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전력 특수’ K-전력기기·철강, 신성장엔진 도약 [창간기획]

인공지능(AI) 산업 성장으로 관련 인프라 구축 수요가 늘면서 전력기기와 철강 기업들도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최소한 오는 2030년까지는 AI·전력 인프라가 큰 폭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에 이들을 위한 기회가 커지고 있다. HD현대와 LS·효성 등 국내 전력기기 3사는 AI가 소비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기 위한 고품질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기술과 생산 역량이 우수해 미국 빅테크와 에너지 인프라 기업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같은 철강사들도 AI·전력 인프라를 겨냥한 철강재 연구개발·수주 전략으로 미국 시장의 철강 관세 장벽을 돌파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전력기기 3사는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기기 등 AI를 뒷받침할 전력 인프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765킬로볼트(㎸)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 무정전 전원장치(UPS) 같은 제품을 생산하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대규모 장거리 송전(送電) 체계인 초고압직류송전(HVDC) 기반 전력 인프라와 끊김 없이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에 필요하다. 이 같은 수요는 수주 성과에 반영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HD현대일렉트릭 (17억9700만달러) △LS일렉트릭 1조860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 4조1745억원로 35%, 27%, 108% 증가했다. 수주잔고도 △HD현대일렉트릭 (78억8800만달러) △LS일렉트릭 5조6425억원 △효성중공업 중공업부문15조1000억원으로 나란히 28%, 45%, 45%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과 전력 인프라 기업들에서 쏟아지는 제품 주문의 결과이다. 빅테크들이 AI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을 기존 전력 인프라에서 끌어다 쓰면서 전체 전력 수급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자율적 협약을 맺은 것이 국내 전력기기와 철강 기업의 수주 증가를 가져온 계기였다. 빅테크들이 전력을 자체적으로 조달하기 위한 것이다. 전력기기 제품은 미국 정부의 철강과 알루미늄 파생 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고객사가 대신 부담에 나설 정도로 장벽을 거뜬히 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전력 인프라 기업들도 노후 송전망을 HVDC 같이 송전 능력이 더 우수한 방식으로 교체할 계획이다. 미국 에너지청(DOE)는 지난 3월 내 전력망을 개선이 시급한 전력망을 현대화하기 위해 약 190억달러 규모의 투자 재원을 마련하고, 지원 대상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관리청(EIA)에 따르면, 올해와 미국 내 전력 수요는 각각 4조2480억킬로와트시(㎾h)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에는 이보다 3.1% 더 성장한 4조3790억㎾h로 전망된다. 철강사들도 AI와 전력 인프라 시장에서 미래 성장 토대를 다지고 있다. 포스코는 제철소별 강재 특화 전략의 일환으로 포항제철소를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해 에너지강재 연구개발 및 생산에 특화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8대 핵심 전략제품에 △신재생에너지용 초고내식 합금도금강판(포스맥) △에너지후판 △전력용 전기강판 △고망간(Mn)강 같은 제품을 포함했다. 현대제철은 AI 데이터센터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보호 건축물(인클로저)용 강재, 송전철탑용 형강·후판 등의 수주·판매를 확대하고, 이들 제품과 판재와 봉형강을 포괄하는 제품 패키지로 세계 AI·전력 인프라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무역협회 수출입통계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선재·봉강·철근 수출이 4억479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50.7% 증가했다. 형강도 1억8428만달러로 3.4% 늘었다. 이는 전체 철강제품 수출(74억8989만달러)이 3.3% 감소한 것과 대조된다. 특히 미국 시장으로 수출한 선재·봉강·철근이 757% 늘어난 1억6220만달러로 1위 자리에 올랐고, 형강도 6649만달러로 147%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올해 1~3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집계한 수입 봉형강(Long product) 중 23%(24만399톤)가 한국산으로 가장 많았다. 업계는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조성에 쓸 강재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철강과 전력기기 분야 기업들의 AI·전력시장 대응 전략은 당분간 미래 성장 동력을 키울 토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자산 업체 JLL에 따르면, 세계 데이터센터 용량은 2030년까지 200기가와트(GW) 규모로 지난해에 비해 100GW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5년 동안 49GW 증가해 109GW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이에 필요한 5년간의 투자는 3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전력 수요도 올해부터 연간 평균 1100테라와트시(TWh) 증가해 2030년까지 3만3600TWh에 이를 것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예측했다. 미국만 놓고 보면 올해부터 오는 2030년까지 5년 동안 전력 수요가 총 420TWh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이 중 절반가량이 데이터센터 증설에 따른 결과에서 나온다. 정승현 기자 jrn72benec@ekn.kr

왜 ‘탄소중립’ 대신 ‘기후위기대응’일까? 이창훈 위원장에게 직접 물었다[창간 인터뷰]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기후정책이 수립되도록 할 것이다." 이창훈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은 취임 한달을 맞아 지난 15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기후위원회는 지난 1월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확대 개편됐다. 기존 탄녹위가 온실가스 감축과 녹색산업 육성 등 경제·산업 중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새 기후위는 기후재난 대응과 기후적응까지 포괄하는 조직으로 역할이 확대됐다. 이 위원장은 기후위원회 명칭 변경 배경에 대해 “기존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라며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개편의 핵심 변화로 시민 참여 확대를 꼽았다. 기후위원회는 시민들이 직접 정책 의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기후시민회의'를 새롭게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며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후시민회의는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며 “학교나 단체에서도 모의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 제공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위원장은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이라며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에 모니터링하고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위원회의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창훈 위원장과 일문일답. -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명칭 변경에는 어떤 의미가 담겼는가. ▲ 원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였는데, 이번에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뀌게 됐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감축 중심 기조에서 조금 더 확대된 개념으로 전환된 데 있다고 본다. 탄소중립이라는 표현 자체가 온실가스 감축 중심 개념이었다면, 녹색성장은 그 과정에서 경제도 후퇴하지 않도록 기회를 만들자는 의미가 강했다. 즉 탄소중립녹색성장은 감축 중심적 성격이 매우 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기후위기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단순한 감축뿐 아니라 적응도 굉장히 중요한 현안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기후위기대응위원회로 바꾸지 않았나 생각한다. 감축뿐 아니라 적응을 부각시키고 지금의 위기 상황 자체를 표현하기 위해 '위기'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본다. - 기후위원회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와 협력을 넘어 견제하는 역할도 해야 하지 않나. ▲ 위원회의 역할과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원하는 역할도 있지만 일정 부분 긴장 관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민간위원들에게도 이야기했는데 위원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모니터링'이라고 본다. 모니터링은 사전 모니터링과 사후 모니터링으로 나눌 수 있다. 사전적으로는 탄소중립 기본계획이나 온실가스 감축·적응 관련 주요 계획들을 심의한다. 결국 정책이 제대로 수립됐는지를 검토하는 기능이다. 사후적으로는 계획이 실제로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점검한다. 예를 들어 연도별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는지를 이행점검하는 것이 위원회의 고유 업무다. 결국 기후 관련 정책들을 사전과 사후에도 모니터링하는 것이 핵심 기능이다. 정부 부처는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이고 위원회는 그 사업과 계획이 제대로 수립되고 이행되는지를 점검하다 보니 어느 정도 긴장 관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정부 들어 법 개정으로 이행점검 기능도 강화됐다. 위원회에서 이행점검 결과에 대해 의견을 내면, 각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해야 한다. 그런 부분들이 이번 정부 들어 보다 강화된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 기후위원회 내에 시민회의가 운영된다고 들었다. ▲탄녹위 시절에도 민간위원들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기후시민회의'라는 형태가 새롭게 도입된 것이 특징이다. 국회 공론화위원장을 맡았을 때의 공론화위원회는는 공론조사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 기후시민회의는 장기적으로 운영되는 시민의회 모델에 가깝다. 시민들이 의제를 스스로 정하고 해당 의제에 대해 학습과 토론을 거쳐 정책 제안을 만드는 방식이다. 즉 기존 정책 의사결정 구조 안에 직접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했다고 보면 된다. 현재 200명 규모로 운영된다. 다만 중간 탈락 가능성을 고려해 약 10%를 추가 모집해 총 220명 정도를 모집했다. 또 하나 특징은 기존 공론화와 달리 시민들이 운영 구조까지 직접 결정한다는 점이다. 국회 공론화 때는 공론화위원회가 절차와 발표자, 전문가 선정 등을 모두 결정했는데 이번에는 시민들이 그런 부분도 상당 부분 직접 결정하도록 설계했다. 200명 중 약 20명을 기획참여단으로 구성해 의제 선정, 강연자 선정, 학습 과정 설계 등 전체 프로세스를 관리하도록 했다. 물론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외부 자문단 약 10명을 별도로 둬 지원하도록 하고 있다. - 시민회의 임기는 어떻게 되는가. ▲ 올해부터 매년 순환형으로 할 계획이다. 원래 임기는 2년인데 올해는 롤링 방식으로 운영하려 한다. 올해 200명 중 100명은 올해까지만 활동하고 나머지 100명은 내년까지 활동한다. 내년에 새롭게 100명을 추가 선발해 항상 신규 100명, 2년차 100명 구조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후시민회의에서 나온 정책 제안은 위원회가 정부에 전달하고 정부 부처는 3개월 내 답변을 하도록 할 계획이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정책으로 최대한 수용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 미래세대 소송에 따른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 개정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현재 국회에서 입법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아직 최종 결정이 난 상황은 아니다. 핵심 쟁점은 감축 경로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이다. 선형적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초기 감축을 더 강화하는 방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다. 가급적이면 상반기 국회 내에 정리가 되면 좋겠지만 현재 협상이 계속 진행 중이다. 지방선거 일정 등 여러 변수도 있어서 시간이 다소 걸릴 가능성이 있다. - 공론화 조사 결과에서는 초기에 더 빠르게 감축하는 경로(오목형)가 우세하게 나타났다. 그러나 공론화 질의문에서 위헌소지가 있는 나중에 더 많이 감축하는 경로(볼록형)을 넣어 질타를 받기도 하지 않았나. ▲공론화 과정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시민들에게 열어놓고 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사실 위로 볼록한 감축 경로는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많았다. 그런데도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뒀다. 결과는 굉장히 놀라웠다. 위로 볼록형은 2%밖에 나오지 않았고, 오목형이 78%, 선형이 20%였다. 300명의 시민 참여단뿐 아니라 별도로 운영했던 40명의 미래세대 그룹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결국 시민들은 최소한 선형보다는 더 적극적인 감축을 원한다는 의미라고 본다. 물론 최종 결정은 입법권자인 국회의 몫이지만 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성은 분명하게 나타났다고 본다. - 2030년 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목표 설정 자체에만 지나치게 몰입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아무리 좋은 목표를 세워도 달성하지 못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달성이다. 특히 이재명 정부 임기가 2030년에 끝나기 때문에, 2030년 목표를 실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가 굉장히 중요하다. 정부 정책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규제 정책, 지원 정책, 홍보·소통·교육 정책이다. 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에는 배출권거래제를 보다 엄격히 운영해 감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 동시에 산업 기반이 무너지지 않도록 감축 기술 개발 지원이나 재정 지원도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시민 참여도 굉장히 중요하다. 시민들이 저탄소 제품을 구매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기업에 강한 시그널이 되고 실제 감축 효과도 있다. 현재 국민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은 높지만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데는 간극이 있다. 이 간극을 줄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기후시민회의 역시 단순히 200명의 공론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 공론화 모델로 확장하려 한다. 학교나 단체에서도 축약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자료와 프로그램을 제공하려 한다. 예를 들어 중·고등학교에서 모의로 기후시민회의 형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좋은 정책 제안 공모전까지 연결하는 방식도 고민하고 있다. - 온실가스 감축에서 지방자치단체 역할이 중요하다. 지자체하고는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온실가스 감축에서 상당 부분은 지자체 역할이다. 산업·발전 부문을 제외하면 대부분 지역 단위 정책이 많다. 지자체의 역량이라는 건 인력과 예산, 전문성인데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하고 있다.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하라고만 할 수는 없어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탄소중립지원센터 예산 같은 경우에도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부분을 좀 더 들여다볼 생각이다. -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어떻게 보고 있는가. ▲재생에너지는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 최근 에너지 위기를 겪으면서 국민들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커진 것 같다. 특히 이번 위기에서 가장 혜택을 본 나라가 중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태양광·풍력을 대규모로 확대했거 배터리 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화석연료 의존 리스크를 줄였을 뿐 아니라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도 큰 이득을 봤다. 우리도 하루빨리 보다 신속하게 재생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그중 영농형 태양광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030년까지 100기가와트(GW), 2050년까지 400GW 수준 태양광을 확대하려면 결국 영농형 태양광 비중이 절반 이상은 돼야 한다. 다행히 최근 입법으로 영농형 태양광 관련 입지 규제와 이격거리 규제 등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 2024년부터 논의됐던 내용이 2년 만에 정리된 점은 긍정적이라고 본다. -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일자리 전환의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전문위원회도 별도로 구성해 집중적으로 다루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고용 문제, 산업통상부는 산업 전환 문제를 다루지만 지역 전체 전환 문제는 개별 부처가 해결하기 어렵다. 특구 지정 등은 기후위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석탄발전 지역 노동자 문제는 굉장히 중요하다. 여성·고령 노동자들은 전직이 쉽지 않다. 한국노총 사무총장도 기후위원회 민간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일자리 전환을 신경 써서 추진하려 한다. 독일처럼 탈석탄위원회를 통해 장기 전환계획을 만든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 탄소배출 저감과 기후 적응 중 어느 쪽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보는가. ▲개인적으로는 감축 정책을 오래 해왔기 때문에 감축이 조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국민들이 실제 체감하는 것은 적응 정책이다. 폭염, 산불, 건강 리스크 같은 문제는 국민들이 몸으로 체험한다. 문제는 적응 정책이 감축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점이다. 감축은 온실가스라는 단일 지표와 명확한 목표가 있다. 하지만 적응은 가뭄, 산불, 건강, 산업 리스크 등 목표 자체가 다목적이고 정량화도 어렵다. 국제적으로도 적응 목표를 설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는 한국환경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에 각각 기후위기적응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과학원은 데이터와 정보 관리 중심이고 연구원은 정책과 적응대책 수립·평가 등을 담당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후위기는 이미 현실화됐고 지구온난화 추세를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도 굉장히 어렵다. 기업뿐 아니라 국민들도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목표 달성이 어렵고 더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민들께 조금 더 관심을 가져주시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 다만 국민들에게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먼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이 기후 실천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시스템과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을 줄이기 위한 다회용컵·다회용기 시스템 같은 것들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 이창훈 위원장 프로필 △1967년 광주 △상문고 △서울대 경영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석·박사 △2022년~2025년 제13대 한국환경연구원 원장 △ 2026년~ 제4대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 민간위원장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車 넘어 로봇·AI로…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판도 바꾼다 [창간기획]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맞물리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단순히 '좋은 차'를 만드는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과 소프트웨어,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선점하는 기업이 미래 시장의 승자가 되는 흐름이다. 이 같은 변화 속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전통 제조기업의 틀을 넘어 '미래 모빌리티·AI 기업'으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 축은 피지컬 AI와 모빌리티다. 로봇 기술로 산업 생산 구조를 혁신하는 동시에 전동화·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을 통해 이동 수단의 개념 자체를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관세 환경 변화 등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그룹은 올해부터 2030년까지 국내에 총 125조2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 가운데 약 50조5000억원을 AI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배정했다. 미국에도 총 260억달러(약 38조원)를 투자해 로보틱스·AI·자율주행 분야 협력을 확대하고 2028년까지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 휴머노이드 '아틀라스'…피지컬 AI 본격화 현대차그룹 미래 전략의 핵심은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AI가 현실 공간에서 직접 움직이며 판단하고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이다. 생성형 AI가 디지털 혁신이라면 피지컬 AI는 현실 산업 현장의 혁신을 이끌 차세대 기술로 평가된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와 미래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산업 변화가 가속화되는 만큼 우리에게는 더 큰 성장 기회가 열려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지컬 AI로 중심이 이동할수록 자동차와 로봇이라는 '움직이는 실체'와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한 현대차그룹의 강점은 더욱 부각될 것"이라며 “이는 빅테크 기업들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이자 데이터·자본·제조 역량을 갖춘 현대차그룹에게 AI는 충분히 승산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중심으로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인간형 로봇 '아틀라스'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6에서 차세대 전동식 아틀라스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아틀라스는 최대 50㎏ 물체를 들어 올리고 약 2.3m 높이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자재 운반부터 정밀 조립까지 수행할 수 있으며 배터리가 부족하면 스스로 충전소로 이동해 교체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 개발형 모델을 시범 투입하고 공정 단위별 검증을 진행할 계획이다. 오는 2028년 HMGMA 투입 이후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KaGA)으로 확대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에 본격 투입될 경우 반복·위험 작업을 대체하며 생산 효율과 품질 안정성을 높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동시장 변화와 노사 갈등 가능성은 과제로 꼽힌다.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본격화될 경우 일부 생산 인력 축소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확대되면 노조 역시 고용 안정과 보상 체계 마련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생산성 향상과 고용 안정 사이 균형점을 찾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전동화 넘어 SDV로…“차량이 곧 플랫폼" 현대차그룹의 또 다른 축은 모빌리티 혁신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전기차 라인업 확대와 배터리·충전 기술 고도화를 통해 전동화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단순 전기차 판매를 넘어 자율주행과 SDV 중심의 미래차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SDV는 차량 기능이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운영되는 개념이다. 자동차가 단순 기계 장치를 넘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움직이는 스마트 디바이스'로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자율주행 전문가인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본부장 겸 포티투닷 대표로 선임하며 SDV와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7세대 그랜저 부분변경 모델 '더 뉴 그랜저'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를 현대차 최초로 적용했다. 스마트폰처럼 앱 설치와 기능 확장이 가능한 개방형 구조가 특징이다. 자율주행 경쟁에서는 속도보다 안전성을 우선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정 회장은 최근 “중국 기업들과 미국의 테슬라, 웨이모 등이 빠르게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이라며 “조금 늦더라도 안전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능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 입장에서 외면받을 수 있는 만큼 안전성 확보에 신경을 많이 쓸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전동화와 SDV, 자율주행을 결합해 차량을 하나의 지능형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미래 자동차 산업은 AI와 소프트웨어, 로봇을 얼마나 유기적으로 결합하느냐의 경쟁으로 바뀌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은 제조 경쟁력 위에 미래 기술을 접목하며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captain@ekn.kr

대한민국 대표 ‘소버린 AI’, 공공·산업·일상 속으로 스며들다 [창간기획]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발을 위한 2차 평가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개발한 K-AI 모델이 정부 및 산업계 전반에 녹아들고 있다. 우리 기업들이 만든 AI 독자모델은 정부의 예산 배분과 조정을 지원하는 국가 예산 분석부터 최고 수준의 보안이 요구되는 국방 분야에 투입됐고, 산업 분야에서는 통신, 통·번역, 모빌리티, 교육 등 전방위에 쓰이는 양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오는 8월 초 정부의 초거대 AI 기반 파운데이션 모델(K-AI) 2차 평가를 앞두고 국내 기업들이 자체 개발한 K-AI 모델이 국내 AI 생태계에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K-AI 모델은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한국형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로, 국내 기업들과 정부가 함께 키우는 '국가대표 AI'를 의미한다. 앞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세계적 수준의 독자 AI 모형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국내 AI 생태계를 확산하겠다며 국가대표 AI 선발전을 치르고 있다. 초기 공모에는 총 15개 정예팀(AI 기업·기관 등의 컨소시엄)이 접수해 경쟁을 치른 결과, 지난해 8월 정예팀 5곳으로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SKT) △NC AI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LG AI연구원)이 선정됐다. 이후 진행된 1차 평가를 거치면서 SK텔레콤,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업스테이지 3개팀으로 압축됐고, 추가 공모로 모티프테크놀로지스가 선발되면서 현재 총 4개 팀이 2차 평가를 준비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올 연말까지 2개 정예팀을 최종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 국가대표 AI 선발 2차전, 석달 앞으로…공공 분야 속속 도입 각 정예팀이 개발한 모형은 공공분야에서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먼저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모델은 과기정통부 국가연구개발(R&D) 예산 배분·조정 업무에 투입된다. 이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이 공공 분야 인공지능 전환(AX)에 투입된 첫 사례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지난 5년간 축적된 5000여 개 국가R&D 사업 예산요구서와 기획보고서,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등 데이터를 학습했다. 이를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의 1243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연구 성과 데이터와의 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연동 등을 추진했다. 예산심의 특화 AI는 말하듯이 질의를 입력하면 맞춤형 정보와 검토 초안을 즉시 만든다. 유사·중복도가 높은 사업들도 찾아낼 수 있어, 예산 낭비 요인을 사전에 막을 수 있고 심의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용이하다. 또 회의록 요약, 전문위원 검토의견서, 조정결과서 등 주요 문서의 초안 작성을 AI로 할 수 있게 된다. SKT는 최근 국방부와 국방 AX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국방 분야에 활용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SKT는 민·관·군이 협력해 AI 생태계를 확산하고 K-AI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국방은 최고 수준의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요하는 특수성이 있다. 국방 자주권을 위한 '소버린 AI' 도입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이번 협력이 지니는 의의가 크다. ◇ 통화·번역·모빌리티·교육까지…국민 일상 바꾼다 산업 현장에도 각 정예팀이 고도화한 AI 모델이 녹아들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11일 별도의 참고 자료를 통해 정예팀이 구축한 AI 모델의 실제 산업 적용 사례를 공개했다. 공개된 첫 시리즈에는 LG AI연구원과 LG유플러스가 적용한 AI 통화서비스 '익시오(ixi-O)'가 소개됐다. 익시오는 통화 맥락 맞춤형 요약, 사기 전화(보이스피싱) 탐지 등 AI 기술로ᅠ편리하고 안전한 일상을 지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통·번역 분야에서는 업스테이지가 개발한 모델을 적용한 '플리토(Flitto)'의 사례가 소개됐다. 업스테이지의 솔라 오픈은 실시간 통번역 품질·속도를 한 층 높여 우리 AI 모델이 국민들의 언어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모빌리티 분야에서는 SKT의 에이닷(A.X) 기반 차량용 AI 에이전트 '에이닷 오토(A. Auto)'가 주목받았다. 에이닷 오토는 길 안내와 함께 음악 재생, 차량제어, 정보 검색 등을 음성 기반으로 제공한다. 모티프테크놀로지스의 AI 모델은 교육 서비스에 특화돼 있다. 매스프레소의 콴다(QANDA)는 문제 촬영 기반 해설 등을 제공하는 AI 수학 학습서비스로, 수학 풀이 과정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설명해 학생 혼자서도 실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7월 13일까지 총 10편의 시리즈물을 통해 AI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의 산업현장 적용 사례를 추가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정희순 기자 hsjung@ekn.kr

“데이터는 뜨겁게, 지구는 차갑게”…그린 데이터센터 기술혁명[창간기획]

AI 시대의 가장 문제 중 하나는 “AI가 전기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점이다. 생성형 AI와 초거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전 세계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글로벌 기업과 연구진은 이제 단순히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을 넘어 “전기를 덜 쓰는 기술"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경쟁의 핵심이 서버 성능에서 냉각·효율·저전력 기술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은 “미래의 모든 개별 데이터센터는 전력의 제한을 받게 될 것이고, 이제 '전력 제한 산업'이 됐다"고 지난해 말한 바 있다. 현재 데이터센터의 최대 고민은 '열'이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장치(GPU) 서버는 엄청난 열을 발생시키고, 이를 식히기 위해 막대한 전력이 다시 소비된다. 실제로 데이터센터 전체 소비 전력의 상당 부분은 냉각 설비에 사용된다. 이 때문에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냉각 효율 혁신에 사활을 걸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기술 중 하나는 수중 데이터센터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나틱(Natick) 프로젝트'를 통해 수중 데이터센터를 2년 이상 운영하며 냉각 효율과 서버 안정성을 실증했다. 중국 역시 상업용 수중 데이터센터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바닷물을 활용하면 냉각 전력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소음과 열 배출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역시 관련 기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울산시는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을 중심으로 수중 데이터센터 표준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GS건설·포스코 등 민간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삼성 역시 바다 위에 데이터센터를 띄우는 '플로팅 데이터센터' 모델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예 우주로 가는 데이터센터도 있다. 우주의 온도는 영하 270도로 매우 낮아 열 관리에 유리하고, 태양광 효율도 극적으로 높일 수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설립한 우주 기업 스페이스X와 인공지능(AI) 기업 xAI의 합병을 통해 우주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지구 궤도에 로켓 100만 대를 발사하겠다는 계획을 당국에 제출했다. 구글, 스타클라우드, 카우보이 스페이스 등도 우주 데이터센터를 준비하고 있다. 냉각 기술 혁신은 데이터센터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지하 염수층에 냉기를 저장해 여름철 데이터센터 냉각에 활용하는 저류층 열에너지 저장(RTES)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 기술은 기존 냉각 방식 대비 전력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기술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미국 연구진은 AI 작업 우선순위를 자동 조정해 전력망 부담이 커질 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줄이는 기술을 실증했다. 데이터센터가 단순한 전력 소비자가 아니라 전력망 안정화에 참여하는 '유연한 자산'으로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GPU와 반도체 효율 개선 경쟁도 치열하다. 전력 손실을 줄이는 차세대 전력 변환 칩과 저전력 반도체 구조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운영체제(OS) 코드 최적화만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AI 시대 경쟁력이 단순한 연산 속도를 넘어 “얼마나 적은 전기로 AI를 돌릴 수 있는가"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역시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메타는 10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할 수 있는 장주기 ESS 도입을 추진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기 전해질(유기용매 기반 전해액)을 사용하는 유기 흐름 배터리와 차세대 장주기 저장 기술 개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면서 데이터센터 전력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미래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서버 집합체가 아니라 하나의 에너지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발전·저장·냉각·수요반응(DR)·폐열 활용이 하나로 연결되는 방향이다. 일부 국가는 데이터센터 폐열을 지역 난방에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적지 않다. 수중 데이터센터는 해수 부식과 유지 보수 문제가 있고, 우주 데이터센터는 방사선과 냉각·발사 비용 등 현실적 한계가 크다. 다만 업계에서는 AI 시대 전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국 “더 많은 발전소"와 함께 “더 적게 쓰는 기술혁신"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에머랄드 Al의 수석과학자이기도 한 아이세 코스쿤 미국 보스턴대학 교수는 지난 3월 한 컨퍼런스에서 “데이터센터는 이제 단순히 전력을 소모하는 거대한 소비자가 아니다. 전력망 관리에 능동적으로 참여해 전력망에 도움을 주는 '자산'이 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센터가 소프트웨어 혁신을 통해 전력망의 수요에 맞춰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그리드 상호작용 자산'으로 진화해야 함을 역설한 것이다. 결국 미래 데이터센터 경쟁은 GPU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냉각 효율과 전력 최적화, 저장 기술과 저전력 반도체, 그리고 전력망과 얼마나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느냐가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김성환 장관 “기후·에너지 통합은 시대적 소명…‘전기국가’로 대전환 선도”[창간 인터뷰]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고 함께 가야할 분야다." “조직 내 환경과 에너지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교류 확대 등 여러 조치를 취하고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재임 1주년을 두 달 앞두고 지난 19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환경과 에너지가 분리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김 장관은 지난해 7월 이재명 정부의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후 3개월 뒤 기후부 출범에 따라 초대 기후부 장관이 됐다. 기후부 출범 직전까지도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분야를 합치는 것을 두고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 등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돼왔다. 그러나 그는 기후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전 세계가 탄소감축을 위해 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는 시대에 환경과 에너지는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부 내 환경과 에너지 분야가 융합될 수 있도록 인사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장관은 이를 바탕으로 2030년 재생에너지 100기가와트(GW) 보급 목표 달성과 열 분야 전기화를 위한 히트펌프 보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화석연료인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 의존도를 줄이고 폭염, 홍수, 녹조 등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현상들에 대응할 수 있도록 기후 적응력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성환 장관과 일문일답. - 환경부 장관 취임 이후 약 10개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났다. 소회를 말해달라. ▲여러 현장을 다니며 가장 크게 느낀 것은 기후위기가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폭염과 집중호우 같은 기후재난은 이미 국민 일상이 됐고 산업 현장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보와 탄소중립 대응이 생존 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부가 기후에너지환경부로 확대 개편된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은 경제·에너지·안보까지 연결된 국가 핵심 전략이 됐다. 이재명 정부의 초대 기후부 장관이라는 중책에 대한 책임감도 굉장히 크다. - 대통령도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 대통령께서도 국무회의에서 '잠잘 생각하지 말고 일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상황은 절박하다. 실제로 세계는 이미 재생에너지·탄소중립 중심으로 질서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우리가 머뭇거리면 미래 경쟁력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크다. 앞으로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장치(ESS) 같은 미래 산업을 키우고 에너지 대전환 과정에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도 함께 만들어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길이지만 대한민국이 석유국가에서 전기국가로, 화석연료 중심 사회를 넘어 탈탄소 녹색문명으로의 대전환을 선도하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겠다. - 기후부가 기존 환경과 에너지 기능을 통합하면서 물과 기름이 합쳐졌다고 할 정도로 정책 조율이 잘 안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환경과 에너지가 별개라는 기존 패러다임 자체가 더 이상 적절하지 않다. 화석연료 중심 성장 과정에서 자연 파괴와 기후위기가 심화됐고 이제 환경과 에너지는 분리할 수 없는 분야가 됐다. 지난해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수립 과정에서도 과거처럼 갈등보다는 같은 테이블에서 다양한 이행 경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다만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조직이 융화되는 과정에서 초창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발생하는 만큼 각 조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단계적으로 융합을 추진하고 있다. 혼합배치를 위한 부처 내 인사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각 구성원이 기후·환경·에너지를 아우른 다양한 업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 구체적으로 어떤 걸 하고 있는가. ▲ 장·차관 및 과장급 간부 100여명이 참여하는 1박 2일 '간부 소통 워크숍'을 개최해 환경과 에너지 분야 간의 협업 및 팀워크를 강화했다. 부서 내 협업을 이끌고 업무 노하우 등을 공유한 직원을 선정·포상하는 '행복한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행복한 조직이 정책 성과를 낸다'는 인식하에 조직 내 행복 에너지를 확산시켜 직원들이 즐겁게 소통하는 하나의 기후부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 - 미국·이란 갈등 이후 화석연료 의존 구조 취약성이 다시 드러났다. 재생에너지 100GW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과제는 무엇인가. ▲ 단기적으로는 신속한 설치와 다양한 입지 활용이 가능한 태양광 중심 보급 확대가 중요하다. 올해 9월 재생에너지법 시행에 따라 이격거리 규제를 완화하고 계통여유지역 중심 대형 프로젝트를 발굴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지붕형 태양광과 영농형·수상형 등 활용 입지를 다각화하겠다. 또 '공공기관 K-RE100'을 통해 공공 유휴부지 활용을 늘리고 주민참여형 사업인 햇빛소득마을도 확대할 예정이다. 안타까운 영덕 노후 풍력설비 화재와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육상풍력은 안전대책을 강화하고 해상풍력은 특별법 기반 계획입지와 일괄 인허가를 통해 사업 기간을 단축해 나가겠다. - 재생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국산화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현재 중국이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제조업 경쟁력이 뛰어나므로 기술혁신을 통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고효율·친환경 기술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정부는 텐덤셀 상용화 같은 핵심 기술 연구개발(R&D)을 적극 지원하고 정책금융 확대와 탄소검증제 고도화 등을 통해 국내 산업 생태계 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공공주도 사업과 금융 지원을 통해 공급망을 확대하고 핵심 기자재 기술개발을 통해 재생에너지 기술주권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 열 분야 전기화와 히트펌프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청정열의무화제도의 방향은 어떤가. ▲ 열 분야 전기화는 단순히 난방 기기를 교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에너지 구조를 화석연료 중심에서 전기 중심으로 바꾸는 대전환 프로젝트다. 정부는 히트펌프 초기 설치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공기열을 재생에너지로 인정하는 제도 기반도 마련했다. 또 가정용 히트펌프 전기요금 체계를 마련해 장기적인 경제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재생열 이용 의무화 제도는 업계가 차세대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를 주저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강력한 투자 유인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국회에서는 탄소중립법에 2031~2049년 감축 경로를 담는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환경단체들은 초기에 감축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정부는 지난해 11월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 수준으로 국제사회에 제출했다. 향후 감축 경로 역시 이를 기반으로 논의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게 미래 세대에 과중한 부담을 넘기지 않는 형태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국회 주도로 진행된 공론화에서 시민대표단의 77.9%가 조기에 감축하는 오목한 경로를 선택한 바 있기도 하다. 현재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으며, 국회 기후특위 법안심사를 거치고 있다. 정부도 관련 논의를 뒷받침하고 있는바 헌재 결정·공론화 결과 등을 충분히 고려한 입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 탄소배출 및 환경오염의 주 원인인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 기후부는 지난달 28일 '탈플라스틱 순환경제 전환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나프타로 만드는 플라스틱을 감축할 계획이다. 불필요한 플라스틱 사용은 줄이고 불가피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재생원료로 대체하는 순환경제 체계를 구축하고자 한다. 재활용 사각지대에 놓여 단순 소각되던 의류, 일회용 플라스틱컵 등에 대한 재활용 체계부터 구축해 나가겠다. 우선 경찰청과 협력해 경찰복을 수거해 재생 폴리에스터를 추출하거나 충전재·보온재 등으로 사용하고 향후 군복 등 대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아울러 폐기물부담금 대상인 일회용컵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제도에 편입해 동일한 재질 용기와 함께 재활용되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한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일회용품이 많이 사용되는 다중이용시설을 대상으로 다회용기 전환을 가속화하겠다. 장례식장은 전국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시설부터 협약을 체결해 다회용기로 전환하고 이행 결과를 토대로 민간 시설에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다회용기를 아직 사용하지 않는 사업장 내 구내식당·카페, 스포츠경기장, 공공기관 인근 카페 등에도 다회용기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다. - 4대강 녹조 문제 해결을 위한 취수구 개선사업도 관심이 크다. ▲ 이번 달부터 녹조 계절관리제를 처음 시행하고 있다. 녹조 발생 전 배출원 관리를 강화해 녹조 심화 시에는 물 흐름 개선 등을 통해 신속히 대응하는 제도다. 보와 관련해서는 유역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양수장 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개선 대상 180곳 가운데 19곳이 완료됐으며 2028년까지 시설 개선을 완료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와의 협업을 통해 취·양수장 시설 개선 추진 상황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있고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등 다각적으로 협력하겠다. 사업에 있어 수자원공사·농어촌공사와 같은 전문기관 위·수탁을 확대하고 기술자문단 운영 등을 통해 설계·공사 과정에서의 어려움을 신속히 해소하고 있다.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주민설명회와 간담회도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 기후적응 측면에서 중점적으로 보는 분야는 무엇인가. ▲ 기후위기의 근본적 해결은 온실가스 감축이지만 국민 피해를 줄이기 위한 기후적응 정책 역시 매우 중요하다. 기후부는 지난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국가 기후위기 적극 대응 대책'을 수립했다. 홍수·가뭄, 폭염·한파 등 국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문을 중심으로 핵심 정책과제를 선정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삶에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자 한다. 기상청 전망에 따르면 올해 여름도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민분들이 폭염에도 충분히 쉬실 수 있도록 '우리동네 쉼터'를 조성하고 취약계층의 냉방비 지원을 위한 '에너지 바우처'를 오는 7월부터 지급할 계획이다. 폭염 시 야외 근로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후보험 도입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가오는 홍수기에 대비해 지난 12일에는 '2026년 여름철 홍수대책'도 발표했다. 농업용 저수지 등 숨은 물그릇을 찾아 전년 대비 홍수조절용량을 최대 10억4000만톤 추가로 확보하고 AI 홍수예보 및 도시침수 예보를 통해 정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계획이다. 또 제방 붕괴 위험이 높은 취약구간과 하천·하수도에 대한 안전점검과 보수·보강 등 선제적인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기업들의 기후공시 의무화에 대비해서는 기업의 미래 기후위험을 예측하고 온도 상승 등의 물리적 리스크, 탄소배출권 비용 증가 등 전환 리스크가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와 분석 도구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구축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우리 산업계가 기후위기에 대응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각적으로 지원하겠다. ■ 김성환 장관 프로필 ◇약력 △1965년 전남 여수 출생 △연세대 법학 학사 졸업·연세대 행정대학원 석사 △2010∼2018년 제 9~10대 노원구 구청장 △2018∼2020년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0∼2024년 21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병)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을) △2025년 07~09월 환경부 장관 △ 2025년 10월~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이원희 기자 wonhee4544@ekn.kr

국민 절반, “시장경제·여론조사 강점…독보적 매체 브랜드 안착” [창간기획]

국민 절반은 에너지경제신문을 '시장경제 정보'와 '여론조사 정보'를 양대 축으로 제공하는 매체로 인식했다. 또 국민 10명 중 8명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정례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안다고 답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이 3년 여간 시행해 온 정치 여론조사로 국민들에게 독보적 미디어 브랜드로 안착했다는 평가다. 다수 국민들이 '시장경제 중심의 풍부한 정보 전달'을 에너지경제신문의 강점이자 핵심 정체성으로 꼽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은 그간 기후·에너지 분야 전문성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국민들은 올해 37살을 맞은 에너지경제신문이 종합 경제지로서 기업·가계 경제 현안, 시장 동향 등으로 콘텐츠를 확대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26일 종합경제지 에너지경제신문은 올해 창간 37주년을 맞아 실시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이 같이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상대로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매체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됐다. 조사 결과, 국민들은 에너지경제신문의 핵심 정체성으로 '시장경제 정보'와 '여론조사'를 꼽았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으로 국민 24.8%가 '시장경제 중심의 풍부한 정보 전달'이라 답했다. 이어 응답자의 23%는 '정치·경제·사회 이슈 여론조사'를 선택했다. 다수의 국민들이 에너지경제신문을 경제 정보와 여론 지표를 동시에 제공하는 매체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역에 따라 매체를 바라보는 시각도 차이를 보였다. 대전·세종·충청의 경우 29.6%가 '시장경제 중심 정보 전달' 매체라고 답해 시장 경제지로서의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24.2%)과 인천·경기(24.3%), 광주·전라(24.4%) 등에서는 '여론조사 중심 매체'라는 인식이 상대적으로 강했다. 연령별로는 60~70대 장년층에서 에너지경제를 시장경제와 여론조사에 강점이 있는 매체로 꼽았다. 70세 이상(31.1%)이 '시장경제 중심 정보'를 에너지경제의 1순위 가치로 인식하며 경제 정보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60대(31.8%)에서는 '여론조사 중심 매체'란 인식이 가장 두드러져 시사 이슈에 대한 높은 민감도를 반영했다. 특히 에너지경제가 2023년 9월부터 리얼미터와 함께 한 정치 정례 여론조사는 시행 3년 차를 앞둔 현재 핵심 미디어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너지경제신문-리얼미터의 정치 정례 조사를 인지하고 있는 응답자는 79.1%에 달했다. 구체적으로 응답자 50.7%가 '뉴스를 통해 가끔 접한다'고 답했다. '매주 또는 자주 접한다'는 적극층은 19.1%, '제목 위주로 본 적 있다'는 소극층도 9.3%로 집계됐다. 반면 '접한 적 없다'는 응답은 20.9%였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권인 광주·전라(82.7%)에서 여론조사에 따른 매체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이어 대전·세종·충청(80.2%)과 서울(78.1%), 인천·경기(79.8%) 등의 순이었다. 부산·울산·경남(79.1%)과 대구·경북(72%) 등 경상도는 타 권역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보였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85.1%), 60대(83.5%) 등 고연령층일수록 여론조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았다. 직업별로는 농·임·어업 종사자(91.3%)와 가정주부(84%), 자영업(83%), 판매·생산·노무·서비스직(82.6%), 사무·관리·전문직(71.4%), 학생층(72.4%) 등의 순으로 인식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다수가 에너지경제신문을 통해 일반 경제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답해 종합 경제지로서의 높은 인지도를 입증했다. 에너지경제신문 콘텐츠가 가진 유익성을 독자층별로 조사한 결과, '일반 경제 뉴스 소비자'가 23.3%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투자자·재테크 관심층'(16.1%), '기업 경영자·실무자'(11.2%), '정책 결정자·공직자'(8.7%), '청년층·트렌드 선도층'(8.3%) 등이 뒤따랐다. 독자들은 에너지경제가 언론 매체로서 짚어야 할 과제, 나아가야 할 방향 등 애정 깃든 제언도 잊지 않았다. 향후 중점적으로 다뤄야 할 과제로 응답자 29.6%가 '기업 및 민생·가계 경제 이슈'를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꼽았다. '기후·에너지·환경 문제'(21.7%),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사회 이슈'(20.6%) 등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중장기적 정책에 대해 짚어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이어 '증권·금융 등 자본시장 이슈'(12%), '차기 대선 후보 및 정치인 호감도'(8.1%) 등을 택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응답자 30%가 '기사 및 콘텐츠의 대중성 강화'를 우선 순위로 지목했다. '재테크 정보 강화'(16.3%), '콘텐츠 다양성 확대'(15.3%) 등도 매체 발전의 주요 과제로 꼽았고, 이어 '브랜드 인지도 제고'(9.5%), '오피니언 및 독자 기고 확대'(9.2%) 순이었다. 리얼미터는 “시장 경제와 여론조사는 국민들이 에너지경제신문을 접할 때 연상되는 이미지로 꼽을 만큼 매체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고 평가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무선(100%) RDD 자동응답조사(ARS) 방식으로 진행했다. 응답률은 4.4%,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원승일 기자 won@ekn.kr

AI 강국 도약 ‘에너지 혁신’에 답 있다[창간 기획]

인공지능(AI)이 산업 구조를 바꾸고 있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로봇과 자율주행, 바이오와 국방까지 AI가 스며들지 않는 산업을 찾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AI 경쟁의 본질은 단순한 소프트웨어나 반도체 성능만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AI 시대의 승패를 가르는 것은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라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지금 '전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 전력을 장기간 공급받기로 했고, 구글·아마존·메타는 소형모듈원전(SMR)과 재생에너지, 가스발전 투자에 나서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하나가 중소도시 전체와 맞먹는 전력을 소비하기 시작하면서, 전력망과 발전소 자체가 새로운 국가 전략 인프라로 떠오른 것이다. 특히 생성형 AI 확산 이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계와 에너지 시장에서는 향후 10~15년간 AI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력 수요 증가의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른다. 시장조사기관 우드맥킨지는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 사용량이 2024년 400TWh에서 2030년 800TWh로 두 배 이상 증가하고, 2050년까지 3500TWh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투입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는 기존 데이터센터보다 훨씬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고, 냉각 설비 역시 대규모 전력 소비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AI 시대 전력 전략 재편에 착수했다. 미국은 원전과 천연가스(LNG),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ESS)를 동시에 확대하는 '전원 믹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고, 중국은 석탄과 원전, 초고압 송전망을 기반으로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사실상 국가 차원의 전력 총동원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산업 육성을 위해 'AI 데이터센터 지원 특별법'이 추진되고 있고, 비수도권 중심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전남 해남 솔라시도, 울산, 새만금 등은 차세대 AI 인프라 거점 후보지로 거론된다. 수도권 전력망 포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데이터센터 입지 자체가 국가 에너지 전략과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다만 한국은 탄소중립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화석연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대폭 늘려야 한다. 하지만 태양과 바람에 좌우되는 재생에너지만으로는 AI 시대의 폭증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는 없다. 결국 AI 시대 에너지 전략은 단순히 “얼마나 친환경적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하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가"의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시장 역시 원전과 LNG, 재생에너지, ESS, 수요관리 기술 등을 조합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자체도 진화하고 있다. 바닷물을 활용해 냉각 효율을 높이는 수중 데이터센터, 해상 플랜트 기반 플로팅 데이터센터, 영하 270도의 극저온을 이용하는 우주 데이터센터, AI 기반 전력 사용 최적화 기술 등 새로운 기술 경쟁도 시작됐다. 전기를 더 생산하는 것만큼, 전기를 덜 쓰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기술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에너지 경쟁이 단순한 발전원 경쟁을 넘어 “전력망·냉각·저장·효율·입지"를 모두 포함한 종합 시스템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국가 경쟁력의 핵심 역시 결국 '에너지 혁신 역량'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역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이를 떠받칠 에너지 전략까지 함께 재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종배 건국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한국은 이미 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데, 전력 산업 혁신이 늦어질수록 따라잡기 불가능해질 것"이라며 전력 공급의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주장했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태양과 바람’ 전력 시장의 주인이 되다…2040년 재생에너지 성장 지도[창간 기획]

재생에너지가 더 이상 '보조 전원'이 아닌 주력 산업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높은 발전 단가와 낮은 효율로 인해 정책 지원 산업에 가까웠던 태양광과 풍력은 이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를 비롯한 주요 기관들은 향후 신규 발전설비의 대부분이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채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은 압도적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모듈 가격 하락과 효율 개선, 대규모 생산 체계 구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세계 각국은 경쟁적으로 태양광 보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풍력 역시 대형화와 해상풍력 기술 발전을 기반으로 발전 단가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유럽과 중국은 물론 미국 역시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와 송전망 투자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26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보급량은 2016년 3716MW에서 2026년 현재 3만2153MW로 10년 동안 7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풍력 보급량은 1051MW에서 2470MW로 135% 증가했다.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예정이다. 이재명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제시했고, 산업계 역시 RE100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에서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반도체·배터리·철강·자동차 업계는 재생에너지 조달 여부 자체가 수출 경쟁력과 연결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이전 정부에서 수립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4~2038)에서는 2038년 재생에너지 122GW 보급을 목표로 했다. 현 정부의 재생에너지 보급 의지를 봤을 때 올해 수립되는 12차 전기본(2026~2040)에서는 2040년 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200GW 수준으로 대폭 상향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부지 부족 등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지만, 34% 이상의 발전효율을 내는 탠덤 태양전지와 10MW급 이상의 풍력터빈이 상용화된다면 신규 설치 외에도 기존 설비를 교체하는 리파워링까지 더해 도전해볼 만한 목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지역 경제 지도까지 바꾸고 있다. 전남과 전북, 제주를 중심으로 한 호남권은 태양광과 해상풍력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고, 울산·경남은 부유식 해상풍력과 해양플랜트 산업 연계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전력을 소비하던 수도권 중심 구조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지방이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떠오르는 셈이다. 특히 해상풍력은 향후 한국 재생에너지 시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삼면이 바다인 한국은 대규모 해상풍력 잠재력을 갖추고 있고, 조선·철강·플랜트 산업과의 연계 효과도 기대된다. 실제로 국내 기업들은 터빈·케이블·하부구조물·변전설비 등 공급망 구축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만큼 해결해야 할 과제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가 전력망과 출력제어다. 제주에서는 이미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량이 급증하면서 재생에너지 출력제어가 일상화되고 있고, 육지 역시 송전망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태이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질수록 ESS와 계통 안정화 기술, 장거리 송전망 구축 중요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시장 구조 변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중앙집중형 발전소와 한국전력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기업 간 직접 전력거래(PPA)와 분산형 전원 확대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글로벌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요구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장기 재생에너지 구매 계약을 늘리는 추세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시장이 확대될수록 공급망 의존 문제도 함께 부각된다. 태양광 모듈과 핵심 광물 상당수가 중국 중심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자국 중심 공급망 재편에 나서는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에너지 전환이 새로운 산업 기회이자 동시에 또 다른 지정학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재생에너지 경쟁이 단순한 발전량 경쟁이 아니라 “계통·ESS·소재·전력시장·공급망"까지 포함한 종합 산업 경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ESS와 전력망 투자, 수소와 데이터센터 연계 등 새로운 산업 생태계도 빠르게 형성되는 모습이다. 2040년 전력 시장의 주인은 더 이상 원전과 화석연료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태양과 바람이 전력 시장 중심으로 이동하는 흐름은 이미 시작됐다. 다만 그 속도와 방식,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계통·산업·시장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국가 경쟁력의 방향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AI 강국 vs 탄소중립 딜레마…“이념 벗어나 현실 전략 짜야”[창간 기획]

대한민국 에너지 정책이 갈림길에 섰다. 정부는 'AI 3대 강국'을 선언하며 초대형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산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전력 공급 전략은 갈수록 불확실해지고 있다. 단기간 내에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현재로선 천연가스(LNG)밖에 없는데, 정부는 탄소중립 목표도 지향하고 있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단계에서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솔루션은 없다는 점을 인정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목표를 실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6월 출범한 이재명 정부는 초기부터 AI 3대 강국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탄소중립 달성이라는 또 다른 국정과제에 발목이 잡힌 영향이 크다는 평가가 많다. AI 강국을 위해선 탄소 배출 증가가 불가피한데,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좇다 보니 정책에서부터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제12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전기본)과 제16차 장기천연가스(LNG) 수급계획이 동시에 표류하는 최근 상황은 이러한 충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전력 수급계획을 정하는 전기본이 정리되지 않으니 장기 가스계획이 못 수립되고, LNG 수요 전망 자체가 불확실해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 내부 시각차도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부는 AI 데이터센터와 첨단 제조업 확대를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도 LNG 역할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LNG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신규 LNG 발전 가동연한 제한과 수소 혼소·전소 옵션 축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흐름에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산업계는 현실적 판단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신규 공장 전력 공급 방안으로 LNG 열병합발전을 적극 추진 및 검토하고 있다. SK그룹과 아마존이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울산은 분산에너지특구 지정을 통해 300MW급 가스열병합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반도체와 데이터센터는 대규모의 전력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한다. 단기간 내에 이를 공급할 수 있는 발전원은 현재로선 LNG밖에 없다. 원전은 건설 기간과 입지 규제 문제로 평균 건설기간이 16년 걸린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조합은 계통 제약과 간헐성 한계가 있다. 소형모듈원전(SMR)은 유력한 미래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상용화까지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화석연료인 LNG 사용이 늘면 탄소중립 목표는 후퇴하고 만다. 또한 반도체와 배터리 기업들은 글로벌 RE100(재생에너지 100%)·CF100(무탄소 에너지 100%) 흐름 속에서 글로벌 바이어들의 탄소 규제 기준까지 고려해야 한다. 전력은 LNG로 공급받아야 하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은 줄여야 하는 이중 압박 구조가 한국 산업계에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모순되면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순위 실행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장 급한 것은 AI 3대 강국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앞다퉈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기 때문에 이 경쟁에서 뒤처질 순 없다. 여기에 단기간 내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전력은 현재로선 LNG밖에 없다는 점에서 LNG발전 허용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나오는 탄소는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로 해결 가능하다. 다만 아직 CCUS의 경제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기술 고도화와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AI 3대 강국은 단기 목표이고, 탄소중립은 중장기 목표이다. 우선 단기 목표부터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CCUS 기술은 어느 정도 확보는 됐지만, 탄소 단가가 톤당 160달러로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를 경제성 확보 수준까지 내리기 위해 기술 고도화 및 정부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탄소배출권 거래가격이 톤당 2만원으로, 160달러(약 24만원)와는 아직 큰 격차가 있다. 무탄소 전원인 원전+재생에너지+ESS 조합을 대폭 늘리면 LNG를 늘리지 않고도 AI 3대 강국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초기 천연가스발전의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중장기적으로 기존 원전과 신규 대형원전을 최대한 활용하고 SMR 상용화를 앞당기는 동시에 재생에너지와 ESS 조합으로 간다면 나중에는 AI 강국과 탄소중립이 동시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위해선 이재명 정부가 원전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지층인 환경단체들의 상당한 반발을 살 수가 있다. AI 3대 강국 목표를 우선 달성해 국가 경쟁력을 강건히 하고, 이후 AI를 통해 에너지 절감 및 탄소중립 기술을 고도화하면 후반부에는 탄소중립까지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견하고 있다. 결국 지금 필요한 것은 특정 에너지원을 둘러싼 이념적 접근이 아니라, AI 강국과 탄소중립을 모두 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에너지 믹스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찬수 기후환경 전문기자 kcs25@ekn.kr, 전지성 기자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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