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서울도 35℃를 넘나드는 때이른 6월 폭염을 기록했다. 다행히 주말에 내린 비로 무더위가 잠시 주춤했지만 일시적 현상일뿐 7~8월 앞두고 본격적인 불볕더위가 더욱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이럴 때일수록 건강을 위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로 물을 충분히 적절하게 마실 것을 전문가들은 권장한다. 보건복지부 및 한국영양학회가 발표한 '2020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국내 '물 충분 섭취자 비율'은 2015년 42.7%에서 2018년 39.6%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20대 성인 남성의 경우 하루에 2600㎖, 여성은 2100㎖의 수분 섭취가 권고되고 있지만, 모두 이에 미치지 못한다. 질병관리청 자료를 보면 우리 인체는 60∼70% 내외가 물로 구성돼 있다. 인체의 혈액, 심장, 간, 근육, 세포 등 전신의 구성과 기능에 '물'이 작용한다. 이처럼 물은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체온 조절 등 인체의 항상성 및 생명 유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충분히, 적절하게 보충해야 한다. 특히, 요즘 같이 무더운 여름철에는 수분 섭취에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반 성인의 물 섭취량은 하루 8컵(1컵 200㎖) 이상이다. 소변으로 배설되는 양이 약 1.5ℓ 내외, 소변 이외 땀·호흡 등으로 배출되는 양도 약 1ℓ 내외에 이르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섭취하는 수분의 양이 통상 1∼1.2ℓ라는 점을 감안하면 식사 이외에 1.5ℓ 이상의 수분을 기본적으로 보충해줘야 하는 셈이다. 수분 부족으로 발생하는 증세가 탈수증이다. 증상은 갈증을 비롯해 △소변량 감소 △피로 △피부와 점막의 건조 △근력 약화 및 근육 경련 △두통, 어지럼증, 혈압 저하, 혼수, 쇼크 상태 등 탈수의 중증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학계에 따르면, 체내에 수분이 평소보다 1∼2%만 부족해도 신체기능이 정상이라면 갈증을 느끼는데, 이는 우리 몸에 수분이 슬슬 부족하다는 신호다. '경도 탈수'는 체중이 3∼5% 정도 줄어든 상태로 소변량은 유지되지만 피부는 긴장을 하게 된다. 체중이 6~9% 줄어들어 '중등도 탈수'에 이르면 피부·점막이 건조해지고, 소변량이 감소하며, 혈압이 떨어지고 맥박수가 올라간다. '중증 탈수'는 체중이 10% 이상 줄어든 상태로 저혈압과 쇼크 상태에 이르러 소변이 거의 나오지 않고, 의식이 저하되는 응급상황이 초래된다. 그래서 물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고 여름철에는 더욱 수분보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운동이나 온열 질환 대처를 위해 수분 손실이 늘어나면 더 많은 양의 수분이 필요하다. 만성탈수 상태에 접어들면 갈증을 잘 느끼지 못한다. 목이 마르지 많더라도 주기적으로 물을 마셔주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제일 좋다. 중강도 이상의 야외활동이나 운동 중에는 목이 마르지 않더라도 20분 정도 간격으로 물을 150∼200㎖ 마시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량의 물을 수시로 음용하는 것은 수분 부족을 막고 탈수증을 방지하는 기본 수칙이다. 시원한 냉수가 흡수가 빠르고 체온조절에도 도움을 준다. 갈증이나 탈수 증세가 느껴질 때는 맹물보다 소금을 약간 탄 물, 스포츠음료(이온음료)가 증상 해소에 더 좋다. 다만, 이온음료는 빠르게 갈증을 해소하고 전해질 보충에 효과적이지만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수분섭취를 위해 물 대신 설탕, 카페인, 나트륨 등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음료를 많이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커피나 녹차 등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는 이뇨작용이 강해 과용하면 오히려 수분을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탄산음료는 과량의 당분(설탕 등)으로 칼로리가 높고 자칫 갈증이 더 심해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물 대용 차(tea) 음료를 곁에 두고 틈틈이 수분을 보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차음료가 구수한 맛의 '국민 차음료' 보리차이다. 차게 해서 마시면 빠른 갈증해소에 효과가 있다. 옥수수차나 옥수수 수염차는 또한 구수한 맛과 옥수수 향이 좋아 많은 이들의 일상차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식 맵고 자극적인 음식과 잘 어울리는 차로 꼽히기도 한다. 옥수수 수염은 식약처에서 식품원료로 인정받은 원료이다. 숙취 해소를 돕는 차음료로 잘 알려져 있는 헛개차는 더운 날씨로 인한 갈증도 시원하게 해소시켜 주는 덕분에 일상에서 물 대용으로 마시기에 적합하다. 제주삼다수 관계자는 “수분 섭취 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깨끗한 물을 고르는 것"이라며 “물은 모두 같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수원지, 수질관리 등 여러 조건을 꼼꼼히 따져 생수나 차음료를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개했다. 물은 마신 지 최소 20분이 지나야 체내에 완전 흡수된다. 갈증을 느꼈을 때 마시는 물은 시원한 느낌은 있지만 당장 혈액이나 체액의 농도를 조절해 주지는 못한다. 식사를 할 때 국물을 마시면서 수분을 섭취하려는 것 또한 나트륨(소금의 40%)이나 설탕·지방 성분을 다량 복용하는 역효과가 빚어질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나트륨이나 지방의 과잉 섭취는 고혈압·당뇨병·신장병(콩팥병)·심장병·동맥경화·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유발하거나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여름철에 수분 보충이 제대로 안되면 탈수증이 진행되다가 갑자기 땀이 나오지 않으면서 열사병으로 악화하는 수가 많다. 갈증이 있을 때 많은 양의 물을 급히 마시면 심장이나 신장(콩팥)에 부담을 주기 쉽다. 따라서 요즘 같이 폭염이 기승을 부릴 때에는 물을 '야금야금 마셔두는 것'이 상책이다. 만성 콩팥병 환자는 특히 물을 과하게 마시거나 칼륨이 많은 여름과일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부종이 생기거나 칼륨이 배설되지 않고 몸에 축적돼 심장근육에 영향이 가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과도한 수분 섭취는 혈액속의 나트륨을 희석하고 체액(전해질)을 묽게 만들어 신체 기능의 저하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물을 많이 마시면 소변 배출이 잦아지기 때문에 콩팥병이 있는 사람은 수분의 섭취량과 방법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신장 질환자라고 해서 무조건 수분 섭취를 최소화하면 오히려 탈수로 신장 손상이 가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 소변량과 신장 기능의 정도 등을 바탕으로 전문 의료진과 논의해 적정 수분 섭취량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박효순 기자 anyto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