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가 4파전 구도로 재편되면서 당권 경쟁의 중심이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하고 있다. 경쟁 후보들은 일제히 정 전 대표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가는 반면, 최대 경쟁자인 김민석 전 국무총리는 다른 후보들과의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며 세 확장에 나서는 모습이다. 선호투표제 도입 여부까지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오른 가운데 정 전 대표가 당권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당권 경쟁은 김민석 전 국무총리에 이어 송영길·고민정 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선언하면서 4파전 구도로 굳어지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오는 11일 이후 공식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출사표를 던진 후보들은 저마다 정 전 대표를 겨냥한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김 전 총리는 전날 한 유튜브 방송에서 정 전 대표 시절 조국혁신당 합당 논의를 거론하며 “폭탄선언 방식으로 일이 꼬였다"며 “과욕의 기저에 (자기정치) 그런 욕구가 작동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 전 대표의 당대표 재임 시절을 겨냥해 “국무회의가 끝나면 적어도 그다음 1~2시간 안에 착착 정리해서 '이것은 여당이 법으로, 정책으로 끌고 가야지' 이런 것이 정리되는 느낌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정이라는) 두 개의 기관차가 속도 경쟁을 하면서 달려가야 한다"며 “새로운 자율적 긴장감이 당에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6·3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해선 “(선거 뒤) 며칠은 두렵더라"며 “당이 이를 악물고 지지율 하락을 딱 멈춰야 한다"고 했다. 송 의원과 고 의원도 정 전 대표를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송 의원은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에서 “6·3 지방선거는 승리의 외피를 쓴 패배다. 70%에 육박하는 지지율과 이재명 대통령의 땀과 눈물로 만든 성과에도 당은 압승에 실패했다"며 우회적으로 정 전 대표를 비판했다. 고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정 전 대표를 겨냥해 “(당대표 시절) 소통이 사라졌고 논의가 사라졌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당권 경쟁 초반부터 선두 주자로 평가받는 정 전 대표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김 전 총리의 행보는 다소 결이 다르다. 정 전 대표를 향해서는 공세 수위를 높이면서도 송 의원과 고 의원 출마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며 경쟁자 끌어안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김 전 총리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송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 소식을 들었다. 오랜 동지이고 애정하는 선배"라며 “최고로 멋진 선의의 경쟁! 해보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고 의원에 대해서도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며 쌓은 국정 이해와 당정 협력의 감각을 높이 평가해 왔다"면서 “저는 고 의원님의 (과거) 최고위원 출마를 처음 권했던 사람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다시 이기는 민주당을 논하는 전대를 함께 멋지게 치렀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행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추진되는 선호투표제를 염두에 둔 전략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다자구도에서는 2·3순위 선호표 확보가 승패를 가를 수 있는 만큼 다른 후보 지지층까지 흡수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선호투표는 유권자가 출마한 후보들을 1순위, 2순위, 3순위 등으로 나눠 모두 기표한 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하위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의 차순위 표를 합산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이다.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인을 대상으로 다시 투표를 치르려면 일정과 장소를 다시 정해야 하는 절차상 부담이 있어 선호투표제 도입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는 선호투표제가 김 전 총리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후보 간 연대와 차순위 표 확보가 중요해지는 만큼 다른 후보들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김 전 총리의 전략이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유튜브 '정치를 부탁해'에서 “현실적으로는 정청래 후보가 완전히 고립된 상황 속 (김민석 등) 친명계(친이재명계) 쪽에 유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구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여론조사상 정 전 대표의 우세가 다소 흔들리는 모습인 데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전 총리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정 전 대표의 연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정 전 대표는 29.8%, 김 전 총리는 24.5%, 송영길 의원은 11.1%로 집계됐다. 그러나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전 총리가 39.4%로 가장 높았다. 정 전 대표는 32.8%, 송 의원은 15.2%였다. 이번 조사는 유선 전화면접 1.4%, 무선 ARS 98.6%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김 전 총리가 앞선 점은 정 전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민주당 지지층 여론에서 김민석 전 총리가 경쟁력을 보이고 있는 것은 정청래 전 대표에게 특히 뼈아플 수 있다"고 말했다. 정 전 대표가 기대를 걸 수 있는 변수는 선호투표제 재논의다. 민주당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는 최근 당대표 선거에 선호투표제를 도입하기로 의결했지만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이날 다시 논의했다. 친청계(친정청래계)는 선호투표제가 당헌·당규를 위반한 결정이라며 무효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전준위는 이날 선호투표제와 관련해 “당헌·당규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히며 제도 유지에 무게를 실었다. 다만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의결 절차가 남아 있는 만큼 최종 도입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최고위에서 해당 안건이 부결될 경우 전준위가 투표 방식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 민주당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관련 사안을 추가 논의할 예정이다. 최고위 의결 결과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 판세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선호투표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후보 간 연대와 차순위 표 확보 경쟁이 더욱 중요해질 수 있지만, 제도가 변경되거나 철회될 경우 선거구도 역시 다시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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