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까지 낮아지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압박이 커진다. 지난달 한은이 가계대출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이유로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일각에서는 한은이 금리 인하 시기를 놓쳤다는 실기론도 제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10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신중론을 내세우고 있지만, “물가 안정 측면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를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5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지난 7월 속보치와 같은 수준이다. 민간 소비가 줄어들고 건설·설비투자가 모두 감소하는 등 내수 부진이 역성장에 크게 작용했다. 민간 소비는 의류나 승용차 등 재화소비가 부진하며 전분기 대비 0.2% 줄었다. 건설투자는 1.7%, 설비투자는 1.2% 각각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가 감소하고 있어 내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진다. 한은이 지난달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13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대통령실에서도 “최근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쉽다"면서 금리 동결 결정을 이례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이 2.0%로 하락하고, 이달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했다. 2021년 3월 1.9%를 기록한 후 3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한은의 물가 관리 목표 수준(2.0%)까지 낮아졌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일 국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가 2.0% 정도로 전월에 비해 안정되기 시작했다"며 “금리를 조금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달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는데,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낮추는 빅컷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 스와프 시장에서 이달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을 30% 이상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이 정책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력도 커진다. 한은은 가계대출 확대를 이유로 기준금리 인하에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금통위 이후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 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 금융안정 측면에서 지금 들어오는 신호를 막지 않으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생각"이라며 기준금리를 동결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올해 11월 금통위도 남아 있다"며 10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출 가능성을 일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수 침체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등 금리 인하 요구가 커지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속도가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는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에 대한 적절한 시기를 봐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물가만 놓고 보면 금리 인하를 고려할 수 있는 충분한 시기가 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에 따른 실질금리 상승을 고려하면 내수 부진이 강화될 수 있어 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온 것으로 판단된다"며 “금융안정 부문의 경우 거시건전성 정책 대응과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등의 영향을 점검한 후, 내수 부진이 심화하는 것을 제약시키기 위해 한은이 10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