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극심한 인력 부족으로 존폐 위기에 서 있다. 사망사고 다발 등 대표적인 3D 업종으로 꼽히면서 청년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빈자리는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기술력 부족과 소통의 부재로 안전사고와 부실시공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파격적인 인센티브와 안전한 작업 환경을 통한 이미지 개선으로 젊은 층을 다시 건설현장으로 끌어 들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청년층이 건설현장에서 사라지면서 건설인력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0년새 건설현장의 청년층 숫자가 4분의1로 감소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6월 기준 20대 이상 30대 이하 건설기술인(기술사·산업기사 등) 수는 15만4596명(20대 3만6857명·30대 11만7739명)으로,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지난 2004년 해당 비율이 63.8%나 됐던 것에 비교하면 20년 만에 약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반면 2004년 3.4%에 그쳤던 60대 이상 건설기술인 비중은 지난해 22.7%로 급증했다. 젊은 층의 건설 기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건설기술인의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37.5세에서 50.8세로 높아졌다. 이는 청년들이 위험성 등 여러 이유로 건설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미래 건설기술인의 진로 희망 실태분석·이미지 개선방안' 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생들은 건설업의 부정적 호감도 원인으로 △부실공사·안전사고 등 유발(36.2%) △다른 산업에 비해 위험한 일(25.5%) △환경파괴·민원발생 등 유발(10.3%) 등을 꼽았다. 건설인력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신규 인력 유입이 저조해지면서 인건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2022년 건설업 부가가치 구성 중 인건비 비중은 78.34%로 2021년 76.18%에 비해 2%포인트(p)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 산업 평균인 58.46%와 비교하면 높다. 문제는 스마트 건설 등 기술 혁신과 동반되지 않은 채 인건비만 오르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건설 산업 전반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 인력이 고령화되고 기술혁신이 부진하면서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력은 부족한데 1인당 생산성이 더 떨어지면서 치솟은 인건비는 건설산업 위기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빈자리는 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우고 있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발표한 올해 1분기 피공제자 동향을 보면 올해 건설현장의 외국인 비중은 16.2%로 작년(15.4%)보다 늘었다. 실제 건설현장 외국인 근로자 수는 2021년 3월 9만4567명에서 올해 3월 11만8735명으로 증가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하자와 안전사고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비숙련 외국인 노동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 크게 한 몫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의사소통이 쉽지 않아 몸짓으로 소통을 한다. 지시사항을 미흡하게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정부에서는 인력양성을 위해 지난 2021년부터 건설기능인을 초급·중급·고급·특급으로 구분해 경력 등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건설기능인등급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현장에서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만으로 업무 역량을 파악하기 힘들다며 도입을 꺼리고 있다. 경력과 자격, 교육, 포상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지만 정작 사용자가 선호하는 직무 역량과 직결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인력수급을 위해선 파격적인 인센티브 및 안전한 작업 환경 조성, 이미지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기능인등급제는 사람마다 다른 자질과 숙련도를 단순 분류기준으로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한계가 있다"며 “건설 기능인들의 근로환경과 처우개선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오치돈 한국건설인정책연구원 연구실장은 “건설인력에 관한 위기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닌, 영국, 호주, 미국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겪고 있다"며 “인력부족 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건설인력의 역량 강화와 건설산업 이미지 개선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zoo100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