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의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에 따라 정책서민금융 재원 확보를 위한 금융권의 추가 출연이 예상되고 있다. 2금융권에서는 업황 악화로 수익성 방어가 어려운 상황에서 추가 재원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에 대한 금융사 공통출연 요율을 올리는 내용의 서민금융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날부터 입법 예고한다고 전날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라 금융사는 서금원에 출연하는 공동출연금 요율을 현행 가계대출액의 0.03%에서 △은행은 0.035% △보험·상호금융·여신전문·저축은행 등은 0.45%로 올려 내년 말까지 적용한다. 금융위는 공통출연 요율 인상과 차등출연 요율 인하를 고려해 금융사가 내년 말까지 서금원에 추가로 출연하는 규모가 1039억원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금융권은 현재도 수익성 악화 환경을 감수하고 상생금융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서민경제가 어려워짐에 따라 금융권이 느끼는 부담도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다. 서금원은 코로나19 등 여파로 경제여건 악화에 대응하고자 정책서민금융공급을 확대해 왔다. 현재 금융사들은 월간 가계대출 평균 잔액 등을 기준으로 매달 출연금을 내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서민금융의 지속적인 공급 확대에도 고금리·고물가 등 서민금융 지원필요성이 가중되면서 이 부담이 고스란히 금융권으로도 전가되는 양상"이라고 토로했다. 은행권보다 요율이 높게 매겨진 2금융권은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2금융권 사이에서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대한 서민 등 취약계층과 고통을 나눠야 한다는 당국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업황 악화에 직면한 상태에서 추가 출연이 다소 부담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 들어 2금융권의 상생금융 추진 현황은 저축은행 등 중소금융권 3000억원, 카드·캐피털업계 2200억원 등 규모가 시행 중이다. 2금융권 중에서도 카드업권의 경우 건전성 지표 악화로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더불어 올해 결정되는 가맹점 수수료율이 현재보다 낮게 재산정될 경우 건전성이 더 위협받을 수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하나카드 연체율은 2.3%로 지난해 말보다 0.31%p 상승했다. 이 외에도 우리카드, 국민카드, 롯데카드, 신한카드 등이 2%에 근접하거나 넘어선 수치의 연체율을 가리키고 있다. 카드사들은 차주들의 상환능력 악화에 따라 대손충당금을 쌓게 되는데 지난 1분기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간신히 실적을 방어한 상태다. 보험사들 중에선 특히 생명보험사들 상황이 녹록지 않다. 생보사들은 추가 적립금 부담에 1분기 실적이 급감했다. 삼성생명은 올해 1분기 순익 6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3% 줄었다. 한화생명은 올해 1분기 순이익이 36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5% 급감했고, 교보생명은 38.7% 줄어든 293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정책서민금융 재원 확보를 위해 금융사 출연 외에 정부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금융 지원에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을 병행하는 방식이 보다 효과가 클 텐데 정부 재정 투입 금액은 줄어드는 추세기에 아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국가 재정 투입은 2021년 2600억원에서 지난해 240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정부 재정은 약 1460억원 가량 투입됐다. 아울러 비용증가 부담은 향후 일반대출 가산금리를 끌어올려 또 다른 소비자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단 시각도 있다. 금융위는 정책서민금융상품의 기본 성격은 대출이지 복지 지원금의 개념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금융권이 상품 조건에 맞춰 대출을 실행하면 서금원이 보증을 서는 형태다. 여기서 연체 등 부실이 발생하는 데 있어 신규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은행권과 2금융권의 요율을 달리 설정한 데 대해선 “은행권은 지난 3월 발표한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따라 서금원에 총 2214억원을 별도 출연할 예정임을 감안해 업권별로 공통출연요율을 달리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박경현 기자 pearl@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