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전되면 괜찮다?”…국제유가 150달러 전망 나오는 이유는 [美·이란 전쟁 한달]

미국·이스라엘의 전격적인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한 달째를 맞은 가운데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시장이 이번 충돌에서 비롯되는 위험을 여전히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롭 카피토 블랙록 회장은 26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금융 및 혁신 심포지엄'에서 “전쟁이 조만간 끝나더라도 성장률은 최대 2%포인트 하락할 수 있고 인플레이션은 이와 비슷한 폭으로 상승할 수 있다"며 “내일 당장 종전이 발표되더라도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공급 차질이 일주일, 6개월, 1년 지속된다면 내가 투자한 기업들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 것인가"라며 “사람들이 이러한 가능성을 외면한 채 낙관적인 결과를 전제로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카피토 회장은 또 “과거에는 이런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단기채와 금을 사며 주식을 공매도하는 전략이 통했다"며 이번 전쟁에서 나타난 시장 반응의 불균형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실제로 미 뉴욕증시를 대표하는 S&P 500 지수는 이달 들어 약 4% 하락한 반면 대표적 안전자산인 국제금값은 13% 가량 급락했다. 포트폴리오 헤지 수단으로 꼽히는 미 국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달 27일 3.379%에서 현재 3.92%로 0.541%포인트 급등했다. 국채금리는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확산되고 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의 짐 젤터 회장은 같은 행사에서 “최근 몇 년간 미국 경제를 지탱해 온 소비가 이미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초 두 달 동안 소비자 신뢰가 약화되고 있었는데 유가 상승은 소비자 지출 여력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충격은 금리 쇼크라기보다는 세계 최대 경제에서의 소비 심리 위축에 따른 신뢰 쇼크"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브렌트유 가격이 3월 평균 배럴당 105달러, 4월에는 115달러까지 상승한 뒤 연말에는 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 약 6주간 공급 차질이 발생한다는 가정을 반영한 것이다. 이 같은 유가 전망 상향을 반영해 골드만삭스는 올해 연말 헤드라인 개인소비지출(PCE) 기준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0.2%포인트 상향한 3.1%로 제시했고,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낮췄다. 또한 경제가 침체로 빠질 확률이 30%로 5%포인트 상승했다고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세금 환급 규모가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이는 당초 예상했던 15~25% 증가에는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에 따라 올해 소비지출 증가율 전망을 2%에서 1.7%로 낮췄다. 모건스탠리의 아루니마 신하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충격이 기대했던 소비 증가 효과를 사실상 대부분 상쇄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으로 환급되는 세금이 충격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비용 급등에 의해 사실상 상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미국 소비자들은 이미 휘발유와 항공권 가격을 통해 전쟁의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전미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휘발유 가격은 이달 들어 30% 이상 급등해 갤런당(약 3.78ℓ) 약 4달러 수준에 도달했다. 이는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여기에 전쟁으로 촉발된 비료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식품 가격 상승 압력도 점차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일반 휘발유보다 더 빠르게 오른 디젤 가격은 물류비 상승을 자극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전반적인 소비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BMO 캐피탈 마켓의 제니퍼 리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당장 갈등이 해결되더라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20% 확률이 현실로”…오판이 키운 장기戰, 충격은 이제 시작 [美·이란 전쟁 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對)이란 군사작전인 '장대한 분노(Epic Fury)'가 시작된 지 한 달.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당초 제한적 군사 작전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압도적 화력 공세에도 이란은 비대칭 전력을 활용해 세계 에너지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방식으로 버티기에 들어간 상태다. 이에 전쟁 초기 '일시적 충격'에 대한 기대는 무너졌고, 에너지·물류·금융시장 전반에 걸친 파급 효과가 각국 통화정책까지 흔들며 구조적 리스크로 번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예상과 다르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쉽게 발을 뺄 수 없게 된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번 협상이 극적인 타협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될지는 중동 정세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 “한달 이내 끝난다"…전문가들의 오판 미국 국방부가 명명한 '장대한 분노'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단행하면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8분짜리 영상에서 “조금 전 미군은 이란 내 중대한 전투를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미국 입장에서 최선의 시나리오는 이란이 굴복하고 '항복' 수준으로 미국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었다. 전문가들도 군사 충돌이 빠르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1일 “유가 전망에 대한 리스크는 상방으로 치우쳐 있지만, 역사적으로 지정학적 충격이나 일시적 공급 차질로 인해 급등한 유가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FGE의 페레이둔 페샤라키 회장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이란 정권을 “종이 호랑이"로 비유하며 전쟁이 4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씨티그룹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가 피해를 입어 국제유가가 배럴당 120달러까지 치솟을 확률이 20%에 불과하다고 전망했다. 개전 직후 이란 지도부가 대거 제거되자 트럼프 대통령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그는 영국 데일리메일 인터뷰에서 “이란이 큰 나라인 만큼 4주 정도, 아니면 그보다 짧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란은 주변 걸프국을 무차별 타격하는 이른바 '물귀신 작전'을 펼치며 호르무즈 해협까지 봉쇄에 나서자 상황이 점차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에도 불구하고 이란은 버티기를 택했고, 전쟁은 장기전 양상으로 번졌다. 중동 주요 에너지 시설까지 공격 대상이 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도 크게 흔들렸다. 그 결과 국제유가는 전쟁 1주차부터 급격히 치솟았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35.63% 폭등했는데, 이는 집계가 시작된 1983년 이후 최대 주간 상승률이다. 글로벌 벤치마크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도달한 뒤 소폭 진정됐지만 여전히 100달러선 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가스 시장의 타격은 더욱 심각하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시설인 카타르 라스라판 단지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아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카타르에너지는 이번 공격으로 LNG 수출 용량의 17%가 손상됐으며, 복구에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은 카타르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해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란 전쟁이 당장 끝난다고 가정해도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하기까지 4개월 이상이 걸릴 것으로 분석했다. ◇ “이란 정권 붕괴된다"…트럼프·네타냐후의 오판 이번 전쟁이 처음부터 잘못된 정보와 판단에 기반해 시작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대이란 전쟁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쟁 초기에 이란 지도부를 제거하고 정권 교체를 유도하면 대규모 봉기가 발생해 전쟁을 신속하게 끝낼 수 있다고 보고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 같은 내용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시작 후 첫 연설에서 이란인들에게 폭격으로부터 대피하라고 당부하면서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이란 내에서 대규모 봉기는 발생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 모두 이란 정부가 일정 부분 약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보고 있다. NYT는 이스라엘과 미국이 대규모 반란을 유도할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이번 전쟁 전략의 근본적 결함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란을 향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수시로 바뀌는 점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개전 초기에는 핵무기 개발 저지와 미사일 역량 파괴, 정권 붕괴 등이 목표로 제시됐지만, 최근에는 호르무즈 해협 확보가 새로운 우선 목표로 부상했다. 해협 통제권을 확보해 국제유가를 안정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승리를 선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최근 중동 지역에 미군 병력이 증파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이어갈 경우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48시간 최후통첩'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이란과의 합의는 무조건 항복 외에는 없다"고 주장했지만, 최근에는 적대행위 종식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꾸고 있다. 여기에 한국을 포함한 동맹국들의 군함 파견을 요구하는가 하면 러시아·이란산 원유 수출에 대한 제재를 일부 완화하는 등 예상 밖의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AP통신은 이를 두고 “명확한 출구 없이 전쟁에 돌입한 뒤 해답을 찾으려는 변덕스러운 전략"이라고 꼬집었다. ◇ 확전이냐 협상이냐…전쟁 중대 기로 당장의 관건은 이란 발전소 공격 유예 시한이 만료되는 27일 이후 미국의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결과에 따라 군사행동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동시에 사상 미군 정예부대의 투입 준비가 완료되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의 육군 82공수사단 병력의 중동 투입을 승인했으며, 주일미군 소속 해병대 병력 약 2500명도 27일께 중동에 도착할 예정이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 주둔 해병원정대와 군함 3척도 추가로 파견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상군이 이란의 석유 수출 중심지인 하르그섬을 점령하거나, 농축 우라늄 확보 작전을 지원하고, 이란 해안을 장악해 호르무즈 해협 통제력을 약화시키는 시나리오를 거론하고 있다.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국방 전략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마이클 오핸론은 “현재로서는 모든 방안의 성공 확률이 50%보다 낮다고 생각하지만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며 “각각의 방안 모두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란은 미국과 협상 가능성을 부인하면서도 완전히 닫아두지 않은 모양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국영 TV와 인터뷰에서 “현재 미국과 진행 중인 대화는 전혀 없다"면서도 “이란 지도부가 중재국을 통해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 한 달째 접어든 美·이란 전쟁…충격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 지난달 28일 시작된 전쟁이 한 달 가까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군사 영역을 넘어 글로벌 경제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전쟁 초기에는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물가와 금리, 소비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복합 위기로 번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수개월에 걸쳐 공급망에 영향을 미쳤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원유, 가스, 알루미늄, 비료, 화학제품 등의 가격이 동시에 급등하면서 제조업, 농업, 물류 등 실물경제 전반에 즉각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짚었다. 컨설팅업체 RSM의 삭슨 모즐리 레저 부문 책임자는 “2022년 에너지 위기는 소비자 신뢰가 빠르게 추락하고 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현재 상황이 이어질 경우 식품·물류·유틸리티 전반에서 비용 상승 압력이 확대돼 올해 하반기 수요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실물경제 지표에서도 전쟁 충격이 확인되고 있다. S&P 글로벌에 따르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합산한 3월 종합 PMI는 호주, 일본, 인도, 프랑스, 독일, 유로존, 영국, 미국 등 주요국에서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유로존 PMI는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호주는 전달 52.4에서 47.0으로 급락하며 경기 수축 국면에 진입했다. 인도의 제조업 PMI도 56.9에서 53.8로 떨어져 2021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3월 종합 PMI는 51.4로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PMI는 50을 기준으로 웃돌면 경기 확장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반면 물가 지표는 급등했다. 독일의 투입 비용 상승률은 3년여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높아졌고, 영국 제조업 투입 지표는 1992년 이후 최대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에서도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투입 비용이 각각 7개월,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업들이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면서 판매 가격 상승률도 3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글로벌 이코노믹스 책임자는 “이란 전쟁 이전에는 세계 경제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PMI 지표는 유가 상승, 금융 여건 긴축, 심리 위축이 결합되면서 회복세가 꺾일 위험이 커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과 물가 상승 압력은 각국 중앙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을 높이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럽과 일본에서는 이르면 다음 달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수주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 수준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유럽과 영국의 경제성장률은 약 0.5%포인트 하락하고, 인플레이션은 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역시 인플레이션이 전쟁 이전 대비 0.7%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전망됐다.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유가는 17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으며,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심화되는 충격이 배가될 수 있다고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분석했다. 러시 책임자는 “향후 전망을 좌우할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기간과 중앙은행의 대응"이라고 말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트럼프發 증시 상승은 매도?”…美·이란 휴전 기대감 찜찜한 이유 [이슈+]

이란을 향해 '48시간 최후통첩'을 날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돌연 종전 기대감을 부각시키면서 투자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과 이란 간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중동 지역에 대한 병력 증강까지 이어지면서 전쟁 향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어서다. ◇ 협상 기대감 키우는 트럼프…“이란, 선물 줬다" 로이터통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이란과) 협상 중이다"라며 JD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 재러드 쿠슈너 등이 협상에 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란이 협상에서 선의의 표시로 “막대한 금액의 가치가 있는" 선물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들은 우리와 대화하고 있고, 이성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우리는 실제로 적절한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으며, 그들이 합의를 얼마나 원하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48시간 이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시설을 초토화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그러나 전날에는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며 이란에 대한 공격을 5일간 유예했다.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미국과 중동 지역 중재국들이 이르면 26일 이란과 고위급 종전 협상 개최를 논의하고 있으나, 현재 이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미국은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 측에 15개 항으로 구성된 요구안을 전달했으며, 이란도 이를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매체 채널12는 미국이 해당 안건 논의를 위해 한 달간 휴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채널12와 CNN 등에 따르면 이란 핵 프로그램 폐기, 친(親)이란 대리세력 지원 중단, 호르무즈 해협 개방, 이스라엘 국가 인정 등이 요구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종전 기대감에 증시 환호…국제유가 폭락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기대감을 강조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증시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국제유가는 급락세를 보였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25일 한국시간 오후 12시 37분 기준, 뉴욕증시 3대 지수 선물은 모두 0.6%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도 2% 가까이 올랐다.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68% 오른 5647.47를 기록했고, 일본 닛케이225지수도 2.54% 상승한 5만3580.90을 나타냈다. 대만 가권지수는 2% 이상 상승했으며 홍콩 항셍지수(+0.1%), 중국 상해종합지수(+0.88%), 호주 S&P/ASX지수(+1.65%) 등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각각 3.53%, 4.14% 하락한 배럴당 89.06달러, 96.10달러를 기록했다. 유가 하락으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되면서 국제 금 선물 가격은 3.82% 상승한 온스당 4603.67달러를 나타냈고,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3.869% 수준으로 하락했다. ◇ 말과 다른 현실…美, 최정예 부대 중동 급파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시장 반응이 과도한 낙관에 기반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미국 정부는 중동 지역에 대한 병력 증강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이 지상전 확대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NBC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육군 제82공수사단 소속 1000명 이상의 병력 투입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방부가 3000명 규모의 전투부대를 중동으로 보낼 계획이라고 전한 바 있다. 현재 2개 해병원정대 소속 약 5000명 병력이 군함을 통해 중동으로 이동 중이며, 여기에 82공수사단 병력까지 추가 투입될 예정이다. 82공수사단은 24시간 내 전 세계 어디든 배치 가능한 최정예 부대로, 공수 작전을 통해 비행장 확보 등 고위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중동 지역 긴장 역시 완화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NBC에 따르면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25일 “IDF는 (이란) 인프라를 겨냥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밝혔으며, 이어 “이란에서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발사된 미사일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들도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사우디는 자국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이란을 타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 지속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 “시장 순진하다"…관건은? 블룸버그의 가필드 레이놀즈 전략가는 “투자자들은 잠재적 평화 협상에 대한 미국의 발언에 주목하며 주식과 채권을 끌어올리고 유가를 끌어내리고 있지만, 이는 취약한 전략일 수 있다"며 “전쟁의 주요 당사자인 미국·이란·이스라엘의 실제 행동은 어떤 긴장 완화도 보여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JP모건 수석 전략가 출신 마르코 콜라노비치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가 이란 제재를 모두 해제하고, 휴전은 트윗하는 정부가 아닌 다른 이란 정부가 보장하며, 미 해병대와 공수부대는 단지 관광을 가는 것인가"라며 “어쩌면 시장이 다소 순진한 것일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협상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 블룸버그는 “누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지, 협상 구조와 합의 윤곽이 무엇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요구안을 이란이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15개 항'이 지난해 5월 핵 협상 당시 제시됐던 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협상안에는 이란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 다수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관건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재개방 여부다. 이란은 현재 해당 해협을 장악하며 통제력을 유지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일부 상선에 대해 통행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으며, 적대적이지 않은 외국 선박에 대해서는 자국 조건을 따르는 경우 통과를 허용하고 있다. 밀러 타박의 매트 말리는 “결국 모든 것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여부에 달려 있다"며 “협상에서 '좋은 진전'이 언급되더라도 해협이 여전히 제한된 상태라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맥쿼리그룹의 티에리 위즈만은 “미국이 해협을 확보하거나 협상에서 더 큰 지렛대를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은 여전히 잘못된 판단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mediapark@ekn.kr

美의 진짜 의도…“이란 전쟁은 에너지 패권 장악 위한 조치”

이란 전쟁은 미국의 글로벌 에너지 시장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였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리스크를 뒤흔들어 세계가 안정적 수급에 집중하게 하고, 특히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미국 내지는 미국이 관리하는 지역으로 구매선을 대체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S&P글로벌이 개최한 에너지 컨퍼런스 'CERAWeek'에서 이란 전쟁과 관련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고 밝혔다. 그는 이란 정권을 글로벌 에너지 시장 불안의 핵심 요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시장을 교란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이트 장관은 “이란 정권은 에너지 시장을 교란하고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왔다. 또한 핵심 목표가 핵무기 개발인 만큼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중동 전쟁으로) 단기적 혼란은 있겠지만 수십 년에 걸친 문제를 해결하고 더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은 3주째를 넘어서고 있다. 쉽게 무너질 줄 알았던 이란은 세계로 하여금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원유, 가스 물동량의 20~25%가 드나드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국제 석유, 가스 가격을 급등시키고 있다. 가장 큰 고통을 받는 곳은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지역이며, 그 중에서도 한국, 일본, 중국, 대만이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국제유가만 봐도 24일 기준 배럴당 미국 91.6달러(WTI), 유럽 103.9달러(브렌트유)인 반면 아시아는 135달러(머반유)~169달러(두바이유)로 훨씬 높다. 이제 미국은 대놓고 요구한다. 수급 리스크가 큰 중동산 대신 미국산 석유, 가스를 수입하라고 말이다. 미국의 '에너지 차르'로 불리는 더그 버검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EDC) 위원장 겸 내무부장관은 지난 21일 자신의 X 계정에 “미국의 에너지 지배 전략은 이 순간(호르무즈해협 봉쇄)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미국의 생산을 늘려 기존 및 새로운 동맹국과 시장에 더 많은 공급을 하려는 것"이라는 X의 게시물을 공유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미국이 이란을 공습한 결과물이다. 결국 미국의 이란 공격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에너지 수급 위기를 맞은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에너지를 수입하도록 유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미국은 지난해 원유 생산량이 하루 1300만배럴로 1위이며, 석유 수출량은 하루 약 400만배럴로 1위 사우디의 435만배럴보다 약간 적은 수준이다. 미국의 지난해 LNG 수출량은 1억1100만톤으로 세계 1위이다. 미국 본토의 석유 생산은 정체된 상태지만 미국의 절대적 영향력이 미치는 베네수엘라, 수리남, 가이아나 등 중남미 석유는 여전히 풍부하다. 또한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에만 연간 5800만톤의 LNG 프로젝트를 승인했으며 추가로 2000만톤 규모의 알래스카 LNG도 추진되고 있다. 투자 자금도 손쉽게 마련해 놓은 상태다. 미국은 한국, 일본과의 관세협상을 통해 각각 3500억달러, 5500억달러 대미 투자를 확약 받았다. 대부분이 에너지 인프라 구축에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도 하고 그 물량을 수입도 하게 되는 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미국의 에너지 패권 장악 전략은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다. 미국발 화석연료 에너지 리스크 확대는 상대적으로 기후위기 이슈를 축소시키고 있다. 라이트 장관은 “전력을 더 비싸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은 옳지 않다. 핵심은 실용주의"라며 “조기 폐쇄 예정이던 17기가와트(GW) 규모의 석탄발전소 가동을 유지했는데, 중단했다면 대규모 정전과 수백 명의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미국의 기후 정책 기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이후 파리기후협약,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녹색기후기금 등 여러 기후 국제기구에서 모두 탈퇴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 감축 중심 정책에서 에너지 공급 확대 중심으로 방향을 확실히 하고 있다.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유가 따라 채권금리 ‘출렁’…“4~6주 내 진정 국면 가능성” [미-이란 전쟁]

국제유가 급등에 채권 금리가 출렁이고 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전날 국채 금리는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간밤 유가가 진정되자 빠르게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채권 금리가 유가 흐름에 연동될 것으로 보고 있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시장금리 지표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 대비 0.117%포인트 하락한 3.303%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0.093%포인트 하락한 3.646%,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0.075%포인트 하락한 3.524%를 나타냈다. 전날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국제유가가 간밤에 급락하면서 채권시장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오전 국고채 지표물을 중심으로 총 3조원 규모로 단순 매입한 것도 시장이 빠르게 안정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93%포인트 오른 3.42%를 기록했다. 2024년 6월3일(3.434%) 이후 가장 높았다. 통화정책 전망에 민감한 1~5년 만기물 중심으로 금리가 연중 최고점을 경신했다. 장중 한때 배럴당 120달러 수준까지 치솟은 영향이다. 유가 상승은 물가 상승 압력을 키우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물가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는다. 특히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상승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한국은 전체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처럼 '유가 상승→기준금리 인상→시중금리 상승'의 불안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분간 채권 금리가 국제유가 방향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상황에 따라 유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채권시장 변동성도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의 단순 매입 조치는 금리 상단을 제약하는 요인이지만 하락 전환의 계기가 되기 어렵다"며 “향후 흐름은 여전히 국제유가의 방향성에 크게 영향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금리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당국의 시장 안정화 노력과 크진 않지만 상황 개선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금리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며 “유가와 환율 흐름, 이로 인한 기준금리 인상 우려 등을 감안하면 시장금리의 이전 레벨 복귀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당분간 국고채 금리 예상 범위로 3년물 3.30~3.50%, 10년물 3.60~3.90%를 제시했다. 일각에서 한국은행이 단기간 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아직까진 뚜렷한 징후는 없다고 보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이 일시적인 요인인 만큼 한은이 이에 대응해 기준금리를 인상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단순 매입 발표를 두고는 “(한은은) 현재와 향후 기준금리 경로를 고려하면 국고 금리 수준은 과도하게 상승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90달러 부근에서 유가가 몇 개월간 고착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3%대 인플레가 지속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한국은 K자형 양극화 경제도 지속되고 있는 만큼 단기간 내 급등한 인플레에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4~6주 이내에 전쟁이 끝나는 시나리오를 기본 가정으로 두고 있다. 이란의 전력이 약화했고 유가 변동성이 더 커질 경우 미국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스라엘이 개전 초기부터 이란의 방공망과 미사일 발사대를 상당수 파괴하면서 이란의 반격 능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란 미사일 전력의 75%는 파괴되었다고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유가 안정 메시지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트럼프는 국제유가가 재차 급등해 110달러에 육박하던 9일(현지시간) “전쟁이 마무리 수순"이고 “호르무즈 해협을 장악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임재균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유가를 낮추기 위한 전략적 발언일 수 있다"며 “이란과 미국과 전쟁은 초반부터 강하게 부딪히면서 장기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강하게 부딪히는 만큼 이란의 군사 재고가 빠르게 소진돼 오히려 전쟁이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전쟁보다 유가…트럼프 ‘종전 임박’ 발언에 금융시장 급반전 [미-이란 전쟁]

전날 중동 전면전 공포로 급락했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반등했다. 국제유가 급등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서면서다. 국제유가는 국제사회의 대응으로 진정세에 접어든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쟁의 조기 종료 가능성을 직접 언급하면서 급락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이 빠르게 완화되는 모습이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71.34포인트(5.17%) 오른 5523.21에 개장했다. 코스닥 역시 4%대 급등하며 전날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전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3.00포인트(5.96%) 하락한 5251.87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는 개장 직후 5% 이상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장중 한때 낙폭이 11%대까지 확대되기도 했다. 코스닥 지수 역시 전장 대비 52.39포인트(4.54%) 떨어진 1102.28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이날은 국내 증시가 폭발적인 반등세를 보이며 장초반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날 오전 9시 6분경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6% 넘게 치솟자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를 발동했다. 개장 직후 선물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7.40포인트 급등하며 818.65선을 기록한 데 따른 조치다. 이날 반등의 핵심은 '유가의 하향 안정화'였다. 9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20달러에 육박하며 폭주하던 국제유가(WTI)는 현재 8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유가는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이 비축유 방출 공조를 논의하면서 상승세가 일부 꺾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트럼프 행정부가 원유 수출 제한과 연방세 면제 등 유가 억제책을 검토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지며 고점 통과(피크아웃) 조짐을 보였다. 이처럼 가격 급등세가 진정되던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CBS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이 거의 끝났다"며, 당초 예상보다 빠른 종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해당 발언 직후 유가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마쳤고, 뉴욕 증시도 이를 반영해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증시 방향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유가의 단계별 추이를 지목하고 있다. 하나증권 분석에 따르면, WTI 수준에 따라 국내 증시의 향방이 결정되는 5단계 시나리오 중 현재 유가는 '3단계(배럴당 70~89달러)' 구간에 안착한 것으로 평가된다. 3단계 구간은 시장이 리스크를 소화하며 기업 펀더멘털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안도 랠리' 구간이다. 이 단계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평균 0.3%, 0.2%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다만 유가가 다시 반등해 4단계(90~114달러)로 재진입할 경우 코스피 평균 수익률이 -0.8%, 코스닥이 -2.7%로 다시 악화되는 만큼, 배럴당 90달러선 사수 여부가 향후 장세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유가가 배럴당 115달러를 넘어서는 '5단계(스트레스 존)'에 진입할 경우, 시장은 실적 훼손을 기정사실화하며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역사적 데이터를 보면 5단계 구간에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평균 -4.7%, -7.5% 수익률을 기록해 왔다. 김두언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이 약해서가 아니라 유가·환율·수급 충격의 전이 경로가 가장 선명한 시장이기에 더 크게 흔들린다"며 “유가가 역사적 평균을 얼마나 크게 이탈했는지, 그 이탈이 한국 주식시장에 어떤 방식으로 반응했는지를 보여주는 일종의 체온계 역할을 한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9·11급 패닉은 아니었다...공포 정점 찍고 ‘매수 사이드카’ 안도 랠리[미-이란 전쟁]

중동 전면전 충격으로 코스피지수가 역대급 패닉에 빠진 지난 4일, 증권가에서는 이번 낙폭이 과도하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부분 단기에 그쳤던 만큼, 이번 하락 역시 공포가 과도하게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5일 한국 증시는 유례없는 반등에 성공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38포인트(3.09%) 상승한 5250.92에 개장한 후 급등하며 장초반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종가는 5583.90으로 전 거래일 대비 9.63% 상승했다. 대신증권은 전일 발생한 급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된 점을 지목했다. 시장이 사태 초기와 달리 '에너지 공급망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유가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달러 강세를 유도할 수 있으며, 이는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 시점을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경제 펀더멘털에도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은 중동산 원유와 LNG 의존도가 높은 구조를 가지고 있어 충격이 더욱 크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글로벌 에너지 흐름에서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의존도는 높은 수준이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약 84%, LNG의 약 83%가 아시아로 향했다. 이 가운데 중국·인도·일본·한국 4개국 수요가 전체 원유 흐름의 약 75%, LNG의 약 59%를 차지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핵심 통로인 동시에 아시아 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충지라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는 단순한 유가 상승을 넘어 물류 비용 상승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전쟁 위험 보험이 재가격되면서 선박 보험 비용이 크게 상승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재가격이란 전쟁이 발생하면 보험사가 위험이 커졌다고 판단해 보험료를 다시 책정하는 걸 의미한다. 즉 보험료가 크게 올라간다는 말이다. 1억달러 규모 선박 기준 항해 한 번당 보험료가 기존 약 25만달러에서 최대 37만50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단순히 원유 가격 상승만의 문제가 아니라 운임과 보험료 등 거래 비용까지 동시에 상승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유가 상승이 상품 가격 충격이라면 보험료와 운임 상승은 거래 비용 충격이라는 점에서 두 요인이 동시에 작용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류 비용 증가가 동시에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환율과 물가, 무역수지에 동시에 압력이 가해질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급락이 시장의 심리적 저점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일 수 있다고 보고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장에서 서킷브레이커(CB)가 발동된 것은 약 19개월 만이며 역사적으로도 8번째 사례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서킷브레이커는 대체로 시장의 공포가 극대화된 시점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았다. 닷컴 버블 사태가 발발한 2000년 9월과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3월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서킷브레이커 발동 이후 다음 거래일에 증시가 반등한 경우가 많았다는 설명이다. 과거 서킷브레이커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일부 대세 하락 국면을 제외하면 코스피는 평균 약 32거래일 뒤 9.9% 상승하며 당일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이후 약 60거래일 전후로는 평균 약 20% 반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는 패닉 셀 이후 기술적 반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인 셈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도 낙폭 과대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이번 급락 과정에서 장중 약 5059포인트까지 하락했는데 이는 주가수익비율(PER) 기준 약 8.06배 수준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제외하면 코스피가 역사적으로 강한 지지선을 형성했던 구간이라는 평가다. 금융위기 이후 코스피의 최저 밸류에이션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사태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약 7.5배 수준이었다. 이란 전쟁이 글로벌 경기침체나 금융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현재 밸류에이션은 낙폭 과대 구간에 가까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나증권은 이번 사태를 게임이론 관점에서 해석했다. 이란의 최우선 목표는 보복이 아니라 체제 생존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전면 확전은 체제 유지 비용을 크게 높이는 만큼 강경한 태도를 보이되 제한적 보복과 출구 모색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증권가의 의견을 종합하면 향후 시장 방향을 결정할 변수 중 하나는 호르무즈 해협 리스크 지속 여부다. 아울러 이란의 대응이 제한적 보복 수준에 머무르는지와 권력 승계 과정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는지 등이 꼽힌다. 이 변수들이 안정될 경우 시장의 지정학 리스크 프리미엄도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해창 하나증권 연구원은 “아직 사태 해소가 가시화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3월 이내에 이란과 미국이 협상과 출구전략을 찾아간다면 증시는 실적과 펀더멘털을 근거하여 회복할 것"이라며 “최근의 주당순이익(EPS) 상승 추세와 밸류에이션에 근거한 반등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김태환 기자 kth@ekn.kr

K증시의 ‘V자’ 반격...공포 딛고 일어서 폭등장세 [미-이란 전쟁]

중동 전면전 공포에 '제2의 9·11 쇼크'라 불릴 만큼 무섭게 무너졌던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유례없는 대반전극을 썼다. 전날 이란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털썩 주저앉았던 코스피는 10% 넘게 솟구치며 실종됐던 투자 심리를 단숨에 되살려냈다. 간밤 들려온 종전 협상 소식 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5일 개장 직후 폭발적인 매수세가 유입되자 한국거래소는 오전 9시 6분경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 '매수 사이드카'를 발동하며 전날의 패닉을 환희로 되돌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57.38포인트(3.09%) 상승한 5250.92에 개장해 상승 폭을 빠르게 키웠다. 종가는 5583.90으로 전 거래일 대비 9.63% 상승했다. 이날 15시36분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0.84% 하락한 3.199%를 나타냈다. 같은 시각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462.76원) 대비 0.32% 상승한 1467.28원을 기록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임시 국무회의에서 주식과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본시장의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마련된 100조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신속히 집행할 것을 지시했다. 전쟁 발발 후 발생한 낙폭은 과거 주요 지정학적 충격과 비교해도 이례적인 수준이다. 특히 단기간 하락폭만 놓고 보면 2001년 9·11 테러 때보다 더 큰 낙폭이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전쟁이나 테러는 대부분 단기 충격에 그친 뒤 증시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 반응은 과거보다 훨씬 민감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동 에너지 공급망 자체를 위협하는 구조적 리스크가 결합되면서다. 2001년 9월 11일 발생한 9·11 테러는 국내 증시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지정학적 사건으로 꼽힌다. 한국시간 기준 밤 9시46분 테러가 발생한 이후 다음 거래일인 9월12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540.57 대비 12.02% 급락한 475.60을 기록했다. 당시 시장에서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될 정도로 충격이 컸다. 이후 코스피는 등락을 반복하며 점진적으로 반등했지만 테러 발생 이전 수준인 540선을 회복하기까지 약 한 달이 걸렸다. 낙폭과 회복 기간 모두에서 가장 큰 충격 사례로 평가되는 이유다. 이후 발생한 주요 군사 충돌은 9·11과 비교하면 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2003년 3월20일 발발한 이라크 전쟁 당시에도 금융시장 불안 우려가 제기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전쟁 발발에 따라 금융시장 교란과 불안 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구성해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증시 반응은 예상보다 차분했다. 전쟁 발발 다음날인 3월2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29% 상승했다. 이후 며칠 동안 0~2% 안팎의 등락을 반복했지만 큰 충격 없이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역시 초기 충격 이후 빠르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가 2월24일 군사작전을 선언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은 즉각 흔들렸다. 당시 코스피는 전날보다 70.73포인트(2.60%) 하락한 2648.80에 장을 마쳤고 장중에는 전날 대비 2.83% 하락한 2642.63까지 저점을 낮췄다. 그러나 충격은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코스피는 하루 만에 반등했고 이틀 만에 다시 2700선을 회복하며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2023년 10월7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는 또 다른 양상의 충격을 시장에 남겼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와 곡물 공급망 충격을 현실화했다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중동 전체로 전쟁이 번질 경우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는 공포가 시장을 지배했다. 시장 우려와는 달리 전쟁 발발 이후 첫 거래일이었던 10월 10일 코스피는 보합권에서 마감했다. 이후 중동 확전 우려가 커지면서 지수는 점진적으로 하락했고, 코스피는 11월 상승세가 시작되기 직전인 10월 31일까지 약 16거래일 동안 5.4% 하락했다. 이번 이란·이스라엘 충돌 역시 시장이 반응하는 핵심 변수는 유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이번 전쟁은 모두 중동 확전 가능성에 따른 유가 폭등 공포가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충격의 강도는 이번 전쟁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된다. 하마스 전쟁이 비국가 무장단체와의 국지전에 가까웠던 반면, 이번 사태는 국가 간 전면전 양상으로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과거 사례를 감안할 때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단기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보고 있다. 전쟁 발발 직후에는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장이 빠르게 충격을 흡수하며 낙폭을 회복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는 분석이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전쟁 대다수가 국내 증시에 소식이 정해진 당일에는 증시가 하락했지만 1주일이면 해당 낙폭을 회복했다"며 “특히,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경우 당시 한글날 연휴가 겹치면서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분산된 바 있어 이번과 가장 유사한 패턴을 보일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시계열을 한 달로 늘려도 결국 지정학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불과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김태환 기자 kth@ekn.kr

채권금리도 ‘출렁’…금리 향방, 유가에 달렸다 [미-이란 전쟁]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동결로 안정적인 분위기를 이어오던 국내 채권시장이 미국-이란 전쟁으로 다시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채권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상승 수준과 지속 여부에 따라 채권금리 향방도 갈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아 국제유가 흐름이 물가에 직결되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등락을 보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전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04%포인트 오른 3.184%를 기록했다. 국고채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전날 대비 0.011%포인트씩 하락한 3.413%, 3.583%에 거래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첫 거래일인 3일 채권 금리는 일제히 상승(채권가격 하락)했는데 이날도 장 초반 약세를 보이다가 한국은행 개입 가능성이 전해지며 시장을 안정시켰다. 전쟁이 벌어지면 통상 국채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몰리지만, 이번에는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상승과 이에 따른 주요국 통화정책의 긴축 우려가 더 크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2.02달러로 전날 대비 5.5%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4.7% 오른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은 전 세계 주요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유가는 3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를 책임지는 곳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미 해군이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유조선 호송 작전에 나설지는 불확실하다. 게다가 이란이 사우디, 카타르 등 다른 중동 국가의 에너지 생산 시설도 공격하면서 원유뿐만 아니라 천연가스 공급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한 달 이상 장기화할 경우 채권시장 약세가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가 급등이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원유와 가스 가격 상승은 수입 물가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인다"며 “이는 가계의 구매력 저하, 기업의 원가 상승으로 소비·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성장률까지 낮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전쟁을 4~5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전쟁이 더 길어지게 되면 국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도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쟁이 길어지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올해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향후 관건은 유가 상승이 '구조적 추세 전환'인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일시적 프리미엄'에 그칠지에 달려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가 줄어든 상태에서 유가 상승세가 제한된다면,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은 완전히 닫히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반면 유가가 80달러를 웃돌며 추가 상승 압력을 이어가면 연준은 물가 재상승 리스크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 전환 시점을 더욱 신중하게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수연 한양증권 전문위원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현실화함에 따라 향후 전쟁 전개 양상과 장기화 여부에 따라 유가가 구조적으로 얼마나 올라가는지와 지속 기간이 관건"이라며 “그동안 높아진 원·달러 환율에도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었던 국내 물가는 강달러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 상방 압력에 부담 확대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을 웃돌지 않는 이상 국내 기준금리에 미치는 영향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준우 연구원은 “경험적으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는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며 “에너지 가격을 높이더라도 그 영향이 일시적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 확대로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따라서 전쟁 장기화로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웃도는 시나리오가 아니라면 기준금리 경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은 결국 금리 인상과 결부되는 문제이므로 이럴 때 시장을 진정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통화당국의 시장 안정화 의지"라며 “2월 금통위를 통해 금리 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를 확인했고 이에 대한 연장선상 발언이 나타날 경우 장기채 금리 상승은 일부 중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태현 기자 cth@ekn.kr

중동 리스크 ‘단기 쇼크’냐 ‘장기 고착’이냐...‘3高 고착화’ 실물 경기 하강 불가피[미-이란 전쟁]

중동(發)발 지정학적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고 있다. 단기 충격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금융권 내부에서는 전쟁이 6개월 이상 장기화될 경우를 전제로 한 구조적 시나리오 점검이 병행되고 있다. 핵심은 유가와 환율의 '지속 시간'이다. 고유가가 2주를 넘어 구조화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과 할인율 체계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쟁의 결말보다 중요한 것은 보험·운임·통항(해협을 통과해 운송이 이뤄지는 행위) 정상화와 에너지 공급 복구 속도로 보인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번 사태를 단기 충격과 중장기 전이 가능성으로 나눠 금융시장 파급 경로를 재정렬하고 있다. 국제유가 급등과 환율 상승은 이미 현실화됐으며, 향후 2주간의 유가 흐름이 금융시장 방향성을 가를 핵심 분기점으로 지목된다. 국제유가는 중동 전쟁 발발 후 빠르게 반응했다. 국제금융센터 분석에 의하면 전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4.56달러로 전일 대비 4.7% 상승했고, 중동 사태 이후 누적 상승률은 11.3%에 달한다. 장중 한때 77.98달러까지 급등하며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브렌트유 역시 82.02달러로 5.5% 상승했다. 유럽 천연가스(TTF)는 22%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 선박 보호 방침을 밝히면서 상승폭은 일부 축소됐다. 하지만 시장의 관심은 통항의 '형식적 개방'이 아니라 '실질적 정상화' 여부에 쏠려 있다. 해협이 법적으로 봉쇄되지 않더라도 전쟁 위험 보험(War Risk Insurance) 커버가 축소되거나 보험료가 급등할 경우 선박 운항이 위축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물동량이 줄어들면 공급 차질은 통계보다 먼저 가격에 반영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LNG 해상 물동량의 약 21%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다. 일부 산유국은 우회 파이프라인을 운영하고 있으나 전체 물동량을 대체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산유국 협의체인 오펙플러스(OPEC+)의 여유 생산능력도 제한적이다. 일부 외신은 호르무즈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하루 300만 배럴 이상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JP모건은 해협 마비가 수주 이상 지속될 경우 저장시설 포화로 산유국들의 감산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 역시 단기 갈등은 리스크 프리미엄을 높이는 데 그치지만, 장기화될 경우 재고를 약화시키고 물류를 제약해 실물 충격으로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증권은 사태가 단기 충격에 그칠 경우 유가 상승폭은 제한적이겠지만, 중기(6개월 이상) 시나리오로 전환될 경우 유가와 곡물 가격이 30% 이상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할 경우 고유가가 구조화될 수 있으며, 장기(1년 이상) 확전 시에는 배럴당 100달러 수준의 고유가 장기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급등이 아니라 글로벌 물가와 성장 경로를 동시에 흔드는 에너지 충격 국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이스라엘·친미 수니파 동맹과 시아파 동맹 간 전면전으로 확전되며 호르무즈 해협에서 불가항력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라며 “이란 남부에 위치한 호르무즈 해협은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제외하면 사실상 우회가 어렵고, 이라크·쿠웨이트·카타르 등은 운송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확전으로 해협의 불가항력 상태가 전략비축유(SPR) 재고 일수(약 3~5개월)를 넘어설 경우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가 상승은 곧바로 외환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달러인덱스는 99선을 상회했고, 원·달러 환율은 1490원대에 근접했다. 이날 0시 20분께에는 15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선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만이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는 단기적으로는 달러 강세를 지지한다. 문제는 고유가가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기대 인플레이션이 재상승하고 통화정책 경로가 수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대를 재돌파했고,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신증권은 중기 시나리오에서 원·달러 환율이 1480원대에 고착되고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유가와 환율 상승이 동시에 이어질 경우 수입물가 압력이 확대되며 물가 재상승 우려가 부각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신영증권은 유가 상승이 1~2주를 넘어설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가 본격적으로 자극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단기 이벤트와 구조적 충격을 가르는 기준이 '지속 기간'이라는 의미다.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금융시장 변동성은 완화될 수 있지만, 보험료·운임이 높은 수준에 고착될 경우 시장의 할인율 체계는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현재 '단기 충격 소화' 구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다만 사태가 6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고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하고 환율이 고착될 경우 기업 이익 추정치(EPS)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위험자산 할인율이 상승하면서 주식시장은 20% 안팎의 추가 조정을 겪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상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리스크를 고려할 필요는 있다"며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축출에는 성공했으나 현실적으로는 그의 측근 세력과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실권을 장악한 상태로 반격을 이어나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가와 금융시장 변동성 문제를 넘어, 사태 장기화의 최종 종착지는 실물 경기다. 에너지 가격 충격이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국의 성장 경로 자체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일 모건스탠리 분석을 인용해 “아시아의 석유 의존 구조가 이번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다시 부각됐다"고 전했다. 중동산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외부 충격에 대한 취약성을 키운다는 진단이다. 모건스탠리는 태국, 한국, 대만, 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하방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 국가는 원유·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고 에너지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본토의 에너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8% 수준으로 비교적 완만한 반면, 한국과 대만 등은 더 넓은 석유·가스 적자 구조를 갖고 있어 충격 전이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가격이 구조적으로 상향 조정될 경우 경상수지와 기업 마진, 소비 여력에 동시에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제조업 비중이 높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큰 경제 구조상 원가 상승이 기업 실적 둔화로 직결될 가능성이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생산자물가 전이→소비자물가 압력 확대라는 경로를 통해 실질 구매력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빠르게 안정될 경우 단기 쇼크에 그치겠지만, 6개월 이상 고착될 경우 아시아 신흥국 전반의 성장률 하향 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장하은 기자 lamen91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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