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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사이트]탑다운 방식이 빚은 ‘사도광산’ 사태, 대일외교 다시 생각해야

순항하던 한일 관계가 일제 강점기 조선인 강제 노역의 현장인 사도광산에서 복병을 만났다. 공동으로 개최키로 했던 사도광산 희생자 추도식이 일본측만 참석한 채 진행되고 한국이 희생자 유족 9명과 함께 별도 추도식을 열어 둘로 쪼개졌다. 일본이 지난 7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 한국 정부의 이해를 얻겠다는 취지로 매년 현지에서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지만, 일본은 진정성 없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 정부가 차관급 정부 인사의 참석을 끝까지 요청해 받아냈으나, 일본이 보낸 인물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의혹이 있는 이쿠이나 아키코 외무성 정무관(차관급)이었다. 특히, 일본 대표의 추도사에는 “한반도 노동자들이 위험하고 가혹한 환경에서 힘든 노동에 종사했다"고 하였으나 '강제성'에 대한 언급이 빠졌고, 추도식 식순에서는 추도사가 아니라 아예 '인사말'로 명명됐다. 일본 정부는 한국의 불참에 '유감'을 표했다. 이번 사태는 어찌 보면 예견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일본의 마음'을 중시하면서, '물잔의 반'을 먼저 채우고 관계 개선을 도모해 왔는데,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나머지 물잔을 채워줄 거란 믿음 때문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 관련 한국 정부가 이행하는 '제3자 변제안'을 결단하여 최악의 상황을 맞았던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켰다. 그간 굴욕 외교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지만, 한일 관계 개선과 한미일 협력을 추동한다는 '대의'를 위해 양보할 수 있는 부분은 양보한다는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에게 선의로 대하면서 선의를 기대한다는 것이 얼마나 허구인지는 곧바로 입증되었다. 일본 시장에서 크게 성장한 '라인야후'에 대해 일본 정부가 “네이버와 라인야후 간 자본적·기술적 관계를 끊으라"는 행정지도를 하고 한국인 이사가 내쫒기는 사태가 발생했지만, 한국 정부는 소극적으로 임했었다. 당시 한일관계 개선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일본측 조치에 대해 한국 정부가 양국 관계 냉각을 우려해 사태를 방치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를 찬성할 때, 일본이 과거 '군함도' 때처럼 뒤통수를 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었다. 그러나 정부는 일본이 '강제성'을 인정했으며, 군함도 때와는 달리 일본이 강제동원 관련 전시물 설치와 추도식 매년 개최를 합의했다고 하면서 그럴 일 없다고 적극적으로 일본을 옹호했지만, 추도식이 파행으로 끝났다. 일본은 관방장관이 기자회견에서 '유감'을 표명했는데, 한국 외교부는 “당장 일본에 유감 표명을 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가, 뒤늦게 당국자가 주한일본대사관을 접촉해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한 한일 협의 과정에서 일본이 보여준 태도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유감을 표명한 당국자가 누구인지, 일본대사관 측 대화 당사자가 누구인지도 공개하지 않았다. '외교참사'라는 말까지 나온 이번 사태에 한국 정부의 대응은 너무나 비정상적이다. 국가관계는 상호 대응성, 비례성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밀리는 것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한 구체적 협의와 추진 일정에 대해 외교부에 자율성을 주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과연 그랬을까? 내년이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고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을 앞두고 한미일 공조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안정적인 한일 관계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추도식 논란이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 '신중한 대응'을 주문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계라는 것은 한쪽만 선의를 보인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이용하려 할 수 있고 뒤통수를 칠 수도 있다. 주장할 것은 주장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하면서 당당하게 타협해 가는 것이 결국은 더 효과적이다. 윤 정부 들어서 한일관계 협의가 정상 간 개인적인 친분과 케미(chemistry)에 의존한 탑다운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나, 사도광산 문제를 보면서 한계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일본에서 기시다 총리는 떠났고 다른 총리가 들어섰는데, 개인적인 친분이 아직도 유효한가? '죽창가'를 불렀던 문재인 정부를 제외하고 역대 한국 정부는 원칙을 가지고 '근성(guts)' 있는 대일 외교를 전개해 왔는데, 윤 정부는 다른 모습이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강한 국가에 대해 '신중 모드'가 아니라 근성있는 외교를 전개해야만 국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강국

[이슈&인사이트] 트럼트2.0 시대: 고개를 들어 세계를 보자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설마 했던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올랐다. 제45대 대통령에 이어 이번에는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그의 시대를 사람들은 '트럼프 2.0'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에는 상·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했고, 내각 역시 트럼프에게 충성도가 높은 인사들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임기보다 훨씬 강력한 권한을 행사하며 트럼프가 주장해온 정책들을 더욱 강도 높게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우리가 우려하던 여러 시나리오를 현실로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걱정을 낳고 있다. 트럼프 1기가 국내외적인 저항으로 인해 의도한 정책 효과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음에도, 이미 한국 경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상당한 충격을 경험한 바 있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제에 큰 변화를 몰고 왔으며, 이는 한국 경제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을 주어 한국의 수출 중심 산업, 특히 반도체와 전자제품 부문에 직·간접적 타격을 입혔다. 확장적 재정 정책과 금리 인상은 달러 강세를 유도하며 원화 약세와 외환시장 변동성을 확대시켰고,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자동차 관세 부과 위협은 한국 제조업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겼다.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과 공화당의 상·하원 장악, 그리고 트럼프주의(Trumpism)를 신봉하는 내각 구성을 통해 우리 경제는 다시 한번 복합적이고 강력한 변수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우선,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는 우리의 대미 수출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모든 수입품에 1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려는 계획은 자동차, 반도체, 전자제품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칩스법)의 폐지 가능성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직접 투자(FDI)와 관련된 기대 수익을 불확실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한국이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 보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 재무부가 한국을 중국, 일본, 싱가포르, 대만, 베트남, 독일과 함께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대미 무역 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환율을 유리하게 조정하는지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의도다. 만약 환율 조작 정황이 포착될 경우, 해당 국가는 대미 무역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트럼프의 무역 및 재정정책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한층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2.0 행정부는 대규모 재정지출과 감세 정책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으며, 이는 관세정책의 효과와 맞물려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욱 가중시킬 수 있다. 이에 따라 미연준(Fed)은 통화 완화 기조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금리인상과 달러강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원화의 약세를 초래할 주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화 약세는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으나, 수입물가 상승, 외채 부담 증가, 그리고 해외 자금의 급격한 유출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우리 경제 전반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 특히 원화 약세는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운용에 큰 제약을 가하게 된다. 통화정책의 완화적 기조에 대한 민간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부양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크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의 동력이 약화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원화 환율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특히 민감하며, 트럼프 2.0 행정부의 대중국 및 대북정책으로 인해 이러한 리스크가 다시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1기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한 대중국 무역 분쟁은 재점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응하는 중국의 조치들은 글로벌 공급망과 무역 환경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 중심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특히 반도체와 같은 핵심 산업이 타격을 받을 우려가 있다. 대북정책 역시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를 확대시킬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협상이 미국과 북한 중심의 외교로 진행될 경우, 우리에게는 불확실성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경제는 높은 파도가 몰아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내부 갈등이라는 무거운 닻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분열은 우리가 직면한 외부 위기보다 더 깊은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젠더 갈등, 이념 갈등, 세대 갈등 등으로 사회가 사분오열된 가운데 외부로부터 다가오는 위기의 본질을 놓치고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과 위기에 대비하려면 지금이야말로 사회의 구심점을 강화하고 하나로 결속해야 할 시점이다. 세계경제 질서는 국지적 분쟁, 글로벌 공급망의 와해, 중국의 과잉 공급으로 혼란이 이어지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 등과 기술 격차 축소 등 복합적인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러시아 등 주요 국가들이 자국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강화하며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가운데, 한국 경제가 내부 분열로 인해 대응력을 잃는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각계각층의 리더와 국민 모두가 각성해, 외부의 위협에 대응하고 내부의 분열을 치유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할 시점이다. 고개를 들어 세계로 시선을 돌릴 시점이 왔다. 김수현

[이상호 칼럼] 러시아의 중거리 다탄두 탄도미사일 공격의 역설과 한계

지난 11월 21일에 러시아가 6개의 개별 목표 타격이 가능한 사정거리 약 5~6,000km의 다탄두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인 '오레시니크'로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지역을 공격했다. 통상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의 사정거리를 5,500km 이상으로 보기 때문에 오레시니크 미사일은 사실 사정거리가 약간 짧은 대륙간 탄도미사일이라고 봐야 한다. 이번 공격이 놀라운 이유는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지적 재래식 전쟁에서 6개의 탄두가 들어간 대륙간 탄도미사일에 가까운 물건을 사용한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확전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에 에이태큼스(ATACMS) 같은 장거리 공격무기로 러시아 본토를 타격하는 것을 금지했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9일에 북한의 참전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했고,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이번 공격을 감행했다. 본토 공격을 받은 직후 러시아는 “비핵보유국이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아 러시아를 공격하면 두 국가의 공동 공격으로 간주해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원칙을 수정하는 강경한 대응을 시사한 바 있다. 러시아가 이번 공격을 감행한 이유는 분명하다. 본토가 공격받을 경우 러시아는 서방에 대해 매우 정교하고 강력한 핵 공격을 시도할 수 있고 서방이 러시아의 핵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수단이 없으므로 러시아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공격에서 미사일에 탑재된 6개의 탄두는 음속의 10~12배 속도로 목표를 타격했고, 서방의 현존 미사일 방어체계로 이들 탄두를 요격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러시아는 핵전쟁 준비가 되어 있고 필요하면 하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다탄두 미사일로 핵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지만, 핵이 탑재되지 않은 6개의 재래식 탄두 공격의 군사적 효용은 부족했다. 오레시니크 미사일의 개별 탄두 무게는 약 800kg 정도로 알려졌고, 이는 한국이 보유한 현무 5 지대지미사일 탄두 예상 무게인 8~9톤의 10%에 불과하다. 현무 5도 사정거리에 따라 탄두 무게가 달라지지만, 러시아 다탄두 미사일과 같은 음속의 10~12배로 지상을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현무 5는 오레시니크와 달리 지하 수백 미터에 있는 김정은 지휘부 같은 전략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관통력과 파괴력을 가지고 있다. 현무 5 미사일 탄두의 질량을 갖지 못해 관통력이 부족했던 러시아 재래식 탄두 공격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번 공격은 러시아의 재래식 전쟁 수행 능력이 점차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이미 포탄, 전차, 장갑차 등의 재고가 급격하게 소진되었고 북한군이 대규모로 참전한 이유가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 부족 때문이다. 불과 10발 정도만 재고로 보유했다는 오레시니크 미사일을 이번에 사용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가 장기간 재래식 전쟁을 수행하기 어려운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라면 러시아가 핵 억제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귀중한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러시아는 북한 참전과 트럼프 대통령 재선으로 약간의 여유가 생겼다고 착각할 수 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러시아가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기대보다 전쟁이 더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서방으로서는 러시아를 핵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지는 않지만, 이번 기회에 전쟁 수행 능력을 최대한 낭비하게 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할 수 있다. 러시아가 아무리 핵 사용 위협을 공식화하고 오레니시크 미사일의 뛰어난 성능을 과시해 서방을 위협했지만, 이를 러시아가 핵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증거로 보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 이상호

[이슈&인사이트] 입체 도로와 도시 활성화

2017년 2월15일 국토교통부는 도로운영과 등 다 부서간 협력 사업으로 “입체도로시대의 도래. 도로 상하부 활용"이라는 정책을 발표하고 관련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칭 '입체도로법'의 제정을 위해 다양한 논의와 입법 과정이 이루어졌으나, 국회에서 법제정이 이루어지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는 실제로 가칭 '입체도로법' 제정 과정에서 국회 공청회에 참여하여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고 다양한 논의를 하였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제한된 도시가용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쇠퇴하는 도시의 활력 요소로 활용하는 측면에서 필요성의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도로의 상공 및 지하 공간 개발을 본격화할 기반을 다질 것으로 기대하였으며 도시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였다. 도로공간을 활용한 창의적 도시 디자인, 도시공간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지고, 도로 상부와 하부에는 다양한 건축설계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인식하였다. 국토공간의 효율적인 활용과 창의적 도시공간의 조성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도로 상ㆍ하부 공간과 그 주변지역을 연계하여 개발할 필요성을 인식하였다. 독일, 프랑스, 일본 등의 주요 국가들의 도시에서 도로 주변을 입체 개발하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었고 이를 중심으로 관광 인프라가 확대되고 있어 이러한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한국에서도 경인ㆍ경부 고속도로 등 주요 고속국도에 대한 지하화가 추진되면서 이들 공간에 대한 입체적인 개발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도로 공간은 사실상 공공 개발만 허용되고 있어 민간의 개발은 제한되어 공공의 영역으로만 여겨져 왔다. 그러나 도로 상공과 하부 공간에 민간이 문화․상업 시설 등 다양한 개발이 가능하도록 도로에 관한 법제도가 만들어지면 이러한 규제 개선이 일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법제도는 도시·건축 분야의 창의성이 증진되고, 도시경쟁력도 점차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과정에서 관련 산업이 창조적 디자인 산업으로 전환되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일부 민간개발을 허용하여 공공기여를 통한 미래 산업 활성화를 위한 재원 마련에 활용되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속도로와 같은 대규모 입체개발에 있어서는 이러한 공공기여를 확보하는 개발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다양한 규모의 입체도로 개발이 다양한 사항을 고려하여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대규모와 동시에 소규모 골목길과 생활가로를 대상으로 하는 입체적 이용은 쇠퇴한 공간의 재생이라는 가치를 우선에 두고 추진하여야 할 것이다. 버려진 공간의 재활성화와 지역경제 활성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소규모 주택정비사업에 있어서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기성시가지 소규모 정비에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져야 할 것이다. 가칭 '입체도로법' 제도도입으로 주차장 통합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이 조성되고, 도로 상공도 활용하여 저렴한 주택공급도 지속적으로 유도해야 할 것이다. 도로공간을 입체적으로 정비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의 정비와 도로에 관한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일본은 도로 위 건축물의 입체적 정비를 유도화고 구분지상권 등의 허용과 부동산 개발 활성화와 도시활성화의 수단으로서 입체도로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도 보스톤 빅딕(Big Dig)과 같은 대규모 고속도로 입체화 사업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도 도로공간의 재인식과 도시활성화 유도라는 정책방향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새로운 지역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활용하길 기대해 본다. 이범현

[기고] 건설산업의 이기적 유전자와 대전환

1976년 출간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본질을 유전자 단위로 분석하고, 인간 행동과 사회적 구조를 설명하는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한 책이다. 도킨스는 유전자가 생명 진화의 주체이며,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복제되는 매개체라고 설명한다. 개체는 자신의 유전자 생존을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해 한정적인 이타주의를 발현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유전자 이기주의'와 '집단 이타주의'의 균형은 오늘날 협력과 경쟁 속에서 생명체가 공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개념은 건설산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건설기업은 수주와 시공을 통한 이익 추구 등 단기적 성과 창출이 매우 중요하다. 때문에 변화무쌍한 건설시장의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공사비 절감과 공사 기간 단축 등을 통해 사업 수행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이는 본질적으로 건설기업의 성장과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업의 형태는 개체 유전자가 개체의 이익, 즉 생존과 번식을 우선시하는 것과 유사하다. 하지만 현재 국내 건설산업은 낮은 생산성과 품질, 안전사고, 인력 부족, 이미지 추락 등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온 산업의 디지털 전환이라는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직면하고 있다. 건설기업의 단기적인 이기심만으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산업의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도킨스가 설명한 집단적 이타주의의 중요성처럼, 이제는 모든 참여 주체의 유기적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하는 지속 가능한 건설산업으로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건설산업의 가치와 위상에 맞는 확장적 정의가 필요하다. 건설산업은 국민 생활 환경을 구축하고 산업 발전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는 핵심산업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까지 타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근간 산업이다. 이러한 건설산업의 영향력과 범위는 왜 건설산업이 거듭나야 하는지, 참여 주체 모두가 협력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을 실현할 핵심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건설산업의 참여 주체로서 성실히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한 인식 전환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필수적이다. ESG 경영은 단순한 경영 전략을 넘어 건설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건설기업들은 단기적인 이익만을 추구하는 대신 장기적인 가치와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환경 보호를 위한 친환경 시공, 안전한 근로 환경 조성, 그리고 투명하고 공정한 기업의 지배구조는 건설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스마트 건설기술의 확대 역시 대전환의 핵심요인이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드론,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과 같은 첨단 기술들은 건설 프로세스를 혁신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기술의 도입은 인력 부족 문제 해결과 품질 제고 및 안전사고 방지 등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를 통해 건설기업은 단순히 비용 절감과 효율성 제고에 그치지 않고, 산업 전체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 건설산업의 대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론에 비추어볼 때, 건설산업의 개별 기업들이 이기적인 이익 추구를 넘어서는 집단적 이타주의, 즉 산업 내 모든 참여 주체들의 협력과 지속 가능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부, 발주기관, 시공기업 등 모든 주체가 범 건설 산업적 시각에서 협력하며, 산업의 발전과 위상 정립을 위해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비로소 건설산업의 대전환이 가능하다. 진정한 변화는 혼자가 아닌 함께할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김봉수 기자 bskim2019@ekn.kr

[신율의 정치 칼럼]민주당의 비명계, 그들의 운명은?

이재명 대표에 대해 징역형이 선고된 이후, 민주당 일부 의원들의 언급이 세간의 질타를 받고 있다. 비명계들이 움직이면 당원과 함께 나서서 죽이겠다는 언급도 있었고, 아우렐리우스 '명상록'을 인용하며, 이재명 대표를 '신의 종', '신의 사제'에 비유하기도 했다. '명상록'을 SNS에 올린 의원은, 자신은 이재명 대표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이재명 대표를 두고 '신의 사제', 혹은 '신의 종'으로 비유하지는 않았다는 것인데, 대다수 국민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여기에 더해 이재명 대표를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민주당 의원도 있다. 이런 언급들은, 이재명 대표가 징역형을 선고받자, 진심으로 화가 났거나 감정이 복받쳐서 나왔을 수 있다. 그 이유야 어떻게 됐든, 분명한 것은 현재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가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매우 강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차기 대선 구도를 예측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해서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으면, 대선 주자로써의 이 대표의 입지는 더욱 강화되겠지만, 설사 피선거권 박탈 형이 확정되더라도, 비명계 대권 주자들이 '현재의 민주당'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현재 비명계 대선 주자급으로는, 김동연 경기도지사와 김부겸 전 총리, 김두관 전 지사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상당한 장점을 가진 인물들이다. 김동연 지사의 경우, 미국에서 경제학으로 학위를 했고,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자 대학 총장을 지낸, 그야말로 학문과 실무 경력 모두를 겸비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부겸 전 총리는 중도층에게 가장 어필할 수 있는 정치인이다. 김두관 전 지사는, 이장부터 시작해 민선 군수를 거쳐 경남 도지사, 장관을 두루 거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의 친화력은 정치권에서 유명하다. 이런 쟁쟁한 인물들이 '이재명의 민주당'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보여주며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쥘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2심에서도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이 선고될 경우, 당 내부에서 동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필자 개인적 견해로는 이런 예상에 동의하기 힘들다. 만에 하나 대법원에서조차 이재명 대표에게 실형을 선고한다고 하더라도, 이 대표는, 민주당 막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계속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재명 대표가 '지원'하는 친명 주자가 대선 국면에서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친명 주자가 대선 후보가 되고, 본선에서 이기면, 이재명 대표를 사면 복권 시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차차기 대선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할 수 있다. 현행 대통령제는 단임제이기 때문에 이런 시나리오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만일 4년 중임제라면, 대통령에 당선된 인물이 한 번 더 대통령을 하고 싶어 할 것이기 때문에, 이 대표에 대한 사면 복권에 소극적일 수 있지만, 단임제이기 때문에 자신 다음의 대통령으로 이재명 대표를 밀어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특히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이 계속 건재하다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다. 민주당이 현재 추진하려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4년 중임제 개헌은 보류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이재명 대표의 재판 상황을 보아가며 개헌을 추진할지 말지를 결정할 것이라는 것이다. 25일에 있을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판결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해당 판결은 민주당의 전략 수정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는 리트머스 시험지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이슈&인사이트]그린벨트 해제와 수도권 신규택지 조성은 신중한 접근 필요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서울과 수도권에 걸친 총 4개 지역, 5만 호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했다. 이는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8.8)의 후속조치로서 현재진행형인 3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간주해도 무리가 없는 사안이다. 신도시를 계획할 때 필수적인 교통대책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미 지난 2월에 제시된 비수도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지역전략산업'의 추진을 요건으로 삼았던 반면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주택용지 확보가 목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그린벨트 해제까지 포함한 목적은 시장심리의 안정이지만, 세간의 기대와 달리 강남권의 그린벨트 해제는 외곽지 일부에 한정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향후 추가적인 해제를 예상하지만 한정된 신규공급으로 서울의 주택가격을 안정시킬 가능성은 제한적이서 지금으로선 실현가능성을 확신할 수만은 없다.정책을 다루는 측면에서는 '의도한 정책목표를 얻어낼 수 있을지의 여부'가 중요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한 신규택지로 공급가능한 물량이 실제로 시장안정을 이끌어내고 그 효과를 확산시켜 장기간 지속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지만, 그간의 유사한 경험으로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서울의 모 대단지 규모가 약 1만 세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신규택지의 규모와 해당 지역에 미치는 효과도 어느정도 유추할 수 있다. 2029년에 분양(2031년 입주)을 시작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의 시장안정보다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적절하다. 더구나 현실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정책이 시장심리에 우선적으로 반영되므로, 무주택 실수요자를 가정했을 때 2029년의 첫 분양을 기다리는 수요층이 얼마나 될지에 따라 시장안정효과는 달라진다. 또한 제조업과 달리 일관된 생산환경의 설정과 유지가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상 처음 설정한 공기보다 실제 공사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예정된 분양과 입주시점이 상이할 수 있다. 그렇더라도 토지수용과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공사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돌발변수가 최소화되면서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실행이 맞물린다면 일정준수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다.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으로 서울(서리풀지구) 공급물량의 55%인 1.1만 가구를 배정하는 것은 저출산대책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저출산문제의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향후에도 지속적인 활용이 가능하도록 분양전환없는 장기임대주택으로 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2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가까운 위치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섰던 선례에 비추어본다면, 이번처럼 1기 신도시보다 서울에 근접한 신규택지가 사회적 이슈의 하나인 신도시 재건축에 긍정적일 것은 없다. 지역에 따라서는 베드타운이 추가되는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재건축 선도지구같은 정비사업 활성화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의 재건축사업은 과거처럼 인허가가 아니라 개별 조합원들의 자금여력이 관건이다. 사업추진속도는 부촌을 중심으로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고 이는 지역적이고 국지적인 양극화로 연결될 여지가 크다. 그렇다면 신규택지의 영향은 제한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린벨트의 고밀개발은 사업지별로 세심한 조정이 요구된다. 고밀개발을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자는 것이 지난 정부부터 일종의 트렌드로 자리잡았지만, '한강이 가리든 남산이 가리든 집이 없으면 무조건 높게 건물을 올려서 많이만 만들면 된다'는 식의 주장이 그린벨트 해제지역에까지 무분별하게 적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간 우리 사회가 축적한 바람직한 도시경관의 구축이라는 방향성이 흔들리는 일도 없어야 한다. 이은형

[이슈&인사이트] 트럼프 2기, 에너지 분야 정책 변화에 따른 우리의 대응 전략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7대 대통령 당선인의 공약과 정책 방향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분야는 대선공약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종전과는 많은 변화가 예상되고 있어 우리의 대응 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트럼프는 미국의 기존 정책 및 세계 각국의 정책 방향과는 달리 주로 화석연료 산업의 규제 완화와 에너지 독립을 강조하고 있다. 먼저 화석연료 생산 확대이다. 트럼프는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해양 및 육상의 새로운 시추 허가를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이는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을 증가시켜 에너지 독립을 강화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특히, 해양 시추와 공공 토지에서의 시추를 확대하여 에너지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 둘째는 재생에너지 보조금 폐지이다. 트럼프는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지할 계획이다. 이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줄이고, 전통적인 화석연료 산업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려는 의도이다. 이로 인해 재생에너지산업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셋째는 파리기후협약 탈퇴이다. 트럼프는 파리기후협약에서 다시 탈퇴할 것을 공약하였다. 이는 미국이 기후 변화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에서 벗어나, 자국의 경제 성장을 우선시하겠다는 의미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규제 철회는 단기적으로는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넷째는 인플레이션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IRA) 폐지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포함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법을 폐지하고, 관련 혜택을 철회할 계획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으며, 화석연료 산업에 더 많은 지원을 제공할 것이다. 그밖에 전기자동차 의무화 계획 폐지, 원전 사용 확대도 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한국을 포함한 국제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에 대비해 다음과 같은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이에따른 정부의 대응 전략의 첫째는 에너지 외교 강화이다. 미국과의 에너지 협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한 다른 에너지 자원 부국과의 협력을 확대하여 에너지 수급의 다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둘째는 재생에너지 정책 지속이다.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에 대한 지원을 지속하고, 기술 개발 및 인프라 확충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관련 국제 협력을 강화하여 글로벌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셋째는 에너지 효율성 제고이다.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고,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산업계와 협력하여 에너지 절약 및 효율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한편 한국 기업들은 첫째가 시장 다변화가 우선이다. 미국 외의 다른 시장으로의 진출을 모색하여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 특히,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의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는 기술 혁신이다.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관련 기술 개발에 투자하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탄소 배출 저감 기술 및 친환경 기술 개발을 통해 글로벌시장에서의 입지를 다져야 한다. 셋째, 현지화 전략이다. 미국 내 생산 및 운영 시설을 강화하여 현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현지 규제와 정책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현지 전문가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은 정책 변화에 대한 꼼꼼한 모니터링이다. 미국의 에너지 정책 변화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이에 따른 리스크 관리 및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책 변화에 따른 시장 동향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 전략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문형남

[이슈&인사이트]그들만의 조지 오웰식 ‘국어사전’

그가 '짠'하고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 올랐을 때 이름의 발음을 놓고 많은 혼선이 있었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참여'란에는 한 네티즌이 그의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정중하게 물었다. “대통령의 이름을 부를 때에 '윤서결'이 아닌 '윤성렬'로 불러도 '학문적' 국어에 아무런 '결함'도 발생치 않는지를 물으니 답변을 바라겠습니다. 현재 거의 모든 방송에서 대통령에 대해 '윤서결 대통령'이 아닌 '윤성렬 대통령'으로 바보처럼 부르고 있습니다." 이에 국립국어원은 답변했다. “개별 인명의 표준 발음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문의하신 인명은 일반적인 발음 규정에 따른다면 '윤서결'로 발음할 수 있겠고, 관행적으로 '윤성녈'로 발음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후 국립국어원의 답변에 따라 어떤 이들은 그의 이름을 윤서결로, 또 어떤 이들은 윤성녈로 부르게 되었다. 국립국어원의 솔로몬식 답변 덕에 최고 권력자의 이름이 두 가지로 불리게 되었으나, 일반 국민은 늘 혼란스럽다. 그에서 헷갈리는 것은 그의 이름뿐 아니다. 그가 화려한 화술로 즐겨 사용하는 용어들의 진의(眞意)도 아리송하다. 검찰총장 사직의 변(辯)에서부터 기회 있을 때마다 그가 부르짖은 자유민주주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헷갈린다. 끄떡하면 검경 권력을 동원해 헌법에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언론사상의 자유를 짓밟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악의 무리를 응징한다고 강변한다. 입만 열면 그가 강조하는 공정과 정의, 카르텔 해체와 민의중시도 그와 그의 휘하들에게는 기이하게 적용된다. 공정과 정의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공권력을 총동원해 반대세력에겐 온 집안 식구와 친척 일가를 풍비박산하는 멸족지화(滅族之禍)를 일삼으면서도 정작 자신과 휘하 사람들의 불법에 대해선 끝까지 엄호한다. '오로지 조직에만 충성한다'는 그의 멋진 수사(修辭)는 조폭의 언어가 분명함에도 마치 그를 공정과 정의의 화신처럼 보이게 하는 주술적 언어로 작용했다. 그와 같은 조직의 '짠밥'을 먹은 집단은 검찰과 법원, 법무법인, 기타 온갖 국가권력 기관의 책임자로 견고하게 엮여 사리사욕을 채우는데도, 그가 그토록 핏대를 올리며 강조했던 카르텔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중용의 인재들이다. 국가권력과 자본의 독점세력을 가리키는 카르텔은 결과적으로 권력의 기침 소리만 들어도 깜짝 놀라는 LH 같은 산하기관 직원들을 때려잡는 용어로 변질된 셈이다. 그는 또한 얼마 전 대국민 사과에서 국민의 뜻을 중시하겠다고 말하면서도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이 쩍벌남의 거만한 자세로 2시간 이상, 숱한 변명과 자기 자랑으로 일관했다. 기자회견장이 끝날 무렵에 “무엇을 사과하셨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 어느 기자의 푸념이 오히려 더 인상적이다.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권력유지를 위해 애매하거나 모순된 표현을 흔히 사용한다고 풍자했다. '불경기' 대신 '경기 순환'으로, '가격 인상' 대신 '가격 현실화'로, '지구온난화'는 '기후변화'로 둘러대는 게 바로 '오웰식' 언어라고도 불리는 이중화법이다. '오웰식' 언어는 그의 화법에서도 자주 발견되지만, 특히 최근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절정을 이룬다. 아내 김건희 여사에게 제기된 의문에 대해 “(부인이) 남들한테 좀 욕 안 얻어먹고 원만하게 잘하기를 바라는 그런 일들을 국정농단이라 그런다면 그건 국어사전을 좀 다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한 것은 평소의 그다운 화법이다. 궁금증이 많은 한 네티즌이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에 정말 김건희 여사의 행동을 국정농단으로 칭할 수 없는 것인지 공식입장을 요청했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에 질문은 진지했다. “표준대사전에 따르면 '국정'은 '나라의 정치', '농단'은 '이익이나 권리를 독차지함'을 이르는 말입니다. 헌법상 어떤 지위도 가지지 않은 영부인이 선거와 국정에 개입한 행위는 '국정농단'이 아닌가요?" 하지만 며칠 뒤에 달린 국립국어원 답변은 최고 통치자의 발언만큼이나 모호했다. “온라인 가나다는 어문 규범, 사전 내용, 어법에 대하여 간단히 묻고 답하는 곳이므로 어떤 특정 행위가 문의하신 표현에 해당하는지에 대해서는 답변드리기가 어렵습니다." 표준대사전을 편찬하는 국립국어원이 침묵하는 가운데, 갈수록 기이한 '그들만의 국어사전'이 만들어지고 있다. 조지 오웰식 이중화법으로... 성일권

[이슈&인사이트]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교(內交)를 생각해야 할 때

김봉철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Jean Monnet EU센터 공동소장 글쓴이는 최근 동유럽 어느 국가에 국제학술대회 참석을 목적으로 방문하게 되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이 국가를 1970년대 세계 최초로 올림픽에서 10점 만점을 받은 체조 요정을 배출한 국가로 기억하고, 1980년대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 나오는 강렬한 곡과 '외로운 양치기'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곡을 '팬플루트'로 연주한 음악가로 기억하기도 한다. 구소련 체제가 무너진 1990년대에는 이 국가 독재자의 비참한 최후가 전 세계로 방송되기도 하였다. 당시 이 국가는 동유럽의 여러 국가와 함께 자유화와 체제의 변화를 경험하였고, 한국과도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연합에 가입한 중동부 유럽에서 비교적 넓은 면적과 많은 인구를 보유한 루마니아이다. 루마니아는 최근에 유럽 내에서 자유로운 자연인의 이동을 보장하는 쉥겐조약을 부분적으로 적용하여 더욱 활발하게 다른 유럽 국가와 교류하고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자면, 루마니아는 한국 사회의 관심을 많이 받는 대상이 아니고 대부분의 한국 사람은 루마니아에 관하여 많이 알지 못한다. 루마니아가 유럽을 주도하거나 경제 또는 정치적 영향력이 큰 주요국도 아니고, 한국 사람들이 여행을 많이 가는 국가도 아니다. 다만,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지속되고 있는 러시아와의 무력 충돌에 더하여 유럽 국가들의 방위산업 수요가 증가하면서, 몇몇 동유럽 국가처럼 방위산업 분야에서 루마니아와 한국의 적극적인 협력이 진행되어 여론의 관심을 받기도 한다. 양국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기반으로 서로의 국민이 상대방에 대한 더 많은 인식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글쓴이와 동행한 연구진들이 루마니아를 방문하는 동안 따뜻하게 맞이해주며 여러 현실적 이야기를 들려주신 대사관 관계자분들은, 최근 진행되는 방위산업 분야 등의 양국 협력을 언급하시며 외교활동을 위한 여러 자세를 설명하기도 하였다. 국가를 대표하는 이가 스스로 가져야 하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상대국에 한국의 이미지를 더욱 긍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하였다. 잔에 물이 반쯤 채워진 것을 보고 사람마다 긍정적 또는 부정적 생각을 다르게 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오랜 국제무대 경험에서 비롯된 깊이 있고 강렬한 철학을 담고 있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많은 국익을 얻는 과정에서, 오랫동안 특정 분야 전문가들의 정보가 도움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국제사회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며, 우리는 이것을 '공공외교'라고 부르기도 한다. 요즘 한국인이 국제사회에서 활동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기술력이나 대중문화의 파급력이 한국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는 한국인이 해외여행을 하고 출장을 다니면서, 또는 외국 기업이나 기관과 협력을 하면서 많이 느낄 수 있다. 이것은 정부와 기업의 국제적 활동에 윤활유처럼 작용하고, 국제사회에서 한국이 견고한 '소프트파워'를 보유하려는 목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를 위해서 국내 사회의 구성원도 국제사회와 다른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관심을 가지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제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많은 국가와 사회가 여러 방향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일반인도 국제사회 또는 다른 국가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국내에서 다른 나라에 대한 이해를 해주어야 국외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좋게 만드는 작업에 탄력이 붙는데, 국내에서 다른 나라에 무관심하거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외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도 어려움이 발생한다. 이것을 외교의 반대말로 '내교'라고 재미나게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한국 사회와 구성원들은 여전히 일부 국가나 특정 이슈에만 관심을 가지며, 다른 이야기들에는 무심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때로는 외국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외교관과 기업인이 오히려 국내의 무관심을 관심으로 돌리는 숙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내교활동'이 되는 셈이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이들이 지나친 에너지를 이 내교에 소비하지 않도록 국내에서 도와주어야 하는데, 그러한 도움이란 국민이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다른 나라와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관심을 두는 단순한 일상에서 비롯된다. 김봉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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