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올해 더 어렵다는 카드업계...“각개전투 치열해진다”

카드업권이 지난해 결정된 가맹점수수료 인하,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 대출업 비중 확대 등이 이어져 올해 총체적인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사들은 지난해까지 고금리 시기에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자 일제히 '긴축경영' 기조를 이어왔다.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알짜카드 중단과 구매 혜택 축소에 나섰고 이는 가뜩이나 불황으로 소비 침체가 심해진 시장에 소비자 유입량 감소와 신용판매 축소 등을 불러왔다. 올해도 이런 업황상태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는 한 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수익성 보전을 위해 카드론 등 대출을 늘려 수익을 메꾸는 비중이 커지면서 건전성 방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는데다 부실대출도 늘어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카드론을 늘린 게 본업 수익성 악화 때문인데, 이런 와중 금융위원회가 내달부터 연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5만곳에 대한 카드수수료율을 낮추기로 결정하면서 상황이 더욱 암울해졌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카드사마다 올해 경영 키워드를 '절약'이 아닌 '약진'으로 설정한 모양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대다수 카드사가 호실적을 낸 수장까지 교체하는 등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놓인 만큼 긴축경영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력에 본격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신한·삼성·KB국민카드 수장이 줄줄이 교체되며 각개전투의 심화가 예고되고 있다. 각각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 김재관 KB국민카드 대표가 새로운 위치에서 겨루게 된다. '트래블로그'로 업권 내 새로운 필드를 만들어 낸 이호성 전 하나카드 대표는 하나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성영수 신임 대표가 새롭게 지휘봉을 잡았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먹거리인 신기술금융과 데이터·인공지능(AI) 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추세다. 이에 올해 각 수장이 '디지털로의 전환'과 새로운 동력 발굴에 있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시선이 모일 가능성이 높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통합 멤버십 회원 수로 3287만명을 기록해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모바일 앱 통합 월 사용자 수(MAU)는 1254만명으로 7.0% 늘렸다. KB페이도 모바일 앱 가입자 수 1300만명을 넘어서고 MAU 800만명을 달성해 플랫폼 경쟁력에 있어 위용을 드러냈다. 본업 수익성은 악화되고, 건전성은 키워내야 하는 시기에 빠르게 전통 사업에서 탈피한 확장력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일 전망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신한과 KB등 플랫폼 경쟁력을 크게 보여준 회사도 있지만 상대적으로 데이터쪽이 부진했던 회사도 있다"며 “금리인하기를 앞둔 시점이 당도했기에 얼마나 빠르게 새로운 동력을 수익으로 연결짓느냐가 카드사마다 집중하는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필수가 된 AI…‘수익성’ 확보 경쟁 치열

2025년이 밝았다. 해를 거듭할 수록 기업들에게 인공 지능(AI) 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AI가 기업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했다고 입을 모은다. 1일 베인 앤 컴퍼니에 따르면 글로벌 AI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1850억달러(약 250조원)였지만 2027년 7800억~9900억달러(약 1000조~130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제데이터기업(IDC)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6년까지 전 세계 AI 솔루션 시장은 연평균 26.5%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은 국내 AI 시장이 2027년 4조4636억원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급속한 성장세 속에서 기업들의 AI 도입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AI 도입의 효과는 산업별로 상이하지만, 대부분의 산업에서 상당한 이윤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국내 AI 도입 기업 현황 분석 및 시사점'에 따르면 AI 기술 도입에 들어간 인건비를 빼고 비용 대비 성과를 얻은 기업은 44.7%로 집계됐다. 또 AI 기술 도입으로 손실을 본 국내 기업은 7.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AI 도입이 자본 생산성과 노동 생산성을 모두 높여준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AI 도입에는 여러 도전 과제가 존재한다. 데이터 품질·보안이나 기술적 복잡성, 조직 문화 변화, 윤리적 문제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된다. 특히 AI 도입에 따른 투자 대비 수익(ROI) 측정의 어려움은 많은 기업들이 직면한 과제다. 이에 전문가들은 AI 도입을 위해 △AI 기술의 확장성과 유연성 확보 △데이터 보안 강화 △기존 업무 프로세스와의 자연스러운 통합 등 전략적 접근을 강조한다. 또한 AI와 인간의 적절한 역할 분담, 지속적인 학습과 개선, 윤리적 가이드 라인 수립 등도 중요한 고려 사항으로 꼽힌다. 올해 기업들의 AI 도입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는 “2028년까지 일상 업무 결정의 최소 15%가 AI 에이전트를 통해 자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글로벌 AI 투자액이 2022년 919억달러에서 2025년 약 2000억달러로 72% 늘어날 것이라고 봤다. 특히 미국의 AI 투자는 2022년 474억달러에서 올해 817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중국과의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격화됨에 따라 글로벌 AI 산업이 미국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AI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소프트웨어·반도체 산업이다. 스위스의 금융 서비스 회사 UBS는 반도체 기업의 AI 기반 매출은 향후 5년 간 34% 증가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에너지·유틸리티 산업에서도 AI를 통한 탐사나 파이프라인 모니터링 등으로 마진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 분야에서는 AI를 활용한 진단과 치료 최적화가 더욱 고도화될 전망이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맥킨지는 AI가 의료 오류를 최대 50%까지 줄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금융 서비스 업계에서는 AI 기반 개인화 서비스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더욱 정교해질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국민경제 ‘시한폭탄’…부동산 PF 뇌관을 없애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문제가 여전히 우리사회의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 최근 몇 년간 부실화 사례가 급증하며 PF대출이 가진 구조적 문제점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 등 부동산 PF제도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국 부동산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PF는 지난 수십년간 반복적으로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2011년 저축은행 위기의 주요 원인이 PF 부실이었으며, 2013년에도 PF 익스포저가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급격히 늘어나면서 골칫거리가 됐다. 또 2019년에는 증권사가 PF 사업에 제공한 대규모 채무보증이 문제가 됐다. 2022년에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하면서 채권시장이 경색되기도 했다. 부동산 PF대출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주로 주거용 단지 개발이나 상업용 빌딩, 쇼핑몰, 리조트, 호텔 건설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에 활용된다. 일반적인 대출과 달리, 사업의 성공 가능성과 프로젝트에서 발생한 미래 현금흐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문제는 국내 PF대출 시장에서 프로젝트의 수익성이나 안정성보다는 시공사의 신용 보증을 통해 대출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날개 돋힌 듯 팔려 나가는 호황기때는 문제가 없다. 하지만 불황이 시작되면 대출 부실화로 직결돼 건설업계는 물론 국민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건설사들의 수주고 욕심, 적은 자본으로 '대박'을 터트려 보려는 시행사들의 '도박'이 '미분양'이라는 촉매를 만나 폭발할 때마다 금융 부실화 및 재정 투입 등 국가 경제가 몸삻을 앓았다는 것이다. 2024년 12월 말 현재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2024년 6월 말 기준 국내 PF대출 잔액은 약 132조원에 달하며, 연체율은 3.56%로 상승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9%포인트(p) 높은 수치다. 금리 상승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위축이 맞물린 결과라 볼 수 있다. '낮은 자기자본'과 '높은 보증 의존도'는 부동산 PF 부실을 부르는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낮은 자기자본에 높은 보증 의존도 구조로 '한탕주의' 행태가 나타나고 영세한 시행사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KDI가 최근 발간한 '갈라파고스적 부동산 PF, 근본적 구조 개선 필요' 보고서에 따르면 시행사들은 통상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한 자본만 투입하고, 97%는 빚을 내 PF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KDI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00조원 규모의 PF 사업장 300개의 재무구조를 분석한 결과 개별사업장에 필요한 총사업비는 3749억원이었지만 시행사는 자기자본을 118억원만 투입하고 3631억원은 빌려서 충당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주요 선진국에서는 부동산PF 사업에서 시행사 자기자본비율이 30~40% 수준에 이른다. 미국은 33%, 일본 30%, 네덜란드 35%, 호주 40% 등으로 30~40%대 수준이었다. 황순주 KBI 연구위원은 “(PF 시스템은) 부실이 발생하면 소규모 시행사는 망해 없어지고 보증을 제공한 건설사가 대출을 갚아야 하는 구조"라며 “대형 건설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태영건설처럼 무너지고 만다. 자기자본비율을 주요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건설사 등 제3자 보증은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 지난해 11월 기존 3% 안팎인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2028년까지 선진국 수준인 20%로 상향시킨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토지주의 현물 출자 참여를 유도하고 세제 혜택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출에 의존해 토지를 매입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사업 참여자의 실질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년 전 갑작스러운 미국 기준금리 급등 이후로 부동산PF가 세간의 이슈까지 된 것에 비춰보면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분명 설득력 있는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규제강화가 어떤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부동산 시장 불안 반복···“낡은 시스템 혁신해야”

경기 상황에 따라 불안이 반복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위해서는 낡은 시스템 자체를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를 혁신하고 도시·교통 인프라 확충을 위한 장기적인 정책을 수립하는 등 정부·민간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되며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환율을 치솟고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 양극화가 점점 심해져 마땅한 해결책을 찾기 힘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전쟁'을 예고하며 글로벌 무역·통상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여기에 공사비 급등 등 악재까지 겹쳐 대형 건설사들도 '보릿고개'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기 부양을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기도 힘든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에 공포감이 조성되면서 이참에 잘못된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당장 건설사들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고물가·고환율 등 변수에 대응하기 위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건설 산업이 성숙기를 지나 쇠퇴기로 진입하면서 시장 규모가 작아지고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구조조정, 장기적으로는 수익 중심 전략 추진 같은 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외국인 근로자 수급 관련 규제를 완화 등을 통해 인건비 절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정부가 민간과 협력해 '원팀'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나경연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도시연구실장은 지난달 서울 강남구 건설회관에서 열린 '2024년 건설시장 및 건설산업 정책 진단 세미나'에서 “정부·민간이 건설투자를 활성화해 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 신규 투자가 1조원 증가하면 일자리 1만500여개가 창출되고, 민간 소비가 3400억원 증가하는 등 경제효과가 크다는 게 나 실장의 분석이다. 그는 “(1조원 투자에 따라) 다른 산업에는 8600억원 규모 연쇄효과가 생기고 가계 소득은 5250억원 증가한다"고 진단했다. 나 실장은 “건설투자는 단기적 내수 경기 활성화는 물론 장기적 성장 동력 마련 수단"이라며 “건설 시장 안정화를 위해 내수 경기의 중심축으로서 건설투자를 인식하고 안정적 공급 시그널과 수요에 합리적 기대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정책 방향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공공에서 도시, 교통 물류 등 인프라 전반을 아우르는 장기 정책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이 같은 주장과 그 궤를 같이한다. 철도 지하화 등 민·관이 협력해 추진할 수 있는 다양한 도시개발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점진적으로 늘려 수도권 외 지역 투자도 늘리는 방법 등도 있다. 다만 이는 우리나라가 '정치 리스크'에서 벗어나 정부·국회가 정상적으로 작동한 뒤 논의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비아파트 시장 운영을 보다 탄력적으로 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을 미분양대출보증 대상에 포함하고 리모델링이 유리한 구조를 채택할 경우 용적률 등에 혜택을 부여하는 안 등이 거론된다. 빌라 등 비아파트의 경우 신속한 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장점을 보유한 만큼 선행지표 침체로 공급 부족이 예상되는 시기에 보완책으로 기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성진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산업정책연구실장은 “건설산업 육성·진흥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 및 지역 경기 활성화 등 미래 지향적 정책을 동력으로 삼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정책 발굴보다 기존 정책과 연계해 수정·보완하는 방향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무너진 ‘주거사다리’ 전세제도, 폐지론 거세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는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사금융형 주택 임대 제도다. 임차인 입장에선 매월 현금을 마련해 집 주인에게 줘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난다. 월세에 비해 저렴하기도 하다. 집 주인도 그 돈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보통 주택 매수 자금에 보태는 등 '갭투자'로 활용하기도 하고, 은행에 맡겨 이자를 챙기기도 한다. 때론 통째로 날려 먹거나 가로챈 후 '배째라' 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전세사기다. 전세제도는 그동안 서민의 내 집 마련 지렛대 역할을 해 주택 소비·공급의 윤활유로 작용해 왔다. 정부가 서민 주거 대책 차원에서 대규모 전세보증금 대출을 장려하고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직접 나서 대신 변제해주는 전세보증보험 대위변제금 제도까지 만든 배경이다. 문제는 허점을 노린 전세사기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대위변제금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개인간의 신뢰를 전제로 거래되는 민간 사금융(전세제도)에 정부가 아무런 담보도 없이 공적 자금을 지원해 오히려 전세사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전세 제도 폐지 혹은 대대적 개선에 대한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 민간에선 이미 전세보다는 월세가 대세가 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4년 12월 현재 서울에서 1년간 진행된 전월세(12만7111건) 거래 중 월세는 6만8116건으로 전체의 53.6%를 차지했다. 이는 국토부가 실거래가시스템에 관련 통계를 공개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최고치다.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기 전인 2020년(29.5%)과 비교하면 4년 만에 무려 24%포인트(p) 이상 급증한 것이다. 경기 지역도 마찬가지다. 올해 경기도 연립·다세대 전월세 신고(6만3520건) 중 월세 거래는 3만2760건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2020년(30.6%)과 비교하면 20%p 이상 증가했다. 저금리 장기화와 임대차 2법 시행 등으로 전셋값이 크게 올랐고, 전세사기 피해가 본격화되면서 '전세 포비아' 현상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공적 자금 투입 규모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세사기를 당한 입주자에게 HUG가 임차주 대신 보증금을 지급한 '대위변제액'은 8조5119억원에 달하며, 이중 6조5848억원은 미회수 상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세제도를 폐지하고 선진국과 같이 장기 모기지(저당금융제도)를 활용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제 '부도'가 날 지 모르는 사금융 대신 차라리 주택 구매시 담보 인정 비율을 대폭 높여 집을 구매하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임차인이 전셋집을 매입할 경우 취득세를 면제하고 매매가와 전셋갑 차액을 저리로 융자해주는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반면 당장 폐지할 경우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에스크로(대금 제3자 위탁)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전세사기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전세의 가장 큰 문제점은 사금융제도라는 점으로 굉장히 불안정하고 후진적인 제도"라면서도 “그렇다고 몇 십 년 동안 이어진 전세제도를 폐지한다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예를 들어 전세금의 30% 정도는 HUG에 일정 기간 강제 예치하고 이에 대한 이자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에스크로 제도 등의 안전장치를 도입한다면 현재 전세제도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이 가능할 것"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좋은 제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원인을 제거해 안전한 계약 시스템을 만들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다니엘 기자 daniel1115@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체코원전은 시작일 뿐…K-원전 세일즈 다시 나선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국정 목표를 내세웠다.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와 무관하게 체코 신규원전 우선협상자 선정은 우리 원전업계의 경쟁력을 확인한 분명한 성과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원전 업계는 정국과 무관하게 국가의 대표적 먹거리인 원전 수출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국내에서는 탈(脫)원전을 선언했지만 해외 원전수출은 적극 추진했다. 체코 우선협상자 선정도 전, 현 정부와 한국전력·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여러 국가들의 문을 꾸준히 두드린 결과라는 쾌거이다. 1일 세계원자력협회에 따르면 오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60여기의 원전 건설이 계획돼 있다. 우리나라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바라카 원전 사례에서 보듯 건설역량, 원자로 기술, 가격 경쟁력 등을 종합할 때 이 중 약 70기를 수주할 실력과 경험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또한 수출 역량이 있는 국가는 사실상 러시아,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한국 이외에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의 수출 잠재력은 여전히 높다. 체코에 이어 다음 수주로 유력한 국가는 마찬가지로 동유럽 국가인 폴란드다. 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는 민영 발전사인 제팍(ZE PAK)과 함께 한수원과 협력해 퐁트누프 지역에 한국형 가압경수로(APR1400) 2∼4기를 건설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PGE와 제팍은 2022년 10월 한수원과 협력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당시 원전 1기당 건설비 5조∼7조원대로, 전체 수주액이 1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다만 폴란드 측이 원전을 완전히 사는 방식이 아니라 한수원의 지분 참여율을 49% 가까이 희망하는 상황이어서 한수원은 투자 여력, 경제성 등을 따져보며 폴란드 측과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원전 리모델링 공사를 수주한 루마니아로의 원전 수출 가능성도 점쳐진다. 지난 2023년 루마니아 원자력공사 측은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와 관련해 한수원이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5년까지 원전 12기를 건설할 예정인 튀르키예 역시 한국의 적극 수출 공략 대상이다. 한국전력은 지난해 1월 튀르키예 정부에 원전 건설 프로젝트 예비 제안서를 냈다. 한전과 튀르키예 정부는 튀르키예 북부 지역에 1400MW 규모의 APR1400 4기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를 논의 중으로, 올해 공동 타당성 조사를 거쳐 합의가 이뤄지면 양해각서(MOU) 체결 단계로 발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 밖에도 사우디아라비아, UAE, 영국 등지에서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영국과 사우디 수출사업은 한국전력이 추진하고 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은 2030년까지 3기가와트(GW) 규모의 원자로 3기를 건설하는 21조원 규모의 사업이다. 한전이 2017년 12월 우선협상자 지위를 획득했지만 6개월 만에 상실했다. 이후 아직까지 우선협상자 선정을 위해 여전히 일본 도시바 등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우디는 탈석유 에너지 계획 기조 아래 2030년까지 200억~300억달러(약 22조~34조원)를 투입해 1.4GW급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예비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전을 중심으로 한 국내 기업들은 미국, 중국, 프랑스, 러시아 등과 수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동은 최근 고유가로 최대 호황기를 맞이하면서 월드컵 개최, 신규원전 수주, 네옴시티 신도시 건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전 사우디원전지원센터 관계자는 “예비사업자 발표 지연에 대해 사우디 측에서 공식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일단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측은 내심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인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UAE도 바라카 1·2·3·4호기에 이어 5·6호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사우디 측은 최근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것은 물론 우리나라가 이웃 국가인 UAE에 수출한 'APR1400' 원자로 도입을 원한다"며 “무엇보다 웨스팅하우스는 자국에서도 원전 건설 기한을 맞추지 못한 적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UAE에서 건설기한 내에 완공한 경험이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탄핵 정국으로 우리의 경쟁력이 훼손되지 않도록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체코 원전 우선협상자 선정 이후 최종계약을 앞둔 상황에서 정부 리스크는 큰 악재"라며 “자칫 불리한 조건에 계약하지 않도록 한덕수 대행과 관계부처 장관들은 물론 여야가 협심해 협상 주관과 금융지원, 포괄적 경제협력, 외교협력, 원자력 인력양성, 인허가 지원 등을 총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신한울 3·4호기의 차질없는 건설 완료를 통해 탈원전으로 인한 우리나라 원전 산업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도입국들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안한 정국과 함께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적재산권 분쟁도 불안요소다. 다만 산업부는 별도 채널로 갈등 해소와 전략적 협력을 타진하는 노력을 동시에 이어가고 있으며 원만한 문제해결을 자신하고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는 자체 시공 능력이 부족해 독자적으로는 해외에 원자로를 건설해 수출할 능력이 없다"며 “한수원이 해외 사업의 최고의 협력 파트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적절한 해결책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jjs@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한계 봉착’소액주주 운동, 법 개정으로 불씨 키운다

올해 소액주주 운동은 여느 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활발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냉혹한 현실 앞에 무력했다. 지분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법과 자본시장법상 주주총회 제도가 소액주주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관련법 개정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됐다. 그리고 지난해부터 이용우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달 2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및 국회의 계엄 해제 과정이 있었음에도 법 개정 흐름은 식지 않고 있다. 지난달 19일 국회에서 '상법 개정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경제 단체·재계와 개인투주자들이 의견을 교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개정 상법 혹은 자본시장법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추가 △경영권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장에 제3자 의장 선임 △횡령·배임 최대주주 의결권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재계는 현행 제도로도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SK 이형희 커뮤니케이션위원장은 “CEO 평가에 주가 상승이 10~20% 반영되고 있으며, 많은 구성원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주가 상승을 원한다"면서도 “사회적 응징이 있는데 법으로 해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며 상법 개정에 반대했다. 하지만 투자자 측은 다른 입장이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의 윤태준 연구소장은 “회사를 잘 아는 사람의 한 주가 다른 투자자들의 주식 한 주보다 더 소중하다고 여기는 재계의 구시대적 인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고 촌평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내용은 경영권 분쟁이 있는 주주총회장에 제3자 의장 선임의 건이다. 상식 밖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KIB플러그에너지는 지난달 13일 치러진 임시주주총회에서 신규 이사 선임을 무리하게 강행해 논란이 됐다. 법원이 KIB플러그에너지 주주연대가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의결권 제한 주식을 모두 포함해 표결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위임장을 들고 튀는 일도 발생했다. 같은 날 발생한 다른 종목 주주총회의 경우, 사측은 밀실에서 위임장 검표를 진행하며 주주들의 참관을 막았다. 주주연대 측 변호사는 검사인에게 주주의 위임장 검표를 부탁했지만, 사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윽고, 봉인된 위임장을 들고 경호원 1명이 뒷문을 통해 줄행랑을 치기 시작했고, 사전 준비해 둔 차량을 타고 도망가는 일도 발생했다. 20%p가 넘는 지분율 차이가 발생했음에도 패배하기도 했다. 지난달 6일 코스닥 상장사 와이엠 주주총회의 경우에는 소수주주의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47%의 소수주주들이 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합심해 전자적 의결 과정을 거쳤음에도 28.11%만 보유 중인 현 경영진이 19%p가량 지분율이 뒤졌음에도 승리를 거뒀다는 의미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분쟁 건의 경우, 제3자를 주주총회의 의장으로 선임하는 것을 의무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의장의 농간에 의해 주총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상법 개정의 필요성을 보완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결정은 이미 불법"이라며 “비례적 이익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1000원 가치가 있는 기업이 230~340원에 거래된다면 당연히 인수합병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며 저평가된 기업에 대한 적대적 M&A가 오히려 기업가치 정상화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는 “과도하게 평화적인 시장 분위기가 오히려 문제"라며 기업 가치의 저평가 상태를 방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이는 재계가 주장하는 '경영권 방어' 논리가 오히려 기업 가치 제고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다. 또 이 대표는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라는 뜻 아니냐. 주주들의 이익이 회사의 이익이 되는 게 기본"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 주식을 못 믿는 건 슬프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박기범 기자 partner@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돌아와요 동학개미”…밸류업·좀비기업 퇴출 등 펀더멘털 바꿔야

최근 국내 주식 대신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국장을 이탈하는 '서학개미'가 많아진 데는 12.3 계엄사태 이후 확대된 정치적 불확실성, 밸류업 부진에 따른 국내 증시 저평가 심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개미의 발걸음을 돌리기 위해선 약해진 증시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1월2일~12월19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개인투자자는 5조2239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순매도세를 이어갔다. 월별로 살펴보면 2·3·6·7·12월은 순매도를, 1·4·5·8·9·10·11월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불과 3년 전만 하더라도 개인 투자자가 증시 상승을 이끌어왔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 2021년은 주식투자 열풍에 힘입어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났던 해로 개인투자자는 같은 해 코스피에서 47조490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듬해인 2022년 개인 순매수 규모는 더 늘어나 65조9024억원에 달했다. 반면 국장을 떠난 개미들은 미국 증시로 눈을 돌리는 양상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미국 주식의 국내 거래액(매수+매도액)은 634억9525만달러(약 92조원)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1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들이 국내 증시를 외면하는 이유는 국내 증시가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에서는 상장사들이 쪼개기 상장 등의 방식으로 대주주의 이익만을 좇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하락하고 주주들은 손해를 입게 되면서 국장을 떠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은 각각 8.7%, 22.1% 하락한 반면 나스닥 시장은 31.3% 상승했다. 한국 시장에 투자하면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셈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주식은 투자했다가 주가가 하락해도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신뢰가 깔려 있다"며 “하지만 국내 주식은 주가가 올라도 언제 또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팽배해진 상황으로 신뢰가 사라졌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금융당국도 국장 살리기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달 16일 열린 '긴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에서 “밸류업과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자본·외환시장 선진화 등 주요 정책 추진을 서두르겠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도 밸류업 정책을 지연 없이 일관되게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이 일환으로 한국거래소는 밸류업 지수 리밸런싱을 통해 KB금융,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KT, 현대모비스 등 5개 종목을 지수에 신규 특별 편입키로 했다. 3000억원 규모의 2차 밸류업 펀드도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와 거래소가 추진 중인 '2025년 자본시장 퇴출 제도 개선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해당 제도는 좀비기업 시장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요건을 강화해 좀비기업들을 즉각 퇴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다. 이르면 내년 초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국회도 지난달 10일 본회의를 열고 금투세 폐지안을 통과시키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소 해소에 힘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 이탈을 막을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증시 부양뿐만 아니라 증시로의 자금 유입은 국내 산업 생태계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단 이유에서다. 주가가 올라 증시가 활발해지면 기업들이 자금 유입하기 수월해지고 이는 다시 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국내 증시는 주가 하락으로 자금 유출이 심화되고 기업들이 자금 조달을 하기 어려워지면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하는 악순환에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지수가 이미 지나치게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는 증시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에서다. 특히 장기적인 관점에서 트럼프 수혜 업종과 밸류업 섹터의 회복에 주목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 대한 불안한 시각과 비관이 팽배해지면서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증시 체력이 약해진 점은 부담"이라면서도 “비관 속에서도 주도주는 나타나기 때문에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트럼프 2기를 맞아 트럼프 정책의 수혜 업종을 공략해야 한다"며 “조선업, K-푸드, K-팝, 우주밸류체인 업종 등이 조명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재운 대신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섹터의 경우 회복 수준이 아직 높진 않지만 향후 정권 차지 경쟁에서 중요한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통신주처럼 실적 안정성과 주주환원에 대한 신뢰가 쌓이면 가격이 회복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K-반도체 ‘도약과 위기 사이’ …AI가 생존 갈림길

2025년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AI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D램·낸드플래시 중심의 메모리 시장이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초고성능 제품 위주로 재편되는 가운데,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기회와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특수에 대응해 차세대 제품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미중 갈등 심화와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 국내 정치 불안으로 인한 산업 지원 차질 등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해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지키며 AI 시대의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올랐다. 1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가 6971억8400만달러로 11.2%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AI와 고성능컴퓨팅(HPC) 수요 증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도 2025년 HBM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65% 성장한 243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호재다. SK하이닉스는 2025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각각 HBM3E 16단, HBM4를 공급할 계획이며, 삼성전자도 HBM3E와 HBM4로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청주 M15X 공장에 5조3000억원을 투자해 HBM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본격적인 AI 시대를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는 2042년까지 약 300조원을 투입해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 P3 라인에 이어 P4 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며, SK하이닉스도 용인에 신규 팹 건설을 준비하고 있다. 이 클러스터가 완성되면 월 770만장의 웨이퍼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글로벌 장비업체들의 한국 진출도 활발하다. 네덜란드 ASML은 화성에 차세대 EUV 장비 제조를 위한 R&D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미국 램리서치는 용인에 반도체 R&D 시설을 확장한다. 일본 도쿄일렉트론도 2026년 가동을 목표로 용인에 네 번째 R&D 센터를 건설 중이다. 반도체 인재 양성도 본격화된다. 정부는 2025년까지 15만 명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연간 2000명, 1500명의 반도체 전문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용인·평택 반도체 클러스터 내에는 반도체 특성화대학도 설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미중 갈등에 따른 규제 강화는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한국 기업들의 사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우시 공장과 삼성전자의 시안 공장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창신메모리를 중심으로 구형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대만은 TSMC를 앞세워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주를 이어가고 있으며, 싱가포르도 글로벌 반도체 기업 유치에 적극적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한 것도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강화될 경우,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윤석열 정부의 계엄-탄핵 사태로 인한 정치적 불안정은 반도체 산업 지원에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특히 직접 보조금 지원을 명시한 '반도체 특별법'과 투자세액공제 특례 연장 등 주요 지원 정책의 처리가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도체 특별법은 최대 8조원 규모의 보조금 지원을 담고 있어, 처리가 늦어질 경우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한국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자급률은 5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연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일본과 미국의 기술 격차를 단기간에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며 “특히 HBM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2025년 한국 반도체 산업은 AI 수요 증가라는 기회와 대내외 리스크라는 도전 속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정치적 불안정을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산업계와 정부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리이그나이트 코리아] ‘연 360조 규모’ 국제 배출권시장 첫발…韓, 자발적 감축시장 활성화 나서야

지난해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기후협정 6조가 합의됨에 따라 탄소 감축을 본격적으로 시장화, 산업화 할 수 있는 '국제 배출권시장'이 본격 출범을 앞두게 됐다. 연간 2500억달러(약 363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 시장을 잡기 위해 우리나라도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파리기후협정 6조는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기 위해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가운데 6.2조는 국가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자율적으로 거래할 수 있는 규정이고, 6.4조는 시장 기반의 중앙집권체제의 탄소거래 메커니즘, 즉 국제탄소시장 설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국제배출권거래협회는 이번 합의를 통해 연간 2500억달러 규모의 거래와 50억톤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제 배출권시장은 각국이 감축 노력과 성과를 공유하며,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국제 협력의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역시 배출권 거래제와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기업이나 기관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확보한 탄소 크레딧을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산림 조성, CCUS(탄소 포집·저장·활용) 등 다양한 탄소 감축 사업을 통해 배출권을 생성하고 이를 필요로 하는 기업들에게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배출권 거래제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들도 탄소 감축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해 배출권 시장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국제 배출권시장에 발맞춰 제4차(2026~2030년)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수립 중이다. 이 계획은 국내 감축 목표 달성을 넘어 국제 배출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유상할당 확대와 배출허용총량 설정 등 실효성 있는 정책 개선을 포함하고 있다. 배출권 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대표적 정책으로, 배출량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고 이를 초과하거나 남은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게 설계됐다. 이를 통해 경제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감축 유인을 강화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배출권 거래제의 유상할당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아 시장 기능이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배출권의 무상할당 비율이 높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은 줄어들지만, 시장에서 배출권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감축 유인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도구로 자리 잡으려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상준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국내 배출권 거래제가 강화될수록 제품 단가가 상승해 해외 시장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보호무역과 친환경 정책 간의 상충 관계를 면밀히 고려해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호무역이 강화될 경우, 환경 규제와 시장 접근성 간의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며, 이는 국제 시장 참여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교수는 “유상할당을 확대해 배출권 거래제의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이 감축 여건에 맞춰 대응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보장해야 한다"며 “국내 배출권 시장은 국제 시장과의 조화 속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고 시장 안정화 장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어, 유럽연합(EU)은 시장 안정화 매커니즘(MSR)을 통해 배출권 초과 공급 문제를 해결하며 가격 변동성을 줄여왔다. 한국도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자발적 감축시장의 역할도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기업이 국내외에서 시행한 온실가스 감축 활동에 대해 배출권을 인정받는 방식으로, 국제 시장에서도 그 활용도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 교수는 “국내 기업이 자발적 감축시장을 통해 국제 배출권 시장에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자발적 감축시장이 활성화되면 한국의 기술력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발적 감축시장은 해외 프로젝트와 연계해 한국 기업들이 온실가스 감축 성과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방식을 제공하고 있다. 이 시장은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감축한 온실가스를 국제 기준에 따라 배출권으로 인정받는 방식으로 운영되며, 특히 국제 국제 배출권 시장은 연간 약 250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며, 온실가스 감축과 경제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국제 협력의 장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제4차 배출권 거래제 기본계획을 통해 배출허용총량 설정, 유상할당 확대 등 국내 배출권 시장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자발적 감축시장을 활성화함으로써 국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감축 성과를 배출권으로 전환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국제 배출권 시장은 각국의 감축 노력을 연계하며 글로벌 협력을 촉진하는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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