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차이나 쓰나미④] 수입차·PB제품 ‘알고보면 중국산’···품질 불안감 여전

중국 소비재 기업들은 브랜드를 새단장하거나 국내 유통사와 협업하는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한국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의 프리미엄 모델, 롯데하이마트·쿠팡에서 판매하는 자체브랜드(PB) 가전제품도 알고보면 중국에서 만든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대표사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TCL의 자회사인 MOKA는 쿠팡과 협업해 '홈플래닛 43형 TV'를 한국에서 판매 중이다. 소비자들은 온라인 마켓 1위인 쿠팡에서 '로켓배송' 등 혜택을 받으며 해당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가격은 삼성·LG전자가 만든 동급 TV의 반값 이하다. 롯데하이마트가 최근 선보인 '플럭스' 브랜드 제품 대부분도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43인치 이동형 TV, 75인치 4K TV 등을 저렴한 가격에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에서 만든 '일렉트로맨'이나 '노브랜드' 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중국 기업들이 월마트 PB 등을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였던 '성공 방정식'을 한국에서도 구사하고 있는 셈이다. 가전보다 가격대가 더 높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테슬라는 '모델 Y' 등 주력 제품 대부분을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만들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볼보와 폴스타 역시 S90 등 최고급 차량들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중국 가전기업들이 한국 유통사와 손잡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중국기업들은 애프터서비스(AS)나 소비자 상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 유통사는 자신들의 영향력을 키우면서 실적도 올릴 수 있다는 장점을 노린다. 일부 PB상품의 경우 중국산임에도 무상 AS나 무료 반품 서비스까지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가 눈여겨보는 포인트는 중국산 소비재의 '품질 이슈'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소형 가전이나 저가 제품은 새 제품으로 교체하면 되지만 대형가전과 자동차는 소비자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중국산 TV가 화질이 떨어지지만 보다 높은 수준의 해상도를 갖췄다고 '거짓 홍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로봇청소기 브랜드는 해킹에 취약하다거나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있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자동차는 기본적인 조립 자체가 안돼 있는 신차가 판매되고 있다는 제보까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은 여전히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잘 보여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made in 차이나 쓰나미③] 반값 가격에 “中 TV 어디 있나요” 韓고객 늘어

지난 20일 찾은 수도권 내 한 롯데하이마트 매장. 건물 외벽에는 로봇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의 신제품 홍보 포스터가 크게 걸려있다. 1층 태블릿PC 존은 레노바 PC가 삼성전자와 경쟁구도를 그리고 있다. 대형가전이 전시된 코너도 삼성전자·LG전자 바로 옆에 중국 TCL의 75인치급 TV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목이 좋은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는 로보락 브랜드의 1인용 세탁·건조기가 자리잡고 있었다. 중국 가전 브랜드들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TCL, 하이센스, 샤오미 등이 국내 법인을 설립하고 영업활동을 시작한 시기다. 롯데하이마트에서 3년여간 일했다는 한 직원은 “예전에는 컴퓨터 주변기기나 소형 가전 정도가 중국산이었지만 최근에는 대형 TV 등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귀띔했다. 중국 브랜드의 강점은 가격이다. 65~75인치 정도 크기의 TV를 산다면 TCL이 LG전자보다 100만원 가량씩 저렴했다.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다. 카드 사용 등을 통해 추가 혜택까지 제공해 고객 진입 장벽도 중국산이 더 낮았다. 제품을 소개해 주던 직원은 “아예 TCL 제품 성능을 직접 보기 위해 방문하시는 분들도 꽤 있다"고 전했다. 유통사 자체브랜드(PB)의 경우 할인 폭이 더 컸다. 롯데하이마트가 운영하는 '하이메이드'나 '플럭스' 처럼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들이다. 하이메이드 64인치 UHD TV 전시 제품은 60만원대에 팔리고 있었다. 50인치 전시특가는 40만원대까지 내려왔다. 상품성도 밀리지 않는 모습이다. 하이마트가 새롭게 출시한 플럭스 75인치 TV는 고주사율 패널이 적용된 4K급 제품으로 TV 매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에 있다. 가격은 놀라울 정도다. 75인치 TV임에도 한시적으로 120만원대에 판매 중이었다. 동급 TCL 제품은 전시 상품을 200만원 초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삼성·LG전자 브랜드로 사려면 300만~400만원이 필요하다. 이동형 TV를 구매하러 왔다는 한 30대 남성은 “스탠바이미2가 120만원인데 플럭스 43인치 QLED TV는 40만원대"라며 “거치대까지 구매해도 반값이 안된다"고 말했다. 근처 전자랜드의 경우 TCL 등 대형가전이 전시돼 있지는 않았다. 이 곳 직원은 “(중국산 TV) 카탈로그 등이 따로 준비돼 있진 않다"면서도 “온라인을 통해 제품을 팔고 있어 그런지 올 들어 저렴한 중국산 TV가 있냐고 묻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전양판매장에서는 중국 로봇청소기 브랜드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매장의 로봇청소기 코너에서 삼성·LG전자보다 로보락 제품이 앞에 전시돼 있었다. 세탁기 코너 한편에 위치한 로보락의 미니 세탁·건조기에는 '특가 할인' 표시가 돼 있다. 1인가구를 겨냥해 세탁기와 건조기 기능을 합친 모델인데 100만원 초반대에 구매 가능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교체주기가 잦은 소형가전 분야는 이미 중국산이 국내시장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봐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TV나 냉장고·세탁기 같은 대형·고가 가전은 비용 부담이 크고 애프터서비스(AS)가 불편하다는 게 진입장벽 역할을 해왔는데 중국 브랜드들이 '저가 공세'를 통해 허물고 있는 것"이라며 “AS나 인지도가 낮다는 단점 극복을 위해 국내 유통사와 PB(자체브랜드) 협업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고 덧붙여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made in 차이나 쓰나미②] 삼성·LG도 긴장…‘가치 초격차’로 승부

한때 '싼 맛'으로 소비되던 중국산 가전이 기술 경쟁력까지 무기로 삼으며 국내 소비재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로봇청소기, TV, 생활가전 등 전방위에서 중국 브랜드의 영향력이 빠르게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가전의 약진을 단순한 가격 경쟁이 아닌 '레드 테크'라는 이름으로 불릴 만한 기술 기반의 전방위 공세라는 해석이 나온다. 가격과 품질을 동시에 갖춘 중국 제품이 이제는 프리미엄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봇청소기 시장이다. 20일 롯데하이마트 홈페이지 기준, 판매량 상위 5개 제품 중 4개가 로보락, 나머지 하나도 중국 브랜드 드리미다. 로보락은 한국 진출 2년 만인 2022년 시장 점유율 25%로 1위를 차지한 뒤 줄곧 선두를 지키고 있다. 유럽 가전업체조차 넘지 못한 국내 기업의 벽을 로보락이 무너뜨린 셈이다. 시장 진입 초기엔 '가성비'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끌어낸 것이 주효했다. 로보락은 최근 5축 접이식 로봇팔 '옴니그립'을 탑재한 신제품 '사로스 Z70'을 공개했다. 최대 300g의 물체를 집고 이동할 수 있으며, 실내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팔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드리미 역시 최대 6㎝ 높이의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며, 실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국내 브랜드에선 아직 구현되지 않은 기술들이다. 샤오미, TCL 등도 생활가전과 TV를 중심으로 한국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샤오미는 올해 한국법인 '샤오미코리아'를 공식 출범시키며, 국내 판매 제품을 연내 200종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폰 외에도 공기청정기, 무선청소기, 주방가전 등 생태계 확장을 본격화하고 있으며, 주력 제품군에는 독일 카메라 제조사 라이카와 협업한 '샤오미 15 울트라' 등 기술 고급화 제품도 포함됐다. TCL은 초대형 TV를 앞세워 시장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기존 온라인 유통에 더해 전자랜드, 하이마트, 코스트코 등 오프라인 판매 채널도 확대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국내에서는 아직 가성비 중심 제품이 주류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TCL과 하이센스는 이미 80인치 이상 대형 TV 출하량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앞섰다. 특히 미니LED 등 프리미엄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국내 기업과의 '기술 간격'도 좁히는 모습이다. 이처럼 중국산 가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변수로 지목되는 건 '보안성'이다. TCL의 일부 스마트TV는 사용자 동의 절차의 불명확성과 개인정보 처리 고지 미흡 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다. 로보락도 올해 초 사용자 데이터 공유 방식이 도마에 오르며 한 차례 이슈가 됐다. 글로벌 안보 이슈와 연결될 경우, 중국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감한 변수다. 이에 대응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보안 강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삼성전자는 와이파이 탑재 가전에 블록체인 기반의 보안 기술 '녹스 매트릭스'를 적용하고 있다. 기기 간 보안 상태를 상호 점검하며, 이상 징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연결을 차단하는 구조다. 또한 민감한 개인정보는 '녹스 볼트'라는 전용 보안 칩에 별도로 저장하고, 양자컴퓨팅 시대를 대비한 '양자내성암호' 기술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LG전자는 자체 보안 프레임워크 'LG쉴드'를 AI 홈허브 '씽큐 온'에 적용했다. 데이터 수집부터 저장, 활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사용자 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는 체계를 갖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단순한 성능이나 가격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중국산 가전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보안성, 사용자 경험(UX), 사후 서비스, 브랜드 신뢰도 등에서 '체감 가치'의 차별화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 격차는 눈에 띄게 좁혀지고 있다"며 “보안이나 사용자 신뢰는 중국 업체가 단기간에 따라오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국내 기업은 이제 단순 하드웨어 경쟁을 넘어 '가치 기반 소비'를 유도할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산 가전은 더 이상 저가 대체재가 아니다.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을 겸비한 '레드테크'는 이미 한국 시장의 안방을 정조준하고 있다. 삼성과 LG가 '가성비'를 뛰어넘는 신뢰와 경험 중심의 차별화된 소비자 접점을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되고 있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

[made in 차이나 쓰나미①] 저가부터 프리미엄까지···車·가전 한국시장 뒤흔든다

직장인 A씨는 최근 유행하는 국내 L사의 TV 제품을 보러 가전제품 매장을 방문했다가 의도와 달리 중국산 TV를 구매했다. 더 큰 화면에 화질도 좋은 제품이 가격은 절반 이하였기 때문이다. A씨는 “레노버 태블릿 PC를 잘 사용하고 있는 중이라 중국산에 대한 거부감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국내 소비자들이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가전제품에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샤오미코리아는 오는 28일 서울 여의도 IFC몰에 국내 첫 공식 오프라인 스토어를 연다. 직영 판매와 AS 서비스가 결합된 60평 규모 매장이다. 스마트폰, 태블릿, 스마트워치, TV, 청소기, 생활 가전 등을 우선 선보인다. 샤오미는 올해 1월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유통·AS 체계를 갖춘 뒤 '포코 X7' 등 신제품을 무서운 속도로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들과 경쟁하는 TCL과 하이센스도 삼성·LG전자의 '안방'을 노리고 있다. 온·오프라인 영토를 빠르게 넓혀가며 고객 접점을 늘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에 제품을 진열하거나 오픈마켓에서 특정 제품을 단독 출시하는 식이다. TCL은 '아이팔콘(iFFALCON) 98인치 QD-MiniLED TV'를 국내에 론칭하며 지난 19일까지 쿠팡에서만 사전판매를 진행했다. 하이센스는 지난달 300인치 4K 빔 프로젝터 'C2 울트라'를 쿠팡에 단독 출시해 호응을 얻었다. 한국 도로를 달리는 중국산 자동차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미 전기버스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중국산이 점령한 가운데 승용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게 포인트다. 테슬라, 볼보, 폴스타 등 수입차 브랜드의 경우 일부 또는 모든 제품을 중국에서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온다. 테슬라는 중국산 모델Y를 앞세워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 판매 1위'(6570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중국 완성차기업의 직접 진출도 빨라지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 1위 업체 BYD는 지난 1월 한국법인을 만들고 승용차를 팔고 있다. 지난달 1000번째 국내 고객에게 '아토 3'를 인도했다.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 참가하고, 오는 7월 20일까지 전국 전시장에서 시승 이벤트를 전개하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하반기에는 전기차 신제품 '씰'도 내놓는다. 로봇청소기 시장은 이미 중국산이 점령한 상태다.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 1위는 로보락이 차지했다. 50% 안팎에 육박해 삼성·LG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2020년 국내 진출 당시 291억원이었던 연간 매출액은 지난해 2414억원까지 성장했다. 상품성 측면에서도 로보락은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세계 최초로 '로봇 팔'이 탑재된 '사로스 Z70'을 지난달 출시했다. 가격대 150만원 이상 프리미엄 제품 분야 국내 시장 점유율은 60~70%에 육박한다. 중국기업들은 국내 기업 인수합병(M&A)에도 본격적으로 포문을 열고 있다. 중국 빅테크 텐센트가 넥슨 인수를 검토한다는 외신 보도로 국내 게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비록 텐센트가 공식부인했지만 국내 게임업체 크래프톤, 넷마블, 시프트업 등의 2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는 텐센트의 발표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중국기업의 한국 공략 수위가 높아지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소비재 기업들은 중국 본토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10%를 넘었던 삼성전자 스마트폰 현지 점유율은 1%대로 떨어진 상태다. 2016년 160만대에 달했던 현대차 중국 판매량도 지난해 15만4000대로 쪼그라들었고, 그 여파로 현대차는 아예 2021년 베이징 1공장, 지난해 충칭공장을 매각해 버렸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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