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해운사들이 따뜻한 시기를 보냈으나, 내년부터 다시금 힘든 시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얼마나 어려울 것이냐를 걱정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HMM의 올 3분기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원·1조원을 상회할 전망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8%, 영업이익은 13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팬오션은 매출 1조2768억원·영업이익 1281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은 14.9%, 영업이익은 61.2% 늘어났다. 대한해운도 매출 4100억원·영업이익 780억원을 시현하는 등 실적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동 분쟁으로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컨테이너선들이 홍해를 지나지 못하고 남아프리카 희망봉으로 돌면서 지난 7월5일 기준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3733를 넘는 등 업황이 회복된 영향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은 3분기 발틱운임지수(BDI)도 1871로 전년 동기 대비 56.7% 높게 형성되는 등 벌크선 시황도 양호했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철광석 가격이 낮았던 까닭에 수입량이 불어났고, 아시아 지역을 덮친 폭염으로 냉방용 발전을 위한 석탄 수요도 늘어난 덕분이다. 그러나 SCFI는 최근 2000대 초중반, BDI도 1400 밑으로 하락했다. 이후로는 더욱 내려갈 전망이다. 업황을 뒷받침했던 요인들이 축소되면서 해운사에게 불리한 수급이 형성되는 탓이다. 홍해 사태 완화로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지나게 되면 운임 하락폭이 예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1만2000TEU이상급 대형선이 잇따라 투입되면서 공급과잉 국면이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9월말 상하이-유럽 노선 운임이 TEU당 2250달러로 7월 중순 대비 50% 넘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와 미국 서·동안을 잇는 노선도 같은 기간 40% 넘게 낮아졌다. 내년에도 컨테이너 물동량이 3% 증가에 그치는 반면, 선복량 증가율은 대형선을 중심으로 6%를 상회하면서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컨선 중 선령 15년을 넘긴 선박이 14척(2.0%) 수준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노후선 폐선으로 조정되는 공급물량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신조선 생산슬롯을 확보하기 어렵고 환경규제가 크게 달라지지 않은 점도 선주들이 기존 선박을 계속 운영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1만2000TEU 이상급 컨선 중 폐선된 경우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크선의 경우 파나마운하 통행량 회복에 발목을 잡힐 공산이 큰 분야로 꼽힌다. 거리효과에 의한 추가 수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논리다. 파나마운하는 8월 기준 일일 통행 가능 물량이 35척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예년의 87.5% 수준이다. 선복량 증가율(3% 안팎)은 컨테이너선 보다 적지만, 중국 경기부양책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도 수요 회복의 걸림돌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액화천연가스(LNG)가 석탄을 대체하는 것도 수요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수은은 탱커 시황도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2022년 이후 수익성이 개선되면서 불어난 발주량이 내년부터 시장에 진입한다는 이유다. 석유교역 수요가 3% 가량 많아지는 반면 선복량은 5.5% 가까이 확대되면서 운임 하락이 점쳐진다는 것이다. LNG운반선 역시 17만4000㎥급 대형선 확대로 이미 운임이 대폭 낮아졌고, 내년에도 선복량이 11.5% 이상 불어나는 등 공급 증가폭이 수요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LNG운반선의 경우 대규모 발주가 이뤄진 만큼 향후 몇년간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4분기가 바닥이면 내년 이후에는 지하실이 될 수 있다"며 “운행 중인 선박의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속도를 늦춘 것이 그나마 공급과잉을 완화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호 기자 spero1225@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