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해 1분기 매출 71조원,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이라고 5일 잠정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1.37%, 931.25%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매출이 70조원대를 회복한 것은 2022년 4분기 70조4646억원 이후 5개 분기 만이다. 이번 실적은 여의도 증권가 전망치를 20% 이상 상회하는 수준이다. 시장은 올해 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4조원대 중후반일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메모리 감산 효과에 따른 가격 상승 등의 흐름이 이어져 최근 목표 실적을 일제히 높였다. 이날 삼성전자는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이 7000억∼1조원 규모의 영업이익을 내 2022년 4분기 2700억원 이후 5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삼성전자 부문별 영업이익을 추산하고 있다. SK증권은 DS 부문 1조원, 모바일 익스피리언스(MX)·네트워크와 디스플레이(SDC)는 각각 3조7000억원, 3000억원으로 추정했다. 유진투자증권은 DS 9000억원, SDC 3000억원, MX·네트워크 3조8000억원, 영상디스플레이(VD)·소비자 가전(CE) 3000억원, 하만 1000억원을 예상했다. 현대차증권은 DS 7000억원, SDC 3500억원, MX·네트워크 3조9000억원, VD·가전 3800억원을 제시했다. 감산에 따라 D램과 낸드 가격이 오름세인 가운데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판매에 주력한 결과 메모리 사업이 조 단위 영업이익을 거둬 DS 부문의 흑자 전환을 견인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작년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관련 고대역폭 메모리(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수익성 중심 메모리 전략 유지와 지난해 4분기 전략적 출하에 따른 낸드의 저가 기저로 인한 1분기 가격 반등 폭이 예상보다 높아 재고 평가 손실 충당금 환입 효과가 뚜렷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1분기 D램과 낸드 비트 단위로 환산한 생산량 증가율(비트 그로스)은 각각 -14.8%, -3.0%로 계절적 비수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산업 수급 개선에 힘입어 D램과 낸드 평균 판매 단가(ASP)가 전 분기보다 16.3%, 21.0% 올라 수익성이 대폭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사업도 AI 탑재 갤럭시 S24 판매 호조세 등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에 따라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 4분기 영상디스플레이(VD)와 생활가전(DA)사업부는 영업손실 5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프리미엄 TV와 고부가 가전 확대 판매 등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메모리 가격 상승 추세 덕에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랠리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트렌드포스 분석에 따르면 1분기 D램 ASP는 전 분기 대비 최대 20% 상승한 데 이어 2분기에는 3∼8% 가량 오를 전망이다. 낸드도 1분기 23∼28% 오른 데 이어 2분기에는 13∼18%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전년 동기 6685억원보다 10배가량 늘어난 7조3634억원이다. 2분기 매출 전망치는 전년 동기 대비 20.73% 증가한 72조4469억원으로 집계됐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수요 증가도 실적 개선에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서비스 확대에 힘입어 그래픽 처리 장치(GPU)와 신경망 처리 장치(NPU) 출하량이 급증해 HBM 시장은 2026년까지 고속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D램 칩을 12단까지 쌓은 5세대 제품인 HBM3E를 올해 상반기 중 양산하고, 올해 HBM 출하량도 작년보다 최대 2.9배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등) 경쟁사와의 HBM 로드맵 격차 축소가 관건"이라며 “여전히 삼성전자는 후발 주자에 머물러 있지만 과거보다 기술 격차가 축소된 점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파운드리 분야도 수주량이 늘었고, 수율이 개선돼 4분기에는 흑자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석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작년 파운드리 사업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최대 수주 달성과 하반기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며 “하반기 HBM 공급과 범용 제품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 성장 속도는 예상보다 가파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했다. 박규빈 기자 kevinpar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