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누가 6번째 초대형 투자은행(IB)가 될까. 지난해 인가에서 고배를 마신 증권사들이 올해는 초대형 IB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늘면서 초대형 IB 지정을 발판으로 발행어음업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초대형 IB는 증권사가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을 충족하면 지정 가능하다. 현재 자기자본 4조원을 충족했으나 초대형 IB 인가를 받지 못한 증권사는 하나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메리츠증권 등 4곳이다.이 가운데 업계에서 6호 초대형 IB에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증권사는 하나증권이다. 하나증권은 자기자본 4조원 조건을 충족한 상태로 올해 초대형 IB 인가를 향한 본격 준비에 나섰다. 하나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을 신설했다. IB부문은 1부문과 2부문으로 나눴다. IB 1부문은 전통IB 강화를 목적으로 기업금융 조직을 확대하고 ECM본부 등을 신설해 수익력을 증대한다는 계획이다. IB 2부문은 부동산금융 조직 정비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전문성과 효율성을 강화해 조직을 재편할 예정이다.앞서 하나증권은 IB부문 강화를 위해 지난해 정영균 전 삼성증권 투자금융본부장을 IB그룹장(부사장)으로 새로 영입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이번 조직개편으로 박병기 IB1부문장이 전무로 승진했으며 김주욱 IB기획실장과 김도일 IB솔루션1실장이 신임 상무로 발탁됐다.신한투자증권도 연말 자타공인 IB 전문가인 김상태 대표의 연임을 확정지으면서 IB 부문 역량 강화를 통해 초대형 IB 진출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자기자본 규모는 4조원에 못 미치지만 대신증권은 그 어느 증권사보다도 올해 초대형 IB 지정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상이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올해 자기자본 4조원 달성과 함께 초대형 IB로의 진출을 그룹의 전략 목표로 삼았다.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우리 그룹이 더 크고 지속 가능하게 성장하려면 증권의 자본 증대와 초대형증권사 진출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올 연말 이같은 목표를 달성한다면 대신증권은 명실상부한 업계 최고 수준의 증권사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대신증권은 지난해에도 자기자본 3조원 달성과 더 나아가 초대형 IB로의 진출을 선언했지만 서울 중구 본사 매각이 불발되면서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에 올해는 자기자본 3조원을 넘어 4조원 돌파를 이뤄낸다는 계획이다.대신증권의 지난해 상반기 기준 자기자본 규모는 약 2조1000억원이다. 대신증권은 올해 안으로 서울 중구에 위치한 본사 사옥과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매각해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연내 4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반면 키움증권은 자기자본 조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대형 IB 진출에는 소극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내부통제 부실 논란 등으로 해결해야 할 내부 과제가 산적해 있어서다.키움증권은 지난해 4월 말 라덕연 사태에 이어 같은 해 10월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수천억원의 미수금이 발생하면서 초대형 IB 인가에는 발목이 잡혔다. 대형 주가조작 사태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의 피해가 컸고 리스크 관리에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초대형 IB 진출보다는 리스크 관리를 통한 투자자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발행어음은 자체 신용을 바탕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이다. 발행어음업에 진출하게 되면 수익구조 개선 등이 용이하고 수익 다각화까지도 가능해진다. 현재까지 초대형 IB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사다. 이 중 발행어음업에 진출한 초대형 IB는 삼성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다.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발행어음 업무를 하기 위해서 초대형 IB 진출이 중요한 것"이라며 "초대형 IB와 발행어음업 진출 증권사가 되면 이들 증권사의 경쟁력은 그 이전과 확연히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giryeong@ekn.kr자기자본 4조원을 넘긴 증권사가 늘면서 올해 초대형 IB 지정을 발판으로 발행어음업에 진출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김기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