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전체기사

[기자의 눈] 당국 골칫거리 단기납 종신, 이번엔 ‘과세’로 제동…부메랑은 소비자 몫?

정부가 비과세로 판매됐던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에 대해 과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과세 여부와 관련된 판단은 당초 지난 달 결정될 계획이었으나 법령 제정 및 개정의 차원이 아닌 해석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는 문제로써 향후 발생할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토 작업이 길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이전 판매분까지 과세 대상으로 포함을 고려 중인 데 있다. 앞서 보험사들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비과세 상품으로 안내하고 판매해왔다. 5~7년 동안 보험료를 납입하면 사망사고를 보장받을 수 있는데다 10년을 유지할 경우 냈던 보험료의 30%가 넘는 금액까지 해약환급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는 데서 인기를 모았다. 금융당국이 소비자가 이를 저축성 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지적하자 판매를 이어온 보험사들은 일제히 '고환급금' 마케팅을 중단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피해를 막으려던 제재가 오히려 절판마케팅 조장과 불완전판매라는 파장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따랐다. 업계에선 '효자상품'이 가로막힌 데 대해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현재 단기납 종신보험은 새로운 특약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여전히 생보업권 내 먹거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다만 당국이 단기납 종신 상품에 대해 '비과세 대상 제외'를 확정할 경우 업계와 소비자로부터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단기납 종신 상품이 '저축성'이 아니라며 제재에 나섰던 정부가 단기납 종신보험을 저축성 보험처럼 여기고 과세해야한다면 이중잣대가 되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기납 종신 상품이 세금을 물지 않는 것으로 알고 가입했다가 난데없이 15.4%의 이자소득세를 물게 된다. 소비자로선 단기납 종신 상품이 결코 '저축성'이 아니라는 안내를 듣지만 '저축성 상품처럼 과세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게 되는 격이다. 업계는 업계대로 발등의 불이다. 소비자들로부터 대규모 해약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고, 갑작스런 보험금 반납에 보험사 건전성에 악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업계에선 당국이 당초 단기납 종신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에게 '10년을 채우지 않고 해지하면 원금 중 일부만 돌려받는다는' 점을 안내하도록 해놓고 지금은 소비자들로부터 나오는 해약을 방관하는 것이 아니냐는 눈총도 나온다.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의 법령 해석 방향이 소비자와 업계에 일관된 잣대로 향하기를 기대해본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기자의눈] 최저임금 차등적용, 국회 아닌 국민 설득해야

이달 27일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경영자 위원과 근로자 위원 양측간 공방이 언제나 그렇듯 격화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이 화두로 떠올라 노사간 찬반 논리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모습이다.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경영 여건이 어렵고 업무 난이도가 낮은 일부 업종이나 실질생활비가 서울에 비해 적은 지역의 최저임금을 타직종보다 낮게 적용해 동결 또는인하해 달라는 경영자측 요구사안이다. 특히, 경영난이 악화되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계는 “그동안 최저임금 상승률이 가팔라 폐업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등 업계가 다 죽어가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을 사업 종류별로 구분해 정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대로 차등 적용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줄곧 펴왔다.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월까지 소기업·소상공인을 위한 공적 공제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공제금 지급 건수는 5만 125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해 경영 상황이 최악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차등적용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 일반국민들은 실질임금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현재 네이버 등 인터넷 플랫폼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격한 반대 의견(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최저임금도 주기 어려우면 그냥 폐업하라"는 아주 직설적인 반응도 심심찮게 눈에 띌 정도이다. 노동계도 △최저임금법 취지 훼손 △저임금 근로자 차별 △직업간 불평등 심화 △고물가 현상상으로 인한 근로자 생활고 지속 △해당업종 구인난 발생 및 경쟁력 상실 등의 다양한 이유를 내세워 반대여론 조성에 주력하고 있다. 최저임금 차등적용 시 근로자들의 소비 여력이 더욱 낮아져 결국 경기 침체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였다. 청년층 비정규직 노조를 대변하는 청년유니온은 지난 40여년간 생산력에 따라 각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해 온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부작용이 심화돼 오히려 현재 단일 최저임금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지역간 갈등 및 도시지역 편중화가 심각해져 고질적 병폐라 할 수 있는 지역격차가 더욱 악화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로자가 대다수인 일반국민의 감정이 나쁘고 다양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최저임금위원회나 국회는 최저임금법 차등적용법 통과나 차등적용 실질 시행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저임금법 차등적용법은 한계에 다다른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통과가 절실한 사안이다. 그런 만큼, 국회에 감정적 호소를 이어가기보다 최저임금 상하선과 최저임금 저하 시 증가하는 근로자 수 등 구체적 효과 논의·분석을 제시해 국민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기자의 눈] 여야 정쟁 속 출구 안보이는 22대 국회…이제는 타협할 때

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여야의 원 구성 협상이 공전하면서 야당만 국회 상임위원회 일정을 수행하는 '반쪽 국회'가 3주 째 이어지고 있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의석 수를 앞세워 국회를 장악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에 이어 법제사법위원장, 운영위원장,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 등 11개 상임위원장을 싹쓸이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특별위원회를 가동하며 국회 상임위 활동을 보이콧하고 나섰다. 시작부터 여야 사이 협상과 타협이 아예 실종되면서 22대 국회의 앞날은 21대 국회보다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을 확보하면서 입법 폭주에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은 벌써부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방송3법 등 21대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재발의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비한 '거부권 거부법'까지 발의한 상태다. 민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으면서 재발의한 쟁점 법안들이 처리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가져갔다면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던 합법적인 장치들이 완전히 사라진 셈이다. 이런 형국이라면 민주당의 입법 독주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무한 반복될 소지가 다분하다. 민주당은 입법 폭주에 대한 역풍이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도 '총선 민의'를 내세우며 아랑곳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심지어 남아있는 7개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할 분위기다. 여야의 이러한 극단 대치가 이어지면 22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민생 법안도 통과가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21대 마지막 본회의에서 여야가 공감대를 이룬 고준위방사선폐기물법, 반도체법(K칩스법), 모성보호 3법 등은 아직까지 뒷전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피로감은 길어지고 있다. 다수결을 밀어붙이며 입법 독주를 하고 있는 야당이나, 국회 활동을 하지 않고 입법권이 없는 특위에서 민생을 챙기겠다고 하는 여당이나 국민들 눈에는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여야의 고집이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면 서로가 공멸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뿐이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기자의 눈]발전 없는 수해 예방,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한해의 절반이 지난 시점인 지금, 올해도 장마철은 어김없이 다가오고 있다. 기상학에서 장마는 여름철 정체전선이 일정 기간 동안 머물면서 내리는 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장마철 강수량은 우리나라 연 강수량의 3분의 1 가량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상기후로 인해 장마철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지난해 전국 평균 장마 강수량은 660.2㎜로 기상관측망이 전국에 확충된 1973년 이후 3번째로 많았다. 특히 남부지방 평균은 712.3㎜에 달해 51년 새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더해 특정한 시점에 일부 장소에 엄청난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도 잦아지면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여름철 시간당 30㎜ 이상 집중호우 빈도는 최근 20년 사이 이전에 비해 20% 증가했다. 이러한 현상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장마 강수량은 역대 3위에 오를 정도로 많았지만, 장마철 중 실제 비가 내린 날은 22.1일로 10위에 불과했다. 이는 집중호우가 심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장마강수량을 강수일로 나눈 값은 30.6㎜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집중호우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수해 대책은 몇 년 전부터 발전이 없어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약 1년 전인 지난해 7월, 충북 청주시 오송읍 한 지하차도에서는 부실하게 쌓아놓은 임시 제방이 폭우에 유실되면서 14명이 숨지고 16명이 다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2022년 8월에는 서울의 한 반지하 주택에서 안타까운 침수사고가 발생하며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매년 장마철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정부와 서울시의 수해 대책에는 발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입임대주택 및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통해 장마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실제 공급·설치된 주택수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서울 내 침수 우려 주택 물막이판 설치 비율 또한 여전히 60.4%에 그치고 있다. 서울시도 2022년 말부터 지상층으로 이주하는 반지하 가구에 최장 2년간 월 20만원의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실효성이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현실적이지 못한 수해 대책이 계속된다면 다가오는 장마철에도 인명피해가 발생할 것이 뻔하다. 장마철이 오기 전 짧은 기간 동안 인명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장마철에는 예년보다 더 많은 비가 예상되고 있다. 부디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되기 전, 정부가 실효성 있는 수해 대책을 마련해 피해를 최소화해주길 바라본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기자의 눈] 밸류업 시대, 상장사 소통 개선은 언제

언론은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소통 창구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기자들은 다양한 관계자에 대한 취재를 통해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보도를 하려고 각자 노력하고 있다. 단 취재 대상에 대해 입장을 들어보려 해도 연락이 거부되거나 아예 창구가 존재하질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사회 등 다른 분야에서도 비일비재하겠지만, 경제 분야에서는 중소~중견 규모 상장사들이 그렇다. 이 일부 상장사들은 공시에 표시된 IR 담당자 내선 번호로 전화해도 연락이 닿질 않는다. 닿더라도 담당 임원이 아닌 다른 직원이 받아 나중에 회신하겠다는 식으로 답변하곤 한다. 이때 회신이 오는 경우는 체감상 10% 정도에 그친다. 마감 시간도 있고, 답변이 올 때까지 마냥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니 이럴 땐 당사자 멘트 없이 기사를 내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취재 과정에서 마찰을 빚거나 기사 방향을 굳이 수정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다고 볼 수 있지만, 기자로서는 마음 한구석에 찜찜함이 떠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기사가 나가고 나서 웬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올 때다. 그렇게 찾을 때는 연락도 되질 않다가, 기자가 잘 몰라 틀린 부분이 있거나 마음에 안 드는 방향으로 기사가 나가면 부랴부랴 전화가 와서 수정 요청을 하는 것이다. 기자 입장에서는 이미 나간 기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고, 마감 때문에 바쁜데 데스크에 경위를 보고해야 하니 기분이 좋을 리 없다. 기자 입장에서야 이렇지만, 해당 상장사에 자기 돈 걸고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더욱 속을 썩이고 있을 것이다. 악재일 것 같은 공시나 보도가 나왔는데 회사는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연락을 하려고 해도 마땅한 창구가 없거나 별다른 속 시원한 대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취재를 진행한 한 상장사 소액주주의 경우는 IR 담당자로부터 진상 고객 취급을 받고 답변을 거부당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중소~중견 규모 상장사는 비용 문제가 있어 따로 IR 대행사를 두거나, 내부 경영지원실에서 언론 대응 업무를 겸하는 경우가 많다. 홍보팀이 있더라도 한두 명에 그친다. 이들의 업무가 언론 혹은 주주 대응에 국한된 것이 아닌 만큼 바쁜 사정이 있는 것은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 홍보 부분에 조금만 더 투자해 주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 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최근 진행되는 밸류업 프로그램도 수십년간 관습처럼 굳어진 개인 주주에 대한 차별을 개선하려는 목적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 주주에 대한 소통 노력이 향후 상장사의 주가 향방을 결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성우창 기자 suc@ekn.kr

[기자의 눈] 정부의 ‘외눈박이’ 마약·도박 정책

대표적 사회악인 마약과 도박을 근절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2년간 국내에 반입되는 마약 적발과 마약사범 단속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도박 역시 홀덤펍 내 불법행위 등 불법도박 근절을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정부기관은 물론 강원랜드, 한국마사회 등 공기업도 힘을 합쳐 범정부 공조체제를 강화하고 있다. 마약과 도박은 중독성이 강하고, 특히 청소년에 노출을 엄격히 막아야 하는 만큼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매우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마약·도박을 단속·근절의 대상으로만 보는 정부의 태도는 반쪽짜리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마약·도박과 같은 사회악은 억누를수록 음성화될 뿐 아니라 '산업적 잠재력'을 실현할 기회까지 허공에 날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마약(마리화나) 제조에 쓰이는 식물인 대마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마약류'로 분류돼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재배지의 경우 섬유·식품에 사용하는 줄기·씨앗·뿌리를 제외하고 환각성분이 들어있는 꽃·잎 부분은 감독관 입회 하에 전량 소각한다. '의료용 대마'로 불리는 대마 품종인 '헴프'는 품종 개량을 통해 꽃 부분에도 환각성분이 거의 없는 동시에 꽃 부분에 뇌전증·치매 등 치료제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최근 유엔, 미국, 유럽 등 세계적으로 '헴프' 종을 대마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추세다. 의료용 대마의 글로벌 시장은 60조원 규모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여전히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류'이고, 경북 안동 등에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연구·실증만 할 수 있어 헴프종의 치료제 성분을 활용한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 등 상업화는 국내에선 일절 할 수 없다. 일본이 최근 마약성 대마 규제는 강화하면서 동시에 헴프종 대마로 만드는 의약품·화장품의 제조·판매·수출입은 전면 허용한 것과 대조적이다. 도박 역시 내국인 카지노의 영업장 실내 크기 규제, 경마의 온라인 마권 발매 매출 비율 규제 등 도박 중독 예방이나 청소년 접근 차단과 크게 상관없는 불필요한 규제가 여전히 남아있어 불법도박 이용자가 합법 사행산업으로 넘어오는 것을 가로막고 있다. '마약·도박은 무조건 나쁘다'는 단순한 국민 감정이나 시민단체의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의료용 대마의 양성화, 카지노·경마의 불필요한 규제 철폐로 산업적 가치를 선별해 키울 수 있는 정부의 개방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마인드가 필요할 때다. 김철훈 기자 kch0054@ekn.kr

[기자의 눈] 기후위기와 함께 커지는 정치양극화

정치양극화는 상대방 정치 진영을 악마화하는 데서 확대된다 한다. 기후위기가 정치양극화를 키우기 좋은 소재다. 진보는 보수를 기후위기로 멸종위기인 인류를 방치한다 보고, 보수는 진보를 기후위기에 정신 팔려 경제를 파괴한다고 공격한다. 기후위기로 나타난 정치양극화의 서늘함은 공무원들이 제대로 느끼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했던 기후에너지 정책이 혹시 정권 교체 이후 문제 되지 않을까 걱정이란다. 윤 정부 지지율은 오를 기미를 안 보이는데 국회를 절반 이상 차지한 야당은 정부를 '기후 범죄자'와 '태양광 살인마'로 보고 있다. 기후에너지 정책은 이제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원자력 발전소를 '끄네 마네' 하던 '탈원전 감사'와는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환경부에서 수립 중인 2035 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모든 기후 관련 정책을 이끄는 상위 정책이다. NDC는 환경부의 탄소배출권, 전기차 충전소 정책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국토교통부의 제로에너지건축물 제도 등을 수립하는 기반이 된다. 기후에너지 정책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보니 공무원들은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근 시민단체가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기후소송은 정부가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을 제대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소송이다. 기후소송의 목적과 승소 가능성을 떠나 정부를 압박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선 정책은 정치적으로 더 위험하다.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야심차게 발표한 동해안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은 실제 성공 여부를 떠나 정권이 교체되면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를 캐고 있다며 언제든지 뒤집어질 수 있다. 벌써 야당은 동해안 석유·가스전 개발사업에서 문제점을 찾아내려고 혈안이다. 2035 NDC 또는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보급 계획을 포함하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같이 굵직한 기후에너지 정책도 윤 정부 계획대로 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감사'의 희생자가 어디서 나올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윤 정부도 문 정부 때 계획한 NDC와 전기본을 뒤집었다. 태양광 관련 주요 정책을 폐지했고, 국무조정실을 동원해 문 정부에서 추진한 태양광 사업을 전수조사했다. 야당과 재생에너지 업계는 이 일을 결코 잊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보수 정부의 등장으로 기후에너지 정책이 바뀔 수 있다 하니 우리나라 일만은 아닌 듯하다. 확실한 건 언론이 기후위기로 나타나는 정치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기자의 눈] ‘플레이어 넘치는’ 이커머스산업이 살려면

“올해 이커머스 시장은 한마디로 설상가상이죠." 최근 들어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두고 유통업계 한 관계자가 내뱉은 평가이다. 여기서 '설상'(雪上, 눈 내린데)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등 상위권 업체 중심으로 흘러가며 시장성장률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을, '가상'(加霜, 서리까지 덮친다는 격)은 알리(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차이나 커머스 등장으로 시장 참여 플레이어가 늘면서 기업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습을 빗댄 것이다. 이커머스 생존경쟁의 가장 큰 피해자는 중하위권 이커머스다. 상위권 업체들과 비교해 매출 규모도 크지 않고, 수익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쟁자 증가로 살아남기가 더욱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중하위권 이커머스들은 최근 희망퇴직과 사옥 이전 등 고육책을 동원하며 긴축경영에 더 집중하고 있다. 아직 FI(재무적투자자)들이 매각을 추진중인 11번가는 희망퇴직에 이어 임대료 비용절감을 위해 오는 9월 사옥을 광명으로 옮긴다. 롯데 계열 온라인몰 롯데온도 이달 희망퇴직을 공지했다. 롯데온 희망퇴직은 2020년 출범 이후 처음이다. 온라인몰 출범 이후 매년 적자를 내며 손실이 누적된 만큼 인력재편을 통해 생존력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들 업체들은 현재 버티컬 서비스(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전문적 판매)와 숏폼(30초 내외의 짧은 동영상) 등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며 고객 유인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이런 전략이 실적을 반등시킬 전략으로는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즉, 중하위권 이커머스들의 생존력을 크게 향상시킬 동력이 되기 어렵다는 의미였다. 이를 두고 한 시장전문가는 중하위권 이커머스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선 무엇보다 PB(자체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도 저마다 PB 상품 키우기로 고객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중하위권 이커머스 역시도 자사 온라인몰에서 구입하는 단독 상품으로 고객 유입을 늘려야한다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선 고물가와 저출산 여파 등으로 내수 부진 한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내수 부진은 오프라인 유통업체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에도 적용되는 문제다. 결국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이커머스기업들도 오프라인 기업들처럼 고가 프리미엄이나 초저가 가격 경쟁력 중 하나를 골라 시장 분점 구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만일 이커머스 시장이 승자독식(Winner takes it all) 게임으로 치닫는다면 산업 생태계 붕괴나 혼란으로 이어지고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서예온 기자 pr9028@ekn.kr

[기자의 눈] ‘기업에 참 좋은’ 납품대금연동제, 시장 안착 빠를수록 좋다

“남자한테 참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15년 전쯤 한 건강보조식품의 TV 광고에 나온 문구다. 해당기업 회장이 광고에 직접 등장해 자사 제품이 남성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에둘러 말한 이 장면은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활용될 정도로 대중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 중인 '납품대금연동제'를 보며 이 CF가 번뜩 떠올랐다. 누가 봐도 '중소기업에 참 좋은 제도'인데, 정작 기업들이 이 제도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막연한 두려움에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계가 납품제도연동제 관련 이런저런 행사들을 여는 것도 현장에서 제도 안착을 위해서다. 납품대금연동제는 원재료 가격이 일정 기준(위탁기업과 수탁기업이 10% 이내에서 협의해 정한 비율) 이상 변동하는 경우, 그 변동분에 연동해 납품대금을 조정(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 가격의 갑작스런 상승에도 중소기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일굴 수 있는 방책이 생긴 것이다. 지난해 10월 4일부터 약 3개월의 계도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1일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중기부는 최근 서울 강남에 있는 반도체 부품 제조 중견기업 해성디에스에서 '(납품대금연동제) 우수 동행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해성디에스는 민간기업 1호로 7개 협력업체와 함께 연동 약정을 체결하며 제도 확산에 기여한 모범기업이다. 이날 현장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연동제는 위탁기업에게도 좋은 제도"라고 한 조병학 해성디에스 대표의 발언이다. 흔히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게 납품대금연동제는 부담만 안겨주는 제도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런데 조 대표는 오히려 납품대금연동제 덕분에 쓸데없는 비용을 줄이고 기업 본연의 제품 경쟁력 상승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원자재 가격이나 환율 등은 외생 변수인 만큼, 이걸 두고 위·수탁기업 간 실랑이를 벌여봐야 득이 될 게 없다고 갈파했던 것이다. 한 치 앞이 아닌 미래에 무게를 둔 해성디에스의 '통큰 결단'에 협력사들이 왜 '무한 감사'를 표시하는 지 알 것도 같았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아직까지 대기업에 납품하는 3, 4차 협력기업들은 납품대금연동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호소했다. 납품대금연동제가 대기업과 중견기업에게 부담이 된다는 오해나 잘 모른다는 이해 부족은 정부가 풀어야할 숙제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확대를 통해 국가경제 성장의 시너지 창출을 이끌어내는 '납품대금연동제 안착' 성공사례가 더 나오기를 바란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기자의 눈] 증시 신뢰 회복 위해서는 테마주 바로잡아야

“왜 일반 투자자들은 국내 주식을 못 믿는 걸까요?" 금융업계에 오래 발을 담았던 한 관계자와의 대화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주가 때문이라고 결론 냈다. 기업의 실적이 아닌 실체가 확인되지 않은 호재, 테마 등으로 주가가 급등락하는 경우가 잦다보니 투자자들이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최근 증시 신뢰도를 떨어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를 뜨겁게 달군 '동해 심해 가스전' 테마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성공률 20%, 다시 말해 실패 확률이 80%임에도 윤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석유, 가스, 유전, 철강 관련 종목이 일제히 급등했다. 우리나라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국가스공사, 한국석유, 동양철관 등이 상한가를 찍었다. 특히 철강 테마주로 떠오른 동양철관은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풍경을 낳았다. 3일 평균 거래량이 5409만7796주에 달했고 상한가를 3거래일째 기록한 지난 5일에는 무려 1억4688만주가 거래됐다. 삼성전자의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평균 거래량이 1766만주였던 것을 감안하면 투심이 어느 정도로 쏠린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슈가 발생하면 관련 종목이 테마주로 급부상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호재로 인식되면 기업 가치에 반영될 수 있어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문제는 '묻지마 투자'로 흘러가면서 이슈의 진위여부에 관계없이 주가가 과도하게 급등한다는 점이다. 실제 사업 연관성이 없는 종목들이 테마주로 묶이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번에도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과 연관 없지만 기업명에 석유, 가스, 유전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의 주가가 20%씩 치솟았다가 다음날 바로 급락하기도 했다. 투자자들도 테마주가 위험하다는 것을 안다. '테마주는 거품'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올라가는 주식을 보면 올라타고 싶은 것이 투자자들의 심리다. 투자자들에게 테마주 투자에 주의하라고 당부하는 것만으로는 효과가 나타나는 건 사실상 불가능인 셈이다. 금융당국에서도 테마주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이 아니라 테마주 가운데 사업 연관성이 낮은 종목들은 해명 공시를 하도록 요구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