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경영권 분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이날 오전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며 공개매수 기간인 오는 4일까지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을 다른 판단을 내렸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영풍·MBK 측의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과 '대항 공개매수' 투트랙 전략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재계 일각에서는 고려아연이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4000억원을 마련하고 증권사 대출 등의 현금을 마련한 것이 자사주 매입을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있다. MBK 측이 1주당 공개매수가를 66만원에서 75만원으로 인상한 만큼, 최 회장이 '지분 6% 확보'를 위해 주당 80만원에 대한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필요 자금은 총 1조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고려아연 측이 최씨 일가가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해 우호 세력 확보에 총력을 다하고 있는 것도 대항 공개매수를 염두에 둔 행보로 해석된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추석 연휴를 전후해 일본 도쿄를 찾아 세계 최대 광산 기업인 BHP 일본법인 소속 고위관계자와 회동하고, 글로벌 투자회사인 일본 소프트뱅크 측과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계열사인 켐코의 최내현 회장과 고려아연 호주 계열사인 아크에너지 최주원 대표 등도 글로벌 우호 세력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 최 회장 측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베인캐피털,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도 접촉해 1조원 안팎의 자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MBK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금지돼야 한다는 영풍 측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므로 금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MBK·영풍 측에서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에 대한 법적 리스크가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MBK 측은 “이 사건 분쟁의 당사자는 MBK·영풍과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일 뿐이고, 고려아연은 분쟁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해 자기주식을 취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의 실제 시가는 주당 50만원 정도인데, 현재 70만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고려아연 주식의 주가를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취득할 이유가 없고, 이런 주식을 고려아연이 주당 80만원에 취득하는 경우 그 즉시 주당 3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게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MBK는 주주총회결의에 따른 이익잉여금 한도상 자기주식 취득이 불가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2024년 3월에 있었던 정기주주총회에서 2693억1137만1071원을 차기이월 이익잉여금으로 정했다. 그렇다면 고려아연이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2024년도에 중간배당 또는 자기주식 취득 등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주주총회에서 정한 금액 범위로 한정된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이미 중간배당,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 등으로 위 금액을 초과하는 금액을 이사회 결의로 사용했고, 따라서 2024년도에는 더 이상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금이 남아 있지 않으며, 이사회 결의를 하더라도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이 MBK 공개매수 기간 종료일에 즈음한 10월 2일에 주당 80만원에 자기주식을 취득하겠다고 결정할 경우 고려아연의 시세가 일시적으로 금 80만원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상승해 일반 투자자들은 금 75만원의 공개매수를 제안한 MBK의 제안에 응하지 않게 될 수 있다"며 “이는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윤동 기자 dong0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