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29일(금)

전체기사

[이슈&인사이트] 임종석의 백의종군을 둘러싼 미스터리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지난 11일 “모두가 아픔을 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라며, “이재명이 흔들리면 민주당은 무너진다. 이제부터는 친명(친이재명)도 비명(비이재명)도 없다"라고 자신의 SNS에 적었다. 이 발언으로 듣는 이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컷오프됐을 때만 하더라도, 그의 탈당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그는 돌연 당의 잔류를 선택했다. 여기서 '돌연'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그의 잔류 결정이 급박하게 이루어진 것 같기 때문이다. 새로운미래 측의 이석현 전 국회 부의장이 BBS 라디오에서 “(잔류 선택 전날)저녁 7시에 이낙연 대표가 임종석 실장에게 전화했을 때도 (민주당) 탈당을 약속했다"며 “밤사이에 (결정이) 바뀌었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얼마나 급박하게 잔류를 결정했는지를 알 수 있다. 그렇다면, 그는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으며, 현재와 같은 “이 대표 중심의 단합"을 주장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를 둘러싸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당에 남은 이유가 '때'를 기다리기 위함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과연 그 '때'가 올지 모르겠다는데 문제가 있다. 또 '때'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런 기회를 잘 활용할 수 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다. 현재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친명들의 약진이 두드러지는데, 이는 민주당이 '친명 세상'이 됐음을 의미한다. 이렇듯 총선 이후 친명들이 당을 더욱 확실히 장악하게 되면 '때'는 영영 안 올 수 있다. 친명 중심이라는 당내 역학 구도에서 보면 이재명 대표 주도로 선거를 치르고, 설사 그 결과가 민주당의 패배라고 가정하더라도 이재명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적극적으로 제기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8월 전당대회를 노리기도 힘들다. 전당대회에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친명 일색의 민주당에서 누가 대표가 되든 이재명 대표의 영향력을 벗어나기는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이재명의 민주당'이 확고해지면 '때'도 안 올뿐더러 임 전 실장을 비롯한 비명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과연 이를 임 전 실장이 모르는지 궁금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임 전 실장이 백의종군한다고 '찐명'이 될지도 의문이다. 물론 임 전 실장은 과거 친문이 아니었다가 친문 핵심이 됐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권 초대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그가 초대 비서실장에 임명됐을 당시를 회상하면 당시에는 친문이 아닌 그룹에서 비서실장을 발탁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을 칭찬하는 기사가 많았다. 그런데 요새는 그를 친문의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중간에 친문의 핵심 인사가 된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 친명 그룹의 폐쇄성 여부다. 만일 폐쇄성이 강한 그룹이라면 임 전 실장은 절대 '찐명'이 될 수 없다. '찐명'이 될 수 있다면 임 전 실장은 차기 대선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임 전 실장을 친문 쪽의 잠재적 대권 주자로 생각할 가능성이 큰데 과연 그런 그를 대선까지 당내에서 역할을 하도록 '방관'할 것인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편에서는 그가 잔류를 결심하기 전에 광주를 찾아 광주 시민들의 민심을 들었는데, 탈당해서 광주에 출마할 경우 당선 확률이 높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설'에도 쉽게 동의할 수 없다. NBS의 3월 2주 차 자체 정례 여론조사(엠브레인퍼블릭ㆍ케이스탯리서치ㆍ코리아리서치ㆍ한국리서치가 3월 4일부터 6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 15.8%,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나타난 호남 민심은 민주당에 결코 호의적이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에서는 민주당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49%였다. 반대로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60%를 넘겼다. 일반적으로 어떤 지역이 특정 정당의 아성이라고 할 때 그 지역에서 지지율 60%는 넘겨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구·경북 지역은 국민의힘 아성이라고 할 수 있지만 호남을 민주당의 아성 혹은 지역 기반이라고 말하기는 힘들게 됐다. 이런 호남의 정치 지형 변화는 제3세력이 호남에 진출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호남 출마 요청을 한 새로운미래를 뿌리치고 민주당 잔류를 선택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힘들다. 물론 새로운미래를 선택하는 것이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잔류 역시 모험이기는 마찬가지다. 결국 어떤 선택을 하든 모험이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언급 그대로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해서 백의종군한다"는 것이 잔류 이유의 전부일까? 정말 궁금하다. 신율

[기자의 눈] 주인 바뀐 남양유업, 오너家 ‘유종의 미’ 보여야

'60년 오너 경영'과 결별한 남양유업이 환골탈태의 진통을 겪고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와 오너인 홍원식 회장 일가 간 2년반여 동안의 소송전 끝에 오너 일가의 패소로 마무리되고 새 주인으로 한앤코를 맞이한 이후 모습이다. 최대주주가 된 한앤코는 그동안 남양유업에 낙인처럼 찍혀있던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경영진 교체에 착수했으나 아직 뛰어넘어야 할 '허들(장애물)'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지난 1월 대법원 판결 뒤에도 홍 회장이 '경영권 이전'을 놓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앤코 입장에선 속이 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대법원 패소 이후 홍 회장의 마지막 보루는 정기 주주총회다. 이달로 예정된 남양유업 정기주총의 주주명부 폐쇄 기준이 지난해 12월 31일인 탓에 올해 1월 최대주주에 오른 한앤코가 직접적인 '권리 행사'로부터 차단돼 있는 제도상 허점을 노린 것이다. 따라서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52.63% 지분'을 보유한 홍 회장 일가에 주총 안건 통과 여부가 달린 것이다. 한앤코가 정기주총에서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선 홍 회장 일가의 위임을 받아야 하는 '이율배반적 시추에이션'에 처한 셈이다. 홍 회장은 한앤코에 협조하는 조건으로 고문 선임과 함께 차량·사무실 제공 등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주식매매계약 체결 당시 주주간 협약 과정에서 요구한 내용이었다. 그러나, '오너 리스크 해소'가 환골탈태의 우선과제인 한앤코로선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는 29일 정기주총을 앞두고 한앤코는 지난달 이사 선임 건 등 임시주총 소집 요청 가처분, 해당 안건을 정기주총 안건으로 올리는 가처분을 잇달아 제출하며 홍 회장 일가에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법원의 임시주총 개최 심문 기일이 이달 27일로 잡혀 법원 허가가 나와도 4월에야 열 수 있기 때문이다. 남양유업은 홍 회장의 선친이자 남양유업 창업주인 고(故) 홍두영 전 명예회장부터 시작해 가족경영 기업이다. 따라서, 창업 패밀리로선 경영 퇴진에 아쉬움이 남는 건 당연하다. 대법원 최종 패소 이후에도 홍 회장이 회사에 출근한다는 후문이 도는 점만 봐도 여전히 강한 미련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회사 안팎으로 홍 회장 일가를 바라보는 눈길을 우호적이지 않다. 그동안 '대리점 갑질사건', '불가리스 사태' 등 반기업 정서를 초래하며 한때 불매운동으로 비화될 정도로 남양유업은 실적과 고객신뢰 모두 잃었다. 한때 눈물의 기자회견과 함께 사퇴 발표로 회사 살리기의 희생정신을 보이는 듯 했지만 이마저도 번복했다. 오죽하면 “남양이 남양했다"는 비아냥거림이 나올 정도였다. 60년 가업승계의 명패를 상실하는 건 아쉬운 일이지만, 법원 판결로 남양유업 오너 일가의 선택지는 '명예로운 퇴장'이라는 여론이 높다. 진정 선대 오너의 창업정신을 존중하고 최소한의 책임감을 보여주려면 바뀐 대주주에 협력해 남양유업의 지속경영을 응원하는 것이 오너가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조하니 기자 inahohc@ekn.kr

[이슈&인사이트] 시진핑 권력집중 강화한 중국 양회

중국의 국정 운영방침을 정하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4일 시작돼 11일 막을 내렸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지난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GDP) 목표를 5% 안팎으로 제시했다. 국방예산을 지난해 대비 7.2% 늘렸는데, 3년간 연속 7% 이상의 증가율(2022년 7.1%, 2023년 7.2%)을 기록하게 됐다. 리창 총리는 지난해 5.2% 경제성장률을 달성해 목표(5%)를 초과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지방채무, 중소금융기관 등의 리스크가 나타났다"고 언급하여 중국 경제의 문제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번 양회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新質生産力)이 부각되고 중국 언론들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이 표현이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시진핑 주석이 헤이룽장성을 방문했을 때 “과학기술의 새로운 자원을 결합하고 전략적 신흥산업과 미래산업을 선도하여 '새로운 질적 생산력'을 형성하자"고 제시하면서다. 과거 '고품질발전'과 유사하지만, '생산력'이라는 마르크스주의 개념을 차용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인공지능(AI), 우주 분야 등에서 펼쳐질 미국과의 경쟁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자 '과학기술자강'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정부 업무보고에서는 과거에 있었던 한중관계, 중일관계 등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바, 주변국 외교보다는 미중관계, 글로벌 사우스와의 관계에 집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다만, 왕이 외교부장 기자회견에서 한반도와 관련해 언급했였는바 “세계가 충분히 혼란스러운 가운데 한반도에 다시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며 “한반도 문제를 이용해 냉전적 대결로 역행하려는 이는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한반도 문제 해결책으로 '쌍궤병진'(비핵화와 평화협정을 병행 추진하는 것)과 '단계적 동시 조치'(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중단하면 미국과 유엔이 대북 제재를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것) 원칙을 언급했다. 한편, 이번 양회에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겸직해온 외교부장자리에 류젠차오 당 대외연락부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별도의 인선 발표는 이뤄지지 않았다. 아마 추후 개최될 제20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3차 전체 회의(3중 전회)에서 인선 방침이 정해 진 후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외교부장 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양회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1991년 당시 리펑 총리에 의해 시작되고 주룽지 총리를 거치면서 정례화돼 지난 30여 년간 이어져 온 총리의 폐막식 내외신 기자회견이 폐지된 것이다. 전인대 폐막식 총리 기자회견은 취재가 제한된 나라인 중국의 권력서열 2위인 총리로부터 경제운용 방향과 목표, 주요 쟁점 등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로 '양회의 꽃'이라고 일컬어졌는데, 폐지 배경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과거에는 총리가 경제문제를 관장했으나 시진핑 주석이 지도자가 된 후 경제문제까지 장악하며 총리의 위상이 약화되었고, 더군다나 리창 총리는 시 주석 비서 출신이라 존재감이 크게 떨어져 시 주석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번째는 중국 공산당 3중전회가 개최되지 않아 새로운 정책방향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기 곤란함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특히,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총리 기자회견장에서 중국 경제나 인권문제 등 민감하고 부정적인 질문이 쏟아지는 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한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일례로 2020년 전인대 폐막 기자회견에서 당시 리커창 총리가 “중국인 6억 명의 월수입이 1000위안(약 18만5000원)밖에 안 된다. 1000위안으로는 중간 규모 도시에서 집세를 내기조차 어렵다"는 '소신 발언'을 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중국이 '전면적인 샤오캉사회'(小康 : 모든 국민이 풍족하고 편안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달성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커창 총리 발언으로 인해 인민들의 실제 생활상이 드러나 중국 지도부가 더 놀랐을 것이다. 국가주석 연임 제한을 철폐한 헌법 개정이 이루어진 지 5년이 된 시점에서 개최된 올해 양회에서 중앙정부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지도를 법적으로 명문화한 '국무원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시진핑 주석에 대한 권력집중을 한층 강화시켰다. 덩샤오핑 시기인 1982년 개헌과 함께 개정·도입된 국무원조직법은 '총리 책임제'를 명시하는 등 당·정 분리 원칙을 담고 있었다. '국무원조직법 개정안' 통과는 당 중앙집중영도, 당·정 일체의 시진핑 주석 1인 체제를 법률로 명시한 조치로, 총리의 전인대 기자회견 폐지와 오버랩되면서 절대 권력을 가진 시진핑 체제가 확실히 구축되었음을 대내외에 각인시킨 셈이 되었다. 이강국

[EE칼럼] 기후변화와 국가 에너지자원 그리고 개인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기후변화는 모든 국가의 행위의 결과다. 그러나 각국의 산업구조와 경제 발전 단계에 따라 기후변화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다르다. 에너지원의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주로 인구수가 많고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에너지원 구성과 탄소중립 정책 동향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의 역할과 방향을 잘 설정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국의 다양한 에너지원 구성은 그 나라의 에너지자원 부존 현황과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에너지원의 공급망도 지리적, 외교적 상황에 따라 다양한 구조를 갖고 있다. 탄소중립을 외치는 지금도 화석연료가 전세계 1차 에너지원의 80%를 담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국가들이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는 2050년이 돼도 화석연료의 비율은 60% 이상을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화석연료 중에 단위 에너지 생산에 상대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이 많은 석탄을 제외하면 석유와 가스는 2050년이 돼도 지금의 소비량이 소폭 감소 또는 유지되고, 천연가스는 소비량이 증가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이는 기후변화 대응과정에 국제협력이 필수적인데 각국의 경제가 달려 있는 탄소중립 정책의 실현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울러 탄소중립 목표 달성은 오롯이 탄소중립 정책의 추진 속도와 규모에 달려 있다. 전 세계 지역별 에너지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럽과 북남미 등은 수력을 포함한 신재생 비율이 20~35% 내외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러시아와 중동 등 산유국은 석유가스가 75~95%, 아시아 태평양지역은 석탄이 50%를 차지한다. 이처럼 지역별로 경제적으로 가용 에너지원이 다양하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북남미와 유럽은 2.5~4.2 TOE (오일 환산 톤), 러시아와 중동은 1.7 TOE 미만,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4 TOE 이하다. 문제는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다. 세계 인구 75억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지역의 에너지 소비량이 선진국에 비해서 현저히 낮다는 것이고 이중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의 미래 에너지원과 소비량 예측이 무엇보다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의 에너지소비와 에너지원 구성, 산업 발전 속도에 따라 세계 에너지원 공급망이 좌우 될 것이 불 보듯 분명하다. 이들이 선진국수준으로 에너지를 사용하게 되면 에너지 공급량은 급증할 수 밖에 없다. 이들의 에너지원 구성이 세계 이산화탄소 방출량과 직결될 것이기 때문에 우리만 열심히 잘한다고 탄소중립이 달성되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30%는 중국, 15%는 미국, 8%는 인도가 차지하고 있고 한국은 2% 미만이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화석연료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많은 국가들이 겉으로 2050 탄소중립을 외치지만 정작 탄소 배출량이 많은 중국과 인도는 각각 2060년, 2070년에 탄소중립을 이루겠다고 한다. 40~50년 이후를 말하고 있다. 5년 이후도 모르는 데 30년 후의 탄소중립은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만약에 탄소중립과정에서 국제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2090년이 지나서야 탄소중립이 달성될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결국, 우리 사회의 지속적인 생존과 발전을 고려하면 현실적인 측면에서 화석연료의 사용은 수십년 간 지속될 것이며 그중에서도 석유와 가스는 연료 및 원료로서의 역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석유가스산업이 자체적인 탄소중립이 가능한 이산화탄소 저장소 역할과 수소를 생산하는 원료로서의 역할 변화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심부 유가스전에서 나오는 생산 유체로부터 지열과 리튬을 회수하는 기술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회 구성원 누구에게나 필요하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분야, 시간과 자본, 기술 축적이 필요한 분야, 인프라가 필요한 분야, 선제적 대응과 준비가 필요한 분야. 이것이 바로 에너지자원 공급망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멀리 보고 미리 준비하여 꾸준히 실행해야 한다. 신현돈

[기자의 눈] 24년 정기주총,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잡는 원년이 되었으면

자사주 소각이 모두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일정 목적에 따라 취득 시, 법령에서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물론 처벌 규정이 없는 반쪽짜리 규정이다. 하지만 강제로 소각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그럼 CB콜옵션을 포기한 것이 주주환원일까?. 경우에 따라 다르다. 배임을 피하기 위한 차원일 수 있다. 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지배력이 현저하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회사가 대주주에게 콜옵션 행사권을 넘긴다면 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사례는 한 국내 유수의 기업이 최근에 발표한 사례다. 모두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특정 목적으로 보유하는 자사주 소각은 처벌이 없는 상법 규정을 위반한 것이고, CB콜옵션의 경우는 배임 우려를 피하기 위함도 있다. 그럼에도 주주환원이라는 이유로 좋은 평가를 듣는 것은 국내 자본시장 환경과 상법은 소액주주보다는 대자본과 역사의 편에 가까운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이다. 만약 자사주 소각 관련 처벌 규정을 강화하고, CB콜옵션의 타인 부여 및 매매를 금지한다면 어떻게 될까?. 양 사례는 주주환원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 된다. 이달 본격적으로 정기주총이 다가왔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주주들이 연대를 맺기 수월해 졌고, 많은 상장사 오너들의 정서는 'K-디스카운트'를 여전히 야기시키고 있다. 주주들은 연대를 맺어 방만한 상장사에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주주연대의 대표 간 편차는 있지만, 대부분 합리적인 요구를 한다. 대한민국의 국민들은 한정된 자원의 나누는 과정에서 경쟁을 한다. 상장사 최대주주는 한정된 자원을 많이 나눠갖는 자이다. 그런데 운동장 역시 최대주주에 유리하다. CB콜옵션 포기나 자사주 소각 등이 최대주주의 주주환원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게 작금의 상황이다. 개인적으로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연대의 주주제안이 최대한 많이 통과돼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신호탄'이 됐으면 한다. 그래야 단군 이래 가장 많은 교육을 받은 이들이 소시민인 나라가 대한민국임을 정치권, 더 나아가 국민들이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로컬 톡톡] 공학입국과 지방대학의 역할

미국의 대표적인 AI 기업인 오픈AI는 최근 7조달러(약 9300조원) 투자 펀딩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올해기준 우리나라 예산(656조6000억원)의 14.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 국부펀드, UAE 국부펀드, 마이크로 소프트, 소프트뱅크 등의 여러 국부펀드와 민간기업에서 투자를 협의 중에 있다. 실제로 9300조원 투자가 이루어질런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세계적으로 AI에 대한 막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AI 분야 투자확대에 따라 연관산업인 반도체산업은 구조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고 각 국은 이공계 인재육성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은 '반도체 르네상스'를 기치로 내걸고 전문학과 개설, 고등학교 연계교육 등을 통해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번에 TSMC 구마모토 공장 건설에 따라 지자체, 지역기업, 대학 및 연구기관, 상공회의소 등 100여 개 단체로 '큐슈 반도체 인재육성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지역내 이공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만은 매년 약 1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최근에는 해외인력 유치까지 나서고 있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인력은 임금 300만 대만달러(1억3000만원) 이상의 초과분의 절반에 대해서는 과세에서 제외하고 비자조건도 완화했다. 중국은 매년 20만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배출하겠다고 발표하고 관련 정책과 교육프로그램을 정비하고 있다. 일본, 대만, 중국 등 우리의 경쟁국가들은 이공계열 전문인력 배출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인력양성 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방안'에 의하면 반도체 계약학과 및 특성화대학을 8개교에서 18개교로 확대하고, 반도체 아카데미 등의 교육과정을 통해 학사급 실무인재 약 3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아울러 연구개발 기반의 인력양성과정을 확대해 석·박사급 인재도 3700명 육성하려 한다. 이를 통해 2031년까지 반도체분야 청년인재 15만명을 양성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공계 학생의 의대쏠림에 따라 상대적으로 반도체 학과 위축이 심각하다. 2024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한양대 반도체공학과 등은 이탈자가 발생해 3차 이상 추가합격자를 통해 인원을 충원했다. 대기업 취업이 가능한 이들 학과들조차 메디컬 학과에 밀려 추가충원을 거듭해야 하는 상황이니 여타 일반 이공계열 학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물론 메디컬 계열 학과에도 우수인재가 필요하지만 특정분야의 지나친 쏠림은 사회전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고 이공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AI,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전문인력 배출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대학을 특성화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학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올해 종로학원의 집계결과 수시모집 미충원인원은 3만7332명으로 전체 선발인원의 14%에 달한다. 그리고 수시모집 인원의 40%도 채우지 못한 대학이 지난해에 비해 2배 늘었고 특히 지방소재 대학은 미충원률이 수도권 대학보다 4배 많다고 한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와 수도권대학 선호현상에 따라 지방대학은 기로에 선 것이다. 그러나 부산대(기계), 경북대(전기전자) 등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는 대학이 지역에 포진됐다. 이들 대학의 이공계열 특성화에 집중지원하고 특화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졸업생은 지역내 취업, 창업 등과 연계하는 생태계 구축 전략이 필요하다. 둘째, 이공계열 육성을 위한 대학간 연계협력이다. 일본 교토는 '대학컨소시엄 교토'라는 이름으로 50여개 지역대학의 연합체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대학간 연계교육, 공동 조사연구, 산관학지역 연대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의 드레스덴은 시정부, 지역대학(드레스덴 공대), 연구기관(프라운호퍼연구소, 막스프랑크연구소), 상공회의소 등이 산학협력네트워크를 구축 및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드레스덴은 최근 독일의 주요 성장지역 중 하나로 발돋움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개별 대학의 울타리를 넘어 공유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공동교육, 공동학위과정, 신기술 혁신공유대학, 모듈형강좌, 현장기술형 대학원생 육성, 컨소시엄 운영 등을 검토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과학고등학교 등에서 우수한 이공계열 인재가 배출되지만 대학에서는 이들 인재의 특성화된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공계열 인재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범재가 되는 상황이다. 지방대학 특성화를 통한 공학입국(工學立國)을 기대한다. 안성조

[EE칼럼] 에너지 전문가의 국회 비례대표 입성을 희망한다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4·10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지역구 진영은 대부분 결정되었고 비례대표가 확정될 시간이다. 비례대표는 지역의 대표성보다는 사회 각층의 국민과 전문적인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하자는 것이 그 의도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환경과 산업부문의 전문가는 있었어도 에너지 전문가가 비례대표로 선발되었다는 이야기는 들은 바 없다. AI가 발달하고 정보통신과 반도체가 각국의 주된 경쟁력으로 떠오르는 이 때에도 전 세계와 한국에서 에너지가 갖는 중요성과 의미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기술과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에너지가 있어야 전자장치와 기계를 작동시킬 수 있으며, 에너지가 있어야 냉난방을 통해 인간이 체온을 적정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21세기들어 그 속도와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모빌리티 혁명도 결국 에너지가 있어야 가능하다. 20세기의 냉전에 이어 등장한 21세기의 미중 대결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중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국지적 분쟁의 원인과 결과에도 에너지를 둘러싼 이해관계는 복잡하게 얽혀 있다. 에너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하고는 현대의 국제정치와 국가 관계 그리고 첨단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설비를 미리 구축하고 준비하기도 힘들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입법부에는 에너지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국회의원이 거의 없다. 이러한 전문성의 부족은 에너지 분야에 대한 국회 기능에 심각한 문제를 불러들여 매번 정권과 국회가 바뀔 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그 첫 번째는 에너지에 대한 기본적 이해의 부족이다. 일례로 국회의원과 많은 정치인들이 에너지를 '공공재'로 인식하는 것이 그 가장 큰 문제이다. 에너지는 공짜가 아니며 국가가 제공해야 하는 재화도 아니다. 에너지는 수익자가 돈 내고 사야 하는 재화이다. 다만, 에너지는 국민생활의 필수품이고 많은 경우 자연독점적 네트워크 인프라를 통해 배달되는 상품이어서 가격 등 공급조건에 대한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이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국가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확보해야 하는 전략적 상품이다. 둘째는 정부의 행정과 공기업을 감시할 수 있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국회의 감사내용은 예산 및 기금 집행현황, 주요 정책사업의 계획과 그 추진실적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정책 및 예산 집행에 대한 '꼬투리'를 잡아내는데 그치고 전문성에 기초한 정책감사의 능력은 현저히 떨어진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정책에 대한 비판적 안목과 분석적 디테일을 갖춰야 한다. 일례로 에너지 분야에 나타나는 여러 계획이 제대로 수행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하겠지만 그 이전에 이러한 계획이 왜 필요한지 또 계획의 장단점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 셋째로 에너지 부문은 입법 만능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에너지정책은 경제개발기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과 독점 공기업 중심의 운영이라는 전통적 레거시에 갇혀 창의적 역동성과 기업가적 정신이 발휘되기 어려웠다. 그 결과 에너지관련 법이 규제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이제 법으로 에너지 사업을 규정하고 그 테두리를 정하기보다는 현재의 규제와 틀을 벗어나서 에너지산업을 보다 자유화하는데 역점을 두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법과 규정을 만들기보다 기존 법의 규제를 완화하고 법을 슬림화해야 한다. 지금까지 여러 이해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위해 법규정을 만드는 데에 착안했다면 바람직한 국회의 역할은 소비자 같은 침묵하는 다수(silent majority)의 장기적인 이해가 반영될 수 있도록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의도 지향적인 입법보다는 성과 지향적인 입법을 추진해서 에너지 관련법을 현실적이고 실용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입법과정은 전문성과 정치력이 함께 요구된다. 소비자 등 일반 국민의 광범위한 이해가 에너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는 효과적인 정치과정(political process)을 고민할 수 있는 지혜로운 에너지 전문가가 국회에 들어갈 수 있도록 여야가 에너지 전문가를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배치하기를 희망한다. 조성봉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