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법안 와치] 스테이블코인 발의안 4건…자기자본 요건 5억이냐, 50억이냐

지난주 세계 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의 총괄 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한국은행 총재, 4대 금융지주, 가상자산 업계 경영진을 폭넓게 만났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국내에선 입법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지만, 진척은 더딘 상황으로 신사업 진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한국을 찾은 서클(Circle)의 히스 타버트 총괄사장은 '국빈급 방한'을 마치고 돌아갔다. 타버트 사장은 이틀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고위급 임원, 국내 3대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 임원진과 만났다. 타버트 사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시작된 한국에서 사업 기회를 살펴보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보인다. 테더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서클은 최근 유럽과 일본 등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서클은 유로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EURC를 발행했고, 출시를 앞둔 엔화 스테이블코인 JPYC에도 투자를 단행했다. 서클은 한국 업무를 맡을 인력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부안을 낼 금융위원회 조직 개편이 미뤄졌다. 국회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발행·운영 방식을 둘러싼 입장 차이는 여전하다. 27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서 '디지털자산' 관련 법안은 총 네 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안도걸·김현정 의원,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1건씩 대표발의했다. 금융위원회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요건, 담보 관리, 내부통제 체계 등을 포함한 정부안을 오는 10월 공개할 예정이다. 민병덕 의원이 낸 디지털자산기본법은 현재까지 발의된 법안 중 가장 폭넓은 범위에서 투자자 보호와 업계 요구를 담고 있다. 안도걸·김은혜 의원안은 스테이블코인에 특화해 자기자본 요건 등 안정성을 높이고 투자 상품·유통에 관한 규율을 넣어 금융시장 리스크를 줄이려고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현정 의원안을 보면 발행사는 스테이블코인 발행량의 100% 이상을 현금·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해외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국내에 유통하려면 금융위에 등록하고 보호 기금을 마련하도록 했다. 법안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요건, 이자 지급 가능성, 관리·감독 주체 등은 다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자기자본금 요건에 관해 민병덕 의원안은 5억원, 김은혜·안도걸·김현정 의원안은 50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마련하도록 했다. 자기자본금 요건에 따라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대기업·금융회사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에게 기회가 열릴 수도 있다. 한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논의가 활발한 건 좋은 일이지만 업계에선 어떤 법이 어떻게 제정될지 혼란스러운 것도 현실"이라며 “글로벌 사업자들이 한국을 기회의 시장으로 보고 움직이고 있는데, 국내 제도 논의가 늦어지면 신사업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치] 국힘, 경영권 방어·배임죄 완화 상법 개정안 잇따라 발의

국민의힘이 기업의 경영권 위축 우려를 반영한 상법 개정안을 속속 발의하고 있다. 재계에서 원하는 배임죄 기준 완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차등의결권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주주의 충실 의무 등의 입법 방향에 대응해 이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과 협상 참여를 강조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1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이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4건이다. 발의 일자순으로 대표 발의자는 고동진·최은석·송석준·신동욱 의원이다. 발의안은 공통으로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로 기업 경영 활동이 어려워진다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보완 입법의 성격을 띄고 있다. 재계는 지난달 상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 “추가적인 상법 개정이 해외 투기 자본의 경영권 위협에 우리 기업들을 무방비로 노출할 수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 악화와 기업 가치 하락을 초래하여 결국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에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배임죄 완화 등이 포함되어 있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가 사익을 추구할 의도가 없이 회사의 이익을 위해 한 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때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동진 의원은 발의안 제안 이유로 “대법원이 2004년 제시한 배임죄 특례의 '경영판단의 원칙'을 현행법상 반영하기 위해 규정을 명문화한다"며 “특별배임죄의 구성 요건도 '회사를 위한 임무를 위배한 행위'로 한정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2004년 대한보증보험 부실 지급보증 사건을 판결하면서 합리적인 경영상 판단일 경우 배임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운 후 이를 구체화해 왔다. △경영상 판단에 이르게 된 경위와 동기 △사업 내용 △기업이 처한 경제적 상황 △손실 발생과 이익 획득의 개연성 △충분한 정보 수집 △합리적 의사 결정 등을 고려했다. 송석준 의원은 기업 경영진의 형사처벌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 확대된 가운데 자칫 기업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반영했다. 송석준 의원은 제안 이유로 “새로 도입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에 맞춰 이사가 본인 또는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할 목적 없이 충실의무를 수행하던 중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가 발생해도 이를 형법상 배임죄, 업무상 배임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계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추진에 대해서도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같은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다면 경영권 보호 수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까지 자사주를 쓸 수 있는 자유가 어느 정도 있었는데 이게 줄어든다는 이야기"라며 “자사주를 살 사람이 앞으로 이걸 과연 사겠느냐"라고 했다. 최은석 의원은 △신주인수선택권 제도 도입 △차등의결권 주식 발행 허용 △거부권부 주식 도입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 상법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위협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최근 상법 개정으로 경영 안정성과 의사결정 효율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게 최 의원의 지적이다. 최 의원은 해외 주요국은 기업의 장기 전략과 경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여러 장치를 제도화했다고 소개했다. 최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차등의결권 주식과 신주인수선택권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일본도 최근 창업 기업을 중심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하고 주주권리계획(포이즌필) 등 방어 수단을 운용하고 있다. 최은석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로 “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및 거부권부 주식을 도입해서 경영권 공격과 방어수단 사이의 균형을 이뤄 경영권 경쟁을 보장하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여 이사의 경영활동을 보호하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회 의석 과반을 민주당이 차지한 만큼 국민의힘 의원안이 반영되려면 민주당과의 협상이 필수적이다. 배임죄 완화에 관해서는 민주당도 전향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30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 내 '경제형벌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과도한 형벌로 위축되지 않도록 배임죄 완화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한국에서 기업 경영 활동을 하다가 잘못되면 감옥에 간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 탓에 국내 투자를 망설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며 “신뢰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제적·재정적 제재 외에 추가로 형사 제재까지 가하는 것이 국제적 표준에 맞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기국회부터 (경제형벌 제도 개선을 위한) 본격적 정비를 시작해 '1년 내 30% 정비'와 같은 명확한 목표를 설정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사의 충실 의무를 다한 이사에 한해 배임죄를 삭제하는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얘기한 것이라 아마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치] 자사주 소각·집중투표제 ‘의무화’…민주당, 상법 개정 强드라이브

민주당은 이달 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이 포함된 상법 2차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다. 비슷한 시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안건을 두고 재계와 공개 토론회를 연다고 밝혔다. 상법 3차 개정 작업에 시동을 걸겠다는 취지다. 지난 7월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1차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대원칙을 세웠다. 이달 말 민주당이 처리하려는 상법 2차 개정안은 1차 개정안에서 세운 원칙이 이사회에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제도적 장치를 포함하고 있다. 기존에도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가 있었지만, 많은 기업이 정관을 통해 실효성을 무효화시켰다는 비판이 많았다. 가령, 2차 개정안에 포함된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이미 상법에 규정되어 있지만 강행규정은 아니라서 회사가 정관을 통해 적용을 배제할 수 있다. 대부분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다. 2차 상법 개정안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으로도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만드는 내용이다. 일반 상장회사는 기존대로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 수를 곱한 만큼 의결권을 갖고,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서 행사할 수 있는 제도다. 예를 들어 이사 3명을 선임할 때 1주를 가진 주주는 3표를 행사해 한 후보에게 집중 투표할 수 있다. 윤태준 주주행동플랫폼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만 적용되는 구조라서 소액주주가 모여서 주주 제안에 필요한 3% 이상을 모아 자력으로 이사를 추천하긴 쉽지 않다"며 “기관 투자자나 행동주의 펀드 등에서 제안하는 후보가 소액주주의 지지를 발판으로 좀 더 수월하게 이사회에 진입하는 경향이 나타날 것 같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은 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임하는 제도다. 현행 상법은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의무적으로 1인의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2차 개정안에는 의무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을 2인 이상으로 확대했다. 일반적인 이사 선임과 달리 처음부터 '감사위원이 될 이사'로 특정하여 별도 선발하는 방식으로,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3% 룰'이 적용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는 기업 경영의 핵심인 이사회에 많은 변화를 줄 전망이다. 집중투표제 의무화로 소액주주가 대주주에 대한 견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이사를 선임할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 의사결정 과정에 소액주주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분리선출된 감사위원이 2명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감사위원회가 대주주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감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용우 전 민주당 의원(전 한국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되면 일반 주주가 제안하는 이사가 더 많이 들어갈 것"이라며 “감사위원이나 사외이사는 애초 지배주주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인데 실질적으로 독립이사로서 견제하려면 지배주주의 영향권 밖에 있어야 독립성이 생긴다"고 말했다. 윤 소장은 “많은 기업이 회사가 추천하는 위원을 감사위원 분리 선출로 먼저 선임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2차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감사위원 분리선출로 뽑을 수 있는 이사의 숫자가 더 늘어나는 것이라 내년부터 소액주주 입장에서 더 중요한 이슈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같이 준비하고 있다. 이미 민주당 의원 중심으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관련 법안이 발의되어 있다. 오기형 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이달 말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과 관련한 공개 토론을 하고 필요하면 추가 간담회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김남근·민병덕·김현정·이강일 의원 등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자사주를 소각하는 기본 틀은 같지만, 소각 시기나 예외 조항 등이 다르다. 소각 시기가 가장 빠른 김현정 의원안은 '자사주를 취득 즉시 소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 시행 전 보유한 자사주는 6개월 이내 소각하도록 했다. 임직원 보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자사주 보유가 허용되는데 이때도 반드시 정기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남근 의원안은 자사주 취득 후 1년 이내에 소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직원 보상, 우리사주조합과 사내근로복지기금,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행사 등 필요한 경우 예외적으로 자사주 보유가 허용되는데 매년 정기주주총회 때 승인을 받도록 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상법 개정에 이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코스피 5000시대'를 향한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이 계속 추진되어야 한다"며 “자사주의 과도한 보유와 우호 세력에 대한 헐값 매각을 통해 주가가 하락하고 그 피해는 일반 주주가 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용우 전 의원은 “자사주 의무 소각은 2011년 이명박 정부 상법 개정 전에 원래 있던 원칙"이라며 “의무 소각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사의 충실 의무가 주주로 확대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특정인에게 유리하게 활용하면 충실 의무에 위배될 것이라 아주 급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자본법안 와치] 소수주주 권한 vs 경영권 방어…7·3 개정 이후 與野 ‘상법 전선’ 격화

7월 3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어 28일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2차 상법 개정안' 일부가 의결됐다. 여야가 잇달아 추가 개정안을 내놓는 등 '소수주주 권한 강화'와 '경영권 방어'를 둘러싼 '상법 전선'이 한층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통과된 법안을 기반으로 소수주주 권리를 더 넓히는 방향의 후속 입법을 밀어붙이는 반면, 국민의힘은 과도한 권한 확대가 기업 경영 안정성을 해친다며 방어 장치 강화를 골자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번 7·3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의 실질 강화(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 △자사주 의결권 제한 강화(의결권 있는 자사주 보유를 원칙적으로 금지) △집중투표제 도입 요건 완화 △주주제안권 요건 완화 등을 담았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측 의결권을 제한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를 차단하는 장치가 포함되면서 재계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통과 당시에도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와 '경영권 불안정 심화'라는 상반된 평가가 맞섰지만, 이후 여야가 내놓은 추가 법안들을 보면 갈등은 오히려 심화되는 양상이다.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월 3일 이후 상법 관련 추가 개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10여 건, 국민의힘이 2건 각각 발의됐다. 발의 명단을 보면 민주당에서는 김남근·이강일·이소영·민병덕·김현정 의원 등이 조국혁신당에서는 차규근, 신장식 의원이 국민의힘에서는 송석준·최은석 의원이 대표 발의자로 나섰다. 법안 수와 내용 모두에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민주당은 김남근 의원이 발의한 안에서 '상장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경우 취득일부터 1년 이내 소각 또는 처분을 의무화하고, 임직원 보상·우리사주조합 출연·전환사채 등 특정 목적일 때만 예외적으로 보유를 허용'하도록 했다. 이 경우에도 매년 정기주주총회 승인을 받게 하며,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해 지배력 남용을 방지한다는 구상이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또 다른 개정안에는 '취득한 자기주식을 6개월 이내 소각하고, 임직원 성과보상 등 예외적 경우만 보유를 허용하는 동시에 분할이나 분할합병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겼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자산총액 2조원 이상 대규모 상장사의 경우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도록 하고, 감사위원회위원 전원을 다른 이사들과 분리선출하도록 해 대주주의 이사 선임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국민의힘은 경영권 방어 장치 마련에 초점을 맞췄다. 최은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에서는 '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거부권부 주식 도입 근거를 신설하고 경영판단의 원칙을 법률에 명시해, 외국계 투기자본 등으로부터 경영권을 안정적으로 지키는 동시에 이사의 합리적 경영 판단이 불필요하게 문제되는 상황을 방지'하도록 했다. 송석준 의원이 발의한 또 다른 법안은 '이사가 충실의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본인이나 제3자에게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할 목적 없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배임죄로 처벌하지 않도록 하고,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와 중복되는 특별배임죄 조항을 삭제해 과도한 형사책임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여야가 이렇게 첨예하게 맞서는 배경에는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있다. 민주당은 '주주자본주의' 흐름 속에서 경영진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지나친 규제'가 기업 투자를 위축시키고 장기 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일부 대기업에서 자사주를 사실상 경영권 방어용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소액주주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않으면 기업지배구조 개혁은 껍데기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기업이 장기적 비전을 추진하려면 안정적인 경영권이 필수"라며 “외국계 투기자본이 단기 차익을 위해 지배구조를 흔드는 상황을 막는 것이 국가 경제를 지키는 길"이라고 맞섰다. 향후 논의 과정에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 여부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과 3%룰 적용 범위 △집중투표제 의무화 범위 △차등의결권·거부권부 주식·신주인수선택권 도입 필요성 △배임죄 적용 범위 조정 등이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각 쟁점은 주주 권리와 경영권 안정성 사이에서 정반대 방향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절충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여야 모두 9월 정기국회 전까지 입법 성과를 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어, 상법 개정 전선은 당분간 계속 달아오를 전망이다. 특히 7·3 개정안이 시행되기 전부터 추가 개정안을 통한 방향 설정이 이뤄진다면, 상법 체계 전반에 걸친 '힘겨루기'가 장기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윤수현 기자 ysh@ekn.kr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