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가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낙점한 미디어 사업 혁신에 본격 나섰다. 콘텐츠 제작부터 플랫폼 유통, 시청 경험 전반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나선다는 포부다. KT는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KT 미디어 뉴웨이(New Way)' 전략을 공개했다. 이번 전략은 AI 기반 콘텐츠 제작과 유통 혁신, 플랫폼 사용자 경험 개선 등 미디어 사업 전 영역의 혁신을 골자로 한다. 이날 행사에는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 신종수 미디어전략본부장(상무), 정근욱 KT스튜디오지니 대표 등 KT그룹 미디어 사업 핵심 인물들이 참석했다. 김채희 전무는 이날 “콘텐츠와 플랫폼은 미디어 산업에서 서로 선순환 구조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유료방송 시장의 정체와 글로벌 OTT 중심의 밸류체인 재편으로 국내 콘텐츠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시청 시간 점유율 하락 속에 콘텐츠 투자 및 제작 방식, IPTV 운영 모델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디어는 KT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KT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IPTV 매출은 2조8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약 8%를 차지했다. KT스튜디오지니, KT스카이라이프 등 미디어 계열사 매출까지 포함하면 약 3조원 중반대에 이른다. 그러나 OTT의 급부상 이후 유료방송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IPTV 매출 증가율은 지난해 1.2%에 그쳤고, 콘텐츠 자회사인 KT스튜디오지니와 나스미디어는 13.6% 매출이 줄었다. KT스카이라이프도 소폭 감소했다. KT는 지난해 미디어 사업을 통신·AI와 함께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분야로 선정하며, 올해 미디어 부문에서 5조원대 매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미디어 플랫폼사업본부를 분리, 독립된 '미디어부문'으로 격상시키며 조직 역량을 집중했다. KT는 이번 뉴웨이 전략을 통해 △AI 플랫폼 △AI 콘텐츠 △사업모델 혁신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방위적 변화를 추진한다. 우선 AI 플랫폼 측면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협력해, 상반기부터 지니 TV에 생성형 AI 기반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 대화형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한 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자연어 질문을 이해하고, 보다 직관적인 콘텐츠 탐색과 시청을 가능케 한다. 예컨대 “ENA 채널에서 방영한 군대 배경의 유쾌한 드라마가 뭐였지?"라고 질문하면, AI가 오리지널 드라마 '신병'을 추천하고 바로 VOD 시청으로 연결해주는 식이다. 김 전무는 “기존 AI 음성 검색은 만족도가 낮았다"며 “이번에는 챗GPT 기반 커스텀 모델을 도입해 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대화를 구현하고, 지니 TV는 물론 외부 콘텐츠 검색까지 가능한 에이전트로 고도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콘텐츠 분야에서도 제작 효율성과 품질 향상을 위해 'AI 스튜디오 랩'을 신설하고, 그룹 내 미디어 역량을 집중한다. KT 미디어부문, KT스튜디오지니, KT ENA 등이 참여하는 이 조직은 AI 기술을 콘텐츠 전 과정에 적용한다. 여기에는 △AI 흥행 예측 기반의 투자 심사 △AI 작가와 스토리보드를 활용한 기획 △AI 음악·CG·편집 기술 △AI 숏폼, 자막, PPL 등 마케팅 및 유통 과정이 포함된다. KT스튜디오지니는 콘텐츠 유통 전략도 전환한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넷플릭스, 티빙 등 OTT에 동시 공개해 접근성을 높이고, '신병' 세계관을 바탕으로 영화 '신병: 더 무비'를 제작하는 등 포맷 확장에 나선다.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해외 로컬 프로덕션도 추진한다. 또한 AI 기반 IP 선별과 확장 전략을 통해 '원 소스 멀티 유즈' 체계의 제작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사업 모델 혁신도 추진된다. KT는 IPTV 기반 유료방송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FAST), 숏폼 콘텐츠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본격 도입한다. KT스튜디오지니를 숏폼 전문 스튜디오로 육성하고, AI 기반 숏폼 제작 인프라도 구축한다. 현재 국내외 주요 플랫폼과 약 20편의 공동제작을 논의 중이다. 김 전무는 “FAST는 지니 TV에 우선 적용하고, 성과를 바탕으로 외부 플랫폼으로 확대할 계획"이라며 “AI를 전방위적으로 도입해 미디어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호 기자 kyh81@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