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민주노총의 경쟁 없는 무상교육, 왜?

서울 정동에 사는 필자는 늘 광화문이나 시청 앞, 정동길 등 시내를 산책하곤 한다. 토요일의 시내는 항상 시위로 복잡하지만, 정겨운 덕수궁 돌담길은 외국 관광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찾는 명소이고 그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있은 적은 적어도 필자가 기억하는 한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날은 웬일인지 덕수궁 돌담길의 앞뒤를 차량으로 막아 놓고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플래카드를 보고 구호를 들어보니 시위의 주체는 민주노총이고 주제는 교육이었다. 그들은 대학 교육 무상화와 경쟁 없는 입학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민주노총이 노동자의 임금이나 근로조건이 아니라 대학 교육의 무상화와 입시 없이 모두 입학시키자는 주장을 하며 시위한다는 것에 처음 놀랐고, 귀청을 찢을 것 같은 엄청난 스피커 볼륨에 두 번 놀랐다. 주말의 덕수궁 돌담길은 차량 통행이 금지되고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북적인다. 버스킹을 하는 거리의 악사들이 아름다운 선율을 선보이고 시민들은 그들의 연주를 즐기는 등 자발적인 문화 활동이 빈번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대규모 시위 집회를 허용한 당국의 무지함에 세 번째 놀랐다. 경쟁 없는 대학 입학과 대학 교육의 무상화는 생각해 볼 만한 정책 이슈다. 특히 저출생으로 국가소멸의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데, 부모들이 걱정하는 입시경쟁으로 인한 과다한 교육비를 없애고 등록금 걱정 없이 누구나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면 더 많은 젊은이가 출생을 고려할 수도 있다. 언뜻 보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무상교육과 무경쟁 입학을 한다고 과외가 없어지고 국민이 만족할까. 누구나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SKY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명문대학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입시를 없애면 '운빨'로 명문대학을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인데, 그것에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까. 노력과 능력이 아닌 뺑뺑이로 명문대를 갈 수 있다면 그게 공정한 사회인가. 대학들은 어떤 형태로든 우수 학생을 유치할 방법을 강구할 것이고, 입시는 없어질 수 없다. 입학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어진다고 입시가 없어질까. 문을 닫는 대학이 늘어나도 입시가 없어질 수 없는 이유는 경쟁 없이 대학, 특히 명문대학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보편적 상식과 본능에 반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나 학생들은 누구나 더 노력해 좋은 학교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남보다 더 잘먹고 잘살고 싶기 때문이다. 내 자식을 더 나은 대학에 입학시키고자 하는 부모의 욕심은 그것이 자식의 미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경쟁 없이 대학에 들어가 무상으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민주노총의 주장은 이 원초적 본능을 무시하자는 것이다. 한때 대학 등록금을 받지 않던 유럽의 주요 국가들도 이미 이를 포기한 지 오래다. 1960년대 유럽은 대학을 가지 않아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어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만 나오고 취업했기에 대학 입학을 유도할 필요가 있었지만, 1970년대 경제난을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가장 우수한 대학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은 무경쟁 무상교육을 시도한 적도, 얘기해 본 적도 없다. 지금도 명문대학의 입학 사정에서 지원자의 97%가 불합격되는 놀라운 경쟁상태에 있고, 그런 경쟁을 통해 성장한 사람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국가와 사회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교육감 선거 이후 진보적 교육감이 당선된 광역자치단체에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에 대한 지필고사나 학력평가를 하지 못하고 있다. 전교조와의 합의로 경쟁 자체를 없애기로 했고, 경쟁을 없애려니 학력평가를 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평가 없는 교육이 계속되다 보니 학생들의 학력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진보적 교육감들의 정책 중에도 좋은 것이 많지만 학생들의 평가를 제한하는 것이 과연 그 학생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고 나라의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것인지는 의문이다. 만일 세계의 모든 나라가 학생들의 교육에서 경쟁과 평가를 없앤다면 혹시 모르겠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면 사회는 경쟁 속에 살아가야 하는 현실에서 초중고등학교는 물론, 대학도 경쟁 없이 들어가고 평가도 없으면 공부는 왜 하나. 한 번만 더 생각해 보면 대학의 무경쟁 입학과 무상교육이 왜 현실화될 수 없는지 금방 알 수 있는데도 민주노총이 이런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필자는 이해할 수 없다. 민주노총은 답을 해보라. 홍성걸

[이강윤 칼럼] 이대로면 ‘후반전’을 끝까지 치를 수 있을까?

이강윤 정치평론가 /전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 윤석열 대통령이 임기반환점을 맞아 지난 7일 기자회견을 가졌지만 민심은 악화일로다. 회견 당일 발표된 NBS(전국지표조사) 조사는 국정 긍정평가 19%(부정 74%)로 4회 연속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루 뒤 발표된 갤럽 조사는 더 심각하다. 긍정평가 17%로 출범 후 최저치. 갤럽 조사는 7일까지 진행돼 기자회견이 반영됐다. 대통령은 회견 때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 숙여 사과했지만 의혹과 국민적 분노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부의 처신 잘못에 대한 포괄적 사과였지, 어떠어떠한 점에서 잘못 됐고, 앞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구체적이고도 분명한, 진정성 논란을 종식시키는 사과는 아니었다. 사과가 모호하다는 지적에 “대통령이 팩트를 다툴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럴거면 뭐 하러 번거롭게 회견을 했나. “휴대폰 안 바꾼 탓", “부부 싸움 많아지겠다"고도 했다. 국민들 복장을 뒤집어놨을 것이다. 대통령은 서운하다고 하겠지만, '심각한 중병인데 소화제 한두 알 내민 꼴'이었다. 굳이 언어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말은 사고체계의 반영이다. 근본 생각과 인식이 잘못 돼있으니 말이 그렇게 나오는 것이다. 대통령은 스스로 신뢰자산에 파산선고를 내린 셈이다. 검사 시절 국정농단특검에 참여해 성가를 드높였으면서 “특검은 3권분립에 반한다"고 한 것 역시 자기 모순이자 자기 부정이다. 현 정부의 최대 문제는 '신뢰 위기'다. 정치-정무적 차원이건 정책 차원이건 신뢰가 깨졌다. 개인간에도 그렇지만 “더 이상 못믿겠다"는 건 모든 것의 끝장을 의미한다. 4개 여론조사 기관이 언론사 제휴 없이 자기들 돈으로 여론을 조사해 정기적으로 발표하는 게 있다. NBS다. 특정 언론 의뢰가 아니어서 이른바 '하우스 이펙트'(특정 언론사의 논조가 여론조사에도 일부 반영된다는 추정)로부터 조금은 자유롭기에 유심히 보는 조사 중 하나다. 그 NBS의 10월 둘째 주 발표를 보면 “현 정권의 국정운영을 신뢰하지 않는다"가 67%였다(신뢰한다 26%). 이게 대통령 담화 당일 발표분에서는 73%로 7%p나 급등했다(신뢰한다 24%). 두 발표 사이에 명태균 파동이 있었고,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 통화가 공개됐다. '신뢰도 항목'을 언급하는 이유는 이러하다. 국정운영 평가가 여지껏의 국정에 대한 채점이라면, 신뢰도는 가까운 미래에 대한 평가/예측까지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신뢰도 수치가 그렇게 나온다는 건 신뢰 파산상태라는 얘기다. 국민들의 마지막 신호이자 경고라는 정치적 의미부여가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김 여사 관련 여러 의혹에 대한 불기소 등 법적 처리와 3년 째 지속중인 야당 대표와의 대선연장전 때문에 정치-정무적 신뢰가 상실됐다. 여야의 잘잘못이 몇 %인지 계량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정 최종책임은 정부여당이 진다는 점에서 정치-정무적 신뢰상실의 귀책점은 용산과 여당 몫이다. 정책 차원에서도 평가는 야박할 수 밖에 없다. 코로나 종식 이후로도 지속중인 고물가-고금리로 서민은 물론 중산층 상당 수도 민생고에 허덕인다. 정책의 최대 난관은 의료불안이다. 의료개혁을 기치로 내건 의대생 증원은 초기만 해도 지지 여론이 70%를 넘나드는 등 이 정부 출범 후 거의 유일하게 지지받았던 사안이다. 그러나 의료계 저항으로 표류했고, 응급실대란 불안이 확산되면서 지지 여론이 40%대 중반까지 떨어져 교착 상태다. 의료계 저항은 충분히 예견됐기에 정밀하고도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시작했어야 했다. 그렇지 못했다. 무능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연금개혁과 노동개혁도 비슷하다. 그러는 와중에 정부 인사마다 이념전쟁이 끊이지 않았고, 극한 대립이 무한 확대재생산돼왔다. 신뢰를 잃었기에 '동해 석유시추'건도 “과연? 정말?" 하는 정도의 긴가민가 대접밖에 못받고 있다. 입이 아프지만, “국정운영의 최종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정치학 교과서 구절을 거듭 밝힌다. 무망해보이지만 제안한다. 국정운영 기조를 혁명적으로 바꿔야 한다. 이대로 후반전이 지속되면 경기 참패는 물론, 후반전 경기시간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비단 대통령에게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의 불행이다. 그간 투여된 기회비용의 매몰이고, 시간 허실이다. 공정과 상식 법치가 윤석열 후보의 핵심공약이었다. 김 여사 문제를 포함, 모든 사안에 그 3원칙을 지키면 된다. 또, 거국내각 수준의 인사대탕평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가시적 조치가 없으면 불신을 걷어낼 수 없다. 대통령의 처절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한 자기 부정 없이는 백약이 무효다. 공짜 점심은 없다. 이강윤 정치평론가

[특별기고]트럼프 승리 원인과 한국이 직면할 위기에 대한 대처 방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게 승리했다. 당초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었으나, 트럼프가 경합주를 모두 쓸어감으로써 압승을 거두었다. 트럼프가 여러 가지 도덕성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경제·이민·안보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반면에 해리스는 낙태 반대 외에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자신만의 정책이 없었다.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 임기 동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경제 형편이 나빠진 데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컸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전 장기화도 해리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백인 남성 트럼프 대 흑인 여성 해리스의 대결에서 해리스가 완패한 것으로서, 백인 남성이 주류인 미국 사회가 여성 대통령, 게다가 흑인 여성 대통령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정서가 표출되어 백인 남성표가 결집한 것도 트럼프 승리의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강대국 지도자로서 해리스가 러시아 푸틴, 중국 시진핑 같은 강경 권위주의 지도자들에 대처하기에는 약하다고 인식한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수 있는 것은 바이든의 책임이다. 고령에 건강도 좋지 못한 바이든이 TV 토론에서 패배하여 후보를 사퇴함으로써 시간적 촉박으로 인해 경선을 통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선출하지 못했다. 또한, 트럼프 찬조연설자가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하여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이 발끈하면서 해리스가 호기를 잡았으나, 바이든 대통령이 쓰레기는 그(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하여 오히려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집 빌미를 제공하고 말았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무분별한 이민자 수용, 중국 저가품 물량 공세, 세계 경찰 역할을 큰 문제로 지적하고, 이민 통제, 관세 부과, 전쟁 종식을 공언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구호를 내건 트럼프의 당선으로 국제사회와 한국은 바이든 시대와는 다른 환경에 직면하게 되었으며, 우리로서는 크게 두 가지 문제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첫 번째는 한미동맹과 방위비 분담 문제다. 트럼프도 중국을 최대 전략 경쟁자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역시 한미일 정상이 합의한 캠프 데이비드 선언 협력의 틀을 유지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과 일본의 의무를 보다 강조하고 동맹국으로서 미국 부담은 줄이려고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끌 수 있는 것은 주한미군인데. 단지 북한 위협으로부터 방어뿐만 아니라 중국 견제 등 미국의 아태 전략으로 역할이 확대되어 있기 때문에 주한 미군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트럼프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트럼프는 한국에 주한미군 배치에 대한 비용을 더 청구하겠다고 반복해서 말했는데, 방위비 마찰이 우려된다. 트럼프는 대선 과정에서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한국에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6000억 원) 수준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을 것이라고 했다. 앞서 한미 양국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체결했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급한 100억 달러는 한미가 타결한 2026년 방위비 분담금(1조 5192억 원)의 9배에 달하는 액수다. SMA 협정은 미국에서는 의회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는 '행정 협정'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대통령 의지에 따라 폐기될 수 있다. 더구나 공화당이 상·하원을 장악해 트럼프가 마음먹으면 거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이 부담할 새로운 방위비 분담액은 일본이 분담하는 방위비 수준과 비슷하기 때문에 과도한 요구에 대처가 가능하므로 너무 수세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금물이다. 두 번째는 트럼프는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하고, 미국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해 세계 유명 반도체 기업의 생산 기지를 미국 내에 세우도록 하는 반도체과학법과 기후변화 대응 등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혜택에 대한 조치를 공언하였다. 관세는 중국을 겨냥하고 있지만, 동맹국에도 부과하겠다고 하고 있어 우리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보조금·세제 혜택을 축소하거나 폐지한다면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외국기업 유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을 트럼프도 잘 알 것이고 사업가이다 보니 보조금을 막무가내로 축소하지는 않을 것이며, '거래적 관점'에서 타협점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정부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협조하여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금리 정상화로 가는 미국, 재정 긴축으로 가는 유럽

지난 주 말 부진한 고용 지표와 ISM 제조업 지수가 부진하게 발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채 10년 물은 4.36%, 2년 물은 4.2%까지 상승 마감했다. 그럼에도 11월 금리 인하 확률은 95%에서 99%로 오히려 올랐다. 시장 금리가 뛰면 보통 금리 인하 확률이 낮아 지는데 반대로 금리 인하 확률이 높아졌다. 이건 통화 증가의 측면이 아닌 정상적인 중립 금리 수준으로의 되돌림, 즉 금리 정상화를 위한 FED의 여정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시장 또한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 어디까지 내리는 것이 정상화일까? 그걸 지난 9월 FOMC 이후 시장은 2.75~3.0%로 판단했고 지금 CME 선물 시장의 가격을 보면 3.5~3.75%로 보고 있다. 최근 금리는 경기 침체를 두려워하여 내려 갈 거라는 패턴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까지 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제는 되려 금리 하락의 구실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냉정한 모습이다. 시장의 과거 패턴은 금리 인하기에는 미친 듯이 금리 인하를 하였기에 이번에도 연준이 예상하는 점도표보다 더 빠르고 많이 금리를 내릴 거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FED는 그런 흐름을 역행했던 전례가 많다. 21년 11월, 22년, 그리고 23년 9월에 시장의 기대와 거꾸로 가는 정책을 했었고 올해도 7차례 기준금리 인하를 시장은 예상했음에도 오히려 FED는 9월에 고작 1차례 인하했다. 지난 몇 년간 경제는 인플레우려,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피벗 그리고 다시 인플레 우려 이런 패턴이 이어졌다. 이 패턴을 학습한 시장은 최근 금리 인하가 단행된 피벗 이후에도 다시 인플레 쇼크로의 순환을 고민하고 있는 듯하다. 강한 소비 지표와 높게 나온 물가 지표만 봐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심정으로 끈적한 인플레를 두려워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내년까지의 금리 인하 최종 레벨을 높이게 되었고 연준의 금리 정상화 발언에도 불구하고 시장 금리는 상승을 하고 있다. .대서양 건너 유럽에서는 새로운 이슈가 나왔다. 영국과 프랑스의 증세 이슈다. 영국은 30년만에 최대 수준의 증세를 발표했고 3주 전에는 프랑스도 비슷한 증세를 발표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둘 다 법인세 및 부유세 인상을 통해 현재 재정 적자를 메우려고 하고 있다. 물론 법인세 인상이 기업 투자의 감소와 대외 경쟁력 약화를 들어 기업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런 우려를 정부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밀어 부치는 이유는 코로나 이후 경기 부양을 위해 진행된 재정 지출이 이제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코로나로 인해 가장 많은 재정정책을 펼친 나라가 미국이다. 이번 선거도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모두 감세와 재정정책을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지난 8월 세계는 미국의 경기 둔화를 걱정했었다. 그런 우려를 해소 시 켜준 것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그널과 재정지출이었다. 그리고 이제 연준은 금리 정상화라는 열차를 출발시켰다. 하지만 연준의 금리 인하는 최종 금리 수준인 3.5-3.75% 이하로는 내리기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경기 침체의 해법이었던 통화 정책이 인플레 우려와 중립 금리라는 짐을 떠안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 대통령의 공약대로 재정 지출을 펼치는 데도 한계가 있을 거다. 우리는 코로나 문제를 문재인 정부 시절 중소상인들 대출로 해결하려다 실패해 최악의 정책이 되었고 현 정부는 재정 건전성만 주장하다 재정 정책 한 번 써 보지 못했다. 만약 미국마저 긴축(Austerity)을 하게 되어 우리 또한 긴축을 해야 한다면 금투세마저 폐지된 마당에 법인세 및 소득세 그리고 부동산 관련 세금을 인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최용

[이슈&인사이트]북한군 러시아 파병, 김정은 체제 흔드는 기폭제 될 수 있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규모는 1만 2000명이고, 그중 3000명 이상이 이미 러시아 서부 교전지역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되고 있다는데, 북한은 러시아에 파병함으로써 얻는 것이 많을 것이다. 첫째, 경제적 이득으로, 외화벌이다. 병사 1인당 월 2,000달러 씩 받기로 하였다는데, 1만2000명을 보내면 1년에 4000억원 정도가 나온다. 사실 북한에는 굉장히 큰돈으로서, 10만명의 북한 근로자가 중국에서 쫓겨나는 상황이니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는 군사적 이익으로, 첨단무기 지원 등의 실익을 누릴 수 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이나 핵추진잠수함, 정찰위성 등 첨단 무기체계 관련이나 군사 기술을 파병 대가로 받을 수 있다. 그리고 신형 전투기를 얻고, 탱크, 장갑차 등 재래식 무기 현대화를 꾀할 수 있다.북한 무기 체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에 대한 직접적 위협 요인이다. 셋째, 외교적 이득이다. 북한이 무리해서 파병을 한 이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후 질서에서 러시아와 확실한 관계를 맺기 위한 것이다. 북·러의 군사적 밀착은 한반도 정세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는 북한의 도발과 제재에 방패막이를 하고 있다. 한미 대 북한의 대결 구도를 한미 대 북러 구도로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북·러가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속 유사시 자동 개입 조항'을 근거로 북한이 참전을 결정했듯, 러시아도 향후 한반도 문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실전 경험을 쌓고 현대전 전술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에게 직접적 군사 위협이지만, 파병으로 인해 초래될 수 있는 체제 이완 리스크는 상당할 수 있다. 탈영병이 나오고 탈북자도 나오게 된다. 북한 주민들의 동요도 생긴다. 무엇보다도 많은 수의 청년 병사들이 외부세계를 경험하게 되면 북한 사회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 사례는 바로 러시아의 귀족 출신 청년 장교들이 입헌군주제와 농노해방을 주장하면서 일으킨 데카브리스트 난에서 찾을 수 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하여 퇴각하고 연합군에게 패퇴할 때 파리에 입성한 러시아의 청년 장교들은 자신들이 지켜낸 조국 러시아의 낙후된 현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프랑스 사회의 발전과 자유주의 분위기를 보았다. 그것은 너무나 큰 충격적이었다. 그들은 농노제 철폐와 입헌군주제 실시를 기치로 내걸고 1825년 12월 난을 일으켰다. 그러나 실패하여 주동자들은 사형에 처해지고 나머지 대부분은 시베리아 유형을 받았다. 그렇지만 데카브리스트 난은 개혁의 자산과 혁명의 불씨가 되어 1861년 알렉산드르 2세는 농노해방령을 발표했고 1917년 3월 사회주의 혁명으로 300여년 간 계속된 로마노프 왕조가 종식되었다. 폐쇄된 북한 사회에서 외국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외교관 및 무역업자, 북한 식당 직원, 벌목공, 공장 노동자 등이다. 외교관을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은 엘리트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 변화의 동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군은 엘리트 집단이다. 비록 푸틴의 권위주의 체제하에 있지만 자유를 누리고 있는 러시아 사회를 경험한 북한 병사들이 귀국하게 되면 김정은 체제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한 북한 체제를 흔들 수 있는 기폭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쿠오바디스 통화정책

현재 경제환경과 지표들이 엇갈리면서 통화정책의 방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은 다양한 경제 여건과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행되지만, 이번에는 금리 인하와 인상 신호가 서로 상충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금리 인상을 논할 시점은 아니지만,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추가 인하 여부나 인상 가능성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인하를 이어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혹은 다시 인상할지 판단하기가 난감한 상황이다. 국제 정세는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우선, 다음 달 있을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미 무역 관계가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에 대한 압박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설립, 일자리 창출, 현지 생산 확대 등으로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어, 단순히 대미 무역수지 흑자규모가 확대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국의 대미 수출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동차와 전자제품과 같은 주요 수출 품목이 다시 관세 부과의 대상으로 떠오를 수 있으며, 이는 트럼프의 첫 임기 동안 이미 경험했던 일이다. 당시 한국의 자동차와 전자산업은 미국의 고율 관세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고, 이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와 동시에 일본의 정치적 불안정도 한국경제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최근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크게 실패하며 초저금리 정책이 초래한 장기적인 엔화 약세가 경제에 부담이 되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본은행이 장기간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엔화는 약세를 지속했고, 이에 따라 일본 국민들은 인플레이션과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더욱 크게 체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만약 일본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다면, 이는 엔화 가치 회복으로 이어져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을 유도할 수 있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의 낮은 금리를 활용해 엔화를 조달하고, 이를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하는 전략으로,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자금이 유입된 상태다. 그러나 일본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이러한 자금이 일본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한국 금융시장의 유동성 감소와 변동성 급등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내수 상황은 여전히 부진하다. 오랜 기간 누적된 가계부채가 소비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의 물가 상승과 경제 불확실성은 소비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이로 인해 필수재 소비마저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으며, 자영업 업황은 건국 이래 최악이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동시에 기업들은 국내 경기의 불확실성을 피해 해외 투자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내 양질의 일자리는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으며, 이는 출산율 감소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경쟁이 가계의 부담을 가중시켜 출산율 저하와 장기 성장동력의 침체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 여기에 아직 해소되지 않은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문제는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지만 여전히 잠재적 위협 요소로 남아 있다. 결국 한국은행은 시장이 염원하던 금리 인하를 단행했지만, 이러한 조치가 내수와 경제 활력 회복에 충분한 효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러나 대외 여건의 변화와 1,400원대까지 치솟은 원달러 환율로 인해,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의 필요성과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이라는 상반된 압박에 직면해 있다. 경기 침체와 가계대출 부채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금리 인하는 외환 시장에서 원화 약세를 가속화할 위험이 있다. 이에 따라 수입 물가 상승과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은 과연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마치 73년 만에 예고된 겨울 태풍처럼, 우리 경제가 맞닥뜨린 어려움도 기후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서로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여러 경제 지표 사이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어디로 향할지, 그 답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김수현

[김한성 칼럼] GPT-검색의 등장과 한강 문학의 울림

김한성 굿프롬프트 대표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인간만이 가진 깊은 통찰력과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여주는 역사적 성취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는 'ChatGPT-서치'(이하GPT-검색)의 등장으로 AI 시대가 한층 더 깊어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 새로운 AI 기술은 실시간으로 지식을 검색하고 즉각적인 통찰을 제공할 수 있다. 이러한 발전은 우리가 지식을 습득하고 학습하는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예컨대, AI가 학습을 대신한다면 인간의 학습은 불필요해질까? 더 나아가 책도 AI를 위해 쓰여야 할까? 이러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AI의 '학습'이 단순한 데이터 처리라는 점이다. AI는 우리의 대체자가 아닌, 지식을 정리하고 분석하며 창작을 보조하는 협력자로 보아야 한다. 우리에게는 AI와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이해를 깊게 할 시간이 있다. “오직 죽음만이 돌이킬 수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AI와의 관계에서 실수와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이를 수정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AI를 더 깊이 이해하고, 이를 통해 더 현명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기능을 갖춘 GPT-검색은 ChatGPT의 유용성을 다방면에서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실시간 검색 기능을 통합함으로써 기존 검색 엔진에서 수많은 링크를 탐색하던 경험이 대화형 답변으로 대체되어, 이제 사용자들은 개별 웹 페이지를 일일이 탐색할 필요 없이 편리하게 채팅을 통해 직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ChatGPT는 최신의 맥락에 맞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가져와 훈련 데이터의 한계를 넘어선 업데이트된 답변을 제공하여, 뉴스 수집, 과학 연구 지원, 법률 자문 등 높은 정확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특정 전문 데이터베이스나 영역을 대상으로 검색 범위를 제한할 수 있어 전문가와 학술 사용자는 맞춤형 응답을 받을 수 있으며, 실시간 트렌드 분석과 사회적 이슈, 시장 변동, 최신 혁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소셜 미디어 분석, 시장 조사, 경쟁 정보 분석 등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ChatGPT는 복합적인 질문에 대한 맥락기반 응답, 사용자별 맞춤형 추천시스템, 지능적인 정보 필터링, 자연스러운 대화흐름 유지 등의 기능을 통해 단순한 정적 도우미에서 적응형 실시간 연구 및 정보 도구(Adaptive Real-time Research and Information Tool)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는 단순 검색의 시대(the Era of Search)가 막을 내리고 인간과 AI가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협력하는 공생지능의 시대(Era of Symbiotic Intelligence), 또는AI가 각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통찰과 정보를 제공하여 더 나은 의사결정을 돕는 맞춤형 통찰의 시대(Era of Personalized Insight)가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AI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진화하면서, GPT-검색의 등장은 디지털 생태계에 중대한 변화와 도전과제를 가져오고 있다. 먼저, 이 기술은 Google과 같은 기존 검색엔진 기업들의 클릭 기반 광고 수익모델을 위협하고, 웹사이트 운영자들의 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더불어 정보의 품질과 신뢰성 측면에서도 우려가 제기되는데, GPT-검색이 제공하는 종합적 정보는 출처의 투명성이 떨어질 수 있으며, AI 모델의 학습 수준에 따라 응답의 품질이 달라질 수 있다. 또한 사용자들이 원본 정보를 직접 확인하는 기회가 줄어들면서 잘못된 정보나 편향된 관점이 빠르게 확산될 위험도 존재한다. 이러한 변화들은 우리가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며, 소비하는 방식 전반에 걸쳐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GPT-검색이 도입하는 새로운 검색 경험(UX)은 지식의 순환 체계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지식 생성 측면에서 다양한 정보원을 통합 분석하여 직접적인 정보 수집의 필요성을 줄이고, 지식 배포 면에서도 개별 링크 대신 종합된 답변을 제공함으로써 정보 전달의 효율성을 높이지만 동시에 원본 콘텐츠의 가시성과 수익성 저하라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식 소비 측면에서는 사용자들이 여러 사이트를 탐색할 필요 없이 간편한 대화형 방식으로 정보를 얻을 수 있어 편의성이 크게 향상되지만, 이로 인해 깊이 있는 학습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더불어 사용자 상호작용을 기반으로 한 알고리즘의 지속적인 개선은 검색 시스템의 발전을 이끌어내며, 이러한 총체적 변화는 우리가 정보를 찾고 활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AI 기술이 놀라운 발전을 이루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강 작가의 성취는 인간만이 가진 독특한 능력의 가치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인간은 깊은 감정을 탐구하고, 삶의 의미를 찾으며,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인간성을 언어로 표현하여 서로의 마음을 울리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GPT-검색과 같은 AI 기술이 정보 처리와 지식 전달에서 혁신적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강의 작품이 증명하듯 진정한 이해와 공감은 단순한 데이터 처리가 아닌 인간의 마음에서 비롯되며, 이는 AI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완전히 복제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남기를 기대한다. 김한성

[이슈&인사이트] 재건축, 재개발사업에서 현금청산은 얼마까지 받을 수 있을까?

필자는 현재 변호사로서 다수의 재건축, 재개발 조합을 대리하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도시정비법과 소규모주택정비법에 따라 현금청산이 되는 대상자는 누구일까? 그리고 현금청산을 하게 되면 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얼마인지 궁금해하는 수많은 질문을 받았다. 최소한 현금청산에 있어 중요한 부분들은 정리하여 현금청산을 받게 될 조합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정당한 권리행사를 하는데 조금이나마 참조가 되기를 기대한다. 도시정비법상 현금청산자는 제73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① 분양신청을 하지 않은 자, ②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③ 도시정비법 제72조 제6항 본문에 따라 분양신청을 할 수 없는 자, ④ 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이다. 그리고 소규모주택정비법은 제36조에서 규정하고 있고 ①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②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 ③인가된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에서 제외된 자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판례에 따르면 현금청산자로부터 그 매물을 경매를 통해 낙찰받거나, 매수한 자도 현금청산자에 해당할 수 있다. 그리고 정관의 규정이나 해석에 따라 분양기간 종료 후 분양계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자도 현금청산자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금청산자에 해당하는 경우 현금청산의 기준시기는 언제일까? 분양신청을 하지 아니한 자 또는 분양신청기간 종료 이전에 분양신청을 철회한 자는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을 현금청산관계가 성립되어 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시기이자 현금청산에 따른 토지 등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는 기준시점이고, 조합이 매도청구를 하여 시가감정을 하는 경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날'을 기준으로 시가감정을 진행하게 된다. 그리고 관리처분계획에 따라 분양대상자에서 제외된 자는 '관리처분계획의 인가 다음 날'에 현금청산 관계가 성립되고, 조합의 청산금 지급의무가 발생하게 되며, 그 날을 기준으로 토지 등 권리의 가액을 평가하게 된다. 사업시행자는 먼저 관리처분이 인가 및 고시된 다음 날부터 90일 이내에 현금청산자들과 협의를 진행하여야 한다. 그러나 사업시행자는 필요한 경우 분양신청기간 종료일 다음 날부터 협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위 협의기간 내에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90일이 경과한 다음 날부터 60일 이내에 재건축의 경우 매도청구 소송을 제기하고, 재개발의 경우 수용재결을 신청하게 된다. 그리고 재개발의 경우 수용재결에 불복을 하는 경우 이의재결과 행정소송의 단계까지 나아가는 경우가 왕왕 있다. 현금청산의 금액은 시가감정을 통해 진행하게 되는데, 재건축사업의 경우 개발이익을 포함하여 시가감정을 진행하게 되고, 재개발의 경우 도시정비법 제65조 제1항에서 토지보상법을 준용하고, 토지보상법 제67조 제2항에서 개발이익을 배제하고 있으므로 개발이익을 제외하고 시가감정이 진행된다. 재건축으로 인하여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개발이익을 반영한다는 의미는, 주택재건축사업이 완료되어 개발이익이 어느 정도 확정되는 시점의 가치를 현재 시점에서 예측하여 이를 전부 반영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매도청구권 행사 당시까지 주택재건축사업의 시행으로 인하여 발생, 형성된 개발이익을 그 시가산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므로, 통상 인근의 유사한 매물의 시가 등을 반영하여 시가를 감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금청산에 있어서 협의기간의 준수와 매도청구 또는 수용재결 등 보상절차와 그 지연이자 등 절차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실무상 핵심적인 부분은 시가감정을 유리하게 받는 것이다. 사업시행자의 입장에서는 시가감정의 금액이 높아질수록 사업비 부담이 커지므로, 시가감정이 부당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자 다투고, 현금청산자 입장에서는 사업시행자의 종전 감정가액이 시가에 비하여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며 높은 감정금액을 주장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사업시행자의 경우 인근의 시세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감정인에게 적극적인 의견서 제출을 통해 부당하게 감정가액이 높아지지 않도록 대비하여야 하고, 현금청산자로서는 법률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현금청산의 절차와 감정에 있어서 면밀히 주장할 수 있는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관련 판례를 검토하여 최대한 현실에 맞는 시가로 감정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금청산에 있어 사업시행자측이 재정적인 측면이나, 법률적 자문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현금청산자의 경우에도 적절한 법률적 조언을 충분히 얻는 경우 기대 이상의 성과를 받는 경우가 다수 있으므로 면밀한 준비를 통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박지훈

[이슈&인사이트] 삼성전자가 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2001년 1월 일본의 경제주간지 동양경제는 소니의 이데이 노부유키(出井伸之) 회장을 '21세기형 경영자'로 선정하였다. 그런데 10년 만에 소니는 정크본드 수준으로 퇴락했다. 소니의 몰락은 최고경영자의 리더십 문제가 아니라 일본 전체에 40년 전에 만연했던 이공계 기피 현상에서 빚어진 기술개발 핵심역량의 붕괴에 있다. 그런데 현재 한국의 입시 배치 상황이 바로 소니를 몰락시킨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지망생은 의약계로 진학하며, 공학계열은 차하위 학생이 진학한다. 서울공대생의 20%가 미적분을 모르고, 진학한 학생들도 반 이상이 의전원, 로스쿨, MBA 과정으로 전공을 바꾼다. 40년 전의 일본 사회의 이공계 기피에 의한 기술개발 핵심역량의 붕괴로 소니가 삼전(삼성전자)에 추월당하듯, 현재 한국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삼전이 대만의 TSMC 등에 추월당하는 평행이론이 전개되고 있다. 삼전이 소니를 이기고 최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던 것은 1980년대 초의 대학입시 배치표에 답이 있다. 당시 한국 최고 인재들이 진학했던 학과가 바로 전자공학과였다. 그들이 바로 삼전의 기술개발 핵심 인력인 이공계 박사 6천여 명과 연구 인력 6만 여명이었다. 1999년만 해도 삼전의 4배에 달하던 소니의 시가총액은 현재 ¼에 불과하다. 1999년만 해도 소니는 세계 5위의 특허 출원 기업이었고 삼전은 16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2022년 현재 삼전은 세계 1위다. 소니는 10위 내에도 이름이 없다. 아직은 삼전의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0년대에 입학한 우수한 이공계 출신이 임원급 기술자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영국 업체 퓨처브랜드가 '미래 가치가 높은 브랜드 순위 1위 기업'으로 선정한 이유다. 그러나 10년 이내에 이들이 은퇴할 때 잃어버린 일본의 30년이 반복될 것이다. 2023학년도 속칭 명문대학으로 통하는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 대학의 이공계 정시모집에 합격한 뒤 등록을 포기한 학생이 1,2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모집 정원 4,660명의 1/4에 해당한다. 이들 등록을 포기한 합격생 중 상당수는 의학 계열로 옮겨갔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라는 일본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1970년 일본 후생노동성은 1985년까지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를 150명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모든 현에 의대를 설치했다. 1961년 3,000명의 의대 입학정원이 1973년 6,200명으로 배가 되었고, 현재는 9,357명으로 3배가 되었다. 이러한 일본의 의대 정원 확대가 일본의 이공계 기피 현상을 촉진하였고 그 결과가 소니 몰락을 초래했다. 소니와 삼성전자의 평행이론은 한국의 50배에 달하는 중국의 이공계 졸업생 470만 명에서 예견된다. 양적으로도 비교가 안 되지만 질적으로 더욱 무섭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의대 선호도가 지극히 낮다. 2019년 이래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특허 출원 1위 국이 되었다. 삼전의 미래사업기획단이 일본 전기 산업의 쇠퇴와 부흥의 미시적 연구에 국한하지 말고 한국, 일본, 중국의 사회 전반에 대한 마크로 연구로 큰 개혁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 소니와 같은 편법이 아닌 기술력 본연에 충실한 해법을 내야 한다. 삼전 경영진이 사과했지만,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이재용 회장이 작년 한 해 동안 7번이나 대통령을 수행하여 해외 방문하는 여유를 보인 점이다. 모건스탠리가 지적한 오류에 대한 해답도 요원하다. HBM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한다. 엔비디아에 대한 납품은 미뤄지고 있다. 비메모리 부문은 만성 적자다. 파운드리에서 막대한 투자에도 TSMC와의 격차는 커지고 있다. 외국인들은 무차별 순매도한다. 8만 전자는 5만 전자가 되고 시가총액은 450조에서 350조 원으로 줄었다. 삼전이 소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호암이 반도체 선언을 하던 1983년 2.8 도쿄 선언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미래사업기획단의 첫 과제는 의학 계열 진학 수준의 우수한 이공계 인력을 삼전으로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하는 일이다. 윤덕균

[이상호 칼럼] 북한군 파병에 따른 한국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딜레마

지난 6월 19일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공식 국빈 방문하여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시키는 조약에 서명했다. 특히 양국 간 군사 동맹에 준하는 군사협력 및 자동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는 조항을 조약에 명시하여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어떤 형태로도 개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했다. 이 조항이 한국을 겨냥한 러시아의 도발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에서 고전하는 러시아가 북한의 탄약과 인력 지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라고 보는 의견이 많았다.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여러 지역에서 활동 중인 정황은 이미 몇 주 전에 식별되었고 조만간에 우크라이나군이 장악한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많게는 1만 2천 명 정도의 병력이 참전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상황이다. 미국 국방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이 러시아로 병력 약 1만명을 파견했으며 그 중 일부는 이미 우크라이나 쪽으로 더 가깝게 이동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훈련을 위해 러시아 동부 지역에 군인 총 1만명 정도를 파견했으며, 향후 수주간 우크라이나 가까이서 러시아 병력을 증원할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에 한국에서는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포함한 각종 장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산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황 좌시 않고 대응하겠다“면서 한국의 개입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당장 공격 무기를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원 여부는 북한의 우크라이나 개입 수준과 위협 수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한편, 군과 국가정보원은 모니터링 요원과 전문가를 우크라이나에 파견해 북한군 포로를 심문·관리하고 우크라이나와 협력하여 북한의 전력과 전술을 탐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소련이 지휘하고 중국이 지원하여 북한이 일으킨 6.25 불법 침략전쟁에서 유엔군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한국으로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무력 침공을 좌시할 수 없는 입장이다. 더군다나 러시아가 참전 대가로 한국을 위협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체계와 첨단 기술, 금전을 북한에 제공하는 등 소위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한국은 반드시 조치해야 하는 상황에 몰리게 된다. 한국은 그동안 돈독했던 관계를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러시아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을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흥분해서 서둘러 행동할 필요는 없다.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 어떤 지원을 약속했고 어떻게 이를 실천하는가를 보면서 단계별로 상응한 대응을 하는 게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한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할 수 있는 지원은 다양하다. 한국은 막대한 산업 생산 능력을 보유한 방위산업 강국으로 지금까지 유럽 전체가 지원한 포탄보다 한국 한 나라가 지원한 포탄 수가 훨씬 많다. 여러 첨단 무기와 장비로 완비한 한국군의 재래식 전력은 미국 이외 전 세계 자유민주주의 국가 중 가장 강력한 수준이다. 한국이 마음만 먹으면 러시아의 힘을 뺄 방법이 여러 가지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도 참전 안 한 전쟁에 한국이 단독으로 군사 개입을 할 필요는 없다. 만약 한다면 나토와 공조를 강화하면서 필요한 것만 제한적으로 지원하는 단계적인 접근 방식이 유효하다. 더 중요한 것은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향후 동북아 지역 위기의 불씨가 되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패배하지 않도록 서방세계의 국제 공조 강화가 필요하다. 매우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일촉즉발 상황인 현 국제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 한국의 냉정한 판단과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상호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