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마무리되면서 기업들은 제22대 국회에서 어떤 형태의 저출생 대책을 내놓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선거 이전부터 여·야 모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라 재계에도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동참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업들 역시 인재 유치와 국가 경쟁력 향상을 위해 출산율이 회복되고 일·가정 양립이 자리 잡기를 바라고 있다. 10일 정재계에 따르면 여당인 국민의힘과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총선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저출생 대책 마련을 주요 의제로 다뤘다. 국민의힘은 부총리급 '인구부 신설'과 '아빠 휴가 1개월 유급 의무화' 등을 약속했다. 민주당은 18세까지 월 20만원 아동 수당 지급, 신혼 부부 가구당 10년 만기 1억원 대출을 제안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치권의 목소리를 국민들도 지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국회 의석 수 현황을 감안했을 때 향후 더욱 적극적이고 현실성 있는 저출생 대책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22~29일 1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총선 공약 월드컵' 조사를 보면 국민들은 제22대 국회가 '민생'(33.6%)과 '저출생 해결'(22.7%)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대한상의가 이에 앞서 지난 2월 집계한 '제22대 총선에 바라는 국민과 기업의 제안'에서는 한국 경제 리빌딩(Rebuilding)을 위해 국회가 '저출산 극복 및 초고령 사회 대비에 힘써야 한다'는 의견(49.8%)이 가장 많이 모였다. 재계는 이미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상황이다. 부영그룹은 올해 초 출산한 직원들에게 1억원씩 지급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2021년 이후 자녀를 낳은 직원 70명에게 혜택이 돌아갔다. 학자금 지급, 의료비 지원 등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사내 복지도 강화한다고 밝혔다. 쌍방울그룹 역시 올해부터 직원이 자녀 3명을 낳으면 최대 1억원을 주기로 했다. 올해부터 태어난 자녀를 둔 5년 이상 근속자에게 첫째와 둘째를 낳으면 3000만원씩 주고, 셋째까지 낳을 경우 4000만원을 더 지급한다는 게 골자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7년부터 남성 직원에게 한 달 동안 의무 육아 휴직 기간을 부여한다. 또 셋째를 출산한 임직원에게 2년 동안 승합차를 무료로 탈 수 있게 지원하기로 했다. 직원들의 일·가정 양립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수원 디지털시티에 '제4어린이집'을 신축하고 지난 9일 개원식을 가졌다. 삼성전자는 이번 개원을 통해 보육 정원 총 1200명, 건물 연면적 총 6080평의 단일 사업장 기준 전국 최대 규모 어린이집을 보유하게 됐다. 전국적으로 보면 삼성전자는 8개 사업장에 정원 총 3100명 규모로 12개의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기업들은 이번 국회가 보다 다양한 형태로 인센티브를 제시하길 바라는 모습이다. 이미 출산 장려금에 대해 근로 소득세를 전부 비과세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저 임금 차등 적용을 통한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 인프라 확충에 대한 세금 지원 등도 더해지길 원하고 있다. 여성 직원들이 마음 놓고 출산을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재계는 입을 모은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임금 근로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45.7%로 역대 최고였다. 여헌우 기자 ye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