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절정으로 향하면서 고온다습하고 햇볕이 강렬하며 수시로 비가 내리는 탓에 평소 등산·달리기·걷기 등으로 신체단련을 주기적으로 해 오던 사람들에게 '건강관리 적신호'가 올 수 있다. 즉, 폭염이나 장마로 야외활동이 줄어 운동량도 부족해지기 쉬운데다 실내생활 위주로 하다보면 음주와 기름진 고칼로리 음식을 평소보다 더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아져 '근육은 줄고, 뱃살은 늘어나는'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며칠만 운동을 쉬거나 날씨 탓에 활발한 신체활동량이 줄어도 신체 근육이 금방 '흐물흐물' 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게다가 휴가철까지 겹쳐 음주와 과식이 잦다면 자칫 근감소증이나 복부비만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근감소증은 만성질환, 단백질 등 특정영양소 부족, 운동량 감소 등으로 근육의 양과 근력, 근기능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을 말한다. 걸음걸이가 느려지고, 일어날 때 힘들며, 기운이 없고 자주 눕기 일쑤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근감소증이 노년기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 2017년 정식 질병으로 등재했다. 누구나 나이가 들면 자연스런 노화에 따라 근육이 점점 줄어든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20~30대에는 체중의 35~40%(여성은 30~35%)가 근육이지만, 이것이 해마다 1~2%씩 줄어 60~70대가 되면 체중의 15~25% 내외로 줄어든다. 대개 등 근육과 복근, 엉덩이 근육, 넓적다리 근육과 같이 큰 근육이 눈에 띄게 사라진다. 인체의 가장 큰 장기인 근육은 △골격근육 △심장근육 △내장근육으로 구분한다. 심장근육과 내장근육은 움직임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골격근육은 뇌의 명령에 따라 수축과 이완을 통해 몸을 미세하게 조절하고 움직이는 역할을 한다. 골격근육에는 빠르게 수축하는 근섬유(속근)와 느리게 수축하는 근섬유(지근) 두 가지가 있다. 지근은 지구력이 좋아 오랫동안 수축을 유지할 수 있지만 큰 힘을 낼 수 없고, 속근은 쉽게 피로해지지만 빠르고 힘있게 수축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근감소증은 일차성 근감소증과 이차성 근감소증으로 구분한다. 일차성은 노화 그 자체로 발생하며, 이차성은 질환이나 △신체적 활동 수준의 감소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의 변화 △골격근 단백질 합성률의 감소 등과 같은 영양이나 흡수장애 등이 원인이다. 근육량 감소는 신체대사량(칼로리 소모량)을 떨어뜨려 살이 찌고 비만으로 이어진다. 각종 만성소모성 대사질환(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쉽고, 인체 냉증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 감염에 취약해질 뿐 아니라 인지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치매 발병 위험성 또한 커진다. 근육을 단련하고 키우는 운동은 속근과 지근의 균형 잡힌 발달을 위해 무산소운동과 유산소운동의 적절한 조화가 필요하다. 연세본병원 박영식 병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순간적으로 호흡을 참는 무산소운동이 속근 단련에 효과적"이라며 “폭염과 장마가 이어지는 여름철에는 무리한 실외운동보다는 스쿼트, 팔굽혀펴기, 무릎 굽혀 균형 잡기, 윗몸 일으키기, 아령 및 덤벨 들기 등을 실내에서 꾸준히 하라"고 조언했다. 지근은 천천히 수축하므로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을 할 때 쓰인다. 걷기, 조깅(달리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내리기, 트레드밀(러닝머신) 등 유산소운동이 좋다. 바른세상병원 서동원 병원장(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전문의)은 “운동을 평소의 반대 방향으로 하면 사용하지 않던 근육을 강화해 신체를 균형적으로 발달시킬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 병원장에 따르면, 먼저 뒤로 걸으면 잘 사용하지 않던 허벅지 뒤쪽의 슬근, 슬와근, 종아리 뒤쪽의 가자미근, 비복근 등이 강화된다. 자전거를 탈 때도 페달을 반대로 밟아주면 사용하지 않던 근육이 발달된다. 줄이나 기구를 이용해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은 중력에 의해 좁아진 척추 사이를 넓히는 스트레칭 효과가 있어 요통환자들에게 좋다.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 젊었을 때부터 근육을 키우고 유지하는 운동과 식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인체 근육의 65~70%는 하체에 있는 만큼 하체운동에 주력하는 것이 근육량을 수월하게 늘리는 방법이다. 특히, 걷기는 허리 아래쪽 근육을 충분히 사용하면서 맥박이 지나치게 올라갈 위험도 없어 노년기에 가장 적절한 운동으로 꼽힌다. 관절염으로 걷기가 불편한 경우 수영이나 물속 걷기로 허벅지와 종아리 근력을 키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근육량이 줄면 기초대사량도 떨어져 살이 쉽게 찌고,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만성소모성 대사질환(생활습관병)에 걸리기 쉽다. 강북삼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 교수는 “근육의 움직임이 부족하면 체온이 낮아져 콜레스테롤, 중성지방, 당이 충분하게 연소되지 않는다"면서 “이는 고지혈증과 당뇨병(고혈당)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비만이 되기 쉽다는 얘기다. 근육의 주요 성분은 단백질이므로 운동을 하기 전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근육량을 늘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살코기, 유제품, 계란, 콩류, 두부, 생선 등이 주요 단백질 공급원이다. 운동을 할 때는 에너지로 쉽게 전환되는 적당량의 탄수화물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좋다. 복부비만은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동맥경화,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골관절염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전문의들은 무더위와 장맛비로 인한 실외운동 부족 상황을 그냥 놔두지 말고 실내 운동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비가 내려 4∼5시간의 등산을 못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스쿼트, 팔굽혀펴기, 복근 운동, 댄스(에어로빅) 등을 하라는 것이다. 근력 운동을 하면 근육의 양이 늘어나 칼로리 소모 등 인체 대사에 큰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뱃살은 주로 언제 붙을까. 비만 전문의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부교감신경계의 활성화, 즉 긴장이 풀어지면 근육이나 뇌의 기능이 저하되어 인체에 지방 축적이 잘 된다. 단순당 섭취가 지나쳐 인슐린이 과다하게 분비될 때도 마찬가지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비만을 초래한다. 결식과 과식이 불규칙하게 이어지면 지방 축적이 급격히 늘어난다. 식사를 제대로 안 하다 과식을 하면 그것을 소화하느라 몸이 이완되고 움직임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음주 후에는 내장지방뿐 아니라 간내 지방(지방간) 축적이 증가한다. 과식과 음주를 같이하면 체내에서는 알코올을 태우느라 섭취한 음식 칼로리를 태우지 못해 고스란히 체지방으로 쌓이게 된다. 스트레스도 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을 선호하게 만들고 과식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복부비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식사를 하고 바로 앉거나 누워있을 때도 에너지 소비가 줄어 지방이 쌓이기 쉽다. 식후에 바로 잘 경우도 마찬가지다. 운동은 얼마나 해야 할까. 질병관리청과 국립보건연구원의 공동 연구결과에 따르면, 저항성운동을 주 3일 이상, 적어도 1년 이상 지속하면 근감소증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저항성운동이란 근력 및 근지구력을 발달시키기 위해 신체나 기구 등 무게를 활용하여 근육의 이완과 수축을 반복하는 운동을 말한다. 대표적으로 근력운동은 저항성운동의 일종이다. 저항성운동을 수행하지 않았을 때보다 주 3∼4일씩 12∼23개월 동안 저항성운동을 수행한 경우 근감소증 위험이 20%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주 5일 이상 수행한 경우에는 24% 감소했다. 더욱이 저항성운동을 24개월 이상 지속한 경우에는 효과가 극대화돼 주 3∼4일 및 주 5일 이상 수행한 경우 모두 근감소증 위험이 각각 45%씩 줄었다. 그러나, 주 3일 이상의 저항성운동 실천율이 전체 9%(남성 11%, 여성 8%)였고, 1년 이상의 저항성운동 실천율도 9%(남성 12%, 여성 8%)에 불과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지속적인 운동이 올 여름 폭염과 장마, 휴가철을 이겨내는 근력 강화 또는 유지의 해법일 것이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