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한카드가 박창훈 대표 취임 100일을 전후로 카드 수익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10년 가까이 수성했다가 지난해 삼성카드에 내준 당기순이익 1위를 되찾겠다는 것이다. 1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신한카드의 국내 법인 신용카드 이용금액(구매전용을 제외한 일시불 기준)은 2조67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했다. 국내 '법카' 시장 1위 KB국민카드와의 격차를 4500억원 수준에서 900억원까지 좁힌 것도 고무적이다. 업계는 자체적인 노력 뿐 아니라 신한금융그룹 계열사들과의 시너지가 이같은 성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사업자 대상 상품 '소호 솔루션 카드'를 출시하고, 신한은행 영업점을 통해 카드 발급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법카는 2월 기준 평균 승인액(14만3008원·체크카드 포함)이 개인카드(3만9025원)을 압도하는 등 실적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경기 부진으로 소비 감소에 나선 개인회원 보다 승인액 증가폭이 큰 것도 특징이다. 법인 경영실적 개선으로 법인세 및 공과금 납부가 커진 영향이다.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많은 개인 신용카드회원(약 1250만명)에 힘입어 개인카드 이용액도 늘리고 있다. 1~2월 개인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3조2000억원 규모로 삼성·현대카드에 앞섰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1.4% 증가했다. 공과금·마트·편의점·식음료 10%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Mr.Life'는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가 집계하는 월별 신용카드 탑100에서 꾸준위 최상단을 지키는 중으로, 신규 발급이 중단된 '딥 드림'의 공백은 지난해 4월 출시된 '처음(ANNIVERSE)'이 메우는 모양새다. 올해 초 6년만에 프리미엄카드(The BEST-X·더 베스트 엑스)를 내놓는 등 고객층도 다변화하고 있다. 프리미엄 고객을 중심으로 연회비를 늘리는 업계의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국내 직불/체크카드 이용액(일반 기준·약 3조7247억원)은 소폭 감소했으나, 시장점유율은 15.5%에서 15.7%로 높아졌다. 업계 전체적으로 2월 체크카드 승인액과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9%, 0.9% 하락하는 등 경기침체의 영향이 나타나는 가운데 생활비 부담을 줄여주는 라인업을 보유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017년 선보인 '딥 드림 체크(미니언즈)'도 대형마트·영화·이동통신요금 등 'DREAM' 영역 중 가장 많이 이용한 분야의 포인트 자동적립(챙겨드림) 혜택을 앞세워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페이 2% 적립, 대중교통 3% 적립 등을 제공하는 '카카오페이 신한 체크카드'도 20대와 사회초년생을 중심으로 주목 받는 상품이다. 해외 이용 수수료 면제 등으로 무장한 '쏠(SOL)트래블 체크'는 해외 결제액 상승을 이끌었다. 직불/체크카드 이용액(약 3420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160% 가까이 급증한 것을 포함한 해외 결제액은 5658억원에서 7254억원으로 28.2% 불어났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에게 신원 인증에서 결제에 이르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인증 플랫폼 '트립패스'와 선불카드도 론칭했다. 향후 KT 공항 로밍센터와 손잡고 KT 유심상품을 이용하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트립패스 선불카드를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도 판매할 계획이다. 외국인 근로자와 유학생의 수요도 겨냥하고 있다. 국내에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이 2020년 169만명에서 지난해 204만명으로 늘어나고, 이들의 소득도 커지는 만큼 유의미한 고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는 압도적 '맷집'를 갖고 있는 회사로도 꼽힌다. 지난해말 자산총계는 43조원으로 경쟁사들을 압도한다. 카드자산(27조원)만으로도 삼성·KB국민·현대카드의 자산총계와 맞먹는다. 지난 2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이 8조4828억원으로 2위 KB국민카드 보다 1조6000억원 가까이 많고 지난해말 1개월 이상 연체액도 6000억원 규모로 가장 크지만, 연체율이 1.51%에 머물렀던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퇴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카드론을 제외하면 실적 향상이 어려운 때 공격적 영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강력한 카드를 들고 있는 셈"이라며 “데이터 사업 확대를 비롯한 마케팅 역량 확대도 향후 수익성 개선에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