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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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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4주기, 차분한 가운데 의료·문화 공헌 기려

삼성그룹이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의 4주기를 맞아 의료와 문화 분야 공헌을 중심으로 고인의 철학을 기리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21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오는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4주기를 앞두고 그룹차원의 추모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행사는 단촐하다. 대내외 위기론 속에 지난해보다 차분한 분위기가 예상된다. 기일에는 경기 수원 선영에서 4주기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다. 올해는 별도 추모행사 없이 유족들과 삼성 사장단이 모여 신경영 철학 등 고인의 업적을 기릴 것으로 보인다. 앞서 24일 오후에는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4주기 추모음악회가 열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비롯한 신예 연주자들이 참여했으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유족들, 삼성 사장단 등 1000여 명이 참석했다. 21일에는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사업단이 사업 4년차를 맞아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이 함께하는 자리를 진행했다. 이 사업은 이 선대회장의 '어린이 사랑'과 '인간 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한 의료공헌의 일환으로, 지난 2021년 유족이 기부한 3000억원을 재원으로 출범했다. 이번 추모 행사에서는 이 선대회장의 문화예술, 의료 분야 철학이 집중 조명될 전망이다. 특히 이 선대회장의 '문화 인프라' 육성 의지는 그의 생전 활동과 유산을 통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고인은 생전 “문화적인 경쟁력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의 문화 인프라 향상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은 재능 있는 예술 인재를 선발해 해외 연수를 지원하고, 백건우와 백남준, 이우환 등 한국 예술인들의 해외 활동을 후원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유족들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하며, 그의 문화공헌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또한 삼성은 지역사회를 위해 인재개발원 콘서트홀을 개방하여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제공하는 등 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탈상 의미가 컸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위기론 속에 더 조용히 추모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87년 삼성그룹 2대 회장에 올라 1993년 '신경영 선언'으로 그룹 혁신을 추진해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4년 5월 쓰러진 후 6년 5개월여 만인 2020년 10월 25일, 78세로 별세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침묵에서 행동으로, 이재용의 선택에 걸린 삼성의 미래

리더의 부재는 기업의 위기를 더욱 깊게 만든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이재용 회장의 책임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 회장의 결단이 단순한 기대가 아닌, 위기 극복을 위한 필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미래는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이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논의되는 이유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위원장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책임경영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다"며 “사법 리스크의 두려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과 리더십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이 위원장은 또한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존경받는 일류 기업으로 변화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등기이사로 복귀할 경우, 법적 책임을 지면서 보다 적극적인 경영 활동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들에게 책임경영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줄 수 있으며,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도 도움이 될 이슈다. 최근 반도체 업계는 리더십 스타일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하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은 제품 개발과 전략 수립에 직접 관여하며 경영의 최전선에서 활동 중이다. 그 결과 엔비디아는 인공지능(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 남다른 혁신과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이재용 회장은 경영 최전선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최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대한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한 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이 '반성문'을 발표했다. 통상적으로 최고 경영자가 맡아야 할 역할을 다른 임원이 대신한 것으로, 이 회장의 직접적인 책임 경영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부분이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심각한 상황이다. 반도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에서 중국 기업들의 추격으로 인해 점유율이 하락 등을 겪고 있다. 여기에 노사 갈등도 심화되고 있어 내부 결속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 공백이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리더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 한다는 얘기다. 추가로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 수립, 그리고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조직 문화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과 기술 혁신, 그리고 글로벌 인재 유치 및 육성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고 경영자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라며 “이는 단순히 이재용 회장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거버넌스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책임과 권한이 명확한 리더십 구조가 삼성전자에 필요하다"며 “그의 선택이 삼성전자는 물론 한국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중하면서도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주주 보호” vs “소송 남발”… 이사 충실의무 확대, 경제단체만 ‘반대’

정부가 상법 상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한 노력 의무'를 추가하기 위해 노력을 하는 가운데 경제단체들의 반대가 여전하다. 하지만 이들의 논리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경제인협회 등 8개 경제단체는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기업 지배구조 규제 강화 법안 발의 자제를 요청했다. 경제단체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등의 법안이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 주장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며 “경영 혼란과 소송 남발을 초래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최근 정부는 상법 개정 논의에 대한 재계의 반발을 감안해 “이사는 직무를 수행하면서 주주의 정당한 이익이 보호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을 2항으로 신설하는 상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일반주주까지 확대하자는 야당 안과 재계의 우려 사이의 절충점을 찾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전혀 굽히지 않는 경제단체들의 주장은 여러 연구 결과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채이배 전 의원(전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이 2013년 발표한 “상법 제382조의 3 (이사의 충실의무) 개정 필요성" 연구보고서를 보면 “현행 상법상 충실의무 규정이 이사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채 전 의원은 “이사 및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방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을 개정하고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경북대 교수가 한국상사법학회를 통해 2022년 발표한 “충실의무 조항에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명시하는 법안에 대한 검토" 논문에서 “이사의 충실의무에 주주 이익 보호 내용을 추가하는 법안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본거래를 통한 일반주주 이익 편취 방지, 이해상충 판단기준 개선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본시장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 개최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정책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견해가 제시됐다. 김우진 서울대 교수는 “국내 상장기업 거버넌스의 핵심 문제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및 부의 이전"이라며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회사법에 일반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제단체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스탠더드 역행' 논리도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 등을 참고하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존 아머(John Armour) 옥스퍼드 대학교 법학대학원 교수 등은 2018년 발표한 '주주와 회사에 대한 이사의 의무: 비교 분석'(Directors' Duties to Shareholders and the Company: A Comparative Analysis) 연구에서 “여러 국가에서 이사의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이는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앤드류 S. 골드(Andrew S. Gold) 브루클린 로스쿨 교수는 2009년 발표한 '회사법에서의 새로운 충실의무 개념'(The New Concept of Loyalty in Corporate Law) 논문에서 “이사가 주주 이익을 위해 행동해야 할 뿐만 아니라, 주주에게 정직해야 하고 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새로운 충실의무 개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로 오히려 우리나라의 관련 법제도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진정한 의미에서 기업 밸류업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단체들은 소송 남발과 경영 불확실성 가중을 우려하고 있지만, 학계에서는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를 명확히 함으로써 불필요한 소송과 경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경제단체들의 반대 논리는 최근의 연구 결과와 글로벌 트렌드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는 한국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가치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매출 올랐는데 이익은 하락…LG·삼성 ‘물류비 속앓이’

전자업계가 물류비의 등락에 따라 울고웃고 있다. LG전자 등 대표적인 전자기업이 지난 3분기 실적에서 물류비 상승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LG전자 뿐만 아니라 사성전자도 매출은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감소하는 '어닝쇼크'를 경험한 가운데, 글로벌 공급망의 복잡성과 해운 시장의 변동성이 기업 실적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G전자의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22조17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7% 증가해 3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51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9%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1조226억원을 크게 밑도는 수치다. LG전자는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급등한 물류비와 마케팅비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해상운임의 급등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LG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당시 “하반기 해상운임 비딩 결과 컨테이너당 평균 해상운임이 전년 동기 대비 약 58% 상승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한 상황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6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7.6% 감소했다. 삼성전자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물류비 상승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대형 가전제품을 주로 다루는 디스플레이와 생활가전 사업부는 물류비 상승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실제 올해 들어 해상운임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5월 초부터 주요 무역 노선에서 컨테이너 운임이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극동에서 북유럽 노선의 운임이 4월 1일 이후 30% 상승해 5월 중순 기준 FEU당 434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한 수치다. 이러한 급격한 변동의 주요 원인으로는 홍해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 미국의 대중국 제재, 글로벌 경제 상황의 변화, 선복량 조정 등이 꼽힌다. 특히 홍해에서의 후티 반군 공격으로 인한 선박 우회는 운송 시간 증가와 연료 소비 증가로 이어져 전반적인 해운 비용을 상승시켰다. 또, 글로벌 무역량의 변화와 신규 선박 도입 계획 등도 해상운임의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해운 전문가들은 이러한 추세가 2025년 초 중국 춘절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일부 예측에 따르면 컨테이너당 운임이 최대 3만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최고치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은 전자업계와 같이 대형 제품을 주로 다루는 산업에서 그 영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해상운임 상승은 직접적으로 기업의 물류비용을 증가시키며, 이는 결국 제품 가격 상승이나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는 구조다. 한편 LG전자와 삼성전자는 모두 4분기와 내년 상반기까지는 물류비 부담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후 내년 하반기부터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교역량 감소와 신규 선박 도입 등으로 해상운임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2024년 선복량 증가율을 7.7%로 예상하고 있어, 공급 과잉으로 인한 운임 하락 압력이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무역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전자업계는 당분간 물류비 변동에 따른 실적 등락을 겪을 것"이라며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동성에 대비한 유연한 전략 수립과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단독] 애플 ‘슈퍼드라이브’ 퇴장… 저물어가는 CD·DVD

애플이 지난 16년간 판매해온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 '슈퍼드라이브'의 판매를 접은 것으로 파악된다. 애플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슈퍼드라이브의 재고가 소진됐고, 전 세계적으로 품절 또는 구매 불가 상태로 표시돼 사실상 단종된 것으로 보인다. CD와 같은 광학드라이브의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애플의 전 세계 스토어에서는 광학드리이브의 슈퍼드라이브을 찾아보기 힘들다. 유럽 일부 지역에서는 재고가 남아있다지만 사실상 새로운 생산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슈퍼드라이브의 역사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애플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맥북 에어를 출시하면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과감히 제거했다. 대신 별도의 외장형 광학 드라이브인 슈퍼드라이브를 함께 선보였다. 이후 2013년부터 애플은 모든 맥북 라인업에서 내장 광학 드라이브를 완전히 제거하면서 슈퍼드라이브를 계속해서 별도 판매해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디지털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격히 변화하면서 애플의 전략에도 수정할 부분이 생겼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폭발적인 성장과 클라우드 스토리지의 보편화, 그리고 고속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해 물리적 미디어의 필요성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애플 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CD와 DVD의 자리를 빠르게 대체해 나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슈퍼드라이브는 기술적 한계도 드러냈다. USB-A 타입만 지원하고 USB 2.0 속도로만 작동하는 등 현대의 고속 데이터 전송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최근의 맥북 모델들이 대부분 USB-C 포트만을 탑재하고 있어 슈퍼드라이브를 사용하려면 별도의 어댑터가 필요한 점도 사용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ODD(Optical Disc Drive) 시장 전체의 하락세를 반영하는 모습이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서치퓨처에 따르면, 전 세계 ODD 시장 규모는 2023년 16억1330만 달러에서 2030년 12억7980만 달러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3.6%로 시장이 축소되는 중이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에 ODD 시장에서 철수했다. 슈퍼드라이브의 단종은 애플의 제품 전략 변화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애플은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것도 빠르지만 구형 기술을 과감히 버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브를 가장 먼저 제거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CD/DVD 시대의 종말을 가장 먼저 선언한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빠른 변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여전히 CD나 DVD로 저장된 중요한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사용자들에게는 이번 결정이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일부 전문 분야에서는 여전히 광학 미디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 보안과 장기 보관이 중요한 의료 및 법률 서비스 분야에서는 여전히 ODD 사용이 필요하다. 일부 음악 애호가들과 영화 컬렉터들을 위한 작은 시장도 존재한다. 아직 서점 등에서는 CD나 DVD로 생산된 아티슽의 앨범 등이 판매 중이다. 이들을 위해 LG전자는 히타치와의 합작법인인 HLDS(Hitachi-LG Data Storage)를 통해 ODD 제품을 만들면서 전 세계 ODD 시장에서 6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CD나 DVD보다 더욱 빠르고 효율적인 데이터 저장 및 전송 방식이 대중화 된 상황이라 애플이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기술의 발전과 소비자 행동의 변화, 그리고 기업의 전략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도 인정… 위협적인 中 메모리 성장세 대응해야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 이유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구식)제품 공급이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반도체 업계의 판도 변화가 감지된다.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삼성전자의 독주나 마찬가지였다. 신기술을 적용한 제품 뿐만 아니라 레거시 제품도 삼성전자의 입지가 단단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업체의 레거시 시장 침투가 삼성전자의 실적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도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중국 레거시 제품의 공급이 실적 저하의 원인 중 하나로도 인정하기도 했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중국 메모리 업체의 레거시 제품 공급 증가에 실적이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의 레거시 메모리 시장에서는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CXMT는 2016년 설립 이후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급성장했다. 노무라증권에 따르면 CXMT의 월간 DRAM 생산능력은 2023년 말 12만 장에서 2024년 1분기 16만 장으로 증가했으며, 2024년 말에는 20만 장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글로벌 DRAM 생산의 약 11%를 차지하는 규모다. 기술력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현재 17nm, 18nm DDR4와 LPDDR4 제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18.5nm 공정의 DRAM 생산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HBM(High Bandwidth Memory) 개발에도 착수했다고 알려졌다. YMTC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YMTC는 최근 232층 QLC 3D NAND 양산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약 2년으로 좁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YMTC 측은 자체 개발한 Xtacking 3.0 기술을 적용해 성능과 수율을 개선한 결과라고 자찬하고 있다. 최근 YMTC는 미국 수출규제를 돌파하기 위해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의 장비 공급업체들과 협력을 모색하다. 중국 업체의 약진으로 시장 점유율 변화도 뚜렷하다. 글로벌 리서치사인 호라이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중국의 글로벌 반도체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약 17.67%에 달한다. 특히 CXMT의 경우 계획대로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글로벌 DRAM 시장의 15%까지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중국 기업들의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중 무역 갈등과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중국은 반도체 자급률 제고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빅펀드'로 알려진 대규모 투자 프로그램을 통해 반도체 산업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중국 기업들의 급성장으로 레거시 제품이 주 품목인 중저가 제품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업체는 HBM 시장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중국을 향한 긴장감은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현재 상황의 타파를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키워드는 '기술'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은 이번 실적 발표 후 이례적으로 메시지를 발표하며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을 복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최첨단 제품에서의 기술 우위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중국의 침투가 심해진 레거시 제품에서 최신 제품으로의 공정 전환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1b D램(5세대 10나노급)의 생산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까지 월 10만장 가량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가장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HBM이다. 아직은 삼성전자는 HBM 분야에서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이미 엔비디아에 HBM3E를 공급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삼성전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실적 발표에서 중국 기업을 언급한 것은 일단 실적 변동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의도"라며 “또 중국 기업들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정책적 조치를 촉구하는 의미도 읽힌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피폭 사고’ 국감 거치며 다시 도마 위에

지난 5월 발생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방사선 피폭 사고가 최근 국정감사를 계기로 다시 한번 공론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사고의 핵심 쟁점은 중대재해 해당 여부인데, 고용노동부가 최근 '재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지며 향후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대재해로 최종 결론이 날 경우 삼성전자는 무거운 처벌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중재해처벌법에 따라 삼성전자 경영진은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13일 국회 등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고에 대해 삼성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대상 여부가 다시 쟁점이 되고 있다. 현재 이 사안의 핵심은 해당 사고가 중대재해처벌법에서 규정하는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한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고용노동부 이에 대해 의학·법률 자문을 거쳐 중대재해로 내부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6개월 이상의 치료 필요성과 2명 이상의 피해자 발생이라는 기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지만, 이 사고로 인한 피해가 '재해'인지 '질병'인지에 대한 해석에서 결국 재해로 판단했다는 의미이다. 다만 다양한 해석과 주장이 제기되는 상황이라 삼성전자와 법적인 공방이 불가피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관심이 이번 '피폭 사고' 결과에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고로 인한 피해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있다. 반면 피해 노동자들과 노동조합은 이를 명백한 '부상'으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는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원자력안전위원회 및 산하기관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윤태양 삼성전자 최고안전책임자(CSO)는 이번 사고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했으나, 부상과 질병 여부에 대한 명확한 입장 표명은 피했다. 윤 부사장은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을 가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이번 사고로 발생한 화상이 부상인지 질병인지를 묻는 질의에는 직접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내부적으로 치열하게 갑론을박이 있었다"며 “질병과 부상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어 그 부분은 관련된 법령의 해석을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로 인정될 경우, 삼성전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에 따르면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사고가 발생한 기흥사업장은 DS(Device Solution) 부문이다. 중재대해가 인정되면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 형사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전반적인 안전 관리 체계와 정책까지 책임질 대상으로 본다면 대표인 한종희 부회장(DX(Device eXperience)부문장)도 책임소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번 사고가 중대재해로 인정되면 삼성전자의 경영과 운영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업 이미지 손상, 주가 하락, 투자자들의 신뢰도 저하 등 다양한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안전관리 시스템 전면 개선, 관련 부서 책임자 교체 등 내부적인 변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의 심각성은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따르면, 피해 노동자 중 한 명의 피폭 정도는 기준치의 최대 188배에 달했다. 외부에서는 이번 사고를 '부상'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한 노무업계 관계자는 “방사선에 장기간 노출돼 발생하는 백혈병이나 암은 질병이 맞지만, 일회성 외상이나 외래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재해는 부상"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입장이 없다"고 밝혔으며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진정성 있는 자세로 문제 해결에 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현창·박규빈 기자 khc@ekn.kr

반도체 위기 극복 어떻게?…질문에 답없는 이재용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위기에 대해 이재용 회장이 침묵을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길에 동행한 이재용 회장이 11일 오후 10시 10분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입국현장은 이 회장을 지키고 있던 50여명의 취재진이 대기 중이었다. 취재단은 이 회장에게 삼성전자의 반도체 위기설에 대한 해법과 향후 인사 계획에 대해 물었으나, 이 회장을 입을 다문 채 걸음을 멈추지 않고 곧바로 차에 올랐다. 이 회장은 지난 8월 파리올림픽 현지를 방문한 뒤 귀국할 때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해준 바 있다. 평소 기자들에게 “수고하십니다"라는 인사라도 했지만 이번에는 굳은 표정을 유지하다가 자리를 떠났다. 이 회장 뒤를 이어 나오던 김원경 사장과 정현호 부회장도 이 회장과 마찬가지고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현장을 떠났다.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만 의전 차량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입국장을 빠져나왔다가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하지만 “나중에 말씀 드리겠다"는 답변만 남기고 차량이 도착하자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의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실적 발표 직후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 명의로 '고객과 투자자, 그리고 임직원 여러분께 말씀드립니다'라는 제하의 반성문을 발표했지만, 이 회장의 메시지는 없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이번 연말 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강현창·박규빈 기자 khc@ekn.kr

LG전자, B2B 사업 확대해 2030년 10조원 매출 도전

LG전자가 B2B(기업간거래) 사업 확대를 통해 2030년까지 BS(Business Solutions)사업본부 매출 10조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장익환 LG전자 BS사업본부장은 이 목표에 대해 “도전적이지만 달성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B2B 가속화 전략의 구체적 실행 계획 공개 10일 경기도 평택시 LG디지털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 본부장은 “2030년 10조원 달성이 가능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설정했다"며 “현재의 매출 규모를 고려할 때 도전적인 목표이지만, 우리의 역량과 시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LG전자가 지난 8월 '인베스터 포럼'에서 발표한 'B2B 가속화' 전략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45%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호텔·병원 TV, 사이니지, 프리미엄 노트북 등 기존 주력 사업을 강화하는 한편, 의료용 모니터, 전기차 충전기 등 유망 신사업을 육성할 방침이다. 장 본부장은 “지난 66년간 축적해 온 가전제품 사용 고객과 고객 거주 공간에 대한 이해와 노하우를 바탕으로 B2B 고객에게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LG전자의 B2C 경험을 B2B 영역으로 확장하는 전략의 일환이다. ◇AI 기술 접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경쟁력 강화 LG전자는 특히 AI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연내 출시 예정인 차세대 '마이크로 LED'는 AI가 약 2500만 개의 LED 칩 각각의 품질을 정밀하게 감정 및 선별 생산하며, 제품에 적용된 AI 프로세서는 영상의 밝기, 색조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화된 화질로 보정한다. 마이크로 LED 기술에 대해 장 본부장은 “후발주자이지만, 시장의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기업고객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며 “최초로 독일 인증 기관으로부터 시야각, 색상 재현율, 블랙 레벨 등 화질 규격 인증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마이크로 LED 'LG 매그니트(MAGNIT)'는 2020년부터 최근 4년간 연평균 두 배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도 LG전자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다. 현재 LG전자는 국내외 시장에서 총 6종의 완속/급속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이며, 연내 북미 시장을 위한 350kW 초급속 충전기 생산에 이어, 유럽 시장을 위한 30kW, 7kW급 완속 충전기 2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미국 급속충전기 시장에서 8% 수준의 점유율을 확보해 글로벌 탑티어 업체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의료용 모니터 시장에서도 LG전자는 5년 내 글로벌 톱3 수준의 기업으로 도약할 계획이다. 현재 임상용·진단용·수술용 등 총 14종의 의료용 모니터와 6종의 디지털 엑스레이 검출기를 글로벌 50여 개국 의료기관에 판매 중이다. ◇체계적 고객관리로 안정적 수익구조 구축 B2B 사업의 특성상 고객 관리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LG전자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고객관계관리) 업계 세계 1위 세일즈포스의 툴을 도입해 LG CNS의 커스터마이징을 거친 뒤 고객에게 도입했다. 파이프라인 관리, 컨택 히스토리 기록 등을 통해 고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고객 유지율을 높이고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기존 영업 형태는 제품을 팔면 끝이고, 담당자가 퇴사라도 하면 해당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와 로얄티를 잃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CRM을 도입해 시스템을 통한 관리로 재구매 시점, 고객 진입 포인트 등을 알고 대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장 본부장은 “B2B 사업 확대를 통해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며 “2030년경에는 B2B 사업의 이익률이 전사 수준인 7% 정도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눈] ‘개굴’거리는 대한상의…지배구조 개혁이 두려운가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라는 말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지배구조 규제강화 법안에 대한 경제계 의견' 보고서를 보면, 이 고사성어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좁은 우물 안에서만 세상을 바라보는 개구리처럼, 대한상공회의소는 변화하는 환경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회원사, 아니 어쩌면 '회원사의 오너'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할 뿐, 글로벌 시장의 변화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가 꼭 개구리같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지배구조 규제 강화가 “기업경영 근간이 흔들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매우 근시안적인 시각이 아닐 수 없다. 대한상의는 이번 입장을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사자성어로 대변했다. 하지만 이것 말고 대한상의에 들려주고 싶은 사자성어와 속담, 우화가 한두개가 아니다. 먼저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다. 세계 경제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그 변화의 중심에 있다. 그러나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제자리에 멈춰 서서 이끼만 키우겠다는 것과 같다. 이러한 구태의연한 태도로는 더 이상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없다. 이솝 우화도 떠오른다.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다. 대한상공회의소의 태도는 마치 닿지 않는 포도를 보고 '어차피 신 포도일 거야'라며 자기위안을 하는 여우와 비슷하다. 개구리보다는 나을지 몰라도 결국 '루저'다. 변화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고, 그저 “우리에게는 맞지 않는 제도"라고 치부해버리는 것이다.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는 말도 적용할 수 있겠다. 기업지배구조의 개선은 당장은 크게 체감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영향은 분명해질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 점을 간과하고 있다.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혁신을 이루는 법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도 들려주고 싶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실행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규제 강화를 반대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를 효과적으로 실행하여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도 있다. 특히 지배구조 규제는 '폭우'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장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러한 장기적 안목을 제시해야 하는 기관이 아닐까.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장 많이 쓰는 사자성어 중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도 떠오른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당장은 쓴 약과 같을 수 있지만, 결국에는 기업과 경제 전체에 달콤한 결실을 안겨줄 것이다. 잠시의 인내로 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의 산업계가 겪었던 고난과 시련을 생각한다면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기업지배구조 개선 역시 당장은 불가능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안 되는 게 어디있나. “이봐, 해봤어"라는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대한상의는 더 넓은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것이 한국 기업들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자세일 것이다. '교각살우'로 '소'를 들어 비유한 대한상의에게 이왕이면 '우보만리(牛步萬里)'가 더 좋을 거 같다는 제안을 해본다. 만리 길을 위한 한 걸음을 걷자.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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