 차입금과 사채만 65조 8028억 원에 달한다. 다만 신용 평가업계와 증권가는 존속 법인의 펀더멘털 훼손 우려를 제한적으로 평가한다. 완전 지주 회사로 인정받지는 못한 상태지만 ㈜한화가 자체 현금 창출력을 입증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주요 증권사 리포트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한화의 별도 기준 매출액은 대형 사업 준공 등의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579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이익은 1895억 원으로 무려 24.8% 급증했다. 자체 건설 부문이 매출 감소에도 원가율 개선에 성공했고, 수주잔고 9조4000억 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BNCP) 사업도 하반기 국무회의 승인을 거쳐 2027년부터 실적 개선에 기여할 전망이다. 핵심 자회사 실적 호조에 따른 배당금 수익 1159억 원과 브랜드 로열티 수익 증가도 실적을 견인했다. ◇한화에너지 지배력 강화와 '밸류업·거버넌스 투명성' 쌍끌이 정공법 존속 법인의 지배 구조 재편 중심에는 비상장사 '한화에너지'가 있다. 최근 차남과 삼남이 지분 일부를 외부 사모펀드에 매각해 김 부회장의 한화에너지 지배력이 50%로 굳어졌다. 한화에너지는 이를 바탕으로 ㈜한화 보통주 5.2%를 공개 매수해 지분율을 14.9%로 끌어올렸다. 김 부회장의 ㈜한화 실질 지배력은 20%를 넘어서며 승계의 무게추가 명확히 이동했다. 동시에 ㈜한화는 자본 시장 달래기를 위해 강력한 주주 환원과 거버넌스 개선이라는 정공법을 택했다. 지난 1월 발표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6월 1일 공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 따르면, ㈜한화는 편법적 지배력 강화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보유 보통주 자기 주식 445만여 주(5.9%)를 지난 4월 9일 자로 전량 소각 완료해 인적분할 시 제기될 수 있는 '자사주의 마법' 논란을 원천 봉쇄했다. 또한 제1우선주를 전량 장외매수해 소각하기로 했으며, 보통주 기준 최소 주당 1000원의 현금 배당을 약속했다. 배당액을 먼저 확인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배당 기준일을 3월 말로 변경해 주주들의 예측 가능성도 대폭 높였다. 주주 권익 보호를 위한 지배구조 투명성도 눈에 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소수 주주권을 보호할 수 있는 '집중 투표제'를 정관 변경으로 선제 도입했고(개정 상법 시행 시기에 맞춰 9월 이후 적용), 전자 투표제·전자 주주총회 개최 근거도 확립했다. 일련의 노력의 결과로 ㈜한화의 지배 구조 핵심지표 준수율은 80%(15개 중 12개 준수)에 달했다. 전체 7명의 이사회 중 과반(4명)을 여성(변혜령 카이스트 교수)을 포함한 사외이사로 채우고, 감사·내부거래·사외이사후보추천·보상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경영 감시의 독립성을 끌어올렸다. 특히 내부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내부 거래 기준(100억 원)보다 엄격한 80억 원 이상을 사전 심의 대상으로 자발적으로 낮춰 사익 편취 우려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 또한 경영진의 단기 성과주의를 막고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김동관 부회장 등 주요 임원들에게 장기 성과와 연동되는 양도 제한 조건부 주식(RSU, Restricted Stock Units)를 부여했다. 김 부회장의 경우 최장 10년 뒤인 2035년에 순차적으로 가득(Vesting)되는 RSU로 묶여 있어 장기적인 주주가치 제고와 이해 관계를 일치시켰다. '2026~2030년 자본 배분 전략'도 구체화했다. 자체 사업 영업 현금 흐름(45%), 브랜드 수익(40%), 배당수익(15%)으로 자본을 창출해 재무 구조 개선(45%)와 미래 전략 투자(30%), 주주 환원(25%)에 효율적으로 투입함으로써 2030년까지 자기 자본 이익률(ROE) 12%를 달성하겠다는 확고한 목표를 세웠다. 이를 알리기 위해 올해 1월 21일 개인 주주 간담회를 직접 개최하고 해외 기업 설명회를 잇달아 여는 등 시장과의 소통도 강화했다. ◇방산·금융 이어 한화솔루션도 '1분기 926억 흑자' 존속 법인의 실적을 견인하는 동력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이다. 수주 잔고가 38조 원을 넘어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 부문과 흑자 전환한 조선 계열사 한화오션이 든든한 버팀목이다. ㈜한화의 높은 부채 비율 역시 고객사로부터 미리 수령한 선수금 성격의 '착한 부채'가 상당수라 실질 재무 건전성은 양호하다. 또한 차남 김동원 사장이 이끄는 금융 부문은 한화생명의 투자 손익 증가에 힘입어 1분기 연결 영업이익 6498억 원을 내며 확고한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이끄는 주력 사업 역시 실적 개선에 뚜렷한 힘을 보태고 있다. 밸류 체인 구축을 위한 대규모 차입 투자가 진행되고 글로벌 공급 과잉 우려가 있는 가운데서도 올해 1분기 926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견조한 이익 체력을 증명했다. 이에 더해 ㈜한화는 향후 한화솔루션 유상 증자 등 지속적인 투자 재원을 부채 조달이 아닌 '비 영업용 자산 매각'을 통해 마련하기로 방침을 확정했다. 핵심 자회사가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지주사 차원의 재무 건전성까지 선제적으로 챙기며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자본 시장의 화답…“할인율 축소 기대" 목표 주가 줄상향 막대한 부채를 짊어지고 핵심 동력을 통솔하게 된 김동관 부회장의 밸류업 시험대에 자본시장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자회사들의 주가 상승으로 ㈜한화의 순자산가치(NAV)는 크게 팽창했으나, 현재 주가는 분할 불확실성 등으로 NAV 대비 약 56~65%가량 할인돼 있다. 이에 △NH투자증권(18만 원) △삼성증권(17만 원) △SK증권(17만 원) △키움증권(16만9000원), 대신증권(16만3000원)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한화의 목표 주가를 대폭 상향했다. 인적 분할을 통한 복합 기업 할인(Conglomerate Discount) 축소와 파격적인 주주 환원, 그리고 지배 구조 개선 정책이 맞물리면 고질적인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란 분석이다. 때문에 ㈜한화가 방산·조선의 호황과 금융 부문의 탄탄한 현금 창출력, 여기에 태양광 부문의 견조한 흑자 기조까지 지렛대 삼아 투명한 거버넌스로 기업 밸류업을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단독] KAI, 로봇으로 전투기 엔진 장착…파손 막고 공정 효율↑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전투기 제조 공정 중 최고 난도로 꼽히는 '엔진 장착'을 완전 무인화·자동화하는 역량을 갖췄다. 이는 현재 에어버스와 보잉 등 글로벌 항공기 최종 조립 라인(FAL, Final Assembly Line)에서 널리 쓰이는 업계 표준 장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이다. 이에 따라 본격 양산에 돌입한 KF-21 보라매 전투기의 조립 병목을 뚫고 K-항공 방산의 패러다임을 기체 수출에서 '스마트 팩토리 턴키(Turn-key) 수출'로 바꿀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13일 본지 취재 결과 KAI는 3D 공간 맵핑과 다축 로보틱스가 융합된 지능형 로봇으로 항공기 엔진을 장착하는 시스템에 관한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대형 민항기나 전투기의 정비(MRO) 및 최종 조립 현장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상용 리프팅 장비는 하이드로(HYDRO)의 '코브라' 시스템이다. 코브라는 최대 18톤의 하중을 다루며 엔진 교체 시간을 대폭 줄였지만 여전히 작업자가 모바일 패널을 들고 육안으로 위치를 확인하며 조이스틱을 움직여야 하는 '반자동(Semi-auto)'의 한계가 명확했다.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고가의 엔진이 미세한 조작 실수로 기체와 충돌할 수 있는 '휴먼 에러' 리스크가 잔존했던 셈이다. KAI의 이 불확실성을 기계 스스로 통제하는 '완전 자동화'를 이뤘다. 시스템 상단의 '레이저 프로파일 센서'가 동체 후방의 텅 빈 엔진 베이를 스캔해 수십만 개의 3차원 '포인트 클라우드(Point Cloud)' 입체 지도를 만든다. 연산 모듈은 이를 동체 기준의 전역 좌표계로 동적 변환해 기체와 엔진 사이의 공간 오차 벡터를 밀리미터 단위로 정밀 산출한다. 목표 궤적이 도출되면 잭 스크류·서보 모터 등 하부의 4개 축 자세 조정 모듈이 수 톤 중량 엔진의 피치(Pitch)·롤(Roll)·비틀림을 자동 보정한다. 오차가 '0'에 수렴할 때까지 기계 스스로 위치를 교정하는 '폐루프(Closed-loop) 제어'다. 이는 과거 노르웨이 과학기술대학교(NTNU) 연구팀이 부품 단위에서 실증한 '위치-폐쇄 기구학 기반 정렬' 이론을 수 톤의 거대 엔진을 통째로 기체에 꽂아 넣는 거시적(Macro) 산업 현장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상용화한 쾌거다. 엔진 조립 라인의 지능화는 글로벌 톱티어 제조사들의 사활이 걸린 생존 경쟁이다. 글로벌 엔진 명가 프랫앤휘트니(P&W)는 고압 압축기 조립에 '알프레드(Alfred)' 로봇을 투입해 14시간 걸리던 수작업을 7시간으로 줄였고, 독일 MTU는 비전 카메라가 탑재된 정밀 체결 로봇을 도입해 조립 사이클 타임을 2시간 이내로 단축했다. 나아가 에어버스는 협소하고 사각지대가 많은 항공 조립 라인에 최근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 '워커 S2(Walker S2)'를 시범 투입했다. KAI 역시 이 같은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최근 정부 주도의 'K-휴머노이드 연합' 핵심 멤버로 합류했다. 향후 KAI가 선점한 거대 로봇 장착 기술에 밀폐구역 미세 수작업을 돕는 휴머노이드까지 결합된다면, 조립 품질과 공정 속도는 폭발적으로 도약하게 된다. 당장 이 원천 기술의 혜택을 보는 것은 2조4000억 원 규모로 1차 양산에 돌입한 KF-21이다. 특히 무장을 기체 내부에 숨겨 완전한 스텔스 형상으로 진화할 차세대 '블록 3' 모델은 기체 내부 구조가 극도로 조밀해져 엔진이 들어갈 여유 공간이 매우 좁아진다. 무충돌 장착 시스템 없이는 조립 불량 방지와 극한의 품질 보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수 시장에서의 파급력도 이미 입증됐다. KAI는 최근 미국 콜린스 에어로스트럭처와 에어버스 A350 및 A320neo에 탑재될 핵심 공기 역학 부품 '엔진 낫셀(Nacelle)'을 1400억 원 어치 장기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극저 공차의 기계 가공과 정밀 조립이 요구되는 대형 구조물 사업에서 깐깐한 글로벌 항공 거인(OEM)들의 선택을 받은 배경에는 KAI가 이번 특허로 증명한 초정밀 3D 측정(Metrology)·로봇 체결 역량이 품질 보증 수표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업계는 KAI의 이 기술이 한국의 방산 수출 패러다임을 극적으로 전환시킬 '마스터키'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폴란드·인도네시아 등 주요 신흥 방산 수입국들은 완제품 수입 외에도 자국 내 현지 생산(기술 이전)과 정비(MRO) 인프라 구축을 요구하고 있다. 과거엔 현지 미숙련 노동자들의 휴먼 에러로 인한 조립 불량 리스크가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하지만 KAI의 지능형 장착 시스템은 기계 자체가 오차를 통제(Error-proofing)하기 때문에 현지 노동자의 숙련도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현지에서 균일하게 명품 무기를 찍어낼 수 있는 무결점 '스마트 팩토리 인프라' 자체를 기체와 묶어 '턴키(Turn-key)' 패키지로 수출하는 새로운 수출 룰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KAI 관계자는 “본 기술로써 항공기 엔진 장착에 작업자의 개입을 최소화해 작업자의 제어 조작 오류로 인한 항공기와 엔진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작업 소요 시간도 단축시켜 공정 효율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 기자

[지정학 방정식 下] ‘K-방산 2.0’, 무기 너머 ‘국방 생태계’ 판다

현재 글로벌 주요국의 국방 획득 거버넌스는 완제품 도입에서 벗어나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 중심의 배타적 안보·경제 블록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에 직면한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가성비와 신속 납기'에 의존하던 초기 수출 모델(K-방산 1.0)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거시적 비즈니스 모델의 전환, 이른바 'K-방산 2.0' 전략을 가동 중이다. 현대 무기체계의 획득 경제학에서 최초 도입 비용(Acquisition Cost)은 전체 수명 주기 비용(Life Cycle Cost)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 70%는 30~50년간 이어지는 유지·보수·개량(MRO) 및 부품 조달에서 발생한다. K-방산 2.0의 핵심은 바로 이 '70%의 후속 군수 지원 시장'을 선제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도입국의 거시 경제와 국방 밸류체인(Value Chain)에 자본과 인프라를 직접 투입하는 데 있다. 이는 수출 실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도입국의 국방 예산·산업 인프라·전술 교리를 한국의 방산 밸류체인에 구조적으로 종속시키는 강력한 락인(Lock-in, 잠금) 효과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현재 K-방산은 ▲전면적 산업 내재화(현지화) ▲정책 금융 조달(차관) 결합 ▲제도적 규제 우회 등 3대 축을 통해 글로벌 지정학 장벽의 간극을 파고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 방산 시장에 견고하게 형성된 EU 역내 방산 기금(SAFE) 연계·고강도 자국 생산 규제(Offset)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한국 방산 기업이 직접 자본을 투입해 비관세 장벽 내부의 '유럽 현지 기업화'를 이루는 방안을 꼽는다. 외부자 한계를 지우고 현지 산업 경제와 완전히 동기화되는 '트로이의 목마' 전술이다. 현대로템이 폴란드 군비청과 체결한 8조8000억 원 규모의 K-2 전차 2차 실행 계약은 이와 같은 패러다임 전환의 교과서적 사례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현지 요구 사항을 반영한 'K-2PL' 모델의 생산 라인 구축과 핵심 기술 이전(ToT)을 명문화했다. 또한 폴란드를 거점으로 생산된 물량을 향후 루마니아 등 인접 동유럽 국가들로 '공동 수출'한다는 이익 공유 비전을 선언했다. 이로써 현대로템은 폴란드 방산업계 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적 수출 동력까지 제공함으로써 도입국을 '무기 소비자'에서 한국 방산 생태계의 '공동 투자자'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루마니아 시장에서도 동일한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보병 전투 장갑차(IFV) 수주전에서 EU 역내 카르텔에 밀려 고배를 마셨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K-9 자주포 수주 직후 루마니아 현지에 거점 조립·부품 생산 공장 착공을 서두르고 있다. 이러한 선제적 인프라 투자는 유럽 방위산업 기반(EDTIB) 강화를 명분으로 외부 진입을 막는 EU의 보호주의를 합법적으로 우회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방 예산이 자국 내 양질의 고용 창출로 환원되기를 바라는 동유럽 국가들의 정치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셈이다. 유럽의 거점화 전략은 역내 전장 환경의 패러다임 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화 시기의 공백과 맞물려 강력한 시너지를 낸다. 현재 루마니아 육군은 차세대 주력 전차 획득 소요를 제기하며 현대로템의 K-2 전차와 독일 레오파르트 계열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수주전의 핵심 변수는 독일과 프랑스가 주도해 공동 개발 중인 140mm 주포 등을 탑재한 차세대 지상 전투 체계(MGCS, Main Ground Combat System)의 상용화 시점이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유럽 자체 차세대 전차 개발이 기술적·정치적 이견으로 2035년 이후로 지연됨에 따라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의 위협에 직면해 전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동유럽 국가들에게는 5~10년의 안보 공백기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K-2 전차는 이미 폴란드에서 실전 배치와 현지 양산 인프라가 완비돼 있어 이 지연된 틈을 즉각 파고들 수 있는 전 세계 유일의 최신 3.5세대 플랫폼이다. 서북유럽 전차 대비 지정학적 열세를 기술적 적시성(Time-to-Market)이 마케팅 포인트다. 다만, 유럽 내부의 견제가 심화되고 이 '골든 타임'의 유효 기간이 2~3년 내외로 좁혀질 수 있어 '포괄적 생태계 제안'이 차기 수주전의 승리자를 결정할 전망이다. 초대형 국방 예산 편성에 재무적 유동성 제약이 따르는 동남아시아 및 중남미 등 신흥국 시장에서는 공급자 측의 선제적인 '정책 금융(여신) 지원'이 물리적 성능 제원을 압도하는 수주 결정 변수로 작용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필리핀 공군과 최대 20대 규모 수출을 두고 논의 중인 차세대 전투기 KF-21 획득 사업은 금융과 MRO가 결합된 '코리아 턴키(Turn-key)' 모델의 시금석이다. 첨단 전투기는 기체 도입 비용보다 30년 간 운용하는 데 드는 비용이 2~3배 더 드는 거대 자본 집약적 플랫폼이다. 한국 측은 단일 플랫폼 공급을 제안하는 경쟁국들과 달리 획득 비용의 최대 70%를 한국수출입은행 주도의 장기 차관으로 제공하는 파격적인 재무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에 더해 필리핀 영토 내에 KF-21 전용 항공 정비 시설을 구축하고 현지 운용 인력을 직접 양성하는 종합 군수 지원(ILS, Integrated Logistics Support) 패키지를 결합했다. 이는 도입국이 직면한 초기 자본 조달의 한계를 수출국 금융으로 상쇄하고 운용 유지 리스크를 인프라 이식으로 해소해 주는 고도화된 복합 획득 모델이다. 가장 폐쇄적이면서도 거대한 단일 방산 시장인 미국에 대한 접근 방식은 정면 돌파 대신 철저한 '우회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내에서 건조되지 않은 선박의 조달을 엄격히 제한하는 '존스법'을 유지하고 있어 외부 기업의 신규 함정(Newbuilding) 진입이 차단돼 있다. 이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연간 200조 원 규모로 추산지만 자국 내 인프라 노후화와 인력 난으로 극심한 적체를 겪고 있는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해체 후 재조립(MRO) 시장으로 뱃머리를 돌렸다. 한화오션의 필라델피아 조선소 인수에 이어 양사는 2026 회계연도를 앞두고 미 해군 군수지원함 등 정비 사업을 연달아 4건 수주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MASGA, 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내에 안착했다. 이는 까다로운 미 해군의 보안 인가를 통과하고 군수 밸류체인 내 '신뢰 자본'을 축적하는 과정이고 장기적으로 존스법의 예외 조항이 발동되거나 오커스(AUKUS) 필러 2 등 동맹국 중심의 연합 건조 프로젝트 가동 시 최우선 파트너로 선택받기 위한 전략적 교두보 확보로 풀이된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자국 산업화 마스터플랜 '비전 2030'에 의거, 국방 지출의 50% 이상을 자국 내 조달로 전환하는 현지화(ICV, In-Country Value) 의무 비율을 강제하고 있다. 차세대 3000톤급 잠수함 사업을 공략 중인 한화오션은 요구치를 상회하는 '60% 현지화율' 달성 계획과 함께 조선소 인프라와 수중 방산 전자 생태계 전체를 사우디 방위산업청(GAMI) 산하에 복제해 이식하는 포괄적 인프라 협력안을 제시했다. 중남미의 핵심 거점인 페루에서는 HD현대중공업과 현대로템이 각각 페루 국영 조선소(SIMA)·육군 조병창(FAME)과 함정 공동 개발·K-2 전차 총괄 협약 등을 담은 포괄적 전략 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완제품을 수출하는 '공급자' 위치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중장기 국방 마스터플랜을 기획하는 '설계자'로 격상됐음을 시사한다. 최근 글로벌 국방 획득 사업의 일련의 흐름은 방위산업이 파편화된 기계 공학적 제조업의 영역에서 자본·거시 산업 정책·지정학적 외교가 고도로 얽힌 '초거대 체계 통합 시장'으로 전환됐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자국 산업 생태계 내재화 요구와 막대한 국방 예산의 재무적 분산 지원, 30년 수명주기의 군수 조달 안정성 보장이라는 다층적 과제를 단일 기업의 영업력만으로 일괄 타결할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K-방산이 현재의 외형적 팽창을 구조적 지속 가능성으로 전환하고 글로벌 방산 4강(G4)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소모적인 내부 출혈 경쟁을 통제해야 한다는 제언도 존재한다. 플랫폼을 건조하는 조선·기갑·항공 체계 업체, 탐지·정밀 타격 무장을 공급하는 방산 전자 업체, 막대한 여신 규모를 통제하는 재정경제부·수출입은행 등 정책 금융 기관, 기술 통제·국방 외교를 전담하는 국방부·방위사업청가 단일한 지휘 체계로 결합된 '국가 단위 체계 통합(National System Integration)' 거버넌스가 시급히 가동돼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이성훈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방산 수출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대 국가의 외교·안보 역량이 결집된 G2G 토털 솔루션 사업"이라며 “대통령실 주도의 범정부 컨트롤 타워를 가동해 외교·국방·산업·금융 부처가 단일 창구로 움직이는 '원팀 코리아' 거버넌스를 신속히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진화하는 AI 드론 테러…“민항기 격추 시 공항 마비 사태”

최근 중동 지역 공항을 겨냥한 드론 공격이 신종 테러로 현실화되는 가운데 국내 공항의 드론 대응 체계를 전면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인공 지능(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과 군집드론의 확산으로 기존 전파 방해(재밍) 중심의 안티 드론 체계는 한계에 직면했다며, 관련 법·제도 정비와 혁신적인 방어 기술 도입과 컨트롤 타워 일원화를 촉구했다. 지난 9일 한국항공보안학회와 인천국제공항경찰단은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교육원에서 '보이지 않는 위협, 신종 드론테러 예방과 공항 대응 전략'을 주제로 대테러·대드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방부·국무총리실 대테러 센터·경찰청·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공항공사 관계자들과 드론·항공 보안 전문가 등 4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발제는 김명진 항공보안학회 대테러·대드론 전략연구위원장(강원대학교 경영정책과학대학원 안보전략학과 교수)이 맡았다. 김 위원장은 드론 117기로 러시아 폭격기 12대를 완파한 우크라이나의 '스파이더 웹' 작전과 1명이 사망하고 63명이 부상을 입은 쿠웨이트 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피격 사건을 거론했고, 드론 위협이 국가 핵심 인프라를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주요 공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김 위원장의 발표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인천국제공항에서만 미인가 드론이 526건 탐지됐고 이로 인해 활주로가 통제되거나 이착륙이 중단된 사례도 34건에 달했다. 과거의 드론은 조종사와 무선 신호를 주고받았기 때문에 주파수를 차단하는 'RF(Radio Frequency) 재밍'이 유효했다. 그러나 최신 AI 기반 자율 비행 드론은 외부 통신이나 범 지구 위치 결정 시스템(GPS, Global Positioning System) 지원 없이도 탑재된 AI 칩셋과 카메라의 '비전 오도메트리(Vision Odometry)' 기술만으로 표적을 인식해 스스로 돌진한다. 때문에 전파를 차단해도 목표물 타격을 멈추지 않는다. 수십 대가 동시다발적으로 접근하는 군집 드론은 '분산 메쉬 네트워크(Mesh Network)'를 통해 선도 기체가 격추되더라도 통신망을 자체 복구하며 대형을 유지한다. 현장에서는 북한의 무인기 전력 고도화도 심각한 위협 요인으로 지목됐다. 북한은 미국의 무인기를 모방한 '샛별-4·9형' 전략기를 비롯, 러시아제 '란셋'과 이란제 '샤헤드'와 유사한 자폭형 무인기 등 1000대 이상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은 “북한은 군사 분계선(MDL, Military Demarcation Line) 20km 이내 전방에 20여 개소의 발진 기지를 두고 수백 대의 자폭형 무인기를 즉각 운용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고 언급했다. 그는 “양양·무안·여수 등 안티 드론 인프라가 전무한 지방 공항은 테러 조직의 우회 공격에 완전히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며 “지금이 전시 상황임을 잊지 말고 신속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전문가들은 수만 원짜리 저가 조립식 드론 무리를 막기 위해 수억 원에 달하는 방공 미사일을 쏟아부어야 하는 '비대칭적 소모전'이 현행 방어 체계의 한계라고 꼬집었다. 소대섭 학회장(한서대학교 항공정책센터장·항공보안학과장(교수))은 “이제는 만 원짜리 저가 드론이 민간 항공기를 위협하는 시대가 도래했고, 실제 타격하는 데에는 1~2분도 걸리지 않는다"며 “이 경우 공항 마비로 이어지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권희춘 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장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이미 제트 엔진을 달고 600km 이상을 날아가는 드론이 실전에 투입되고 있다"며 “전파 방해만 하면 막을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전쟁 상황이라는 경각심을 갖고 방어 무기 도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했다. 인천공항과 같이 민간 항공기 이착륙이 빈번하고 인구 밀집도가 높은 상용 공항에서는 하드 킬 방식 적용 시 파편 추락 등 2차 피해 우려가 크다. 본지는 쿠웨이트 사례와 비교했을 때 국내 공항은 2차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신형 위협을 방어할 수 있는 소프트 킬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고 있는지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재밍과 스푸핑등 소프트 킬 기술은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민간 공항에서는 항공기 운항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실제 운용에는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며 대안으로 “공항 환경에 적합한 AI 기반 대드론 기술과 다층 방어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 세션에서 김 위원장은 통신망 교란이 아닌 드론의 카메라와 AI 알고리즘, 운영 체제(OS)를 연쇄적으로 붕괴시키는 AI 기반 '퀀텀 점프형 다층 시각 기만 체계'가 대안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원거리에서는 초광대역 스마트 조리개와 레이저 대즐러로 기하학적 착시 패턴을 투사해 렌즈를 마비시키고, 500m에서 1km에 이르는 중거리에서는 노이즈를 주입하는 '적대적 패치(Adversarial Patch)'를 통해 AI의 표적 인식률을 20% 미만으로 떨어뜨려 락온(Lock-on)을 강제로 해제한다는 것이다. 500m 이내 근거리에서는 악성 고밀도 QR 마커를 스캔토록 해 임베디드 OS의 버퍼 오버플로우를 유도해 내부 시스템을 영구 무력화시켜 추락시키는 3단계 방식이다. 기술 도입과 함께 현장 지휘 체계의 일원화도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재 인천공항 외곽과 내부의 방어 주체가 다르고 기관 간 권한이 얽혀 있어 신속 대응의 골든 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민간 공항 인근에서 미인가 드론을 무력화하기 위해 전파 차단 장비를 사용할 경우 현행 전파법이나 항공보안법 등과의 정합성 문제 해결 여부와 법적 충돌 가능성, 긴급 상황 발생 시 현장 책임자의 면책 조항 등 제도적 뒷받침 수준에 대해 물었다. 김 위원장은 “현행 제도는 면책 조항이 미흡하고 관계법들 간에 맞물리지 않는 부분이 남아있다"며 “신속한 현장 대응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조종호 인천국제공항공사 항공보안처장은 “2027~2028년 경 인천공항에 한화시스템의 대공 레이저 무기 '천광'이 도입될 예정"이라면서도 “긴박한 테러 상황에서 민·관·군·경 중 과연 어느 기관이 요격 승인을 내리고 빠르게 타격할 것인지 현장 지휘 권한 체계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조속히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비 도입 시기 전후의 예산 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고도화된 대드론 시스템의 선제적 도입과 유지·보수·운영(MRO)은 막대한 예산을 요한다. 본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인 만큼 공항공사들의 자체 예산 외에 정부 차원의 국비 지원이나 보안 인프라 투자 확대를 위한 정책적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문의했다. 김 위원장은 “국방부 예산으로 일부 추진되고 있지만 2028년 배치 계획인만큼 그전까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신속한 예산 집행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에 총리실 대테러 센터 관계자는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해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범정부 통합 TF를 꾸렸다"며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달성과 방호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국가 드론·대드론 대전환 전략(K-드론 도미넌스)'을 세워 정책을 조율 중"이라고 했다. 이어 “통합 방위 차원에서 신속한 반사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민·관·군·경의 협력 체계를 지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지정학 방정식 上] ‘가성비·속도전’ 약발 다한 ‘K-방산 수출 1.0’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군비 경쟁 심화로 전 세계 국방 지출이 뚜렷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방위산업(이하 K-방산)은 2022년 이후 폴란드를 비롯한 주요국에서 대규모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외형적 팽창을 이뤘다. 증권업계와 관련 기관 지표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산업(KAI)·LIG D&A 등 국내 주요 방산 4사의 올해 합산 매출은 4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초기 K-방산의 수출 실적을 견인한 핵심 요소는 활성화된 양산 라인을 바탕으로 한 '신속한 납기'와 경쟁국 대비 우수한 '가격 대비 성능'이었다. 안보 위협에 직면해 단기적인 전력 공백을 우선적으로 메워야 했던 일부 국가들의 긴급 소요(UOR, Urgent Operational Requirement)와 K-방산의 제조 공급망 우위가 부합한 결과다. 그러나 각국이 단기 소요를 어느 정도 충족하고, 향후 30~50년을 운용해야 하는 해양 플랫폼·차세대 기갑 등 초대형 전략 무기체계 획득 사업으로 시선을 돌리면서 기존의 수출 공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도입국의 요구 조건이 개별 무기체계의 하드웨어 제원 평가를 넘어 기존 안보 동맹망과의 상호 운용성, 장기적인 군수 생태계 편입, 그리고 도입국의 거시 경제적 산업 인프라 구축으로 고도화돼서다. 해상 작전 환경, 특히 잠수함 운용은 고도의 은밀성이 요구되며 고립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한다. 따라서 도입 시점의 플랫폼 스펙보다 수명 주기 전반에 걸친 동맹국 간의 수중 데이터 연동과 기항지에서의 부품 호환, 연합 대잠전 수행 능력이 사업자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작용한다. 총사업비 60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의 우선 협상 대상자 미선정 사례는 이러한 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화오션·HD현대중공업으로 이뤄진 '원팀 코리아'는 태평양 무기항 횡단을 통해 원양 작전 능력이 실증된 3600톤급 장보고-III 배치(Batch)-II(도산 안창호급) 모델을 제안했다. 반면 캐나다 국방부가 1순위로 고려한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 시스템즈(TKMS)의 '타입 212CD'는 현재 기본 설계 단계에 머물러 있는 플랫폼이다. 실증된 자산이 도면 상의 자산에 밀린 결정적 요인은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체계 내에서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확보에 있다. 독일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잠수함을 공급하며 북해와 대서양 전반에 방대한 유지·보수·운영(MRO) 공급망과 전술 데이터 베이스를 선점하고 있다. 캐나다 군 당국 입장에서는 독립적 규격의 우수한 플랫폼을 단독 도입해 독자적인 정비망을 구축하는 것보다 기존 NATO 회원국들과 부품을 상호 융통하고 작전 지휘망을 원활히 연동할 수 있는 '연합 군수 생태계 편입'을 전략적 운용 리스크 최소화 방안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른바 기존 방산 시스템에 종속되는 '경로 의존성(Path Dependency)'이 제조업 역량을 상쇄한 것이다. 총 7조4000억 원 규모의 폴란드 신형 잠수함 도입 사업(오르카 프로젝트) 역시 유사한 맥락을 지닌다. 폴란드는 앞서 지상 전력 부문에서 한국산 현대로템 K-2 전차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9 자주포를 대규모로 채택했지만, 해상 전력 사업에서는 인접국인 스웨덴 사브(Saab)를 우선 순위 파트너로 선정했다. 이는 전장 환경의 지리적 특수성과 직결된다. 폴란드의 핵심 해상 방어 구역인 발트해는 수심이 얕고 염도가 균일하지 않아 러시아 발트 함대 견제를 위한 역내 국가 간의 밀접한 전술 공유가 필수적이다. 최근 스웨덴이 NATO에 공식 합류함에 따라 발트해의 지정학적 구도가 재편됐고, 폴란드는 물리적 거리가 먼 한국의 플랫폼 대신 수십 년간 발트해 해상 네트워크를 주도해 온 스웨덴과의 직접적인 전력 통합을 안보적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지상 무기의 대규모 도입 이력이 타 영역의 무기 체계 획득으로 자동 승계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정학적 연대가 해양 전력 획득의 변수라면 지상 무기체계 부문에서는 유럽연합(EU) 중심의 역내 방산 경제 보호주의가 실질적인 비관세 진입 장벽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보병 전투 장갑차 '레드백(Redback)'이 탈락한 루마니아 장갑차 사업(5조 원, 246대)은 이를 입증하는 사례다. 레드백은 앞서 호주 육군 차세대 장갑차 사업에서 독일 라인메탈의 '링스(Lynx) KF41'을 기술·성능 평가에서 앞서며 최종 선정된 바 있다. 루마니아 수주전에서는 라인메탈의 링스가 최종 낙찰자가 됐다. 국방·획득 전문가들은 이 결과의 원인을 무기의 기계적 성능 격차가 아닌 EU 특유의 자본 조달 구조와 자국 산업 내재화 규제에서 찾고 있다. 우선 자금 조달 구조에 따른 배타성이 거론된다. 루마니아는 이번 사업 전체 물량 중 94%에 해당하는 232대의 구매 자금을 EU의 '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 기금을 통한 저리 대출로 조달하기로 결정했다. SAFE는 유럽 내 방위산업 기반(EDTIB) 강화와 회원국 간 무기체계 공동 구매를 장려하기 위해 조성된 자본이다. 역내 자금을 활용해 무기를 도입하는 구조상 비(非)유럽권 국가의 무기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재정 운영의 목적성 및 EU 정책적 타당성 측면에서 구조적인 불이익을 안고 출발할 수밖에 없다. 고강도 현지 생산·밸류체인 통합 요구도 제기된다. 루마니아 정부는 기술 이전(ToT) 외에도 자국 내 메디아스(Mediaș) 공장에서 전체 장갑차 물량의 70~80%를 조립·생산하고, 핵심 부품 공급망과 유지보수 체계를 현지 산업과 100% 통합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라인메탈은 일찍이 헝가리 등 동유럽 거점에 궤도형 장갑차 생산 라인을 선제적으로 구축하며 역내 방산 공급망에 융합돼 있어 이와 같은 요구에 유연한 대응이 가능했다. 이는 국방 예산을 자국의 제조업 고용 창출과 산업 고도화를 위한 경제적 도구로 활용하려는 동유럽 국가들의 최근 획득 경향을 반영하며 결과적으로 외부 국가의 진입을 차단하는 산업적 보호막 역할을 수행했다. 캐나다·폴란드·루마니아 사례에서 공통적으로 도출해낼 수 있는 결론은 글로벌 주요 방산 시장의 획득 기준이 단품 위주의 'B2B(기업 간 거래) 제조·납품' 방식에서 이탈했다는 점이다. 무기체계의 제원과 단가 비교단계를 넘어 ▲대상국의 거시 경제 파급 효과 ▲장기 군수 조달 안정성 보장 ▲역내 안보 동맹망으로의 완전한 편입 여부가 사업의 최종 승패를 가르는 결정 변수로 격상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K-방산의 외형적 성장은 유의미한 경제적 지표이나 현재의 양적 팽창을 넘어 북미 및 서북유럽 등 방산 선진국이 주도하는 주력 시장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K-방산 1.0' 모델의 구조적 한계를 객관적으로 진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입국의 방위산업 생태계에 자본과 기술을 직접 투자하는 전면적 현지화 역량, 대규모 국방 예산의 재정적 부담을 대체할 수 있는 G2G 기반의 금융(차관·대출) 지원 패키지, 수명 주기를 책임지는 장기 MRO 네트워크 구축 역량이 결합된 '통합 국방 솔루션 제공자(System Integrator)'로의 체질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현장] “육·해·공 3군 사관학교 통폐합 결사 반대”…국회서 2000여명 대규모 집회

정부가 추진 중인 3군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통폐합이 각 군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장교 양성 체계를 흔들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 8일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와 육사 생도 학부모 모임, 예비역 장성 등은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정부의 사관학교 통폐합 및 육군사관학교 지방 이전 계획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000여 명이 참석했다. 집회가 진행되는 동안 국회 일대에서는 거센 장맛비가 내렸지만 참가자들은 우비를 입은 채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결의문을 채택한 뒤 ▲사관학교 통폐합 즉각 중단 ▲육사 지방 이전 취소 ▲국가 안보 수호를 위한 끝까지 투쟁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만세삼창으로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재명 정부와 국방부는 학령 인구 감소와 인공 지능(AI) 기반 미래전 환경에 대응한다는 명분 아래 사관학교 통폐합과 육사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 효율성을 제고하고 생도 시절부터 합동 작전 수행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군 관계자들은 정부의 이 같은 정책이 '안보 실험'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사관학교 통합은 명분도, 교육의 질을 높인다는 실리도 모두 잃은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군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 개편이라는 비판도 이어졌다. 제45대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김요한 성우회 부회장은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뒤 합동 훈련과 보직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며 “조급한 통합과 이전은 군 교육 체계를 약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예비역 육군 장교는 “사관학교 개편 자체가 말도 안된다"며 “육군을 해체하려는 정치적 명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특히 집회 참가자들은 현 태릉 교정을 전남 장성으로 이전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했다. 태릉 화랑대가 국군의 역사와 전통을 상징하는 공간인 만큼 이전 계획을 재검토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인서울 메리트'를 선호하는 젊은 세대의 흐름을 거스른 채 지방 이전이 현실화된다면 육사에 지원하려는 우수 자원이 줄어들 것이라 우려했다. 국방대학교를 사례로 들며 교육의 질 저하는 물론 교수와 학생 모두가 기피하는 곳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들은 이후 차례로 국회의장실과 국방부 민원실로 이동해 '사관학교 통폐합·육사 이전 반대 궐기대회 결의문'을 전달했다. 다음은 이양구 예비군소집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AI·드론 중심의 미래전에서는 군 간 협업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통합 아닌 각 군별 교육 체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래전에서 합동성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것은 교육 체계를 통합해야 한다는 걸 의미하진 않으며 별개의 문제다. 국방부는 합동성 강화를 통합의 이유로 제시하지만 합동성은 각 군의 전문성이 먼저 확보된 뒤에 가능한 것이다. 사관학교는 민간인을 군인으로 양성하고 이후 육·해·공군의 특성에 맞는 전문 장교를 길러내는 기관이고, 우리 군에는 이미 합동참모대학이 있어 중령 이상 장교들이 합동 작전 수행에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있다. 전문성이 갖춰진 뒤 합동성을 키우는 것이 순서이고 더 효과적이다." - 정부는 학령 인구 감소와 미래전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한다. 통합이 아니라면 어떤 대안이 있다고 보는가. “개편이 필요하다면 우선 현장 전문가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지금처럼 밀실에서 정책을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통합보다 초급 장교 처우 개선과 교육 과정 현대화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우수 인재들이 다시 군을 선택할 것이다." - 특정 군에 대한 목표를 갖고 지원한 수험생들이 통합 이후 원하는 군에 배치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이런 점이 우수 인재 유입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의견을 제시해달라. “사관학교를 지원하는 학생들은 육·해·공 각 군의 특성과 역할을 보고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복무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우수 인재가 모이는 법이다. 통합 이후 진로 선택의 불확실성이 커진다면 오히려 지원 감소로 이어진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단독] ‘조종사 부족·방공망 이중고’…공군, 미래전 대비 헬리콥터 ‘1:1 교체 방식’ 폐기

우리 공군이 극심한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붕괴와 무인기가 주도하는 미래 전장 환경에 대비해 헬리콥터 전력의 밑그림을 백지상태에서 다시 그린다. 수명이 다한 낡은 기재를 신형기로 '1대1 교체'하던 과거의 획득 방식을 전면 폐기하고, 다가오는 미래전에 맞춰 전력 구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한다. 8일 본지 취재 결과,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는 '미래 공군 회전익 전력 규모·구조 연구' 발주에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공군은 향후 5개월간 미래 항공우주력 건설을 위한 대대적인 정책 연구에 착수한다. 공군은 이번 연구를 통해 기체 노후화와 인구 감축에 대응해 ▲임무 기반 워게임(Wargame)을 통한 적정 헬리콥터 규모 산출 ▲무인기 결합한 유·무인 복합 체계(MUM-T) ▲작전 반경을 넓히는 공중 급유 ▲민·관·군 통합 작전 개념 등을 새롭게 도출할 계획이다. 이러한 공군의 행보는 최근 전 세계 군사 강국들이 겪고 있는 '회전익 전력 패러다임의 대전환' 흐름을 적극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군사 선진국들의 최신 헬리콥터 전력 개편 사례를 살펴보면 우리 공군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은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 군의 상비 병력은 저출산으로 인해 2019년 56만 명에서 단기간에 45만 명 수준으로 20%가량 급감했다. 긴 양성 기간이 필요한 헬리콥터 조종사 부족이 가시화되면서 과거와 같은 대규모 유인기 유지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러한 위기에 선진국들은 '무인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의 차세대 공격 정찰 헬리콥터(FARA, 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 취소다. 미 육군은 올해 2월, 무려 20억 달러(3조 원)가 투입됐던 이 대형 국책 사업을 백지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수백억 원짜리 첨단 유인 헬리콥터를 촘촘한 반접근·지역 거부(A2/AD) 적 방공망에 들이밀어 넣는 것은 자살 행위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미군은 이 예산을 헬리콥터에서 발사하는 소형 드론인 '공중 발사 효과(ALE, Air Launched Effect)' 등 무인기 네트워크 개발로 과감히 돌렸다. 유럽 역시 차세대 회전익기(NGRC, Next Generation Rotorcraft Capability) 사업을 통해 미래 헬리콥터를 '다영역 전투의 모선'으로 재정의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 기업 에어버스는 H145M 헬리콥터 조종석에 AI 알고리즘과 대형 터치 스크린을 결합, 조종사가 후방 안전지대(Stand-off Zone)에 머물며 다수의 무인기를 띄워 정찰과 타격을 지시하는 시스템을 실증했다. 공군이 이번 연구에서 MUM-T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도 조종사의 생존성 보장을 위해서다. 궁극적으로는 조종사가 아예 없는 '완전 자율 비행'도 현실이 됐다. 미국 시코르스키가 개발한 '매트릭스(MATRIX)' 시스템이 탑재된 UH-60A 블랙호크 헬리콥터는 조종사 없이 이륙해 장애물을 스스로 피하고 화물을 수송한 뒤 복귀하는 데 성공했다. 인구 절벽 시대에 조종사 없이 위험 지역에 헬리콥터를 단독 투입할 수 있는 선택적 유인 조종(OPV, Optionally Piloted Vehicle) 기술은 우리 군에게도 필수 생존 전략으로 꼽힌다. 전시 적진에 고립된 조종사를 구출하는 전투 탐색 구조(CSAR, Combat Search and Rescue) 임무의 성패는 체공 시간에 달렸다. 미 공군은 최신 구조 헬리콥터 HH-60W(졸리 그린 II)를 실전 배치했지만 중국·러시아 등 대등한 피어 위협(Peer Threat)의 촘촘한 대공 미사일 앞에서는 느린 속도와 짧은 항속거리로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도입 물량을 대폭 축소하는 딜레마를 겪고 있다. 이를 극복할 게임 체인저가 '공중 급유'다. 프랑스 공군은 최근 A400M 전략 수송기를 시속 194km의 초저속으로 비행시키며 H225M 특수작 전 헬리콥터에 공중 급유를 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헬리콥터의 작전 체공 시간은 무려 10시간 이상으로 늘어났다. 공군이 이번 연구에서 공중 급유를 명시한 것 역시 신형 헬리콥터 도입 시 다목적 공중 급유기(KC-330)나 수송기 등과 연계해 작전 반경의 족쇄를 풀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평시 대규모 산불이나 재난 발생 시 투입되는 '민·관·군 통합 작전' 영역에서는 하드웨어 대수 늘리기보다 네트워크 통제망의 혁신이 눈에 띈다. 잦은 대지진을 겪는 일본은 과거 수백 대의 헬리콥터가 몰려 공중 충돌 위기를 겪은 뒤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주도로 'D-NET'이라는 초연결 통제망을 개발했다. 이에 중앙 부처가 다른 헬리콥터와 드론의 위치를 중앙 화면에 통합하고 AI가 겹치지 않는 비행 경로를 자동 할당해 지휘·통제 시간을 70%나 단축했다. 에어버스의 '와일드파이어 센티넬' 역시 인공 위성과 드론이 파악한 산불 정보를 헬리콥터 조종석에 실시간 데이터로 전송한다. 다수 부처가 헬리콥터를 동원하는 한국 역시 기체 숫자 증가가 아닌 이 같은 첨단 디지털 통합 인프라 구축이 절실하다. 공군의 이번 연구에서 가장 돋보이는 대목은 적정 헬리콥터 대수를 정하기 위해 '임무 기반 워게임'을 명시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평시 소요와 전시 소요를 대충 합산하고 고정된 예비기 비율을 얹는 선형적인 셈법이 주를 이뤘으나, 해외 선진국들은 이미 '이산 사건 시뮬레이션(DES, Discrete-Event Simulation)' 등 고도화된 수학적 모델링을 적용하고 있다. DES란 시스템의 상태가 불규칙한 특정 시간에만 변한다고 가정하고 사건들이 발생하는 순서대로 모델링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법이다. 실제로 호주 해군은 차세대 대잠 헬리콥터 MH-60R을 도입할 당시 '해상 함정에 상시 8대를 띄워야 한다'는 엄격한 조건을 맞추기 위해 DES 기법을 활용했다. 기체의 돌발 고장·정비창 입고 주기·부품 조달 지연 시간·가용 인력 등 수많은 무작위 변수를 컴퓨터로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실행해 부족하지도 과도하지도 않은 '최소 구매 대수'를 오차 없이 뽑아냈다. 이에 근거하면 우리 공군 역시 한정된 국방 예산과 인력 속에서 낭비를 막고 작전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이 같은 데이터 기반의 소요 산출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LIG D&A-전략사, ‘사이버 전자전·레이저’로 다층 방공망 고도화 추진

LIG 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전략사령부와 전자기전(EW)·사이버 전자전(CEW)·초고출력 레이저 등 미래 핵심 국방 기술 분야의 협력을 대폭 강화한다. 7일 LIG D&A는 지난달 30일 전략사령부에서 신익현 대표이사와 박재열 전략사령관 등 양측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업무 협약(MOU)을 체결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통해 첨단 무기체계와 관련된 기술 교류를 확대하고 미래 전장에 대비한 굳건한 공동 협력 체계를 마련할 계획이다. 이번 협약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현대전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인 전자기전과 사이버 전자전이다. 지휘 체계와 첨단 무기가 전자기기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현대전에서는 적의 통신망을 교란해 아군의 우위를 확보하는 전자전 수행 능력이 필수적이다. 전자기전은 역할에 따라 적의 전자파를 수집·분석하는 '전자전 지원(ES)', 방해 전파로 통신을 무력화하는 '전자 공격(EA)', 적의 공격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는 '전자 보호(EP)'로 나뉜다. 양측은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한 차세대 군사 활동인 사이버 전자전 역량 확보에 집중한다. 기존 사이버전(CW)은 파괴력이 뛰어나지만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은 핵·미사일 통제망 등 적의 폐쇄망에는 직접 접속할 수 없었다. 반대로 전자전은 원거리에서 고출력 전자파로 폐쇄망 접속은 가능하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인 방해에 그친다는 한계가 있었다. 전자기 스펙트럼과 사이버 공간을 융합한 사이버 전자전은 이 두 가지 단점을 상호 보완한다. 전자전 기술을 이용해 적의 무선 폐쇄망에 원거리 접속한 뒤 사이버전의 악성 코드나 기만 메시지를 투입해 시스템을 완전히 교란하고 통제한다. 아군의 물리적인 파괴 없이도 적의 대량 살상 무기(WMD) 발사를 사전에 원천 차단할 수 있어 가장 실질적이고 즉각적인 '사이버 억지 수단'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소프트웨어적 무력화 역량과 함께 고도화되는 물리적 위협을 막아내는 '다층 통합 방공망' 구축도 한층 속도를 낸다. 최근 중동 분쟁에서는 미사일과 무인기(드론) 공격에 앞서 사이버 공격과 전자전으로 방공망과 통신 체계를 선제 교란하는 양상이 확인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대응해 LIG D&A는 고도와 사거리가 다른 다양한 위협을 단계별로 요격하는 다층 방공망 솔루션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장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L-SAM)·중거리 지대공 유도 무기(천궁-II)·함대공 유도 무기(해궁)·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신궁) 등으로 이어지는 촘촘한 방공망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 뼈대다. 아울러 최근 급증하는 군집 드론과 소형 무인기 위협에 맞서 최첨단 능동 위상 배열(AESA) 레이다와 연동된 근접 방어 무기체계(CIWS-II)·초고출력 레이저 발사 장치 등 대드론 방어 체계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추세다. 대공·대드론 방어의 핵심인 초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의 독자적 역량 강화를 위한 대규모 인프라도 선제적으로 확충했다. LIG D&A는 작년 10월 대전 하우스에 위성·레이저 체계 개발과 양산에 최적화된 '위성·레이저 체계 조립동'을 준공하며 생산 기반을 다졌다. 이 시설은 개인이 휴대 가능한 레이저 소화기부터 드론·미사일·포탄 등에 대응하는 초고출력 레이저 무기체계의 제조·조립·시험을 포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첨단 설비를 갖췄다. 이 같은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LIG D&A는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5에서 천궁-II·L-SAM 등 다층 대공망 솔루션과 고출력 레이저 발사 장치, 다양한 대드론 방어체계를 대중과 해외 바이어들에게 전격 공개했다. 이를 통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K-방산의 글로벌 수출을 주도해 나간다는 확고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신익현 LIG D&A 대표는 “핵·WMD 대응체계를 총괄하는 전략사령부와 협력을 강화하게 돼 뜻깊게 생각한다"며 “저고도부터 고고도까지 아우르는 다층 통합 방공 솔루션을 바탕으로 우리 군의 안보 역량 강화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배한비 인턴기자

[기자의 눈] ‘첨단 AI 자랑’ 공군의 유감스러운 언론관

지난 3일 열린 공군 인공지능 전환(AX) 거점 개소 행사는 공군이 야심 차게 준비한 데이터 안심존과 AI 도입 계획을 최초로 민간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발표 자료는 이미 공군 자체 보안성 검토를 마친 상태였고, 현장에서는 공군 관계자가 마이크를 잡고 “궁금하신 점이 있으면 손 들고 말씀해달라"라며 자유로운 질의응답 시간까지 가졌다. 투명한 소통의 멍석을 공군 스스로 깐 것이다. 이에 기자는 ▲민간 AI 모델의 데이터 안심존 반입에 따른 보안 규정 허용 여부 ▲검증된 기술의 전력화 패스트 트랙 보장 여부 ▲공동 개발 기술 지식 재산권(IP) 소유 구조 등 민간 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군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짚고 넘어가야 할 지극히 현실적인 비즈니스 룰에 관해 물었다. 쏟아진 화려한 수식어에 비해 공군의 답변은 다소 빈약했다. “아직 방안이 마련돼 있지 않다", “후속 사업 소요가 확정된 바 없다", “IP 소유 등은 세부 검토가 필요하다"며 사실상 어떤 제도적 밑그림도 그려져 있지 않음을 시인했다. 거창하게 판은 벌렸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행정적·제도적 토대는 백지 상태였던 것이다. 물론 AI 도입 초기인 만큼 제도가 미비할 수는 있다. 비판을 수용하고 앞으로 채워나가면 될 일이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그 직후에 벌어졌다. 수십 명 앞에서 당당하게 공개 답변을 해놓고선 돌연 보안 등을 운운하며 말을 바꾼 것이다. 주관 기관 담당자는 “애초에 공군 측은 기자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돼 있었다"는 황당한 핑계와 함께 “공군의 답변 내용은 기사에 포함하지 말고 민간 전문가인 서울대 교수의 답변 부분만 실어달라"고 요구해 왔다. 심지어 기자의 질문 사항에 대해서도 기사에 반영하려면 공군의 검토가 필요하다는 어처구니없는 조건까지 달았는데, 이는 사실상 언론을 통제하려는 명백한 '사전 검열'에 해당한다. 겉으로는 민·관·군 원팀 생태계를 조성하자며 화려한 청사진을 띄워놓고 뒤로는 텅 빈 밑그림이 드러나자 억지 논리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였다. 기자 역시 대한민국에서 군 복무를 마친 예비역으로서 국방과 안보를 다루는 군 조직의 특수성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존중한다. 현장 취재 중 작전 계획이나 무기 체계 제원 등 진짜 민감한 군사 기밀이 실수로 흘러나왔다면 굳이 뒤늦게 통제하지 않아도 어련히 알아서 엠바고에 협조했을 것이다. 그러나 기자가 던진 질문이나 공군이 내놓은 답변 그 어디에도 '보안 규정'에 저촉될 만한 내용은 단 한 글자도 없었다. 그저 민·관·군 협력을 위한 기초적인 행정 절차를 물었을 뿐이다. 군 스스로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이제 와서 도대체 무엇이 켕겨 대국민 공개가 꺼려졌단 말인가. 결국 이는 치밀하게 준비하지 않아 엉성한 행정력이 활자화돼 윗선에 보고될 때 깎일 조직의 '위신'과 '체면'만을 우려한 옹졸한 과잉 방어로 밖에 볼 수 없다. 보안 사항이 전혀 아님에도 생생한 취재 내용을 임의로 빼달라며 사전에 입맛대로 조율된 보도자료 내용대로만 기사를 써달라고 강요하는 것은 낡아빠진 권위주의 시절의 '입틀막' 행태다. 그래 놓고선 자신들의 뼈아픈 치부는 가리고 서울대 교수의 입만 빌려 환각 현상 방지·무결성 보장·설명 가능한 AI 등 화려한 기술적 찬사만 콕 집어 실어달라고 요구한 것은 노골적인 대국민 기만이요, 언론을 단지 띄워주기용 홍보 나팔수나 기관지쯤으로 취급하는 군 당국의 비민주적이고 삐뚤어진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토록 조직의 알량한 위신이 중요하고 아쉬운 소리를 한 게 기사화 될까봐서 두려웠다면 애초에 외부 언론과 민간을 초청하지 말고 굳게 문을 걸어 잠근 채 자기들끼리 철저히 비공개 밀실 행사로 진행했어야 마땅하다. 만천하에 혁신 청사진을 자랑하려 복수의 매체 기자들을 현장에 병풍처럼 불러세워놓고 정작 한계가 노출되니 펜대를 꺾으려 드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날 질의응답에서 오간 기술적 논의는 주로 AI가 가짜 표적을 진짜로 오인하는 '환각(Hallucination)' 현상을 교차 검증으로 걸러내고, 지휘관이 납득할 수 있도록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 '설명 가능한 AI(eXplainable AI)'의 도입이었다. 그러나 지금 공군에게 진정으로 시급한 것은 AI의 환각을 잡는 알고리즘이 아니다. 번지르르한 행사 한 번 열면 대단한 혁신을 이룬 양 착각하고, 기밀도 아닌 사안을 입맛에 맞는 보도자료로 덮어버리면 언제든 치부를 가리고 위신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군 수뇌부의 심각한 '환각'이니만큼 당장 뜯어고쳐야 한다. 정당한 취재마저 통제하려는 촌극부터 국민 앞에 '설명 가능'하게 고치는 것, 비공개 행사로 도망치지 않고 비판을 당당히 마주하는 것. 그것이 공군 AX 혁신의 진정한 첫걸음이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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