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무역 장벽은 계속 높아지는데 상호 보완 및 연계된 대응 방안을 찾기가 힘듭니다. 정부와 기업이 각각 해야할 역할을 찾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이다은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정책기획팀장이 한 말이다. 이 팀장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9회 탄소시장과 무역경쟁력 세미나'에서 '탄소무역규제에 대한 대응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이 같이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탄소무역규제 대응방안 논의 현황을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TP'에 물어보니 두루뭉슬한 대답만 나왔다"며 “그만큼 현안이 복잡하고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팀장은 한국이 탄소무역규제에 대해 대응하고 있는 상황이 “복잡하다"고 정의했다. 그는 “정부가 강력한 협상을 추진해야 한다는 외교, 거버넌스 차원의 대응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정책, 탄소세 도입을 고민하는 시장 등 이슈가 많다"며 “기업은 기술을 개발해야하고 이를 검증하는 방법도 찾아야한다"고 진단했다. 이 팀장은 현재 탄소 무역 장벽이 계속 높아지고 있어 즉각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대해 “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같은 무역관세 형태, ESG 공시 의무화 같은 기업공시 형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같은 세재·보조금 법안 등 상황을 잘 살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팀장은 “탄소세 도입의 경우 CBAM 대상 기업이 국내에 기지불탄소가격 지불 시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탄소세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형 K-ETS 개정에 대해서는 CBAM을 동시에 적용받는 기업이 K-ETS를 준수하면 CBAM 대응에도 유리할 수 있도록 보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탄소 Offste 크레딧을 제품별 배출량 산정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 “탄소 Offste 크레딧 제도에 대한 신뢰도 확보가 우선된 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탄소세와 배출권거래제는 오염자 부담 원칙, 온실가스 감축을 도모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 다른 점도 많다"며 “탄소세는 세율에 따라 가격이 고정돼 있어 예측이 용이하지만 탄소배출을 감축할 수 있다는 유인책이 없다"고 했다. 이어 “대신 배출권거래제는 가격이 불확실한데 가정·산업 부문에 적용하기는 어렵고 대규모 기업만 규제가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며 “이 둘을 조합해 동시에 운영하는 나라도 있는데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덴마크 등이 대표적"이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탄소무역규제 대응 이슈와 관련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여'가 해법 마련을 더욱 힘들게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CBAM을 예로 들며 “우리 정부와 대상 기업은 검증기관, 공급망 연계기업, EU 집행위원회, 신고인 등과 직·간접적으로 엮이게 된다"며 “세관, CBAM 컨설팅 기관, 통·번역 업체 등도 간접적으로 연결돼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이 참여한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CBAM 대상 기업을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형성돼 있는데, 정부가 기업 중심으로 대응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며 “정부간 협상, 거버넌스 중심 대응전략 마련, 탄소세 도입, K-ETS 개정, 탄소중립과 연계, 인증제도 마련 등 대부분 현안에서 정부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자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팀장은 또 “정부는 다른나라와 협상, 대응 인프라 구축, 기업 경쟁력 확보 지원 등 크게 3가지 분야에서 역할을 해야한다"며 “국내 온실가스 검증기관의 CBAM 검증기관 활용, 산업부·환경부·중기부 등 여러 부처가 대응하던 탄소무역규제 대응에 대한 전담기관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어 “국내 기업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무역관세를 국내에서 우선 지불할 수 있도록 정책적 대안 도입을 고려할 수도 있다"며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한 고유내재 배출량의 기본값 개발을 위한 제품 인벤토리 구축 지원 등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팀장은 “공급망 상위 기업이 대기업 중심으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며 기업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탄소배출 데이터 구조화를 통해 하위기업을 도와주고 데이터를 취합해 자동 배출량이 산정되게 하는 등 디지털 디바이스 중심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공급망·가치사슬 하위 단계 제품 배출량 감소가 완제품 배출량 감소와 연계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헌우 기자 yes@ekn.kr