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1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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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윤 칼럼] 이대로면 ‘후반전’을 끝까지 치를 수 있을까?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맞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민심은 악화일로다. 회견 당일 발표된 NBS(전국지표조사) 조사는 국정 긍정평가 19%(부정 74%)로 4회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뒤 발표된 갤럽 조사는 더 심각하다. 긍정평가 17%로 출범 후 최저치. 갤럽 조사는 7일까지 진행돼 기자회견이 반영됐다. 대통령은 회견 때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의혹과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부의 처신 잘못에 대한 포괄적 사과였지, 어떠어떠한 점에서 잘못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진정성 논란을 종식시키는 사과는 아니었다. 사과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팩트를 다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럴거면 뭐 하러 번거롭게 회견을 했나. “휴대폰 안 바꾼 탓", “부부 싸움 많아지겠다"고도 했다. 국민들 복장을 뒤집어놨을 것이다. 대통령은 서운하다고 하겠지만, '심각한 중병인데 소화제 한두 알 내민 꼴'이었다. 굳이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말은 사고체계의 반영이다. 근본 생각과 인식이 잘못 돼있으니 말이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신뢰자산에 파산선고를 내린 셈이다. 검사 시절 국정농단특검에 참여해 성가를 드높였으면서 “특검은 3권분립에 반한다"고 한 것 역시 자기 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다. 현 정부의 최대 문제는 '신뢰 위기'다. 정치-정무적 차원이건 정책 차원이건 신뢰가 깨졌다. 개인간에도 그렇지만 “더 이상 못믿겠다"는 건 모든 것의 끝장을 의미한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언론사 제휴 없이 자기들 돈으로 여론을 조사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게 있다. NBS다. 특정 언론 의뢰가 아니어서 이른바 '하우스 이펙트'(특정 언론사의 논조가 여론조사에도 일부 반영된다는 추정)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기에 유심히 보는 조사 중 하나다. 그 NBS의 10월 둘째 주 발표를 보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67%였다(신뢰한다 26%). 이게 대통령 담화 당일 발표분에서는 73%로 7%p나 급등했다(신뢰한다 24%). 두 발표 사이에 명태균 파동이 있었고,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 통화가 공개됐다. '신뢰도 항목'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국정운영 평가가 여지껏의 국정에 대한 채점이라면, 신뢰도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평가/예측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수치가 그렇게 나온다는 건 신뢰 파산상태라는 얘기다. 국민들의 마지막 신호이자 경고라는 정치적 의미부여가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한 불기소 등 법적 처리와 3년 째 지속중인 야당 대표와의 대선연장전 때문에 정치-정무적 신뢰가 상실됐다. 여야의 잘잘못이 몇 %인지 계량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정 최종책임은 정부여당이 진다는 점에서 정치-정무적 신뢰상실의 귀책점은 용산과 여당 몫이다. 정책 차원에서도 평가는 야박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지속중인 고물가-고금리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 상당 수도 민생고에 허덕인다. 정책의 최대 난관은 의료불안이다. 의료개혁을 기치로 내건 의대생 증원은 초기만 해도 지지 여론이 70%를 넘나드는 등 이 정부 출범 후 거의 유일하게 지지받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의료계 저항으로 표류했고, 응급실대란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지 여론이 40%대 중반까지 떨어져 교착 상태다. 의료계 저항은 충분히 예견됐기에 정밀하고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무능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도 비슷하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 인사마다 이념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극한 대립이 무한 확대재생산돼왔다. 신뢰를 잃었기에 '동해 석유시추'건도 “과연? 정말?" 하는 정도의 긴가민가 대접밖에 못받고 있다. 입이 아프지만, “국정운영의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정치학 교과서 구절을 거듭 밝힌다. 무망해보이지만 제안한다. 국정운영 기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대로 후반전이 지속되면 경기 참패는 물론, 후반전 경기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비단 대통령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불행이다. 그간 투여된 기회비용의 매몰이고, 시간 허실이다. 공정과 상식 법치가 윤석열 후보의 핵심공약이었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 모든 사안에 그 3원칙을 지키면 된다. 또, 거국내각 수준의 인사대탕평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가시적 조치가 없으면 불신을 걷어낼 수 없다. 대통령의 처절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기자의 눈]‘노후 안전판’ 주택연금, 취약계층 혜택 늘려야

주택연금은 소유 중인 집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하고 매달 일정 수준 돈을 받는 제도다. 별다른 소득 없이 집만 가지고 있는 이들에게 훌륭한 '노후 안전판' 역할을 한다. 부동산 가격이 급등락하는 특정 시기를 제외하면 가입자 수는 전반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빈틈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인구·경제구조 특성상 주택연금 역시 '수도권 쏠림'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가입자 10명 중 7명 가까이는 수도권 거주자다. 수령액의 지역별 편차도 크다. 올해 9월 기준 전국 주택연금 가입자의 평균 월지급금은 154만4000원이다. 서울이 224만7000원, 전라남도가 67만5000원으로 3배 넘게 차이난다. 더 큰 문제는 연금이 정말 절실한 취약계층이 소외받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한국주택금융공사 국정감사에서도 이 지적이 수차례 나왔다. 특히 주택 가격이 낮을수록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 비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됐다. 우대형 주택연금은 집값이 2억5000만원 미만이거나 기초연금을 받는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받을 수 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우대형 주택연금 누적 가입자 중 상한선(작년 기준 2억원)에 인접한 가격의 주택을 보유한 이는 전체의 47.6%(896명)를 차지했다. 5000만원 미만 가입자 수는 21명(1%), 5000만~1억원 미만 가입자 수는 289명(15.3%)에 그쳤다. 해지자 현황은 정반대다. 지난해 주택가격 5000만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67%에 달하는 14명이었다. 가입 해지 시 불이익이 있음에도 '급전'이 필요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1억5000만~2억원 미만 해지자 수는 가입자 대비 2%(16명)에 불과했다.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을 추가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낮은 수령액 탓에 '안전판'을 스스로 제거하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5000만원 미만 우대형 주택연금 가입자의 지난해 월평균 수령액은 20만원 안팎이다. '우대형' 이라는 정책 취지에 맞게 제도를 손볼 필요가 있다. 가입 가능 상한선을 무작정 늘리기보다는 취약계층에 대한 월 지급액 추가 요율 적용 등을 통해 해지율을 낮춰야 한다. 강 의원은 “저가주택을 소유한 취약계층도 주택연금을 통해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급격한 노령화와 함께 정년 연장 논의 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은퇴자들의 생활자금 마련 고민 역시 우리 사회가 당장 풀어야 할 숙제다. 좋은 제도를 만들어 적극 장려하되 소외받는 이들은 없어야 한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대한석탄공사 사장에 김규환 전 의원 취임

대한석탄공사는 7일 김규환 전 국회의원이 사장으로 취임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강원도 평창 출신으로, 20대 국회의원(새누리당·비례대표)을 지냈다. 김 사장의 임기는 공사 운영 종료 시까지다. 석탄공사가 소유한 마지막 탄광인 강원 삼척시 도계광업소가 내년 6월에 폐광될 예정으로, 폐광에 따라 공사 운영이 종료되면 김 사장의 임기도 끝난다. 김 사장은 “석탄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에 기여한 일등 공신"이라며 “임직원이 똘똘 뭉쳐 또 다른 에너지 100년, 다시 시작하는 100년을 만들어 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특별기고]트럼프 승리 원인과 한국이 직면할 위기에 대한 대처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승리했다. 당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으나, 트럼프가 경합주를 모두 쓸어감으로써 압승을 거두었다. 트럼프가 여러 가지 도덕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이민·안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에 해리스는 낙태 반대 외에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책이 없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경제 형편이 나빠진 데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 장기화도 해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백인 남성 트럼프 대 흑인 여성 해리스의 대결에서 해리스가 완패한 것으로서,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사회가 여성 대통령, 게다가 흑인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서가 표출되어 백인 남성표가 결집한 것도 트럼프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로서 해리스가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같은 강경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대처하기에는 약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의 책임이다. 고령에 건강도 좋지 못한 바이든이 TV 토론에서 패배하여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시간적 촉박으로 인해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지 못했다. 또한, 트럼프 찬조연설자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하여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이 발끈하면서 해리스가 호기를 잡았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하여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 중국 저가품 물량 공세, 세계 경찰 역할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이민 통제, 관세 부과, 전쟁 종식을 공언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구호를 내건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사회와 한국은 바이든 시대와는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우리로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과 방위비 분담 문제다. 트럼프도 중국을 최대 전략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 협력의 틀을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의무를 보다 강조하고 동맹국으로서 미국 부담은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인데. 단지 북한 위협으로부터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아태 전략으로 역할이 확대되어 있기 때문에 주한 미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한국에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비용을 더 청구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방위비 마찰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100억 달러는 한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 5192억 원)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SMA 협정은 미국에서는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통령 의지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다. 더구나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트럼프가 마음먹으면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부담할 새로운 방위비 분담액은 일본이 분담하는 방위비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과도한 요구에 대처가 가능하므로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는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세계 유명 반도체 기업의 생산 기지를 미국 내에 세우도록 하는 반도체과학법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혜택에 대한 조치를 공언하였다. 관세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동맹국에도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어 우리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보조금·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외국기업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트럼프도 잘 알 것이고 사업가이다 보니 보조금을 막무가내로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며, '거래적 관점'에서 타협점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금리 정상화로 가는 미국, 재정 긴축으로 가는 유럽

지난 주 말 부진한 고용 지표와 ISM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게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10년 물은 4.36%, 2년 물은 4.2%까지 상승 마감했다. 그럼에도 11월 금리 인하 확률은 95%에서 99%로 오히려 올랐다. 시장 금리가 뛰면 보통 금리 인하 확률이 낮아 지는데 반대로 금리 인하 확률이 높아졌다. 이건 통화 증가의 측면이 아닌 정상적인 중립 금리 수준으로의 되돌림, 즉 금리 정상화를 위한 FED의 여정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시장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 어디까지 내리는 것이 정상화일까? 그걸 지난 9월 FOMC 이후 시장은 2.75~3.0%로 판단했고 지금 CME 선물 시장의 가격을 보면 3.5~3.75%로 보고 있다. 최근 금리는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여 내려 갈 거라는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 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되려 금리 하락의 구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모습이다. 시장의 과거 패턴은 금리 인하기에는 미친 듯이 금리 인하를 하였기에 이번에도 연준이 예상하는 점도표보다 더 빠르고 많이 금리를 내릴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FED는 그런 흐름을 역행했던 전례가 많다. 21년 11월, 22년, 그리고 23년 9월에 시장의 기대와 거꾸로 가는 정책을 했었고 올해도 7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장은 예상했음에도 오히려 FED는 9월에 고작 1차례 인하했다. 지난 몇 년간 경제는 인플레우려,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피벗 그리고 다시 인플레 우려 이런 패턴이 이어졌다. 이 패턴을 학습한 시장은 최근 금리 인하가 단행된 피벗 이후에도 다시 인플레 쇼크로의 순환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강한 소비 지표와 높게 나온 물가 지표만 봐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끈적한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년까지의 금리 인하 최종 레벨을 높이게 되었고 연준의 금리 정상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는 상승을 하고 있다.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새로운 이슈가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의 증세 이슈다. 영국은 30년만에 최대 수준의 증세를 발표했고 3주 전에는 프랑스도 비슷한 증세를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둘 다 법인세 및 부유세 인상을 통해 현재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하고 있다. 물론 법인세 인상이 기업 투자의 감소와 대외 경쟁력 약화를 들어 기업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정부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 부치는 이유는 코로나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진행된 재정 지출이 이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많은 재정정책을 펼친 나라가 미국이다. 이번 선거도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모두 감세와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8월 세계는 미국의 경기 둔화를 걱정했었다. 그런 우려를 해소 시 켜준 것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과 재정지출이었다. 그리고 이제 연준은 금리 정상화라는 열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는 최종 금리 수준인 3.5-3.75% 이하로는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경기 침체의 해법이었던 통화 정책이 인플레 우려와 중립 금리라는 짐을 떠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 대통령의 공약대로 재정 지출을 펼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거다. 우리는 코로나 문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상인들 대출로 해결하려다 실패해 최악의 정책이 되었고 현 정부는 재정 건전성만 주장하다 재정 정책 한 번 써 보지 못했다. 만약 미국마저 긴축(Austerity)을 하게 되어 우리 또한 긴축을 해야 한다면 금투세마저 폐지된 마당에 법인세 및 소득세 그리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용

[기자의 눈] 미국 대선 트럼프 당선, 한국 에너지정책 수정 불가피

'글로벌 선거의 해'의 대미를 장식할 미국 대선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으로 마무리됐다.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IRA를 비롯한 기존 바이든의 탄소중립 정책은 크게 후퇴되거나 폐지되고, 석유・셰일가스 등 화석 연료에 대한 지원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유럽의회는 최근 득세하고 있는 극우세력이 장악해 현재의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치는 등 탄소중립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는 지난해 휘발유·경유차 신차 판매 금지 시기를 2030년에서 2035년으로 5년 미루고, 이후에도 휘발유·경유차 중고차 거래를 허용하는 등의 정책을 발표했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목표는 유지하겠지만 가계의 생활비 부담 등을 고려해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취지였다. 트럼프는 “미국은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에서 날아온 전혀 처리되지 않은 더러운 공기 속에 숨 쉬면서 불가능한 것에 수조 달러를 쓰며 즐겁게 굴러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들 모두는 매년 석탄화력발전소를 수백개씩 짓고 있으며 독일도 막 여기에 동참했다“면서 “수낵 총리가 너무 늦기 전에 이런 사기를 알아챈 것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기후변화를 대놓고 부정하는 트럼프가 집권할 경우 이같은 기조는 전세계로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미 미국에선 트럼프 재선 여부와 상관없이 ESG는 수익성이 떨어진 재생에너지 중심의 투자보다는 화석연료를 포함한 인프라 분야 투자로 이동하고 있으며, 안보 이슈로 방산에 대한 투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트럼프 정부 당시 고위관료들로 구성된 또 다른 싱크탱크인 미국우선정책연구소가 발간한 최근 보고서인 'America First Approach to US National Security'에서도 '에너지 안보는 곧 국가안보와 직결되며, 기후 의제에 치우친 바이든의 에너지 정책으로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만 높아졌다. 셰일 등 미국이 가진 자원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 기업들도 화석연료 발전원 조기 폐지, 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등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거나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기존 기후에너지 공약을 재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이슈&인사이트]북한군 러시아 파병, 김정은 체제 흔드는 기폭제 될 수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는 1만 2000명이고, 그중 3000명 이상이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고 있다는데,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함으로써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첫째, 경제적 이득으로, 외화벌이다. 병사 1인당 월 2,000달러 씩 받기로 하였다는데, 1만2000명을 보내면 1년에 4000억원 정도가 나온다. 사실 북한에는 굉장히 큰돈으로서, 1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니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군사적 이익으로, 첨단무기 지원 등의 실익을 누릴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추진잠수함, 정찰위성 등 첨단 무기체계 관련이나 군사 기술을 파병 대가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신형 전투기를 얻고, 탱크,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꾀할 수 있다.북한 무기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 요인이다. 셋째, 외교적 이득이다. 북한이 무리해서 파병을 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후 질서에서 러시아와 확실한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과 제재에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 한미 대 북한의 대결 구도를 한미 대 북러 구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속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근거로 북한이 참전을 결정했듯, 러시아도 향후 한반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 전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게 직접적 군사 위협이지만, 파병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체제 이완 리스크는 상당할 수 있다. 탈영병이 나오고 탈북자도 나오게 된다. 북한 주민들의 동요도 생긴다. 무엇보다도 많은 수의 청년 병사들이 외부세계를 경험하게 되면 북한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사례는 바로 러시아의 귀족 출신 청년 장교들이 입헌군주제와 농노해방을 주장하면서 일으킨 데카브리스트 난에서 찾을 수 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여 퇴각하고 연합군에게 패퇴할 때 파리에 입성한 러시아의 청년 장교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조국 러시아의 낙후된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프랑스 사회의 발전과 자유주의 분위기를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큰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농노제 철폐와 입헌군주제 실시를 기치로 내걸고 1825년 12월 난을 일으켰다. 그러나 실패하여 주동자들은 사형에 처해지고 나머지 대부분은 시베리아 유형을 받았다. 그렇지만 데카브리스트 난은 개혁의 자산과 혁명의 불씨가 되어 1861년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해방령을 발표했고 1917년 3월 사회주의 혁명으로 300여년 간 계속된 로마노프 왕조가 종식되었다.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외교관 및 무역업자, 북한 식당 직원, 벌목공, 공장 노동자 등이다. 외교관을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군은 엘리트 집단이다. 비록 푸틴의 권위주의 체제하에 있지만 자유를 누리고 있는 러시아 사회를 경험한 북한 병사들이 귀국하게 되면 김정은 체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한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강국

[EE칼럼] 경제안보를 위한 장기적 관점의 자원개발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이 전 세계의 미래를 뒤흔들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으로 불안한 국제정세에 따른 에너지자원 수급 불안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로의 에너지 전환에 따른 다양한 광물자원의 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화이후 급증한 화석연료로 인한 환경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중심의 2050 탄소중립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2050년이 되어도 여전히 석탄, 석유, 가스와 같은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는 60% 이상 유지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탄소 기반의 경제에 뿌리를 두고 있는 에너지자원 공룡 국가인 30억 인구의 중국이 2060년에, 인도가 2070에 탄소중립 목표를 천명한 사실을 고려하면 탈화석시대로 부터의 독립은 우리의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많은 경우 우리가 희망하는 것을 미래의 전망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에너지와 자원은 한 국가 산업의 뿌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뿌리 깊은 나무가 열매를 잘 맺는다는 말도 있듯이 국가와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에너지자원의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게는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자원확보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자원개발이 얼핏 선택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한 번만 더 따져보면 금방 필수사항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10년 이상의 자원가격의 긴 변동 주기와 세계 경기의 변동 주기, 투자 후 생산에 이르는 10년 이라는 자원산업의 주기, 대통령 임기 5년 이라는 여러 가지 변동성 주기가 자원개발 추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런 자원산업의 특성을 바탕으로 자원개발을 추진하려면 독립적이고 통합적인 국가 자원공급망 확보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으면 애초부터 연속성 있는 정책을 꾸준히 펼치기에는 불가능하다. 이제 시행을 앞둔 국가자원안보특별법이 제대로 작동되길 기대하는 이유이다. 에너지자원 부존의 편재성과 유한성으로 자원공급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에 에너지자원은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자원안보차원에서 최소한의 확보가 필요하다. 유사시를 대비한 자원안보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 소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비축과 적극적 의미의 자원안보인 자원개발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자원안보 대책은 국가별로 처한 환경과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부존자원이 풍부해 자국 내에서 자원을 생산하는 국가는 자원비축에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도 되지만 한국과 같은 자원빈국에게 에너지자원의 안정적 공급 문제는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자원안보 측면에서 해외로부터 도입해 국내에 자원을 비축하는 것은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할 뿐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외자원개발을 통해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가 확보한 광구는 해당 자원을 수십 년에 걸쳐 생산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천연비축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 10년 전 손 놓고 방치한 자원개발이 현재의 자원공급망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처럼 지금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다시 10년 뒤에 더 큰 어려움이 우리 앞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자원가격이 높을 때 투자하고 자원가격이 하락할 때 철수하는 엇박자 정책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버려야 한다. 어렵겠지만 국가적 자원안보 차원에서 자원개발의 선순환 구조가 확립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계획하에 실질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당장 안 해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여 자원개발을 포기하다가는 다가오는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시대에도 국가 경제의 밑거름이 되는 에너지자원 확보는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신현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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