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소형모듈원전(SMR) 제조 경쟁력을 높여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7년 양산체제 구축으로 SMR 파운드리를 만든다는 목표다. 국내·외 사업 확대로 수주 목표(5년간 모듈 62기)를 초과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레이저클래딩을 비롯한 기술 개발로 제작 기간도 17개월에서 3개월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SMR 설계 업체와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허민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들 대부분이 2030~2032년 전력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설계업체는 내년부터 기자재 수주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기기를 일괄 생산할 수 있고, 창원 공장 안에 소재공장과 기자재공장이 통합된 덕분에 짧은 시간내 제작이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영국왕립원자력연구원 등은 지난해 8조5000억원 규모였던 글로벌 SMR 시장이 2035년 400~6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대, 차량 전동화 등으로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무탄소 발전원으로 꼽히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재 제작 가능한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 프랑스 프라마톰, 일본 미쓰비츠 등 5곳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이 까다롭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용접하는 장비 및 특수 열 전달 튜브를 만드는 설비 등이 필요한 탓이다. 일종의 진입장벽이 형성된 셈이다. SMR은 300MWe 이하의 출력을 지닌 소형 원자로로, 증기발생기와 가압기 등이 하나의 모듈 안에 들어간다. 블록을 연결하는 모듈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특징에 힘입어 필요에 따른 구축이 가능하다. 기존 대형 원전 보다 건설비용은 높지만, 중대사고 위험성이 낮고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반경도 300m 수준으로 대형 원전(16㎞)의 5분의 1 수준이다. 부지 매입·송전망 건설 부담이 적어 대형 원전이 들어서기 힘든 곳에 조성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가 SMR 활용을 위한 행보를 취하는 등 최근 빅테크 기업들이 SMR에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엑스에너지를 비롯한 3개 기업에 5억달러(약 68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물 대신 기체 상태의 헬륨을 냉각제로 쓰는 4세대 노형을 개발하는 곳으로, 두산에너빌리티가 앞서 지분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뉴스케일파워는 물을 냉각제로 사용하는 경수로형 발전소를 만드는 회사로, SMR 모델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설계인증을 받았다. 루마니아 로파워가 도이세슈티 지역 내 폐쇄된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건설하는 462MW급 SMR에 77MW급 SMR 6기를 공급한다. EPC 계약은 이르면 내년말 이뤄질 전망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프로젝트에 원자로 모듈을 제작·공급한다. 이와 관련해 클라우스 요하니스 루마니아 대통령은 외교부·에너지부 장관,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등과 함께 창원공장에서 SMR 제작 역량을 확인했다. 지난해 시작된 한국형 혁신 SMR(i-SMR) 국책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는 원자로 냉각수에 붕산을 사용하지 않아 기기 내구성을 끌어올리고 방사성폐기물 발생량도 줄이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인 노형이다. 사고 발생시 전력 공급·운전원 조작 없이 자연력을 이용해 원자로와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를 냉각, 안전한 상태로 유지하는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SMR의 경제성이 대형 원전을 하회하지만,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고 기술력이 축적되면 생산성이 향상될 것"이라며 “시장 개화 단계인만큼 상업가동 선두주자에게 수주가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