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가 역대 최장 신기록을 갈아치우며 기승을 부리고 있다. 보통 15일 광복절을 지나면서 수그러드는 것과는 달리 올해 무더위는 8월 하순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상청은 예보했다. 이처럼 연일 '날씨 스트레스'로 환자나 노약자는 말할 것도 없고 건강한 사람들도 심신이 지칠대로 지쳐 있다. 앞으로 약 7∼10일간의 마지막 고비를 잘 넘겨야 그동안 온열질환을 피해서 무더위에 견뎌온 보람이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폭염에 잘 버텨오다 막판에 병원 신세를 진다면 참으로 허망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의학에서 온열질환은 '서병(暑病)'이라는 범주에 속한다. 서병은 여름철의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오랜 시간 머물러 과도하게 땀을 배출해 발병하는 여름철 발열성 질환을 모두 일컫는다. 여름철에는 고온다습한 기후로 인체의 생리기능이 변화돼 서병의 발생이 빈발할 수 있다. 한의학계에 따르면, 서병의 주요 증상은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심하고 몸에서 열이 나는 것 △식은땀이 나고 등이 시리며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것 △몸이 나른해지면서 기운이 없고 오한 혹은 머리가 아픈 것 △구토 설사가 심하며 팔다리가 싸늘한 것 등이다. 조금만 피로해도 열이 나며, 땀을 내면 오한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증상이 심할 경우 숨이 끊어지는 것 같으며 정신을 잃을 수도 있다. 경희대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송미연 교수는 “서병의 치료법에는 '하서의보기(夏暑宜補氣)'라 하여 고온다습한 환경 속에서 저하된 면역력을 보강하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면서 “더위로 인해 기력이 없는 경우 더위를 서늘하게 하고 기운을 올린다는 뜻의 청서익기탕(淸暑益氣湯), 여름철의 면역력을 보강하는 생맥산(生脈散)을 많이 활용한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더울 때 시원한 음료로 심부체온을 낮춰주는 것도 좋지만, 과하면 도리어 속이 차지면서 냉방병에 걸릴 수도 있으니, 따뜻하면서 기운을 보충하는 음식도 챙겨먹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계속되는 무더위에 소위 '더위를 먹는 일'을 방지하려면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특히 지나친 일광노출을 피하는 것이 기본이다. 아울러 물을 자주 마시고, 바람을 쏘이는 것이 큰 도움을 준다. 차가운 환경(에어컨, 선풍기 등)에 오래 노출되는 것과 찬 음식이나 음료 등을 지나치게 섭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카페인과 알코올의 섭취를 줄이고, 과로를 삼가고 스트레스를 잘 풀어줘야 한다. 사상(四象)의학에서 '소양인은 열이 쉽게 발생하는 특성이 있으며, 태음인은 노폐물이 쉽게 쌓이는 특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따라서, 소양인과 태음인의 경우 고온다습한 환경에 오래 노출하지 않도록 더 주의가 필요하다. 소음인은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덥다고 지나치게 찬 음식을 섭취하면 소화기 장애가 나타나기 쉬우므로 따뜻한 음식 위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태양인은 몸의 수분손실로 인해 건조해지기 쉬우므로 평소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다. 수시로 무더위를 이기는 데 도움되는 지압·스트레칭을 해주면 좋다. 무더위도 잘 먹어야 이겨내기 쉽다. 입맛이 없을 때는 앉아서 '고양이 스트레칭'을 해보자. 상체를 둥글게 말아 넣어 등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키고 되돌아오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가 기지개를 펴는 것과 비슷하여 고양이 스트레칭이라 흔히 부른다. 온몸의 근육을 밀어내듯 등 근육을 최대한 이완시키면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하복부 자극을 통해 복부 심부 근육도 훈련시킨다. 복근을 강화시킴으로써 위장을 자극하고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만들고 곤두선 신경을 가라앉혀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시킬 수 있다. 최종적으로 소화기능이 좋아져 내장 혈액순환 돕고 긴장이완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따라서 일상생활 중 장시간 앉아 있거나 좋지 못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쌓인 장 내 가스가 제거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먼저, 가부좌로 앉아서 정면을 응시하고 허리를 곧게 편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양쪽 손을 앞으로 가볍게 올리듯 양 무릎을 감싼다. 다리를 잡은 채로 호흡을 길게 내뱉으며 머리부터 앞으로 숙이기 시작하며 목, 어깨, 등까지 순차적으로 복부 전면의 배꼽을 향해 동그랗게 말아준다. 이 때 동작을 천천히 진행하여 위로부터 아래로의 각 부분 부분이 차례로 말리도록 한다. 이 때 무게중심이 뒤로 이동하며 골반이 흔들리지 않도록 주의하고 복부를 중심으로 긴장을 줘야 효과적이다. 호흡 끝부분에 약간의 복압을 주었다가 풀어주면 복부 자극에 더욱 좋다. 등의 근육이 충분히 이완되면 다시 위의 동작을 거꾸로 하여 숨을 들이마시며 정면을 향해 순차적으로 곧게 펴준다. 눈은 배꼽을 응시하며 천천히 펴주면 더 쉽고 정확하게 동작을 진행할 수 있다. 정면을 향한 처음 자세로 돌아오면 호흡을 다시 정리한다. 정면을 응시하며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등을 둥글게 말아 넣으면서 숨을 길게 천천히 내쉬도록 한다. 이 때 고개가 과도하게 숙여져 호흡이 이어지는데 무리가 가지 않도록 주의한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며 정면을 응시한다. 정면을 향한 바른 자세로 되돌아오기 까지를 1회로 하여, 1회당 등을 말고 5∼7초간 유지하며, 3∼4회 정도 반복해준다. 이처럼 고양이 스트레칭은 복부 근육뿐 아니라 등과 허리 근육에 힘을 주면서 척추 기립근 강화와 어깨 뻐근함에도 도움이 된다. 복부근육의 긴장이 심하거나 잘못된 복근 운동을 반복하면서 척추 기립근과 같은 허리근육이 약화되어 있거나 자세가 바르지 못하여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 특히 도움이 된다. 무더위로 두통이 빈발하다면 '풍지혈(風池穴)'로 지압해 보기를 권한다. 풍지혈은 뒤통수뼈의 아래쪽 경계에서 흉쇄유돌근과 승모근의 사이에 있는 오목한 곳이다. 두통을 치료하는 중요혈이다. 두통뿐 아니라 눈을 밝게 하며 이하선염·중이염·인후염·기관지질환·코질환 등 머리 부위의 질환을 두루 치료하는 데 활용한다. 감기에서 오는 오한, 발열의 증상을 완화하는데도 좋은 효능을 나타낸다. 지압 순서는 뒤통수뼈의 하단에서 두터운 승모근의 외측 경계에서 오목한 곳을 찾는다. 양 손을 머리 위에 얹고 엄지손가락이 아래로 향하도록 한 자세에서 풍지혈을 깊게 지긋이 눌러준다. 시원한 느낌이 들 정도로 깊게 꾸욱 눌러줘야 한다. 잠이 잘 안 올 때는 용천혈(湧泉穴)을 자극한다. 용천혈은 족소음신경의 경혈로, 발바닥의 가장 오목한 곳에 위치한다. 발가락을 굽혔을 때, 발꿈치와 둘째, 셋째 발가락 사이 발바닥의 사이를 연결한 선에서 앞으로부터 3분의 1과 뒤로부터 3분의 2가 되는 지점의 오목한 곳이다. 용천혈은 정신을 안정되고 편안하게 하는 효능이 있고, 몸이 허해서 발생하는 열의 상승을 하강시키는 효능이 있다. 실험에 따르면 이뇨작용을 억제하는 효능이 있으며, 용천혈에 뜸을 뜨면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떨어트리는 효능이 있다. 송 교수는 “용천혈의 '용'은 힘이 용솟음쳐서 원기가 왕성함을 뜻하므로, '용천'은 인간이 탄생하면서 가진 생명력, 즉 원기가 솟아나는 샘과 같은 혈이라 하여 명명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