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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인력개발을 촉진하여 기술 축적 및 우수 인력 확보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인력개발비 중 일부 비용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고 있다. 세법상 “연구개발"과“인력개발"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세법에서 정하는 비용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5만 5천여 개 기업이 약 4.6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고, 2021년 약 2.7조 원 대비 약 70% 증가하였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를 지원하는 동시에 부당한 R&D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R&D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활동 수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였으며, 그 결과 771개 법인에 대해 144억 원의 세액을 추징하여 추징 세액이 '21년의 27억 원 대비 5.3배 이상 증가하였다.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아 실제로 연구개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탈세를 위해 불법 R&D 브로커에게 연구소 설립·인정, 연구 노트 작성 등을 의뢰하여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꾸민 후 부당하게 R&D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기업도 다수 확인하였다. 치과 기공업을 하는 B·C·D·E 기업은 신고 시 자체 연구개발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 수억 원에 관해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4개 업체 모두 연구개발 활동 여부가 불분명하고 동일한 컨설팅 업체와 거래한 것을 확인하는 등 불법 R&D 브로커를 통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 없이, 모두 타사의 논문, 특허 등을 단순 인용·복제한 것으로 확인하여 인건비 수억 원 비용 전액 부인하고 수천만 원 공제 세액을 추징하였다.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는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하면 최대 3년간 상시근로자 증가 인원 1명당 일정 금액(400만 원~1,200만 원)을 공제하는 제도이다.공제 대상은 호텔업·주점업 등 소비성 서비스업이 아닌 기업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증가한 기업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용증대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2.9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아 2021년 대비 공제 세액은 1.6배, 공제 건수는 1.8배 이상 증가하였다.고용증대 세액공제의 경우 최초 공제 후 2년 이내에 상시근로자 수가 감소하면 감소한 인원만큼 공제받은 세액을 추징하고, 소비성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감면받지 못한다. 그런데 수수료만 챙기는 데 급급한 세무대리 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가 급증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시 서초구에 소재한 FF 세무법인은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 BB 산업에 접근하여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게 해 줄 테니 환급 세액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경정청구를 수임한 FF 세무법인은 '21년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20년에 근로기간을 1년 이상으로 계약한 근로계약서를 근로기간 1년 미만으로 위조하여 '20년 상시근로자 수를 감소시키는 등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21년 고용증대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경정 청구하였다. 국세청은 경정청구 거부처분 후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세무법인을 세무사법(탈세 상담 등의 금지) 위반으로 세무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절대로 가짜로 연구 자료와 고용 자료를 만들어 세금을 탈세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박영범

[이슈&인사이트]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노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트럼프가 취임 즉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25%를 부과하였다가 한 달 유예를 하였고 중국에는 추가관세 10%를 부과하였다. 또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결과는 4월 2일날 나온다. 상호관세는 우리처럼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도 예외가 없다. 세계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가 관세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장기를 두고 있다. 그는 지금 양수겸장을 부른 상태라 할 수 있다. 그가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재정안정을 통한 감세재원 마련일 거다. 다만 미국에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 소득자에게 물가가 올라 줄어든 구매력 부족분을 관세로 충당하여 개인들에게 감세를 해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다 10년물 국채의 상승을 막아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물가를 내리겠다는 전술도 함께 내놓았다. 일본의 YCC 전략처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현 상태 이하로 잡아 놓으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 안 해도 금리 안정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연준의 CFPB 담당자인 마이클 바를 자진 사퇴시켰고 금융기관들의 규제완화 즉 투자은행들의 국채 10년물 국채 투자 금액을 늘려줘 수요의 증가로 국채 금리를 고정 또는 하락시킬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방법은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말처럼 “drill, baby, drill!" 셰일가스 생산을 증가해 유가를 낮추는 게 1차 방안이었고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게 2차 방안이다. 벌써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은 이끌어 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또는 휴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러-우가 휴전을 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망이 살아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러시아에 대한 규제(sanction)를 풀어줘 러시아 오일이 다시 전세계에 풀린다면 오일 공급이 늘어나 유가는 내리게 되고 OPEC도 유가를 내리게 될 거라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정리하면 관세를 부과해도 감세, 금리 안정, 그리고 에너지가격 하락을 통해 실질소득 증가의 효과가 나타날 수가 있기에 트럼프는 자신 있게 관세를 몰아 부치고 있다. 거기에 이민자가 줄어들면 미국 시민들의 실업률은 감소하고 생산 시설의 리쇼어링 후 AI가 생산력을 대체한다면 미국의 블루칼라 소득이 살아날 것이기에 자기는 American Dream을 부활시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MAGA) 대통령으로 링컨과 레이건 같은 반열에 오를 거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을 거라는 생각에 관세정책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관세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은 상호관세를 통한 각국의 관세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니 각국이 알아서 3월말까지 미국과 수출국 두 나라가 부과하는 관세 중 낮은 관세를 선택해 미국에 통보하라는 힌트를 주었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알아서 빠지니 유가의 하락과 동시에 인플레를 내릴 수 있다. 이는 관세 부과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우리나라다. 트럼프 1기때 그가 물러나면서 말한 2가지 후회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상호관세율도 협상해야 하고 방위비 협상도 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빨리 나야 하는 이유다. 최용

[이슈&인사이트]백화점의 미래: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

백화점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상 수백 개의 전문 부티크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거대한 복합 상업 공간이다. 상품이 귀하던 시절, 백화점은 압도적인 쇼핑 환경과 편리함의 상징이었으며, 백화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과 신뢰를 보장하는 새로운 유통 포맷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백화점 또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백화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혁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날 소비자가 쇼핑에서 얻는 가치는 크게 실용가치와 경험가치로 나뉜다. 실용가치는 상품 구매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의미하며, 이는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영역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비교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실용가치를 내세워 경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경험가치는 구매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만족, 즐거움, 그리고 체험의 즐거움을 포함한다. 경험가치는 온라인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오프라인 유통이 앞으로도 주력해야 할 방향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거나 감각적 자극을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어떤 방식으로 경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레저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레저산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레저 활동에 참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물건을 구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단순히 소비 행위를 넘어,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서비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 응대, 공간 구성, 편의시설 운영 등 서비스 역량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백화점이 이러한 서비스 경험을 레저산업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내부에 테마파크, 예술 전시 공간, 요리 교실, 혹은 웰니스 센터와 같은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목적지'로 백화점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경험 중심의 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는 테마파크와 쇼핑 공간을 결합한 성공적인 예다. 이곳은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제공한다. 쇼핑몰 안에 대규모 놀이공원과 수족관, 공연장 등을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백화점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 는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 서점, 카페, 체육 시설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와 여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은 여전히 전통적인 판매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백화점이 쇼핑에 레저산업을 접목하는 것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기존 쇼핑 경험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물리적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백화점의 미래는 쇼핑 공간의 혁신에 달려 있다. 상품 진열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박주영

[이슈&인사이트] 대내외 경제환경 초비상…국정책임자 공백상태 대응에 한계

이강윤 정치평론가 내란 충격과 사법 처리로 두 달 넘게 국정이 사실상 스톱 상태다. 그러나 국제경제환경은 격변중이다. 미국 트럼프정권 발 관세전쟁과 이차전지-에너지-자동차산업정책 전환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연일 초비상인데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상태여서 대응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구조는 대외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매우 엄중한 국면이다. 정치권은 사법적 판단과 결정은 일단 사법부에 맡기고, '경제 비상대응'을 선언, 여야 불문 공동 대처하는 게 절실하다. 경제는 특히나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심리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훨씬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내란의 충격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헌재 심리가 녹화중계되면서 법정 장면도 국민들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 몇몇 장면을 점검한다. 재판정 예의와 정중함 눈길…모르쇠 답변태도는 유감 먼저 김형두 헌법재판관. 부드럽고 나즈막히 그러나 또박또박 묻는 태도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예의갖춰 질문하고 치밀하게 신문했다. 핵심만 간결하게. 물론 예단은 없이. 문형배 소장대행도 맥점을 짚는 질문으로 국민들이 헌재 심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흰 머리에 흰 눈썹이 눈에 띈 정형식 재판관은 집요함과, '칼같이 각잡힌 깐깐함' 그 자체였다. 다른 재판관들도 정중하게 극존칭으로 묻고 말했다. 증인과 참고인, 그리고 이들을 압박하거나 캐물어야 하는 양측 대리인단 변호인들도 예의갖추려 애쓰는 게 확연했다. 피소추인(윤석열)이 그렇게 공손한지, 공손할 수도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재판정의 이런 정중함과 격조는 헌재여서 그런 건지, 헌재만 그런 건지 긍금했다. TV 녹화중계를 의식해 예의를 차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건 일반 민‧형사 법정과는 사뭇 다른 상호 정중함이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는 이렇게 정중한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신문이 진행됐지만,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었다.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답변이 제한됩니다"라는 비문법적 한국어를 계속 되뇌며 묵비로 일관하는 사령관들과, “계엄이 겨우 두 시간 만에 끝났고, 피해도 없었으니 내란은 더더욱 아니"라는 피소추인의 변명과 책임떠넘기기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홍장원 증인-정형식재판관 신문 때 긴장 최고조…尹도 가세 양측 소송대리인(변호인)보다 더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발음과 문장도 똑 부러진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증인도 시선을 모았다. 등허리를 직각으로 세워 꼿꼿하게 앉아 AI급 기억력과 빈 틈 없는 논리로 대통령측 추궁에 대응해 화제가 됐고, 피소추인(윤석열)이 직접 나서 홍장원 증언을 공박하기까지 했다. 홍장원 증인을 보고있자니, 다리미질 자국이 칼같이 서있는 제복의 바지가 연상됐다. 홍 증인이 정형식 재판관과 벌인 국어사전급 설전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결론은 조금 김이 빠졌다. “방첩사령관의 이재명 한동훈 등 14~16인에 대한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요청인데 왜 '지원' 두 글자를 빼고 메모했느냐"는 정 재판관의 추궁은 집요했다. 그러나 번짓수가 조금 빗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자구(字句) 천착이 지나쳐 활자에 매몰된 훈고학자같달까. '지원이라는 두 글자가 대통령 탄핵여부를 가를 만큼 중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의 긴장은 결국 홍장원 증인이 '네…그 말씀이 옳으십니다'라는 듯, “급박했더라도 메모를 엄밀하고 정확하게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서야 비로소 국어논전은 끝났다. 각 당 경제대응방안이 수권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 채점포인트 헌법재판소가 엄정하면서도 신속한 결론을 내려, 나라와 국민이 비상계엄내란의 충격을 “싹 다 정리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 쪽에서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보이는 '국정 겨울잠' 상태가 두 달 넘게 지속중인데, 문제는 앞으로도 최소 석 달은 더 갈 것 같다는 점이다. 여야의 각성과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그게 수권 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의 채점 포인트라는 것을 각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걱정인 것은,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조기 대선에서 어느 정파가 승리하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금같은 정치적 내전상태가 완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진영 대결의 정점 구간에서 장기 교착상태이기 때문이다. 서부지법난동 등 극우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극우 시위대의 인권위 점거 등 곳곳에 불안 사태가 지속중이다. 서울 북촌 가회동 헌법재판소 마당에는 흰 소나무, 백송(白松)이 한 그루 있다. 백송은 기상과 고절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진다. 심각하게 훼손될 뻔한 민주공화국의 정체와 기상을 다시 세우는 명징한 결정문이 헌재에서 곧 낭독되기를 기대한다. 비상계엄령 발동 이후, 나라와 국민의 일상이 신진대사를 최소화하며 겨우 생명현상만 유지하는 겨울잠과 흡사하다. 겨울잠에서 깨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곧 봄이다. 새로운 봄을 맞아야 한다. 이강윤

[신율의 정치 칼럼]또다시 국민 소환제?

지난 2월 10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국민 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 소환제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주민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 소환제는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을 포함해 시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을 임기 중에 소환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나라를 꼽자면, 영국, 대만,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키리바티, 키르기즈스탄, 나이지리아, 에디오피아, 팔라우 정도다.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중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는 영국과 대만 정도다. 영국의 경우, 하원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이 가능한데, 소환 절차를 보면, 소환 원인 발생 6주 이내에 지역 유권자의 10% 이상만 소환 청구에 서명하면 국민소환이 가능하다. 투표 절차는 필요 없다. 투표가 필요 없는 이유는, 소환 대상이 형사 문제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즉, 범법을 저지른 의원에 대한 실형 선고가 '확정'되면 비로소 소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를 보면, 영국식 국민 소환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원들이 범법 행위로 인해 실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소환제는 이런 영국식이 아니라, 해당 지역구 주민의 '일정 수'가 소환 청구를 하면 투표를 통해 소환을 결정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국민 소환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개헌안을 공개하며 국민 소환제 도입을 주장했고, 2020년 21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 소환제를 내세웠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이낙연 당시 후보와 이재명 당시 후보 모두 국민 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이런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태 국민 소환제를 입법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자주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왜 국민 소환제는 '예외'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실현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지역구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소환 청구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할 수 있지만, 비례 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궁금하다는 점이다. 비례 의원들을 소환하겠다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민 소환제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말고도,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가 판치는 정치판 속에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면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면, 국민 소환제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압도적 다수당의 국회 독주를 보면서, 국민 소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국민 소환제를 위해 개헌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다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암호화폐와 달러화의 악어새와 같은 공생관계가 가능할까?

50대 이상 세대는 어린시절 어머니나 할머니가 시장에 가실 때 “쌀 팔러 가"라고 하시고는 고등어, 두부 등 저녁 찬거리만 들고 오신 것을 기억할 것이다. 쌀은 팔지도 않은채 쌀 팔러 가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오랜 기간 쌀이 우리 경제의 상품화폐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 쌀을 들고 가면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돈을 들고 찬거리를 사러 가실 때에도 “쌀 팔러"가신다는 언어습관이 그대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쌀은 자체로도 소비 가능한 상품임과 동시에 화폐로도 사용되었다. 현대 경제가 크게 성정하고 화페 및 금융시스템이 정교해짐에 따라 쌀과 같은 상품은 화폐기능을 잃게 되고, 대신 사용가치는 없지만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는 명목화폐만 남게 되었다. 신뢰를 바탕으로한 명목화폐는 현대 경제시스템의 근간이다. 상품화폐야 생산된 상품이 있어야 하지만 명목화폐는 발행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현금 외에도 전자 신호로만 존재하는 형태라도 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목화폐는 국가가 가치를 보증해야하고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가치가 보존될 수 있다. 이렇게 명목화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 당시에는 반드시 발행량에 준하는 담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금이 담보로 활용되었으나, 금의 보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의 성장속도가 더욱 빠르게 되자 국가들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화폐를 발행한 국가들은 그만큼의 국채를 발행해야하며, 이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시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연준에 채권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경우 새로운 화폐가 발행될 수 있다. 이에 세계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화도 국제금융 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금리와 미정부채 수요, 글로벌 정세 등이 달러화 증감에 중요한 요소가 복잡다단하게 연관되게 되었다. 글로벌 무역뿐만 아니라 원유결제, 외환결제 등이 달러화로 이루어지며 미국 외에 전세계 주요 국가들도 달러화를 미정부채 등 달러자산으로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얽혀있는 현재, 달러화에 무한한 신뢰를 보낼수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미정부채가 수십년간 축적되고 미국의 재정적자, 무역적자가 깊어감에 따라 달러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지 오래다. 이에 복잡한 국제정세로 일부 국가들은 미정부채 보유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달러화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달러를 대체한다는 금에 대해 수요가 증대되어 금 한 돈 가격이 50만원에 육박하기에 이르렀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어 달러화 위기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화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은 매우 큰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지도자는 화폐시스템부터 손을 봤으며, 명목화폐를 찍어내자마자 발생하는 주조차익은 국가권력을 확장하는 재원이 되었다. 흥선대원군도 기존 화폐에 대한 일당백이라는 당백전을 발행하여 경복궁을 증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 화폐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결국 권력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역시 흥선대원군 이후 구한말의 상황이 이를 입증해준다. 제 아무리 슈퍼파워라는 미국도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달러화 기축통화 시스템이 흔들리게 되면 국제정세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기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같이 미정부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벤트에 기민하게 대응해왔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에는 새로운 담보를 확보한 듯하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달러패권을 위협한다던 암호화폐를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여 달러화의 지위를 견고히 하고자 한다. 이론적으로 비교적 음지에서 통용되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자산을 미정부채로 규제함으로써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갖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그 편리성과 활용 가능성으로 인하여 이미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소규모 무역상들도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금을 결제받고 있다고 한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양성화 및 제도화로 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미국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대되고 이는 미정부채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 재정적자 및 달러화 신뢰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들어 이제껏 달러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데에는 달러와 암호화폐 사이에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도 미국에 움직임을 주시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리문제를 한은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채 수요 저변을 확대하여 중장기 금리가 하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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