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사 자사주 소각 발표...전년比 약 3배↑ 삼성물산 '총 1조 소각', 하나금융 현금배당 등 눈길 행동주의에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 목소리 커져 연초부터 기업들의 주주환원 소식이 잇따르면서 관련 기업들의 주가도 상승세다. 연초부터 8개 상장사가 자사주 소각을 연이어 공시하고, 현금배당 규모도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서다. 최근 수년간 존재감이 커진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과 더불어, 정부까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자 상장사들도 이에 동참하면서 시너지를 내고 있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일 HD현대인프라코어는 오는 8월 5일까지 보통주 724만4501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소각 규모는 560억원이다. HD현대인프라코어를 포함해 연초 이후 현재까지 자사주 소각을 공시한 상장사는 총 8개사다. 작년 동 기간 3개사만이 자사주 소각을 발표한 데 비해 세 배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작년에 비해 주주환원 정책 확대를 바라는 소액주주들의 목소리가 커졌고, 정부·금융당국에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일환으로 기업 가치 높이기를 장려하기 시작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는 저PBR(주가순자산비율 1배 미만) 종목 공시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고, 한때 자사주 소각 의무화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보통주 591만8674주, 7676억원어치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해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현재까지 발표된 소각 규모 중 최대치다. 이와 별도로 삼성물산은 보통주 188만8889주, 우선주 15만9835주를 소각을 통해 감자하기로 결정했는데 약 2657억원 규모다. 전부 합치면 무려 '1조원'어치를 소각하는 셈이다. 현재 자사주를 매입하고 향후 소각 계획을 밝힌 곳도 있다. 지난달 23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오는 15일 장외 직접 매수를 통해 640억원어치 자사주를 취득 후, 2~3월 내 소각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오는 4월까지 70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며, 이달 열릴 이사회에서 소각안이 결의될 예정이다. 자사주 소각뿐 아니라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이 전반적으로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달 말 총 3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발표했는데, 같은 날 기말 주당 배당금(DPS)을 1600억원으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 경우 작년 현금배당 합계는 전년 대비 50원 증가한 3400원이 돼 연간 주주 환원율이 30%를 상회한다. 삼성전자 역시 지난달 말 배당금 총액 2조5000억원에 달하는 현금 배당을 공시했다. 코스피 대표 성장주로 배당이 없거나 극히 적었던 네이버는 지난 2일 배당 총액 1190억원, 1주당 790원의 현금 결산배당을 결정했다. 이처럼 최근 국내 상장사들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함에 따라 해당 종목으로 수급이 쏠리며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을 함께 발표했던 하나금융지주는 이달 1일 주가 상승률이 8.79%에 달했으며, 그 다음날에도 7.50%를 기록했다. '1조원 소각'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공시 당일 6.40%, 다음날 7.75%가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저 PBR 종목 중 주주환원 정책 확대 가능성이 있는 종목에 수급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경우 작년 글로벌 행동주의 펀드 3곳의 요구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한 경향이 있는데, 이처럼 행동주의 캠페인 타깃이었던 타 종목들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대표적인 저 PBR 업종이었던 금융주도 하나금융지주의 최근 소각·배당 결정 이후 기대감이 몰리며 주가가 상승했다. KB금융, 우리금융지주, DGB금융지주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작년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표적이 된 적이 있다. 독립 리서치 리서치알음의 최성환 대표는 “행동주의 펀드뿐 아니라 최근 소액주주들이 모여 의사표시를 하는 '액트'와 같은 플랫폼이 생겼고, 정부가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는 기조를 보이는 만큼 시대가 그러한 방향으로 변해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성우창 기자 suc@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