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9 여객기 참사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오후 청문회는 진상 규명보다는 책임 회피와 거짓말 공방, 급기야 증인의 국회 조롱 사태까지 겹치며 파행 직전까지 치달았다. 참사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된 '콘크리트 둔덕'의 안전성 용역을 수행한 교수가 청문회 도중 국회의원을 비꼬는 글을 SNS에 올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또한 사고 당일 조류 퇴치 요원이 근무 교대를 위해 현장을 비웠던 사실과 공항공사와 설계 업체 간의 '네 탓 공방' 등 총체적 난국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2일 오후 속개된 이날 오후 질의의 최대 뇌관은 국토교통부 의뢰로 '둔덕 충돌 시뮬레이션 용역'을 수행한 이계희 국립목포해양대 해양건설공학과 교수의 태도였다. 앞서 오후 질의에서 염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이 교수가 작성한 보고서가 “콘크리트 상판이 오히려 충격을 완화했다"는 상식 밖의 결론을 도출한 점을 지적하며 “짜맞추기식 용역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 교수가 과거 SNS에 “국토부 담당자가 과감하게 쓰라고 했다"고 적은 것을 근거로 '청부 보고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문제는 저녁 질의 재개 직후 터졌다. 김소희 의원은 “이 교수가 대기 시간 중 자신의 SNS에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와 있는데 내 SNS를 뒤져서 의혹을 제시한다. 야 부지런하다. 고생했어요'라는 글을 올렸다"고 폭로했다. 유가족들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국회의원의 검증 활동을 '뒷조사'로 치부하며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이다. 이에 여야 의원들은 격분했다. 염태영 민주당 간사는 “피해자와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고 성토했고,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 역시 “국회와 유가족에 대한 모욕이자 사고 자체에 대한 조롱"이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이양수 위원장은 “당장 퇴장시키고 싶을 정도로 심각한 사안"이라며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국회 모욕죄 고발 등 엄중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 된 2020년 둔덕 개량 공사의 책임을 두고는 한국공항공사와 설계 업체 간의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박재희 한국공항공사 사장 직무대행과 이윤종 안세기술 이사를 동시에 불러 세워 모순된 주장을 집중 추궁했다. 김 의원이 먼저 박재희 직무대행에게 “2020년 설계 당시 발주처인 공항공사가 설계 업체에게 '기존 둔덕을 재활용하라'는 방침을 줬느냐"고 묻자 박 대행은 “준 사실이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30cm 콘크리트 상판 보강 의견도 준 적 있느냐"는 질문에도 박 대행은 “설계 업체에서 먼저 제안한 걸로 안다"며 책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설계 업체인 이윤종 안세기술 이사의 말은 정반대였다. 김 의원이 “아까 발주처로부터 둔덕 재활용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는데 위증 아니냐"고 묻자, 이 이사는 “사실이고 지시받았다"라고 맞섰다. “공항공사 측이 거짓말을 하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김 의원의 질문에 이 이사는 “네,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에 김동아 의원은 “한쪽은 명백히 위증을 하고 있어 수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며 “단순히 거짓말을 하는 것을 넘어 국회와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인 만큼, 국조특위 차원에서 정확히 위증죄로 고발해야 한다"고 위원장에게 강력한 조치를 요청했다. 무안공항 최초 시공사인 금호건설의 조완석 대표이사는 “하자 담보 책임 기간인 7년이 지났고, 20년 전 일이라 자료가 없다"는 서면 답변을 냈다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뭇매를 맞았다. 김은혜 의원은 “성수대교 붕괴 당시 동아건설도 하자 기간을 운운하며 책임을 피하려 했지만 결국 처벌받았다"며 “호남의 자랑인 금호건설이 지었는데 사고가 났다. 이재명 정부는 인명 사고 난 건설사는 문을 닫게 한다고 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왜 유독 금호건설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냐"고 국토부와 경찰을 싸잡아 질타했다. 이어 김 의원은 김윤덕 국토부 장관에게 “금호건설 조사해 봤느냐"고 따져 물은 뒤 모상묘 전남경찰청장을 향해 “금호건설 압수수색 했느냐"고 직격했다. 이에 모 청장이 “했다"고 답하자 김 의원이 “언제 했느냐"고 재차 물었고, 모 청장은 “오늘"이라고 답해 회의장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김 의원은 “참사 1년이 지나도록 가만히 있다가 국회가 부르니 그제야 움직이는 전형적인 '면피용 쇼'"라고 맹비난했다. 사고의 발단이 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 대응 체계가 사고 당시 완전히 멈춰있었던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전진숙 민주당 의원은 “규정상 항공기 운항 30분 전은 '집중 근무 시간'으로 현장을 비우면 안 되는데, 사고 당일 8시 56분 유일한 근무자는 9시 교대를 위해 8시 45분경 현장을 떠나 사무실로 이동 중이었다"고 폭로했다. 사고 순간 활주로를 지키는 인원이 전무했던 것이다. 더욱이 박재희 공항공사 직무대행은 해당 직원의 당시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1년 동안 무엇을 조사했느냐"는 질타를 받았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가창오리 5만 마리가 날아드는데 엽총 한 번 쏘지 않고, 관제탑 경보만 기다리는 수동적 시스템이 참사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한편 참고인으로 출석한 임정훈 제주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사고 전 둔덕의 존재도, 5만 마리 가창오리 떼 정보도 전혀 받지 못했다"며 “사전에 정보만 있었어도 회피 기동을 하거나 착륙을 지연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증언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김윤덕 국토 장관은 이날 “조류 퇴치 미흡과 둔덕 규정 위반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거듭 사과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제기된 위증 및 국회 모욕 혐의 증인들에 대한 고발 조치를 양당 간사 협의를 통해 신속히 진행하기로 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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