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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 프랑스 젊은 극우의 ‘전진‘vs 한국 젊은 극우의 ’퇴보‘

태극기와 성조기, 이스라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며 뒤엉킨다. 광장의 함성은 거칠고, 붉어진 얼굴들은 한 세기 전의 망령과 싸우듯 외친다. “빨갱이를 척결하라!" 낡은 이념의 잔재가 먼지처럼 흩날린다. 그들의 주먹은 과거를 향해 있지만, 시선은 미래를 잃어버렸다. 반면, 프랑스의 젊은 극우들은 과거의 유령과 싸우는 대신 권력을 향해 손을 뻗는다. 그들의 선봉에는 조르당 바르델라가 있다. 28세의 젊은 나이에 국민연합(RN)의 대표가 된 그는 프랑스 정치의 풍경을 단숨에 바꿔 놓았다. 마크롱 대통령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때로는 그를 압박하는 협상 파트너로, 때로는 대체 불가능한 정치적 존재로 떠올랐다. 이탈리아 이민자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파리 변두리 센생드니에서 성장한 바르델라는 16세에 극우 정당에 발을 들였다. 소르본 대학에서 지리학을 공부했지만, 그에게 필요한 것은 강단의 지도가 아니라 권력의 지형도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대학을 떠났고, 그 선택은 옳았다. 23세에 국민연합의 대표 후보로 유럽의회 선거를 이끌었고, 2022년 마린 르펜이 대선에서 패배한 후에는 당 대표 자리를 차지했다.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그는 빠르고 정확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갔다. 바르델라는 국민연합을 변방의 그늘에서 끌어내 정당다운 정당으로 변모시켰다. 한때 나치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던 극우 정당을, 그는 젊고 세련된 이미지로 덧칠했다. 반이민, 반유럽연합, 프랑스 우선주의라는 메시지는 그대로이지만, 이를 전달하는 목소리는 달랐다. 그는 틱톡에서 수백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리며, 와인을 음미하고, 사탕 하나를 먹는 모습조차 수백만 회 조회되는 정치인이 되었다. 정치는 구호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스며드는 것임을 그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의 국민연합은 이제 현실 정치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지난해 총선에서 국민연합은 143석을 차지하며 프랑스 정치의 주류로 발돋움했다. 좌파 연합과 손잡고 정부의 복지 축소 정책에 반대하는 등, 민생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며 유권자들에게 다가갔다. 한때 '변방의 왕따'였던 극우 정당은 이제 당당히 권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과거의 잔해 속에서 길을 잃고 있다. 성조기와 이스라엘 깃발을 들고, 존재하지 않는 적과 싸우는 유령 군대처럼 광장을 떠돈다. 개신교 목사들은 강단을 버리고 거리로 나와, 쿠데타로 기소된 전직 권력자를 영웅으로 만들고, 낡은 반공 구호를 외치며 젊은이들을 선동한다. 한때 '젊은 피'로 기대받던 정치 신예들은 어디로 갔는가. 그들은 박근혜, 이명박, 윤석열 정권의 부름을 받아 등장했지만, 결국 늙은 극우들의 도구로 소모되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대남 전략'을 내세워 젊은 남성들의 표를 긁어모았지만, 정권이 들어서자 그들은 버려졌다. 더 늦기 전에 자신만의 정치적 입지를 다질 수 있었을 텐데, 결국 기성 정치의 권모술수 속에서 길을 잃었다. 프랑스의 젊은 극우는 권력을 향해 나아가지만, 한국의 젊은 극우는 과거의 그림자와 씨름하고 있다. 세계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하며 변화를 맞이하는데, 우리는 아직도 반세기 전의 전쟁을 되풀이한다. 미국의 트럼프, 중국의 시진핑, 프랑스의 마크롱이 글로벌 헤게모니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우리의 젊은 극우들은 여전히 철 지난 선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 시대의 젊은 정치인들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꿈꾸는가. 세상은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우리는 여전히 어두운 과거 속에서 발을 빼지 못하고 있다. 성일권

[이슈&인사이트] ESG와 2기 트럼프 정부: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원칙은 글로벌 무역과 기업 경영에서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025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ESG 정책은 여러 부문에서 후퇴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글로벌 ESG 지형의 변화는 한국 기업에 새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2024년 한국의 수출은 6,838억불로 주요 수출지역은 중국(19.5%), 미국(18.7%), ASEAN(16.7%), EU(10.3%) 순이다. 한국의 주요 수출 지역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ASEAN, 중동, 인도의 ESG 정책 변화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기업의 대응 전략을 알아보자. 먼저 요즘 이슈가 많은 미국이다. 2기 트럼프 정권의 ESG 정책은 1기 때와 유사하게 반(反) ESG 기조와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새 정부가 2025년 출범한 이후 시행한 ESG 정책의 변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파리기후협약 탈퇴, 2.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철회, 3. 환경 규제 완화 및 화석연료 산업 지원, 4. 민간 부문의 DEI 프로그램 규제 강화, 5. 기후 관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지원금 지급 중단, 6.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 정책 철회 등이다. 우리 수출의 18.7%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ESG 정책에 대한 변화는 미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에게 수출선 다변화를 포함한 다양한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반면 우리 수출의 가장 많은 비중(19.5%)을 차지하는 중국은 ESG에 적극적이다. 2024년 12월, '기업 지속 가능성 공시 기준'의 발표로 대형 상장 기업들은 2026년부터 ESG 보고를 시작하고, 2030년까지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2025년 1월 1일부터 시행한 중국의 첫 에너지법은 2060년까지 녹색 저탄소 전환과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 및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단계로 평가된다. ESG에 가장 적극적인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로 철강·알루미늄·비료·전기·수소 산업을 대상으로 적용하며,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 중 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CBAM 규제 준수 대상에서 EU 기업의 80% 이상을 면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정안을 통해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탄소 배출이 많은 대기업에 대한 규제는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CBAM의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 기업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목표로 지속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확대 및 유럽 내 저탄소 인증을 확보하는 등 EU의 제도 시행에 따른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 수출에서 세 번째로 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지역도 ESG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2024년 11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세안 주요 거래소 대표들이 모여 아세안 상호연결 지속 가능 생태계(ASEAN-ISE) 이니셔티브를 추진했다. 주요 의제는 회원국 간 데이터 수집, 분석, 보고를 표준화하기 위한 중앙집중식 ESG 데이터 인프라 개발을 통해 정확하고 효율적인 ESG 데이터를 제공하여 지속 가능한 투자를 촉진하는 것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2024년 3분기에는 이 지역의 ESG 펀드는 순자금 유입을 기록하여 지속 가능한 자산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회복되고 있음도 보여주었다. 중동과 인도는 ESG 부문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2024년 1월,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는 탈탄소화 프로젝트와 저탄소 솔루션 개발에 23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인도는 2024년 9월, 약 3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1,166메가와트 규모의 최대 풍력 에너지 프로젝트를 발표하였다. 미국의 ESG 정책 후퇴와 그 외 지역의 ESG규제 강화라는 복합적인 국제 환경의 변화 속에서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우선 미국의 ESG 후퇴라는 단기적인 정책 변화에 대비하여 생산·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고, ESG 규제가 장기적으로 강화되는 중국·EU·ASEAN·중동·인도에서 친환경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글로벌 ESG 표준(국제회계기준 S1과 S2의 공시 등)에 맞춘 기업 경영 방안을 수립하고, 적극적인 ESG 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현명한 선택이다. 이재광 ESG모네타 대표

[박영범의 세무칼럼]가짜 연구 자료 만들어 세금 환급해 줄게요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제도는 기업의 연구·인력개발을 촉진하여 기술 축적 및 우수 인력 확보 등 기업의 대외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연구·인력개발비 중 일부 비용에 대한 법인세·소득세를 공제하고 있다. 세법상 “연구개발"과“인력개발"의 정의에 부합하는 활동을 위해 지출한 비용 중 세법에서 정하는 비용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인정한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5만 5천여 개 기업이 약 4.6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았고, 2021년 약 2.7조 원 대비 약 70% 증가하였다. 국세청은 2020년부터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 제도를 통해 기업이 연구개발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를 지원하는 동시에 부당한 R&D 세액공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고 있다. 2023년에는 R&D 컨설팅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기업에 대해 연구개발 활동 수행 여부를 집중적으로 검증하였으며, 그 결과 771개 법인에 대해 144억 원의 세액을 추징하여 추징 세액이 '21년의 27억 원 대비 5.3배 이상 증가하였다.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이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를 인정받아 실제로 연구개발 활동은 하지 않으면서 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탈세를 위해 불법 R&D 브로커에게 연구소 설립·인정, 연구 노트 작성 등을 의뢰하여 연구개발을 한 것처럼 꾸민 후 부당하게 R&D 세액공제를 받으려는 기업도 다수 확인하였다. 치과 기공업을 하는 B·C·D·E 기업은 신고 시 자체 연구개발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 수억 원에 관해 연구·인력 개발비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신청하였다. 그런데 4개 업체 모두 연구개발 활동 여부가 불분명하고 동일한 컨설팅 업체와 거래한 것을 확인하는 등 불법 R&D 브로커를 통해 실질적인 연구개발 활동 없이, 모두 타사의 논문, 특허 등을 단순 인용·복제한 것으로 확인하여 인건비 수억 원 비용 전액 부인하고 수천만 원 공제 세액을 추징하였다. 고용증대 세액공제 제도는 상시근로자 수가 전년에 비해 증가하면 최대 3년간 상시근로자 증가 인원 1명당 일정 금액(400만 원~1,200만 원)을 공제하는 제도이다.공제 대상은 호텔업·주점업 등 소비성 서비스업이 아닌 기업으로 상시근로자 수가 직전 연도에 비해 증가한 기업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고용증대 세액공제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23년에는 약 2.9조 원의 세금을 공제받아 2021년 대비 공제 세액은 1.6배, 공제 건수는 1.8배 이상 증가하였다.고용증대 세액공제의 경우 최초 공제 후 2년 이내에 상시근로자 수가 감소하면 감소한 인원만큼 공제받은 세액을 추징하고, 소비성 서비스업 등 일부 업종은 감면받지 못한다. 그런데 수수료만 챙기는 데 급급한 세무대리 업체에 의한 기획성 경정청구가 급증하면서 허위로 작성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부당하게 환급 신청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시 서초구에 소재한 FF 세무법인은 경영컨설팅 명목으로 ㈜ BB 산업에 접근하여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받게 해 줄 테니 환급 세액의 30%를 수수료로 지급해 줄 것을 제안하였다. 경정청구를 수임한 FF 세무법인은 '21년 상시근로자 수가 증가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20년에 근로기간을 1년 이상으로 계약한 근로계약서를 근로기간 1년 미만으로 위조하여 '20년 상시근로자 수를 감소시키는 등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하여 '21년 고용증대 세액공제 수천만 원을 경정 청구하였다. 국세청은 경정청구 거부처분 후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한 세무법인을 세무사법(탈세 상담 등의 금지) 위반으로 세무사 징계위원회에 회부할 예정이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절대로 가짜로 연구 자료와 고용 자료를 만들어 세금을 탈세하는 일이 없어야겠다. 박영범

[이슈&인사이트] 양수겸장(兩手兼將)을 노리는 트럼프의 관세정책

트럼프가 취임 즉시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관세를 25%를 부과하였다가 한 달 유예를 하였고 중국에는 추가관세 10%를 부과하였다. 또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였고 그 결과는 4월 2일날 나온다. 상호관세는 우리처럼 미국과 FTA 협정을 맺은 국가도 예외가 없다. 세계는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트럼프가 관세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계를 상대로 장기를 두고 있다. 그는 지금 양수겸장을 부른 상태라 할 수 있다. 그가 관세를 통해 얻으려는 것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와 재정안정을 통한 감세재원 마련일 거다. 다만 미국에 수입되는 상품에 관세를 부과하면 인플레가 나타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인플레를 다른 곳으로 전가하면 문제가 없을 거라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월 300만원 소득자에게 물가가 올라 줄어든 구매력 부족분을 관세로 충당하여 개인들에게 감세를 해 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기에다 10년물 국채의 상승을 막아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에너지 가격을 낮춰 물가를 내리겠다는 전술도 함께 내놓았다. 일본의 YCC 전략처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를 현 상태 이하로 잡아 놓으면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 안 해도 금리 안정을 가져와 궁극적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연준의 CFPB 담당자인 마이클 바를 자진 사퇴시켰고 금융기관들의 규제완화 즉 투자은행들의 국채 10년물 국채 투자 금액을 늘려줘 수요의 증가로 국채 금리를 고정 또는 하락시킬 수 있다는 거다. 또 다른 방법은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말처럼 “drill, baby, drill!" 셰일가스 생산을 증가해 유가를 낮추는 게 1차 방안이었고 중동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켜 공급 리스크를 줄이는 게 2차 방안이다. 벌써 이스라엘 하마스 휴전은 이끌어 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또는 휴전 협상이 시작되었다. 러-우가 휴전을 한다면 에너지와 식량의 공급망이 살아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러시아에 대한 규제(sanction)를 풀어줘 러시아 오일이 다시 전세계에 풀린다면 오일 공급이 늘어나 유가는 내리게 되고 OPEC도 유가를 내리게 될 거라는 것이 트럼프 정부의 생각이다. 정리하면 관세를 부과해도 감세, 금리 안정, 그리고 에너지가격 하락을 통해 실질소득 증가의 효과가 나타날 수가 있기에 트럼프는 자신 있게 관세를 몰아 부치고 있다. 거기에 이민자가 줄어들면 미국 시민들의 실업률은 감소하고 생산 시설의 리쇼어링 후 AI가 생산력을 대체한다면 미국의 블루칼라 소득이 살아날 것이기에 자기는 American Dream을 부활시켜 다시 미국을 위대하게 만든(MAGA) 대통령으로 링컨과 레이건 같은 반열에 오를 거고 노벨 평화상까지 받을 거라는 생각에 관세정책을 강하게 밀어 부치고 있다. 관세에 대한 또 다른 접근은 상호관세를 통한 각국의 관세 인하를 유도하는 것이다. 모든 나라에게 상호관세를 부과할 것이니 각국이 알아서 3월말까지 미국과 수출국 두 나라가 부과하는 관세 중 낮은 관세를 선택해 미국에 통보하라는 힌트를 주었다. 이렇게 되면 물가가 알아서 빠지니 유가의 하락과 동시에 인플레를 내릴 수 있다. 이는 관세 부과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도 있다. 문제는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우리나라다. 트럼프 1기때 그가 물러나면서 말한 2가지 후회는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서 더 강력한 입장을 취하지 못한 것과 한국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을 더 올리지 못한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우리는 상호관세율도 협상해야 하고 방위비 협상도 해야 한다. 헌재의 탄핵 결정이 빨리 나야 하는 이유다. 최용

[이슈&인사이트]백화점의 미래: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

백화점은 단순히 많은 상품을 진열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다. 사실상 수백 개의 전문 부티크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거대한 복합 상업 공간이다. 상품이 귀하던 시절, 백화점은 압도적인 쇼핑 환경과 편리함의 상징이었으며, 백화점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품질과 신뢰를 보장하는 새로운 유통 포맷이었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고, 백화점 또한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이제 백화점은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지 말고 새로운 혁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오늘날 소비자가 쇼핑에서 얻는 가치는 크게 실용가치와 경험가치로 나뉜다. 실용가치는 상품 구매의 효율성과 편리함을 의미하며, 이는 온라인 유통이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영역이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상품을 비교하고,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매장이 실용가치를 내세워 경쟁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반면에 경험가치는 구매 과정에서 느끼는 감정적 만족, 즐거움, 그리고 체험의 즐거움을 포함한다. 경험가치는 온라인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오프라인 유통이 앞으로도 주력해야 할 방향이다. 특히, 소비자들이 쇼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거나 감각적 자극을 느끼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렇다면 오프라인 유통은 어떤 방식으로 경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레저산업에서 찾을 수 있다. 레저산업은 본질적으로 서비스 경험과 즐거움을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비자들이 레저 활동에 참여할 때 느끼는 만족감은 물건을 구매할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단순히 소비 행위를 넘어,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화점은 오랜 기간 축적된 서비스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고객 응대, 공간 구성, 편의시설 운영 등 서비스 역량은 이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만약 백화점이 이러한 서비스 경험을 레저산업에 접목한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백화점 내부에 테마파크, 예술 전시 공간, 요리 교실, 혹은 웰니스 센터와 같은 경험 중심의 콘텐츠를 추가하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소비자들이 시간을 보내고 싶은 '목적지'로 백화점을 탈바꿈시킬 수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경험 중심의 변화를 통해 성공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미국의 '몰 오브 아메리카'는 테마파크와 쇼핑 공간을 결합한 성공적인 예다. 이곳은 단순히 쇼핑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과 추억을 제공한다. 쇼핑몰 안에 대규모 놀이공원과 수족관, 공연장 등을 결합하여 방문객들에게 쇼핑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며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부 백화점이 체험형 콘텐츠를 강화하는 추세다. 예를 들어, 스타필드 는 쇼핑뿐만 아니라 영화, 서점, 카페, 체육 시설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단순한 소비 공간을 넘어 문화와 여가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백화점은 여전히 전통적인 판매 중심의 구조에 머물러 있다. 백화점이 쇼핑에 레저산업을 접목하는 것을 본격화한다면, 이는 기존 쇼핑 경험을 확장하고, 고객에게 물리적 상품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백화점의 미래는 쇼핑 공간의 혁신에 달려 있다. 상품 진열 중심의 공간에서 벗어나, 소비자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과 행복한 시간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 백화점은 더 이상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장소가 아닌, '시간과 추억을 파는 장소'가 되어야 한다. 박주영

[이슈&인사이트] 대내외 경제환경 초비상…국정책임자 공백상태 대응에 한계

이강윤 정치평론가 내란 충격과 사법 처리로 두 달 넘게 국정이 사실상 스톱 상태다. 그러나 국제경제환경은 격변중이다. 미국 트럼프정권 발 관세전쟁과 이차전지-에너지-자동차산업정책 전환 등 대내‧외 경제환경이 연일 초비상인데 국정 컨트롤타워 부재상태여서 대응에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경제구조는 대외의존도가 심하기 때문에 매우 엄중한 국면이다. 정치권은 사법적 판단과 결정은 일단 사법부에 맡기고, '경제 비상대응'을 선언, 여야 불문 공동 대처하는 게 절실하다. 경제는 특히나 타이밍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헌재 심리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보다 훨씬 비상한 관심을 불러모았다. 내란의 충격때문일 것이다. 아울러 헌재 심리가 녹화중계되면서 법정 장면도 국민들이 속속들이 알게 됐다. 몇몇 장면을 점검한다. 재판정 예의와 정중함 눈길…모르쇠 답변태도는 유감 먼저 김형두 헌법재판관. 부드럽고 나즈막히 그러나 또박또박 묻는 태도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예의갖춰 질문하고 치밀하게 신문했다. 핵심만 간결하게. 물론 예단은 없이. 문형배 소장대행도 맥점을 짚는 질문으로 국민들이 헌재 심리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흰 머리에 흰 눈썹이 눈에 띈 정형식 재판관은 집요함과, '칼같이 각잡힌 깐깐함' 그 자체였다. 다른 재판관들도 정중하게 극존칭으로 묻고 말했다. 증인과 참고인, 그리고 이들을 압박하거나 캐물어야 하는 양측 대리인단 변호인들도 예의갖추려 애쓰는 게 확연했다. 피소추인(윤석열)이 그렇게 공손한지, 공손할 수도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재판정의 이런 정중함과 격조는 헌재여서 그런 건지, 헌재만 그런 건지 긍금했다. TV 녹화중계를 의식해 예의를 차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어쨌건 일반 민‧형사 법정과는 사뭇 다른 상호 정중함이 눈길을 끌었다. 전반적으로는 이렇게 정중한 가운데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신문이 진행됐지만, 실망스러운 대목도 있었다. 내란 혐의 형사재판을 이유로 “답변이 제한됩니다"라는 비문법적 한국어를 계속 되뇌며 묵비로 일관하는 사령관들과, “계엄이 겨우 두 시간 만에 끝났고, 피해도 없었으니 내란은 더더욱 아니"라는 피소추인의 변명과 책임떠넘기기를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홍장원 증인-정형식재판관 신문 때 긴장 최고조…尹도 가세 양측 소송대리인(변호인)보다 더 치밀하고 논리적이며, 발음과 문장도 똑 부러진 홍장원(전 국정원 1차장) 증인도 시선을 모았다. 등허리를 직각으로 세워 꼿꼿하게 앉아 AI급 기억력과 빈 틈 없는 논리로 대통령측 추궁에 대응해 화제가 됐고, 피소추인(윤석열)이 직접 나서 홍장원 증언을 공박하기까지 했다. 홍장원 증인을 보고있자니, 다리미질 자국이 칼같이 서있는 제복의 바지가 연상됐다. 홍 증인이 정형식 재판관과 벌인 국어사전급 설전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렸지만, 결론은 조금 김이 빠졌다. “방첩사령관의 이재명 한동훈 등 14~16인에 대한 검거 요청이 아니라 검거 지원요청인데 왜 '지원' 두 글자를 빼고 메모했느냐"는 정 재판관의 추궁은 집요했다. 그러나 번짓수가 조금 빗나간 게 아닌가 싶었다. 자구(字句) 천착이 지나쳐 활자에 매몰된 훈고학자같달까. '지원이라는 두 글자가 대통령 탄핵여부를 가를 만큼 중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의 긴장은 결국 홍장원 증인이 '네…그 말씀이 옳으십니다'라는 듯, “급박했더라도 메모를 엄밀하고 정확하게 썼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말하고서야 비로소 국어논전은 끝났다. 각 당 경제대응방안이 수권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 채점포인트 헌법재판소가 엄정하면서도 신속한 결론을 내려, 나라와 국민이 비상계엄내란의 충격을 “싹 다 정리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경제 쪽에서 하는 일도 없고 되는 일도 없어보이는 '국정 겨울잠' 상태가 두 달 넘게 지속중인데, 문제는 앞으로도 최소 석 달은 더 갈 것 같다는 점이다. 여야의 각성과 공동 대응을 촉구한다. 그게 수권 능력 테스트이자 국민들의 채점 포인트라는 것을 각심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걱정인 것은, 가능성이 높아보이는 조기 대선에서 어느 정파가 승리하든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금같은 정치적 내전상태가 완화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진영 대결의 정점 구간에서 장기 교착상태이기 때문이다. 서부지법난동 등 극우 폭력이 위험수위를 넘어섰고, 극우 시위대의 인권위 점거 등 곳곳에 불안 사태가 지속중이다. 서울 북촌 가회동 헌법재판소 마당에는 흰 소나무, 백송(白松)이 한 그루 있다. 백송은 기상과 고절의 상징이라고 일컬어진다. 심각하게 훼손될 뻔한 민주공화국의 정체와 기상을 다시 세우는 명징한 결정문이 헌재에서 곧 낭독되기를 기대한다. 비상계엄령 발동 이후, 나라와 국민의 일상이 신진대사를 최소화하며 겨우 생명현상만 유지하는 겨울잠과 흡사하다. 겨울잠에서 깨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에서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 곧 봄이다. 새로운 봄을 맞아야 한다. 이강윤

[신율의 정치 칼럼]또다시 국민 소환제?

지난 2월 10일 이재명 대표는 국회 대표 연설에서 '국민 소환제' 도입을 제안했다. 국민 소환제란, 국회의원을 임기 중에라도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주민 소환제를 실시하고 있다. 주민 소환제는 선출직 지자체 단체장을 포함해 시의원, 도의원. 군의원 등을 임기 중에 소환하는 제도다. 그런데 이번에는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소환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나라를 꼽자면, 영국, 대만,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벨라루스, 키리바티, 키르기즈스탄, 나이지리아, 에디오피아, 팔라우 정도다.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는 국가들 중에,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릴 수 있는 나라는 영국과 대만 정도다. 영국의 경우, 하원의원들에 대한 국민소환이 가능한데, 소환 절차를 보면, 소환 원인 발생 6주 이내에 지역 유권자의 10% 이상만 소환 청구에 서명하면 국민소환이 가능하다. 투표 절차는 필요 없다. 투표가 필요 없는 이유는, 소환 대상이 형사 문제로 기소돼 실형이 확정된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즉, 범법을 저지른 의원에 대한 실형 선고가 '확정'되면 비로소 소환 대상이 된다는 것인데, 이를 보면, 영국식 국민 소환제는 우리나라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원들이 범법 행위로 인해 실형이 확정되면 자동으로 의원직을 상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재명 대표가 제안한 국민 소환제는 이런 영국식이 아니라, 해당 지역구 주민의 '일정 수'가 소환 청구를 하면 투표를 통해 소환을 결정하는 방식일 것이다. 이런 국민 소환제 도입 주장과 관련해 몇 가지 문제점을 포함하고 있다. 하나는 민주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그 실현을 담보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2018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은 개헌안을 공개하며 국민 소환제 도입을 주장했고, 2020년 21대 총선 공약으로 국민 소환제를 내세웠었다. 20대 대선을 앞두고도, 민주당의 이낙연 당시 후보와 이재명 당시 후보 모두 국민 소환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놓았었다. 이런 수차례에 걸친 대국민 약속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여태 국민 소환제를 입법 테이블에 올려놓지 않았었다. 21대 국회와 22대 국회에서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있고, 자신들이 원하는 법안들을 자주 단독으로 통과시켰는데, 왜 국민 소환제는 '예외'였는지가 궁금하다. 그러니까 실현 의지에 의구심을 갖는 것이다. 또 하나 지적할 점은, 지역구 의원은, 지역 주민들의 소환 청구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할 수 있지만, 비례 대표 의원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도 궁금하다는 점이다. 비례 의원들을 소환하겠다고 국민 투표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국민 소환제 도입을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선거제도를 바꾸는 것도 병행돼야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 말고도, 현재의 정치적 양극화가 판치는 정치판 속에서 국민 소환제를 도입하면 정치는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에 달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국민 소환제를 실시하면, 국민 소환제가 상대 진영에 대한 공격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압도적 다수당의 국회 독주를 보면서, 국민 소환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었다. 하지만,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난관이 있다는 점이 고민이었다. 국민 소환제를 위해 개헌을 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도 그런 고민 중 하나다. 이재명 대표가 국민 소환제를 약속한다면, 이런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대표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될 것이다. 이번에는 허언이 아니기를 바란다. 신율

[이슈&인사이트] 암호화폐와 달러화의 악어새와 같은 공생관계가 가능할까?

50대 이상 세대는 어린시절 어머니나 할머니가 시장에 가실 때 “쌀 팔러 가"라고 하시고는 고등어, 두부 등 저녁 찬거리만 들고 오신 것을 기억할 것이다. 쌀은 팔지도 않은채 쌀 팔러 가신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오랜 기간 쌀이 우리 경제의 상품화폐로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장에 쌀을 들고 가면 물건을 살 수 있었다. 그러니 돈을 들고 찬거리를 사러 가실 때에도 “쌀 팔러"가신다는 언어습관이 그대로 사용되었던 것이다. 당시 쌀은 자체로도 소비 가능한 상품임과 동시에 화폐로도 사용되었다. 현대 경제가 크게 성정하고 화페 및 금융시스템이 정교해짐에 따라 쌀과 같은 상품은 화폐기능을 잃게 되고, 대신 사용가치는 없지만 국가가 가치를 보증하는 명목화폐만 남게 되었다. 신뢰를 바탕으로한 명목화폐는 현대 경제시스템의 근간이다. 상품화폐야 생산된 상품이 있어야 하지만 명목화폐는 발행만 하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며, 현금 외에도 전자 신호로만 존재하는 형태라도 발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명목화폐는 국가가 가치를 보증해야하고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도록 해야 가치가 보존될 수 있다. 이렇게 명목화폐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발행 당시에는 반드시 발행량에 준하는 담보가 필요하다. 과거에는 금이 담보로 활용되었으나, 금의 보유량을 늘리는 것보다 경제의 성장속도가 더욱 빠르게 되자 국가들은 미래의 소득을 담보로 화폐를 발행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화폐를 발행한 국가들은 그만큼의 국채를 발행해야하며, 이는 기축통화를 가진 미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미국정부가 채권을 발행하여 시장에서 돈을 끌어다 쓰는 경우를 제외하고, 미연준에 채권을 맡기고 돈을 빌리는 경우 새로운 화폐가 발행될 수 있다. 이에 세계의 유동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달러화도 국제금융 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되어 금리와 미정부채 수요, 글로벌 정세 등이 달러화 증감에 중요한 요소가 복잡다단하게 연관되게 되었다. 글로벌 무역뿐만 아니라 원유결제, 외환결제 등이 달러화로 이루어지며 미국 외에 전세계 주요 국가들도 달러화를 미정부채 등 달러자산으로 다량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미국이라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얽혀있는 현재, 달러화에 무한한 신뢰를 보낼수만은 없을 것이다. 사실 미정부채가 수십년간 축적되고 미국의 재정적자, 무역적자가 깊어감에 따라 달러화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지 오래다. 이에 복잡한 국제정세로 일부 국가들은 미정부채 보유를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달러화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려왔다. 달러를 대체한다는 금에 대해 수요가 증대되어 금 한 돈 가격이 50만원에 육박하기에 이르렀고,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도 증대되어 달러화 위기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이에 2008년에 미국에서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달러화에 대한 회의론을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되었다.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은 매우 큰 권력이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한 지도자는 화폐시스템부터 손을 봤으며, 명목화폐를 찍어내자마자 발생하는 주조차익은 국가권력을 확장하는 재원이 되었다. 흥선대원군도 기존 화폐에 대한 일당백이라는 당백전을 발행하여 경복궁을 증건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화폐에 대한 신뢰를 잃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등 화폐시스템의 기반이 흔들리게 되면 결국 권력도 무너지게 되어있다. 역시 흥선대원군 이후 구한말의 상황이 이를 입증해준다. 제 아무리 슈퍼파워라는 미국도 달러화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달러화 기축통화 시스템이 흔들리게 되면 국제정세에서 차지하는 미국의 지위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이를 잘 알기에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과 같이 미정부채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이벤트에 기민하게 대응해왔고 암호화폐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왔다. 그러나 트럼프 2.0 시대에는 새로운 담보를 확보한 듯하다. 트럼프 미대통령은 달러패권을 위협한다던 암호화폐를 오히려 역으로 활용하여 달러화의 지위를 견고히 하고자 한다. 이론적으로 비교적 음지에서 통용되던 달러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스테이블 코인의 준비자산을 미정부채로 규제함으로써 가능하다. 스테이블 코인은 갖은 이슈에도 불구하고 그 편리성과 활용 가능성으로 인하여 이미 발행량이 급증하고 있으며, 국내 소규모 무역상들도 스테이블 코인으로 대금을 결제받고 있다고 한다. 달러 스테이블 코인의 양성화 및 제도화로 사용량이 증가할 경우 미국채에 대한 수요는 더욱 증대되고 이는 미정부채 금리를 낮추는 동시에 미국 재정적자 및 달러화 신뢰도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들어 이제껏 달러화를 위협할 것이라는 암호화폐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데에는 달러와 암호화폐 사이에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도 미국에 움직임을 주시하고 암호화폐 시장을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금리문제를 한은에만 의존하지 말고 국채 수요 저변을 확대하여 중장기 금리가 하락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수현

[신연수 칼럼]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

역시 트럼프다. 취임하자마자 전방위적인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벼랑 끝 전술(brinkmanship)'의 전형이다. 국제정치 용어인 벼랑 끝 전술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몰고 가 상대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전술을 말한다. 트럼프는 1기에 이어 2기에는 더 강하게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할 모양이다. 우리에게 벼랑 끝 전술은 '국제사회의 문제아' 북한을 묘사하는 단어로 친숙하다. 그러나 사실 원조는 미국이었다. 냉전시대 소련에 대해 핵전쟁도 불사할 것처럼 위기를 고조시키는 정책에서 비롯되었다. 원래 미국에 저작권이 있던 벼랑 끝 전술이 21세기 버전으로 다시 태어났다고 할까. ◇트럼프는 왜? 트럼프의 벼랑 끝 전술은 특히 경제 통상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트럼프가 동맹국이자 이웃나라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25% 관세를 선언했을 때 경제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무역전쟁"이라고 비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역사적으로 무역전쟁은 대개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1930년 미국의 스무트-홀리 관세법은 다른 나라들의 보복 관세로 이어져 세계 무역이 크게 줄고 경기침체와 대공황이 심해졌다. 세계 경제가 1930년대보다 더 밀접하게 연결된 지금, 미국의 높은 관세가 실현되면 상대국은 물론이고 미국 경제도 타격을 받는다. 공급망이 마비되고 물가가 상승하며 경제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다. 트럼프의 경제 참모와 관료들도 무역전쟁의 위험을 모르지 않을 터, 그런데도 트럼프는 포기할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관세는 한 달 보류했지만 철강 반도체 유럽 등으로 전선을 넓히고 있다. 트럼프는 왜 이러는 걸까? 겉으로 내세우는 명분은 무역적자를 줄이고 미국에 공장을 유치해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관세를 내기 싫으면 미국에 공장을 세우라'고 한다. 실제로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미국 공장에서 자동차가 완성되려면 관련 부품들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여러 차례 드나들 만큼 오늘날의 제조업은 다국적으로 얽혀 있다. 더 많은 이익과 더 적은 비용을 추구하는 기업이 이를 포기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미국 헌법상 대통령은 2번만 할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는 이번이 마지막 임기다. 4년 안에 이 복잡한 산업의 재편이 얼마나 이뤄질까. ◇미국에 대한 국내외적 도전과 응전 트럼프의 전술은 경제적 목적 뿐 아니라 정치 사회적 목적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첫째 트럼프의 지지 세력인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들을 향한 메시지다. 바이든 정부 시절 경제가 활성화되고 성장률도 높았지만 이번 대선 직전 유권자의 70%는 경제가 나쁘다고 했다. 아마존 구글 같은 빅테크와 월스트리트가 아무리 잘 나가도 저소득층은 성장의 과실을 느낄 수 없었던 것이다. 트럼프는 이런 불만을 파고들어 보호무역의 기치를 내걸었다. 둘째 미국 정부의 엄청난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다. 미국 연방 정부 부채는 36조 달러(약 5경 2천조 원)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120%가 넘는다. 트럼프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을 약속했기 때문에 재정적자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내국세에서 줄어드는 세금을 관세로 메우겠다는 생각이다. 셋째 관세를 국내 문제 해결을 포함한 여러 가지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는 계획이다. 콜롬비아가 미국 내 불법 체류자들을 실은 항공기의 착륙을 거부하자 트럼프는 콜롬비아산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러자 콜롬비아는 바로 백기를 들었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거시경제 지표보다 정치 사회적 효과다. 자유무역과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위협한다고 생각하는 미국 노동자들을 달래야 하고, 턱밑까지 추격해오는 중국을 눌러야 한다. 냉전 이후 세계를 1극 체제로 재편했던 미국이 그만큼 대내외적으로 도전받고 변화하고 있다는 얘기다. ◇다른 나라들은 발빠르게 움직이는데 … 따라서 트럼프 정부가 끝나고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는 쉽게 변할 수 없을 것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트럼프 1기의 중국 봉쇄와 보호무역 기조를 상당부분 이어받았었다. 트럼프는 이를 좀 더 거칠고 과격하게 실행할 뿐이다. 벼랑 끝 전술은 자칫 모두를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위험한 전술이다. 재앙을 피하려면 미국의 요구에 호응하면서도 우리의 이익을 챙길 현명한 외교가 필요하다. 세계 각 국이 발 빠르게 대미 외교를 펴고 있지만 한국은 국내 정치 상황으로 인해 꼼짝을 못하고 있다. 조속한 정치 안정과 힘 있는 경제외교 정책이 절실하다.

[이슈&인사이트] ‘국정 겨울잠’ 시기 정치권이 할 일

이강윤 정치평론가 국정 컨트롤타워 유고 상태가 두 달 넘게 지속중이다. 신뢰 위기-불확실성 위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통령탄핵안이 인용돼 조기대선이 실시된다 해도 최소 서너 달은 계속될 것이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행정부를 담당하고 있지만 기능이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 국민들은 현 시기 국정운영의 중심을 국회나 민주당으로 여기는 듯하다. 각 부처 업무보고와 정책발표가 벌써 진행됐어야 할 시기지만 들리지 않는다. 컨트롤타워 부재상태이니 서로 눈치 보며 현상유지만 하는 '로키(low key)'로 가기 때문일 게다. 신진대사를 최저로 하면서 생명현상만 유지하는 겨울잠 동물이 연상된다. 컨트롤타워 부재…겨울잠 자는 동물 연상되는 국정 국회를 지배하고 있는 민주당의 자세가 그래서 중요하다. 명목상 여당인 국힘은 내란 선긋기가 아니라 계엄내란 불가피성을 강조하며 옹호적이다. 헌법정신으로 보건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차원이건 국정운영책임자 차원이건 용인받을 수 없는 태도다. 물론 대선을 염두에 두고있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트럼프체제 출범 이후 국제경제와 정치가 요동치고 있다. 여러 면에서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긴장과 기민 대응이 필수건만 두 손 두 발 다 놓고 있다. 계엄내란에 대한 사법적 판단과 처리는 헌법재판소와 법원에 맡기고 국회와 각 당은 국정 겨울잠 상태를 깨워야 한다. 이 비상시기에 하는 것도 없고 되는 일도 없는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국민 대표기관이자 국가권력의 원천인 국회의 직무유기이고, 각 당의 수권능력 부재 증명이다. 양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재판정 진술 하나하나로 공방을 벌인다.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일텐데 3권분립 정면 위배다. 국힘은 극우세력과 결별하고 국정관리자 역할에 진력해야 한다. 그게 집권여당의 책임이다. 민주당도 탄핵심판이나 내란형사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국정 공동운영자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치경제사회 대개혁방안-개헌논의 병행돼야 지금은 계엄내란으로 드러난 위기의 원인을 진단하고 사회대개혁 우선 순위를 정하는 한편, 큰 틀의 개헌논의도 병행해야 하는 시기다. 즉, 현 단계 주요 의제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차기 대선에서 이런 개혁안(정치 경제 사회 전 분야)과 개헌 방향을 제시하고, 국민 동의를 구하는 경쟁이 펼쳐져야 한다. 이게 조기 대선의 주 의제이자 시대정신이다. 조기 대선은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종료당하는 대통령의 후임자를 뽑는 단순 보궐선거가 아니다, 아니어야 한다. 대개혁이 절실한 상황이자, 인수위 기간 없이 바로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상정부는 이미 7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경험하고 학습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것으로 보이는 5~6월경으로부터 딱 1년 후면 지방선거다. 내년 초면 벌써 선거국면으로 들어갈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더더욱 시간이 없다. 민주당은 '지금은 혼란기이므로 개헌논의는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판단이다. 또 다시 실기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재판은 법원에 맡기고 정치권은 개혁방안 경쟁해야 계엄령이 발동된 12월 3일 밤 대통령이 누구와 무슨 통화를 했고, 법정진술이 엇갈리는데 누구 말이 맞는지를 두고 각 당이 옥신각신 공방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월권인 동시에, 양 당은 그 진위를 밝혀낼 능력이나 수단도 마땅찮다. 이재명 대표의 정책 우클릭을 두고 정책경쟁이라 할지 모르나 본질은 대선을 염두에 둔 외연 확장방안이다. 총체적 사회대개혁과는 거리가 있다. 진영 간 사생 대결과 양당의 '상대당 무조건 비토'가 현 위기와 직결돼있다. 개헌 논의가 정국불안요소를 원천적으로 제거하는 차원에서 진행된다면 그 자체로 진전이자 현 위기상황의 수습방안이기도 하다. 그간 무수히 논의되어왔기에 개헌의 요체나 쟁점은 대개들 알고 있다. 각 정파는 입장을 제시하면 된다. 선거 도움 여부로 접근하면 주객 전도다. 정책경쟁도 선거용 득표전략(집토끼-산토끼라는 케케묵은 선거공식)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사회대개혁 방안으로 향도되어야 한다. '일단 집권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준비기간 없이 긴급 출범할 수 밖에 없었던 비상정부를 곤경에 처하게 했다. 타산지석이나 반면교사라 하기에는 너무 가까운 과거이자 지금도 진행중인 현실이다. 비상 시기 각 정파의 입장변화를 촉구한다. 국민들은 누가 집권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무슨 개혁을 관철시켜 나라의 퇴행을 막고 민주공화국을 굳건히 다질까가 주 관심사다. 그게 곧 선거운동이자 국민들 채점포인트다. 탄핵은 탄핵, 재판은 재판, 대선은 대선이다. 각각 독립된 영역이자 별도 채널이다. 재판부가 할 일과 정치권이 할 일을 구분해야 한다. 만일 집회 군중의 숫자나 규모로 재판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올바르지도 않을뿐더러 요즘 유행하는 '실용적 자세'도 아니라는 것을 각심해야 한다. 이강윤 정치편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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