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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안녕하세요 에너지경제 신문 강현창 기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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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도체 굴기’ 284조원 투입…韓 대응 시급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업계의 적극적인 대응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반도체 산업의 빠른 정상 속도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2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제조사 협회인 SEMI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은 250억달러를 반도체 제조 장비에 투자했다. 이는 한국, 대만, 미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SEMI는 2024년 전체 중국의 장비 구매액이 350억달러 이상으로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최근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3기 반도체 투자기금으로 3440억위안(약 64조 원)을 조성했다. 여기에 사회자본까지 포함하면 총 1조5000억 위안(약 284조원) 규모의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미국의 'CHIPS and Science Act'에 따른 반도체 보조금 520억달러(약 69조원)를 크게 상회하는 규모다. 중국은 이번 3기 투자기금의 투자 기간을 늘려 중장기 R&D 지원을 확대한다고 알려졌다. 또 국유은행을 대거 참여시켜 인내자본(Patient Capital·장기투자자금)의 역할도 강화했다. 투자 방향도 AI 반도체와 고대역폭(HBM) 메모리 제조기술 확보에 집중될 전망이다. 미국반도체협회(SIA)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총 매출액은 2024년까지 116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은 2020년 9%에서 2024년 17.4%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러한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비해 한국의 반도체 산업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의 현행 반도체 지원 정책은 주로 세제 혜택과 인프라 구축, 인력 양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직접적인 투자 규모 면에서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 정부는 기획재정부가 6월 발표한 “반도체 생태계 지원 패키지"를 통해 18조1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금융 지원 프로그램과 2030년까지 운용할 반도체 전문인력 양성 계획(15만명) 등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계획과 투자 규모 차이가 상당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이광호 연구위원은 “중국의 3기 반도체 기금 조성은 미국의 견제에 대응해 반도체 굴기를 지속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우리나라도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대규모 예산 투입과 함께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정부의 직접적인 투자 확대와 R&D 지원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현재의 지원 정책으로는 중국의 빠른 추격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시스템 반도체, AI 반도체 등 신성장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은 국가 경제와 안보에 직결되는 핵심 산업"이라며 “중국의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것인지가 향후 한국 경제의 중요한 과제"라고 설명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전자, 해외 인력 30% 감축 추진”

삼성전자가 해외 일부 부문에서 최대 30%의 인력 감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TV·메모리칩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번 결정은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12일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전 세계 자회사에 영업·마케팅 인력은 약 15%, 관리직은 최대 30% 감축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연말까지 단계적으로 진행되며, 미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인도에서는 이미 일부 중간 관리자들에게 퇴직 패키지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대 1000명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 약 2만5000명을 고용하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효율성 제고를 위한 통상적인 인력 조정"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이번 구조조정이 생산직 인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수는 26만7800명이며, 이 중 14만7000명이 해외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영업 및 마케팅 인력은 약 2만5100명, 기타 부문 인력은 2만7800명으로 집계됐다. 로이터는 이번 구조조정이 삼성전자가 주요 사업 부문에서 직면한 도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은 경쟁사들에 비해 업황 회복이 더뎌 지난해 15년 만의 최저 실적을 기록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과 화웨이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으며, 위탁 생산 분야에서는 TSMC에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로이터는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한 기술 제품 수요 감소에 대비한 조치"라며 “비용 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 목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의 인력 감축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삼성에 연이은 기밀 유출…‘매국’ 행위로 25조 ‘줄줄’

한국의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 대한 기술 유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국가 경제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속적으로 발생한 기술 유출 시도가 한국의 첨단 산업 경쟁력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기술유출 사례 잇따라 11일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출신 전 임원과 삼성전자의 전 수석연구원 등이 지난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로 구속송치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넘겼다.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기술이 탈취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8월에 발생한 'F프로젝트' 관련 기술 유출 사건도 충격을 줬다. 삼성전자 전직 상무가 삼성전자에서 20~31년간 근무한 베테랑 직원 3명을 영입해 화성 삼성반도체 공장의 'BED 자료'(클린룸 유지를 위한 최적 온도, 습도, 조도 등의 수치)와 중국 시안 삼성반도체 공장의 설계도면 및 공정배치도를 유출한 일이 있었다. 이들은 유출한 자료를 이용해 중국에 '복제 공장'을 건설하려 하려다가 적발됐다. 2020년에는 삼성전자 자회사인 세메스의 전 연구원들이 710억 원대 반도체 세정장비 핵심 기술과 장비를 중국으로 빼돌린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8년 3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세메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초임계 세정장비 도면 등 반도체 관련 기술정보로 동일한 사양의 반도체 세정 장비 14대를 제작한 뒤 관련 기술과 함께 중국 업체와 연구소 등에 팔아넘기다가 적발됐다. 2022년에는 삼성의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관련 기술을 중국과 미국으로 유출한 전·현직 연구원 등 10명이 재판에 넘겨지는 일도 있었다. 이 기술은 삼성엔지니어링이 2006년부터 매년 300억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이룬 업적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1월에도 삼성전자 전직 부장급 직원과 협력사 전직 팀장이 18나노급 D램 반도체 공정 정보를 중국의 최대 D램 제조기업인 창신메모리(CXMT)에 무단으로 넘긴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인한 피해액은 약 2조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기술 유출은 2016년에 발생했지만 8년이 지난 후에야 적발됐다.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처벌 강화 기조 이러한 지속적인 기술 유출 시도는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의 핵심 경쟁력과 직결되는 기술을 유출하는 건 '매국' 행위나 다름 없다는 얘기다. 실제 이런 행위는 국가정보원이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 국정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1월부터 5년동안 적발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으로 기업 추산 피해액은 25조원 규모다. 적발된 전체(93건)의 3분의 1(33건)이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이었다. 국가핵심기술이란 국내외 시장에서 차지하는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관련 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큰 기술이다.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부가 따로 관리하는 기술을 말한다. 정부도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최근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국가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할 경우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강화했다. 일반 산업기술 침해에 대한 최대 권고형량을 국내침해의 경우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각각 상향하고, 국가핵심기술의 국외침해 유형의 경우 기본 권고 형량을 3년~7년, 가중 권고 형량을 5년~12년으로 정했다. 특별가중인자가 2개 이상인 경우 특별조정을 통해 권고 형량 상한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어 최대 18년까지 선고가 가능해진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기업들의 핵심 기술의 유출은 단순히 한 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경제 전체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법제도 개선, 기업 문화 변화, 개인의 보안 의식 제고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4조 짜리 삼성 D램 기술…중국으로 불법 유출 확인

국내 반도체 산업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된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10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반도체 부문에서 임원을 지낸 최모씨(66)와 전직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오모씨(60)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업기술법 위반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2014년 삼성전자가 독자 개발한 20나노급 D램 기술 코드명 '볼츠만'을 중국의 반도체 업체 청두가오전에 넘긴 혐의다. 청두가오전은 최씨가 2021년 중국 청두시로부터 약 4600억원을 투자받아 설립한 회사다. 최씨는 한국에서 삼성전자 임원과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역임한 인물로,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 설립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부터 국내 반도체 핵심인력들을 접촉했다. 그 결과 삼성전자에서 D램 메모리 수석연구원을 지낸 오씨를 비롯한 상당수의 기술 인력을 자신이 설립한 업체에 지속적으로 영입했다. 최씨는 청두가오전 운영을 주도하며 영입한 국내 반도체 기술자들을 통해 삼성전자의 20나노급 D램 반도체 핵심공정기술을 유출했다. 이 기술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반도체 공정 종합 절차서'(PRP)와 '최종목표규격'(MTS) 등을 포함하고 있다. 청두가오전은 놀라운 속도로 사업을 진행했다. 2021년 1월경 반도체 D램 연구 및 제조 공장 건설에 착수해 같은 해 12월에 준공을 마쳤고, 불과 1년 3개월 만인 2022년 4월에는 '시범 웨이퍼'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시범 웨이퍼는 적용한 기술이 실제 반도체로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기초 개발 제품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 규모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18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3000억원이며, 20나노급 공정 개발 비용은 약 2조원에 달한다"며 “유출된 기술의 경제적 가치만 4조3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실제 피해 금액은 경제 효과 등을 감안하면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다행히 아직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기술이 추가 유출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청두가오전의 경우 현재 사업이 중단된 상태고, 20나노급 D램 양산에도 성공하지 못했다"며 “중국 내 외국 기업으로 넘어갔다는 정황은 확인된 바 없으며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이번 유출 사건과 관련해 청두가오전으로 이직한 임직원들도 추가로 입건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국내 핵심 기술 인력이 해외로 이직하는 과정에서 기술 유출을 위한 불법 인력송출이 있었는지 등도 면밀히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인원은 밝힐 수 없지만 약 30명 정도가 추가로 입건된 상황"이라며 “기술을 유출한 추가 국내 기술 인력 및 이와 관련된 인력 송출 혐의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두산에너빌리티의 ‘독자 생존 방정식’… 회사채 시장 복귀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독자적인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6개월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한다. 두산밥캣을 활용한 유동성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새로운 자금처 확보에 나서는 모양새다. ◇공모채 시장 복귀…15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11일 15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에 나선다. 800억원의 만기 도래 회사채 차환과 700억원의 한도대출 상환을 위한 조치다. 시장의 반응은 뜨겁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희망금액 800억원의 593%인 4740억원의 유효수요가 발생했다. 2년물에 1130억원, 3년물에 3610억원의 주문이 들어와 두산에너빌리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여전히 높음을 보여줬다. 회사는 당초 개별민평 수익률에 '-0.30%p~+0.30%p'를 가산한 금리 조건을 제시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개별민평 수익률은 4~5% 수준이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수익률이 높은 크레딧 채권으로 수요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밥캣 분리에 따른 자금조달 대안 모색 이번 회사채 발행의 배경에는 최근 추진 중인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재편 계획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그룹은 지난 7월 11일,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을 두산로보틱스로 이전하는 대규모 지배구조 재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강력한 반발과 금융당국의 제동을 마주했다. 금융감독원은 두산그룹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결국 두산그룹은 주주와 시장의 부정적 의견, 기관투자자의 우려 등을 고려해 두산밥캣을 품은 신설법인과 두산로보틱스 사이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은 철회했다. 지배구조 재편 계획이 당초와 달라졌지만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을 담보로 한 차입이 어려워진 것은 변함이 없다.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신설법인을 통해 두산밥캣이 떨어져 나가는 것은 그대로다. 그동안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의 주식을 담보로 1조4900억원을 차입했다. 연간 이자만 약 6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두산밥캣으로부터 이자금액 이상의 배당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두산밥캣을 분리하게 되면서 다른 방식으로 차입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독자 생존 전략…추가 자금조달 방안 검토 두산에너빌리티의 이번 회사채 발행은 지배구조 재편에 따른 독자적인 생존 전략으로 해석된다. 향후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두산밥캣이 분리돼도 두산에너빌리티의 채권 상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두산에너빌리티에 마이너스 요소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시적인 지배구조 재편에 효과로 이자비용이 사라져 재무구조가 개선되지만 차입은 늘려야 한다"며 “비용 부담과 본업 실적 전망 등 종합적으로 판단해 분할 악재를 상쇄할 수 있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IFA 2024 폐막, AI가 바꾸는 가전 지형도 보여줬다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4가 AI 기술 대중화의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 속에 10일 막을 내렸다. 올해 행사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도 AI 기술을 앞세워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가전 산업의 미래 방향성도 제시됐다. ◇삼성·LG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치열한 AI 경쟁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이번 IFA는 '모두를 위한 혁신'(Innovation for All)이라는 주제로 139개국에서 1800여 개 업체가 참가했다. 총 18만2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은 이번 행사에서는 인공지능(AI)과 지속가능성이 핵심 키워드로 부각됐다. 삼성전자는 'AI for All(모두를 위한 AI)'를 주제로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여기서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SmartThings) 기반 서비스를 중심으로 AI 기술을 선보였다. 보이스 ID 기술을 통해 개인의 고유한 음성 패턴을 인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앰비언트 센싱으로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최적화하는 기능 등을 공개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은 보안, 지속가능성, 연결성, 안전과 건강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혁신적인 기능을 선보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에너지 사용량 모니터링 및 최적화 기능을 통해 전력 소비를 줄이고 탄소 배출을 감소시키는 지속가능성 기능도 강화됐다. LG전자는 AI 홈의 두뇌 역할을 하는 'LG 씽큐 온'(LG ThinQ ON)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 AI 플랫폼은 사용자의 생활 패턴을 학습해 가전제품을 자동으로 제어한다. 사용자가 일어나는 시간에 맞춰 커피머신을 작동시키고, 출근 시간에 맞춰 에어컨을 끄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씽큐 온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대화형 명령 처리 및 연결 기기 관리 기능을 제공해 사용자 경험을 한 단계 높였다. LG전자는 B2B 사업도 강조했다. 고해상도 대형 디스플레이와 AI 기반 콘텐츠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디지털 사이니지 솔루션, 대규모 건물의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중앙 제어 시스템을 갖춘 상업용 에어컨, 호텔과 병원 등에서 활용 가능한 서비스 로봇 등을 선보였다. ◇중국 기업들, 유럽 시장 공략 나서 중국 기업들도 이번 IFA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TCL, 하이센스, 하이얼, 메이디 등이 대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하이센스는 'Connect Life' 슬로건으로 스마트홈 존을 운영했으며, AI 기반 음성 비서가 탑재된 스마트 냉장고를 선보였다. 이 냉장고는 식재료 관리, 레시피 추천, 온도 자동 조절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하이센스는 이동형 AI 홈 허브 '할리'를 공개했다. 이 로봇은 음성 명령을 인식해 집 안을 자유롭게 이동하며 각종 가전제품을 제어하고, 실내 환경을 모니터링하며,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TCL은 LG전자의 공간 디자인 TV와 유사한 제품을 전시했다. 이 TV는 벽에 완전히 밀착돼 설치할 수 있으며, 화면이 꺼졌을 때는 액자나 거울로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지속가능성·에너지 효율, 가전 산업의 새로운 화두 이번 IFA에서는 AI 기술과 더불어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 에너지'와 '플렉스 커넥트' 등 에너지 절감 서비스를 강화했다. 이 서비스들은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최적화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한다. 스마트싱스 에너지는 테슬라와 협업해 개발한 서비스로, 전기차 충전, 태양광 발전, 가정용 배터리 저장 시스템을 통합 관리한다. 하이얼은 초절전 냉장고 라인업을 선보였다. 이 제품들은 AI 기반 온도 제어 시스템을 통해 기존 모델 대비 전력 소비를 30% 이상 줄였다. 메이디는 태양광 발전과 연계된 스마트 에어컨 시스템을 전시했다. 이 시스템은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기를 우선적으로 사용해 전력 비용을 절감한다. 에코플로우(EcoFlow)는 가정용 전력 백업 시스템 'DELTA Pro Ultra'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최대 90kWh의 대용량 배터리를 제공하며, 태양광 발전 시스템과 연동해 가정의 전력 자립도를 높일 수 있다. 연결성 강화도 이번 IFA의 주요 트렌드였다. 스마트홈 플랫폼, 크로스 디바이스 경험, IoT 생태계 확장 등이 주목받았다. 삼성전자는 약 3억5000만 명의 스마트싱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안 및 프라이버시 강화도 중요한 이슈였다. 삼성 녹스 매트릭스는 기기 간 안전한 연결을 지원하며, 삼성 녹스 볼트는 사용자의 중요 정보를 보호한다. 리셋 보호(Reset Protection) 기능은 외부인의 임의 접속을 감지하고 차단한다. ◇AI, 미래 가전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 이번 IFA 2024는 글로벌 기업들 간의 치열한 기술 경쟁 무대였다는 평가다. 한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노력이 두드러졌고, 중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시장 공략이 눈에 띄었다. 반면 소니, 샤프 등 전통적인 일본 가전 기업들의 참여가 줄어들면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동향 측면에서 고가 프리미엄 제품과 함께 중저가 제품군도 동시에 강화하는 전략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소비자들의 양극화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 가전업계 전문가는 “지속가능성과 연결성이 강화된 차세대 스마트홈 비전을 제시했다"며 “이번 행사를 통해 AI 기술을 필두로 지속가능성과 에너지 효율이 향후 가전 시장의 주요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10대그룹 지배구조보고서]⑦ LG그룹, 지배구조핵심지표 준수 노력 필요

[편집자주] 국내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개정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는 최근 정부의 제도 개선 사항과 G20·OECD 원칙 등 국내외 지배구조에 대한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새로운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국내 10대그룹의 지배구조 현황과 핵심지표 이행률 등을 짚어본다. LG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투명성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준수 현황 하락이 두드러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9일 LG그룹 9개 상장 계열사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올린 기업지배구조보고서공시를 종합한 결과 모두 전년 대비 지배구조핵심지표의 준수 항목 수가 감소했다. 지배구조핵심지표는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천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상장기업의 지배구조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주주권리 보호, 이사회 구성 및 활동, 감사기구, 관계사 위험 등 4개 영역에 걸쳐 총 15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기업은 이 항목들에 대해 준수 여부를 'O'(준수) 또는 'X'(미준수)로 표시하여 보고한다. 이번 평가에서 LG그룹 산하 상장사 중 LG디스플레이가 지난 2022년 13개 항목을 준수했다가 이번에는 10개로 총 3개 항목이 감소해 가장 큰 폭의 하락을 보였다. LG헬로비전은 12개에서 10개로 2개 항목이 감소했으며, 나머지 7개 계열사(LG, LG전자, LG화학, 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이노텍, LG에너지솔루션)는 모두 1개 항목씩 감소했다. 2023년 기준으로 LG그룹 계열사 중 가장 많은 항목을 준수한 곳은 LG이노텍(13개)이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와 LG에너지솔루션, LG헬로비전이 각 10개 항목만을 준수해 가장 저조한 실적을 보였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점수 하락은 이유가 있다. 먼저 '현금 배당 관련 예측 가능성 제공' 항목이 2023년 평가에 새롭게 추가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투자자 보호 강화와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해 도입된 항목으로, 배당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한국 자본시장의 신뢰도를 제고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러나 LG그룹의 모든 계열사가 이 새로운 항목을 준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상 LG그룹 계열사들이 배당 정책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2022년 평가에 포함되었던 '내부감사기구 연 1회 이상 교육' 항목은 2023년 평가에서 제외되었다. LG그룹 상장사는 모두 이 항목을 준수하고 있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이 항목을 형식적으로 이행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적인 내부감사 역량 강화에 한계가 있는 지적이 있었다. 단순한 교육 횟수보다는 내부감사기구의 실질적인 기능과 역할 수행이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추가로 고질적으로 LG그룹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 LG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LG그룹 계열사에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고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 감독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집중투표제 도입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LG그룹 계열사들은 대부분 집중투표제를 채택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사회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LG디스플레이는 '주주총회 4주 전 소집공고 실시' 항목과 '주주총회의 집중일 이외 개최' 항목을 2022년에는 준수했으나 2023년에 준수하지 않았다. 대상 기업 중 이 두 항목을 모두 지키지 못한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이는 주주들의 의사결정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하지 못했을 뿐더러, 주총에 참석하기 용이하게 하지도 못했다는 의미다. LG그룹의 전반적인 지배구조가 퇴행하면서 새롭게 도입된 평가 항목에 대한 대응과 기존에 준수하던 항목들의 지속적인 이행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LG그룹 계열사들의 지배구조 점수 하락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지배구조 확립이 아직 미흡함을 보여준다"며 “특히 새로운 평가 항목에 대한 준비 부족과 기존 항목의 후퇴는 우려할 만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기자의눈]HBM 경쟁이 만드는 ‘한국의 초격차’

한때 '초격차'라는 말로 대변되던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선두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의 일시적 방심이 빚어낸 결과지만, 동시에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변화다. HBM은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핵심 부품으로, 미래 반도체 시장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13년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한 이후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고, 현재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축소하는 오판을 내렸고, 이로 인해 기술 개발에서 뒤처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에 위기라고만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두 기업의 경쟁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칩워'(Chip War)라 불리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 속에서, HBM 시장을 한국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큰 자산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HBM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기술 우위를 지키기 위해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물론 삼성전자가 과거의 '초격차' 시대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SK하이닉스도 쉽게 선두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두 기업이 서로를 견제하며 기술력을 높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길이다. 이러한 경쟁 구도는 결과적으로 한국 반도체 산업 전체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결국 삼성전자의 '초격차'가 SK하이닉스와의 경쟁을 통해 '한국의 초격차'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변화다. 이러한 시점에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 특히 보조금 지급 등 기존에 없던 특별한 지원책이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시기다. 두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이 함께 힘을 모아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고히 할 때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머스크 ‘콜로서스’ 등장… 한국 반도체 도약 기회 열린다

일론 머스크의 AI(인공지능) 기업 'xAI'가 세계 최대 규모의 AI 훈련용 슈퍼컴퓨터 '콜로서스'를 가동하면서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 끼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머스크의 '콜로서스', AI 슈퍼컴 전쟁 점화 8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최근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수장 일론 머스크는 지난 3일(현지시간) 'X'를 통해 10만개의 엔비디아 H100 GPU를 활용하는 AI 훈련 시스템 '콜로서스'(Colossus)의 공식 출시 소식을 전했다. 이는 AI 훈련을 위한 단일 시스템(GPU 클러스터)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머스크는 몇 달 안에 콜로서스에 10만개의 GPU를 추가할 계획도 밝혔다. 이 중 5만개는 H100의 상위버전인 H200 GPU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는 극적인 수요 증가를 불러올 콜로서스 프로젝트가 엔비디아로 대변되는 AI 하드웨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이게 끝이 아니다. 머스크를 필두로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스타게이트 프로텍트를 통해 1000억달러(약 133조원)을 들여 대규모 GPU 클러스터 구축을 진행 중이며,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도 35만개의 H100을 구입할 의향을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삼성, HBM 시장 새 기회 포착 머스크의 참전으로 기술 기업의 AI용 GPU 확보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국내 한국 반도체 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긍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HBM은 AI 연산에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 칩이다. 콜로서스와 같은 대규모 AI 시스템은 엄청난 양의 HBM을 필요로 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3년 기준 전 세계 HBM 시장의 50%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머스크의 프로젝트로 인한 수요 증가는 이를 더욱 가속화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 중이다. 현재 삼성은 HBM 생산을 대폭 확대하며 SK하이닉스를 맹추격 중이다. 삼성은 자사의 파운드리 사업과 AI 칩 생산 능력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이에 필요한 HBM 공급도 늘리는 방식을 채택 중이다. 관건인 HBM3E 관련 기술력이 확보될 경우 매우 빠른 속도로 시장에 침투할 수 있다는 게 삼성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PU 전쟁, 전력 소비 해결이 관건 기회 속에서도 도전 과제는 만만치 않다. GPU 시장의 성공을 좌우할 조건으로 최근 전력 문제가 대두 중이다. 대규모 GPU를 구동하는 데 필요한 전력량은 상당하다. H100 GPU의 최대 전력 소비량은 약 700W다. 10만개의 H100 GPU로 구성된 클러스터는 연간 약 374GWh의 전력을 소비한다. 이는 지난해 구리시 전체가 사용한 전력량과 맞먹는다. 최근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전력 문제를 중요한 변수로 꼽은 이유도 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저전력 고효율 제품 개발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AI용 반도체 시장의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극적인 확대가 예상되는 지금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걸린 중대한 시기"라며 “시대가 요구하는 기술력을 한국 기업이 갖추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전력 ‘더원해 vs 줄이자’…삼성·SK의 엇갈린 AI 해법

AI(인공지능) 시장의 패권에 도전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필수적인 '전력'에 대해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더 많은 전력 공급의 필요성을 역설했으며, 삼성전자는 저전력 솔루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전력을 더 요구하는 SK하이닉스와 전력 사용을 줄여주겠다는 삼성전자를 두고 업계는 향후 시너지도 기대하는 중이다. ◇세미콘 타이완 2024서 보여준 전략 차이 5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개막한 세미콘 타이완 2024에서 김주선 SK하이닉스 AI인프라 담당 사장과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이 나란히 기조연설에 나섰다. 김 사장은 “AI가 발전해 AGI(인공일반지능)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전력과 방열, 그리고 메모리 대역폭과 관련된 난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며 “2028년에는 데이터센터가 현재 소비하는 전력의 최소 두 배 이상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되며, 충분한 전력 공급을 위해 소형모듈원전 같은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기술로 AI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기술 개발과 적용을 위한 인프라에 더 방점을 두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초부터 업계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공급 중이며, 이달 말부터는 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AI시장에 저전력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이 사장은 “(AI 시장에)HBM만으로는 충분치 않으며 온디바이스 AI 솔루션, 대용량 스토리지 등 다양한 제품군이 필요하다"며 저전력을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AI 메모리 솔루션을 소개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전력 소모를 약 66% 개선한 커스텀 HBM과 저전력 LPW (LPDDR Wide-IO) DRAM·LPCAMM2 (Low Power Compression Attached Memory Module) 등 온디바이스용 제품을 개발해 선보이는 중이다. ◇시장 지위 반영한 차별화된 접근 두 기업의 상반된 접근법은 각자의 시장 지위와 기술 역량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선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고성능 제품에 주력하면서도 전력 문제 해결책을 모색 중이다. 반면 삼성전자는 종합 반도체 기업의 강점을 살려 저전력 기술과 다양한 AI 솔루션 개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반도체 업계에서는 두 기업이 경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서로를 보완하는 기술 개발에 매진하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안정적인 전원 공급은 AI 시장의 필수적인 인프라다. AI 관련 기술 개발이 진행될수록 업계에서는 전력 문제에 대한 고민이 깊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 훈련에 필요한 전력 소비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파라미터(모델의 학습 가능한 변수의 총 개수) 1조8000억개의 ChatGPT-4를 훈련하는 데는 148기가와트 시간의 전력이 필요하다. ◇업계 “상생 효과 기대되는 공룡들의 경쟁" 이번 기조 연설을 접한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발전적인 경쟁이 AI 시장에서의 두 회사 지위를 한층 더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 기업의 전략 차이가 한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 다양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중요해지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두 기업 모두 HBM 시장 확대에 대비해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 중이며, 2028년 양산을 목표로 미국 인디애나에 첨단 패키지 공장과 R&D 시설을 건설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 강현창 기자 khc@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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