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표는,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하면서 이른바 '이재명식 실용주의'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재명식 실용주의'란, '기본 사회'를 주장함과 동시에 종부세 폐지와 금투세 유예를 주장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이재명 전 대표는 “노동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여 먼저 주 4.5일제를 자리 잡게 하고, 최소한 2035년까지는 주 4일제로 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면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비방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전당대회보다는 분명 나은 모습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논란의 소지도 있다. 종부세 폐지와 금투세 유예 주장 때문이다. 이런 이 전 대표의 주장에 대해, 당내 친문과 친노들 모두가 반발하고 있고, 조국혁신당 역시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반발 때문에, 앞으로 야권이 분열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우려는 앞뒤가 바뀐 주장이다. 즉, 해당 이슈 때문에 야권이 분열하기보다는, 이미 분열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해당 이슈가 나오니 이를 빌미로 반발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재명 전 대표와 조국 대표가 '같은 노선'과 '같은 생각'을 공유하는 '동지적 관계'라고 평가하는 것은 그리 정확하다고 볼 수 없다. 조국 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반면, 이재명 전 대표는 문재인 정권 당시 부분적으로 피해를 받았던 인물이어서, 두 사람이 '동지'라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사법 리스크 상당수가 문재인 정권 당시부터 시작된 문제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재명 전 대표가 문재인 정권을 호의적으로 생각할 이유는 그리 많지 않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반대로 조국 대표의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미안한 마음'을 표할 만큼,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인물이다. 민주당 내부의 친노, 친문과 친명계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재명 전 대표가 종부세 폐지 혹은 금투세 유예에 대해 다른 야당이나 친노, 친문이 반발한다고 해서,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전 대표는 대권을 위해, 중도층에 어필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재명 전 대표의 이런 생각은 나름 합리적이다.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지난 8~9일 전국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를 했는데(ARS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그 결과를 보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44.9%, 김 후보 지지율은 37.8%였다. 두 후보의 격차가 7.1%포인트에 불과하다. 그런데 민주당 지지층으로 한정해서 놓고 보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87.7%, 김 전 의원에 대한 지지는 9.9%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의 생각과 일반 여론 사이의 괴리가 상당함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이재명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은 험난할 수 있다. 즉, 이재명 전 대표의 대권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지지층과 일반 민심 사이의 괴리를 최소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중도층으로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의 '우클릭'으로 인해 민주당 지지층 중 일부가 떠나갈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현재의 민주당을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현재의 민주당은 거의 완전한 '이재명의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전 대표는 자신감을 가지고 중도층에게 어필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이 '합리적 선택'인 것이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 민주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당대명(당연히 대통령은 이재명)'으로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신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