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에 필수 에너지인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가 가장 저렴하게 생산되는 곳은 러시아로 나타났다. 수요가 가장 많은 우리나라와 일본 생산단가보다 거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러시아 동시베리아는 에너지가 풍부하고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청정수소 저장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탄소중립 미래를 위해선 러시아와 대화 채널 및 교류를 유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글로벌 에너지 및 원자재 가격 정보 제공업체인 아르구스(Argus)에 따르면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한 나라 가운데 생산단가가 가장 저렴한 곳은 러시아와 북미로 나타났다. 자동열개질(ATR)과 탄소포집저장(CCS) 기술로 생산한 저탄소(LOW-C) 암모니아의 생산단가(톤당)를 보면 러시아 서부 418달러, 동부 411달러이며, 북미에서는 미국 걸프코스트 443달러, 캐나다 408달러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758달러, 일본은 753달러로 조사가 이뤄진 나라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746달러, 영국 721달러, 독일 740달러, 스페인 733달러, 프랑스 728달러 등 유럽도 비싼 편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주요 수입국이 될 호주 679달러, 트리니다드 747달러, 카타르 676달러, 아랍에미리트 697달러는 동북아보다는 낮지만 러시아, 북미보다는 높은 단가가 형성됐다. 수증기개질반응(SMR)과 CCS로 생산한 BAT(Best Available Techniques)+ 암모니아의 생산단가(톤당)를 보면 러시아 동부 320달러, 서부 327달러이며, 캐나다 324달러, 미국 걸프코스트 335달러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649달러, 647달러로 역시 가장 높게 형성됐다. 이에 못지 않게 유럽도 네덜란드 647달러, 영국 607달러, 독일 636달러, 스페인 639달러, 프랑스 643달러로 높게 형성됐다. 호주는 573달러, 카타르는 591달러, 아랍에미리트는 586달러로 형성됐다.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풍력과 태양광 전력으로 만들어진 무탄소(No-C) 암모니아의 생산단가는 저탄소 암모니아보다 크게 높아진다. 가장 저렴한 순으로는 톤당 중국 1012달러, 아랍에미리트 1105달러, 호주 1126달러, 미국 웨스트코스트 1142달러, 사우디아라비아 1148달러, 스페인 1148달러, 카타르 1155달러, 브라질 1173달러, 칠레 1218달러, 남아프리카 1258달러, 나미비아 1279달러 등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은 각각 2748달러, 3046달러로 가장 저렴한 곳보다 2.5~3배 이상 비쌌다. 반면 네덜란드 1389달러, 영국 1423달러, 독일 1584달러, 프랑스 1634달러 등 재생에너지가 많이 설치된 유럽의 생산단가는 한국과 일본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구스가 정의하는 청정암모니아 기준은 암모니아 1톤 생산에 배출되는 탄소량 기준으로 △No-C 암모니아 0.01톤 미만 △LOW-C 암모니아 0.09톤 초과, 0.17톤 미만 △BAT+ 암모니아 0.17톤 초과, 0.49톤 미만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청정암모니아 수요가 상업적으로 시작되는 나라다. 올해부터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CHPS)이 개설돼 빠르면 2027년부터 실제 청정수소가 발전 연료로 공급될 예정이다. 2030년경 국내 청정수소 수요는 500만톤가량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는 수소 생산단가가 매우 비싸 수소운반체인 청정암모니아의 거의 전량을 수입해야 하는 처지이다. 이 때문에 수입처로서 러시아를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러시아 에너지 수입액은 2021년 135억달러에서 러-우 전쟁 이후 뚝 떨어져 2023년 58억달러로 감소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줄인 만큼 이를 북미, 중동, 호주 등에서 대체 수입하고 있으나 가격이 올라 물가 인플레이션의 주범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국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체제에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청정암모니아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실 전쟁 전부터 러시아의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수입을 검토하고 있었다. 러시아 동시베리아에는 에너지가 풍부하고 CCS 사이트도 충분해 저렴한 청정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이 가능하고,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도 매우 가깝다"며 “러-우 전쟁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미래를 위해 러시아와 대화 채널 유지하고 학문 교류를 이어가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병효 기자 chyybh@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