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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령 자충수… 尹 대통령 탄핵 급물살

윤석열 대통령의 6시간 비상계엄령 선포 해프닝이 정국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특수부대 200여명이 국회 본청에 난입하는 등 사상 초유의 입법권 탄압이 벌어질 뻔 했지만, 여야는 가까스로 계엄령 해제를 의결하며 이를 막아냈다. 4일 야권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가운데, 여권 상당수 의원들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있어 실제 탄핵으로 이어지고, 헌법재판소가 파면을 결정할 경우 내년 상반기에 조기 대선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10시 25분 긴급 담화를 열고 야당의 정부 관료 탄핵소추 발의와 '예산 폭거'를 거론하며 “이는 자유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하는 것으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 선포 한 시간 만에 계엄사령부가 설치됐고 계엄사령관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임명됐다. 박 총장은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사령부 포고령(제1호)'을 발표했다. 계엄령이 떨어지자 국회에서는 계엄을 해제하기 위한 움직임을 빠르게 이어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오후 11시 “모든 국회의원은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달라"고 공지했다. 계엄을 해제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해 최소 150명의 국회의원이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계엄군은 계엄령 해제를 저지하기에 돌입했다. 오후 11시 40분을 넘어서 헬기 3대가 서울 여의도 국회로 진입했고, 곧이어 중무장한 군인들이 국회 본청에 진입을 시도했다. 이에 야당 보좌진들은 책상과 의자 등으로 본청 정문을 봉쇄하고 육탄으로 군인들의 진입을 막았다. 계엄군 일부는 진입로가 막히자 국민의힘 대표실 등으로 우회해 유리창을 깨고 본청 진입에 성공했다. 하지만 본회의장까지는 들어가지 못했다. 계엄군은 국회 본회의장 출입문 앞을 막은 보좌진들을 뚫지는 못했다. 계엄군과 보좌진의 대치가 진행 중인 가운데 본회의장에는 여야 의원 190명이 모여 본회의가 개의됐다. 재석 190명에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다음날 오전 1시 2분쯤 가결됐다. 계엄 해제 결의안이 가결됨에 따라 계엄군은 국회에서 철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새벽 4시 27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계엄을 선포한지 6시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어젯밤 11시를 기해 국가의 본질적 기능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붕괴시키려는 반국가세력에 맞서 결연한 구국의 의지로 비상계엄 선포했다. 그러나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가 있어 계엄 사무에 투입된 군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해제하면서도 야당의 예산안 강행 처리와 탄핵은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거듭되는 탄핵과 입법 농단, 예산 농단으로 국가의 기능을 마비시키는 무도한 행위는 즉각 중지해줄 것을 국회에 요청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야당은 물론 여당조차 동조하지 않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헌법과 계엄법이 정한 요건을 전혀 충족하지 않은 불법이자 위헌"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또한 이 대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해 소통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한동훈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계엄 선포는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위헌적 조치"라며 “국민과 함께 이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당 대표와의 사전 협의조차 없었다며 절차적 정당성의 부재도 문제 삼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충정은 이해하나 경솔한 한밤중의 해프닝이었다"고 지적했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핵 소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탄핵 절차와 임기 단축 개헌안을 동시에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신장식 의원 역시 “헌재 판단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며 “임기 단축 개헌으로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에서 이를 심판하게 된다. 헌재까지 통과되면 곧바로 조기 대선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르면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 상반기 내에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헌재 결정 후 60일 이내 조기 대선이 치러진 바 있다. 이원희·윤수현 기자 wonhee4544@ekn.kr

野6당, 尹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6∼7일 표결 수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野) 6당은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과 혁신당 황운하 원내대표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야6당 의원 191명 전원이 참여했다. 민주당 등은 5일에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6∼7일에 이를 표결한다는 계획이다.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한 뒤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與野 계엄사태 후속책 분주…민주 “탄핵추진”, 국힘 “고심 중”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선포 및 해제 사태의 후속 대응 방향을 놓고 여야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4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국회 요구로 해제한 것과 관련, 윤 대통령 등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위헌적, 위법적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단죄하겠다"며 “윤 대통령, 김용현 국방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내란죄로 고발하고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계엄사령관, 경찰청장 등 군과 경찰의 주요 가담자도 내란죄로 고발할 것이라며 "수사 기관은 전 국민이 인지하고 있는 내란 사건인 만큼 즉각 수사에 착수해 내란범들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이를 둘러싼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입장에 따라 야당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의 성사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의 3분의 2(200명) 이상 찬성인데, 야당만으로는 192석으로 이에 못 미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현재까지 당 지도부에선 윤 대통령 탄핵 추진에 신중한 기류가 읽힌다. 탄핵에 동조하거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는 아직 소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오전 1시간가량 진행된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 해임 등 책임자 문책, 내각 총사퇴, 그리고 윤 대통령 탈당 요구 등이 논의됐다. 앞서 한동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에게 김 장관의 즉각적인 해임 등을 촉구한 바 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최고위에 참석하지 않은 김재원·김민전 최고위원을 제외한 최고위원들이 세 가지 방안에 대부분 찬성했다며 “의총에서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보이고, 그런 것들을 정리해서 대표께서 최종적으로 발표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최고위 회의에 이어 비상의원총회를 열어 3시간 넘게 대책을 논의했다. 탄핵에 동조할 수 있다는 의견은 친한(친한동훈)계 일각에서 감지된다. 조경태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절차 추진 가능성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본다"고 했고, 김상욱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탄핵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지도부는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보다 내란죄 관련 수사를 진행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헌법상 대통령은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데,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다. 당 지도부의 신중한 입장은 '박근혜 탄핵 트라우마'와 무관치 않다. 박 전 대통령 탄핵에 당시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일부 세력이 동조함으로써 정권을 내주고, 보수 진영의 분열과 궤멸로 이어졌다는 인식이다. 야당에 동조해 윤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덮고 차기 대권을 잡게 된다는 우려도 깔려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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