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만연해 있는 무분별한 투자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청소년기에 올바른 금융투자교육이 필요합니다." 한재영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은 최근 에너지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한 원장은 지난해 금융투자교육원장으로 온 이후 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투교협) 간사를 겸직하면서 1년간 청소년·직장인·전문가 대상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실시하는 등 금융투자교육 시장을 활발하게 이끌고 있다. 최근 주식 시장에 상승장에서 소외될까 두려워하는 '포모(FOMO) 현상'이 심화되고 빚투(빚내서 투자)·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이 증가하는 원인이 금융투자교육의 부재에 있다는 게 한 원장의 설명이다. 한 원장은 “교육이 100% 해결책이 될 수는 없지만 투자가 무엇인가에 대해 알고 투자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우리나라도 금융투자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한 원장과의 일문일답. -'포모 현상' 심화의 원인 중 하나로 투자 교육 부재를 꼽았다. ▲투자란 적정한 목표 수익률을 갖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산을 늘려나가는 것으로 분산투자와 가치투자가 투자의 기본 원칙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투자와 투기의 차이를 분명하게 구별하지 못하면서 '주식 투자로 돈을 벌었다', '코인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려 빚투, 영끌로 무작정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가 많아졌다. 투자에 직접 뛰어든 이후에는 금융투자교육을 받으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투자자 교육은 아직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는 청소년 시기에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에 금융이나 투자에 관련된 올바른 교육을 받게 되면 사회에 나와서도 무작정 빚을 내 투자를 하는 무분별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들에 대한 금융 교육 현실은 어떤 상황인가. ▲초등학교에는 금융 관련 내용 자체가 거의 없고 지난해 고등학교 교과과정 개편을 통해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이 신설됐지만 수능과목에서 제외돼 해당 과목을 선택하는 학생들은 극히 드물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통해서는 금융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교협에서 교육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학교 등 교육기관의 요청 시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특강 요청이 들어오면 강사료나 출장비도 투교협 차원에서 부담한다. 학교는 신청만 하면 되는 구조이지만 아직까지 자발적으로 신청하는 곳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투교협에서 제공하는 교육 콘텐츠에는 어떤 게 있나. ▲주요 콘텐츠는 투교협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온라인 콘텐츠와 체험관, 뮤지컬 등 오프라인 콘텐츠 등이다. 금융투자교육원 건물에 마련된 금융투자체험관에 중학생이나 고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이 방문하면 1시간은 투자교육 강의를 듣고 1시간은 보드게임을 통해 투자게임을 해볼 수 있다. 또 금융 투자 뮤지컬도 제작해 1년에 10여곳의 학교를 방문해 공연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생이나 군인, 직장인, 퇴직을 앞둔 시니어 대상 온·오프라인 교육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해외 사례는 어떤가. ▲해외 주요국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교육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는 교육과정에 경제 교육을 모든 주에서 의무적으로 포함해야 하며 '퍼스널 파이낸스(Personal Finance)라고 하는 개인 재무관리 교육은 18개주에서 의무화돼 있다. 퍼스널 파이낸스는 단순히 경제 관점에서의 수요와 공급을 넘어 예금부터 카드, 보험, 투자, 연금까지 가르쳐주는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금융 교육을 의무화하려는 움직임이 없나. ▲금융이라는 분야 자체가 학문적이라기보다는 실무적인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학교 교과과정에 넣는 것이 사실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일리가 있는 의견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금융 교육에서 손을 놓을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투교협 차원에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올해부터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유학기제에 금융과 투자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총 10곳의 중학교에서 신청을 해 진행 중이며 점차 수요가 많아지면 대상 학교를 늘려갈 계획이다. 초등학생 대상으로는 교육부의 방과 후 교육·돌봄 프로그램인 '늘봄학교'에서 금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금융투자협회와 교육부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다. 올해 2분기부터 전국 늘봄학교 도입이 확대되는 가운데 금융 교육을 원하는 학교들을 대상으로 사전 신청을 받았고 총 20곳의 학교에서 금융 투자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투자교육원장으로서 올해 목표는. ▲지금까지 진행된 교육이 일회성에 그쳤다면 올해는 늘봄학교나 자유학기제를 활용한 교육을 통해 좀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다. 앞으로 더 많은 학교를 대상으로 금융교육을 실시할 수 있는 방안을 다방면으로 모색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금융과 투자에 대한 지식을 함양시킬 수 있는 다회차 교육을 늘려서 금융투자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많이 불러일으키고 싶다. □ 한재영 원장 프로필 ◇약력 △1974년 출생 △연세대 경영학과 △美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MBA △한국증권업협회 감리부, 증권업무부 △금융투자협회 증권지원부, 조사연구실, 기획부 △금융투자협회 K-OTC부장 △금융투자협회 자산운용지원부장 △금융투자협회 국제부장 △現 금융투자협회 금융투자교육원장(전국투자자교육협의회 간사 겸직) 김기령 기자 giryeong@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