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에너지산업 결산 | 가스업계] 수급불안·도입경쟁 과열 속

[에너지경제신문 김연숙 기자] 가스업계는 올 연초부터 이상기후에 따른 한파 등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는 등 심상 찮은 출발을 보였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글로벌 천연가스 생산·공급 감축까지 겹쳐지며 LNG 수급에 차질 빚었다.반면 한국가스공사 당진LNG기지 사업이 닻을 올리고 민간사·발전사 등에서 LNG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는 한편,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 아래 민간 에너지기업들이 수십 조 원에 이르는 수소사업 투자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1월 아시아 지역 LNG 가격이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보다 더 높은 수준을 기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아시아 시장에서 LNG 현물가격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상승한 30달러/MMBtu를 넘어섰다. 일부 카고의 경우 40달러/MMBtu에 근접한 가격으로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보다 높은 수준이다. 이러한 가격 급등은 수급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평년 대비 낮은 기온 때문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 1월 초까지 동북아시아 LNG 수요는 전년 동기대비 20% 가량 증가했다. 일본의 낮은 원전 재가동률과 우리나라의 석탄화력 출력제한 등으로 가스 수요 상승을 더욱 촉발한 것으로 분석된다.동절기 이상 한파 등으로 천연가스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정부는 천연가스 수급관리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9월 가스도매사업자(가스공사)가 비축해야 하는 천연가스의 양을 해당절기 하루 평균 내수판매량의 7일분에서 9일분으로 상향했다. 또 가스공사는 LNG 불용재고를 제외한 실제 가용할 수 있는 물량을 기준으로 비축의무량을 산정, 비축하도록 했다. 민간사 등 LNG 직수입자에게도 천연가스 수급에 대한 비상 위기 시 산업부가 직수입자에게 수급조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가스 수입에 대한 공기업과 민간기업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졌다.가스공사가 주도하는 발전용 천연가스 개별요금제가 연이은 계약 성사로 성과를 얻었다. 가스공사는 지난해 한국지역난방공사를 시작으로 올해 내포그린에너지, 한주발전, CGN율촌전력 등 여러 사업자들과 잇따라 공급계약을 맺으며 공사가 공급하는 개별요금제를 확대했다. 계약체결이 성사된 개별요금제 물량 규모는 연간 180만 톤 수준이다.직수입사업자의 공세도 만만찮다. 전체 산업용 가스 소비에서 LNG 직수입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0.0% 수준에서 2020년 31.5%, 2025년 40%를 초과할 것으로 기대된다.액화석유가스(LPG) 업계의 고전은 올해도 지속됐다.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를 단행했지만, 유종별 정률로 동일하게 유류세가 인하돼 LPG가격은 오히려 적게 인하되는 역차별이 발생해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기대를 모았던 LPG 셀프충전 허용 법안의 국회통과는 올해도 무산됐다. 내년에는 환경부 LPG차량 보조금 지원예산이 현행 절반 수준인 200만 원으로 삭감되고, 지원 규모도 2만5000대에서 대폭 줄어들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업계의 고심은 깊어만 가고 있다.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민관의 노력은 올해도 이어졌다.정부는 지난달 ‘청정수소경제 선도국가’로의 도약을 목표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지난 2월 수소법 시행 이후 정부가 발표한 첫 법정 기본계획이다. 발표를 통해 정부는 △그린·블루수소 생산·도입 △수소 유통인프라 확충 △수소발전·모빌리티·수소산업공정 확산 △수소 클러스터·도시·규제특구 육성 △수소안전·기술개발·국제협력 등 15개 과제 추진계획을 밝혔다. 2050년 연간 2790만 톤의 수소를 100% 청정수소(그린블루수소)로 공급하고, 국내 생산은 물론 우리 기술·자본으로 생산한 해외 청정수소 도입으로 청정수소 자급률도 60% 이상 확대할 계획이다. 가스공사는 2030 수소사업 계획 및 비전 발표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총 사업비 3조3140억 원을 투입해 83만5000톤 규모의 수소생산 인프라를 갖추고 전국에 총 152개의 수소충전소를 구축키로 했다.현대차·SK·포스코 등 15개 기업들은 지난 9월 한국판 수소위원회인 ‘코리아 H2 비즈니스 서밋’을 출범시키며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 투자규모는 SK 18조5000억 원, 현대차 11조1000억 원, 포스코 10조 원, 한화 1조3000억 원, 효성 1조2000억 원, 중소·중견기업 약 1조 등 수십 조 원에 달한다.youns@ekn.kr광양 포스코 LNG 생산기지 전경.

[2021 에너지산업 결산 | 재생에너지업계] 공급 확대 속도전에도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가 탈탄소 정책 목표에 따라 올해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대폭 늘렸지만, 그 내실은 여전히 부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생에너지 중 태양광과 연료전지 중심으로 기형적인 성장을 보였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소규모 태양광이 늘어나면서 전력 공급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논란이 일었다. 연료전지는 늘어났지만 관련 제도를 위한 법은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올해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감축목표(NDC)를 확정해 구체적인 탄소감축 목표를 정했다.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비율 상한선과 목표량을 올려 신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을 더욱 늘리도록 했다. 보급 목표에 맞게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제도를 정비했다. 처음으로 국내에서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을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RPS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발전사들에게 생산하는 전력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생산하도록 하는 제도다.이처럼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 목표를 위해 큰 틀을 세웠다. 하지만 확대를 뒷받침하고 관리할 구체적인 제도 마련은 아직 미비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큰 장애물 중 하나로 꼽히는 건 지방자치단체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설치 구역을 제한하는 이격거리 규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꾸준히 지적돼온 사안이지만 이를 해소할 방안은 결국 올해 나오지 못했다.정부 정책의 허점을 이용해 특혜를 얻으려는 시도도 나왔다. 태양광 발전사업인 소형태양광고정가격계약(FIT)으로 과한 혜택을 받고자 가짜 농민 등 편법을 이용한 사례다. 이를 두고 정부는 규제 방안들을 마련했지만 업계에서 반발해 아직 결판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 RPS 의무비율 표 (단위: %)연도22년23년24년25년26년의무비율(%)12.514.517.020.525.0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태양광·연료전지 중심 기형적 성장…풍력은 지지부진28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설비용량 3517MW의 태양광이 보급돼 지난해 1만4644MW에서 24.1%, 연료전지는 109MW로 지난해 628MW에서 17.% 성장했다. 반면 풍력은 올해 설비용량 65MW 늘어나 4.0% 성장한 데 그쳤다.올해 늘어난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과 연료전지가 중심이었다.태양광이 계속 늘어나면서 투자한 만큼 전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 논쟁이 시작됐다. 정치권에서 전력 소비량이 가장 많은 피크시간 때 태양광이 전력공급원으로서 역할을 얼마나 하는지로 주장이 갈렸다. 여권에서는 태양광이 여름철 전력피크시간인 오후에 전력소비량을 흡수했다고 주장했고, 야권에서는 태양광이 전력피크시간에 기여하는 바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비계량 태양광이 논쟁에서 변수로 작용했다. 태양광이 확대되는 과정에서 발전량이 전력시장에서 집계되는 태양광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발전량이 통계에 잡히지 않는 ‘비계량 태양광’도 함께 늘어났다. 이 태양광은 보통 소규모 태양광으로 생산한 전력을 가정에서 사용한 전력에서 차감해 전기료를 할인받는 구조로 전력피크시간에 톡톡한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태양광을 두고 정치권에서 논쟁이 계속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비계량 태양광에서 나오는 전력량을 정확히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전력거래소에서는 지난 8월부터 ‘전력정보 앱’을 통해 비계량 태양광 발전량 추계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 추계 통계는 정확히 발전량을 측정하는 게 아닌 설치된 태양광의 설비용량과 발전시간을 추정해서 구한다. 연료전지를 확대를 위해서는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수소법)이 필요하지만 관련 법안이 올해 결국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연료전지는 지금은 액화천연가스(LNG)로 발전하고 있지만, 수소를 활용해 발전하는 수소연료전지로 도약하는 게 목적이다. 정부는 연료전지를 RPS에서 분리해 수소발전의무화(HPS)로 육성하고자 한다. 관련 내용이 담긴 법안이 수소법이다. 업계서는 수소법이 통과되고 HPS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윤곽이 드러나야 연료전지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여당에서는 재생에너지를 통해 만든 수소인 그린수소를 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본다. 생산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를 얼마나 HPS에서 인정해주고, 그린수소로 전환하도록 유도할 법을 만들 것인지가 수소법을 둘러싼 핵심 논란이다.◇ 탄소중립 위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시나리오 마련…관련 제도는 미비올해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숙원이었던 RPS 의무공급비율 상한선 상향이 이뤄졌다. 정부는 상한선을 10%에서 25%로 상향하고 내년 목표 의무비율도 10%에서 12.5%로 상향했다. 지난해 RPS 의무공급비율은 9%였으나 상한선이 10%로 묶여있어 더 이상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늘어날 여력이 없었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업계기 요구했던 RE100 이행방안도 마련됐다. K-RE100이라는 이름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구매계약(PPA)를 통해 직접 생산한 전력을 기업에 팔 수 있게 됐다. 한국전력의 전력 판매 독점이 깨진 것이다. 일반 REC 거래시장을 통해 기업들에게 REC를 판매할 길이 열렸다.이처럼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할 큰 기틀을 마련했지만 아직 이를 뒷받침할 관련 제도는 아직 미비한 것으로 분석된다.현재 지자체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이격거리 규제를 조례로 마련해 지방에 신재생에너지 설치를 제한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이 설치를 반대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신재생에너지 협단체들이 모여 만든 재생에너지산업발전협의회에서 관련 규제를 해소해달라며 정부와 국회 등에 요구하고 있지만 아직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K-RE100에 인센티브 등 기업들 참여를 유도할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직 국내에 비싼 신재생에너지 전력 가격으로 기업 참여가 저조한 상태다. PPA를 맺은 기업은 나타나지 않았고 일반 REC 거래시장도 충분히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산업부는 관련 인센티브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지난 10월 발표한 상태다.농어촌에 소규모 태양광 사업자를 보호할 목표로 만든 FIT 제도에는 각종 편법이 드러나 이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한 한 해였다. 정부는 올해 초 FIT 공고 발표 시기를 점점 늦추다가 한 사업자당 FIT에 참여할 수 있는 태양광 개수를 제한하기에 이르렀다. 한 사업자가 다수의 FIT를 보유한 사례를 포착해서다. 처음에는 한 개까지도 제한하려 하다가 업계의 반발 등으로 3개로 제한하는 걸로 타협했다. 하지만 농사를 제대로 짓지 않은 도시거주민이 FIT에 참여한다는 문제도 드러나면서 거주지에서부터 30km까지의 태양광만 FIT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진 중이다. wonhee4544@ekn.kr전남 영광군 백수읍에 있는 ‘영광태양광 발전단지’. 사진= 오세영 기자

[2021 에너지산업 결산 | 전력업계] 주력 석탄발전 감축·재생에너지 확대…"탄소중립 등 정책사업 수행에 허리 휘어"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공사와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 등 발전 공기업은 올해 정부의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문재인 정부 내내 탄소중립 등 정책사업이 쏟아지면서 이를 앞장 서 추진해온 전력 공기업들엔 올해 만큼 부담스러운 해도 없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올해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와 대통령선거 및 지방선거를 1년 여 앞두고 시작됐다. 정책 추진에 정치적 요인의 개입 가능성이 커지는 시점이었다. 정부의 국정운영 결과에 대해 총체적 평가를 받게 되는 대선을 앞두고 성과를 챙겨야 하는 정부로선 새로운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거나 기존 역점 국정과제의 추진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다.특히 정부가 2020년 10월 갑자기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과 출범 초부터 주요 국정과제였던 에너지전환 등 추진에 올해 들어 고삐를 죈 것도 다름 아니었다. 올해는 2050년 탄소중립 추진 원년이었다. 온통 탄소중립 화두가 발전부문을 중심으로 산업계를 강타했다. 탄소중립 기본법 제정,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조정,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발표 등으로 정부의 탄소중립 추진 움직임은 숨 가쁘게 이뤄졌고 산업계에선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전력 공기업들은 이 탄소중립 추진의 최대 영향권에 놓였다. 정부 정책을 뒷받침할 수 밖에 없는 공기업으로서 탄소중립 추진의 전위에 섰다. 그러나 전력 공기업들은 탈석탄 정책에 따라 주력사업인 석탄화력 발전의 비중을 줄여왔다. 대신 발전 효율성은 낮은 반면 비용은 높고 정부 재정 의존적인 재생에너지 확대에 많은 힘을 쏟았다.또 발전 연료비 변동에 따라 전기요금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하고도 연료비 고공행진에 따라 전기요금을 잇따라 올리지 않으면서 수익구조가 취약해졌다.경영에 타격을 받으면서 정책 사업 추진의 기반이 허약해지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26일 상향된 2030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30년 전체 전력에서 차지하는 석탄발전의 비중은 21.8%로 2018년 41.9%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도 26.8%에서 19.5%로 축소된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비중은 6.2%에서 약 5배 많은 30.2%까지 높아진다. 2050년에는 석탄발전을 아예 전면 폐기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석탄화력발전이 주력 사업인 발전 공기업 5사는 회사의 존립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발전비용이 저렴한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면 발전사들은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이들 공기업은 석탄발전 전면 폐지와 대규모 해상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사업 개발을 주도하고 탄소중립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한전은 지난 주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개최한 ‘에너지공기업 탄소중립 간담회’에서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과 함께 신재생에너지 대폭 확대, 전력망 선제적 구축 등을 통해 전력 생산의 ‘탈탄소화’를 적극 선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탈석탄·연료비연동제 유명무실 재무부담 속 정책과제 산적한전과 발전공기업의 고민은 주요 수입원인 석탄화력발전 폐쇄와 재생에너지 투자확대, 내년 한국에너지공과대학 개교 등 잇단 정책사업 강화로 갈수록 재무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은 올해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도입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계속된 연료비 상승에도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또 다시 동결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를 스스로 무력화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나아가 한전의 누적된 비용상승이 급기야 3분기만에 1조원대 적자 전환으로 이어졌다.내년에도 국제유가 등 연료비 상승,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비용, 환경비용 등 증가로 이익 감소 또는 적자가 전망된다. 중장기적으로 한전 수익 기반 확충을 위한 방안이 마땅찮아 한전의 재무구조 개선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발전 공기업들은 일제히 정부의 탈(脫)석탄·탈원전 정책에 따라 "발전소 운영의 변동성이 커졌으며 이로 인해 수익구조 유지가 어렵다"는 공시를 내는 등 우회적으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 이들 공기업이 올해 국정감사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전망 및 계획’ 자료에 따르면 이들 회사는 2025년까지 단 한 곳도 빠짐 없이 2조∼3조 원씩 부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한 발전 공기업 관계자는 "정책 수행을 위한 재무구조 악화와 기업가치 하락, 에너지 안보 약화 등은 무시되고 있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연료전지·대규모 재생에너지·지능형 전력망 보강정부는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2020~2034년)에 따라 2034년까지 태양광·풍력·연료전지·바이오 등 신재생에너지 설비에 총 39조 3054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전은 최근 ‘2022~2026년 중장기 경영목표’에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인프라 확대와 대규모 재생에너지 공급, 밸류체인 형성을 위해 한전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2026년까지 태양광·해상풍력 등 신재생 발전 설비용량을 1102.9㎿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발전 공기업들은 앞다퉈 연료전지발전을 확대하고 있다.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연료전지 발전 비중을 최대 10.1%로 잡고 있다. 안정성과 온실가스 배출, 경제성 등으로 여전히 지역주민 반대와 집권당 내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전 공기업들은 탈석탄으로 인한 재무부담 악화 속에서 정부정책에 따라 단기간에 재생에너지를 늘리기 위해서는 연료전지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또 민간기업 참여만으로는 활성화가 어려운 대규모 해상풍력이나 차세대 태양광 등 자본·기술집약적 사업 개발을 주도할 계획이다. 암모니아, 그린수소 등 수소 기반 발전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급속히 증가하는 재생에너지를 적기에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수송하도록 전력망도 선제적으로 보강하기로 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유연성 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복잡성이 높아지는 전력망의 최적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능형 전력공급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의 증가에 대비해 다양한 수요감축 프로그램 운영, 에너지효율 기술 개발 등으로 에너지 소비효율을 높이고 전력 수요의 분산화도 촉진할 방침이다.한전 관계자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선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37%를 차지하는 발전 부문의 탄소배출 제로화와 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등이 필수"라며 "전력산업 밸류체인 전 과정에 걸쳐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일각에서는 정책 과제 이행을 위해 공기업에 무리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재생에너지로 급격하게 전환할 경우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부담금과 발전원가, 송배전망 설비 투자 비용이 전기요금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며 "현재 송배전망이 마련되지 않아서 재생에너지 발전기를 설치하고도 접속대기물량이 2년 정도 걸리는 경우가 있다. 재생에너지 송전비용은 기존 화석연료 발전보다 3배 이상 비싸 전기요금 인상 없인 한전의 적자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jjs@ekn.kr2050 탄소중립을 설명하는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정승일 한국전력 사장 등 전력 공기업 사장들이 지난 11월 1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빛가람 국제 전력기술 엑스포 2021’(BIXPO 2021)에서 탄소중립 비전을 선포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승우 한국남부발전 사장, 김호빈 한국중부발전 사장, 박상형 한국수력원자력 부사장, 정승일 사장, 김회천 한국남동발전 사장, 박형덕 한국서부발전 사장, 이승현 한국동서발전 부사장.

[2021 에너지산업 결산 | 원전업계] 탈원전에서 탄소중립으로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원자력업계는 2021년에도 다사다난했다. 2017년 문 대통령은 취임부터 시작된 ‘탈(脫)원전’ 정책은 올해 정부 2050탄소중립 시나리오, 탄소중립 기본법, 2030 국가온실가스배출목표(NDC) 상향 등 에너지전환 법제화로 이어졌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의 전환’이라는 정부의 의지와 계획은 올해도 강력하게 추진됐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 공정률 30%, 예산 2조원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중단시킨 것은 물론 안전강화에 이미 7000억원이 집행된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건설지역 지원금·협력사 배상비용 등에 1조원이 들어간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원전 건설도 무기한 연기시켰다. 정부는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2034년까지 국내 원전을 25기에서 16기로 축소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나서 인도와 체코, 폴란드, 사우디 등에서 원전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에도 착수했다. 동시에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에서(K-텍소노미)에서는 원전을 제외하는 등 모순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원전업계 관계자는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원전업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적자 심화로 전기료 할인을 폐지하고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고도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등 국민 갈등과 사회적 혼란만 야기시켰다"고 지적했다. K-텍소노미서 원전 제외, 수출·해체·SMR 예산확보도 불확실 텍소노미가 확정되면 앞으로 원전 건설과 해외수출 등의 과정에서 금융지원에 차질이 예상된다. 원전 업계는 생태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상황인데 택소노미서 제외하는 것은 대못을 박는 격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했는데 이로 인해 원전 기자재·설계업체들은 지난해로 일감이 끊긴 상태"라며 "원전 수출에 성공해도 일감은 4~5년 뒤에야 떨어져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전업계는 ‘원전을 급격히 줄이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산업이 붕괴되니 속도를 늦춰달라’고 호소하고 있는데 정부는 ‘정책 수정 불가’라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여기에 해외 원전 수출도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상황"이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한편 탄소중립을 주도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서도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큰 상황이다. EU는 당초 22일 텍소노미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서둘러 결정한 것도 비판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한편 원전해체와 소형모듈원전(SMR)관련 사업예산도 줄어들 전망이다. 두 예타 사업은 향후 우리나라 원전산업 기술개발의 핵심 과제다. 23일 정부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부터 2030년까지로 예정된 ‘원전해체 경쟁력 강화 기술개발사업’ 예타안 예산을 5666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 사업 예타안의 8712억원보다 3000억원 넘게 줄어든 규모다. 원전 업계는 이로 인해 정부 원전 해체산업 핵심인 ‘원전해체연구소’와 ‘중수로해체기술원’에 쓰일 핵심 장비를 반입하기 위해 원전해체 기술개발 사업 핵심장비를 위한 예산도 부족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 외에도 산업부와 과기부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i-SMR) 기술개발사업’ 본 예타 심사를 받고 있다. 예타안은 5832억원이 책정됐다. SMR 4기를 배치하면 화력발전 1기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용량과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현재 책정된 예산규모대로 확정될지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차기 정부에서 텍소노미·탈원전 번복할 수도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51%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국제 사회에서 앞장서 무리수를 둘 필요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임기말 무리수를 두는 이유는 거대 여당이 국회를 틀어쥐고 있는 현실에서 일단 법제화를 해놓으면 차기 정부도 탈원전 기조를 바꾸지 못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라며 "택소노미 실행은 차기 정부의 몫인데 EU가 만약 원전을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규정하는 경우 차기정부가 이를 번복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실제 유력 차기 대통령 후보인 윤석열, 이재명 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선을 긋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22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에 문제가 있었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재명 정부의 원전 정책은 감(減)원전 정책"이라면서 "이미 가동하고 있거나 건설 중인 원자력 발전소는 그냥 계속 지어서 가동 연한까지 사용하되 신규로 새로 짓지 않겠다"고 말했다.환경단체 관계자는 "여야후보 모두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만족하지 않는 이런 정책을 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지 냉정히 살펴보기 바란다"며 "어설픈 조율과 타협은 결국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쳐버리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는 점을 정부와 청와대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선 앞두고 월성1호기 재판 결과 나올지 주목 한편 월성1호기 경제성 조작과 관련해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의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이 사건의 판결이 대선 전에 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은 윤석열 후보가 검찰총장일 당시 ‘살아있는 권력’을 향해 수사를 진행했으나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로 지지부진하다 복귀 하루 만에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지난해 12월 23일 기소됐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월성1호기 조기 폐쇄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4월 초 ‘월성1호기 영구 가동 중단은 언제 결정 하느냐"고 청와대 참모들에게 물은 뒤 당시 채 전 청와대 산업정책비서관, 백 전 장관, 산업부 간부 공무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등으로 이어지며 전격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경제성 조작이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1일 대전지법 재판부의 심리로 3차 공판준비 절차가 진행됐으며 다음 공판준비는 내년 1월 25일로 예정돼있다. 대선이 내년 3월 9일인 만큼 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대선정국 내내 불거질 전망이다.jjs@ekn.kr월성1호기 전경.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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