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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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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삼성전자…HBM 문제도 아니란게 문제

삼성전자의 실적을 두고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의 미비한 HBM시장 성과가 이번 실적 부진의 원인도 아니라는 점이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공지능(AI)의 급성장으로 큰 변화를 겪고 있는 반도체업계 내에서 삼성전자의 존재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는 게 이번 실적 발표를 지켜보는 관계자들의 걱정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은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은 넘으리라고 예상하던 중이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주변에서는 HBM사업의 부진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을 어둡게 한다는 분석이 쏟아지던 상황이다. 하지만 사실 이번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의 원인은 HBM 사업의 부진이 문제가 아니다. 지난 2023년 기준 HBM이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번 삼성전자의 3분기 총 매출 79조원 중 다바이스솔루션(DS) 부문 매출을 증권가 추정치의 중간값인 23조원으로 가정하고, HBM이 DS 부문 매출의 15%를 차지한다고 가정하면, HBM의 매출은 약 3조원대로 추정된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4% 수준에 해당한다. HBM 사업이 아직 삼성전자의 전체 매출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적도 없다는 얘기다. 어차피 큰 도움이 되던 것도 아닌 사업이 부진한 점이 전체 사업의 부진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실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기존 주력 사업인 범용 메모리(DRAM, NAND) 부문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17.07% 급감했다. 이는 PC 및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는 반도체 산업의 주기적 특성을 고려할 때 예측 가능한 부분이지만 삼성전자는 대응에 실패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 부진도 우려하는 점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부문은 3분기에 약 4000억~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1위 TSMC와 달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주문 확보에 실패하고, 낮은 수율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삼성전자의 이번 실적 부진은 범용 메모리 시장의 주기적 침체와 같은 전통적인 악재에 대한 대처능력 부재와 미래 HBM과 파운드리 사업 같은 중장기적인 전략 부재를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 AI와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서의 선제적 투자와 기술 개발이 부족해서 그 결과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의 체질개선에 동참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이번 실적 부진에 대해 사과하며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이번 실적발표와 함께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향후 반도체 산업 구조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결국 주기적인 침체가 아닌 삼성전자 자체적인 구조적인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미래 전략과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기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최태원 SK 회장, 중동行…AI·에너지 협력 논의할 듯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중동 주요국과의 협력 강화를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다. 이번 방문은 SK그룹의 에너지 부문 대규모 재편과 AI 투자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9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조만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번 출장은 다음 달 1일로 예정된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법인 출범을 앞두고 이뤄지는 것으로, 중동 주요국 왕실 및 수장들과의 만남을 통해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탄생할 새 법인은 매출 88조원, 자산 100조원 규모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SK그룹이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분석된다. 한편, 사우디와 UAE 등 중동 국가들은 최근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어, 이번 방문에서 AI 분야 협력 강화 방안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비전 2030'과 UAE의 '센테니얼 2071' 등 장기 국가 발전 전략에서 AI와 첨단 기술이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어, SK그룹과의 협력에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은 AI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선정하고 2026년까지 80조원의 재원을 마련해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칩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며, TSMC와 삼성전자의 UAE 반도체 공장 건립 논의 등 AI 관련 투자 움직임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최 회장은 이미 2022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올해 5월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과 서울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어, 이번 방문을 통해 더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 만남에서 에너지, 첨단 기술,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만큼, 이번 방문에서는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프로젝트들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종합)반도체 위기에 흔들린 삼성, 매출 신기록도 빛바래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사상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과 일회성 비용 증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3분기 매출액이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으며, 전분기 대비로도 6.66%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4.49% 급증한 수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2.84% 감소했으며, 시장 기대치인 10조7717억원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부진이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사업에서는 서버와 HBM 수요가 견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Legacy 제품 공급 증가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공급 증가는 삼성전자의 실적에 여러 방면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가격에 민감한 중저가 시장에서 중국 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해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이 지연되면서 삼성전자의 제품 믹스 개선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주목받던 HBM3E(고대역폭 메모리)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산업화가 지연되면서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4분기 엔비디아의 HBM3E 퀄테스트(품질 검증) 통과 여부가 향후 매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파운드리 부문의 부진도 실적 악화에 한몫했다. 증권가에서는 3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만 약 4000억~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했다. TSMC와 달리 빅테크 주문 확보 측면에서 큰 성과를 내지 못했고, 낮은 수율(양품 비율)이 이러한 부진의 주 원인으로 꼽힌다. 반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추가적인 실적 부진 배경으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지목됐다.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또한 재고자산평가손실 충당금 환입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어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범용 메모리 시장의 악화도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PC 및 스마트폰 시장 침체로 DDR4 등 범용 메모리 수요가 둔화되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 가격이 전월 대비 17.0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에 대해 전영현 삼성전자 DS 부문장 부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하며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그는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이 모든 책임은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저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며,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삼성전자의 자존심"이라며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근원적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전영현 삼성전자 DS 수장, 실적 부진 인정하며 재도약 다짐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실적 부진을 인정하고 재도약을 위한 의지를 밝혔다. 전영현 DS(Device Solutions) 부문장 부회장은 8일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통해 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3분기 매출액 79조원, 영업이익 9조1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인 10조7717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전 부회장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서까지 걱정을 끼쳤다"며 책임을 통감했다. 그는 “삼성은 늘 위기를 기회로 만든 도전과 혁신, 그리고 극복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강조하며 현 상황을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전 부회장은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 복원을 꼽았다. 그는 “기술과 품질은 우리의 생명"이라며 “세상에 없는 새로운 기술, 완벽한 품질 경쟁력만이 삼성전자가 재도약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주목받던 HBM3E의 산업화 지연 등 DS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두 번째로 미래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가진 것을 지키려는 수성(守城) 마인드가 아닌 더 높은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향후 HBM3E의 본격적인 양산과 메모리 시장의 수급 개선에 대비한 전략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언급했다. 그는 “신뢰와 소통의 조직문화를 재건하겠다"며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하면 그대로 드러내 치열하게 토론해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자들과의 활발한 소통도 약속했다. 전 부회장은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며 고객과 투자자, 임직원들의 응원과 격려를 당부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2보)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익 10조 하회…매출은 사상 최대

삼성전자가 2024년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은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8일 공시를 통해 3분기 매출액은 79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으며, 전분기 대비로도 6.66% 상승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9조1000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악화로 인한 최악의 실적 구간을 벗어나 점진적인 회복세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74.49% 급증한 수치지만 전분기 대비로는 12.84% 감소했다. 이는 증권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는 이번 삼성전자의 3분기 예상 실적으로 매출액 80조9003억원, 영업이익 10조7717억원을 기대했었다.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부진이 지목됐다. 삼성전자는 “인센티브 충당 등 일회성 비용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사업에서는 서버와 HBM 수요가 견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모바일 고객사의 재고 조정과 중국 메모리 업체의 Legacy 제품 공급 증가가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특히 주목받던 HBM3E의 경우, 예상 대비 주요 고객사향 산업화가 지연되면서 실적에 도움이 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가 호조를 보였고, 삼성디스플레이(SDC)는 주요 고객사의 신제품 출시 효과로 일부 개선된 실적을 보였다. 향후 HBM3E의 본격적인 양산과 메모리 시장의 수급 개선 여부가 삼성전자의 실적 반등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HBM 입지 ‘흔들’…마이크론 추격 본격화

삼성전자의 HBM 시장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마이크론과 GUC(Global Unichip Corporation)의 협력이 중국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이러한 우려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크론, 중국 시장에서도 입지 강화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과 GUC는 최근 자사의 HBM3E IP(컨트롤러·물리 계층 설계)가 중국의 주요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에 의해 채택되었다고 발표했다. GUC는 대만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팹리스 ASIC 설계 서비스 회사로 SK하이닉스와도 협력관계가 있다. 이번에 손잡은 곳은 마이크론이다. 이들은 이번 HBM3E IP가 TSMC의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패키징 기술)-S와 CoWoS-R 기술 모두에서 9.2Gbps의 속도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론이 HBM3E를 엔비디아 외 다른 수요를 찾아 공급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HBM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구글과 아마존 등을 고객으로 맞아 다변화 전략을 구사하는 단계다. 여기에 마이크론도 수요를 엔비디아 외 다른곳으로 늘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전자는 아직 HBM3E 제품의 성능에 대해 시장에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확정된 수요도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HBM3 및 HBM3E 칩이 Nvidia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Nvidia의 테스트 통과 여부는 HBM 제조업체들의 기술력과 시장 경쟁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지표다보니 테스트 통과 전에는 수요처 확보가 어렵다. 테스트 통과가 늦어지다보니 후발주자인 마이크론에게 밀리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업계 최초로 36GB HBM3E 12단 제품 개발을 완료했다고 발표했으나, 7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양산 소식은 없는 상태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이미 9월부터 동일 제품의 양산을 시작했고, 마이크론도 내년 1분기부터 대량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HBM 시장 점유율 위기 아직은 공식적으로는 HBM 시장 점유율에서 여전히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가 38%, 마이크론이 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이러한 점유율 우위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현재 점유율은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때문에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 의존도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결국 중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론-GUC 연합이 중국 시장에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소식은 삼성전자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마이크론은 중국에 직접 제품을 공급하는 게 아니라 중국 외에 서버를 둔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중국 시장을 침투했다. 더욱이 삼성전자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도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 중이지만, 이 프로젝트가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초 2024년 말 완공 예정이었으나 2026년으로 연기되었고, 일부 언론에서는 2026년까지도 첨단 반도체 양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삼성전자의 HBM 시장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더욱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HBM 품질 향상을 위해 D램 칩 선별 공정을 새로 도입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는 중이다. 이어 다음 세대 제품인 HBM4 에서는 SK하이닉스를 앞서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3세대 제품에서 검증받지 못하는데 4세대 제품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만들수 있을지는 모두가 우려하는 상황"이라며 “SK하이닉스는 물론이고 마이크론의 도전과 위협에도 효과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지배구조가 밸류업과 무슨 상관이냐는 대한상의

대한상공회의소(이하 대한상의)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와 학계 등에서 제시된 밸류업 해법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6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지난 1일 상의는 “아시아 각국 지배구조와 주가지수 상관관계 연구" 보고서를 분석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기업지배구조협회(ACGA)의 2024년 평가에서 한국은 12개국 중 8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 1월부터 2024년 9월까지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25%로 5위를 기록했다. 또한 지배구조 1위인 호주의 주가지수 상승률은 6위, 지배구조 7위인 인도는 주가지수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대한상의는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반드시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또한 각 나라마다 주가 상승의 이유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호주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주가가 상승했고, 인도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늘어나 주가가 올랐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경우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투자를 늘리고 주주와의 소통을 강화한 것이 주가 상승에 도움이 됐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기업 지배구조 규제를 강화하는 것보다 다른 방법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배당 소득세를 낮추거나 주식을 오래 보유한 사람에게 세금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대한상의의 주장에 대해 학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동국대학교 경영대학의 이상철 교수가 지난 2017년에 발표한 연구 “기업지배구조가 효율성 및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와 기업 가치 사이에는 긍정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한국 증시에 상장된 2448개 기업의 자료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 기업 지배구조 점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기업 가치는 '토빈의 Q'라는 지표로 측정했는데, 이는 기업의 시장 가치를 자산의 대체 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쉽게 말해, 회사의 실제 가치보다 주식 시장에서 평가받는 가치가 얼마나 더 높은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 연구는 또한 왜 좋은 지배구조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지 그 이유도 밝혀냈다.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일수록 기업 운영의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 높아진 효율성이 결국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이 연구는 대기업 집단에 속한 기업들에서 이러한 효과가 더 크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국의 특수한 기업 환경, 즉 재벌 구조에서 좋은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성이 더 크다는 예기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있다. 전북대학교 경영학과 박사과정의 이인식 씨와 이헌상 교수가 2020년에 발표한 연구 “기업지배구조 수준에 따른 주가 수익률의 장·단기적 관계 분석"에 따르면, 기업 지배구조와 주가 수익률의 관계는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이 연구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의 한국 상장기업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후부터는 이 관계가 뒤집혀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더 높아졌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들의 경우 지배구조 평가 발표 후 1년간의 수익률은 0.29%였지만, 4~5년 후의 수익률은 0.91%로 3배 이상 높아졌다. 반면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들은 처음에는 1.11%의 높은 수익률을 보였지만, 45년 후에는 0.33%로 크게 떨어졌다. 이 연구는 또한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과 나쁜 기업의 주가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다.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의 경우 시장 전체의 움직임, 기업의 크기, 기업의 가치 등 모든 요인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배구조가 나쁜 기업은 시장 전체의 움직임과 기업의 크기만이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 이러한 학계의 연구 결과들은 대한상의의 주장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대한상의의 분석이 단기적인 주가 변동만을 본 반면, 학계의 연구들은 더 긴 기간에 걸쳐 기업 가치의 변화를 살펴보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밖에 황선웅 중앙대학교 명예교수가 지난 2007년 발표한 '주식가치와 기업지배구조간의 상호관련성에 관한 실증연구'와 박순홍 건국대학교 교수가 지난 2011년에 발표한 '기업지배구조가 시장 경쟁도에 따라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도 모두 기업의 지배구조가 기업의 가치에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내용이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지배구조 상위 20% 기업들의 포트폴리오가 하위 20% 기업들의 포트폴리오보다 41.49% 높은 누적평균초과수익률을 기록했다. 우수한 지배구조가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증대와 주주 부의 극대화에 기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 결과다. 이에 대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의 관계는 대한상의 보고서가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입장이다. 지배구조 개선의 효과는 당장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결국 기업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한상의가 제안한 정책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부분 대주주들에게 더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상의가 제안한 배당소득세 저율 분리과세나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세제혜택은 주로 많은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들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정책들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보고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가치 간의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있다"며 “연구 결과들을 고려할 때 기업 지배구조 개선 정책을 수립할 때는 단기적인 주가 상승만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기업 가치 향상을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대한상의의 제안은 기업 경영의 유연성을 높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액주주의 권리 보호나 경영 투명성 제고 등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 요소들을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다"며 “단순히 규제를 완화하거나 대주주에게 유리한 정책만을 제시하는 것은 장기적인 기업 가치 상승과 건전한 자본시장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데이터센터 82%가 수도권 집중… 전력·부지 확보엔 답없다

국내 데이터센터 산업이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부지 확보와 주민 반대, 전력 공급 문제 등 여러 난관에 직면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성장하는 데이터센터, 수도권 집중 현상 심각“ 6일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상반기 한국의 수도권 데이터센터 시장은 개발 가능 토지의 제약과 지역 사회의 반대로 인한 인허가 및 착공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2029년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732개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중 601개, 즉 82%가 수도권에 집중될 전망이다. 현재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IT 기업, 그리고 일부 금융사와 공공기관이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디벨로퍼, 건설사 등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들도 시장에 진입하고 있으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들의 참여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증가와 시장 확대에도 불구하고, 데이터센터 건립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고 있다. 특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2023년 하반기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100MW가 공급된 데 비해, 2024년 상반기에는 36MW만이 공급되었다. 원할한 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 현상 해결이 업계의 최대 숙제다. 현재 수도권 데이터센터는 국내 운영 용량의 73%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수도권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인프라에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 대책 마련에도 난제 산적…전력·부지 확보 '난항'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4년 6월 분산 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을 시행했다. 이 법은 수도권 외 지역에서의 데이터센터 개발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전력공사와 산업통상자원부는 2026년 5월까지 비수도권에서 22.9kV 전력을 공급받는 데이터센터에 대해 전기 설비 부담금을 50% 할인해 주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와 고객 간의 물리적 거리가 멀수록 전송 지연(latency)이 증가하는 문제가 업계의 벌목을 잡는다. 추가로 숙련된 데이터 센터 관련 인력을 활용하기 어려운 점 등 여러 가지 경제 및 인프라적 요인으로 인해 데이터센터 수요자들의 수도권 선호 현상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및 부지 확보의 어려움도 심각하다. 지난해 3월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5MW 이상의 전력 수요가 전력 계통에 부담을 줄 경우 한국전력공사가 전기 공급을 거부할 수 있게 되면서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전기 공급이 제한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는 2024년 들어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전기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수도권 데이터센터에 전력 공급을 불허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2024년 상반기 신규 허가를 득한 사업지는 메이플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시흥시 1건에 불과하다. 전 분기 신규 인허가가 7건을 기록했던 것에 비해 크게 감소한 수치다. ◇안전 규제 강화에 비용 부담↑…주민 반대도 걸림돌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 강화를 위해 디지털 안전 3법(방송통신발전법,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을 시행한 것도 데이터센터의 공급 확대에는 숙제다. 이에 따라 전산실의 바닥 면적이 2만2500㎡ 이상이거나 수전 설비 용량이 40MW 이상인 시설, 전년도 매출액이 100억원 이상인 데이터센터는 의무적으로 재난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전산실 바닥 면적이 500㎡ 이상인 데이터센터는 별도의 보호 조치를 취해야 하며 관리와 보고 체계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이러한 규제 강화는 데이터센터의 안전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동시에 데이터센터 건립 및 운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건설비용지수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데이터센터 건립 비용 증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 반대와 님비(NIMBY) 현상도 데이터센터 건립의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2024년 상반기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착공 신고를 완료한 사업지는 Digital Realty가 발주해 DL이앤씨가 착공한 김포 Digital Seoul2 1건에 불과하다. 2024년 상반기 착공이 계획되어 있던 고양시 데이터센터는 주민 반대로 착공이 지연되었다. ◇해외 사례서 배운다…지역사회와 '상생' 모색 업계에서는 지역과의 상생사례를 외국에서 찾아보기도 하는 중이다. 아일랜드에서는 'DCs for Bees' 프로젝트를 통해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기존 및 신규 캠퍼스 개발에 벌 친화적인 식물을 심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효과로 데이터센터 운영자들이 공동으로 아일랜드 전역에 과수원을 조성하기도 했다. 영국 히스로에서는 University Technical College Heathrow의 'Digital Futures' 프로그램을 통해 데이터센터 산업과 협력하여 젊은이들을 엔지니어로 교육하고 있다. 이는 지역 고용 기회를 개선하고 데이터센터 산업의 엔지니어링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 데이터센터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 집중 완화, 지역 균형 발전, 주민과의 상생, 환경 문제 해결, 에너지 효율성 제고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센터 산업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AI, 혁신의 필수 요소”…글로벌 컨설팅업계 ‘한목소리’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AI(인공지능)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보고서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프랑스의 컨설팅업체 에이밍(Ayming)과 미국의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 등 주요 컨설팅 기업들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AI 투자 동향과 이로 인한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에 주목하고 조언했다. AI가 기업의 혁신과 경쟁력 강화에 필수적이라 게 그 이유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에이밍은 지난 25일 '2025 국제 혁신 바로미터' 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AI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는 결론을 보고했다. 에이밍은 17개국(벨기에, 캐나다, 중국, 체코, 프랑스,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헝가리,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싱가포르, 슬로바키아, 스페인, 영국, 미국)에서 1227명의 CFO, CEO, CTO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의 AI 투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응한 86%의 기업이 AI에 R&D(연구개발)에 예산을 할당하고 있다. 예산의 규모는 전체 R&D 예산 중 20% 미만인 곳이 대부분이지만 규모는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기업들이 AI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향후 AI 관련 투자가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시사점이다. AI 투자 규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이가 났다. 대기업의 경우 52%가 AI를 연구하기 위해 R&D 팀 구조를 이미 변경했다고 응답했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이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격차는 AI 기술 도입에 따른 초기 비용과 전문 인력 확보의 어려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의 전반적인 R&D 예산에서도 AI에 대한 투입 규모가 늘어나는 추세였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R&D 예산은 작년 대비 6.4%에서 6.6%로 소폭 증가했으며, 73%의 기업이 내년에 예산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AI 혁신을 추진하는 데 있어 직면하는 가장 큰 장애물로 '단기적 성과에 대한 압박'(39%)을 꽂았다. 이어 '기술 및 인재 부족'(37%), '재정적 자원 부족'(36%), '비효율적인 프로세스와 관료주의'(33%), '위험 회피적 문화'(29%) 등이 주요 장애물로 지적됐다. AI 사용에 따른 위험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보고서는 AI 기술 발전에 따라 기업들이 고려해야 할 윤리적, 기술적 리스크가 존재함을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29%가 지난 5년간 경쟁사에 의해 제품이 복제되는 경험을 했으며, 27%는 자사의 혁신이 경쟁사의 특허에 의해 보호되는 상황을 겪었다. AI 도입에 따른 조직 변화도 주목할 지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85%의 기업이 AI 도구 도입으로 팀 구조를 변경했거나 변경할 예정이라고 응답했다. ◇미국의 베인앤컴퍼니도 지난 26일 '2024 연례 기술 보고서'를 통해 'AI가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는 AI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AI가 고객 응대 시간을 20~35% 단축하고, 콘텐츠 제작 시간을 30~5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 개발 관련 작업에서는 코드 생성 및 문서화 시간을 15~40% 절감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베인앤컴퍼니의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들은 AI를 주로 데이터 분석(53%), 예측 분석(43%), 아이디어 생성(40%)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관리 업무 자동화(39%), 기존 연구 검색(36%), 작업 비평(33%) 등에도 AI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재계 관계자는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통해 비즈니스 모델을 혁신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다"며 “AI 투자 확대와 함께 관련 리스크 관리, 윤리적 고려사항, 인재 육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의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SK ‘12단 HBM3E’로 다시 혁신 주도…뜨거운 AI ‘칩워’

SK하이닉스가 12단 HBM3E(High Bandwidth Memory 3E)의 양산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HBM 기술의 또 다른 중요한 이정표로,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 혁신의 새로운 장을 열 전망이다. 29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 중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한 HBM3E 12단 신제품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HBM은 2013년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혁신적인 메모리 기술이다. 기존 GDDR 메모리에 비해 월등히 높은 대역폭과 에너지 효율성을 제공하는 HBM은 고성능 그래픽 처리와 데이터 집약적 작업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SK하이닉스의 첫 HBM 제품은 1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최대 128GB/s의 대역폭을 자랑했다. 2015년 AMD의 Radeon R9 Fury X GPU에 첫 탑재돼 상용화된 HBM은 이후 빠른 속도로 발전했다. 2016년 1월 삼성전자가 HBM2의 대량 생산을 시작하며 시장에 가세했고, 같은 해 8월 SK하이닉스도 4GB 스택의 HBM2 제품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HBM2는 2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와 256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고성능 컴퓨팅과 AI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9년, 양사는 더욱 발전된 HBM2E를 선보이며 기술 경쟁을 가속화했다. 삼성전자의 'Flashbolt'와 SK하이닉스의 HBM2E 제품은 각각 16GB의 용량과 410GB/s, 460GB/s의 대역폭을 제공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2020년 7월 HBM2E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3.6Gbps까지 끌어올리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2022년 HBM3 표준이 제정되면서 기술은 한 단계 더 도약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NVIDIA)의 A100 및 H100 GPU용 HBM3 칩을 공급하며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했다. 이는 SK하이닉스가 AI 가속기 시장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2023년 들어 경쟁 구도에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 SK하이닉스가 5월 HBM3E 개발을 발표한 데 이어, 7월 미국의 마이크론이 자사의 HBM3E를 공개하며 시장에 가세한 것이다. 마이크론의 HBM3E는 핀당 9.6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로 당시 업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보여주며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이러한 경쟁 속에서 SK하이닉스가 발표한 12단 HBM3E 양산 계획은 시장의 판도를 다시 한 번 바꿀 것으로 보인다. 12단 적층 기술을 통해 단일 HBM 패키지에서 36GB의 대용량을 구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더욱 복잡하고 규모가 큰 AI 모델 처리를 가능케 해 고성능 컴퓨팅 분야에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삼성전자도 12단 HBM3E (36GB, 1.28TB/s) 개발은 완료한 것으로 알려지며,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양사의 치열한 경쟁은 HBM 기술 발전을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업계는 2026년경 HBM4 대량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HBM4에서 16단 48GB 용량을 구현하고, 대역폭을 40% 향상시키며, 전력 소비를 70% 감소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TB/s의 대역폭을 목표로 하고 있어, HBM3E 대비 66% 증가한 수치다. 양사 모두 더 높은 성능과 효율성을 갖춘 HBM4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향후 AI와 고성능 컴퓨팅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이 주도해 온 HBM 기술은 AI와 빅데이터 시대의 핵심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경쟁, 그리고 마이크론의 가세로 인해 기술 혁신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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