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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출 규제 피한 서울 ‘막차’ 분양 단지 어디

정부가 날뛰는 집값을 잡기 위해 수도권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자, 해당 규제를 피한 '막차 분양 단지'에 수요가 집중될 전망이다. 5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입주자 모집공고가 난 단지는 규제 시행 이전에 공고가 완료돼 중도금 및 잔금 대출 모두 기존 규정을 적용받는다. 따라서 대출 한도 제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만큼, 서울 등 수요가 높은 지역에서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서울에서는 성수동에 들어설 '오티에르 포레'와 영등포에 세워질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가 대표적이다. 구체적으로, 성동구 성수동1가에 들어서는 '오티에르 포레'는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를 적용한 첫 일반분양 단지이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0층, 3개 동 규모로 총 287가구 중 일반분양 매물은 전용 39~104㎡, 총 88가구다. 특히,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미분양을 겪었던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이후 성수동에서 8년 만에 선보이는 고급 분양 물량으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회사는 소개했다. 분양가도 전용 59㎡ 기준 17억7030만~19억9960만원, 전용 84㎡는 24억1260만~24억8600만원 수준으로 시세 대비 저렴하다. 인근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1차'의 84㎡는 지난 5월 34억9000만원에 거래된 바 있다. 청약 일정은 7일 특별공급, 8일 1순위, 9일 2순위 순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대우건설과 두산건설 컨소시엄이 서울 영등포 1-13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 '리버센트 푸르지오 위브'도 뜨거운 관심을 받을 전망이다. 단지는 영등포동5가 32-8번지 일원에 들어설 예정으로 지하 4층~지상 33층, 5개 동 규모로 조성된다. 일반 분양 매물은 총 659세대 중 전용 59~84㎡, 175세대이다. 분양가는 전용 59㎡가 11억9340만~12억7080만 원, 전용 76㎡는 13억9600만~15억3930만원, 전용 84㎡는 15억7410만~16억9740만원 등이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4800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약 1~2억원 저렴한 가격에 입주가 가능하다. 청약 일정은 오는 7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8일 1순위, 9일 2순위 청약 접수가 이뤄진다. 부동산 업계는 이번 대출 규제로 서울 청약 진입이 어려워진 수요자들이 규제를 피한 막차 단지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 2일 청약을 받은 HDC현대산업개발의 '호현 센트럴 아이파크'는 일반공급 68가구 모집에 454건이 접수되며 최고 경쟁률 69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대형 건설사, 협력사가 살아야 우리도 산다… ‘쥐어짜기’ 옛말

대형 건설사들이 업황 불황 속에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사와 상생 경영에 나서고 있다. 과거 공사 현장에서 협력사를 쥐어짜던 업계 악습을 철폐하기 위해 당국이 상생경영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다. 4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 가운데 최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건설사업자간 상호협력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최우수' 등급(100점 만점, 95점 이상)을 받은 건설사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현대산업개발 등 5개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호협력평가는 국토부가 종합건설사업자와 전문건설사업자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협력관계 구축을 통해 건설산업의 균형 있는 발전과 건설공사의 효율적 수행을 위해 도입한 제도다. 등급은 협력업자와 공동도급 실적 및 하도급 실적, 협력업자 육성, 신인도 등을 종합 평가해 부여한다 특히 평가 결과 최우수 등급 기업에게는 조달청 및 지방자치단체 공공공사 입찰 시 가점이 주어진다. 건설업계 불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먹거리 확보를 위해 업체 간 입찰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를 통해 가점을 받는 건설사에 사실상 입찰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들은 협력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기 위해 협력사들과 상생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건설업계 최초로 협력사 맞춤형 대학원 교육지원 프로그램인 '건설 동반성장 경영자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에 스마트 건설기술을 지원해 생산성을 높이는 노력도 함께 하고 있다. 또 협력사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안전체험교육 및 간담회'를 실시하는 등 안전한 현장 조성에도 힘쓰고 있다. 매년 연말에는 한 해 동안 우수한 성과를 거둔 협력사를 선정해 시상하는 '한숲 파트너스 데이' 행사도 개최한다. 한화 건설부문도 상생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한화 건설부문은 '2025년도 우수협력사 간담회'를 개최하고 품질향상, 안전관리 등의 분야에서 노력해 온 협력사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한화 건설부문은 건축, 토목, 기계, 전기 등 각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유한 28개 협력사를 우수협력사에 선정했다. 우수협력사에는 상패 및 인센티브 혜택인 운영자금 대여, 이행보증금 면제 등이 혜택을 제공한다. 대형 건설사들이 협력평가에 공을 들이는 것은 또 다른 이유는 최우수 등급 건설사에 시공능력평가액(시평) 산정 시 가산점이 주어지는 배경도 있다. 매년 7월말 국토부와 대한건설협회가 발표하는 시평 순위는 건설업계 순위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특히 상위 10대 대형 건설사 사이에선 매년 여름 발표되는 시평에서 서로 높은 순위를 받기 위한 자존심 싸움이 치열하다. 올해 시평 순위 결과 발표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은 10대 건설사 가운데 1위와 2위가 확고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외하고 현대엔지니어링, DL이앤씨, 현대산업개발 등 3개 사는 전년 대비 시평 순위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졌다. DL이앤씨 관계자는 “당국의 협력평가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입찰 시 경쟁에서 앞설 수 있고, 시평 순위를 끌어올리는데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만큼, 협력사와 상생경영을 강화해 우수한 평가를 받기 위해 실무부서 차원에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도로 공사현장 산재 줄인다…국토부, ‘알기 쉬운 매뉴얼’ 배포

국토부가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등 현장 특성을 고려한 신규 도로공사 안전 매뉴얼을 제작해 배포한다. 국토부는 도로공사 현장의 안전 강화를 위해 신규 제작한 '도로 현장 맞춤형 안전관리 매뉴얼'을 전국 지자체 등 도로관리청을 통해 배포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이는 최근 5년간 한국도로공사에서만 30건의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데다 올해 들어서도 경기 안성시 서울~세종 고속도로 교량 붕괴사고로 4명이 숨지는 등, 도로 관련 산재 사고가 잦은 데 따른 대응이다. 신규 매뉴얼은 도로공사의 공정 특성과 현장 여건을 반영해 도로 신설·확장공사와 도로 유지·보수공사로 구분, 관리자용·근로자용 각 2종씩 총 4종으로 구성했다. 기존 안전매뉴얼은 주로 건설기술진흥법, 산업안전보건법 등 제도 중심으로 구성돼 근로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숙지가 어려운 한계가 있었다. 반면 신규 매뉴얼은 현장 단위 작업별로 내용을 구성하고, 실제 사고 사례를 기반으로 위험요소와 연계한 안전대책을 삽화로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또, 모든 매뉴얼에 QR코드를 삽입해 스마트기기로 현장 실시간 열람을 지원하며 작업 전 공종별 안전수칙을 학습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외국인 근로자 비율이 높은 도로현장의 특성을 고려해, 태국어·베트남어·캄보디아어·중국어 등 4개 외국어로도 제작했다고 국토부는 소개했다. 신규 매뉴얼은 국토교통부 누리집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건설현장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제도적 강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에는 사망사고가 발생한 건설사에는 연매출의 3%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최대 1년의 영업정지를 가능케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주택시장 ‘아우성’인데 국토부는 무용지물?

서울 아파트값 급등세를 진정시키기 위해 6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리를 골자로 하는 '6.27 대책'이 발표되면서 주택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정작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손을 놓고 있어 논란이다. 3일 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7일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규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이 진정 국면을 보이고 있다. 대출 규제는 은행과 연계하는 정책인만큼 금융당국에서 주도해 설계하는 정책이다. 국토부도 이번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발표 자료에 주택기금과가 담당부서로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이름을 올렸지만 전면에 나서는 상황은 아니다. 대통령실도 이번 6.27 대책이 금융위 발 정책임을 명확히 했다. 문제는 주택시장 혼란 속에 주무 부처인 국토부가 대책 다운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채 손을 놓고 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서울 아파트 가격이 불붙자 금융당국이 초강력 규제 카드를 꺼내면서 즉각 대응에 나서고 있는데 정작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주도해 집값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부는 심지어 이달 중 주택시장 안정화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등 방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국토부 측은 아직 주택 정책과 관련해 다각도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힐 뿐, 부동산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배경엔 현재 국토부 내부에 극도의 보신주의가 팽배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직 박상우 장관이 전 정권인 윤석열 정부에서 지명된 장관이고, 현 이재명 정부가 아직 차기 장관을 지명하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 부동산 정책의 성패 여부에 따라 정권의 운명이 갈릴 정도로 부담감이 큰 것도 국토부 내부를 보신주의 분위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차기 장관이 미지명 됐다고 해서 시장이 요동치는데 소극적인 행보로 대처하는 것은 면죄부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번 6.27 대책 발표를 주도한 금융위원회 수장인 김병환 위원장도 윤석열 정부 인사다. 금융위원장은 장관급 관직으로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임명한다. 김병환 위원장도 결국 이제 곧 자리에서 물러날 수장이지만 금융위원회는 금융당국 최고 정부 기관으로 이번 대책을 주도해 발표했다. 장관 미지명 문제가 금융위의 사례와 비교해보면 핑계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주택공급 확대 등 부동산시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토부의 역할이 막중한 상황에서 손을 놓고 있어 '무용지물'이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토부가 부동산시장 관련 주무부처로써 6.27 대책으로 혹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토부 고위공무원은 “아직 수장(차기 국토교통부 장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 제언에 어려움이 있다"며 “장관 지명이 이뤄지면 (주택시장 정책) 보다 방향이 선명하게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토부 공무원은 “주택시장 정책이 한 번 발표되면 그 결과에 따라 여파가 워낙 크다보니 부처에서도 조심스럽게, 대응책을 다각도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며 “현재는 우선 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모니터링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6.27 대책이 워낙 강력한 내용을 담고 있어 아직 시장도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장관 지명 문제와 별도로 국토부가 부동산 관련 주무부처로써 대출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주택시장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6월 전세사기 피해자 1037명…4개월만 다시 1천명 넘겨

6월 한 달 동안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종 인정된 인원이 1037건 늘어나며, 누적 피해자가 총 3만1437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신규 피해자 수가 1000명을 넘은 것은 지난 2월(1182건) 이후 4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6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심의한 총 1037건을 '전세사기 피해자등'으로 최종 가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에 가결된 1037건 가운데 922건은 재신청을 포함한 신규 신청 건이며, 나머지 115건은 기존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한 사례다. 이들 115건은 전세사기피해자 요건을 추가로 충족하는 것으로 확인돼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유형별로 보면, 특별법상 요건을 전부 충족한 '전세사기피해자'(제2조 제4호 가목)는 2만5902건으로 전체의 82.4%를 차지했다. 요건 일부(제2조 제4호 다목)를 충족한 '전세사기피해자등'은 5523건(17.6%) 등이었다. 피해 유형을 살펴보면 보증금 3억원 이하의 소액 피해가 전체의 97.5%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이 60.3%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전(11.6%), 부산(11.0%) 등에서도 피해 사례가 다수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40세 미만 청년층이 전체 피해자의 75.3%를 차지해, 전세사기가 주로 젊은 세대를 겨냥한 범죄임을 입증했다.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최종 인정된 이들에게 주거, 금융, 법률 절차 등을 지원하고 있다. 누적 기준 긴급 경·공매 유예 협조 요청 결정은 총 1019건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피해자 주거 안정을 위한 매입사업도 속도를 내, 지난달 협의 및 경매를 통해 매입한 피해 주택이 282호로 누적 1043호를 기록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이재명 정부 첫 국토부 장관은 누구?…인선 지연에 ‘설왕설래’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국토교통 관리를 책임질 첫번째 국토교통부 장관 인선이 지연되고 있다. 다른 주요 부처 장관 인선이 모두 끝난 상태여서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관가 안팎에서 이런 저런 말들이 나돌고 있다. 워낙 까다롭고 '잘해도 본전'인 부처라 후보자가 쉽게 나서지 않고 있으며, 몇몇 인사의 경우 인사청문회 부담을 이유로 고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윤석열 정부 때 임명된 박상우 현 장관을 유임시키는 방안까지 거론됐지만 본인이 사양했다는 후문이다. 정관계에선 여당의 중진 의원들 중에서 임명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2일 국토부 안팎에 따르면, 이 대통령과 측근들은 현재 정권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직전 민주당 집권 시기인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시장을 잘못 관리하면서 가격 급등을 막지 못해 정권 교체로 이어졌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장관을 누가 맡느냐가 자칫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대통령과 민주당 등은 재집권 한 달 남짓 지나고 있는 이날 현재까지도 국토부 장관 후보자 지명을 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학 관련 교수 등 학계·전문가나 전현직 고위 관료, 여당 내 의원 등 크게 3가지 분류의 후보군들을 놓고 목하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와 관료 출신 인사 몇 명에게 장관직 자리가 제안됐지만 여러 가지 사유로 내정 작업이 순탄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외적으로는 인사청문회 부담을 이유로 고사하는 모양새지만, 속내는 국토부장관 자리가 '잘해도 본전, 못하면 끝'인 '독이 든 성배'가 된 모양새라 사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정책 실책으로 정권 자체가 흔들렸고, 전임 장관들이 책임과 비판을 모두 뒤집어 썼던 상황을 지켜본 예비 후보자들이 손사레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도 교수와 관료 출신은 선호하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달아오르고, 6억원 대출 전면 규제 등 관련 대책이 연이어 발표되는 상황이다. 신임 국토부 장관은 시장과 여론을 모두 상대해야 해 정책적 내공과 언론·정치권·대중을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전투력'을 가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때 박 장관의 유임설이 나돌기도 했다. LH 사장 재임 당시 조직을 잘 이끄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고, 장관 임기도 무난하게 수행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무회의에 참석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꾸준히 비판적 입장을 밝혀왔다. 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오유경 식품의약처장 등 이미 전례도 있다. 하지만 박 장관 스스로 유임 제안을 사양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연말부터 올해 초까지 탄핵 정국에서 지속적으로 사의를 표명할 정도로 현직에 미련이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른바 '친명'으로 불리우는 여당 의원들 중 정책적 전문성이 있는 중진급들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검찰 등 사법 개혁과 행정 개혁이라는 중책을 책임질 법무부·행정안전부 장관에 친명계 중진 의원인 정성호 의원과 윤호중 의원을 낙점했듯, 민생의 가장 시급한 현안이고 정권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부동산 시장 관리를 책임질 국토부 장관 후보자 자리도 비슷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관계에서는 6선 조정식 의원이 거론된다. 20대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고, 이번 대선에서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정권 재창출의 공이 크다. 정책위의장을 맡고 있는 3선 진성준 의원도 유력 인사 중 하나로 꼽힌다. 국토부 관료 출신인 3선 맹성규 의원도 카드 중 하나다. 한 국토부 고위공무원은 “국토부장관 자리가 사실상 정권의 운명을 뒤흔들 정도로 중요한 요직이 됐는데 결정이 늦어지면서 직원들도 불안해 하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이번 주 안에는 지명이 이뤄지지 않겠냐고 보지만, 만약 다음 주 초까지 결정이 안 될 경우 시장의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 임진영 기자 ijy@ekn.kr

대출 조였는데…이재명 정부 ‘세제 개편’ 카드 꺼낼까?

정부 여당이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사상 최강의 대출 규제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시장에선 '세제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출 규제나 주택 공급 등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하므로 '구조적 해법'인 세제 개편을 통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 해소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높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은 일단 '세제 개편' 논의에 선을 긋고 있다. 이날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MBC 라디오에서 “지금 당장 부동산 세제 개편을 검토하기는 어렵다"며 “이재명 대통령께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약속하신 바 있기 때문에, 당장은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도 이날 국무회의에서 “최근 주택, 부동산 문제로 약간의 혼선과 혼란이 있었다"며 “다행히 최근 주식시장과 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서 대체 투자 수단으로 조금씩 자리 잡아가는 것 같다. 이 흐름을 잘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부 여당의 기조는 보유세 강화 등 부동산 세제 개편이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조치로 해석된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2018년과 2020년 양도세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매도를 유도했지만, 중과세 시행 5개월 뒤 서울 공동주택 가격이 급등하는 등 세제 개편이 오히려 시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됐다. 이에 교훈을 얻은 민주당과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 강화에 정책 초점을 맞춰 투자자, 개인들에게 자산 증식을 위한 '대체 수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으로의 자산 집중 현상을 해소, 자연스럽게 집값을 잡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굳이 '벌집'인 부동산 세제를 건드리기보다 자본시장을 육성시켜 투기 수요를 잠재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똘똘한 한 채'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선 세제 개편이 필수라는 의견이 많다. 효과적인 시장 안정을 위해 서울 및 수도권 수요를 보다 직접적으로 분산하고 매물을 늘릴 수 있는 세제 개편이 유력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세금, 대출, 공급 정책 모두를 통해 수요를 분산시켜야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세제 개편"이라며 “현재 '똘똘한 한 채'나 신축 선호 현상의 배경이 현행 세제 체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주택 수 기준의 과세가 서울 수요를 자극하는 게 현대판 이촌향도 현상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수요가 한쪽으로 몰려 있는 한 공급 확대만으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수요 분산과 효율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유세는 강화하되 거래세는 낮춰 매물이 시장에 유입되도록 해 공급 확대를 보조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세금을 더 걷기 보다는 고가 1주택자와 다주택자 간의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다. 예컨대 공시가격 12억원 미만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합부동산세를 내지 않지만, 공시가격 3억 원짜리 주택 3채를 보유한 사람은 종부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 같은 과세 체계가 1주택을 유도하긴 했으나 수익성이 높은 지역으로 수요가 몰리게 해 서울 집값을 밀어올리는 부작용을 내고 있는 만큼 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정부가 강행한 종부세, 양도소득세 완화 조치를 원상 회복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1인당 6억원으로 복구하고 1세대 1주택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 강화 뿐 아니라, 여전히 남아 있는 투기 유발 규제도 함께 정비해야 한다"며 “지역균형발전도 시급한 과제로, 수도권 인구 집중에 구조적인 변화가 없다면 수도권 선호는 줄어들지 않아 주택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공적역할이냐 실적이냐”…전세사기 소방수 HUG의 딜레마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부진한 실적과 낮은 경영평가 결과로 수장 교체라는 사태를 맞이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공기업 본연의 역할인 전세사기 문제 해결 등 공적역할을 수행하려다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실적 악화를 감안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일 HUG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사의를 표명한 유병태 HUG 사장의 의원면직 검증 절차가 이르면 다음 주 완료돼 사표가 수리될 전망이다. 당초 임기가 내년 6월까지였던 유 사장은 HUG가 최근 2년 연속 경영평가에서 D등급 평가를 맞은데 따른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HUG가 낮은 경평 점수를 받은 것은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2022년 영업 손실 2428억 원을 입은 데 이어 2023년 3조9962억 원, 2024년 2조1924억 원의 영업 손실이 났다. 그러나 HUG와 같은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업들에게 단순히 영업 손실 규모라는 획일적인 기준으로 경영 평가 점수를 매긴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전세보증금을 떼인 사람들에게 전세금을 보험 형식으로 보상해주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보험'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2022년부터 '전세사기' 문제가 심화되면서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보증금을 대신 내주는 대위변제 규모가 급속히 늘어났다. 전세금을 떼인 사람들이 많아지고,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나가는 보험금이 증가하면 HUG 재무재표는 악화될 수 밖에 없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는 HUG 본연의 공적인 업무에 집중할수록 지출이 늘어나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HUG는 전세사기 문제가 터지기 전인 2021년만 해도 영업이익 4941억 원을 거뒀었다. 전세사기 문제가 불거진 2022년부터 HUG 실적이 적자로 전환했다. 2023년엔 전세사기 현상이 범사회적 문제로 커지면서 HUG 손실액도 천문학적으로 늘어났다. 따라서 관련 전문가, 학계들 중에는 전세사기 문제 해결 최전선에 서 있는 기관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주도로 이뤄진 공기업 경영 평가에선 HUG의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타 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실적에 대한 기계적인 정량 평가가 이뤄졌고 유 사장이 스스로 물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당국도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특별한 검증없이 신속히 유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가닥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HUG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도 문제다. 최근 2년간 낮은 경평을 받으면서 직원 성과급이 2023년부터 지급되지 않고 있다. 일종의 금융기관인 HUG의 경우 안 그래도 같은 업종의 민간 업체들이 평균 연봉과 처우가 월등한 상황이어서 이직 유혹이 심한 편이었다. 성과급 미지급으로 처우가 악화되면서 사기가 저하된 HUG 직원들이 다른 곳으로 이직 행렬에 나설 경우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라는 공적 기능의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다행히 전세사기 특별법 시행과 처벌 강화까지 동시에 이뤄지면서 작년부터 전세사기 문제가 수그러든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일단 흑자 전환에 따른 실적 반등 분위기는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 전세사기 피해 구제에 집중할수록 실적이 악화되는 'HUG 딜레마'에 빠지지 않도록 공사 자체적으로도 자구책을 마련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규모가 앞으로 더 커질 것을 대비해 보다 세심하게 보증 제도와 보험 상품을 설계해 적자 폭을 줄이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새 정부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부동산대책 마련 시 선제적으로 HUG가 선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UG 관계자는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기관으로서 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고 해서 직원들의 사기가 저하된다던지 하는 문제는 딱히 없다"며 “전세사기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 작년 들어서부터 피해 결과를 줄이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 아직 조심스럽지만 내부 분석 결과 올 연말엔 재무 상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집값 ‘꼼짝마’ 메스 든 이재명 정부, 文 실책에서 배웠다

정부가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 금지 정책을 발표하면서 주택 시장이 바짝 엎드렸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부터 서울 아파트 값이 크게 오르자 '역대 가장 강한 대출 규제'를 실시해 즉각적인 반응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금융위원회가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주담대 6억원 이상 대출 금지 등 강력한 금융 규제를 발표한 후 서울 부동산 시장이 확연히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인근 A부동산 중개사무소 측은 “지난주 금요일 대책 발표 이후 주말 동안 매물 문의 등이 확연히 줄었다"며 “아직 집주인들이 호가를 낮추는 분위기는 아니다. 다만 주말 사이 고가 매물 몇 개 등은 다시 집주인이 거둬들였다. 이제 막 대책이 나왔으니 아무래도 시장 상황을 보고 다시 집주인들이 움직이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리센츠 아파트 상가 B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대책 발표 전주만 해도 주말마다 집을 보러오겠다는 일정이 꽉 차 있었는데 이번 주말엔 대책 발표 영향으로 상당수 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며 “매수 문의는 줄어든 대신 집주인들이 대책 발표 이후 상황을 묻는 문의가 간간히 들어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서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 단지 내 C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6억원 이상 대출이 막히면서 매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확연히 줄어든 것 같다. 여기 34평이 30억원에 계약서 쓰면 많게는 10억원 이상 대출을 받는 경우가 절반 이상은 된다"며 “집주인들은 가격 내려 내놓을 바엔 차라리 안 팔겠다는 분위기다. 근데 6억원 이상 대출이 안 돼 당분간 거래는 힘들 것 같다. 거래가 끊기면 호가도 계속 높게 유지되기 힘들 수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값 과열 현상이 가라앉고 있는 것은 정부의 이번 정책이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다. 우선 6억원 이상 주담대를 일괄적으로 묶는 정책은 전례가 없던 경우다. 특히 서울 고가 아파트의 매수세를 꺾는 핀셋 규제 정책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6월 서울 아파트 매매 평균가는 13억8174만원이다. 기관마다 통계의 차이는 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평균값은 12억원대에서 14억원대에 걸쳐있다. 즉 당국이 주담대 상한선을 서울 아파트 가격 평균가의 절반 가량인 '6억원'으로 정하면서 이른바 '영끌'하는 루트를 원천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패닉바잉으로 인한 집값 과열 현상이 발생할 소지를 잠재운 것이다. 반면 평균가 이하 단지는 여전히 6억원 미만 수준의 주담대를 통해 충분히 거래가 가능하도록 길을 열어놨다. '점진적 사다리 타기' 등을 통해 서울 아파트 거래에 나서는 실수요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기를 철저하게 반면교사 삼았다는 흔적도 감지된다. 문재인 정부가 세금 규제로 집값 잡기에 나선 결과, 민심과 여론은 오히려 돌아섰다. 서울 아파트 값도 세금 규제에 대한 거부심리로 오히려 더욱 뛰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거부감을 들게 할 수 있는 세금 문제를 건드리기보다는 '서울 고가 아파트' 매수 심리만 직접적으로 누르는 6억원 이상 주담대 금지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이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과거 문 정부가 '집값 잡기'에 섣불리 올인했다가 실패하자 정권 차원의 문제로 번지고 결국 대선 패배로 이어졌었다. 반면 대통령실은 이번 대책 발표 후 “금융위원회가 만든 대책"이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논란이 일자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고 덧붙이긴 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최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1주택자가 전세자금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 경우가 속출할 정도로 대출이 방만하게 운영됐다"면서 “정책이 다음날부터 곧바로 시행되었고, 과거에 없던 새로운 정책을 도입한 점 등이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전례없는 강력한 규제가 시행돼 효과가 기대된다. 진보 정권 사상 처음으로 집값을 잡은 정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은행, 금융권의 대출을 직접 통제하고 정책 대출도 25% 줄이는 한편 1주택 이상 소유자에게 대출을 하지 않고 만기도 30년 이내로 제한한 점, 전세입자에게만 전세자금 대출을 해주도록 한 점 등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한 주택업계 관계자도 “이번 정책을 유심히 살펴보면 과거 민주당이 범했던 부동한 정책 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상당히 똘똘한 방향으로 설계를 했다는 것이 눈에 보인다"며 “고가 아파트를 겨냥한 패닉바잉 영끌을 막고 저가 아파트 거래 활성화를 동시에 끌어내는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한 수로, 왜 이런 아이디어가 이제사 나왔나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임진영 기자 ijy@ekn.kr

“재주는 K-원전, 돈은 웨스팅하우스”…원전 건설 ‘호구 노릇’ 논란

국내 원전 건설업체들이 체코를 시작으로 유럽 원전 건설 입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K-원전 기술의 지식재산권 상당 부분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보유하고 있어,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거액의 수수료를 지급해야 해 수익성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재주는 K-원전이 넘고 돈은 웨스팅하우스가 버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중동에서 입지를 다진 국내 건설사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웨스팅하우스와 손잡고 유럽 진출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최근 핀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포툼(Fortum), 웨스팅하우스와 함께 핀란드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사전업무착수계약(EWA)을 체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슬로베니아, 스웨덴 등 원전 사업에도 적극 참여한 바 있다. 문제는 웨스팅하우스가 독자적인 시공 능력을 갖추지 못해 사실상 단독 수주가 불가능한 회사이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유럽 진출 시 협력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즉,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라 불리는 웨스팅하우스에 AP1000 원자로 설계를 맡기고, 전략적 제휴를 맺지 않은 국내 기업은 시공·조달·건설만 담당하며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1997년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간 체결된 기술사용협정에서 제3국 수출 시 웨스팅하우스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독자 노형인 APR1400을 개발했지만, 웨스팅하우스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원전 계측제어시스템(MMIS), 설계 핵심코드 등에 자사 기술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가 필요했으나, 올해 1월 체코 원전 수주를 계기로 협력에 합의해 제3국 시장 진출 시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한수원이 체코 수주를 대가로 조 단위 로열티나 일감을 제공하는 등 상당한 양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체코원전을 수주한 팀코리아는 유럽 시장에 첫 깃발을 꽂기 위해 체코 원전 수주 시 가격 경쟁력 우위를 내세워 계약 단가를 유럽이나 미국보다 낮게 제시했었다. 여기에 웨스팅하우스에 거액의 수수료를 제공했을 경우 손익분기점조차 넘기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시공 당시 웨스팅하우스에 제공된 주기기 공급 물량(41%)과 기술 자문료 등이 총 29억 달러(약 3조9000억원 이상)에 달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는 전체 수주액의 약 16%로, 당시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규모보다도 큰 수준이었다. 더욱이 한수원이 지난 2월 슬로베니아 원전 프로젝트 등에서 잇따라 발을 빼면서, 업계에선 한수원이 유럽 진출을 사실상 포기하고 웨스팅하우스와의 협의에 따라 유럽과 중동 시장을 나눠 갖는 구조를 수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다만 한수원은 체코 신규 원전과 SMR(소형모듈원자로)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 같은 수익성 저하와 산업 자립 및 신뢰도 제고를 위해선 기술 독립이 필수다. 한수원도 지식재산권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현재 유럽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한 SMR 개발에 착수했으며, 웨스팅하우스와 완전히 분리된 독자 대형 원전 기술 개발도 검토 중이다. 현재는 이를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윤종일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추경 예산에도 포함됐지만, 원전 관련 예산은 확보하지 않는 상태"라며 “원자력 산업은 정부가 주도하는 만큼 정부 의지가 핵심이나, 현재 상황을 보면 정부가 새로운 원전 노형 개발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유승 기자 ky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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